H.P. 러브크래프트라는 이름을 소개하는 가장 공식적인 방법은 영국의 J.R.R. 톨킨과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환상의 세계를 구축한 장르 소설 작가라는 것이다. 어쩌면 '소설로 읽는 엑스파일'이라는 소개가 더 효과적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와 호기심을 외계인/고대인의 신화를 통해 자극하는 러브크래프트는 20세기 미국의 대중 문화와 대중적 상상력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런 그의 작품이 계속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사실 그는 문학적인 묘사나 문장력보다는 그가 창조해낸 세계로 인해 더 평가를 받는 작가다. 게다가 거의 일인칭 관점으로 일관하는 화법과, 보여주는 영화와 달리 상상력을 통해 행간을 보충해야 하는 문학의 속성 탓에 그의 책에서 몰입하는 재미를 찾기는 어렵다. 누군가는 그의 글을 읽으며 지레 공포를 조장하는 작가의 호들갑에 성가셔할 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의 책을 잡게 되는 것은 워낙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러브크래프트적 세계 때문이다. 시간 날 때마다 펴놓고 읽기보다는 숨을 한번 고르고 집중하며 읽어야 진가를 발휘하는 책이다. 하긴 서툰 번역 탓에 요구되는 집중력의 정도가 과한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겠다. 개인적으로는 씽크북에서 나온 <광기의 산맥>을 권하고 싶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 가운데 하나만 택하라면 '어둠 속의 속삭임'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