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에 읽다 중단한 책을 다시 꺼냈다. 왜냐. [만단검]은 이동할 때 읽기 위해 갖고 다니기에는 너무 크고 무겁기 때문이다. 타카무라 카오루의 이름은 일본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자주 봐서 익숙했지만, 어떤 책을 쓰는 사람인 지 몰랐으므로 섯불리 구입하는 모험은 피하고 있었다. 그런데, 2000년인가에 나온 미스테리TOP10 특집인가에 실린 글을 보고 흥미가 생겼다. 그래서 산 책이 마침 영풍문고 수입서적부에 있던 [리비에라를 쏴라]문고판 상하권이었다. 스토리나 등장인물은 딱 내 구미에 맞았다. 예전에 가슴두근두근해가며 [판도라의 상자]를 읽던 느낌이 되살아나고, 한편의 서양스파이영화를 보는 듯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었다. 단숨에 상하권을 읽고 또 무슨 문고판이 수입되어있나를 찾던 참에 본서를 반디앤루니스에서 구한게 작년초.

[리비에라]보다는 스케일이 떨어지지만 매력적인 주인공들이 나온다. 주인공 요시다 카즈유키와 수수께끼의 중국인 리 오우와의 첫 만남은 짧았지만, 그 만남은  카즈유키의 평생을 뒤흔들게 된다. 두 사람의 관계는 리비에라에서 피아니스트 싱클레어와 더램 후작과의 관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아니, IRA테러리스트 잭과 싱클레어의 관계가 더 가깝나. 어떻게 보면 두 사람 주변의 여자들이 불쌍하기도 하고, 짜증나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리비에라]만큼 비극으로 안끝난 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 시대 묘사도 좋다. 60~80년대 일본 오사카를 배경에 당시 동아시아 국제 정세를 버무려 이런 소설이 나올 수 있다니. 타카무라 카오루는 반평생을 상사에서 근무하다 책을 쓰기 시작한 여성인데, 어디서 이런 상상력이 샘솟는지 감탄사밖에 안나온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이번엔 [고다 형사]시리즈를 구하고 싶다. 전에 [마크스의 산]문고판을 봤을 때 살 것을...하기와라 마코토였던가. 어딘가 믿음감이 떨어지는 동안의 배우. 그 배우가 주연한 영화로 더 기억하고 있기에 안샀더니 그게 타카무라 카오루의 원작일 줄이야..아이구...

뒤늦게 알았는데 이 책은 2003년에 국내번역판이 나와있었다. 그리고 고다 형사 시리즈 중 [석양에 빛나는 감]과 [마크스의 산]도 90년대말 고려원 미디어에서 출판되어 있었다. 흠...고려원미디어라니 납득이 가지만, 과연 몇부나 팔렸을까. YES24에 [마크스의 산]문고판 상하권을 주문했다. 아직 하드커버 단행본을 살 여유는 없다. 빨리 [레이디 조커]와 [석양에 빛나는 감]의 문고판이 나와주길... 


리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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