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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악마 1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손에 들고 얼마 안지나 '나도 속독이 가능하구나!'하는 걸 깨달았다. 평소에도 책 읽는 속도는 빠른 편이지만, 이 책을 보다보니 어느새 책장을 대각선으로 한번 쭉 훑고도 별 문제없이 다음 장으로 넘길 수 있었다. 빠르게 책장이 넘어갈 정도의 재미가 있다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그 뿐이다. 음모를 잔뜩 그럴 듯 하게 늘어놓지만, 어딘가 이야기 전개상 꼬투리를 잡고 싶은 부분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엇, 이 사람 아까는 ***** 안 했나?" "그럼 이 사람이 어떻게 *** ***한 거지?" "이상한데...처음부터 이렇게 했으면 되지 않았나...?"
게다가 몇군데 인명의 번역도 영어식, 이태리식이 기준없이 섞여 있어 거슬렸다. 교황 보니파시우스를 영어식으로 보니페이스라고 하기도 하고, 그냥 성 베드로라고 해야 이해하기 쉬웠을 걸 굳이 성 피에트로라고 해놓기도 하고... 학부 때, 서양미술사 강의를 담당한 뉴욕대학 석사 출신 강사가 [방문]이란 제목이 붙은 수많은 서양 중세~근대 미술품이 왜 [방문]이란 제목이 붙었는지도 모르는 채 강의하던 거에 경악햇던 기억이 떠오른다. 모든 번역자들이 이윤기가 될 수는 없겠고, 모든 독자들이 외국 인명이나 지명표기에 신경쓰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신경 쓰인다.
이 책을 구입한 이유는 [다빈치 코드]에서서 언급했던 [랭던이 바티칸에서 죽을 뻔 했던 사건]이 뭔지 알고 싶어서였고, 마침 알라딘 개편 이벤트에서 싸게 판매했기 때문이었다. -할인에 특별마일리지까지 따라왔으니, 결국 할인율이 얼마야?- [다빈치 코드]에선 [호오~]하고 가졌던 색다른 호기심이, 같은 식으로 이야기가 되풀이되자 흥미는 반감된다. 게다가 [다빈치 코드]보다 먼저 나왔던 책이어서 그런지 아무래도 [다빈치 코드]보다 구성력이 떨어진다. 책을 구입한 목적은 달성했지만, 이제 다시 내가 댄 브라운의 책을 손에 들 일은 없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