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죠후카가와


미야베 미유키의 本所深川ふしぎ草紙. [혼죠후카가와 불가사의한 이야기]쯤으로 옮길 수 있으려나. 일본 에도시대를 무대로, 에도(동경)의 시타마치인 후카가와의 7대불가사의를 소재로 하여 쓴 옴니버스 구성의 미스테리 소설이다. 해결사로 등장하는 사람은 조선시대로 치면 뭐냐, 포청은 아니고..음...각 지역의 치안담당자라고 해야하나? 정확히 뭐에 해당하는 지 모르겠지만, 미국 개척시대의 보안관 역할 비슷한 걸 하고 있는 사람같다.
미야베 미유키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고, [화차]를 비롯한 두어권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명성 그대로 독자를 몰입시키게 하는 힘은 대단했지만, 어쩐지 정이 가지 않았었다. 현대사회의 감춰진 어두운 면을 보는 씁쓸함때문이었던 거 같다. 그런데 이 책은 꽤 맘에 든다. 단순한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잘쓰여진 시대소설같다. 이걸로 요시카와 에이지상인가하는 문학상을 수상했다던데, 수긍할만한다. 서민문화가 발달한 에도시대가 잘 묘사되어 있다. 잘 나가는 초밥집에선 그날 남은 쌀밥을 남보란 듯이 강에 버릴 만큼 위세를 과시했다던지, 부유한 상인의 딸은 악기나 꽃꽂이를 배우러다니며 얌전히 집에서 신부수업할 만큼 집안에 여유도 있고 서민문화가 발달했다던지, 한편으론 굶주려서 어릴 적부터 여기저기 일하러다니는 서민들도 많았다던지, 젊은 여자 혼자서 여기저기 일자리찾아 꿋꿋이 살아가는 모습이라던지... 막부의 장군이 어쩌니 저쩌니하는 얘기는 조금도 나오지 않지만, 당시의 서민들의 풍속을 생생하게 묘사해 주고 있다. 그렇다고해서 추리면이 약한 것도 아니고, 그 나름대로 독특한 맛이 있는 7편의 미스테리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니, 내가 여전히 볼만한 드라마는 [다모]밖에 없다~며 재방송까지 챙겨보는 거랑 비슷한 맥락에서 이 책을 맘에 들어하는 거 같다.

*이것도 번역되서 나왔군. 과연 번역될까 싶었는데, 최근의 미야베 미유키 열풍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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