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세종문화회관으로 장한나 데뷔 10주년 기념 첼로 독주회를 보러 갔다. 방학숙제로 음악회랑 미술전시회 보고와서 보고서 쓰기가 있었는데, 작년부터 방학 숙제를 봐주고 있는 3학년 학생과 어떤 공연을 보러 갈까 한참 고민했다. 여름 시즌이라 평소 관심있었던 관현악단은 공연이 없었다. 결국 이왕 보는 거 좋은 공연을 보자하고 개학 전전날의 장한나 공연을 선택했다. 공연 1시간전부터 관객들이 모여들고, 암표상들도 많아서, 공연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B석이 4만원이나 했으나,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공연을 보러 온 가족동반 관객도 많았다.
독주회를 보러 간 건 처음인데, 넓은 무대에 의자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는 게 처음에는 이상했다. 브리튼의 무반주 모음곡 1번, 바흐의 무반주 모음곡 3번과 5번, 리게티의 첼로 소나타 1번이 이번 공연의 레퍼토리다. 바흐의 무반주 모음곡을 제외하곤 친숙하지 않은 현대 작곡가들의 작품이라, 제대로 공연을 즐길 수 있을 지 좀 걱정했다. 그러나 장한나와 첼로가 만들어 내는 소리에 빠져있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악기 하나 안고 가쁜 숨소리를 토해내며 갸날픈 팔을 놀려 만들어 내는 소리가 대단했다. 브리튼은 10년 전 장한나가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바로 그 곡이라해서 더 놀라웠다. 12살짜리가 저런 곡을 켜서 세계적 콩쿠르에서 상을 받았단 말인가! 내가 12살때라면 듣는 것만으로도 도중에 고개를 흔들며 집어치웠을 거 같은 곡이다. 역시 타고난 재능이구나하고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2차례에 걸친 앵콜곡은 뭔지 모르겠으나, 첼로 문외한인 내게 훨씬 듣기 편하고 몰입하기 쉬운 곡이었다. 곡명 알았으면 좋겠다. 다른 도시에서 한 앵콜곡이랑 같은 걸까?
연주가 끝나고 사인회가 있었다. 3층에서 뛰어내려와보니, 이미 줄이 세중문화회관 밖 버스정류장 앞까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우리 뒤로도 줄은 계속되고. 40분 정도 기다려 사인을 받았다. 실제로 본 장한나는 무대에 섰을 때보다 훨씬 작은 체구였다. 그리고 22살답지않게 귀여웠다. 사진보다 실물이 더 보기좋았다. 같이 간 중3짜리는 흥분의 도가니였다. [선생님! 활에서 털이 막 날려요! 저거 숨소리죠! 아아...벌써 끝난 거여요?] 오페라글라스를 통해 뚫어져라 장한나를 바라보며 감탄을 연발. 포스터에 사인 받을 때 자기 이름까지 써받았다. 이름을 써주던 장한나가 [언닌가요?]하고 물어서, [저 중학생인데요]하고 대답하자, 장한나가 [나 실수한거야!]하고 파안대소^^ 꾸밈없는 그 웃음소리가 오랫동안 귓가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