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코스트에 도착했을 땐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서퍼즈 파라다이스로 불리우는 그 유명한 골드코스트도 계절이 계절인지라 썰렁했고, 게다가 바닷바람이 왜그리 부는거야. 두꺼운 옷을 별로 챙겨가지 않았기 때문에, 있는 옷을 다 껴입었다. 티셔츠-스웨터-박스형 셔츠-비옷 겸용인 얇은 롱 재킷. 그래도 추웠다. 덕분에 다음날 아침에 친구와 나는 감기 증상을 호소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바닷바람이 불지 않는 다른 곳은 우리나라 가을날씨였다. 저녁을 먹은 후, 해안가 작은 놀이공원에서 번지점프 하는 거 구경했다. 해안가를 따라 위치한 호텔 주변엔 고층 호텔들이 즐비했다. 베란다에서 내려다보이는 옆 호텔 수영장이 멋졌다.

둘째날은 관광 목장 방문으로 시작되었다. 관광목장 구경이 재미없다고 하는 사람도 많이 봤지만, 난 무척 재미있었다. 목장으로 향하는 차내에서, 점심 식사를 양고기 스테이크로 할 건지, 소고기 스테이크로 할 건지를 정했다. 호주에 왔으니 양고기를 먹어보는 게 좋겠지. 도착 후, 마차를 한번 타보고, 바로양털깍기 쇼를 봤다. 우리 말고도 단체 관광팀이 많았다. 우리보다 훨씬 규모가 큰 팀들이었다. 덕분에 가이드들이 나서서 다 자국어로 통역을 해줬다. 양들은 생각보다 한참 컸다. 정말 저 뿔에 받히면 목숨이 위태롭겠다. 관광객들 중, 우리나라 아저씨와 일본인 아저씨가 직접 체험 코너에 나가서 목동들과 호흡을 잘 맞춰, 나머지 관광객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쇼가 끝난 후, 직접 앞에 나가서 양들을 만져봤는데, 양털의 북실북실함이 대단했다. 겉으로는 지저분해 보이던 양들이지만, 털 속으로 손을 넣어보니 북실북실한 우윳빛털이 아주 두텁게 나 있었다. 감격~. 양털 깎기 쇼 다음에는 양몰이 시범. 목동들의 생활과 채찍 묘기 소개. 홍차 대용이라는 나뭇잎 차를 받아마시고 핫케익을 먹었다. 그 차가 꽤 맛좋아서 나중에 시내 편의점에서 한통 샀다. 그리고 야외식당에서 양고기 스테이크로 점심먹고, 코알라가 있는 미니 동물원에 갔는데, 코알라는 졸린 눈으로 잠만 자고 있어서 실망. 

오후에는 시월드에 갔다. 호주까지 와서 후룸라이드랑 롤러코스터를 타고 입체영화를 보다니. 그것보다는 시월드이니만큼, 돌고래 쇼랑 수상스키쇼가 멋졌다. 

저녁식사 후에는 가이드에게 부탁해서 잠시 시내를 둘러봤는데, 서핑 시즌이 아니라서 그런지, 거리는 한산했다.  호주는 양털 스웨터가 유명하다고 해서, 특산품 가게랑 스웨터 가게 몇군데 들러봤다. 그러나, 유명하다는 무늬(페이즐리 무늬 비슷한 거)는 젊은층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친목회에서 오신 분들은 저녁이면 쌀쌀하니까 그걸 사셨지만. 가이드북에 나온 예쁜 무늬 스웨터를 취급하는 가게는 역시나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다음날은 다시 새벽같이 호텔을 떠나 비행기로 시드니행. 전체적으로 골드코스트는 철지난 피서지라 기대에 못미치는 인상을 남겼다. 시드니에 기대를. 이 때는 비행기 안에서 뭘 했더라. 너무 아침이라 또 졸다가 시드니에 도착한 거 같다.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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