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도에 갔더라?? 시드니 올림픽이 열린 해니까, 2000년이었나보다. 휴가 전날까지 눈코뜰새 없이 일했으므로, 여행 계획 같은 거 세울 짬이 없었다. 그저 피서를 떠나고자 처음으로 여행사 풀패키지 여행을 경험. 5박 6일간 호주의 남서부 해안을 도는 여행. 시드니-브리스번-골드코스트-시드니로 도는 코스.

아시아나를 타고 갔는데, 사람들이 이래서 비싸더라도 국적기를 선호하는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안한 장거리 비행이었다. 승무원 중에 회사 선배의 동생이 있어서 특별히 잘해주기도 했다. 남반구는 시차가 없어서 또 좋았다. 아직 인천공항 오픈 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김포공항 국제선 제1터미널은 무지무지 붐볐다.  값이 좀 싸서, 꽤 유명한 도매급 여행사로 갔는데, 으갸...붐비는 공항에서 일행들은 늦게 도착해, 그 중 몇몇은 비자에 영문 이름이 잘못 나와서 다시 받아야해, 또 지방에서 온 부부 2쌍은 비행기 좌석이 웨이팅인 상태라 출발 못해,  다들 우왕좌왕 시끌벅적이었다.  제시간에 공항에 나가 일찌감치 준비를 마친 나와 친구에겐 강건너 불구경이긴 했지만. 

그런데, 하룻밤 비행기 안에서 자알 잔 후, 시드니 항구의 푸른 바닷물을 스치듯이 도착한 시드니 공항에서 나와 친구도 강 건너편 불 속에 던져졌다. 글쎄, 시드니 공항에 마중나오기로 된 가이드가 안나와있는 것이다. 남반구는 그때 겨울이라, 쌀쌀한 새벽 공항에는 모피 코트를 걸친 마중객도 많았고, 피켓을 든 가이드들도 무지 많아지만, 우리 팀을 마중나온 가이드는 없었던 거다, 글쎄. 기다려도 기다려도 가이드는 안오고, 다른 한국 여행사 가이드에게 물어서 연락을 취했는데 전화도 안받고. 새벽이라 여행사엔 연락 안되고. 다행히도 브리스번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은 우리가 가지고 있었기에 결국 우리끼리 국내선 환승 터미널로 달려 브리스번행 콴타스 항공을 탔다. 새벽이라 비행기는 거의 비어 있었다. 근데, 모닝롤이라도 줄 줄 알았는데, 겨우 쿠키 2개랑 음료수 준다. 게다가 승무원들이 비행기가 떠나가라 웃고 떠들고 난리났다. 그거 먹은 시간 외에는 내내 조느라, 창가 좌석으로 이동해 호주대륙을 내려다 보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한이다.

브리스번에 도착하니, 다행히 관광회사 차가 대기. 살았다. 먼저 베트남 식당에 가서 소위 '월남쌈'으로 점심을 먹었다. 같은 팀에는 경상도에서 온 부부동반 친목회원 한팀, 그리고 전라도에서 온 의사 가족(엄마, 아빠는 참 좋으신 분들인데 애들이 극성), 젊은 부부 한쌍, 그리고 나와 친구였다. 미니 버스 한대로 다니니 좋았다.

브리스번은 조경이  아주 잘된 도시라고 한다. 도시 한가운데를 강이 흐르고, 시내에는 고층건물이 즐비하지만, 시내만 벗어나면 도시 전체가 정원이라 불릴만한 경치였다. 근데, 카메라 체크를 안하고 가서, 카메라가 맛이 간 걸 현지에서야 알았다. 아뿔싸! 결국 여행 내내 일회용 카메라 사느라, 좋은 풍광을 몇군데 놓쳤다. 아깝다. 내 다시는 이런 실수 하지 않으리.

브리스번을 시내와 전망대, 식물원 등을 한바퀴 돌고 버스는 남쪽으로. 첫날의 숙박지는 골드코스트. 도중에 은퇴한 부유층들이 산다는 잘꾸며진 리조트를 들러봤다. 그런데 아름답긴 하지만 단조로운 풍경때문인지, 버스에 타기만 하면 다들 꾸벅꾸벅 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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