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구 공원 입구에 관광버스들이 가득. 연휴를 맞아 교외로 당일치기 관광을 떠나는 상해시민들로 가득했다. 원래 기차를 타고 가고 싶었지만, 안 그래도 힘든 기차 예약이 연휴라 불가능했다.

상해 시내를 구경하면서 소주로 가는 고속도로로 진입. 대학원때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중국은 아직 도시권, 통근권, 교외 베드타운이란 게 없다는 하셨던 게 실감났다. 여기저기 낡은 건물을 부수고 고층 건물을 짓는 대도시 상해에 비해, 상해만 딱 벗어다니 그냥 너른 시골이었다. 

처음엔 이름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무지큰 천수 관음상이 있는 무지무지 건물이 큰 절에 들렀다. 중국은 모든 게 다 크다더니만 정말이다. 그 절 안에서 사먹은 커다란 야채만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졸정원. 여기도 사람이 너무 많아 거의 줄서서 밀려 다니긴 했다. 거의 수학여행 기분. 여름에 연꽃피고 비올때 오면 좋다는데. 정말 중국 무협 영화 세계 그대로였다. 당장이라도 저 나무 위로, 저 지붕 위로 무예 고수들이 휙휙 날아다닐 거 같고, 저 정자에선 두건을 쓴 학자가 긴 수염을 쓰다음으며 찻잔을 앞에 두고 경치 감상 중일 거 같고, 저 연못 위 다리에선 시녀들 대동한 꽃단장한 아씨가 부채로 살짝 얼굴을 가리며 미소짓고 있을 거 같고. 근데, 자연미를 강조한 우리나라 전통정원이나, 좁지만 자연을 끌어들인 일본의 정원에 비해서, 뭐가 이렇게 인공적인 게 많다냐. 정신없었다.

점심은 가이드가 안내하는 식당으로 따라기기로 결정. 여기서도 커다란 둥근 테이블에 한상 차려준다. 우리 일행은 가족끼리 온 일행과 같이 앉았다. 첸이 우리가 한국에서 왔고, 나랑은 일본에서 같이 유학한 동창이고 중국말은 [니하오, 셰셰] 정도 밖에 몰라요..하고 얘기를 하자 아주머니가 배를 잡고 웃는다. 그렇게 웃을 거 까지야... 여기서 처음으로 문이 안 달린 화장실을 봤다. 그런데, 역시 대도시 상해에서 온 관광객들. 화장실 문 밖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 들어갔고 화장실도 깨끗했다.

호구. 말그대로 호랑이 모양 언덕. 버스에서 내려서 유람선이 떠 있는 개천을 건너 높은 돌계단을 올라갔다. 유람선을 타고 싶었지만, 단체 여행이라... 돌계단 양 옆에 글씨가 조각된 바위가 줄줄이 놓여있다.  뭔가 다 의미가 있나본데 패스! 가파른 낭떠러지가 갑자기 나타난다. 여기가 어딘가 했더니, 오월동주, 와신상담 등 고사성어를 낳게 한 오나라와 월나라의 격전지였단다. 그랬군, 끄덕끄덕. 서로 칼이나 창들고 싸우다 이 절벽을 밀리면 끝이겠네. 그 유명한 사탑도 구경하고 기념사진도 찍고. 근데, 그 많은 관광객들이 다 사탑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해서 사진찍기 힘들었다. 내려오는 길에는 중국 전통 창법으로 민속의상까지 입은 가수가 노래를 하고 있었다. 분위기 좋아서 한동안 발길을 돌리기 힘들었다.

한산사. 여기는 그래도 우리나라나 중국 절과 비슷한 데가 많았다. 일본과 인연이 있는 절이라 일본 관광객들이 꼭 들리는 데라나. 여기 주차장에서 아기 머리만한 귤을 팔고 있었다.

소주 관광 코스에는, 2군데 쇼핑이 포함되어 있었다. 실크와 다기 상점. 먼저 실크로 만든 옷을 입은 모델들이 패션쇼 하는 걸 잠깐 본 다음, 넓은 실크 매장으로. 싼 것도 많은데, 싼 건 역시 마무리가 조금 부실. 엄마 선물로 염색이 고운 스카프를 한장 샀다. 문제는 다기 상점. 다기 세트를 대할인판매해서, 많은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다기 세트를 싸게 구입하는데, 매장을 한바퀴 돌며 구경하던 나는 통통한 금붕어가 뚜껑에 달린 연꽃 모양의 쬐그만 자사호에 눈이 박힌 것! 역시나 눈이 보배라고...밑면의 가격표를 보니 다기 세트의 몇배 정도는 하는 가격이었다. 엉엉... 그러나, 그동안 별로 산 것도 없고, 이것도 한국가면 가격 몇배로 뛸 거고, 게다가 너무 맘에 드는 귀엽고 특이한 디자인이라 결국 작은 찻잔2개를 껴주고 조금 할인해 주는 걸로 낙찰봐서 구입했다. 지금도 안방 장식장에 있다. 어울리는 작은 다반을 구입해서 직접 차를 우려 마셔볼까한다.

소주를 떠나기전에, 관광버스에 탄 사람들이 소주 명물이라는 발효 두부와 사탕, 과자를 사겠다고 가이드 언니에게 부탁해서 대형 수퍼에 들렀다. 무슨 과자와 사탕을 그렇게 쌓아놓고 파는지. 덕용 봉투에 든 것도 팔지만, 대부분 원하는 만큼 봉지에 담아서 그램당 얼마하는 식으로 계산한다. 상해 시내에서도 초대형 과자/사탕 가게를 많이 봤지만, 이 동네 사람들 정말 군것질을 좋아하는 모양. 수입품에서부터 중국원산품까지 가지각색의 군것질거리들이 커다란 가게 전체에 그득그득했다. 갑자기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나왔던 '이해의 선물'이 생각나는 풍경. 첸도 이것저것 한 봉지 사고, 친구도 어머니 드린다고 캔디와 초컬릿류를 골랐다.

현대의 소주는 지금 공업단지로도 유명하다. 전에 근무하던 m사도 여기에 공장을 가지고 있어 친근한 존재. m사 타도를 외치는 S사도 여기에 공장 짓지 않았나. 오는 길에 소주 기차역과 공업단지를 거쳐왔다. 널찍한 들에 자리잡은 널찍한 공장들.

지친 우리들은 홍구 공원 근처의 맛있다는 국수전문점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자그마하면서도 깔끔한 국수집이었다. 근데 무슨 메뉴판이 이렇게 복잡하냐. 국물 종류, 국수 종류, 고명 종류를 골라서 주문하게 되어 있었다. 첸이 있어서 우린 중국에서 정말 맛나고 좋은 거 리즈너블한 가격으로 잘 먹었다. 각자 국수와 물만두를 시켰는데. 정말 일품이었다.  

저녁을 먹고 좀더 밤거리를 구경할까 하다가 지쳐서 다시 호텔근처로 돌아왔다. 근처 번화가인 우각장의 한 제과점에서 폐점시간이 가까와지자 빵을 세일하길래 다음날 아침 대용으로 먹을 빵과 음료수를 사서 호텔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