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만 장미 봉우리를 그대로 말린 꽃차. 2월 타이페이에 갔을 때, 스린 야시장에 있는 각종 천연허브티를 그램으로 달아파는 가게에서 사온 것이다. 그밖에도 라벤더차, 블루베리차, 보이차 등등 몇종류를 사와서 뿌듯해하는 중. 타에페이에선 내친 김에 사범대 앞 야시장에 있는 자취학생들이 잘 가는 싼 잡화점에서 싸고도 귀여운 찻주전자와 찻잔을 3세트 사왔다. 그동안 모은 티 세트를 전시할 유리달린 장식장을 사고 싶은 요즘! 찻잔 세트 사진은 차차 올리기로하고, 우선은 장미차.
요전날, 작년에 가르친 학생이 우울증 증세를 호소하며 찾아왔을 때, 허브차 봉지를 내놓고 고르게 했더니 장미차를 골랐다. 향기가 가장 좋다나. 강화유리 포트에 장미 봉우리를 5개쯤 넣고 차를 우렸다. 장미색으로 우러나지는 않지만, 방안 가득히 퍼지는 향기와 은근한 차맛이 사람을 안정시켜 준다. 작은 중국 찻잔으로 몇잔씩 홀짝거리며 마셔도 부담되지 않다. 커피나 녹차나 홍차는 이렇게 마실 수 없지 않는가. 다 마시면 또 차를 사러 타이페이에 날아가고 싶다.
타이페이에선 물이 귀한지 홍콩에서나 상해에서처럼 식당마다 중국차 서비스가 없어서 참 아쉬웠지만(그런데 편의점이나 테이크아웃전문점에서 파는 음료수 양은 왜이리 많은지!) , 상해나 홍콩처럼 [뭔가 대단한 도시!]라는 느낌보다 그냥 보통 사람들 사는 분위기가 좋았다. 정통 중국찻집은 무지무지 비싸서, 구경하다 젤루싼 찻잔 받침 몇개 샀을 뿐이지만, 인파로 넘치는 학생가의 잡화점과 야시장에서의 물건 고르기는 참 재미있고 시간가는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