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공부법
지쓰카와 마유 외 지음, 송태욱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5월
품절


에베 선생님 자신은 결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데 왜 교사가 되었을까, 하는 것이 인터뷰를 하기 전에는 가장 궁금했는데, 에베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중에 간단히 답이 나왔다.
에베 선생님은 학교에서 언제나 '선생님'이다. 학생의 어머니가 되는 일도, 친구가 되는 일도 없다. 어떤 학생과 마주하더라도 그녀는 교육자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는다.

그렇다면 일본애서 선생님의 역할은 뭘까?
일본의 학교 교육은 '가르치기'보다 '키우기'를 훨씬 더 중시하는 것 같다.
일본에서 학교의 역할은 학문을 가르치는 것이 다가 아니다. 학생은 선생님에게 때로는 부모의 역할을 바라고, 또 때로는 친구처럼 대해주기를 바란다. 학부모조차 그런 것을 요구할 때가 있다. 아이의 생활을 바로잡거나 장래를 위해 교양을 가르치는 것을, 학교라는 작고 좁은 곳에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일본 학교 교육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얼핏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고마운 일일 수는 있다.-331쪽

에베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내 생각은 조금씩 바뀌었다. 역시 선생님은 항상 '선생님'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선생님으로서도 직업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길이다. 성적이 우수하고 가르치는 것을 좋아해서 선생님이 되었다고 해도 일본처럼 학생의 생활까지 모두 지도해야 한다면 교사라는 직업을 싫어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선생님'이라는 본분에 충실하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교수법을 나날이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한 학생들의 시각도 바꿀 수 있다. 일본에서는 아무리 공부를 잘 가르쳐도 다른 면에서 제대로 하지 못하면, 학생도 부모도 '선생님'으로서 절반밖에 평가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가르치는 일에 철저한 '선생님'이 되면 학생은 자연스럽게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332쪽

에베 선생님은 수업중에 장난을 치거나 떠드는 학생이 있으면 아무 말없이 문을 열고는 "자, 나가세요"하며 밖으로 내보낸다. 나중에 그 학생을 불러 화를 내는 일도, 다른 학생 앞에서 그 학생의 흉을 보는 일도 없다. 그런 행동은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에서는 필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335쪽

"그렇게 숙제를 많이 내면 다들 해오나요?"라는 엄마의 물음에 선생님은 "글쎄요, 대부분의 학생들은 해와요. 숙제를 하지 않는 학생은 뭘 시켜도 하지 않으니까, 유급되거든요"라고 딱 잘라 대답했다.-3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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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9-11-25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게 핀란드 학력 우수의 비결이구나...

깐따삐야 2009-11-25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베 선생님을 닮고 싶네요. 감정의 군더더기 없이 명확하고 깔끔한. 그런 태도가 결국엔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텐데 말이죠.

BRINY 2009-11-26 09:10   좋아요 0 | URL
이 책 보고 그렇구나!하는 깨달음이 들더라구요. 학생과 교사가 서로 감정적 소모도 없고, 학문에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럽더라구요. 그렇다고 핀란드 학생들 인성이 부족하냐하면 그것도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