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ppu는 뱅쿠버 영어학교에서 사귄 Moko가 사는 곳이다. Moko는 나이도 많지만, 오랫동안 여행사에서 일한 경험으로 캐나다에서 내 '언니'같은 존재였다. 뱅쿠버에서의 마지막 한달은 학교도 그만두고 개인교습만 받으며 혼자 아파트를 빌려 살았는데, Moko덕분에 충실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Moko 그리고 일본 오사카에서 온  Shinji, 독일 뮌스터에서 온 유쾌한 Peter, 멕시코에서 온 내성적인 Oswaldo와 시내와 빅토리아 섬을 쏘다니거나, 내 아파트에 모여 소란을 피우거나하며 지냈다. 그리고 Moko의 도움으로 록키산맨과 앨버타주로 여행을 준비할 수 있었다. 

내가 귀국한 후에도 1년정도 더 캐나다에 체류하던 Moko는 Ritsumeikan Asia Pacific University 직원이 되었다. 그런 Moko에게 무작정 놀러간 것은 2002년 구정연휴. 벱푸는 유학생 시절 큐슈 일주 열차 여행을 할 때 한나절 들러서 지옥온천순례를 한 적이 있으므로, 이번에는 벱푸 시내보다 벱푸 주변을 둘러보는 곳이 목적. 처음에 계획했던 야나가와 운하를 나룻배 타고 내려가는 체험이 운하 대청소로 실행불가능하게 되어 아쉬웠지만, 그밖에도 새로운 장소를 볼 수 있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큐슈는 남쪽이니 따뜻할거야~~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구정 연휴다보니 비행기표 잡는 게 장난이 아니었다. 회사 단골 여행사에 부탁해서 겨우겨우 연휴 첫날에 후쿠오카로 향하는 마지막 비행기의 비지니스석을 잡을 수 있었다. 후쿠오카행이었기 때문에 다행히 요금이 안비싸서 다행. 비행기 타는 시간은 짧지만, 어쨋건 대형 점보기 비지니스 좌석의 서비스는 다 맛볼 수 있었다. 탑승도 먼저하지, 탑승구에서 계단을 통해 올라가는 비지니스 클라스 전용석에, 코트도 받아서 옷걸이에 걸어주지, 슬리퍼도 주지, 좌석은 푹 파묻힐 정도로 넓지, 게다가 호화판 기내식!!!! 먹는 시간이 짧아서 아쉽게도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후쿠오카 공항에 내리니 늦은 시간임에도 구정연휴를 맞은 우리나라와 대만 관광객으로 바글바글. 입국심사관이 누구 집에 가냔다. 모코와의 관계를 설명하기 귀찮아서 학교 친구요했더니, 심사관이 알아서 나의 옜날 유학 비자를 발견하고는 아, 히로시마 유학 시절 친구가 지금은 벱푸에 사나보네, 구정 연휴라 친구네 놀러가느냐고 한다. 그렇다고 대답하고선 통과. 일본의 지방 국제 공항 입국 심사관 "아저씨"들은  꽤나 질문이 많다.

짐을 찾아 나가니, 모코가 바로 기다리고 있다. 나의 기억속의 모코는 늘 애교머리를 내리고 뒷머리를 시니용으로 올린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커트머리. 나를 보자마자 [정말로 다시 만났네]하며 울음부터 터트린다. 덩달아 나까지 눈가가 시큰해진다. 할 얘기는 많았지만, 벱푸까지 가는 리무진 버스 시간이 우리를 재촉한다. 지도로 보면 벱푸와 후쿠오카는 꽤 먼 거리지만, 버스는 칠흑같은 어둠이 깔린 고속도로를 달려 한밤중에 우리를 벱푸 시내에 내려주었다. 고가도로를 내려 벱푸 시내로 들어서니, 온천가 특유의 유황 냄새와 여기저기서 뿜어져나오는 하얀 연기! 버스 정류장에서 다시 모코의 차로 옮겨 타고 모코 어머니가 기다리시는 교외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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