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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베트남 전쟁 - 미국은 어떻게 베트남에서 패배했는가
조너선 닐 지음, 정병선 옮김 / 책갈피 / 2004년 5월
평점 :
아시아에서의 격전장이 한국과 월남이었다는 사실은 냉전의 성격과 더불어 미국의 아시아-세계 전략에 대한 본질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중국과의 전면전을 피하며 그 근접 지대에서 막강한 화력과 각종 신무기와 다양한 전술을 장기간에 걸쳐 가동해 본 것 (중국고립이라는 전략상의 큰 줄거리는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에서도 확인된다). 또한 중국 지도부의 안보 공포를 유발시켜 (모택동 개인의 불안은 특히 유명하다) 소모적인 서부 방어선 구축에 나서도록 유도했고, 대만과 한국, 일본 등이 그참에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촘스키의 지적대로 월남전은 5,60년대 거세기 불기 시작한 3세계 민족주의 열풍과 특히 아시아에서의 반미친중적 민족주의 정권들의 등장을 가장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쇼케이스였고, 그런 맥락에서 무제한적인 제한전쟁이라는 월남전의 특수성이 발생하게 된다. 무엇보다 보여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인 전쟁. 십수년 먼저 전쟁을 치른 한국-인으로선 공감이 될 수도, 안도가 들 수도,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편 군대로 출병한 것에 죄책감이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모두 해당 안 될 수도 있다).
월남은 승자의 타이틀을 얻었지만, 고엽제와 네이팜탄 세례는 그런 승리가 아주 값비싼 것이란, 심지언 결코 시도해선 안 될 나쁜 선택이란 교훈을 다른 나라와 민족들에게 남겼다. 월남인들 역시 승리를 논하기 이전에 너무나 많은 고통을 당했고, 전쟁에서의 승리로 그 고통을 쉽게 치유할 수 없었던 과거와 현실을 이후의 문학 등이 잘 보여 주고 있다 - 이 대목은 사실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라는 서술체로 써야 한다, 아직까지 직접 읽어 본 것이 없기에. 암튼 월남전의 참혹함이 월남전의 성격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키워드라 이해하곤 있었으나, 월남전의 자세한 내용을 알고 있지 못한 이에게 지적 균형을 맞춰줄만한 책이다. 월남 케이스를 저항적 민족주의의 전범으로 파악하고 있는 듯한 SWP 당원인 저자의 시각도 흥미롭다, 북한 문제의 해법에 대해 묻는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