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어려운 학생들은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을 때가 많습니다. 전체가 보여지지 않고 파편적인 부분들만이 자꾸 등장하는 것 같고, 그것 하나 하나를 상세히 암기한 뒤 문제를 많이 풀어야 하는 것처럼 느끼죠. 대다수 참고서들의 개념 설명 역시 '왜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가' 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러이러한 공식이 있다' 는 소개에 가깝습니다. '설명' 과 '소개' 는 엄연히 다릅니다. 많은 수학 참고서들이 불성실한 개념-공식 소개 뒤에 문제를 주욱 늘어놓고서 학생들에게 알아서 해보라는 식이죠. 문제를 푼다는 것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입시 수학을 위해선 어느 정도 연습을 해야 할 필요도 분명 있죠. 문제는, 기본적인 약속 체계 위에서 논리성을 지키며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는 수학의 추상적인 본질을 제대로 알지 못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수학 공부가 고통스러워지는거죠. 원래 사람이란 오래 전부터 '고민을 통한 이해' 를 하게 되어 있는 존재이고, 수학 역시 인간이 세계를 나름의 방식으로 설명하고자 만들어낸 일종의 생각입니다. 즉 보통의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머리로 고민한 끝에, 다른 사람이 만들어낸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는거죠. 모든 수학이 그냥 생각만 열심히 하면 그 내용을 따라잡을 수 있는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고교 과정의 수학에선 특별한 이해력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냥 시간을 좀 들여서 자신의 머리로 고민하면 될 것을, 그 과정을 생략하고 답 찾는 연습만 열심히 하고 있으니 오랫동안 이어져온 인간으로서의 학습 본능이 그걸 거부하는거죠. 인간은 문제상황에 처하게 되면 그 필연성이 충분히 납득될 때까지 논리적인 판단과 사고를 하게 되어 있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이해를 동반하지 않은 문제풀이를 스스로에게 강요할 때, 하는 것도 힘들고 효과도 제대로 나지 않는거죠. 자신의 수학 공부가 개념들의 필연성과 서로간의 연관성과 전체적인 논리성에 대한 고민을 얼마만큼 하고 있는지 반성해 봐야 합니다. 왜 그런 것인가, 다르게 접근할 순 없는가, 기본적인 전제에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간 것인가.. 개념을 고민해 볼 때도, 문제를 풀 때도 집요하게 의문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그래서 어느 순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구나' 라고 느껴진다면 공부가 제대로 되고 있는 겁니다. 그렇게 이해한 것들이 오랫동안 머릿 속에 남아 있을거구요. 물론 의문은 계속해서 가져야 합니다, 그 의문은 자신의 생각으로 해결해야 하구요.

 

    

 

 

 

수10 과정을 위해선  이 책 두권을 추천합니다. 이해가 될 때까지 차근차근 읽어보세요. 수학 10은 중학교 수학 3년의 반복이자 이미 수천년, 수백년 전에 정리된 약속들이 대부분입니다. 미적분과 확통 편도 있음.

 

 

 

 

 

일본 수학교육협의회에서 낸 책입니다. 기본적인 기하와 대수, 확률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자신의 기초에 대하여 아무래도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면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권유합니다. 고등학생이 중학교 수학 정도의 기초를 정리하고 싶다면,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단 기본적인 약속 체계와 정의들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책의 내용이 이해된 뒤에도 본인의 수학 기초가 계속 의심스럽다면 중학 3년간의 수학 교과서를 모두 구하여 소설책 읽는다 생각하고 찬찬히 읽어 보길 바랍니다. 아마 주말을 투자하면 다 읽을 수 있을걸요.    

 

 

 

 

 

이 책의 설명도 다른 책들보단 상세합니다. 문제가 좀 어렵기도 하고 분량도 많은데, 일단 문제풀이 대신 뭐라고 써놨는지를 음미해 보세요. 수학10만 네권이나 되고 책값도 좀 비싼데, 헌책방을 이용하거나 서점에서 구경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역시 수1,2 미적 편까지 있습니다.

 

수학I을 예습해 보고 싶다면 이 책도 추천합니다. 1대1 과외를 글로 옮겨놓은 듯한 책이죠.  이 책도 수 2와 미적이 있습니다.  

 

 

 

 

 

이 책은 절판되었는데, 헌책방이나 헌책 싸이트에서 구할 수 있을 겁니다. 기존의 사고 방식을 바꾸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입니다. 논리성이 무엇인지를 느껴보는 계기가 되길 빕니다.

 

 

 

 

 

위 책의 저자가 일종의 확장판으로 내놓은 책입니다. 교과 과정의 설명에 수학사를 결합하려는 시도가 장점인 책이죠. 비싸긴 한데 구입할만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언어의 체계와 수학의 체계, 그리고 둘 사이의 유사성을 말하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도 일독을 권유합니다. 유난히 수학을 어려워하는 성향이라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논리적 사고에 관한 책들입니다. 서점에서 구경하다 보면 어느 책이 취향에 맞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역시 논리적 사고에 대하여 고민해 볼 수 있는 책들입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여러 과목들은 세부 내용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있습니다. 대부분 논리에 관한 것들이죠. 수학만큼이나 역사가 길고 결국 같은 뿌리에서 갈라져 나왔다 할 수 있는 철학의 논리성은 수학 공부에도 도움이 됩니다. 역시 서점에서 구경해 보길 권유합니다.

 

 

 

 

 

수학사를 읽는 것은 분명 수학 공부에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수학사를 모르고 수학 공부를 하는 것은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개념들이 발생했던 당대의 맥락과 역사적인 의미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수학 교육 때문에, 서두에서 말한 문제점들이 생겨 납니다. 박영훈씨의 저작과 역서를 꼭 읽어 볼 것을 추천합니다. 

 

 

 

 

 

최근에 나온 이 책 역시 추천합니다. 다른 책들처럼 수학사 전반을 시대순으로 소개하고 있으나, 후반부에서 몇가지 주제를 보충해 놓은 점이 눈에 띕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구어체이기도 합니다.

 

 

 

 

 

과학사가 대개 그렇지만, 수학사도 좀 분량이 많습니다. 조금 덜한 것 중에 괜찮은 걸 골라 봤습니다. 이외에도 경문사에서 나온 다른 수학 교양서 중엔 좋은 책이 많습니다. 도서관이나 책방에서 찬찬히 구경해 보세요.

 

 

 

 

 

그리고 수학 교과서를 추천합니다. 아무 출판사나 상관 없습니다, 가지고 있는 교과서면 됩니다. 역시 주요하게 봐야 할 부분은 개념을 어떻게 설명해놓고 있는가 입니다. 그리고 평소엔 그냥 지나쳤을 학습 목표도 곰곰히 음미해 보세요, 특히 문제로 연습할 땐 늘 염두에 둬야 합니다.  

 

* 문제집을 특별히 추천하진 않았습니다. 공부하는 방법이 달라진다면 참고서나 문제집은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하게 봐야 할 책은 교과서고, 바꾸려 노력해야 할 부분 역시 자신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소개한 책들을 다 봐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책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죠. 단지 변화의 계기가 되거나 자극이 될 뿐 입니다. 여러 주장과 설명들을 접하며 사고를 넓혀보기 바랍니다.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는 요즘엔, 교양적인 독서를 충분히 학교 공부에 결합할 수 있습니다. 좋은 결과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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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퇴전문 2006-07-05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말씀을. 좋은 리뷰나 페이퍼 기대하겠습니다.

whiterabbit91 2006-09-05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녀석과 함께 잘 읽어봤습니다. 전 좀 마음을 비우고 아들은 마음을 다잡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중퇴전문 2006-11-12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즐거운 공부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책벌레』 2008-09-23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쓰시네요. 도움 많이되었어요

중퇴전문 2008-09-30 15:0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문댕 2010-02-21 0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수학 선생님이신가요? 제가 알고 있는 어떤 분과 어투가 많이 유사해서요.
흠.. 왜 확신이 드는건지.. 흠..
무튼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둘러보니 선생님 맞으시네요. 본의 아니게 사적인 질문을 해서 죄송합니다.
별 의도는 없었구요. 그분이 평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라 저도
모르게 그만.. 실례가 되엇다면 죄송합니다.

문댕 2010-02-21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성함이.. 강필.. 선생님 인가요?
혹 제 질문이 언짢으시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달리 드릴 말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꾸벅.

중퇴전문 2010-05-06 01:46   좋아요 0 | URL
강필 선생님 아닙니다.;; 언짢을건 당연히 없구요.^^
문댕님도 가끔 들르셔서 공부나 수학이나 다른 어떤 주제든 괜찮으니, 좋은 글 남겨주세요~~

nowlife 2011-01-13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학관련 책을 찾다 많은 도움을 받고 갑니다. 수학공부의 방향에 대하여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아이와 함께 잡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올려주신 글 담아갑니다.

중퇴전문 2011-01-19 15:33   좋아요 0 | URL
즐거운 공부가 되길 기원합니다. 좋은 책이나 정보가 있으시면 가끔 들러주세요.^^

2017-09-11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중퇴전문 2017-10-31 11:08   좋아요 0 | URL
메일 드렸습니다.

chaosmos77 2018-02-18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들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중학생이 되는 아이가 읽으면 좋을 수학책을 소개받을 수 있을까요?
혼자서 공부하는 아이라 좋은 책은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학에 흥미를 가지게 하는 책들을 많이 보았으면 해요.
꼭 교과 진도가 아니어도 아이가 흥미가진 부분을 공부하면서 확장해나가려고 합니다.


중퇴전문 2018-06-18 05:0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답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위에 소개한 책들 중에서 ‘청소년을 위한 수학사‘ 같으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큰 오프라인 책방에 데려 가서 다른 책들도 한번 흝어보고 마음에 드는 책을 직접 고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그러니까 한국의 지방의회 의원들은 꾸준히 정책연수를 가장한 해외관광을 간다. 혼연일체라고나 할까, 정책 이해의 양성적 평등을 위하여 부인 대동도 불사하는 경우가 있다. 가끔씩 언론에 보도되어 세간의 저주와 비난이 메아리 쳐도, 엔간해선 중지되지 않는다. 만인의 지탄 대상이 되어도 깡 하나로 밀어붙여서 다들 조용히 잊어주기를 or 있어주기를 바라는 비슷한 사례가 인구 수만의 구와 군마다 가지고 있는 거액의 의사당 되겠다. 그나마 해당 지역의 건설 경기엔 기여한 공로가 있다고 해야 할까. 급속성장 시대에 지어진 구제 시청사와 거품시대에 지어진 짝퉁-여의도 지방의회 의사당의 기묘한 대비란, 한국의 민주주의란 것에 대하여 모종의 흥취를 불러 일으킨다.

봄철에 선거랍시고 각지의 영웅호걸들이 개떼 같이 일어선걸 보니, 확실히 유인의 측면에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가장 회피되어야 할 인물이 아마도 당선될 것이다. 여의도의 정치 메이저리그는 그나마 감시와 견제라도 어느 정도 받지만, 지역의 더블 에이는 다수의 영주가 함께 다스리는 중세의 장원과도 같으니. 이제 유급제와 보좌관제를 포함하여 더욱 때깔 나는 자리로 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터, 예전처럼 '돈은 많은데 감투가 좀 아쉬운 노친네들의 전유물' 도 아닌 것이다. 지망생들은 오늘도 넘쳐난다.

간만에 겪는 선거를 앞두고, 시민으로서의 처신을 생각해 본다. 지방의회 무용론-시기상조론-해체론을 주장해온 평소의 신념에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세금이 저런 식으로 쓰이는 것을 추인하는데 동참할 수 없다. 개인적으론 투표율이 왕창 낮아져서 선출의 (더 나아가선 존재 자체의) 정당성이 심각하게 문제시되길 기대한다.     

지방의회의 경제학 II : 구설은 잠시이고, 바뀌는 것은 없다. 당신은 체념과 순응과 무관심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다른 종의 대빵들도 경쟁자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하거나 집단에서 추방한다. 그러한 개체 손실이 집단 전체의 생존 능력을 약화시킬 우려도 있지만, 무엇보다 권력 유지가 우선이고 세 과시가 중요한 법이다. 욕 먹을 걸 알면서 대체 왜 하는걸까 싶은 정치인들의 각종 행위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욕 먹고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의 과시는 개인의 주관적인 희망 혹은 계산만으론 불가능하고, 무엇보다 그러한 자신감을 가능케 하는 현실적 토대가 존재해야 한다. 실제로 버텨낼 수 있고 영향을 받지 않으니까, 단지 그런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따름이다. 논란과 비난의 수준만큼 소위 끗발이 증명되는 역설은, 한국 정치사와 범죄사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가령 혈연과 지연 외의 횡적인 연결망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고령의 유권자들이 대부분이고, 1차 산업 위주인 인구 수만의 농촌에서 방귀 꽤나 뀐다는 지역의 의원들이 단체로 골프 좀 친다 한들, 감히 누가 문제 삼겠는가. 서울과 다른 큰 도시라고, 동물의 왕국인 것이 달라지진 않는다. 어차피 대의제는 선거를 누릴 수 있는 계층에 국한되어 있는 행위고, 그러한 선출조차 적대적 공존으로 연명하고 있는 양당 구도에 의해 하나마나한 싸움이 된지 오래다. A당 지지자들은 B당 총리의 골프(만)을 열심으로 상기시키고 B당 지지자들은 A당 의원들의 골프(만)을 부각하기에 바쁜 것처럼, 골프 사건의 윤리적 책임를 묻는 주체와 방향조차 이미 정치적으로 오염되고 독점되어 있는 형편이다. 어조만 조금 강경해지는 매체들은 분노 다음의 관심과 목표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철저히 침묵한다는 점에서, 정치인들과 한통속에 지나지 않는다. 재력과 인맥과 권력을 포함한 파워를 가지고 있고, 논란이 벌어져도 열성 지지자들이 알아서 대신 싸워주며, '행여나 시스템 자체를 바꿀 생각은 말고 그냥 화나 좀 내다가 체념하세요, 정치가 원래 그렇잖아요' 라는 식으로 유도해주는 친절한 언론이 있으니, 지진과 태풍과 열차 탈선과 비행기 추락와 여객선 침몰이 한꺼번에 닥친다 해도, 골프와 룸살롱과 도박을 주야장천으로 즐겨볼만 하지 않은가. 결론은 이렇다. 할 만 했고, 그래서 한 것이다. 이제 결론을 질문으로 바꿔서 남겨본다. 신체 단련과 음주가무에 특히 적성을 보이는 자들에게, 사회적 비용을 소모해가며 지자체 의원 간판을 달아주는 행위을 유권자 입장에서 생각해 볼 것. 한국 사회에게 지방자치는 할 만한 것이며, 해도 되는 것이며, 해서 과연 어떤 이익이 있는 것인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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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장승수 지음 / 김영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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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략된 단어가 하나 있다. '입시'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내용을 간략히 살펴 보자. 

친구들 군대 갈 나이에 입시 공부를 시작했으니 동기 부여는 충분했다.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부터 학원과 학원으로 끌려 다닌 아이들과는 마음가짐부터 많이 달랐다고 할 수 있다.

고딩 때 좀 놀았던 탓에 모든 과목에서 기초가 부족했다. 그러나 학교는 이미 졸업했고, 학원 다닐 돈도 없었다. 무언가를 놓고서 스스로와 장시간 대화하기엔 최적의 환경이라고 할만하다. 예를 들어 글쓴이는 수학을 공부하다가 사상누각의 한계를 깨닫고 중학교 교과서부터 구하여 찬찬히 읽었다고 한다.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수학의 기본적인 약속 체계와 논리성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서 스스로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이해했다 (이해가 안 된다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 반복한다). 이해한 것들을 문제를 가지고 고민해 보았다. 덮어놓고 답으로 가는 길을 찾으려 하기보단, 내가 알고 있는 수학의 논리성과 개념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것저것 관련지어 보려 시도했다. 그것을 몇 년간 했다. 입시 수학은 묻는 바가 거의 정해져 있고 문제마저 대부분 객관식이니, 그정도 훈련이면 고득점이 나오는 것이 정상이었다.

다른 과목의 경우도 대동소이하다. 국어-언어는 작품을 많이 접하고, 영어-외국어 역시 글을 많이 읽으려 노력했다. 그걸 몇년간 했다. 시간 나는대로 읽고 또 읽었다. 수업은 따로 듣지 않았고, 유명한 참고서 찾아 다니지도 않았다. 아마 사실일 것이다. 수업도, 참고서도 결국은 남의 생각이다. 남의 생각만 열심히 따라 다녔더라면, 아마 좋은 성적은 나왔어도 전국 수석이란 성적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빠르고 정확하게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여전히 변치 않는 입시의 핵심이라고 할 때 장승수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결국엔 읽고 생각해야 한다, 스스로, 가능한 많이.

그렇게 독학할 시간이 많았으니 그 성적이 나온 것 아니냐는 반론은 오해일 것이다. 합격한 해의 점수는 준비를 시작한 두번째 해에 이미 비슷하게 나왔고 (좋지 못한 내신 성적이 줄곧 발목을 잡았다), 학원은 커녕 입시 준비에 전념하지도 못한채 공사판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해야 했던 이후에도 줄곧 유지되었다. 천재일까? 내가 보기엔 아니다. 그는 고등학교를 벗어나서야 오히려 배우는 것에 재미를 느낀, 모순적인 행운 정도가 있을 뿐이다.   

적어도 '입시' 공부에 국한해서 말하자면, 이 책은 거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가 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했던 것을, 누구나 고민 정도는 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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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가 하류로 전락한다 - 한 일본 지식인이 전하는 양극화의 미래
후지이 겐키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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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체제가 변화 중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은 늘 당대의 동물이라, 반세기 전에 어땠는지도 알지 못 한다. 생각해 보면 고용의 안정성이라는 것도 불과 최근 수십년 간 등장하는 개념. 유사 이래 수천년 동안 고용이 안정적이었던 것은 몇몇 시대의 몇몇 계층에 국한된다. 결국 개개인에게 먹고 사는 문제란 늘 위기였고, 20세기 복지국가 모델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선 일반이 아니라 특수한 형태였다.  

저자는 현상 자체에 대해선 가급적 가치 판단을 보류하려는 태도다 (그것 자체가 편향적일 가능성도 있지만). 바꾸려 하지 말고, 살 길을 찾으라는 메시지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저자의 배경은 내용의 이해에 참고할만하다. 가령 일본의 A급 학자들은 대학원 유학을 안 간지가 벌써 수십년을 넘어 선다. 안 가도 되게끔 선대들이 노력했고, 지금 일본에서도 '학문' 을 할 수 있으니까 굳이 갈 이유가 없다. 대학 순위 같은 건 사실 치졸한 장난이다. 출발점부터가 다른 구미, 특히 미국의 대학과 아시아의 대학을 직선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물고기에게 왜 날개가 없냐고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위다. 물고기에게 물 속에서 살아야 하는 물고기로서의 삶이 있는 것처럼, 일본의 (그리고 한국의) 대학에게도 각자의 현실에서 요구되는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나름의 목적이 있다. 특수성의 무조건적인 옹호가 아니다. 그러나 미국 유학파가 압도적이고 국내에서도 파워 계층 이라는 식으로 한국의 사례를 책에서 미화한 것을 보면, 저자의 사고 수준이 의심스러워진다. 

사실 이런 식의 주장은 한국에선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래도 간만에 소개된 일본 버젼이니 읽어볼만 하다. 비슷한 시기에 하류사회 논쟁의 불을 당긴 미우라 아츠시의 책도 조만간 번역되어 나오기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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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제2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스티브 마빈 지음 / 사회평론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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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를 설명한 많은 논문, 저작들이 있지만 근거의 측면에선 이 책을 발군으로 꼽는다. 과잉투자와 부실대출이 결정타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적자금이 과연 삼성자동차 같은 것까지 떠안아야 했는가 라는 문제처럼, 외환 위기 이후의 대책에 대해선 각자 다른 평가와 의견이 있을 것. 그러나 적어도 외환위기의 객관적인 인과 관계만큼은 왜곡하지 않아야 한다.

저자는 증권가에서 독설로 악명을 떨쳤던 인물이다. 관료들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로 유명했는데, 예고했던 2탄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신문에선 간간히 보이는데, 여전히 비관론을 굽히지 않고 있는 듯 하다. 근데 두번째 저서만큼이나, 그가 예고한 식의 위기 역시 아직 오지 않고 있다. 직업상 화끈함이 요구되는 증권 애널리스트의 기질을 조금 누그러 뜨리고, 차분하게 책을 쓰는게 어떨까 싶다. 저자가 예고한 본격적인 위기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저자가 경고한 문제들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80년 위기 상황의 섣부른 수습이 결국 97년의 대형 위기로 이어진 것처럼, 불황과 실업이 장기화되고 심화되어 가는 한국적 상황을 주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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