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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장승수 지음 / 김영사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생략된 단어가 하나 있다. '입시'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내용을 간략히 살펴 보자.
친구들 군대 갈 나이에 입시 공부를 시작했으니 동기 부여는 충분했다.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부터 학원과 학원으로 끌려 다닌 아이들과는 마음가짐부터 많이 달랐다고 할 수 있다.
고딩 때 좀 놀았던 탓에 모든 과목에서 기초가 부족했다. 그러나 학교는 이미 졸업했고, 학원 다닐 돈도 없었다. 무언가를 놓고서 스스로와 장시간 대화하기엔 최적의 환경이라고 할만하다. 예를 들어 글쓴이는 수학을 공부하다가 사상누각의 한계를 깨닫고 중학교 교과서부터 구하여 찬찬히 읽었다고 한다.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수학의 기본적인 약속 체계와 논리성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서 스스로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이해했다 (이해가 안 된다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 반복한다). 이해한 것들을 문제를 가지고 고민해 보았다. 덮어놓고 답으로 가는 길을 찾으려 하기보단, 내가 알고 있는 수학의 논리성과 개념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것저것 관련지어 보려 시도했다. 그것을 몇 년간 했다. 입시 수학은 묻는 바가 거의 정해져 있고 문제마저 대부분 객관식이니, 그정도 훈련이면 고득점이 나오는 것이 정상이었다.
다른 과목의 경우도 대동소이하다. 국어-언어는 작품을 많이 접하고, 영어-외국어 역시 글을 많이 읽으려 노력했다. 그걸 몇년간 했다. 시간 나는대로 읽고 또 읽었다. 수업은 따로 듣지 않았고, 유명한 참고서 찾아 다니지도 않았다. 아마 사실일 것이다. 수업도, 참고서도 결국은 남의 생각이다. 남의 생각만 열심히 따라 다녔더라면, 아마 좋은 성적은 나왔어도 전국 수석이란 성적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빠르고 정확하게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여전히 변치 않는 입시의 핵심이라고 할 때 장승수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결국엔 읽고 생각해야 한다, 스스로, 가능한 많이.
그렇게 독학할 시간이 많았으니 그 성적이 나온 것 아니냐는 반론은 오해일 것이다. 합격한 해의 점수는 준비를 시작한 두번째 해에 이미 비슷하게 나왔고 (좋지 못한 내신 성적이 줄곧 발목을 잡았다), 학원은 커녕 입시 준비에 전념하지도 못한채 공사판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해야 했던 이후에도 줄곧 유지되었다. 천재일까? 내가 보기엔 아니다. 그는 고등학교를 벗어나서야 오히려 배우는 것에 재미를 느낀, 모순적인 행운 정도가 있을 뿐이다.
적어도 '입시' 공부에 국한해서 말하자면, 이 책은 거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가 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했던 것을, 누구나 고민 정도는 해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