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가 하류로 전락한다 - 한 일본 지식인이 전하는 양극화의 미래
후지이 겐키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전후 체제가 변화 중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은 늘 당대의 동물이라, 반세기 전에 어땠는지도 알지 못 한다. 생각해 보면 고용의 안정성이라는 것도 불과 최근 수십년 간 등장하는 개념. 유사 이래 수천년 동안 고용이 안정적이었던 것은 몇몇 시대의 몇몇 계층에 국한된다. 결국 개개인에게 먹고 사는 문제란 늘 위기였고, 20세기 복지국가 모델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선 일반이 아니라 특수한 형태였다.  

저자는 현상 자체에 대해선 가급적 가치 판단을 보류하려는 태도다 (그것 자체가 편향적일 가능성도 있지만). 바꾸려 하지 말고, 살 길을 찾으라는 메시지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저자의 배경은 내용의 이해에 참고할만하다. 가령 일본의 A급 학자들은 대학원 유학을 안 간지가 벌써 수십년을 넘어 선다. 안 가도 되게끔 선대들이 노력했고, 지금 일본에서도 '학문' 을 할 수 있으니까 굳이 갈 이유가 없다. 대학 순위 같은 건 사실 치졸한 장난이다. 출발점부터가 다른 구미, 특히 미국의 대학과 아시아의 대학을 직선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물고기에게 왜 날개가 없냐고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위다. 물고기에게 물 속에서 살아야 하는 물고기로서의 삶이 있는 것처럼, 일본의 (그리고 한국의) 대학에게도 각자의 현실에서 요구되는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나름의 목적이 있다. 특수성의 무조건적인 옹호가 아니다. 그러나 미국 유학파가 압도적이고 국내에서도 파워 계층 이라는 식으로 한국의 사례를 책에서 미화한 것을 보면, 저자의 사고 수준이 의심스러워진다. 

사실 이런 식의 주장은 한국에선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래도 간만에 소개된 일본 버젼이니 읽어볼만 하다. 비슷한 시기에 하류사회 논쟁의 불을 당긴 미우라 아츠시의 책도 조만간 번역되어 나오기를 기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