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니까 한국의 지방의회 의원들은 꾸준히 정책연수를 가장한 해외관광을 간다. 혼연일체라고나 할까, 정책 이해의 양성적 평등을 위하여 부인 대동도 불사하는 경우가 있다. 가끔씩 언론에 보도되어 세간의 저주와 비난이 메아리 쳐도, 엔간해선 중지되지 않는다. 만인의 지탄 대상이 되어도 깡 하나로 밀어붙여서 다들 조용히 잊어주기를 or 있어주기를 바라는 비슷한 사례가 인구 수만의 구와 군마다 가지고 있는 거액의 의사당 되겠다. 그나마 해당 지역의 건설 경기엔 기여한 공로가 있다고 해야 할까. 급속성장 시대에 지어진 구제 시청사와 거품시대에 지어진 짝퉁-여의도 지방의회 의사당의 기묘한 대비란, 한국의 민주주의란 것에 대하여 모종의 흥취를 불러 일으킨다.
봄철에 선거랍시고 각지의 영웅호걸들이 개떼 같이 일어선걸 보니, 확실히 유인의 측면에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가장 회피되어야 할 인물이 아마도 당선될 것이다. 여의도의 정치 메이저리그는 그나마 감시와 견제라도 어느 정도 받지만, 지역의 더블 에이는 다수의 영주가 함께 다스리는 중세의 장원과도 같으니. 이제 유급제와 보좌관제를 포함하여 더욱 때깔 나는 자리로 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터, 예전처럼 '돈은 많은데 감투가 좀 아쉬운 노친네들의 전유물' 도 아닌 것이다. 지망생들은 오늘도 넘쳐난다.
간만에 겪는 선거를 앞두고, 시민으로서의 처신을 생각해 본다. 지방의회 무용론-시기상조론-해체론을 주장해온 평소의 신념에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세금이 저런 식으로 쓰이는 것을 추인하는데 동참할 수 없다. 개인적으론 투표율이 왕창 낮아져서 선출의 (더 나아가선 존재 자체의) 정당성이 심각하게 문제시되길 기대한다.
지방의회의 경제학 II
: 구설은 잠시이고, 바뀌는 것은 없다. 당신은 체념과 순응과 무관심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다른 종의 대빵들도 경쟁자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하거나 집단에서 추방한다. 그러한 개체 손실이 집단 전체의 생존 능력을 약화시킬 우려도 있지만, 무엇보다 권력 유지가 우선이고 세 과시가 중요한 법이다.
욕 먹을 걸 알면서 대체 왜 하는걸까 싶은 정치인들의 각종 행위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욕 먹고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의 과시는 개인의 주관적인 희망 혹은 계산만으론 불가능하고, 무엇보다 그러한 자신감을 가능케 하는 현실적 토대가 존재해야 한다. 실제로 버텨낼 수 있고 영향을 받지 않으니까, 단지 그런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따름이다. 논란과 비난의 수준만큼 소위 끗발이 증명되는 역설은, 한국 정치사와 범죄사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가령 혈연과 지연 외의 횡적인 연결망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고령의 유권자들이 대부분이고, 1차 산업 위주인 인구 수만의 농촌에서 방귀 꽤나 뀐다는 지역의 의원들이 단체로 골프 좀 친다 한들, 감히 누가 문제 삼겠는가. 서울과 다른 큰 도시라고, 동물의 왕국인 것이 달라지진 않는다. 어차피 대의제는 선거를 누릴 수 있는 계층에 국한되어 있는 행위고, 그러한 선출조차 적대적 공존으로 연명하고 있는 양당 구도에 의해 하나마나한 싸움이 된지 오래다. A당 지지자들은 B당 총리의 골프(만)을 열심으로 상기시키고 B당 지지자들은 A당 의원들의 골프(만)을 부각하기에 바쁜 것처럼, 골프 사건의 윤리적 책임를 묻는 주체와 방향조차 이미 정치적으로 오염되고 독점되어 있는 형편이다. 어조만 조금 강경해지는 매체들은 분노 다음의 관심과 목표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철저히 침묵한다는 점에서, 정치인들과 한통속에 지나지 않는다. 재력과 인맥과 권력을 포함한 파워를 가지고 있고, 논란이 벌어져도 열성 지지자들이 알아서 대신 싸워주며, '행여나 시스템 자체를 바꿀 생각은 말고 그냥 화나 좀 내다가 체념하세요, 정치가 원래 그렇잖아요' 라는 식으로 유도해주는 친절한 언론이 있으니, 지진과 태풍과 열차 탈선과 비행기 추락와 여객선 침몰이 한꺼번에 닥친다 해도, 골프와 룸살롱과 도박을 주야장천으로 즐겨볼만 하지 않은가.
결론은 이렇다. 할 만 했고, 그래서 한 것이다. 이제 결론을 질문으로 바꿔서 남겨본다. 신체 단련과 음주가무에 특히 적성을 보이는 자들에게, 사회적 비용을 소모해가며 지자체 의원 간판을 달아주는 행위을 유권자 입장에서 생각해 볼 것. 한국 사회에게 지방자치는 할 만한 것이며, 해도 되는 것이며, 해서 과연 어떤 이익이 있는 것인지.. 궁금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