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 -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13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의 검은 고양이는 꼬리에 네잎클로버를 달고 있다.

그래서 귀여운 녀석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휴가 중인 악마.

할머니와 단둘이서 어렵게 사는 중학생 정인이에게

유통기한 지난 햄버거 패티를 얻어먹고는 정인이를 따라간다.

악마라 하면 당연히 인간을 시험하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기 마련.

만약에, 만약에 ... 한다면, ... 가 있다면,

수많은 가능성으로 유혹한다.

박식한 악마의 꼬임은 제법 재미있고,

웃자랐지만 올곧은 정인이는 악마의 무수한 만약을 쳐내지만

최저임금으로 매겨지는 정인이의 시간 값은 구리 1kg의 값과 다를 것 없다.

어려운 환경, 점점 몰리는 상황,

유혹하는 악마의 환상 속에서 정인의 선택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진다.

대부분의 청소년 소설이 그렇듯 바른 결정을 내려주지만

그것 또한 아직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청소년이기에 가능한 결정 같아서 씁쓸하다.

매력적인 인물들, 문장과 대화가 멋지다.

청소년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그 고양이는 밤처럼 검어서, 해가 지면 밤과 분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말하자면 녀석은 세상의 어두운 면을 온전히 볼 수 있지만, 세상은 녀석을 볼 수 없다는 뜻이다. - P6

불평할 수 있는 아이들에 대해 생각했다. 불평? 그냥 참고 포기하는 게 내 일인 걸. 참을 인, 참을 인, 참을 인. 참을.인이 세 번이면 반성문도 면한다지. - P13

다른 사람의 마음 씀씀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되는 거 아닐까? 어쩌면 그건 끝내기 홈런보다 더 어려울 수 있는데. - P53

신은 명령하지만 악마는 시험에 들게 하지. 선택은 인간이 하는 거야. - P98

정인에게 자존심이란 어제저녁에 먹고 남은 찬밥 같은 것이었다. 곱씹어 봤자 입만 쓴데 버릴 수도 없는 것. - P99

공기 중에 ‘만약에‘가 가득 차 있었다. 축축하고 어두운 정인의 머릿속에서 만약에는 풍성하게 포자를 터뜨렸다. - P155

집으로 가는 길은 묻지 않아도 찾을 수 있었다. 정인의 발이 닿는 곳이 곧 길이었다. - P2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 제3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단요 지음 / 사계절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판타지다.

인간의 머리 위에 수레바퀴가 나타나

빨강과 파랑으로 천국 갈 확률과 지옥 갈 확률을 표현하고

임종의 순간에 '돌려주세요!' 말은 없지만 빙글빙글 돌아가

사후 행선지를 결정짓는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을 테니까.

초자연적인 현상이 어느날 뜬금없이 생겨난 이후 변화하는 세계,

그래서 부제는 '수레바퀴 이후'.

나의 도덕성을 남들이 눈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고,

나 역시 다른 이들의 도덕성을 즉각적으로 판단하는 세상,

죽음 이후를 알지 못해 온갖 종류의 천국과 지옥을 상상하는 세상이 아닌

눈으로 볼 수 있고 행동과 말에 따라 순식간에 변화하는 확률을 보는 세상에서

대체 올바른 삶, 정의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한다.

'정의로운 행위이기 때문에 행동하는 것은 정의인가'라고 묻는

아주 오래된 질문(작가의 말에서 언급, 플라톤의 <국가>)

올바른 대답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데 파헬벨의 캐논처럼 변주한다.

(여기서 이 명제는 순환논증이라고 콕 찝어 주고 있어 반가웠다.

논리 오류 4 : 순환논리의 오류 포스팅에서 참조가 가능하다.)

행위의 판단 기준이 무엇인가,

행위의 결과를 고려해야 하나,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 중, 반드시 공공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나,

공공에 대한 사랑이 가족과 자녀에 대한 애정보다 우선해야 하는가

사후 행선지가 천국일 확률이 높다면 당장의 죽음으로 천국 갈 가능성을 높여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그런 이들을 죽이는 것은 공공선이 아닌가

해롭지는 않지만 정의롭지 않은 행위는 불필요한 것이며 아무런 가치가 없는가

수레바퀴 이후의 세상에 대해

주인공 르포 작가가 만나는 이들이

자신의 입장과 직업, 처한 현실을 바탕으로 자문자답한다.

내가 질문을 더한다면

올바른 삶을 살다 마지막 순간에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악인으로 살았지만 마지막엔 생명을 구하며 희생했을 때,

그럴 때 수레바퀴의 선택은 어떻게 될까 궁금해졌다.

이런 질문들이 당장은 의미 있을지 몰라도

종국엔 쓸모 없어지는 건,

이런 세상에 아이는 사라지고, 죽음만 남기 때문에

'오늘보다 초라한 내일, 내일보다 볼품없는 모레를 향해 가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세계의 다양한 이슈를 언급하는 만큼

아이들과 토론할 주제를 여럿 찾을 수 있겠다.

다만,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하나.

'정의로운 삶이란 어떤 삶인가?'

아주 오래된 질문으로 통한다.

TMI : 이 책은 제3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이다.

박지리 작가는 <합체>,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등을 출간했으나 31세로 생을 마쳤다.

'한국 문단에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긴 박지리 작가의 뜻을 이으려 시작한 문학상 공모전'이 박지리 문학상이다.

바퀴가 막 발명되었을 때 지구에는 700만 명의 인간이 있었다.

덕분에 수레바퀴의 출현은 진짜 바퀴의 발명만큼이나 세계를 바꾸어 놓았다. 이제 사람들은 연봉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옥에 갈 확률을 낮추기 위해서 자기 계발서를 읽고, 유망한 주식 종목 대신 도덕의 토대에 대한 이론을 공부한다. 자본주의를 폐기해야 한다는 요구가, 변방에만 머무르던 이론들이 부상하고 있다. - P17

선생님은 가능하신가요? 남의 피해가 아니라 내 피해에 대해서, 내가 피해자가 되었을 때 상대를 마음 편히 용서한 적이 있으세요?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수레바퀴가 빨간색이다, 하면 편견 없이 대할 수 있으세요? - P110

사회에 기여하지 않거나 덜 기여하는 행위는 무가치한가? 도덕적으로 훌륭해지는 것 이외의 지향점은 없단 말인가? - P116

각국 정부의 협조만 얻으면 이걸 사회계약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거예요. 검은 수레바퀴를 가진 사람에게 살인 면허를 부여하는 거죠. 이때 살인은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요. - P149

내가 바라는 것은… 어느 누구도 긍지를 가지지 않는것,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 믿지 않고 어느 무엇에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것, 사랑과 따스함이 아니라 원칙과 계산에 따라 행동하는것, 가족을 내버리고 세상을 고민하는 것, 더디 기뻐하고 분노를 참고 돌처럼 무감각한 것, 더 적은 것을 누리고 거기에 만족하는것, 너희를 이 땅에서 치워버리는 것. - P173

그리고 시작되기도 전부터 저물어가는 내일을 위해 일어나 걷기 시작한다. 내일은 오늘보다 초라할 것이고 모레는 다시 내일 보다 볼품없을 것이다. - P18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이브 (반양장) 창비청소년문학 111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가 상상한 세계는 해수면이 높아지고 각지에 전쟁이 벌어지는 일이 일상인 세계.

그러다 결국 바닷물을 막기 위한 댐이 터지고

대한민국의 중심이 더 이상 서울이 아니라 강원도 어디쯤이 되는,

물건을 얻기 위해 잠수해서 도시를 뒤져야 하는, 그런 세계다.

많은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배경이 서울일 뿐.

세상이 물에 잠긴 지 15,

물꾼 선율이는 물속에 잠자던 '수호'를 건져낸다.

시냅스 스캐닝 어쩌구가 장착된 안드로이드.

그냥 보아서는 사람과 다를 것 없고, 기억도 사람과 같은 로봇이다.

수호는 자신의 죽음과 서울이 물속에 잠긴 그 사이 4년의 시간 사이에서

사라진 그 기억을 찾으려 선율과 함께 물속으로 들어간다.

환경 문제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보다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죽는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너무 무겁지 않게, 하지만 너무 가볍지도 않게.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의 작가 단요의 청소년 소설이다.



소녀는 아직 과거에 잠들어 있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진 과거에. 망가지지도 않은 물건들을 버려대고 냉장고에 음식을 박아 둔 채 잊을 수 있었던 시절에. 물론 꿈이긴 했지만, 선율은 그런 꿈이라면 잠만 자다가 굶어 죽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 P21

눈을 반쯤 덮은 속눈썹이 물에 잠긴 나뭇잎의 그물맥처럼 섬세하게 보였다. 선율은 그 뒤편에 웅크려 있을 금속제 뇌를, 거기에 담긴 마음을 생각했다. 2038년 12월의 서울에서 출발해 2057년의 서울에 도착한 마음을. 자신의 죽음을 알고 받아들이는 마음을. 전기로 만들어진 마음도 피와 살로 만들어진 마음만큼이나 복잡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P28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서. 그걸 알 때까지 살아 보려고. - P42

사람을 한 명으로 내버려두지 않는 낱말들 말이다. 부모님이 그랬고 남편이 그랬고 아들이 그랬다. 낱말들은 청소기와 자동차가 그랬던 것처럼 물에 잠겼으며 어느 물꾼도 서울 밑바닥에서 그것을 건져 오지 않았다. - P58

억지로 끌려와서 삶에 내던져진 나는.
수호는 그렇게 물으면서 눈을 감았고, 떴고, 다시 감았다가, 떴다. - P153

지오는 끝내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그건 아마도 마음의 힘일 것이다. 뾰족뾰족한 기억 위에 시간을 덧붙여서, 아픔마저도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 고통을 지우는 게 아니라, 잊는 게 아니라, 피해 가는 게 아니라, 그저 마주 보면서도 고통스럽지 않을 방법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건 다시, 다른 시간의 발판이 된다는 것. - P1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의 영혼, 내면의 소리만을 따르는 무법자 조르바.

법과 이상, 조국과 민족이라는 세계의 허상으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고

실패에서 일어나 살아가는 이야기.


외적으로만 보면

내일이 없는 패배자의 하루살이고 여자에 기생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지만

사회의 법과 질서를 벗어나 내면의 목소리에 따르는 자유로운 인간의 모습으로 바라보면

참패 속에서 승리를 찾고, '사면에서 다시 생명을 얻는 돌멩이'가 될 수 있는,

삶을 대하는 다른 태도에 감탄하게 된다.


남성적 측면만 본다면 조르바는 꽤, 상당히 불편한 인물.

예전 독서모임에서 한 회원이

부부 회원 중 남편에게 '조르바 같다'고 했다가

그 부부랑 대판 싸웠고 그 부부는 더 이상 모임에서 볼 수 없었다.

말한 이는 '자유로움과 삶의 성찰',

그 말을 들은 부인은 '바람둥이'에 무게를 둔 덕분.

'조르바 같다'는 칭찬일까 욕일까.

조르바 역시 딴 놈들과 마찬가지로 짐승이오! 그러나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 내가 아는 것 중에서 아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조르바뿐이기 때문이오. - P82

내가 찾던 광맥은 바로 이것이었구나! 더 무엇이 필요하랴…. - P262

어둠이 내려 책을 읽을 수 없었다. 나는.붓다, 하느님, 조국, 이상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지 못하는 자에게 화 있을진저…. - P264

……내게는, 저건 터키 놈, 저건 불가리아 놈, 이건 그리스.놈,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두목, 나는.당신이 들으면 머리카락이 쭈뼛할 짓도 조국을 위해서랍시고 태연하게 했습니다. 나는.사람의 멱도 따고 마을에 불도 지르고 강도 짓도 하고 강간도 하고 일가족을 몰살하기도 했습니다. 왜요? 불가리아 놈, 아니면 터키 놈이기 때문이지요. 나는.때로 자신을 이렇게 질책했습니다. 요새 와서는 이 사람은 좋은 사람, 저 사람은 나쁜.놈, 이런 식입니다. 그리스인이든, 불가리아인이든 터키인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이냐, 나쁜 놈이냐? 요새 내게 문제가 되는 건 이것뿐입니다. 나이를 더 먹으면(마지막으로 입에 들어갈 빵 덩어리에다 놓고 맹세합니다만) 이것도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놈이든 나는.그것들이 불쌍해요. 모두가 한 가집니다. 태연해야지 하고 생각해도 사람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 P328

저항이란 무엇인가? 필연을 극복하여 외부적 법칙을 내부적 법칙으로 환치시키고 존재하는 것을 깡그리 부정하며 자기 정신의 법칙에 따르는 새 세계를 창조하려는 인간의 긍지에 찬 돈키호테적 반동이 아닐까! - P388

꺼져 가는 불 가에 홀로 앉아 나는.조르바가 한 말의 무게를 가늠해 보았다. 의미가 풍부하고 포근한 흙냄새가 나는 말들이었다. 존재 심연으로부터 그런 느낌을 갖게 되는 한 그런 말들이 따뜻한 인간미를 지니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으리. 내 말은 종이로 만들어진 것들에 지나지 않는다. 내 말들은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것이었다. 말에 어떤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그 말이 품고 있는 핏방울로 가늠될 수 있으리. - P403

외부적으로는 참패했으면서도 속으로는 정복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인간은 더할 나위 없는 긍지와 환희를 느끼는 법이다. 외부적인 파멸은 지고의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다. - P4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 제3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단요 지음 / 사계절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판타지다.

인간의 머리 위에 수레바퀴가 나타나

빨강과 파랑으로 천국 갈 확률과 지옥 갈 확률을 표현하고

임종의 순간에 '돌려주세요!' 말은 없지만 빙글빙글 돌아가

사후 행선지를 결정짓는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을 테니까.

 

초자연적인 현상이 어느날 뜬금없이 생겨난 이후 변화하는 세계,

그래서 부제는 '수레바퀴 이후'.

 

나의 도덕성을 남들이 눈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고,

나 역시 다른 이들의 도덕성을 즉각적으로 판단하는 세상,

죽음 이후를 알지 못해 온갖 종류의 천국과 지옥을 상상하는 세상이 아닌

눈으로 볼 수 있고 행동과 말에 따라 순식간에 변화하는 확률을 보는 세상에서

대체 올바른 삶, 정의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한다.

 

'정의로운 행위이기 때문에 행동하는 것은 정의인가'라고 묻는

아주 오래된 질문(작가의 말에서 언급, 플라톤의 <국가>)

올바른 대답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데 파헬벨의 캐논처럼 변주한다.

(여기서 이 명제는 순환논증이라고 콕 찝어 주고 있어 반가웠다.

논리 오류 4 : 순환논리의 오류 포스팅에서 참조가 가능하다.)

 

행위의 판단 기준이 무엇인가,

행위의 결과를 고려해야 하나,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 중, 반드시 공공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나,

공공에 대한 사랑이 가족과 자녀에 대한 애정보다 우선해야 하는가

사후 행선지가 천국일 확률이 높다면 당장의 죽음으로 천국 갈 가능성을 높여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그런 이들을 죽이는 것은 공공선이 아닌가

해롭지는 않지만 정의롭지 않은 행위는 불필요한 것이며 아무런 가치가 없는가

 

수레바퀴 이후의 세상에 대해

주인공 르포 작가가 만나는 이들이

자신의 입장과 직업, 처한 현실을 바탕으로 자문자답한다.

 

내가 질문을 더한다면

올바른 삶을 살다 마지막 순간에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악인으로 살았지만 마지막엔 생명을 구하며 희생했을 때,

그럴 때 수레바퀴의 선택은 어떻게 될까 궁금해졌다.

 

이런 질문들이 당장은 의미 있을지 몰라도

종국엔 쓸모 없어지는 건,

이런 세상에 아이는 사라지고, 죽음만 남기 때문에

'오늘보다 초라한 내일, 내일보다 볼품없는 모레를 향해 가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세계의 다양한 이슈를 언급하는 만큼

아이들과 토론할 주제를 여럿 찾을 수 있겠다.

다만,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하나.

'정의로운 삶이란 어떤 삶인가?'

아주 오래된 질문으로 통한다.

 

TMI : 이 책은 제3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이다.

박지리 작가는 <합체>,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등을 출간했으나 31세로 생을 마쳤다.

'한국 문단에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긴 박지리 작가의 뜻을 이으려 시작한 문학상 공모전'이 박지리 문학상이다.

 

바퀴가 막 발명되었을 때 지구에는 700만 명의 인간이 있었다.

덕분에 수레바퀴의 출현은 진짜 바퀴의 발명만큼이나 세계를 바꾸어 놓았다. 이제 사람들은 연봉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옥에 갈 확률을 낮추기 위해서 자기 계발서를 읽고, 유망한 주식 종목 대신 도덕의 토대에 대한 이론을 공부한다. 자본주의를 폐기해야 한다는 요구가, 변방에만 머무르던 이론들이 부상하고 있다. - P17

선생님은 가능하신가요? 남의 피해가 아니라 내 피해에 대해서, 내가 피해자가 되었을 때 상대를 마음 편히 용서한 적이 있으세요?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수레바퀴가 빨간색이다, 하면 편견 없이 대할 수 있으세요?

- P110

사회에 기여하지 않거나 덜 기여하는 행위는 무가치한가? 도덕적으로 훌륭해지는 것 이외의 지향점은 없단 말인가? - P116

각국 정부의 협조만 얻으면 이걸 사회계약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거예요. 검은 수레바퀴를 가진 사람에게 살인 면허를 부여하는 거죠. 이때 살인은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요. - P149

내가 바라는 것은… 어느 누구도 긍지를 가지지 않는것,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 믿지 않고 어느 무엇에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것, 사랑과 따스함이 아니라 원칙과 계산에 따라 행동하는것, 가족을 내버리고 세상을 고민하는 것, 더디 기뻐하고 분노를 참고 돌처럼 무감각한 것, 더 적은 것을 누리고 거기에 만족하는것, 너희를 이 땅에서 치워버리는 것. - P173

그리고 시작되기도 전부터 저물어가는 내일을 위해 일어나 걷기 시작한다. 내일은 오늘보다 초라할 것이고 모레는 다시 내일 보다 볼품없을 것이다. - P18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