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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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영혼, 내면의 소리만을 따르는 무법자 조르바.

법과 이상, 조국과 민족이라는 세계의 허상으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고

실패에서 일어나 살아가는 이야기.


외적으로만 보면

내일이 없는 패배자의 하루살이고 여자에 기생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지만

사회의 법과 질서를 벗어나 내면의 목소리에 따르는 자유로운 인간의 모습으로 바라보면

참패 속에서 승리를 찾고, '사면에서 다시 생명을 얻는 돌멩이'가 될 수 있는,

삶을 대하는 다른 태도에 감탄하게 된다.


남성적 측면만 본다면 조르바는 꽤, 상당히 불편한 인물.

예전 독서모임에서 한 회원이

부부 회원 중 남편에게 '조르바 같다'고 했다가

그 부부랑 대판 싸웠고 그 부부는 더 이상 모임에서 볼 수 없었다.

말한 이는 '자유로움과 삶의 성찰',

그 말을 들은 부인은 '바람둥이'에 무게를 둔 덕분.

'조르바 같다'는 칭찬일까 욕일까.

조르바 역시 딴 놈들과 마찬가지로 짐승이오! 그러나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 내가 아는 것 중에서 아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조르바뿐이기 때문이오. - P82

내가 찾던 광맥은 바로 이것이었구나! 더 무엇이 필요하랴…. - P262

어둠이 내려 책을 읽을 수 없었다. 나는.붓다, 하느님, 조국, 이상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지 못하는 자에게 화 있을진저…. - P264

……내게는, 저건 터키 놈, 저건 불가리아 놈, 이건 그리스.놈,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두목, 나는.당신이 들으면 머리카락이 쭈뼛할 짓도 조국을 위해서랍시고 태연하게 했습니다. 나는.사람의 멱도 따고 마을에 불도 지르고 강도 짓도 하고 강간도 하고 일가족을 몰살하기도 했습니다. 왜요? 불가리아 놈, 아니면 터키 놈이기 때문이지요. 나는.때로 자신을 이렇게 질책했습니다. 요새 와서는 이 사람은 좋은 사람, 저 사람은 나쁜.놈, 이런 식입니다. 그리스인이든, 불가리아인이든 터키인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이냐, 나쁜 놈이냐? 요새 내게 문제가 되는 건 이것뿐입니다. 나이를 더 먹으면(마지막으로 입에 들어갈 빵 덩어리에다 놓고 맹세합니다만) 이것도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놈이든 나는.그것들이 불쌍해요. 모두가 한 가집니다. 태연해야지 하고 생각해도 사람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 P328

저항이란 무엇인가? 필연을 극복하여 외부적 법칙을 내부적 법칙으로 환치시키고 존재하는 것을 깡그리 부정하며 자기 정신의 법칙에 따르는 새 세계를 창조하려는 인간의 긍지에 찬 돈키호테적 반동이 아닐까! - P388

꺼져 가는 불 가에 홀로 앉아 나는.조르바가 한 말의 무게를 가늠해 보았다. 의미가 풍부하고 포근한 흙냄새가 나는 말들이었다. 존재 심연으로부터 그런 느낌을 갖게 되는 한 그런 말들이 따뜻한 인간미를 지니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으리. 내 말은 종이로 만들어진 것들에 지나지 않는다. 내 말들은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것이었다. 말에 어떤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그 말이 품고 있는 핏방울로 가늠될 수 있으리. - P403

외부적으로는 참패했으면서도 속으로는 정복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인간은 더할 나위 없는 긍지와 환희를 느끼는 법이다. 외부적인 파멸은 지고의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다. -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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