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뜸하게 읽고 더 뜸하게 씁니다. 그냥 일상의 모래를 헤치느라 남은 힘이 없다는 핑계를 대어가며 살고 있습니다. 사회를 바꾸고자 열심히 일하는 분들을 보며 패배주의자의 한탄만을 보탰을 뿐입니다. 그저 그 분들이 절망을 깨고 좋은 세상을 만들어 주신다면 기꺼이 숟가락 하나 더 보태려 할 뿐이지요.      

  아마도 그 때문에, 이 책을 펼치기 어려웠나 봅니다. 책이 책꽂이에 꽃힌지 반년이 넘어서야 읽었으니까요. 

  이 책은 제목처럼 진실에 눈을 뜬 정치적 각성의 순간을 다룬다기 보다는 정치적 각성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겼는지에 관한 책입니다. 행동가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관해 인터뷰 한 것이니까요. 정치, 사회, 경제, 환경, 음식, 인종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정치가, 기자, 학자, 법률가 등이 자신의 분야에서 일을 하다 부조리에 맞서는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이니까요.

  현자들이 누누히 하는 말씀이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변화도 없는 것이죠. 작은 변화라도 만들기 위해서 행동의 제약과 죽음의 위협을 감수한 이 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이 책은 행동하는 양심을 어떻게 재판에서 다루었는지에 관한 책입니다.  몇 해 전에 읽었는데 앞의 책을 읽다보니 생각이 나더라구요. 주제의 무거움에 비해 굉장히 재미있게 읽혔던 기억이 납니다.  모순된 법정에서 권력자들에 맞서는 모습이 통쾌했었죠. 결국 그들의 목숨을 댓가로 치러야 했지만 굴복하지 않는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저자는 요즘 서울 시민에게 아주 사랑받고 계신 분이죠. 법이 권력의 도구가 아닌 정의의 도구가 되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그냥, 인간이 어느 날 사라지는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들은 그냥 아무 일도 아닐 것이니까요. 너무 허무주의적인가요? 그런데도 이 책은 한 번쯤 읽어볼 만 합니다. 인간이 자연에 어떤 존재인지 보여주니까요. 비극적으로 인간은 자연에게 몹쓸 짓을 하는 존재이지만 책은 재미납니다.  

  저자가 제시한 대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좀 의아스럽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그 일이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전쟁, 전염병, 기갈이 그 역할을 대신 해주겠죠. 덧붙이자면 저자의 관점에서는 저도 전지구적인 자연주의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셈입니다. 저는 지구를 사랑하니까요! 

 

 

 

  진실에 눈을 뜬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죠. 다시 못 본 척 눈 돌리면 그 뿐이니까요. 그저 이렇게 변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쉽죠. 하지만 다른 사람을 시키기만 한다면 소음일 따름일테고요. 스스로 행동하지 않으면 변화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이 책들을 통해서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음 다잡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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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그램툰 Hello! Gramtoon 1 - 문장 명사 관사 대명사 동사 편 GRAMTOON is My Best Friend 1
김영훈.김형규 지음 / 한겨레에듀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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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방과후 수업 영어를 시작해서 영어 읽기를 시작한 스텔라. 문법 설명 없이 읽고 있으니 시제만 다른 같은 동사라도 헷갈리고, 복수와 단수를 구분 못해 괴로워했다. 그저 감으로 때려 맞출 뿐.  일일이 설명해주다 안돼겠다 싶어 선택한 책이다.  

  주인공 오리와 마리의 모험담에 곁들여 지는 문법은 쉽지만 모두 만화로 설명된다. 하지만 영문법부분이 이야기 속에 녹아있어 그 부분을 건너 뛰면 미션을 수행하지 못한다. 덕분에 만화라도 설명을 읽고 넘어가게 하는 효과는 있고, 이야기가 재미있어 자꾸 보게 한다. 이야기가 끝나면 앞에 설명한 문법을 다시 요약 설명하는데, 스텔라는 그 부분을 건너 뛰는 걸로 추정된다............ 

  영문법을 처음 배우는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구성이고 스텔라에게는 만족스럽게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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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 1~15 세트 - 전15권 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
고희정 지음, 서용남 그림, 곽영직 감수 / 가나출판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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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텔라가 사달라고 조르고 조르던 책을 생일 선물로 안겨 줬다. 열 다섯권이나 되는걸 40% 할인에다 그 동안 모아둔 마일리지로 질렀으니 어찌 흐믓하지 않을까. 

  책이 온 순간 와~하고 달려들어 둘이서, 저녁엔 남편까지 합세하에 열심히 만들고 읽었다. 만든건 상자안에 부록으로 함께 온 퍼피로봇 만들기. 간단한 모터에 프라모델 식으로 조립하는 거지만 그런 걸 처음 본 스텔라는 너무도 재미있게 만들고 며칠째 들고 다닌다.  

  내용은 단선적이다. 뭐 사건이 일어나고 그걸 해결하는 똑똑하고 멋진 어린이들 CSI가 사건을 해결하는 얼개다. 해결의 열쇠는 찾아가는 방법은 물론 과학지식이고 그 과학지식은 교과서와 연계되어있단다. 물론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있지만 어린이들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면서 친구와의 관계 등을 알아간다는 건 이야기만으로도 재미있다.

  특히 사건의 배경이 되는 것들은 신문 사회면에서 볼 법한 이야기들이다. 다단계 판매, 높은 등록금, 회사의 인수 합병, 교통사고, 국회의원의 비리 등이 사건의 원인으로 나오면서 이야기에 현실감을 높인다. 

  책의 시작과 마지막은 짧은 만화로 마무리하고 나머지는 글과 삽화다. 주 내용은 만화가 아니라는 점에 별 하나 더 준다.  

  어린이 책으로서 과학 상식을 설명하며 여러 사회 문제를 알게 하는 썩 괜찮은 책이다. 재미도 있고.  

 아마 제 값을 다 치르고 샀어도 만족했을 것이다. 올 해 생일 선물은 확실히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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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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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오는 오후,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물웅덩이를 피해 깡충깡충 뛰는 어린이들을 보다가 이 책에 나온 사형을 당하러 가는 사형수가 물웅덩이를 비켜가는 장면이 생각났다. 물론, 생기발랄한 어린이들과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모르나 곧 죽어야 하는 사형수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걸 안다. 그러나 생명이 몸 속에 스스로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본질 적으로 같고, 그런 느낌이 평화로운 오후에 이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 것일 터이다. 생명을 바라보는 조지 오웰의 통찰은 놀랍고 적나라하다. 

   
 

  이상한 일이지만, 바로 그 순간까지 나는 건강하고 의식있는 사람의 목숨을 끊어버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죄수가 웅덩이를 피하느라 몸을 비키는 것을 보는 순간, 한창 물이 오른 생명의 숨줄을 뚝 끊어버리는 일의 불가사의함을, 말할 수 없는 부당함을 알아본 것이었다. 그는 죽어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우리가 살아있듯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모든 신체기관은 미련스러우면서도 장엄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내장은 음식물을 소화하고, 피부는 재생하고, 손톱은 자라고, 조직은 계속 생성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교수대 발판에 설 때에도, 10분의 1초만에 허공을 가르며 아래로 쑥 떨어질 때에도, 그의 손톱은 자라나고 있을 터였다. 그의 눈은 누런 자갈과 잿빛 담장을 보았고, 그의 뇌는 여전히 기억과 예측과 추론을 했다-그는 웅덩이에 대해서도 추론을 했던 것이다. 그와 우리는 같은 세상을 함께 걷고, 보고, 듣고, 느끼고, 이해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2분 뒤면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 중 하나가 죽어 없어질 터였다. 그리하여 사람 하나가 사라질 것이고, 세상은 그만큼 누추해질 것이었다. -26쪽

 
   

  조지 오웰의 에세이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가벼운 주제도 있고, 무거운 주제도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인간에 대한 애정과 사회에 대한 열렬한 개선 의지는 가릴 수가 없다.  

  "서점의 추억"이나 "어느 서평자의 고백" 같은 글들은 가볍게 읽기 좋고 "좌든 우든 나의 조국"은 애국심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그의 생각과 주장이 흐트러지는 경향이 있다.   

  "민족주의 비망록"의 경우 민족주의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일들이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서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하는 역할을 한다. 오웰이 예를 든 영국의 정당과 집단의 이름을 오늘 이 대한민국 집단들의 이름이나 일본 극우주의자들, 스킨헤드 등으로 살짝 바꿔 놓아도 그다지 다를 게 없다. 여기서 오웰이 말하는 민족주의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민족주의보다는 집단에 맹몽적 충성을 강요하고 타 집단에 대한 배척과 공격으로 자기 집단의 이익과 결속을 획득하는 그런 개념이다. 

  오웰은 "정치 대 문학 :『걸리버 여행기』에 대하여"에서는『걸리버 여행기』에 나타난 저자 스위프트의 정치 인식을 비판하고 있다. "뉴스와 정치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사회문제에 대해 알려고 하며, 나랏일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정당의 견해에 대해 조목조목 논쟁을 하는" 수학자에 대해 "두 분야 사이에 아무런 유사성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스위프트 썼다. 이에 대해 오웰은 이렇게 비판했다. 

   
 

 그것은 과학자가 하느님의 존재나 영혼의 불멸성 같은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것이 깜짝 놀랄 일이라고 말하는 유명한 카톨릭 옹호론자들의 말과 어조가 똑같다. 우리는 과학자가 제한된 한 분야에서만 전문가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러니 다른 분야에선 그의 의견을 존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신학은 이를테면 화학과 같은 정밀과학이며, 사제는 특정 주제들에 대한 그의 판단이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는 전문가라는 암시가 있다. 스위프트는 사실상 정치인에 대해서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으며, 과학자가('순수' 과학자든 특수한 연구자든) 나름으로 유용한 존재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310쪽

 
   

   누구에게나 중요한 영혼의 문제나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치는 정치의 문제에 전문가가 아닌 사람은 입닫고 전문가의 지도에 따르라는 의견은 기시감조차 있다.  

  60여년 전에 쓰진 오웰의 글들은 그가 살고 온 몸으로 부딪혀 왔던 그 시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또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글을 쓴다고 말하는 조지 오웰의 자기 고백이면서 여전히 존재하고 세를 불리는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해주는 사회·정치학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조지 오웰의 눈으로 사회를 보는 것은 지금도 유효하고 묵직한 생명력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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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1997년 3월
평점 :
절판


선택을 가장한 강요, 소설을 가장한 '유효기간지난 이데올로기' 강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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