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인형 오토 비룡소의 그림동화 73
토미 웅거러 글 그림, 이현정 옮김 / 비룡소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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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겁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복잡하지 않지만 단순하기만 한 것은 아닌 묘한 여운을 남기는 전쟁 이야기 <곰인형 오토>의 작가는 슈렉의 원작자이며 안데르센 수상작가로 유명한 토미웅거러이다. 토미 웅거러의 그림 동화 <곰인형 오토>의 주인공이자 책 표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오토는 우리가 생각하는 보숭보숭하고 사랑스런 곰인형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흉측하고 기괴해 보이기 까지 하다. 하지만 오토의 모습이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다 낡아빠진 꼴로 골동품 가게 진열장에 놓여진 오토는 자신이 처음 태어난 그 순간부터 기억을 되짚어 가며 마치 곰인형의 자서전처럼 자신과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다비드, 오스카, 곰인형 오토 셋의 다정했던 어린 시절-소박한 일상의 행복을 꿈꾸는 것이 사치스러운 일인가?> 

 

 한땀 한땀 정성 어린 수제 곰인형으로 태어난 오토는 다비드라는 아이의 생일선물이 되며 행복한 시절을 보내게 된다. 다비드의 단짝친구 오스카와 함께 셋은 새로운 장난거리들을 생각해 내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오토의 얼굴에 남은 얼룩은 다비드와 오스카가 글씨 쓰는 법을 가르쳐 주려다 잉크를 엎질러 생긴 자국이고 실에 묶여 아래층 슈미트 할머니를 놀래키는 놀이도 곧잘 한다. 하지만 유태인임을 표시하는 노란별이 다비드의 옷에 붙은 뒤부터 모든 것이 달라져 버런다. 오토가 바라보는 다비드의 모습은 한결 같고 바뀐 것은 없는데 사람들은 이상하게 바라보며 상황은 갈수록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어느날 갑자기 들이닥친 검정 외투와 제복을 입은 남자들은 다비드와 그의 가족을 잡아 가버리고 오토는 다비드와 떨어져 오스카에게 남겨지게 된다. 하지만 오스카와 함께 한 시간도 길지 않았다. 오스카의 아버지가 군인이 되어 전쟁터로 나가게 되고 계속되는 공습과 폭염 속에서 오스카와 떨어진 오토는 부서진 건물 잔해 더비 속에서 나뒹굴다 우연히 찰리라는 연합군의 눈에 띈다. 찰리가 오토를 집어 드는 순간 날아든 총알에 오토도 군인도 함께 총을 맞고 만다.

<전쟁 통에 버려진 오토와 그를 발견한 군인 찰리는 날아든 총탄에 맞고 만다. - 곰인형 오토에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가슴이 먹먹했진다>

 

 

 하지만 오토의 몸을 먼저 뚫고 총알이 지나간 탓에 군인은 목숨을 건지게 되고 그 일로 오토는 TV와 신문에 오르내릴 정도의 국민적 영웅이 된다. 하지만 오토의 행복은 계속되지 못하고 군인 찰리의 딸 자스민과 산책을 나갔다가 동네 남자아이들에게 몰매를 맞고 쓰레기통에 쳐박혔다가 우연찮게 길거리 부랑자의 눈에 띄어 골동품 가게에 진열되고 만다.

 

 

 토이 웅거러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전쟁"으로 장난감으로서의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송두리째 뺏겨버린 곰인형 오토의 삶을 통해 전쟁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 될 수 없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장난감 공장에서 태어났지만 오토는 단순한 곰인형이 아니다. 오토는 아이들을 대변한다. 오토의 탄생을 보면 정성과 사랑으로 만들어진 오토를 만들던 아주머니가 "얘들아. 이 녀석 좀 보렴, 정말 사랑스럽지 않니?"라고 말하며 그를 번쩍 들어 올린다. 마치 엄머가 아기를 낳고 그리 하듯이. 우리가 만든  오토는 단순한 곰인형이 아니라 바로 아이들이다. 전쟁의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어린이들의 삶을 오토라는 곰인형을 통해 투영하고 있다. 오토와 어린이들이 바라는 것은 정치적 권력도 넓은 영토도 경제적 이득도 아닌 가족과 함께 하는 평범한 일상일 뿐이다.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그 일상의 평화로움을 전쟁은 한 순간에 앗아가 버린다.

 

 하지만 갑작스레 닥친 이해할 수 없는 전쟁을 경험한 아이들과 오토가 그리 바랫던 평화로운 일상에 대한 희망의 끈을 작가는 놓치지 않고 있다. 골동품 가게에 진열되어 있던 낡은 곰인형 오토를 노인이 된 오스카가 발견한 것이다. 오스카는 오토를 데려왔고 이 이야기는 다시 신문에 실리게 되고 이 일을 계기로 행방을 몰랐던 다비드와 재회하게 된다. 다시 모인 셋은 다들 늙고 낡고 가족을 잃었지만 함께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한다. 마치 그 시절, 그 유년 시절, 손끝이 뭉특한 곰인형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려다 잉크를 엎질러버렸던 순수한 소년들과 그런 소년들과의 일상이 가장 행복한 순간을 다시 맞이한 것처럼.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는 아니 세계까지 나가지 않더라도 유일한 분단국가에 사는 우리들은 수많은 분쟁에 시달리고 그로 인해 애꿏은 이들의 목숨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 아이들조차 그런 사정을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오히려 사람 죽이는 게임에 매달리고 전쟁터에서의 폭력이 가정과 학교로 옮겨져 왔다. 6월 6일 현충일 10시에 울리는 1분간의 싸이렌 소리를 잠을 깨우는 짜증나는 소리로 치부하는 요즘! 개그계의 유행어로 말하자면 "다들 왜 이러는 걸까요?"이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오늘 이 책을 함께 펼쳐들고 아이들과 함께 고민할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골동품 가게에서 우연히 오토를 발견한 오스카와 그로 인해 셋이 함께 조우하게 된다 - 이들 셋이 꿈꾸는 삶과 내가 꿈꾸는 삶이 다른 삶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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