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학은 단어의 역사와 근원, 언어적 유전학에 대한 연구이고 어원학자는 어원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다. 사전 편찬자들이 언어의 학문적 복잡성을 사랑하고 언어에 관한 난해한 사실들을 야구 카드처럼 서로 교환한다면, 어원학자들은 그 복잡성에 통달한 사람들이다. 형태론, 음운론, 언어의 역사 전체까지 그들이 아는 정보의 양은 거의 초인적이다. - P255

스티브 클라이네들러가 말하길, 그는 이름난 현대 어원학자(시대를 불문하고 이름난 어원학자가 있다면 말이지만)인 에릭 햄프가 움라우트를 비롯한 모든 요소를 감안하여 하겐다즈의 스칸디나비아 조어 발음이 어땠을지 설명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 (…) 그러고 나서 에릭은 30분 동안 ‘우유‘를 뜻하는 알바니아어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한다. 아메리카 헤리티지 사전에서 일하는 어원학자 패트릭 테일러는 지금 중앙아시아 어느 먼 지역에서 쿠르드어의 북부 방언인 쿠르만지를 배우고 있다. 그냥 잘 알려지지 않은 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이유다. 스티브가 말한다. "그가 연구하는 어원의 일부는 중세 중국어나 아카드어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쳤죠. 전 그게 너무 좋아요."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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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손익계산에는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기꺼이 뛰어드는 이들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 시대의 혁명가는 바로 이런 '거룩한 바보'들이다. 그 밖에도 책에 실리지 않은 훌륭한 사람들이 더 많음을 알고 있기에, 난 우리 사회에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자주 읽다 보면, 훌륭해지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도 조금씩 더 멋진 사람이 되어가지 않을까. 올해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


"나는 인터뷰가 사람의 크기를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혹은 너무 멀거나 너무 가까워서 사람을 보지 못한다. 세상이 축소해서 못 보고 지나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좋은 인터뷰는 안 보이던 사람을 보이게 하고 잘 보이던 사람을 낯설게 하는 것 같다. 인터뷰이로 어떤 대상을 택하고 어느 부분을 어떻게 도드라지게 할 것인가, 이것은 전적으로 인터뷰어의 세계관과 미학에 따른다." (7~8쪽)



"나는 이런 사람을 크게 그리고 싶었다. 모두가 쳐다보는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라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지 사유를 자극하는 사람들.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이 아니라 살아가는 일 자체로 모두의 해방에 기여하는 사람들.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 (8쪽)


"가령, 스물여섯에 해고자가 된 김진숙은 몸을 짓밟고 큰돈으로 회유하는 사측에 넘어가지 않고 '내 발로 나오고 싶어서' 노동자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복직 투쟁을 37년간 이어간다. 직업의 안정성을 위해 공무원이나 교사 같은 직업을 선호하는 시대지만 김혜정은 미래가 보장된 직군이 아니라 자신이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인 반성폭력 활동가를 택한다. 사범대를 다니며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홍은전은 남을 물리쳐야 꿈을 이루는 제도 교육의 경쟁 트랙을 벗어나 노들장애인야학에 들어감으로써 '아무도 이기지 않고' 교사가 되었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르포 작가로 산다." (8쪽)


"좋은 이야기는 존재의 숨통을 틔워준다. 내가 보고 듣고 겪는 이야기가 나의 세계를 이루기 때문이다. 주위에 성형수술과 다이어트 광고가 난무하면 자신도 모르게 자기 몸의 견적을 내게 된다. 곁에 성소수자 친구가 있는데 동성애 혐오를 외치기는 어렵다. 공무원만큼 활동가도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은 사회에서 아이들은 더 자유롭게 본성대로 클 것이다."(8쪽)


"이야기는 힘이 세서 견고한 관념을 부순다. 내가 듣는 이야기는 내 감각과 정신의 속성을 천천히 바꾼다. 살아가면서 참조할 수 있는 사람 이야기가 많아야, 삶에 대한 질문을 비축해두어야 내가 덜 불행하고 남을 덜 괴롭히게 된다는 것을 나는 경험했다. 내가 진행하는 글쓰기 수업에서도 인터뷰를 꼭 과제로 내어주는 이유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정해진 시간에 집중해서 듣는 일보다 더 좋은 글쓰기 공부를,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보다 더 깊은 쾌락을 나는 모른다. 지배는 단절과 분열의 문화 속에서 가장 잘 기능한다는 말이 있듯이 '연결'은 억압을 벗어나고 해방에 이르는 시작이나 원리다." (10쪽)





이건 내가 읽고 좋았던 책들. 분명 더 많을 텐데 기억나는 대로 추가해봤다. 나중에 더 생각나면 다른 페이퍼에서 또 소개해볼 생각이다. 아래 책은 안 읽어봤는데 은유 작가를 믿고 그냥 덧붙여봤다. 좋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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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언'이라는 서비스가 있다. 오디오북을 스마트폰에서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오디오북 앱이다. 오디언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그걸 들을 수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그 과정이 너무 번거롭다, 스마트폰 이전 시대라면 모를까 요즘 세상에 그럴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현재 제일 인지도가 높은 오디오북 서비스는 ― 광고를 하도 많이 봐서 그런 느낌이 든다 ― 아무래도 '윌라'인 것 같다. 그리고 '팟빵'과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서도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초창기에 오디오북 앱 시장을 개척한 건 '오디언'이었던 것 같다. 


조사를 해보지 않아서 확실하진 않지만, 한때 오디언은 내가 아는 유일한 오디오북 앱이었다. 앱에서 서비스하는 오디오북의 가격도 적당해서 몇 권 구매해서 가끔 들었다. 그런데 오디오북을 대여할 수 있는 '오디언 도서관 앱'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오디언이 전국의 공공도서관들과 제휴해서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오늘 처음 알게 된 건 아니고 예전엔 알았는데, 오늘 처음 이용해봤다. 내가 이용하는 도서관 아이디로 로그인하니까 오디오북 대여가 가능했다. 오디언과 제휴하는 도서관 아이디로 로그인하기만 하면 되니 오디언 회원이 아니라도 사용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책 소개는 안 하고 오디언 홍보를 하고 있네. ㅋㅋㅋㅋ 


  


『책에 미친 바보』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이자 박물학자인 이덕무의 산문을 모은 책이다. 책 제목인 '책에 미친 바보'는 이덕무의 별명으로, 이덕무가 독서에 깊이 빠져들 때면 자는 것도, 먹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였다고 해서 그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이건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문자 그대로. 당대의 표현으로는 '간서치(看書癡: 책만 읽는 바보)'라고 불렸다. 어쩐지 서재 활동을 열심히 하는 많은 알라디너들의 일상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빼고. (내가 그렇다기엔 유튜브 보는 걸 무척 좋아한다.) 


그렇다고 이덕무가 평생 책만 읽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어쩌면 그도 그러고 싶어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러기엔 이덕무는 너무나 가난했다. 본래 서얼이라 벼슬에 한계가 있었으나, 서얼 출신의 인재를 중용했던 정조 덕분에 박제가와 함께 청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박물학, 문자학, 문학 등 다방면에 걸친 저술을 남긴 인물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른 글에서 따로 특집(?)으로 다뤄볼까 한다. 이덕무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북플에는 '『책에 미친 바보』를 읽고 있습니다'라고 뜨겠지만, '듣고 있습니다'가 정확하다. 아까 말한 오디언 도서관에서 오디오북을 빌려서 듣는 거니까. 북플에서 오디오북 청취를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이렇게 했다. 내가 듣는 책은 미다스북스에서 나온 2004년판인데 개정판이 나와서 지금은 절판 도서다. 이 책을 새롭게 사서 읽을 사람이 있다면 오른쪽에 있는 개정판을 구매하면 된다. 올해 2월에 태학사에서 다시 나왔다.



이덕무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덕무의 열상방언』과 『문장의 온도』를 읽으면 재밌게 읽을 것 같다. 『... 열상벙언』은 고전을 연구하는 엄윤숙 연구자가 이덕무의 저서 《청장관전서》에서 <열상방언> 부분만을 떼어내어 편역한 책이다. 이 책에서 이덕무는 99편의 속담을 모아, 매 편마다 속담을 한자로 번역한 후 간략하게 그 뜻을 설명한다. 이 책에 관해서는 내가 예전에 브런치에 리뷰를 올린 적이 있는데, 혹시 호기심이 있는 사람은 아래 링크로 들어오면 읽을 수 있다.


https://brunch.co.kr/@lifeinreading/36


본래 《청장관전서》에서 나온 글이니 고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해당 책 전체를 읽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혹시 해당 분야의 전공자이거나 어지간한 고전덕후가 아니라면 되도록 단념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민족문화추진회에서 나온 완역본이 무려 13권짜리라니 과연 그걸 읽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문장의 온도』는 이덕무가 저술한 시와 산문을 실었다. 어쩌면 『책에 미친 바보』와 글이 다소 중복될지도 모르겠다.


저번에 '언어에 진심'이라는 제목으로 페이퍼를 쓰면서, 최소한 연말까지는 언어 분야 책을 집중적으로 읽을 거라고 했는데 그건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오늘부터 듣는 오디오북을 제외하고는 모두 해당 분야 책이다. 언어 분야 집중 독서가 끝나면 한동안은 일단 장르를 막론하고 오디오북을 많이 들을 것 같다. 꼭 사서 들을 필요 없이 무료로 빌려서 들을 수도 있다고 하니 청취가 더 편해졌으니까. 하지만 난 그러다가 결국 또 몇 권 지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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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국어 문법 - 쉽게 배워 바로 써먹는
김남미 지음 / 사피엔스21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문법은 분야의 특성상 어느 정도 암기가 필요하지만, 이해 없는 암기란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정말로 좋은 책이다. 학창시절에 암기식 공부만으로는 너무 힘들었던 국어 문법을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있는데, 구매해서 회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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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명한 영어사전인 《메리엄 웹스터 사전》편찬자 중의 한 사람인 코리 스탬퍼가 쓴 에세이다. 영어는 주류 언어라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온라인 시대에선 영어사전도 예외가 아니구나. 언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사라지고 태어나는데 사전 산업은 사양 산업이라니 어쩐지 아이러니하다. 언젠가 한국에서 종이사전은 국립국어원에 펴내는 『표준국어대사전』 정도만 남으려나. 코리 스탬퍼의 책으로 사전 편찬자의 삶을 엿봤는데, (세상에 만만한 직업은 없지만) 사전 편찬자들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듯하다. 나중에 『최후의 사전 편찬자들』을 읽고 후기를 쓰면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할 것 같긴 한데, 웹사전이 나오기 전부터 사전을 만드는 데 헌신한 많은 분들께 경의를 표한다. 사전 편찬자들은 단어를 다루는 장인들이었구나. 

오늘날 우리 업계에는 사람이 많지 않다. 언어는 성장 산업이지만 사전은 사양 산업이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새 사전을 구입한 건 언제인가? 그럴 줄 알았다.) 그럼에도 내가 남들에게 무슨 일을 하는지 말하면 ― 곧장 우리가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지 묻는 사람이 많다. 하루 종일 방에 앉아서 글을 읽고,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는 일은 단어를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이상적인 직업으로 여겨진다. - P27

메리엄 웹스터에서 사전 편찬자가 되기 위한 공식 요건은 두 개뿐이다. 전공을 불문하고 공인 4년제 칼리지나 대학 학위가 있어야 하며, 영어 원어민 화자여야 한다. - P27

사전 편찬자에게 요구되는 측정할 수 없고 명시되지 않은 조건이 또 있다. 무엇보다도 ‘슈프라흐게퓔sprachgefuhl‘이라는 것에 사로잡혀 있어야 한다. 영어 화자들이 독일어에서 훔쳐온 이 단어는 ‘언어에 대한 감각‘을 뜻한다. 슈프라흐게퓔은 자꾸 손아귀를 빠져나가는 미끄러운 장어이자, ‘planting the lettuce(양상추를 심다)‘와 용법이 다르다는 걸 알려주는 머릿속 기묘한 윙윙거림, ‘plans to demo the store(가게를 데모할 계획)‘이 쇼핑하는 법에 대한 친근한 시범이 아니라 대형 망치를 들고 패기를 발휘할 계획을 뜻한다는 걸 알려주는 눈의 경련이다. 모두에게 슈프라흐게퓔이 있는 것은 아니며 영어에 무릎까지 담그고 그 진흙탕 속을 헤쳐나가려고 애써보기 전까지는 자신이 그것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알기 어렵다. - P30

15년 이상 메리엄 웹스터에서 편집자로 일한 에밀리 브루스터는 모든 편집자들의 비밀스러운 욕망을 한마디로 요약한다. "맞아요, 이게 내가 원하는 거예요, 하루 종일 혼자 칸막이 사무실에 앉아서 단어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다른 누구와도 대화하고 싶지 않아요. 듣기만 해도 좋네요!" - P33

사전 편찬자들은 그 누구와도 다른 방식으로 일생 영어의 바다에서 헤엄을 친다. 사전 편찬업의 속성 자체가 이를 요구한다. 영어는 아름답고 당혹스러운 언어로, 깊이 잠수해 들어갈수록 공기를 마시러 수면까지 올라가는 데 더 많은 노력을 요한다. 사전 편찬자가 되려면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한 단어와 그것의 많고도 복잡한 용법들을 숙고하고, 그 용법들을 해당 단어가 글에서 사용되는 대다수 용례를 아우를 만큼 넓은 동시에 실제로 이 단어에 대해 구체적인 무언가를 이야기해줄 만큼 좁은 두 줄짜리 정의에 담아내야 한다. - P36

예를 들어 ‘tency‘와 ‘measly‘가 서로 다른 종류의 작음을 일컫는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무엇이 단어를 가치 있고 아름답고 혹은 올바르게 만드는지에 관한 개인의 언어적, 어휘적 편견을 제쳐두고 언어에 관한 진실을 말해야 한다. 만일 당신이 숙고 중인 단어가 영어에서 썩 내쫓아야 마땅한 역겨운 똥 덩어리더라도, 모든 단어는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사전 편찬자들은 기묘한 수도승처럼 속세를 등지고 전적으로 언어에만 헌신한다. - P37

옛 사전들을 들을 연구하는 한 학자 친구가 사전 편찬이 직업보다 소명에 가까워 보인다고 말했는데, 어떤 면에서는 정말 그렇다. 사전 편찬자들은 매일 팔꿈치까지 오는 영어라는 탁류 속으로 몸을 던지고, 단어들과 씨름을 벌인 끝에 진흙탕에서 단어를 잡아 빼서 펄떡거리는 채로 페이지 위에 내던지고, 지치고 들떠서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 모든 작업은 회사 이름 아래 익명으로 출간되니 명성을 위한 일도 아니요, 사전 편찬에서 얻는 이윤은 센트 단위로 계산해야 할 만큼 보잘것없으니 부를 위한 일도 아니다. 사전을 창조하는 일은 마법적이고, 절망스럽고, 두통을 유발하고, 평범하고 속되며, 초월적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사랑스럽지 않고 사랑할 수 없다고 일컬어진 언어에 대한 사랑을 보이는 일이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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