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도서관에 국어 문법서를 빌리러 갔다가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저자는 '코리 스탬퍼(Kory Stamper).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전 출판사 '메리엄 웹스터(Merriam Webste)에서 20년 넘게 근속하고 있는 사전 편집자이자 단어 애호가다. 국어사전 편집자가 쓴 책도 아직 못 읽어봤는데 어쩌다 보니 영어 사전 편집자의 저서를 먼저 읽게 됐다.
책 날개에 쓰인 저자 설명에 따르면, 원래는 의대에 진학했으나 인문학을 더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 라틴어·그리스어·고대 노르웨이어·중세 영어 등을 공부했다고 한다. (난 사전 편집자는 자국어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하긴 아무리 자기 나라 말이라고 해도 - 다른 언어의 영향 없이 - 오로지 독자적으로 발전해온 것이 아니라면 외국어를 공부할 필요도 있을 법하다.) 코리 스탬퍼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요즘 단어 애호가로 살고 있어서 이 책에 호기심이 생겼다.
수많은 한국인들을 괴롭히는 영어, 그 중에서도 영단어를 다루는 사람은 어떤 일상을 보내고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까. 책에서 펼쳐질 이야기들이 자못 기대된다.
'메리엄 웹스터'가 아무리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전 출판사라지만, 출판사에서 선정한 '올해의 단어'가 자국만이 아니라 멀리 한국의 지상파 뉴스에 오르는 걸 보니 영어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새삼 실감된다. 어휘와 문법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영국이랑 미국이 영어를 공유하고 있어서 미국은 영국에서 만든 사전을 쓸 뿐, 별도로 자국어 사전을 만들지 않는다고 예전에 들었는데 그건 잘못된 정보였나 보다.
메리엄 웹스터 사전은 한국에서도 살 수 있지만,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유튜브 계정도 운영하고 있는 모양이다. 영단어를 좋아하고 영어 듣기에 익숙한 사람은 공식 유튜브 계정을 방문하면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유튜브에서 'Merriam-Webster Dictionary' 검색하면 바로 나온다. 난 영어 거의 못 알아듣지만 일단 구독해 두었다. 언젠가는 알아듣는 날이 오겠지 뭐. ㅋㅋㅋ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의 저자 '코리 스탬퍼'도 이 채널에 출연해 단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고 한다. TV나 라디오에서도 만난 적 없는 사전 편집자를 동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니. 역시 지금은 大유튜브 시대다. 한국에서 사전을 만드는 출판사도 유튜브 채널이 있다면 난 바로 구독할 텐데. 한국에서 국어사전을 만드는 출판사들이 대부분 망했다고 들었지만, 아직 명맥을 이어가는 동아출판(사전만 만드는 곳은 아니지만). 어떻게 안 될까요? 전 동아에서 만든 국어사전만 봤는데. ㅠ

두 권 다 같은 저자의 책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최후의 사전편찬자들』은 아마 어떤 종이신문에서 출간 소식을 접했던 것 같다. 국내의 사전 전문 출판사들이 사라지면서 자취를 감춘 국어사전 편집자들을 저자가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담았다. 국어사전이 모르는 낱말의 뜻을 찾는 유일한 방법이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아직 초등학생이었을 때는 국어 교과서에서 모르는 낱말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오는 숙제를 받기도 했었지. 그 시절에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국어사전에서 단어 뜻 빨리 찾기 대회를 연 적도 있다. 빨리 찾는 사람한테 상품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이때만 해도 사전에서 뜻 찾는 속도가 느렸는데, 나중엔 여기에 재미를 붙여서 모르는 거 나올 때마다 찾다 보니 지금도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거랑 속도 차이가 별로 없다. 그땐 사전을 너무 많이 써서 걸레짝처럼 만들 정도였으니까. 요새 애들은 그 감성을 알려나 몰라. 『검색, 사전을 삼키다』는 사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다뤘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과 최근에 산 책들을 모두 읽고 나면, 몰입 독서를 이 두 권으로 마무리짓게 될 것 같다. 그 뒤로도 읽긴 하겠지만, 슬슬 다른 분야도 좀 읽어야지. ^^:; 읽고 싶은 책들이 많이 밀렸다.
그리고 아직 안 본 영화 <말모이>는 위 책 두 권과 함께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