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언'이라는 서비스가 있다. 오디오북을 스마트폰에서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오디오북 앱이다. 오디언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그걸 들을 수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그 과정이 너무 번거롭다, 스마트폰 이전 시대라면 모를까 요즘 세상에 그럴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현재 제일 인지도가 높은 오디오북 서비스는 ― 광고를 하도 많이 봐서 그런 느낌이 든다 ― 아무래도 '윌라'인 것 같다. 그리고 '팟빵'과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서도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초창기에 오디오북 앱 시장을 개척한 건 '오디언'이었던 것 같다. 


조사를 해보지 않아서 확실하진 않지만, 한때 오디언은 내가 아는 유일한 오디오북 앱이었다. 앱에서 서비스하는 오디오북의 가격도 적당해서 몇 권 구매해서 가끔 들었다. 그런데 오디오북을 대여할 수 있는 '오디언 도서관 앱'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오디언이 전국의 공공도서관들과 제휴해서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오늘 처음 알게 된 건 아니고 예전엔 알았는데, 오늘 처음 이용해봤다. 내가 이용하는 도서관 아이디로 로그인하니까 오디오북 대여가 가능했다. 오디언과 제휴하는 도서관 아이디로 로그인하기만 하면 되니 오디언 회원이 아니라도 사용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책 소개는 안 하고 오디언 홍보를 하고 있네. ㅋㅋㅋㅋ 


  


『책에 미친 바보』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이자 박물학자인 이덕무의 산문을 모은 책이다. 책 제목인 '책에 미친 바보'는 이덕무의 별명으로, 이덕무가 독서에 깊이 빠져들 때면 자는 것도, 먹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였다고 해서 그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이건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문자 그대로. 당대의 표현으로는 '간서치(看書癡: 책만 읽는 바보)'라고 불렸다. 어쩐지 서재 활동을 열심히 하는 많은 알라디너들의 일상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빼고. (내가 그렇다기엔 유튜브 보는 걸 무척 좋아한다.) 


그렇다고 이덕무가 평생 책만 읽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어쩌면 그도 그러고 싶어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러기엔 이덕무는 너무나 가난했다. 본래 서얼이라 벼슬에 한계가 있었으나, 서얼 출신의 인재를 중용했던 정조 덕분에 박제가와 함께 청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박물학, 문자학, 문학 등 다방면에 걸친 저술을 남긴 인물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른 글에서 따로 특집(?)으로 다뤄볼까 한다. 이덕무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북플에는 '『책에 미친 바보』를 읽고 있습니다'라고 뜨겠지만, '듣고 있습니다'가 정확하다. 아까 말한 오디언 도서관에서 오디오북을 빌려서 듣는 거니까. 북플에서 오디오북 청취를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이렇게 했다. 내가 듣는 책은 미다스북스에서 나온 2004년판인데 개정판이 나와서 지금은 절판 도서다. 이 책을 새롭게 사서 읽을 사람이 있다면 오른쪽에 있는 개정판을 구매하면 된다. 올해 2월에 태학사에서 다시 나왔다.



이덕무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덕무의 열상방언』과 『문장의 온도』를 읽으면 재밌게 읽을 것 같다. 『... 열상벙언』은 고전을 연구하는 엄윤숙 연구자가 이덕무의 저서 《청장관전서》에서 <열상방언> 부분만을 떼어내어 편역한 책이다. 이 책에서 이덕무는 99편의 속담을 모아, 매 편마다 속담을 한자로 번역한 후 간략하게 그 뜻을 설명한다. 이 책에 관해서는 내가 예전에 브런치에 리뷰를 올린 적이 있는데, 혹시 호기심이 있는 사람은 아래 링크로 들어오면 읽을 수 있다.


https://brunch.co.kr/@lifeinreading/36


본래 《청장관전서》에서 나온 글이니 고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해당 책 전체를 읽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혹시 해당 분야의 전공자이거나 어지간한 고전덕후가 아니라면 되도록 단념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민족문화추진회에서 나온 완역본이 무려 13권짜리라니 과연 그걸 읽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문장의 온도』는 이덕무가 저술한 시와 산문을 실었다. 어쩌면 『책에 미친 바보』와 글이 다소 중복될지도 모르겠다.


저번에 '언어에 진심'이라는 제목으로 페이퍼를 쓰면서, 최소한 연말까지는 언어 분야 책을 집중적으로 읽을 거라고 했는데 그건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오늘부터 듣는 오디오북을 제외하고는 모두 해당 분야 책이다. 언어 분야 집중 독서가 끝나면 한동안은 일단 장르를 막론하고 오디오북을 많이 들을 것 같다. 꼭 사서 들을 필요 없이 무료로 빌려서 들을 수도 있다고 하니 청취가 더 편해졌으니까. 하지만 난 그러다가 결국 또 몇 권 지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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