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손익계산에는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기꺼이 뛰어드는 이들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 시대의 혁명가는 바로 이런 '거룩한 바보'들이다. 그 밖에도 책에 실리지 않은 훌륭한 사람들이 더 많음을 알고 있기에, 난 우리 사회에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자주 읽다 보면, 훌륭해지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도 조금씩 더 멋진 사람이 되어가지 않을까. 올해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
"나는 인터뷰가 사람의 크기를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혹은 너무 멀거나 너무 가까워서 사람을 보지 못한다. 세상이 축소해서 못 보고 지나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좋은 인터뷰는 안 보이던 사람을 보이게 하고 잘 보이던 사람을 낯설게 하는 것 같다. 인터뷰이로 어떤 대상을 택하고 어느 부분을 어떻게 도드라지게 할 것인가, 이것은 전적으로 인터뷰어의 세계관과 미학에 따른다." (7~8쪽)
"나는 이런 사람을 크게 그리고 싶었다. 모두가 쳐다보는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라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지 사유를 자극하는 사람들.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이 아니라 살아가는 일 자체로 모두의 해방에 기여하는 사람들.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 (8쪽)
"가령, 스물여섯에 해고자가 된 김진숙은 몸을 짓밟고 큰돈으로 회유하는 사측에 넘어가지 않고 '내 발로 나오고 싶어서' 노동자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복직 투쟁을 37년간 이어간다. 직업의 안정성을 위해 공무원이나 교사 같은 직업을 선호하는 시대지만 김혜정은 미래가 보장된 직군이 아니라 자신이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인 반성폭력 활동가를 택한다. 사범대를 다니며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홍은전은 남을 물리쳐야 꿈을 이루는 제도 교육의 경쟁 트랙을 벗어나 노들장애인야학에 들어감으로써 '아무도 이기지 않고' 교사가 되었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르포 작가로 산다." (8쪽)
"좋은 이야기는 존재의 숨통을 틔워준다. 내가 보고 듣고 겪는 이야기가 나의 세계를 이루기 때문이다. 주위에 성형수술과 다이어트 광고가 난무하면 자신도 모르게 자기 몸의 견적을 내게 된다. 곁에 성소수자 친구가 있는데 동성애 혐오를 외치기는 어렵다. 공무원만큼 활동가도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은 사회에서 아이들은 더 자유롭게 본성대로 클 것이다."(8쪽)
"이야기는 힘이 세서 견고한 관념을 부순다. 내가 듣는 이야기는 내 감각과 정신의 속성을 천천히 바꾼다. 살아가면서 참조할 수 있는 사람 이야기가 많아야, 삶에 대한 질문을 비축해두어야 내가 덜 불행하고 남을 덜 괴롭히게 된다는 것을 나는 경험했다. 내가 진행하는 글쓰기 수업에서도 인터뷰를 꼭 과제로 내어주는 이유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정해진 시간에 집중해서 듣는 일보다 더 좋은 글쓰기 공부를,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보다 더 깊은 쾌락을 나는 모른다. 지배는 단절과 분열의 문화 속에서 가장 잘 기능한다는 말이 있듯이 '연결'은 억압을 벗어나고 해방에 이르는 시작이나 원리다."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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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가 읽고 좋았던 책들. 분명 더 많을 텐데 기억나는 대로 추가해봤다. 나중에 더 생각나면 다른 페이퍼에서 또 소개해볼 생각이다. 아래 책은 안 읽어봤는데 은유 작가를 믿고 그냥 덧붙여봤다. 좋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