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설
마자린 팽조 지음, 우종길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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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막 지었다 싶은 제목이다. '첫 소설' 이라니... 에지간히 붙일 제목이 없었나보다...
아, 작가의 이력을 보니 대충 알 것도 같다. 굳이 처음이라고 써붙일만도 하다. 대통령의 딸, 게다가 정상적이지도 관계도 아니니 가십으로 꽤나 오르내렸겠다 싶다. 주변 상황 모두를 접어버리고 단순히 작가로 제 이름을 찾는 첫걸음으로 내놓은 소설이니 이보다 더 좋은 제목도 없는 것 같다. 그래 처음이라니까 많이 접고 들어가야지, 조금 서툴고 재미가 없더라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읽어줄게.

정작 책내용에 대한 것보다는 주변 얘기를 먼저 접하고 시간이나 때울 셈으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느낌이 조금 달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큰 사건도 없고 주인공들이 특별히 부딪치치지도 않고 그냥 살아간다. 지적인 허영도 누리고, 파리의 향락문화에도 젖어보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시간도 보내고, 또다른 이성과 짜릿한 연애에도 빠져보고...

나름의 상처를 지닌 여주인공의 삶과 그녀의 연인의 이야기가 나름으로 펼쳐진다. 쌍둥이 동생의 죽음,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오랜 이성친구와의 어색한 관계, 친한 동성친구의 타락, 연인의 배신 등의 굴곡을 겪으면서 때로는 안으로 숨어들기도 하고, 또는 사랑하는 사람의 위로로, 따뜻한 아버지의 사랑으로, 그리고, 내적인 성찰로 극복해내는 프랑스 젊은이의 성장기라고나 할까...

다소 심심하고 그래서 소설이라기 보다는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프랑스의 젊은 작가의 삶을 살짝 엿본 듯 살아있음은 이 책의 매력이지만, 별로 깊지가 않은 게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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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괴물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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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다기 보다는 읽어야 될 것 같는 작가나 작품이 있다. 고전이라 불리우는 세계명작은 그렇다 치고, 나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찾아읽는다거나 나는 잘 모르지만 어느 나라에서는 우리 이문열 못지 않게 유명한 사람이라던가 하는 소문이 또 그렇다.

솔직히 난 '폴 오스터'가 누군지도 잘 모르다가 얼마 전 신간이 나온 것을 영문과를 다니는 친구가 찾아읽는 것을 보고 관심일 갖게 되었다. 어디 유명하다는데 한번 읽어볼까?
도서관에서 그의 책 몇 권 중에서 고민을 하다가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일단 이것부터 빼왔다. 한번은 검증된 것이니 볼만하겠지...

외국 문학은 웬일인지 잘 모르겠고, 또 모르는 게 당연한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문화적 차이도 그렇고, 일단 생경한 등장인물들의 이름에서 적잖은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다행이 이 소설엔 어려운 이름도 없고, 많은 사람이 나오지도 않고, 게다가 특별히 문화색을 띠지도 않는다.그럼에도 그다지 재미가 없었던 것은...어떻게 보면 뻔한 통속소설같은 내용과 구성인데 반면 자극적인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지극이 초보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는 생각마저 드는... 그런 책이다.

작가인 화자가 어떤 사건의 전말을 자신의 소설로 들려준다.어떤 사건이란 폭파 사고로 한 남자가 죽은 것이고...죽은 그는 FBI의 추적을 받고 있는 다름아닌 화자의 절친한 친구이다.같은 작가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남자, 그리고 몇 명의 여자들과 화자와의 관계와 추억을 시간을 왔다갔다 하며 전해준다.내용 자체는 단순하기 짝이 없다. 한 특이한 남자가 우연한 사고를 경험하면서 점점 더 특이하게 변화해가다 급기야 투사로써의 삶을 마감하는...

내가 이 책을 평가하기에 가장 애매한 부분이 바로 이 '우연'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그저 우연의 연속인 이런 구성은 작법에서는 피해야할 최우선의 덕목인데 이 책은 그것으로 전체를 이끌어간다. 역자의 글에 보면 '우리의 삶의 여정을 이끄는 방향타가 명확한 자기 의지나 인과와 분명한 논리적인 법칙이 아니라 우연한 사건, 작은 불상사일진대 그 속에서 정의와 불의, 도덕과 비도덕,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를 그렇게 확연히 그을 수 있을까 하는 착찹한 반성'을 폴 오스터가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우연에 휘둘리는 존재로써 인간의 삶이라... 어렵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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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천운영 지음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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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책읽기는 다소 편향되어 편이다. 소설, 특히 한국 소설 그 중에서도 90년대 이후의 젊은 작가의 단편소설을 주로 읽는다. 우선 짧아서 좋고, 외국소설을 읽을 때의 낯설음(특히 이름 외우기에서 난 두 손을 들어버린다. 특히 그 놈이 그 놈 같은 러시아 이름은 죽음이다. ^^;;)이나 번역체의 어색함이 없어서 좋다.

그래서 웬만한 한국 작가의 이름은 10대 아이들이 서너명 이상 되는 댄스그룹의 멤버들 이름을 줄줄이 꿰듯이 알고 있을만큼 많은 소설을 읽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언젠가부터는 작품과 작가의 줄긋기가 안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내 기억력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 얘기가 그 얘기 같고, 이 작가가 저 작가 같이 비슷비슷한 작품과 작가가 많다는 것이기도 하다. 독신의 어딘가 하나씩은 결핍된 비교적 커리어우먼이라 불리는 여주인공의 심심한 내면 따라가기나 사회부적응자들의 지지리 궁상맞은 세상살기 내지는 불륜과 왜곡된 성에 탐닉하는 비틀린 사랑... 대충 그렇고 그런 얘기들...

그 와중에 너무나 다른 작가의 다른 작품을 접하고 반가움에 대번에 기억해낸 이름이 바로 천운영이라는 작가이다. 무슨 문예상 수상집에 실린 '눈보라콘'을 읽고 굉장히 섬세한 남자작가라고 생각을 하다, 신춘문예당선집에서 읽은 '바늘'로 이 이름도 범상치 않은 작가에게 빠지게 되었다.

천운영의 작품은 예쁘지가 않다. 오히려 너무나 거칠고 섬짓하기까지 하다. 그녀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추한 외모와 거친 성격에 험한 직업을 가진 사회에서 조금은 소외된 사람들이다. 게다가 하나같이들 식성 또한 특이해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남의 살을 우걱우걱 씹어먹는 맹수가 연상된다. 그녀의 이야기 솜씨란 너무 생생하고 거침없어 읽는 내내 쫓기듯 불편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단지 이런 외면적인 특징 그 자체만이었다면 여자 같지 않은 여자 작가라는 다소 편견섞인 느낌뿐이었을 것이다. 내가 이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결국 중심을 지나가는 작가의 시선은 여성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표제작 '바늘'의 마지막 구절처럼 가장 앏으면서 가장 가장 강한 무기 '바늘'처럼 섬세하지만 예리한 여성의 시각으로 보는 남다른 세상읽기가 천운영이라는 작가의 다름, 특별함인 것 같다.

이제 난 천운영이라는 작가의 다음 행보를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바늘'의 다름을 답습한다면 또다시 실망하게 될 것 같다. 솔직히 9편의 단편의 하나같음에도 이미 조금은 질린 상태이다. 가슴에 품은 바늘 끝에 날은 세우되 이제 다른 곳의 다른 얘기를 풀어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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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Blu 냉정과 열정 사이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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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일본문학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 많은 작품을 읽어본 것도 아니건만 나에게 그네들의 정서는 그리 맞지 않는 것 같다. 코드가 맞지 않음에서 오는 공감의 부족. 그게 내가 몇편의 일본문학을 읽고 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전적으로 기획 때문이다. 하나의 사랑, 하나의 제목, 두 명의 남녀 주인공, 남녀작가, 부부번역가...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는 스토리의 범람시대에 소설쓰기의 새로운 접근방식이 흥미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주위에서는 이미 베스트셀러가 되어 있었고, 그 붐을 이어 우리 나라에서도 비슷한 기획서를 내놓은 것으로 기억한다.(안타깝게도 이 책은 별로 이슈화되지 않았지만...

일단 조금은 충동적으로 책을 구입하고 누구의 것을 먼저 볼까 잠깐 고민하다 우선 blue편부터 읽기 시작했다. 이태리라는 이국적인 풍경에 복원사라는 직업과 준세이라는 캐릭터의 절묘한 조화, 감각적인 문체, 감추는 듯 털어놓는 안타까운 사랑... 잘 포장된 아름다운 글이다.하지만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인 스토리의 면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남녀주인공의 너무나 상투적인 이별은 드라마에서나 봄직한 뻔한 스토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니, 뭐가 이래?!

그러다 Rosso편을 읽고, 스토리 이상의 맛을 보게 됐다.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편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게 TV 재현프로를 보는 것처럼 김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조금은 시큰둥하게 읽기 시작한 아오이편에서 오히려 더 빠져든 것은 난 이미 이 이야기를 책으로써가 아니라 아오이가 털어놓는 고백을 듣듯, 그녀의 일기장을 읽듯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어차피 사랑과 이별이란 남들 눈에는 다 거기서 거기인 그들만의 일이다. 그러므로 무슨 얘기가 이렇게 시시하냐는 시비는 접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 같다.다만 준세이와 아오이가 10년간 서로를 그리워하던 동안의 애뜻함과 마침내 조우하는 순간의 벅참을 함께 느꼈으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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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애와 루이, 318일간의 버스여행 1
최미애 지음, 장 루이 볼프 사진 / 자인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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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생의 목표 내지는 바램을 하나씩 갖고 산다. 무엇이 되겠다는 가시적인 장래희망이 아니라, 언젠가는 이것을 꼭 하고 싶다는 소중한 꿈들... 그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품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여행이 아닐까 싶다. 삶의 고비때 흔히들 떠올리는 탈출구로써의 여행, 일상의 지리함을 떨쳐버리기 위한 묘약으로써의 여행, 어떤 형태든 간에 여행은 사람을 설레게 하는 묘한 힘이 있는 것 같다.

나역시도 서른이 되기 전에 몇몇 나라(인도, 체코, 터키, 이집트... 등등)를 여행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갖고 있다. 그건 어쩌면 작가가 되겠다는 장래희망보다 더 강하게 날 살게 하는 힘이다. 그래서인가 난 걸어서 지구를 몇 바퀴를 돌았다는 한비야의 여행담이나 방학 동안 배낭여행을 갔다왔다는 친구의 무용담에 넋을 놓고 빠져들고, 훗날을 대비해 신문의 여행 섹션은 빠짐없이 읽는 준비성까지 철저하게 갖추고 있다.

그런 와중에 접하게 된 이 책 역시 소개 기사만으로도 덥썩 사게 만드는 매력적인 지침서였다. 3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그것도 버스로 한 여행기라... 얼마나 멋진가! 게다가 뷰티 프로젝트라는 테마도 너무나 멋진 여행동기였다. 분량도 그리 많지 않아 단숨에 읽어버린 이 책은 그러나 반은 만족, 반은 실망이었다.

우선, 전문 작가가 아님을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미숙한 글솜씨가 이 멋진 여행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일기를 쓰듯 두서없이 써내려간 문장들은 본인만 알 수 있는 상황만 훑을 뿐 어떤 정보도, 공감도 주지를 못하는 것 같다. 300여일의 여행을 책 한권에 담기엔 역부족이었겠지만, 뭐랄까 변죽만 울리고 만 느낌이다. 또 하나, 기대했던 것 보다 사진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나중에 사진집의 형식으로 한권의 책을 더 엮기 위해서인가?

그럼에도 이 책에 별 세 개를 준 것은, 나에게 자극을 줬기 때문이다. 떠날 날을 서른으로 미뤄두고 있는 내 게으름과 용기없음을 부끄럽게 만드는 그들의 모험심과 추진력이 이 책의 매력인 것 같다.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여건이 안되서... 지금은 어렵지만 언젠가는 가고 싶다'를 외치면서 여전히 현실에서 뭉개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여행을 못할 이유는 없다. 그건 단지 핑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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