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애와 루이, 318일간의 버스여행 1
최미애 지음, 장 루이 볼프 사진 / 자인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누구나 인생의 목표 내지는 바램을 하나씩 갖고 산다. 무엇이 되겠다는 가시적인 장래희망이 아니라, 언젠가는 이것을 꼭 하고 싶다는 소중한 꿈들... 그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품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여행이 아닐까 싶다. 삶의 고비때 흔히들 떠올리는 탈출구로써의 여행, 일상의 지리함을 떨쳐버리기 위한 묘약으로써의 여행, 어떤 형태든 간에 여행은 사람을 설레게 하는 묘한 힘이 있는 것 같다.

나역시도 서른이 되기 전에 몇몇 나라(인도, 체코, 터키, 이집트... 등등)를 여행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갖고 있다. 그건 어쩌면 작가가 되겠다는 장래희망보다 더 강하게 날 살게 하는 힘이다. 그래서인가 난 걸어서 지구를 몇 바퀴를 돌았다는 한비야의 여행담이나 방학 동안 배낭여행을 갔다왔다는 친구의 무용담에 넋을 놓고 빠져들고, 훗날을 대비해 신문의 여행 섹션은 빠짐없이 읽는 준비성까지 철저하게 갖추고 있다.

그런 와중에 접하게 된 이 책 역시 소개 기사만으로도 덥썩 사게 만드는 매력적인 지침서였다. 3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그것도 버스로 한 여행기라... 얼마나 멋진가! 게다가 뷰티 프로젝트라는 테마도 너무나 멋진 여행동기였다. 분량도 그리 많지 않아 단숨에 읽어버린 이 책은 그러나 반은 만족, 반은 실망이었다.

우선, 전문 작가가 아님을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미숙한 글솜씨가 이 멋진 여행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일기를 쓰듯 두서없이 써내려간 문장들은 본인만 알 수 있는 상황만 훑을 뿐 어떤 정보도, 공감도 주지를 못하는 것 같다. 300여일의 여행을 책 한권에 담기엔 역부족이었겠지만, 뭐랄까 변죽만 울리고 만 느낌이다. 또 하나, 기대했던 것 보다 사진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나중에 사진집의 형식으로 한권의 책을 더 엮기 위해서인가?

그럼에도 이 책에 별 세 개를 준 것은, 나에게 자극을 줬기 때문이다. 떠날 날을 서른으로 미뤄두고 있는 내 게으름과 용기없음을 부끄럽게 만드는 그들의 모험심과 추진력이 이 책의 매력인 것 같다.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여건이 안되서... 지금은 어렵지만 언젠가는 가고 싶다'를 외치면서 여전히 현실에서 뭉개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여행을 못할 이유는 없다. 그건 단지 핑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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