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의 시스템은 제가 장악했습니다. 한바탕 즐겁게 놀고 갑니다.” 


                                   - 줄리언 어산지가 자신이 해킹한 통신회사 노텔의 컴퓨터 시스템 관리자에게 남긴 메시지

 
   

 

 

줄리언 어산지인지 줄리언 어샌지인지 아직도 헷갈리는데, 위키리크스 관련 책 두 종이 거의 동시에 한국에 나옵니다.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출판사들의 노력과 경쟁을 지켜보자니 위키리크스 못지않은 치열함이 묻어나 두 종 모두 제대로 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평가받길 기대합니다. 우선 슈피겔 기자들이 어산지를 직접 만나 취재하며 써내려간 위키리크스 이야기 <위키리크스 -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를 소개합니다. 아래 내용은 이 책의 프롤로그입니다. 현재 도서정보에 있는 차례로 볼 때 전반부는 어산지의 삶을 다루고, 중반부터 위키리크스 이야기가 시작되는 듯합니다. 둘을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다는 생각이겠죠. 위키리크스의 독일 대변인이었다가 최근 독립한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의 <위키리크스 - 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은 분위기가 사뭇 다를 듯합니다. 이 책의 서문은 내일 오전에 공개하겠습니다.(이런 걸 하고 있으니 마치 출판계의 어산지가 빙의한 기분이군요.)

 

[프롤로그] 

우리가 만난 줄리언 어산지

 

이 책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운동가의 이야기다. 줄리언 어산지(Julian Assange)는 자신의 조직 위키리크스와 함께 강대국들의 정부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미 국무부 외교전문 25만 1000건을 세상에 공개함으로써 글로벌 사회의 시선을 국제정치의 무대 뒤편으로 이끌어주었다. 이는 위키리크스가 지난 7개월 동안 공개한 ‘부수적 살인(Collateral Murder)’ 비디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전쟁일지에 뒤이은 네 번째 폭로였다. 대중이 세계 최강국의 군사적·외교적 내부 실상을 이처럼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었던 적은 이제껏 단 한 번도 없었다.
 어산지에게, 그러나 또한 미국에게도 2010년은 불꽃같은 한 해였다. 시간이 갈수록 폭로는 더욱 빛을 발하며 장관을 연출하더니 결국 세계 각국 정부의 숨을 멈추게 만드는 ‘광란의 피날레(Finale furioso)’로 연말을 장식했다. 이 같은 상황의 전개를 바로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우리에게 더없는 행운이었다. 
  

우리는 2010년 7월 런던에서 처음으로 줄리언 어산지를 만났다. 그는 얼굴이 창백하고 피로해 보였으며, 면도도 하지 않았고 옷은 며칠 동안 똑같은 차림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곧 그것이 그의 평소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배낭과 여행가방 하나, 이것이 끊임없이 이동하며 살아가기 위해서 그에게 필요한 전부였다. 그가 아직 남들의 눈에 띄지 않고 런던 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던 2010년 여름에 이미 역사의 바람은 깃발을 펄럭이며 그의 주변으로 불어오고 있었다. 이때부터 그는 정치권의 팝스타 자리에 올라 각종 잡지의 표지를 장식하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이 새겨진 마스크가 등장하고, 페이스북 팬그룹이 결성되고, 이런저런 관련 시위들이 벌어졌다. 어산지는 여론을 양극으로 분열시키며 사랑과 미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는 철저히 자신의 사명에 헌신했고 남들과는 물론 자기 자신과도 결코 타협하지 않았다.
 줄리언 어산지는 컴퓨터의 귀재다. 그는 몇 시간이고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자신의 300달러짜리 컴퓨터의 키보드를 두드리며 또 하나의 세계 속으로 빠져든다. 그 안에서 그는 현대 정보기술을 이용하여 스스로 ‘정당한 개혁’이라고 부르는 일을 지원한다. 그곳은 진정한 그의 세계다. 그가 자신과 해커 친구들을 ‘국제 전복자들(International Subversive)’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십대 시절부터 줄곧 그의 세계였다. 하지만 컴퓨터 속어로 IRL(In Real Life)이라고 부르는, 단지 0과 1로만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실제 삶에서 이 수학자의 행동은 조심성이나 신중함 따위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무모하고 단도직입적이며, 상대가 자신과 비슷한 지적 수준에서 대화할 능력이 없다고 느낄 때 거침없이 상처를 준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그렇게 느낄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측정에 따라 146에서 180 정도의 아이큐가 나오는데, 이는 보통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개인적 관계를 맺는 능력은 별로 신통치 못해서 거처를 옮길 때마다 실망과 고통을 남겼다. 이렇게 애착관계에 특히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하필이면 두 여성과의 부정한 스캔들로 기소된 것은 단순히 우연으로만 보기 힘들다. 누구보다도 사적인 관심과 공적인 관심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자 한 사람이 바로 어산지 자신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사건은 그가 스스로 두 여인과 해결해야 하거나 재판관의 도움을 구해야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에 머물렀을 것이다. 하지만 어산지는 급진적인 인물이다. 그는 정치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이런 경계를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정의한다. 그의 생각과 행동은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극단으로 치닫는다.
 어산지에게는 비전과 카리스마가 있다. 어산지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을 열광시키고 추종자로 만드는 재능이 있다. 이 점은 다른 많은 문제점들을 보완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그의 비상한 카리스마는 분열과 대립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서도 대중을 사로잡는 매력을 발산하는 정치가들을 연상시킨다. 이는 커다란 성공을 약속하는 재능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어산지에게 호감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작업을 평가하고 성과를 인정하는 것은 이와 별개의 일이다. 
  

 

우리는 위키리크스를 두 가지 방식으로 평가한다. 그것은 분명히 비상하고 특출한 아이디어이지만 또한 디지털 혁명의 논리적 귀결이기도 하다. 비밀 폭로 플랫폼의 콘셉트는 새로운 게 아니며 다양한 형태의 선구자들이 있다. 그러나 민주적 공공성과 최선의 제보자 보호를 위한 인터넷의 가능성을 어산지와 그의 협력자들만큼 일관되게 실행에 옮기며 국제적 명성을 쌓은 사람들은 일찍이 없었다. 위키리크스가 저널리즘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그것을 변화시킬 수는 있다. 이 인터넷 플랫폼은 원본 자료들을 수집하여 공개한다는 측면에서는 문서보관소와 비슷하다. 하지만 사건을 탐색하고, 단서를 추적하고, 최대한 많은 관련자들과 인터뷰하고, 독자들에게 맥락과 분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위키리크스는 우리가 일차적으로 이해하듯이 실제로 저널리즘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는 원본 자료들이 언제나 사건의 진실만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조직이 지금까지 발표한 자료들은 저널리즘의 작업이 훌륭하게 이루어지기 위한 소중하고 부분적으로 유일무이한 재료들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위키리크스 조직의 역사를 추적해왔다. 처음에는 경쟁 상대로서 관찰을 시작했다. 탐사보도 저널리즘(investigative journalism)의 핵심 분야에 새 경쟁자가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위키리크스 사이트와 그 운영자들에게 좀 더 진지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스위스 은행그룹 율리우스 베어(Julius Baer)의 원본 자료들을 위키리크스가 인터넷에 올리고 은행 측이 이를 불법으로 고발한 2008년에 들어서 분명해졌다. 2009년에 우리는 위키리크스가 독일연방정보국 에른스트 우를라우 국장과 교환한 편지들을 읽어보았다. 그것은 위키리크스보다 연방정보국에 훨씬 더 당혹스러운 내용이었다. 우리는 그때 처음으로 위키리크스의 독일 대변인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Daniel Domscheit-Berg, 2010년 10월 사퇴)와 접촉했으며, 그 이후 줄곧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
 위키리크스의 스토리는 또한 우정과 실망과 배신으로 점철된 것이다. 이야기의 무대는 해커와 핵티비스트(hacktivst, 해커와 액티비스트의 합성어-옮긴이)들의 매혹적인 비주류 문화다. 그들이 추구하는 자유이념과 사회윤리는 줄리언 어산지의 비전이 성장하는 밑바탕을 이룬다. 위키리크스의 정보원 브래들리 매닝(Bradley Manning)을 FBI에 팔아넘긴 아드리안 라모(Adrian Lamo)도 같은 문화에서 성장한 해커였다. 우리는 변호사 데이비드 쿰스(David Coombs)를 비롯한 매닝의 여러 주변 인물들뿐만 아니라 라모와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라모와 매닝을 조사하면서 우리는 그들이 그렇게 행동한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줄리언 어산지의 전기가 아니다. 하지만 위키리크스에 관심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어산지를 알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어산지와 그의 중요한 동반자들을 지난 반년 동안 자세히 관찰했다. 런던과 베를린에서 직접 만나기도 했고, 어산지 일당과 시공을 초월해서 가장 빨리 접촉할 수 있는 장소인 컴퓨터에서 온라인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어산지는 고작 두세 번 정도의 만남으로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그는 정치가들처럼 좀처럼 속내를 들여다볼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다. 그를 만나본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그는 사생활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사생활 함구를 만남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지만, 그렇다고 그가 대화를 나눌 때 철저하게 사생활 이야기를 배제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적어도 어느 부분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어산지와 나눈 대화 내용을 그의 삶을 거쳐 간 사람들을 통해서 최대한 검증하려고 노력했다. 이 책을 작업하는 몇 달 동안 우리는 위키리크스에서 현재 활동 중이거나 예전에 활동한 주요 관계자들을 영국, 독일, 호주, 아일랜드, 미국 등지에서 최소한 10명 이상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중에는 어산지를 긍정적으로 평하는 사람도 있었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어산지와 그 주변 인물들뿐만 아니라 영국의 〈가디언〉이나 미국의 〈뉴욕타임스〉와도 접촉을 유지하면서 〈슈피겔〉이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일지, 그 밖에 수많은 외교전문들을 출간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시기에 우리는 어산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서로 의견이 다른 점도 많았기 때문에 자주 논쟁이 벌어지곤 했다. 우리는 그의 음모론이나 저널리즘의 폐해에 대한 시각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위키리크스가 좀 더 민주적인 구조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것과 상당히 다른 줄리언 어산지의 면모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는 결코 오만하거나 비열한 사람이 아니었으며 공격적이지도 않았다. 그는 비범한 아이디어를 지닌 비범한 대화 상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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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라리 2011-02-10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호 재밌겠네요. 우리나라에 이런 사람 또 없을까요.(김변호사 제외)

herenow 2011-02-10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이야말로 알리딘 인문MD님이 아니면 올릴 수 없는 내용이네요.
안그래도 2권이 동시에 검색되고 한 권은 내용조차 제대로 안 나와있어 궁금했는데 말이죠.
출판계의 어산지...ㅋㅋ '출판계 위키릭스' 2탄도 기대합니다. ^ ^

(두 책의 커버이미지가 며칠 사이에 계속 바뀌는 것도 재미있군요.)


인문MD 바갈라딘 2011-02-11 10:4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 글에 있는 표지도 하루만에 바뀌었습니다. ^^

귀를기울이면 2011-02-10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큐 180이란 말에 아이쿠 했습니다. 그게 실존하는 점수구나.. 근데 위키리크스는 리크스인데 스타벅스는 왜 버크스가 아닐까 궁금해지네요.ㅎㅎ 어쨋든 상당히 흥미가 가는 이야깁니다.

인문MD 바갈라딘 2011-02-11 10:55   좋아요 0 | URL
정작 요즘 어산지가 어떻게 지내는지는 보도가 안 되는 듯해요. 위키리크스도 마찬가지고요. 시간이 좀 지나면 '스토리'를 넘어 각종 분석(저널리즘, 운동 전략 등등)도 책으로 소개되겠죠. 사실 그게 더 기다려집니다.

난나야 2011-02-11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리는 과연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가지고 있는가? 얼마나 많은 진실들이 저 위키리크스에 아직 잠들어 있을지 궁금합니다!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차례 시도한 '북 엠바고'는 애초의 기획 취지(책에는 없는 자료를 따로 구해 보여드리고자 한)를 살리기에 어려움이 많아, 이 기회에 개념을 확장해보았습니다.(물론 그래봤자 저 혼자만의 생각이니까) 출간 이전에 책의 출간 이유와 내용의 얼개를 살펴볼 수 있는 머리말과 차례 정도의 정보라도 먼저 전해드리고자 하는 충심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네요.

여하튼 이번에는 2, 30대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 철학자 강신주 선생님의 신작 <철학이 필요한 시간>을 소개합니다. 이미 예약판매를 하고 알라딘 2월의 저자로도 활약하고 계시지만 홍보는 모름지기 다다익선이니까요.(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110201_author2)

   

[머리말] 

저는 책을 읽는 독자이면서 동시에 책을 집필하는 저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편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저는 책이란 알지 못하는 누군가로부터 받은 편지와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서점에 들러 새롭게 출간된 책들을 뒤적이다가, 제 마음을 동요시키는 책을 만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모든 책들이 저를 설레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소수의 책만이 저를 흔들어 깨웁니다. 이런 경우 누가 저의 마음을 엿보기라도 하듯이 저는 서둘러 책을 구입하여 서점을 빠져나옵니다. 그리고 조용한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장 한 장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곤 합니다.

삶의 고뇌가 쌓인 만큼 타인의 고뇌가 읽힌다고 했던가요? 페이지마다 절절하게 아로새겨진 알지 못하는 저자의 고뇌가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제 마음에 젖어듭니다. 저자는 1,000여 년 전의 사람일 때도 있고, 어느 경우에는 저와 같은 시대에 살고 있으나 아주 먼 곳에 살고 있는 사람일 때도 있습니다. 엄청난 시공간을 넘어 책이란 매체를 통해서 저자가 저와 접속되었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간혹 어떤 책은 저에게만 보내는 연애편지와 같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합니다. 파울 첼란(Paul Celan, 1920-1970)이란 시인은 이렇게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시는 “유리병편지Flaschenpost”와 같은 것이라고 말이지요.

아주 먼 곳에서 누군가는 외로움을 느낍니다. 물론 그의 외로움은 자신의 속내를 전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지요. 마침내 그는 자신의 속내를 정성스레 글로 옮겨서 유리병에 담습니다. 바람이 바다 쪽으로 부드럽게 부는 날, 마침내 그는 유리병을 힘껏 바다에 던집니다. 먼 바다로 흘러가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는 유리병을 지켜봅니다. 그러고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유리병편지를 받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올 겁니다. 그가 바다에 던진 유리병편지는 수차례의 거센 폭풍우를 뚫고 어느 낯선 바닷가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것도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아직 유리병편지에게는 남은 일이 있습니다. 모래사장에 올라온 유리병편지는 반쯤은 모래에 묻힌 채 누군가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려야 하니까 말이지요.

유리병편지는 누군가에게 발견되는 것에 만족할 수가 없을 겁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신의 편지가 누군가의 삶과 마음을 동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오디세우스와 같이 험한 바다를 방황했던 유리병편지는 자신이 도달해야 할 곳에 이르지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라진 유리병편지는 얼마나 많을까요. 모든 것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에만 그 빛을 발할 수 있는 법입니다. 결국 유리병편지는 편지를 보낸 사람과 편지를 받은 사람이 마음과 마음으로 연결될 때에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저는 수많은 유리병편지를 받았습니다. 발신자는 스피노자, 장자, 나가르주나, 원효 등과 같은 철학자였습니다. 매번 편지를 받아 펼쳐볼 때마다 저의 고독과 외로움은 경감되었을 뿐만 아니라 저는 인간적으로 성장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 편지들을 통해 제 사유와 삶이 외롭지만은 않다는 위로를 받았으며, 동시에 제 속내를 표현하는 관점이나 기법도 아울러 배울 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는 그들로부터 받은 행운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기 위해서 오늘도 조심스럽게 편지를 적습니다. 그러고는 정성스레 유리병에 담을 겁니다. 가끔 저의 책들이 서점 서가에 꽂혀 있는 것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보곤 합니다. 과연 어떤 사람이 저의 유리병편지를 꺼내 읽어볼까요? 그 사람도 저와 마찬가지로 들뜬 마음으로 책장을 넘겨보게 될까요?

광화문에서
강신주 


 

[차례] 

머리말
프롤로그 : 고통을 치유하는 인문정신

1.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후회하지 않는 삶은 가능한가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나의 욕망은 나의 것인가  라캉, 『에크리』
페르소나와 맨얼굴  에픽테토스, 『엥케이리디온』
개처럼 살지 않는 방법  이지, 『분서』
자유인의 당당한 삶  임제, 『임제어록』
쇄락의 경지  이통, 『연평답문』
공이란 무엇인가  나가르주나, 『중론』
해탈의 지혜  혜능, 『육조단경』
신이란 바로 나의 생명력이다!  최시형, 『해월신사법설』
습관의 집요함  라베송, 『습관에 대하여』
생각의 발생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지적인 통찰 뒤에 남는 것  지눌, 『보조법어』
관점주의의 진실  마투라나, 『있음에서 함으로』
언어 너머의 맥락  비트겐슈타인, 『철학적 탐구』
마음을 다한 후에 천명을 생각하다  맹자, 『맹자』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  에피쿠로스,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내는 편지」

2. 나와 너의 사이
자유가 없다면 책임도 없다  칸트, 『실천이성비판』
집단의 조화로부터 주체의 책임으로  레비나스, 『시간과 타자』
자유와 사랑의 이율배반  사르트르, 『존재와 무』
타인에 대한 배려  공자, 『논어』 
수양에서 실천으로의 전회  정약용, 『맹자요의』
사유의 의무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기쁨의 윤리학  스피노자, 『에티카』
선물의 가능성  데리다, 『주어진 시간』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감수성  정호, 『이정집』
섬세한 정신의 철학적 기초  라이프니츠, 『신 인간 오성론』
여성적 감수성의 사회를 위해  이리가라이, 『나, 너, 우리』
사랑의 지혜  장자, 『장자』
누구도 사랑하지 않아서 누구나 사랑할 수 있다는 역설  원효, 『대승기신론소·별기』
설득의 기술  한비자, 『한비자』
논리적 사유의 비밀  아리스토텔레스, 『분석론 전서』

3. 나, 너, 우리를 위한 철학 
웃음이 가진 혁명성  베르그송, 『웃음』
아우라 상실의 시대  벤야민,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
새로움이란 강박증  리오타르, 『포스트모던의 조건』
자본주의의 진정한 동력  좀바르트, 『사치와 자본주의』
유쾌한 소비의 길  바타유, 『저주의 몫』
여가를 빼앗긴 불행한 삶  드보르, 『스펙터클의 사회』
운명은 존재하는가  왕충, 『논형』
미꾸라지의 즐거움  왕간, 『왕심재전집』 
덕, 통치의 논리  노자, 『도덕경』
사랑, 그 험난한 길  묵자, 『묵자』
약자를 위한 철학  베유, 『중력과 은총』
주체로 사는 것의 어려움  바디우, 『윤리학』
결혼은 미친 짓이다  헤겔, 『법철학』
우발성의 존재론을 위하여  들뢰즈, 『천 개의 고원』
잃어버린 놀이를 찾아서  하위징아, 『호모 루덴스』
치안으로부터 정치로  랑시에르, 「정치에 관한 열 가지 테제」
진정한 진보란 무엇일까  마르크스,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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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좋아 2011-02-08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에게도 유명한 강신주님이네요.ㅎ 시의 적절한 소개. 이 책 읽고 싶어지네요.

2011-02-09 0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문MD 바갈라딘 2011-02-09 08:59   좋아요 0 | URL
아, 강연회는 아직 페이지가 올라가지 않아서 연결이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15일 화요일에는 올라갈 예정입니다. 현재 예상하는 일정은 3월 10일 목요일 저녁, 장소는 김대중 도서관입니다. 페이지 올라가면 꼭 신청해주세요. 고맙습니다.

마늘빵 2011-02-0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고 예약신청했는데 아직 받으려면 한참... 그 전에 김상봉 샘의 책을 읽기 시작했죠.

인문MD 바갈라딘 2011-02-09 13:49   좋아요 0 | URL
14일에 책이 들어오고, 15일에 일괄 배송할 예정입니다. <다음 국가를 말하다>는 현재 단독 강연회를 준비 중이니 좋은 소식 전해드릴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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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무엇이 정의인가?- 한국사회, <정의란 무엇인가>에 답하다
이택광 외 지음 / 마티 / 2011년 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1년 01월 19일에 저장
절판

시류에 편승한다는 오해는 말자, 선입견은 '정의'롭지 못한 것이니
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 두바이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 신자유주의가 낳은 불평등의 디스토피아
마이크 데이비스 & D. B. 멍크 외 지음, 유강은 옮김 / 아카이브 / 2011년 1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2011년 01월 19일에 저장
절판

가진 자에게는 천국, 없는 자에게는 지옥, 고로 모두에게 지옥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
조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월
19,000원 → 17,100원(10%할인) / 마일리지 950원(5% 적립)
2011년 01월 19일에 저장
품절

진보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조국 교수의 세 번째 글모음
식량의 종말- 지금 당신의 밥상은 안전합니까?
폴 로버츠 지음, 김선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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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인과 해결책은 잡히는데, 실천으로 옮겨갈 동력은 어디에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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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동물 우화- 해학으로 가득 찬 스피노자의 철학 동물원
아리엘 수아미 지음, 강희경 옮김, 알리아 다발 삽화 / 열린책들 / 2010년 1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1년 01월 14일에 저장
절판
철학 동물원에서 만난 조련사 스피노자
8시간 VS 6시간- 켈로그의 6시간 노동제 1930~1985
벤저민 클라인 허니컷 지음, 김승진 옮김 / 이후 / 2011년 1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2011년 01월 14일에 저장
품절

열심히 일하며 필요한 돈을 벌고 나름의 여유도 즐길 수 있는 하루 적정 노동시간은?
과학 삼국유사
이종호 지음 / 동아시아 / 2011년 1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1월 2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1년 01월 14일에 저장

혹자는 두 문화를 넘어 세 문화를 말하지만, 중요한 건 이론이 아니라 시도!
위대한 희망- 아프리카 여성 최초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왕가리 마타이의 가슴 뜨거운 삶과 인생
왕가리 마타이 지음, 최재경 옮김 / 김영사 / 2011년 1월
23,000원 → 20,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50원(5% 적립)
2011년 01월 14일에 저장
절판

왕가리 마타이의 삶은 아프리카의 역사를 꼭 닮았다, 그래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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