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시도한 '북 엠바고'는 애초의 기획 취지(책에는 없는 자료를 따로 구해 보여드리고자 한)를 살리기에 어려움이 많아, 이 기회에 개념을 확장해보았습니다.(물론 그래봤자 저 혼자만의 생각이니까) 출간 이전에 책의 출간 이유와 내용의 얼개를 살펴볼 수 있는 머리말과 차례 정도의 정보라도 먼저 전해드리고자 하는 충심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네요.

여하튼 이번에는 2, 30대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 철학자 강신주 선생님의 신작 <철학이 필요한 시간>을 소개합니다. 이미 예약판매를 하고 알라딘 2월의 저자로도 활약하고 계시지만 홍보는 모름지기 다다익선이니까요.(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110201_author2)

   

[머리말] 

저는 책을 읽는 독자이면서 동시에 책을 집필하는 저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편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저는 책이란 알지 못하는 누군가로부터 받은 편지와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서점에 들러 새롭게 출간된 책들을 뒤적이다가, 제 마음을 동요시키는 책을 만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모든 책들이 저를 설레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소수의 책만이 저를 흔들어 깨웁니다. 이런 경우 누가 저의 마음을 엿보기라도 하듯이 저는 서둘러 책을 구입하여 서점을 빠져나옵니다. 그리고 조용한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장 한 장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곤 합니다.

삶의 고뇌가 쌓인 만큼 타인의 고뇌가 읽힌다고 했던가요? 페이지마다 절절하게 아로새겨진 알지 못하는 저자의 고뇌가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제 마음에 젖어듭니다. 저자는 1,000여 년 전의 사람일 때도 있고, 어느 경우에는 저와 같은 시대에 살고 있으나 아주 먼 곳에 살고 있는 사람일 때도 있습니다. 엄청난 시공간을 넘어 책이란 매체를 통해서 저자가 저와 접속되었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간혹 어떤 책은 저에게만 보내는 연애편지와 같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합니다. 파울 첼란(Paul Celan, 1920-1970)이란 시인은 이렇게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시는 “유리병편지Flaschenpost”와 같은 것이라고 말이지요.

아주 먼 곳에서 누군가는 외로움을 느낍니다. 물론 그의 외로움은 자신의 속내를 전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지요. 마침내 그는 자신의 속내를 정성스레 글로 옮겨서 유리병에 담습니다. 바람이 바다 쪽으로 부드럽게 부는 날, 마침내 그는 유리병을 힘껏 바다에 던집니다. 먼 바다로 흘러가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는 유리병을 지켜봅니다. 그러고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유리병편지를 받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올 겁니다. 그가 바다에 던진 유리병편지는 수차례의 거센 폭풍우를 뚫고 어느 낯선 바닷가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것도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아직 유리병편지에게는 남은 일이 있습니다. 모래사장에 올라온 유리병편지는 반쯤은 모래에 묻힌 채 누군가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려야 하니까 말이지요.

유리병편지는 누군가에게 발견되는 것에 만족할 수가 없을 겁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신의 편지가 누군가의 삶과 마음을 동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오디세우스와 같이 험한 바다를 방황했던 유리병편지는 자신이 도달해야 할 곳에 이르지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라진 유리병편지는 얼마나 많을까요. 모든 것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에만 그 빛을 발할 수 있는 법입니다. 결국 유리병편지는 편지를 보낸 사람과 편지를 받은 사람이 마음과 마음으로 연결될 때에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저는 수많은 유리병편지를 받았습니다. 발신자는 스피노자, 장자, 나가르주나, 원효 등과 같은 철학자였습니다. 매번 편지를 받아 펼쳐볼 때마다 저의 고독과 외로움은 경감되었을 뿐만 아니라 저는 인간적으로 성장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 편지들을 통해 제 사유와 삶이 외롭지만은 않다는 위로를 받았으며, 동시에 제 속내를 표현하는 관점이나 기법도 아울러 배울 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는 그들로부터 받은 행운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기 위해서 오늘도 조심스럽게 편지를 적습니다. 그러고는 정성스레 유리병에 담을 겁니다. 가끔 저의 책들이 서점 서가에 꽂혀 있는 것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보곤 합니다. 과연 어떤 사람이 저의 유리병편지를 꺼내 읽어볼까요? 그 사람도 저와 마찬가지로 들뜬 마음으로 책장을 넘겨보게 될까요?

광화문에서
강신주 


 

[차례] 

머리말
프롤로그 : 고통을 치유하는 인문정신

1.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후회하지 않는 삶은 가능한가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나의 욕망은 나의 것인가  라캉, 『에크리』
페르소나와 맨얼굴  에픽테토스, 『엥케이리디온』
개처럼 살지 않는 방법  이지, 『분서』
자유인의 당당한 삶  임제, 『임제어록』
쇄락의 경지  이통, 『연평답문』
공이란 무엇인가  나가르주나, 『중론』
해탈의 지혜  혜능, 『육조단경』
신이란 바로 나의 생명력이다!  최시형, 『해월신사법설』
습관의 집요함  라베송, 『습관에 대하여』
생각의 발생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지적인 통찰 뒤에 남는 것  지눌, 『보조법어』
관점주의의 진실  마투라나, 『있음에서 함으로』
언어 너머의 맥락  비트겐슈타인, 『철학적 탐구』
마음을 다한 후에 천명을 생각하다  맹자, 『맹자』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  에피쿠로스,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내는 편지」

2. 나와 너의 사이
자유가 없다면 책임도 없다  칸트, 『실천이성비판』
집단의 조화로부터 주체의 책임으로  레비나스, 『시간과 타자』
자유와 사랑의 이율배반  사르트르, 『존재와 무』
타인에 대한 배려  공자, 『논어』 
수양에서 실천으로의 전회  정약용, 『맹자요의』
사유의 의무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기쁨의 윤리학  스피노자, 『에티카』
선물의 가능성  데리다, 『주어진 시간』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감수성  정호, 『이정집』
섬세한 정신의 철학적 기초  라이프니츠, 『신 인간 오성론』
여성적 감수성의 사회를 위해  이리가라이, 『나, 너, 우리』
사랑의 지혜  장자, 『장자』
누구도 사랑하지 않아서 누구나 사랑할 수 있다는 역설  원효, 『대승기신론소·별기』
설득의 기술  한비자, 『한비자』
논리적 사유의 비밀  아리스토텔레스, 『분석론 전서』

3. 나, 너, 우리를 위한 철학 
웃음이 가진 혁명성  베르그송, 『웃음』
아우라 상실의 시대  벤야민,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
새로움이란 강박증  리오타르, 『포스트모던의 조건』
자본주의의 진정한 동력  좀바르트, 『사치와 자본주의』
유쾌한 소비의 길  바타유, 『저주의 몫』
여가를 빼앗긴 불행한 삶  드보르, 『스펙터클의 사회』
운명은 존재하는가  왕충, 『논형』
미꾸라지의 즐거움  왕간, 『왕심재전집』 
덕, 통치의 논리  노자, 『도덕경』
사랑, 그 험난한 길  묵자, 『묵자』
약자를 위한 철학  베유, 『중력과 은총』
주체로 사는 것의 어려움  바디우, 『윤리학』
결혼은 미친 짓이다  헤겔, 『법철학』
우발성의 존재론을 위하여  들뢰즈, 『천 개의 고원』
잃어버린 놀이를 찾아서  하위징아, 『호모 루덴스』
치안으로부터 정치로  랑시에르, 「정치에 관한 열 가지 테제」
진정한 진보란 무엇일까  마르크스,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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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좋아 2011-02-08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에게도 유명한 강신주님이네요.ㅎ 시의 적절한 소개. 이 책 읽고 싶어지네요.

2011-02-09 0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문MD 바갈라딘 2011-02-09 08:59   좋아요 0 | URL
아, 강연회는 아직 페이지가 올라가지 않아서 연결이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15일 화요일에는 올라갈 예정입니다. 현재 예상하는 일정은 3월 10일 목요일 저녁, 장소는 김대중 도서관입니다. 페이지 올라가면 꼭 신청해주세요. 고맙습니다.

마늘빵 2011-02-0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고 예약신청했는데 아직 받으려면 한참... 그 전에 김상봉 샘의 책을 읽기 시작했죠.

인문MD 바갈라딘 2011-02-09 13:49   좋아요 0 | URL
14일에 책이 들어오고, 15일에 일괄 배송할 예정입니다. <다음 국가를 말하다>는 현재 단독 강연회를 준비 중이니 좋은 소식 전해드릴게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