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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마누엘레 피오르 그림,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평점 :
"사랑하며 사는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하는 책!"
이 책을 아주 오래 알아왔음에도 막상 읽어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오랜 시간 내 책장에서 머물다 자리비움을 하던 시기에 사라졌고, 최근 다시 도서관 대여를 통해 읽게 되었다.
오랜 기간 읽지 않고 자리만 지키던 책에 대한 부채감 때문인지, 이번에야말로 완독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막상 읽고 보니 처음에 생각했던 장르와는 완전히 달라 좀 놀라웠는데, 읽기 전에는 자기 계발서나 인문학 쪽 책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본 책의 장르는 '소설'이었다.
내용을 더 잘 상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러스트가 추가되어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배경이 되는 풍경과 사람들을 마음껏 머릿속으로 그려가며 읽을 수 있었다.
일층까지 이어지는 긴 계단과 침침하지만 아늑함이 느껴졌던 지하공간, 그리고 모모 주변에서 도움을 주던 이웃들의 모습까지.
너무 일찍 철이 들어 안쓰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당당하게 자기 몫을 해내는 모모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또 많이 반성하게 되었다.
열네 살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파리의 빈민가 모습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풍경, 그 이상의 것들을 품고 있었다. 비록 가진 것이 없어 무시당하고 인종차별을 겪기도 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 따뜻한 마음들 덕분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고, 아플 때면 무료로 진료도 받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늙거나 병이 들어 도움이 절실한 이들에게는 누구 할 것 없이 이웃들이 합심해 선의와 인정을 베풀어 준 덕분에 이들은 또 무사히 하루를 살아낼 수 있었다.
사랑이 있기에 가능했고, 또 서로 사랑했기에 함께 견디며 살아갈 수 있었다. 우리 앞에 생이 아무리 남루하고 비참할지라도 '사랑'이 있다면 모모와 이들처럼 조금은 살만하다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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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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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도시
-멜빌: 유태인과 아랍인들이 모여사는 낙후지역으로 모모가 사는 지역
-비송거리: 흑인들만 모여사는 거리
■모하메드
-열네 살
-모모라고 불림
-세 살 때 처음 로자 아줌마를 만남
-아랍인
-회교도
■로자 아줌마
-육중한 몸을 가지고 있음
-폴란드 태생 유태인
-과거 몸으로 벌어먹고 살았음
-현재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음
-가장 무서워하는 건 암
■드리스 씨네 카페
-멜빌에 있는 카페로 하밀 할아버지가 자주 머무는 곳
■하밀 할아버지
-여든다섯 살
-양탄자 행상을 하고 있음
-눈이 아주 아름다움
-현재는 고령으로 눈이 멀었음
■롤라 아줌마
-서른다섯 살
-모모가 사는 건물의 오층에 살고 있음
-여장 남자로 불로뉴 숲에서 일함
-전에는 세네갈에서 권투 챔피언이었음
■카츠 선생님
-의사
-비송 거리의 유태인과 아랍인들 사이에서 기독교적인 자비심을 베푸는 사람으로 유명
■은다 아메데
-포주며 뚜쟁이
-아프리카 원주민
-까막눈으로 글을 쓸 줄 모름
-파리 시내 흑인들 중 멋쟁이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사람
-주말이면 고향에 편지를 부치기 위해 로자 아줌마를 찾아옴
■아르튀르
-우산으로 만든 모모의 친구
■나딘
-금발의 아가씨
-영화에 사람의 목소리를 입히는 직업을 가지고 있음
■라몽
-나딘의 남편
-의사
■유세프 카디르
-모모의 친부
-아랍인
-십일년간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었음
■아이샤
-모모의 친모
-인기 있던 거리의 창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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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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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가 3~4살 때쯤 로자 아줌마에게 보내지게 되면서 모모의 출생에 관련된 내용은 모두 비밀에 부쳐지게 된다. 그리고 모모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칠층 건물에서 로자 아줌마와 살며 그 어느 아이들보다 오랜 세월을 함께 그녀와 보내게 된다. (다른 아이들은 입양을 가거나 부모가 데려감)
로자 아줌마는 주로 창녀들이 일하러 간 시간 동안 그들이 낳은 아비 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며 돈을 벌었는데, 나이가 들고 병들기 시작하면서 점점 그것마저 어려워지게 된다.
모모는 이때쯤부터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 거리를 헤매거나 아이들의 몸을 씻겨주는 일을 하며 아줌마를 돕게 되는데, 곧 아줌마의 증상이 더 심해지면서 그것마저 어려워지게 된다.
그곳에 머물고 있는 아이들은 물론, 병든 아줌마의 간호까지 떠맡으면서도 모모는 끝까지 도망가지 않고 아줌마를 위해 헌신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자신을 가장 사랑해 주고 아껴준 사람이 로자 아줌마라는 것, 그리고 그런 그녀가 사라지고 나면 모모 자신은 정말 혼자가 된다는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모모는 아줌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그렇게 지하방 깊숙한 곳에서 아줌마의 임종을 지키는 것은 물론 한동안 썩어가는 그녀의 시체와 함께 지내던 모모는 이웃들의 도움으로 그곳을 나와 새로운 곳에서 새 삶을 이어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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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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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만 빼고 모든 사람에게 다 엄마가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엄마가 나를 보러 오게 하기 위해 복통과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
나는 좀 더 관심을 끌어보려고 아파트 여기저기에 똥을 막 싸갈겼다. 그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끝내 엄마는 오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로자 아줌마는 처음으로 나에게 바로 같은 아랍놈이라고 욕을 했다.
1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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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이들은 엄마가 자신을 보러 오는데, 모모만 엄마가 찾아오지 않았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얼마나 서럽고 부러운 일이었을까?
그래서 모모는 복통과 발작을 일으켜 관심을 끌어보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돌아온 건 오히려 로자 아줌마의 욕뿐이었다.
이 문장을 읽는데 너무 가슴이 아팠다. 엄마라는 존재를 처음 인식하고 찾지만 자신만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그 서러움을 과연 어느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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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엄마를 찾기 시작하자, 로자 아줌마는 건방진 녀석이라고 욕하면서 아랍 놈들은 다 그 모양이라고, 손을 내밀어 주면 팔까지 달란다고 푸념했다.
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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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은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안 된다. 너무 사랑하고 아껴서 오히려 반대로 행동하는 걸로 해석해야 옳다. 로자 아줌마가 가장 오래 애정을 가지고 키워온 아이가 바로 모모다.
그런 아이가 이 세상에 없는 엄마를 찾는 것을 보고 로자 아줌마는 또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그래서 더 강한 어투로 욕을 하고 푸념하며 아무것도 아닌 일인 양 넘기려 노력한 것이다. 이 문장은 그 노력의 흔적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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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를 받아서 쓰다듬다가 냅다 도망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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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개를 끔찍이도 사랑하게 되었다.
(...)
결국 나는 '쉬페르'라는 이름을 선택했는데, 언제든지 더 좋은 이름이 떠오르면 바꿔줄 생각이었다. 나는 나의 내부에 넘칠 듯 쌓여가고 있던 그 무언가를 쉬페르에게 쏟아부었다. 그 녀석이 없었더라면 나는 무슨 짓을 저질렀을지 모른다.
(...)
나는 녀석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남에게 줘버리기까지 했다. 그때 내 나이 벌써 아홉 살쯤이었는데, 그 나이면 행복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사색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 법이다.
(...)
쉬페르가 감정적으로 내게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자, 나는 녀석에게 멋진 삶을 선물해 주고 싶어졌다. 가능하다면 나 자신이 살고 싶었던 그런 삶을.
(...)
내가 이 말을 하면 안 믿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오백 프랑을 접어서 하수구에 처넣어버렸다. 그러고는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두 주먹으로 눈물을 닦으며 송아지처럼 울었다. 하지만 마음만은 행복했다.
30~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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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와도 제대로 애정을 주고받을 수 없었던 모모는 훔친 개에게 모든 애정을 쏟아붓는다. 그러다 마침내 자신의 삶을 개에게 투영하게 되었던 것 같다.
자신과 함께 있어봤자 자신과 같은 비참한 삶을 살게 되리라는 것을 직감한 모모는 자신이 살고 싶었던 삶을 그 개가 대신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부유한 어떤 이에게 개를 판다.
하지만 그 개를 판 돈만큼은 가질 수 없어 하수구에 버리게 된다. 이후 펑펑 우는 것으로 마음을 다 흘려버린 모모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모모. 그리고 홀로 그 모든 상황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이런 모습 때문에 더 짠하고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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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나는 로자 아줌마가 눈을 뜨는 것을 보면 행복했다. 나는 밤이 무서웠고, 아줌마 없이 혼자 살아갈 생각을 하면 너무나 겁이 났다.
10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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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는 일찍이 버려진 아이다. 그래서 로자 아줌마와 가장 오래 산 아이이기도 하다. 그런 모모에게 있어 아줌마의 존재는 세상 단 하나밖에 없는 가족이자 친구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아줌마마저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상태처럼 보인다. 그래서 모모는 밤이 무섭고 아줌마 없이 살아갈 내일이 너무 두렵다.
모모에게 있어 매일 아침 로자 아줌마가 눈을 뜨는 것을 목격하는 것만큼 행복한 날이 또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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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것은 그것이 부족할 때 더 간절해지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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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는 행복해지기보다는 그냥 이대로 사는 게 더 좋다. 행복이란 놈은 요물이며 고약한 것이기 때문에. 그놈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어차피 녀석은 내 편이 아니니까 난 신경도 안 쓴다.
(...)
행복에 관해서는 그놈이 천치짓을 하지 못하게 막을 법이 필요하긴 할 것 같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주절거리는 것뿐이다. 어쩌면 내가 잘못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고. 하지만 나는 행복해지자고 주사를 맞는 짓 따위는 안 할 거다.
1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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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의 어른스러운 면과 현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모모가 사는 멜빌은 빈민가다. 그렇기에 약을 하거나 몸을 파는 일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모모는 행복을 위해 마약을 하지 않겠다며 강한 신념을 드러낸다. 오히려 행복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내보이며, 그것은 자신에게 해당되지 않는 일이라고 강하게 선을 긋는다.
행복을 바라지 않으니 그에 대한 간절함 또한 없는 것이다. 어쩌면 이 덕분에 모모는 철이 일찍 들었을지언정 정신만은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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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며 어느 집 대문 아래 앉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세상의 어느 것보다도 늙었으므로 걸음걸이가 너무 느렸다.
1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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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시간'은 거북이처럼 느리게 간다. 모모 역시 그렇게 느꼈고 나 역시 그랬다.
빨리 어른이 돼서 스스로 자신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어린아이일 때는 그 시간이 참 더디게 흘러간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면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버리고 만다. 바랄 때는 이루어지지 않고, 막상 원하지 않을 때는 사라져 버리는 시간, 참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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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센 존재들이다. 경찰 아버지를 둔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아버지를 두 배로 가진 셈이다. 경찰에서는 아랍인이건 흑인이건, 프랑스와 조금만 관련이 있는 사람이면 다 받아준다. 빈민구제소를 거친 창녀의 아들이라 해도 아무도 그들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말인데, 경찰이 되는 것보다 더 좋은 길은 없다. 군인들조차도 장군을 빼고는 그들과 비교도 안된다.
(...)
나는 언젠가 알제리에 가면 경찰이 될 것이다. 그곳은 경찰이 정말 필요한 곳이다. 프랑스에는 알제리보다 알제리인이 훨씬 적은데, 그 이유는 이곳에서는 알제리인들이 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14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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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이토록 강력하고 막강하구나 싶어 살짝 웃음이 나기도 하면서도 얼마나 힘(권력)을 갖고 싶어 하는지가 보여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문장이기도 하다.
부모가 없는 아이, 창녀가 낳은 아이, 로자 아줌마가 없으면 빈민구제소로 가야만 하는 아이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아랍인이라는 출신 배경으로 인해 인종차별도 많이 당했을 것이다. 그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에서 이 모든 것을 상쇄시킬 수 있는 방법은 오롯이 자신이 경찰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는 경찰이 되는 것이 꿈이다. 그것만이 무시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처럼 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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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밀 할아버지는 말이야말로 사람을 죽이지 않고도 뭐든 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는데, 나중에 시간이 나면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하밀 할아버지는 말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라고 했다.
164~16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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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밀 할아버지는 이 소설 속에서 지식인, 세상의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자처럼 느껴진다. 비록 눈은 멀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예쁜 눈을 가졌고, 또 눈이 멀기 전에는 모모에게 글자를 비롯해 많은 것들을 알려주며 모모가 제대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을 깔아준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하밀 할아버지가 말한 '말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라고 말한 부분은 말의 힘에 대해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아무런 울타리도 없는 모모에게 하밀 할아버지는 어쩌면 스스로 버팀목이 되어줄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힘인 '말'의 힘을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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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 수 있다면 늙은 창녀들만 맡고 싶다. 나는 늙고 못생기고 더 이상 쓸모없는 창녀들만 맡아서 포주 노릇을 할 것이다. 그들을 보살피고 평등하게 대해줄 것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경찰과 포주가 되어서 엘리베이터도 없는 칠층 아파트에서 버려진 채 울고 있는 늙은 창녀가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
1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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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시선과 철든 마음이 더해져 만들어진 '진심'이 가장 잘 드러난 문장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아이의 주변에는 창녀와 늙고 못생긴 로자 아줌마, 그리고 포주, 힘세 보이는 경찰이 있다.
이것을 조합하여 아이는 연민과 사랑을 담아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경찰과 포주가 되어 힘없고 못생기고 늙고 더 이상 쓸모없는 창녀들을 포용하고 책임지고 싶다 말한다.
기특하고 대견한 마음이 드는 한편, 얼마나 상황이 형편없었으면 이런 생각을 품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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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내 오랜 경험에 비춰 보건대 사람이 무얼 하기에 너무 어린 경우는 절대 없어요."
29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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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문장은 '사람이 무얼 하기에 너무 늦는 일이란 없다'인데, 겨우 열네 살을 살아온 아이의 세상에서는 '너무 어린 경우'가 없나 보다.
일찍이 더 어린아이들을 돌보고 씻기는 일은 물론, 병든 로자 아줌마를 돌보고 또 돈을 벌어오는 일까지 하던 모모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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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야 한다.
34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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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 세상에 사랑이 사라지면 암흑천지가 될 것이다. 모모가 사는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사랑이 있어 '오늘'을 살 수 있었다.
그들이 아낌없이 내어준 돈과 먹을거리, 선심, 봉사, 인내 등이 있어서 로자 아줌마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마감할 수 있었고, 또 로자 아줌마가 돌보던 아이들도 죽지 않고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었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이 책은 모모의 삶을 통해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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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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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의 길지 않은 십사 년 생을 통해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책은 전한다. 사랑은 다양한 이름으로 이 세상에 존재한다. 연민, 봉사, 인내, 회초리, 보살핌, 꾸지람 등등.
그리고 모모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이 모모를 지켜봐 주고 돌봐준 덕분에 아이는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었다.
돌봄과 사랑을 전해준 로자 아줌마, 글자와 세상의 이치를 가르쳐 준 하밀 할아버지, 필요할 땐 언제든 나타나 돈과 먹거리를 제공해 준 롤라 아줌마, 아프거나 치료가 필요할 땐 무상으로 치료를 해준 카츠 선생님, 아줌마의 몸을 칠층까지 날라주거나 힘이 필요할 때는 기꺼이 손을 빌려준 자움 씨네 네 형제들, 아이의 마지막 안식처가 되어준 나딘과 라몽 부부까지.
이득을 생각하기보다 마음을 내보이며 직접적 도움을 준 이들 덕분에 모모의 빈민가에서의 삶이 불행과 쓸쓸함으로만 남지는 않았던 것 같다.
현실적으로 학교도 가지 못한 십 대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불행을 떨치기 위해 상상 속 친구를 불러들이거나, 거리의 여자들이 내미는 돈 몇 푼을 받아오는 것이 전부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웃들의 사랑과 관심 덕분에 모모는 무사히 자기 앞에 놓인 생을 펼쳐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작은 힘이 모이고 모여 결국 경이로운 희망을 만들어 낸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도 어쩌면 이런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