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한다는 것 - 소통의 시대에 느림의 철학자 피에르 쌍소가 전하는 “진정한 대화”와 “대화의 행복”
피에르 쌍소 지음, 이진희 옮김 / 드림셀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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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대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 책!"



진정한 대화가 사라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입장으로 보자면, '대화'는 피곤한 것이고 에너지를 써야 하는 행동이다. 단순히 듣고 말하는 범위를 넘어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들어야 하고, 그에 따른 액션이나 반응을 보이며, 거기에 나 또한 이야기를 얹어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이 진짜 대화가 맞을까? 이 책을 읽으며 문득 그런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아주 오래전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 대화와 토론을 즐겼던 소크라테스를 떠올려보며 요즘의 대화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그러고 나서 든 생각은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진정한 대화'와 '대화의 행복'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대화는 유일하게 인간만이 가진 기쁨이자 행위인데, 이기심과 이득을 위해 대화를 활용하게 되면서 어느새 그 가치가 변질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진정한 대화는 즐거워야 하고, 부담이 없어야 하며, 유쾌해야 한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고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주며, 사람들과 함께 살 힘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진정한 대화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를 향한 존경과 친절, 부드러운 태도 등이 어우러져야 하며, 언어와 인간에 대한 예우를 갖춰야만 가능한 일이다. 성공적인 대화는 우리를 한층 더 성장시켜주고, 분위기를 띄워주며, 선입견과 편견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다 보면, 대화는 한층 더 생명력을 가지고 우리를 혼돈과 게으름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 수 있도록 돕는다.



총 16가지의 주제에 대해 저자인 피에르 쌍소는 철학적, 사회학적 사유를 통해 '대화'의 의미와 가치에 관한 강의를 이어나간다. 이를 통해 독자는 깊이 있는 대화의 의미와 가치를 성찰할 수 있을 것이다.


'대화' 그 자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나의 대화방식에 대해 돌아보는 것은 물론, 편안한 대화를 이어나가던 상대방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서 '대화' 그 자체가 문제였던 것이 아니라, 대화방식, 대화 내용, 태도, 상대방, 활용법 등이 문제였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래는 그중에서 특히 더 기억에 남은, 저자의 사유 내용들 중 일부를 정리해 보았다. 이를 통해 대화의 순기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고, 이것을 내 삶에 잘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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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피에르 쌍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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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행복을 찾는 적극적인 방법으로 '느림'의 방식을 찾은 그는 '느림의 철학자', '걷기 예찬론자'로도 불렸다. 그의 '느림'에 관한 책들은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된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는 '느림'에 관한 주제의 하나로 '대화'를 선택했는데 바로 이 책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대화란 섬세하고 유쾌하고 즐겁게 시간을 쓰는 방법론 중 하나다. 즐거운 대화는 대화가 끝날 때면 아무런 이득을 얻지 않아도 화합의 행복을 느끼게 한다.


피에르 쌍소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대화'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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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대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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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삶의 기술이다. 대화는 폭력 없이 세상을 이용하라고 우리를 격려한다. 그런 점에서 대화는 우리의 느림, 걸음, 부드러움과 같은 태도와 연결된다.


대화는 언어와 인간에 대한 예우를 갖춘다. 우리는 대화의 무한한 원천에 경탄한다. 그리고 대화의 원천이 낯선 이미지와 소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도라는 사실에 거듭 놀란다.


나는 성공적인 대화는 모름지기 경쾌함(경박함이 아니라)과 진중함(흥분한 상태가 아니라)이 적당히 어우러지고 쾌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성공적인 대화를 위해 우리는 맹세한다.


"나의 근심을 공유하겠다는 핑계로 당신을 거북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같이 해야 할 더 즐거운 일이 있으니까요. 톡톡 터지는 말의 거품 위에서 미끄러지며 함께 춤을 춥시다."


어떤 대화가 내 몸과 마음을 명민하게 다듬어 사람들과 함께 살 준비를 하게 해주고 내 영혼을 세상의 흐름에 내맡길 수 있게 한다면 그 대화는 성공적인 대화다.


대화는 우리가 존경을 보내면 친절하게 우리를 안내하는 도시와 같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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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랑 주제별로 만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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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대화란 무엇인가?


나는 성공적인 대화라면 유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벼운 대화를 격찬한다. 그런데 가벼운 대화라고 해서 두께와 깊이, 엄숙함이 없을까?


그런데 가벼움을 경솔함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가벼움은 존재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근심, 걱정, 인간의 불행, 우리 내면의 궁핍을 감추지 않는다.


가벼움은 유려한 말속에서 돋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대화에서 엿보이는 발랄함, 특히 우리를 미소 짓게 하는 방식, 우호적인 분위기를 망치지 않는 방식에서도 눈에 띈다. 경쾌한 사람들은 과한 존재감으로 우리를 불편하게 하거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부담스럽게 굴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의 수평선을 가로막지 않으며, 우리는 넓게 열린 수평선 덕분에 상쾌한 바닷바람을 들이킬 수 있다.


대화의 매력이 무엇인지 명확히 설명하자면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몇몇 친구들이 나를 공중으로 띄워 올리고 나는 아무런 걱정도, 고통도 없이 땅으로 다시 내려오는 것이라고.


유쾌한 대화를 즐기려면 선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말솜씨가 뛰어나고 재치가 넘치는 사람은 환영받는다. 하지만 나는 즐거운 모임에 반드시 달변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보다 필요한 것은 교류의 질을 해칠 수 있는 사람을 거부할 용기다.


그렇다면 즐거운 모임을 위해 '충분한' 자질을 갖춘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나는 재능이 없는 사람을 선호한다.


부족한 사람 때로는 우리를 당혹하게 할 수도 있는 과도한 겸손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그는 우리와 함께 한다는 사실을 뽐내지 않으면서도 자리를 빛내준다. 이러한 사람은 자신이 존재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한다.


재능이 없는 사람은 우리의 가치를 인정하고 어려워하지 않고 발언권을 양보한다. 그러면서도 발언권을 지나치게 빨리 넘길 정도로 자기 자신을 과도하게 낮추지는 않는다.


진정한 대화는 친구들 사이에서만 혹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진정성 있는 대화의 이미지는 우리가 함께 한다는 사실과 합치한다.


함께하는 것은 각자가 하는 말이 단순히 더해지거나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의 말을 초월하는 대화를 이루는 것이다.



***


좋은 대화, 긍정적 대화, 성공적인 대화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 이 챕터를 읽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이것을 통해 평소 내 대화 습관과 상대를 면밀히 살펴보면 어떨까 한다.


요즘은 각자 자기 말만 하는 사람들이 많아,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잘 받지 못하는데, 서로 주고받는 대화가 '함께' 어우러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면, 이보다 더 좋은 대화가 어디 있을까?



■지치지 않는 말


수다쟁이의 말은 고갈되지 않는다. 그는 지칠 줄 모르는 다른 모든 이들처럼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 수다쟁이는 무료하고 느슨해지는 순간에 우리에게 강공을 펼친다. 수다쟁이 말은 시들기는커녕 터무니없이 자랄 뿐이다.


수다쟁이는 침묵을 지켜야 하는 순간, 죽은 사람과 그의 가족이 마땅히 누릴 묵념의 권리를 방해하지 않아야 하는 순간이 와도 눈치채지 못한다. 공연 중간의 휴식 시간에도 수다쟁이는 공연의 매력을 분산시킨다.


식사시간에는 마치 수다가 우아한 요리에 어울리는 것처럼 굴며 식사를 즐기지 못하게 한다.


수다쟁이는 타인의 비밀을 무시하고 존중해야 마땅한 것들을 존중하지 않는다. 늘 뻔뻔한 태도로 배려를 요구하면서도 배려에 감사할 줄 모른다. 그는 점심시간에 예고도 없이 불쑥 나타나고 자신에게 이득이 되도록 사람을 사이의 관계를 이용한다.


수다쟁이는 남들보다 성공한 자기 자식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는다. 경쾌한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고 변덕과 '허물없는' 행동이라는 카드를 자유자재로 꺼내 든다.


말을 독점하는 수다쟁이는 모두에게 속한 재화를 되돌려줄 줄 모르는 도둑이자 무뢰배다.


수다꾼의 과도한 말은 우리가 진짜로 바라는 바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한다. 게다가 그는 의미 있는 일들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고, 평범한 것으로 만든다.


수다쟁이에게는 내용보다 방식이 더 중요하다. 수다쟁이 얼굴만 겨우 아는 사이에도 격식 없는 말투로 상대를 대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대화가 기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수다는 친절함, 타인에 대한 존중, 감사하는 마음을 모른다. 좋은 수다쟁이는 없다. 좋은 수다쟁이는 말 없는, 다시 말해 죽은 수다쟁이다. 자기 존재의 본질적인 이유를 상실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수다쟁이가 좋은 수다쟁이리라. 수다쟁이는 우리의 기분을 상하게 할 뿐이다.



***


피해야 할 인간 군상, 혹은 조심해야 할 수다쟁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챕터다. 그래서인지 타인보다 나 자신에게 더 대입해 봐야 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수많은 수다쟁이 유형 중에 내가 속하는 부분이 한두 개쯤 있을 수도 있다.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눈치 없이 아무 말이나 하다 보면 상대방에게는 무례한 수다쟁이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니, 타인에게 대입해 보기 이전에 나에게 먼저 대입해 보자. 그리고 말을 할 때는 더 예의를 갖추고 배려의 자세를 가져보자.



■말의 다른 사용법


내 생각에는 대화는 아마추어의 손에 맡기는 편이 더 나은데, 왜냐하면 대화는 직업이 아니라 재능이자 자유 활동이며 뭔가를 팔아먹을 만한 것이 하등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지도, 심지어 욕망하지도 않고 사랑을 나누는 것은 거짓을 꾸며대는 일이자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것이다.


정보의 원활한 흐름을 막으면 오히려 대화가 풍요로워질 수 있다. 그러나 대화하는 사람의 말을 빼앗으면 정보를 주고받는 데 방해가 된다.



***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원활하게 대화를 잘 이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아니면 말을 직업을 삼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대화'를 이어나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저자는 이러한 경우에 대해 경계하며, 오히려 아마추어의 손에서 피어나는 대화가 더 낫다고 말한다.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서로 주고받는 대화를 이어나가게 되면 오히려 풍요롭고 더 다채로운 대화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대화는 편안해야 한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 한 번 더 생각하게 했던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토론하는 사회


맹목적으로 복종하거나 생각 없이 본능을 따르는 것보다 토론하는 것이 낫다. 토론은 좋은 대화거리를 던져준다. 이런 소재가 없이 나누는 대화는 무의미하고 지엽적인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토론은 나를 혼돈과 게으름에서 구제한다. 누군가 내게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제기한다면 모호한 생각과 편견에 더는 의존할 수 없게 된다. 그중 몇 가지를 버리고 좀 더 틀이 잡힌 생각을 제시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생각은 선입견과 경험,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에 맞서고 따분해질 수 있는 대화에 생명력을 더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토론 문화는 우리를 더 자율적인 존재로 만들고자 하는 목적을 지녔다. 왜냐하면 토론은 우리가 한 약속에 대해 논하라 하고, 때로는 대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의 약속을 수정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도 그럴까? 우리는 점점 더 복잡하고 더 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증명된 자격을 갖춘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남들이 전문가의 의견을 지켜보고 이를 경건하게 적용하는 반면 다행히 우리는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행동으로 옮길 때는 우리에게 내재한 빛을 따라 행동한다.



***


이 대목을 읽는데 문득 과거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들이 벌인 토론 모습이 불쑥 떠올랐다. 당시의 토론 문화는 우리 모두를 더 자율적인 존재로 만들고자 하는 목적으로 아주 사소한 것부터 큰 결정 부분까지 자유롭게 행해졌는데, 그에 비해 지금은 너무 다른 토론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시대에 토론이라고 하면, 뭔가 정석적이고 딱딱한 이미지가 절로 떠오르는데,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토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듯하다.


토론을 통해 새로움을 창출하고, 편견이나 아집 고집을 바꿀 수 있는 문화의 장으로써 '토론문화'가 정착된다면 다들 지금과는 다르게 토론을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대화, 대화 그리고 대화


우리가 재치를 발휘해야 한다는 걱정이나 특별히 지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지 않고 호의적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대화는 저절로 원활하게 흘러가는 법이다.



***


앞서 '대화'에 대한 여러 주제를 살펴보면서 성공적인 대화가 다소 어렵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문장 하나로 보다 깔끔하고 가볍게 정리할 수 있을듯하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걱정이나 부담을 느끼지 않고 호의적으로 원활하게 흘러가는 대화! 이것이야말로 즐거운 대화, 성공적인 대화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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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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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맺음말에서 '대화는 삶의 기술이다.'라고 표현했다. 대화는 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말투나 억양 내용에 따라 서로를 부드럽게 연결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긴장감을 완화시키거나 신뢰감을 주기도 하고 때론 무한한 긍정의 감정을 느끼게도 만든다. 그래서 대화를 삶의 기술이라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서로에 대한 예의와 예우를 갖추고 대화를 이어나간다면, 우리는 대화를 통해 더 많은 것들을 나누고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서로가 만족하는 성공적인 대화를 삶에 적용해 보고 싶다면, 앞서 언급한 여러 주제들은 물론 이 책에 실려있는 저자의 철학적, 사회학적 사유들을 살펴보며, 하나씩 말의 습관들을 고쳐나가 보면 어떨까 한다.


그러다 보면, 내 몸과 마음은 물론 내 주변에도 '대화'가 통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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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무법자
크리스 휘타커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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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에 반전으로 이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 끝에 긴 여운으로 남은 먹먹함과 슬픔, 그리고 희망"



멋스러운 절벽을 품은 작은 마을, 케이프 헤이븐에서 어느 날 일곱 살의 여자아이가 불의의 사고로 죽음을 맞게 된다. 이 일로 인해 가깝게 지내던 이들의 인생은 모두 송두리째 뒤바뀌게 된다.


그리고 30여 년의 시간이 흘러 아이를 죽인 범인이 교도소에서 출소하게 되고, 이 시점부터 다시 조용하던 케이프 헤이븐에는 새로운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기 시작한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는 곳이었기에, 허물은 그대로 모두에게 드러났고, 그 중심에 있던 한 아이는 자신과 동생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는 고군분투를 이어나가게 된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두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첫 번째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여자아이의 시점, 두 번째는 과거에 집착하는 한 경찰관의 시점이다.


여자아이에게는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고, 경찰관에게는 어느 시점에 멈춰있는 과거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결론에 다다라서는 어느 쪽도 해피엔딩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치열하고 힘겨운 사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소설은 전반적으로 범죄소설의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 속에는 가족, 자기희생, 첫사랑, 선과 악, 책임 등의 소재들이 풍부하게 녹아들어가 있어 매우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그래서 한번 읽기 시작하면, 스토리에 빠져들어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무엇보다 중, 후반부에 들어서면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면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데, 진짜 범인에 대한 정체는 물론, 숨겨져 있던 다른 진실들이 표면에 드러나며 수많은 의문에서 해당될 것이다.


그 짜릿함을 위해, 이번 기록에서는 특정 단서나 힌트는 제공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 요소 하나하나가 다 이 책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힌트는 모두 과거에 있고, 현재는 이상과는 많이 동떨어진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더 가슴 아프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 속에서 가장 많은 희생을 치렀던 사람이자 그럼에도 스스로를 무법자라 칭하며 자신과 동생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소녀가 부디 미래에는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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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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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던 저자는 결국 아무 학위도 받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그리고 이 일 저 일 전전하다가 열아홉의 어느 날 강도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강도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강도가 꺼낸 칼에 옆구리 쪽을 두어 번 찔리게 되면서 전화기를 떨어뜨리게 되고 이후 강도는 저자의 전화와 칼을 집어 들고 달아나게 된다.


그 후로 저자는 잠도 못 자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게 된다. 의사는 항우울제를 처방해 주었지만 저자는 그걸 쓰레기통에 버려버린다. 술을 마시고 약을 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상황이 더 나빠져 자살을 고민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자기 계발서를 빌려 보게 되었는데 트라우마가 남을 만한 사건을 글로 써보되 연관된 사람이나 배경, 결말을 바꿔보라고 나와 있는 것을 보고 그렇게 해보기로 마음먹는다.


저자는 자신의 주인공으로 여자아이를 선택하면서 그 아이가 용기를 낼 수 있다면 저자 자신 역시 용기를 낼 수 있을지는 모른다는 생각으로 평소 꿈꾸던 지역인 몬태나를 배경으로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새벽까지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잠도 자고, 쓸수록 더 나아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길고 긴 1년이 지나며 미래도 생각해 보게 될 즈음, 한 기사에서 주식 중개인에 관해 읽게 되었는데, 대단한 인생을 살고 있는 무척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 길로 저자는 시청에 이력서를 들고 들어가 말단직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열정으로 주 80시간을 일하며 버티게 된다. 그러다 결국 트레이더 자리까지 가게 되었지만 상사와의 내기에서 200만 달러를 잃게 되면서 결국 직장을 잃게 된다. 그때 나이가 스물넷이었다.


또다시 잠을 안 자고 먹지도 않는 생활이 이어졌는데, 차마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약혼을 했고 결혼을 계획하고 있었던 시기였기에 어쩌면 더 막막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버티기 위해 술을 마시고 약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다시 몇 년 만에 몬태나로 돌아가 그곳에서 쓰다만 지점부터 연약한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한다.


글쓰기는 그렇게 저자를 살렸고 어떤 것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할 때 도움은 물론 필요한 토대와 목적이 되어주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신혼여행에 가서도 일어나서 글을 썼다고 전한다.


몇 년이 걸렸지만 결국 저자는 빚을 다 갚았고 다시금 자신이 바라던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나빠지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또다시 저자는 서른을 눈앞에 두고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데, 주변에서는 미쳤다고들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내는 당시 임신한 상태였다.


그러나 저자는 더 이상 앞날을 계획하기보다 '지금'을 사는 것이 지금 당장 필요한 일임을 깨닫고 그렇게 실행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삶이 뒤바뀐다.


<나의 무법자>는 저자에게 있어 그 무엇보다 큰 성취로, 과거의 그늘 아래에서도 살려고 노력했던 자신의 경험이 모든 페이지에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그래서 이 글은 지극히 광범위한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극도로 사적인 이야기이라고 말하며, 범죄소설이지만 다른 한편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것들, 이를테면 첫사랑, 자기희생, 선악의 개념과 그 중간의 회색 지대에 관한 책임과 같은 것들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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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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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 헤이븐

-'안식처와 같은 곶'이라는 뜻의 가상의 마을로 배경이 되는 장소


□각별한 4명의 친구 사이

-스타 래들리, 워크, 마사 메이, 빈센트


■시시 래들리

-일곱 살

-금발머리의 여자아이

-빈센트의 차에 치여 사망

-절벽 끄트머리에 있는 공동묘지에 묻힘


■스타 래들리

-시시의 언니

-마사 메이의 절친

-아빠가 다른 아이 둘의 엄마(평생 아이들에게 자기 핏줄이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음)

-술과 약에 빠져 살고 있어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김


■더치스

-스타 래들리의 첫째 딸

-열세 살

-동생 로빈을 끔찍이 챙김

-스스로를 '무법자 더치스 데이 래들리'라고 칭함


※더치스는 가계도를 발표하는 숙제를 위해 래들리 가문(엄마쪽)의 뿌리를 추적하다가 수배 중이었던 무법자 빌리 블루 래들리를 발견하게 된다. 이후 자랑스러운 발견이라는 생각에 자신을 '무법자'라 칭하게 됨


■로빈

-스타 래들리의 막내아들

-다섯 살(여섯 살 생일날을 앞두고 엄마가 사망)


■워크

-열다섯 살 때 시시의 죽음을 목격

-어릴 적 꿈이 경찰

-현재 케이프 헤이븐의 경찰서장

-현재 파킨슨병을 앓고 있으며, 손 떠는 증상으로 불편을 겪고 있음


■마사 메이

-아버지는 리틀 브룩 미국 성공회 목사

-어릴 적 워크랑 사귀는 사이였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헤어짐

-현재는 변호사로 일함(주로 별거나 가정 문제를 다룸)

-목사였던 아버지가 마사 메이에게 낙태를 종용하면서 워크와도 헤어지게 됨


■빈센트 킹

-워크와 형제처럼 가까운 친구 사이

-시시를 죽인 혐의로 열다섯 살에 수감됨

-시시 혐의로 10년, 감옥 안에서 난 싸움으로 30년으로 연장됨 (과실치사는 살인이 됐으며, 소년은 남자가 됨)


■핼

-스타의 아버지이자 로빈과 더치스의 할아버지

-몬태나에서 농장을 운영 중


■매기 데이

-핼의 아내이자 스타의 어머니

-시시가 죽고 난 후 자살


■뒤부아 서장

-시시가 사망했을 당시 경찰서장


■디키 다크

-부동산을 하고 있으며 케이프 헤이븐에 집을 여러 채 보유했고 카브리요 고속도로 옆에 클럽도 하나 가지고 있음

-에스컬레이드를 몰고 다님

-현재 래들리 가족이 살고 있는 집도 다크의 집임

-돈을 위해 움직이는 남자


■브랜던 록

-스타의 옆집에 살고 있음

-다리를 살짝 전다.


■밀턴

-정육점 운영

-털보

-스타의 집 바로 맞은편에 살고 있음

-브랜던과는 사이가 좋지 않음

-스타 래들리를 10년 동안 훔쳐보고 오랜 시간 사진을 찍어옴


■커디

-교도소장

-키가 크고 마른 체격

-우호적이고 친절함


■리 텔로

-케이크 헤이븐 경찰서에서 15년 동안 행정직으로 일함

-때때로 출동 무전 연락을 담당하기도 함


■리키 텔로

-엄마가 리 텔로

-로빈의 친구


■벌레리아

-보조 경찰

-일손이 필요할 때만 경찰서에 출근함


■켄드릭

-의사

-워크의 주치의


■토머스 노블

-할아버지의 집에서 더치스가 만난 남자 친구

-흑인이며 마른 체구


■돌리

-할아버지가 사는 동네의 이웃 여성

-더치스를 예뻐함


■셸리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더치스와 로빈을 담당하게 된 사회복지사


■프라이스 부부

-더치스와 로빈을 임시로 위탁한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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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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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30여 년 전부터 시작된다. 스타 래들리, 워크, 마사 메이, 빈센트 킹은 절친한 사이로 동네에서 둘도 없는 각별한 사이였다.


이때 스타와 빈센트, 워크와 마사 메이는 서로 호감을 품고 있는 사이였는데,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이들의 관계는 한순간에 산산조각 나게 된다.


그 일은 스타의 동생인 시시 래들리를 빈센트 킹이 차로 치어 사망하게 된 사건으로, 이 일로 빈센트 킹은 10년의 선고를 받게 된다. 그런데 빈센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일부러 다른 건수를 만들어 수감 기간을 30년까지 늘려 수감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그 사이 래들리 가족은 완전히 해체되고(엄마는 자살로 사망, 아버지는 몬태나로 혼자 이주, 스타는 술과 약을 하며 지냄), 마사 메이는 목사인 아버지로 인해 낙태를 함과 동시에 워크와는 헤어지게 된다.


그렇게 30년의 시간이 흐른 후, 빈센트 킹이 마침내 수감생활을 마치고 다시 동네에 돌아오게 되면서 하나 둘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마치 멈췄던 시계가 빈센트의 출소에 맞춰 다시 움직이기라도 하듯이 과거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현재에까지 이어져 계속된다.


스타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더 이상 남매를 양육할 만한 상황이 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첫째 딸인 더치스가 7살 차이 나는 동생 로빈을 엄마처럼 케어하며 지내게 된다.


작은 동네인 만큼 사람들은 래들리 사람들의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특히 그녀의 이웃이면서 그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브랜던 록과 밀턴은 그녀의 그런 상황들을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출소한 빈센트 킹이 더치스의 집을 지켜보던 중 다크가 스타의 집에 찾아와 행패를 부리게 되면서 둘은 마주하게 된다. 폭력적으로 구는 다크를 목격한 더치스는 이후에도 엄마가 다쳐서 돌아오는 등 상황이 나빠지자 무법자 더치스의 이름으로 이에 대한 응징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이내 더치스는 한밤중 몰래 다크가 운영하는 클럽을 찾아가 불을 지르고 CCTV 녹화 테이프를 꺼내 달아난다. 이에 다크는 더치스를 찾아와 녹화 테이프를 달라며 협박하지만, 불을 낸 당일 이미 쓰레기장에 버린 테이프는 더치스의 손을 떠난 뒤였다.


그리고 어느 날 어떤 이유인지 갑자기 스타가 사망한 채로 발견되고, 이 자리에는 빈센트가 함께 있었는데, 스타의 사망을 신고한 것도 역시 빈센트였다.


이 일로 빈센트는 스타의 죽음의 범인으로 지목받게 되면서 다시 수감되고 엄마를 잃은 아이들은 몬태나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 핼에게 보내지게 된다.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아서 마음을 열지 않는 더치스와 반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서서히 적응해 나가는 로빈.


한동안 평화로운 시간이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또다시 살인사건이 벌어지며 두 아이들은 여기저기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된다. 그 와중에 자신은 돌보지 않고 끝까지 동생 로빈을 위해서 모든 희생을 감내하는 더치스의 모습은 짠함을 넘어 너무 안타깝게 다가왔다.


한편 마을 경찰서장이지만 스타의 살인사건에서 배제된 워크는 두 아이들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하는 한편 자신의 절친이었던 빈센트를 위해서도 여러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워크는 범행 현장에 빈센트가 있었지만 스타를 죽인 범인은 빈센트가 아닌 다크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변호사 선임조차 하지 않으려 하는 빈센트였기에 쉽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던 와중 빈센트는 마사 메이를 변호사로 선임해달라고 워크에게 요청하게 되고 이에 워크는 오랜만에 마사 메이를 찾아가 이런 상황들을 전하며 도움을 요청한다.


그렇게 한 팀이 된 마사 메이와 워크는 용의자에 올려둔 사람들의 행적과 과거를 캐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된다. 누군가의 죽음 뒤에 또 다른 죽음,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흘러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진실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너무 먼 길을 돌아온 더치스의 여정이 너무 가엽게 느껴진다. 더불어 그들과 얽힌 이들의 삶이 너무 처연하게 다가온다.


30년 전 그 사고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이 모든 사람들은 순리대로 살았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부모 밑에서 사랑받으며 살고, 사랑하는 연인과 애달픈 이별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일곱 살 시시의 죽음은 그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중반까지는 인물과 배경을 이해하는데 집중해서 읽고, 중후반에는 사건의 핵심과 전개 양상에 집중해서 읽는 것을 추천한다. 추리력을 더해 진짜 범인의 정체를 파헤쳐 보며 사건 파악에 몰두해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하나의 묘미가 될 것이다.


※직접 책을 읽을 독자를 위해, 반전 내용, 사건 등의 내용은 불가피하게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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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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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똑같은 밤이 이어지며 소녀를 완전히 삼켜버려, 더치스는 두 번 다시 낮을 보지 못하리라는 것을, 다른 아이들이 보는 방식으로는 볼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아버렸다.

1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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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선처럼 다가오는 문장이나, 사실 따져보면 이미 시시가 죽은 이후부터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에서부터 어머니를 거쳐, 더치스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치게 되면서 더 이상 더치스의 삶은 다른 아이들과 같을 수 없었다. 실제로 갈수록 현실은 더 낮보다 밤이 길어지는 양상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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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스는 빈센트 킹과 디키 다크를 덜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은 소녀 인생의 가장 어두운 챕터에 등장하는 사람들이었다. 소녀는 그들이 다시 나타나리라는 것을, 자기 인생 이야기의 반전이자 날카로운 침이라는 것을 알았다.


무엇보다 소녀는 피곤했다. 일 때문도 잠 때문에 아니었고, 그저 내면 깊은 곳에 살고 있는 지독한 증오 때문이었다.

225~2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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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열세 살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증오와 시련이다. 그럼에도 소녀는 겁을 먹기 보다 오히려 더 활활 타올랐다.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않으면서 오로지 독기로 버텨냈다.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이 없이 홀로 견뎌야 하는 고독과 증오를 안고 살아가느라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었을까?


이 부분은 그런 소년의 내면에 대해 살짝 엿볼 수 있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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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마음을 놓아버린 자신을, 새로운 삶의 가능성에 그렇게 빠져버린 자신을 저주했다. 소녀는 분노를, 뜨거워서 몸이 뒤틀리는 분노를 기억했다.

35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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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댁으로 옮겨와 살면서도 동생과는 다르게 더치스는 마음을 열지 않았다. 잘 먹지도 자지도 않으면서 오로지 분노와 독기를 내뿜으며 살았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애정을 퍼붓는 할아버지로 인해 소녀의 마음도 서서히 풀어지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꿈을 꾸기 시작할 무렵, 결국 그것마저 허물어지는 사건을 겪게 된다.


그 일로 더치스는 분노를 자신에게 쏟아내게 된다. 방심하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자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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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답을 찾지 못한 의문이 너무 많았다. 그는 자신이 진실과는 다른 색을 칠했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뼛속 깊이 느꼈다. 빈센트 킹은 죄가 없었다. 그리고 워크는 그걸 우연에 맡기지 않을 작정이었다. 더는 아니었다. 그는 이미 멀리까지 왔고, 자기 영혼을 대가로 지불해야 한대도 끝까지 갈 작정이었다.

46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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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점에서는 스타를 죽인 진짜 범인이 빈센트 킹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했었다. 그런데 워크와 마사 메이가 수사를 지속할수록, 그리고 수상한 빈틈이 생겨날수록 어쩌면 범인은 다른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리 과거에 빠져 사는 워크라지만, 단순히 어릴 적 절친이었다는 이유로 빈센트를 감쌀 워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워크는 자신의 몸을 돌보기 보다, 끝까지 갈 작정으로 수사에 돌입한다. 자기 자신과 스타, 빈센트 그리고 핼, 마지막으로 두 아이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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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내가 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5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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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내용을 알고 읽으면 엄청 멋있고, 감동적인 문장이다. 아이들을 위해, 스타를 위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안고 가는 빈센트가 남긴 문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른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생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더치스를 위해 빈센트는 최후의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러나저러나 나중에 진짜 진실을 알게 된다면 상처받을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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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빈센트는 감방에서, 교도소장에게서, 수감자들과 굵은 철조망 울타리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 작은 소녀에게서는 결코 떠나지 않을 터였다.

5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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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마음으로는 작은 소녀인 더치스를 깊이 사랑하고 아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직접적으로 아이를 보듬어 주고 사랑해 준 어른은 없었다. 아니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아이는 늘 혼자 고군분투하며 어머니를, 동생을 지키기 위해 늘 홀로 노력했다. 빈센트는 자진해서 죄를 뒤집어썼고 그렇게 형이 10년에서 30년으로 늘어났다.


그렇게 살 수 있었던 이유는 감방이나 교도소장, 수감자들과 같은 것들은 빈센트 자신에게 하등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자신과 아이들 사이를 멀리 떨어뜨려 놓을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었기에 아마 기꺼이 형이 더 길게 살았던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렇듯 마음속으로는 늘 더치스를 생각하고, 또 그녀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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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몇 달은 길고 힘들었으나 더치스는 새로운 환경이 도움 된다는 걸 발견했다. 소녀는 핼이 전에 말했듯이 숨쉬기부터 다시 하기 시작했고, 그 모든 것이 아프기는 했지만 시간의 힘이 막강하다는 것을 알았다.

5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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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앞선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더치스는 새로운 환경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머니인 스타와 살다가 할아버지인 핼의 집으로, 거기에서 위탁가정 프라이스 부부 집으로, 그러다가 청소년 지도원, 마지막으로 돌리네 집에서 머무르는 여정을 이어나가며 스스로 터득한 것이다.


아프고 또 힘든 시간들이었지만, 시간의 힘을 빌어 서서히 다시 살아갈 힘도 얻게 된다. 숨 쉬는 것부터 시작해, 일상을 이어가며 미래를 그려나가는 일까지. 쉽지 않았지만 한 발 한 발 그렇게 자신만의 삶을 이어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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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자기가 잃은 모든 것을 생각하며, 그리고 동생이 얻은 모든 것을 생각하며 울었다.


더치스는 유리창에 손바닥을 대고 동생에게 작별을 고했다.

56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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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스가 복수를 위해 잠시 동생 곁을 비운 사이, 동생이 새로운 가족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된 것을 알게 된 더치스.


동생이 그토록 원하던 가정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멀리서 지켜본 그녀는 동생의 행복을 위해 결국 동생과의 작별을 선택한다.


이후 언젠가 누군가를 통해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후 더치스가 이때 이 순간의 결정을 얼마나 후회할지, 또 얼마나 마음 아파할지가 눈에 선하게 보여 너무 가슴 아픈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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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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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인공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주인공에 따라 보는 관점이 완전히 다름을 알 수 있다. 과거의 어느 시점에 머물러 있는 워크는 모든 사고가 과거에 머물러 있어 환경은 물론 관계에 있어서도 과거 시점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반면, 더치스는 현재와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치스에게 과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며 하루하루 오늘을 온전히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동생을 돌보고, 엄마가 오늘을 별 탈 없이 무사히 넘기는 것이 최대 관심사다.


그리고 내일은 부디 동생과 자신이 안락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이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하지만 이런 바람과는 다르게 현실은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서 계속 더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현실을 더치스를 통해 보게 된다.


하나의 작은 실수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그렇게 시간과 사람을 타고 넘어 오늘에 이르게 된다. 후반부에 이르면 복수와 증오가 어느새 용서와 포용으로 이어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는데, 숨겨진 에피소드 덕분에 더 극적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범죄와 깊이 연관된 소설이지만, 그 안에 꽤 많은 주제를 담고 있어 단순히 좋다 나쁘다고 구분 짓기는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어떤 이유로든 더치스에게만큼은 냉혹한 현실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스스로를 무법자로 칭하며 살아남기 위해 인생을 걸었던 더치스와 가까운 이들의 안타까운 실수와 상황을 모두 목도한 워크가 전하는 이야기를 통해 꾹꾹 눌러 둔 감정의 파고를 마음껏 터트려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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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사탕 제조법 - 미니북(112*155mm) 백희나 그림책
백희나 지음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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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자주 눈에 띄던 그림책이 하나 있는데 바로 <알사탕 제조법>이다. 알사탕 제조법이라는 제목부터 어딘가 호기심을 자극해 '언젠가 꼭 한번 읽어봐야지'하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본 첫 느낌은 '귀엽다'였는데, 손바닥만 한 책 사이즈에, 어딘가 모르게 귀여운 이미지로 다가오는 할아버지의 모습 때문이었다.


대체 알사탕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먼저, 읽고 난 소감을 먼저 이야기해보자면 알사탕 제조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전개된다. 그래서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림책이지만, '아이'보다는 '어른이들'에게 더 적합한 책이라는 느낌이 팍팍 든다.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이들에게 동심도 일깨워 주고 또 맑은 마음도 다시 되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


제조법을 살펴보면 나름대로의 변형이나 응용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내용은 하단에 작게 표기된 주석에서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조건이 은근히 까다롭다.


마음의 소리를 들려주는 신비한 알사탕 제조법이니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할 필요도 있는 듯하다. 만약 어린이 일 때 알사탕 제조에 실패했다면, 67세가 되었을 때 또 기회가 있으니 너무 상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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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사탕 활용 시 주의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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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깨끗한 자만이 만들 수 있으며, 마음이 깨끗한 자만이 알사탕의 효능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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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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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 800ml

●커다란 냄비(뚜껑이 잘 닫히는 것으로 준비)

●깨끗한 명주 보자기

●말이 잘 통하는 친구(몸집이 작을수록 좋다)

●자명종(소리가 너무 크지 않은 것)

●재미있는 책 한 권

●빨대

●쟁반



***


재료를 보고 좀 의아했던 부분이 있는데, 바로 '말이 잘 통하는 친구'와 '재미있는 책 한 권'이었다.


이건 대체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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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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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용한 밤이 오길 기다린다

(별이 총총히 뜬 맑은 날씨일 것)


2. 다음의 동작을 한다.

(6가지 요가 동작)


3. 따끈한 물로 목욕한다.


4. 가지고 있는 잠옷 중, 가장 편안한 옷을 입는다.

(옷 태그는 다 제거하는 편이 좋다)


5. 커다란 냄비에 맑은 물을 담는다.


6. 옥상이나 베란다 같이 집에서 가장 높고 트인 곳으로 간다.


7. 별이 제대로 반짝거리는지 확인한다.

(흐린 별은 소리를 약하게 만드니 주의할 것)


8. 별이 냄비 속에 잘 떠오르도록 냄비 손잡이를 잡고 각도를 조절한다.


9. 별빛이 최고로 빛을 발하는 순간, 재빨리 뚜껑을 덮는다.


10. 준비해 둔 명주 보자기로 잘 싼다. 꽁꽁 잘 싼다.


11. 친구에게 부탁하여 냄비 위를 누르도록 한다.

(되도록 가벼운 몸집의 친구가 편하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말이 잘 통하는 친구라는 것을 기억하자)


12. 자명종을 7분으로 맞추고, 미리 준비해 둔 책을 읽는다.

(책은 작은 목소리로 나긋나긋하게 읽는다. 재미있는 책일수록 효과가 좋다)


13. 자명종이 울리면 냄비를 조심조심 부엌으로 옮긴다.


14. 뚜껑을 열고 별빛 우린 물이 적당히 끈적끈적 해졌는지 확인한다.


15. 빨대를 이용하여 비눗방울을 분다.

(너무 크게 불지 않도록 주의한다. 지나치게 큰 사탕은 빨아먹기 힘들다. 비눗방울은 터질 때 기침소리가 날 것이다. 놀랄 필요 없다)


16. 비눗방울들을 쟁반 위에 올려놓고, 잠을 푹 잔다.


17. 아침에 일어나면, 알록달록한 알사탕이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맑은 마음으로 만든 알사탕이 맑은 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알사탕 제조에 실패한 어린이는 67세가 되었을 때 다시 시도해 보기 바란다. 단, 이 책에 실린 요가 동작을 매일매일 수련해야 한다.)



***


만드는 방법을 살펴보면, 일단 목욕재계를 한 후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알사탕 제조가 시작됨을 알 수 있다. 조건을 살펴보면 별이 총총 뜬 맑은 날, 별이 최고로 반짝일 때, 재미있는 책을 들려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는 책 대신에, 별과 어울리는 좋은 음악을 7분 동안 들려주는 방법을 활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가장 어려운 것은 말이 통하는 가벼운 몸집의 친구를 구하는 일로, 재료 준비에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의 해답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친구를 미리 알고 있지 않다면, 알사탕 제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67세까지 그런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 더불어 2번에서 언급한 6가지 요가 동작도 매일 빼먹지 말고 실천해야 한다.



=====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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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알사탕도 맛있는데, 간절한 마음의 소리까지 듣게 해주는 알사탕이라니 당연히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레시피를 살펴보니, 가장 좋은 재료만을 엄선해서 만든 최고급 알사탕이다.


문방구 할아버지가 직접 만들어서 파는 알사탕이라는데, 대체 이 문방구는 어디에 있는 걸까?


이 알사탕을 만나게 된다면 알사탕의 효능을 통해 내 마음이 깨끗한지 아닌지를 역으로 검증해 봐도 좋겠다.


가끔 이런 상상조차 하지 못할 그림책이나 이야기책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신이 난다.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고 그려나가며 마음껏 자유를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답답한 하루를 보냈다면, 이 책을 통해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잠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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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 연애편지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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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가 주는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소설!"



벚꽃을 떠올리게 하는 기분 좋아지는 책 표지 덕분에 읽기 전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쳐들었다. 그리고 잊힌 편지 감성에 다시 흠뻑 빠져들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오가와 이토는 나에게는 이미 검증된 작가나 다름없는데, 앞서 출간한 <달팽이 식당>과 <츠바키 문구점>을 통해 이미 저자의 감성코드가 나와 잘 맞는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작이 나온 것을 보고 주저 없이 이 책을 선택했고 역시나 그 선택은 옳았다. 너무 오랜만에 만난 저자의 책이라 모처럼 '저자'와 '책'에 대해 이런저런 정보를 검색해 봤는데, 출간된 책들 중에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 꽤 많이 발견되어 깜짝 놀랐다. 덕분에 다음에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덜게 되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포포의 출산과 육아, 그리고 다시 재개한 대필 사연에 대한 내용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그중에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바로 할머니의 사랑 이야기로, 숨겨진 그녀의 열정과 남다른 애정 이야기를 엿보면서 엄마나 할머니도 결국 여자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여기에 더해 더 확장된 사랑 이야기도 함께 담아내면서 과거와 현재를 모두 아우르는 느낌을 받았다.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편지'와 '대필'이라는 소재 위에 현시대의 상황과 요소들이 양념처럼 추가되면서 이야기는 고루하지 않게 펼쳐진다. 그래서 담백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는듯하다.


편지를 흔하게 주고받던 시절의 이야기에 더해 대필로라도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진심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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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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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츠바키 문구점>, <반짝반짝 공화국>에 이어 포포짱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실제 존재하는 가마쿠라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덕분에 평범한 동네였던 그곳이 어느새 명소들로 가득해졌다는 번역가의 후문도 있다. 이 때문인지 언젠가 기회가 되면 소설 속에 등장한 장소들을 둘러보며, 맛있는 음식들을 직접 먹어보고 싶다.


그냥 관광명소를 가는 것과는 다른, 소설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짜릿한 느낌이 들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건 비단 나뿐일까?


2탄인 <반짝반짝 공화국>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포포가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게 되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하니, 다음에는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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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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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등장하는 배경 안내도



■하토코(포포)

-에도시대부터 대필을 가업으로 이어온 츠바키 문구점의 11대 대필가

-미츠로와 결혼하면서 모리카게 가의 일원이 됨


■미츠로

-아내와 사별하고 딸 큐피와 함께 고향인 가마쿠라에 내려와 식당을 차림

-이후 포포와 결혼 후 행복하게 사는 중


■큐피

-미츠로와 미유키 사이에서 태어난 딸


■바바라 부인

-포포의 옆집에 살았던 온화한 노부인

-지금은 남프랑스에 머물고 있음


■빵티

-초등학교 교사인 포포의 친구

-대필 의뢰를 통해 남작과 인연을 맺게 됨

-현재 교사를 그만두고 유명 빵집을 운영 중


■남작

-선대의 친구이자 빵티의 남편


■선대

-츠바키 문구점의 10대 대필가이자 포포의 할머니

-선대의 죽음으로 포포가 가마쿠라로 돌아와 츠바키 문구점을 운영 중


■미유키

-미츠로의 전부인이자 큐피의 엄마

-묻지마 살인 사건의 희생자


■코우메와 렌타로

-미츠로와 포포 사이에서 태어난 남매

-코우메는 둘째 딸, 렌타로는 아들로 셋째

-연년생으로 태어났지만 같은 학년이며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함


■마이

-포포의 소꿉친구


■토마

-3년 전 사용하지 않아 방치된 삼촌의 집으로 이사 후 현재 이즈오시마섬에서 도예를 하고 있음

-짐을 정리하다가 삼촌에게 보낸 카시코씨의 연애편지를 발견


■토무

-토마와 같이 사는 동거인이자 연인

-포르투갈 출신이며 스물아홉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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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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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짱 시리즈 3편에서는 대필을 다시 시작하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의뢰 내용과 더불어 포포의 출산과 육아, 그리고 큐피의 사춘기, 여기에 더해 쇼킹했던 할머니의 옛사랑 이야기에 대해 만나볼 수 있다.


6년 전 둘째 딸 코우메가 태어나고, 그 이듬해에는 장남 렌타로가 태어나면서 포포의 가족은 어느새 다섯 식구가 된다. 그리고 장녀 큐피(하루나)는 올봄에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가족 안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면서 큐피는 어느새 사춘기에 접어들게 되고 이로 인해 갈등을 겪게 되면서 포포는 한동안 마음고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편지를 통해 다시 화해하게 되고, 이로써 더 깊은 유대관계를 맺게 된다. 문자, 카톡, 라인, 이메일, 각종 SNS가 편지를 대신한지 오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역시 편지만 한 게 없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될 것이다.


대필 에피소드에 관한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사랑하는 시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치매 초기인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고령의 아버지에게 운전면허 반납을 권하는 편지

●부모에게 커밍아웃하는 편지

●판매 목적의 광고 문구를 써달라는 요청

●소음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이웃에게 전하는 편지


등에 관한 내용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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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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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후반의 한 여성이 의뢰를 위해 츠바키 문구점에 방문하게 된다. 그녀는 초로기 치매(조기 발병 치매)를 겪고 있었는데, 독신이었고 아이도 없었으며 부모님도 이미 돌아가셨고 형제자매도 없었다.


그녀가 처음 치매를 발견하게 된 계기는 직장에서 실수가 잦아지고 반복적으로 질문하는 것을 동료가 언급하게 되면서부터다.


최근에는 실수가 더 잦아지고 기억력이 떨어지면서 일까지 그만두게 되었고, 이제는 심지어 자기 이름조차 생각나지 않아 항상 노트를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그렇게 점점 기억을 잃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녀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와 같은 내용들을 자기 자신에게 정기적으로 보내기 위해 의뢰를 하러 포포를 찾아오게 된 것이다.


이에 포포는 의뢰를 승낙하고, 의뢰인이 좋아하는 달 시간에 맞춰 보름달과 초승달이 뜨는 날에 맞춰 그녀(고모리)의 일생을 정리한 편지를 보내기로 한다.


***


요즘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1인 가구로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향후 몇 년간 더 늘어날 거라는 전망들이 많은데, 그래서인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이야기 중 하나다.


처음부터 혼자 살았던 가구를 포함해, 가족구성원이나 부부끼리 사는 가구들도 언젠가 1인 가구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치매와 같은 증상들을 겪게 되면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초로기 치매를 겪게 된 주인공은 이에 대해 자기만의 방책으로 잃어버린 자신을 언제든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자신에 대한 내용들을 받아볼 수 있게 대필 의뢰를 신청하게 된 것이다.


이 에피소드를 읽으며 나를 이 상황에 대입해 보았다. 결론은 나 역시 그녀처럼 대필을 의뢰해 볼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매번 같은 내용이라 할지라도, 그런 편지를 받으면 반갑고 또 반갑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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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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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그런 나쁜 일을 포함해서 모든 것이 내 인생의 자양분이 된 것 같아.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일단 그것을 거스르지 않고 이 손으로 받아들이고, 또 물에 떠내려 보내고. 그 반복. 그저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거지. 어느 순간부터는 나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았어."

(...)

"어느 날 문득, 어라? 눈앞의 풍경이 많이 달라졌네, 하고 깨닫게 되지. 그게 바로 시간의 힘이야. 사람에게도 자연치유력이 있어서, 상처도 그냥 놔두면 저절로 낫잖아. 의미 없는 반항을 하는 게 오히려 사태를 더 나쁘게 만드는 것 같아. 그런 때일수록 힘을 쭉 빼고 흐름에 몸을 맡기는 거야. 그러면 나중에는 그 일도 우스갯거리가 돼."

61~6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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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최선을 다해 인생의 방향을 바꿔야 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시간이 흐르는 대로 두고 치유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때도 있는 법!


상처의 모양과 형태에 따라 어떤 것은 그냥 나을 때까지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인생 교훈을 이 문장을 통해 다시 한번 깨우친다.


너무 힘이 들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그냥 힘을 빼고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 그 모든 일들은 옛일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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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인생을 한번 전부 지우고 초기화하고 싶을 때가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사람은 용기가 없어서 좀처럼 그걸 하지 못하죠. 그런데 눈앞의 대자연은 그걸 당당히 해내니까, 저도 미하라 산을 존경합니다."

2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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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리셋 시키고 새롭게 시작하는 자연을 마주할 때면 경이로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두려운 마음이 함께 든다. 인간은 절대 하지 못하는 일이자, 자연 앞에서는 인간 또한 초기화될 수 있는 대상 중 하나이기에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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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유원지 같은 걸지도 몰라. 제트코스터로 공포를 맛보고, 회전목마로 로맨스를 느끼고, 인생을 즐기기 위해 유원지에 온 게 아닐까?"

(...)

"하지만 말이야, 누구나 반드시 유원지를 떠나야 하잖아. 어쩌면 그것이 세상의 유일한 규칙일지도 몰라. 유원지에서 얼마나 잘 즐기는지가 인생의 진짜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339~3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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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으며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모두는 잠시 이 세상에 놀러 왔다가 금방 다시 저세상으로 간다. 이것을 굳이 비유하자면 유원지에 잠시 놀러 온 상황에 대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잠시 놀러 온 유원지에서 얼마나 잘 즐기는지가 관건이 아닐까? 그 차이가 어쩌면 삶을 결정짓는 가장 큰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가치 있는 인생을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매일, 매 순간 재미있고 즐거운 인생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






편지를 단순히 대신 써주는 정도가 아니라,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 글씨체를 달리해서 쓰기도 하고, 쓰는 형식(세로쓰기, 가로쓰기)을 바꾸기도 한다. 또 편지지나 우표, 스티커, 펜, 실링 같은 디테일도 매우 신경 써서 마무리하는 포포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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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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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포포를 다시 만나고 보니, 그리운 옛 친구를 다시 만난 기분이다. 추억 앨범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따뜻하고 그리운 무엇을 다시 마주한 기분이라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오가와 이토의 다른 소설은 물론 이미 읽은 <달팽이 식당> 같은 소설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소설 하나로, 모처럼 꽁꽁 언 온몸이 눅진하게 녹아내린 기분이다. 그래서인지 오늘 밤만큼은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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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의 바깥
이제야 지음 / 에포케스튜디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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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의미심장한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시집인데, 책 제목을 읽을수록 자꾸만 곱씹게 되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항상 '진심'을 다하는 것만 생각해 왔는데, 책 제목을 곱씹다 문득 진심의 바깥에서 바라보는 세상과 나 자신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아마도 진심 안에서 바라보는 관점과는 아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흔히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시점(이를테면 1인칭 혹은 2인칭에서 벗어나 3인칭 혹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세상과 나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추측을 해본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이 시집에 실린 시들 또한 진심의 바깥에서 살펴본 일상과 생각에 대한 시인의 시선이 담겨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품고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시집에는 작고 사소한 순간들에 대한 시인의 감정들이 섬세히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시인이 다루고 있는 소재 또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 대다수다.


눈빛, 언덕, 기념일, 밤, 다락방, 책, 바나나 등등. 별것 아니라고 넘길 수 있는 이런 소재들에 시인의 감정과 시선이 어우러져 시집으로 엮였다.


솔직히 말하면 이 시집에 담긴 시들은 직관적으로 다가오거나 공감이 되는 시들은 아니다. 저자의 감성과 시선이 많이 담겨 있어서인지, 독자 입장에서는 조금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거나 어렵게 다가오는 시들이 꽤 많았다.


반복해서 읽으면서 곱씹고 의미를 여러 번 되새겨야 겨우 이해되는 풍경과 감성들이라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후반에 산문 형태로 쓴 글에 더 공감이 많이 갔다.


후반부에 함께 수록된 인터뷰를 살펴보면, 시어 자체에 대한 난해함을 주고 싶지 않아 일상어를 많이 사용하려 했다고 이야기했는데, 표현이나 비유의 방식 때문인지 다소 난해하게 다가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재미있게 다가왔던 독특한 표현들이나 시를 쓴 배경에 대해 쉽게 풀어쓴 산문을 통해 공감 갔던 부분을 함께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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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서 발견한 독특한 표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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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수 없는 날들의 일기를 줍다가

달이 뜨면 기지개를 켜고 낮잠을 잤다

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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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달'이 뜨면 기지개를 '켜고' '낮잠'을 잤다고 표현하고 있다. 문맥상 살펴보면 전혀 맞지 않는 표현들이다.


보통은 해가 뜨면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다.

아니면, 달이 뜨면 밤잠을 자러 간다.


하지만 시인은 어우러질 것 같지 않은 반대 상황들을 엮어 미래의 '내'가 힘겨웠던 '어린 나'에게 위로를 전하듯 말을 엮어 시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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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흔들의자에 앉아 일기를 쓰면

단정하지 않은 글이 완성됩니다.


읽고 싶지 않고 쓰고 싶지 않은 만큼만


조각난 가방을 열다가 나를 잃을 것 같아

잘 익은 귤을 통째로 삼켰습니다.

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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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의자에 앉아 일기를 쓰면 '단정하지 않은 글이 완성'된다는 표현과 조각난 가방을 열다가 나를 잃을 것 같아 잘 읽은 귤을 '통째로 삼켰습니다'라는 표현은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더해 '읽고 싶지 않고 쓰고 싶지 않은 만큼만'이라는 조건을 단것으로 보아 단순히 흔들의자에 앉아서 일기를 썼기 때문에 단정하지 않은 글이 완성된 것은 아닌 듯 보인다.


조각난 가방이라는 표현도, 뒷부분에 연결되는 귤을 통째로 삼켰습니다라는 표현으로 보아 가방이나 귤은 우리가 아는 단순한 물체 혹은 과일이 아닌듯하다.


그것들에 나 자신을 대입한 감성을 담아낸 시어로 보인다. 짐작건대, 당시의 상황은 아마도 나를 잃어버릴 것 같은 느낌, 내가 원하지 않는 어떤 것을 억지로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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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에서 발견한 공감 갔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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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는 종이 인형을 쌓아두는 걸 좋아했다. 그때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웠는데 어른이 되어 해석해 본다.

(...)

흰 종이에 두 사람을 그리고 오려 나란히 눕히고 둘을 겹치면 모든 마음마저 포개질 거라 믿은 마음, 둘이 껴안아 하나가 되면 그것이 위로라는 믿음, 마치 여름밤 가로등 아래 하나가 되었던 우리 그림자처럼.

1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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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마음 표현이었을 종이 인형 쌓아두기! 어른이 된 후 그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봤을 때 이 행동들은 아이였던 본인이 바라던 마음 혹은 결핍이 아니었을까?


어린 시인이 그러했듯이 우리도 힘든 순간이 찾아오면 힘껏 껴안아주며 서로를 위로해 주고 사랑해 주자. 그렇게 서로에게 온기를 나누어주며 너를 믿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면 다시 살아갈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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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나가 되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사랑을 한다. 영원히 없다는 것쯤은 이제 안다. 당신의 눈빛이 사랑을 말하지 않더라도 그림자는 우리라는 형체로 산다. 숨기기 좋았고 외면하기 좋았던 둘의 모습처럼. 영원히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면 우리는 어쩌면 각자의 그림자와 걷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

1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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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되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함을 안고 사랑을 한다는 문장을 읽으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이 지속된다면 결국 각자의 본체가 아닌, 그림자와 걷고 있는 것과 같다는 표현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리는 무한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기에, 영원은 있을 수 없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한순간이라도 서로를 믿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살아간다면 그것만큼 값진 인생이 또 있을까?


오늘, 영혼 없는 껍데기로 상대의 곁을 지키며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함께 있는 동안이라도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 것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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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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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자신의 감성에 깊이 빠져 글을 쓰게 되면, 타인은 그 글에서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워진다. 아무리 일상의 언어로 표현한다 할지라도 꼬고 비틀고 뒤집은 단어와 내용들은 혼란 그 자체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적절 수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은유와 비유를 흔하게 사용하는 것이 시라지만, 대중이 쉽게 간파할 수 있는 함축적 의미로 쓰이는 표현과 나만 아는 표현과 감성은 엄연히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이 복잡하고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한참을 고민하고 생각해 봐야 하는 글들은 더 손이 가지 않을 수밖에 없다.


당장 나를 챙기기도 부족한 상황에 타인이 쓴 어려운 감성의 글을 읽고 해석하고 생각해 볼 겨를이 없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래서 나는 앞서 읽은 시보다, 오히려 뒤에 담긴 산문 글이 더 좋았다. 어떤 감정과 상황으로 그 글을 쓰게 되었는지, 또 그 글 뒤에 지금의 심정은 어떤지를 어렵지 않게 추측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산문글 덕분에 이해되지 않던 앞선 시의 내용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틈이 생겼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거꾸로 산문 글을 읽고 시를 읽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는 생각도 든다.


섬세한 감성 시였지만, 파고들 여지가 없어 난해하게 다가왔었는데, 산문 글과 인터뷰 글 덕분에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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