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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무법자
크리스 휘타커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평점 :
"반전에 반전으로 이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 끝에 긴 여운으로 남은 먹먹함과 슬픔, 그리고 희망"
멋스러운 절벽을 품은 작은 마을, 케이프 헤이븐에서 어느 날 일곱 살의 여자아이가 불의의 사고로 죽음을 맞게 된다. 이 일로 인해 가깝게 지내던 이들의 인생은 모두 송두리째 뒤바뀌게 된다.
그리고 30여 년의 시간이 흘러 아이를 죽인 범인이 교도소에서 출소하게 되고, 이 시점부터 다시 조용하던 케이프 헤이븐에는 새로운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기 시작한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는 곳이었기에, 허물은 그대로 모두에게 드러났고, 그 중심에 있던 한 아이는 자신과 동생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는 고군분투를 이어나가게 된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두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첫 번째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여자아이의 시점, 두 번째는 과거에 집착하는 한 경찰관의 시점이다.
여자아이에게는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고, 경찰관에게는 어느 시점에 멈춰있는 과거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결론에 다다라서는 어느 쪽도 해피엔딩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치열하고 힘겨운 사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소설은 전반적으로 범죄소설의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 속에는 가족, 자기희생, 첫사랑, 선과 악, 책임 등의 소재들이 풍부하게 녹아들어가 있어 매우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그래서 한번 읽기 시작하면, 스토리에 빠져들어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무엇보다 중, 후반부에 들어서면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면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데, 진짜 범인에 대한 정체는 물론, 숨겨져 있던 다른 진실들이 표면에 드러나며 수많은 의문에서 해당될 것이다.
그 짜릿함을 위해, 이번 기록에서는 특정 단서나 힌트는 제공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 요소 하나하나가 다 이 책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힌트는 모두 과거에 있고, 현재는 이상과는 많이 동떨어진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더 가슴 아프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 속에서 가장 많은 희생을 치렀던 사람이자 그럼에도 스스로를 무법자라 칭하며 자신과 동생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소녀가 부디 미래에는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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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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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던 저자는 결국 아무 학위도 받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그리고 이 일 저 일 전전하다가 열아홉의 어느 날 강도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강도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강도가 꺼낸 칼에 옆구리 쪽을 두어 번 찔리게 되면서 전화기를 떨어뜨리게 되고 이후 강도는 저자의 전화와 칼을 집어 들고 달아나게 된다.
그 후로 저자는 잠도 못 자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게 된다. 의사는 항우울제를 처방해 주었지만 저자는 그걸 쓰레기통에 버려버린다. 술을 마시고 약을 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상황이 더 나빠져 자살을 고민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자기 계발서를 빌려 보게 되었는데 트라우마가 남을 만한 사건을 글로 써보되 연관된 사람이나 배경, 결말을 바꿔보라고 나와 있는 것을 보고 그렇게 해보기로 마음먹는다.
저자는 자신의 주인공으로 여자아이를 선택하면서 그 아이가 용기를 낼 수 있다면 저자 자신 역시 용기를 낼 수 있을지는 모른다는 생각으로 평소 꿈꾸던 지역인 몬태나를 배경으로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새벽까지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잠도 자고, 쓸수록 더 나아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길고 긴 1년이 지나며 미래도 생각해 보게 될 즈음, 한 기사에서 주식 중개인에 관해 읽게 되었는데, 대단한 인생을 살고 있는 무척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 길로 저자는 시청에 이력서를 들고 들어가 말단직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열정으로 주 80시간을 일하며 버티게 된다. 그러다 결국 트레이더 자리까지 가게 되었지만 상사와의 내기에서 200만 달러를 잃게 되면서 결국 직장을 잃게 된다. 그때 나이가 스물넷이었다.
또다시 잠을 안 자고 먹지도 않는 생활이 이어졌는데, 차마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약혼을 했고 결혼을 계획하고 있었던 시기였기에 어쩌면 더 막막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버티기 위해 술을 마시고 약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다시 몇 년 만에 몬태나로 돌아가 그곳에서 쓰다만 지점부터 연약한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한다.
글쓰기는 그렇게 저자를 살렸고 어떤 것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할 때 도움은 물론 필요한 토대와 목적이 되어주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신혼여행에 가서도 일어나서 글을 썼다고 전한다.
몇 년이 걸렸지만 결국 저자는 빚을 다 갚았고 다시금 자신이 바라던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나빠지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또다시 저자는 서른을 눈앞에 두고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데, 주변에서는 미쳤다고들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내는 당시 임신한 상태였다.
그러나 저자는 더 이상 앞날을 계획하기보다 '지금'을 사는 것이 지금 당장 필요한 일임을 깨닫고 그렇게 실행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삶이 뒤바뀐다.
<나의 무법자>는 저자에게 있어 그 무엇보다 큰 성취로, 과거의 그늘 아래에서도 살려고 노력했던 자신의 경험이 모든 페이지에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그래서 이 글은 지극히 광범위한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극도로 사적인 이야기이라고 말하며, 범죄소설이지만 다른 한편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것들, 이를테면 첫사랑, 자기희생, 선악의 개념과 그 중간의 회색 지대에 관한 책임과 같은 것들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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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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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 헤이븐
-'안식처와 같은 곶'이라는 뜻의 가상의 마을로 배경이 되는 장소
□각별한 4명의 친구 사이
-스타 래들리, 워크, 마사 메이, 빈센트
■시시 래들리
-일곱 살
-금발머리의 여자아이
-빈센트의 차에 치여 사망
-절벽 끄트머리에 있는 공동묘지에 묻힘
■스타 래들리
-시시의 언니
-마사 메이의 절친
-아빠가 다른 아이 둘의 엄마(평생 아이들에게 자기 핏줄이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음)
-술과 약에 빠져 살고 있어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김
■더치스
-스타 래들리의 첫째 딸
-열세 살
-동생 로빈을 끔찍이 챙김
-스스로를 '무법자 더치스 데이 래들리'라고 칭함
※더치스는 가계도를 발표하는 숙제를 위해 래들리 가문(엄마쪽)의 뿌리를 추적하다가 수배 중이었던 무법자 빌리 블루 래들리를 발견하게 된다. 이후 자랑스러운 발견이라는 생각에 자신을 '무법자'라 칭하게 됨
■로빈
-스타 래들리의 막내아들
-다섯 살(여섯 살 생일날을 앞두고 엄마가 사망)
■워크
-열다섯 살 때 시시의 죽음을 목격
-어릴 적 꿈이 경찰
-현재 케이프 헤이븐의 경찰서장
-현재 파킨슨병을 앓고 있으며, 손 떠는 증상으로 불편을 겪고 있음
■마사 메이
-아버지는 리틀 브룩 미국 성공회 목사
-어릴 적 워크랑 사귀는 사이였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헤어짐
-현재는 변호사로 일함(주로 별거나 가정 문제를 다룸)
-목사였던 아버지가 마사 메이에게 낙태를 종용하면서 워크와도 헤어지게 됨
■빈센트 킹
-워크와 형제처럼 가까운 친구 사이
-시시를 죽인 혐의로 열다섯 살에 수감됨
-시시 혐의로 10년, 감옥 안에서 난 싸움으로 30년으로 연장됨 (과실치사는 살인이 됐으며, 소년은 남자가 됨)
■핼
-스타의 아버지이자 로빈과 더치스의 할아버지
-몬태나에서 농장을 운영 중
■매기 데이
-핼의 아내이자 스타의 어머니
-시시가 죽고 난 후 자살
■뒤부아 서장
-시시가 사망했을 당시 경찰서장
■디키 다크
-부동산을 하고 있으며 케이프 헤이븐에 집을 여러 채 보유했고 카브리요 고속도로 옆에 클럽도 하나 가지고 있음
-에스컬레이드를 몰고 다님
-현재 래들리 가족이 살고 있는 집도 다크의 집임
-돈을 위해 움직이는 남자
■브랜던 록
-스타의 옆집에 살고 있음
-다리를 살짝 전다.
■밀턴
-정육점 운영
-털보
-스타의 집 바로 맞은편에 살고 있음
-브랜던과는 사이가 좋지 않음
-스타 래들리를 10년 동안 훔쳐보고 오랜 시간 사진을 찍어옴
■커디
-교도소장
-키가 크고 마른 체격
-우호적이고 친절함
■리 텔로
-케이크 헤이븐 경찰서에서 15년 동안 행정직으로 일함
-때때로 출동 무전 연락을 담당하기도 함
■리키 텔로
-엄마가 리 텔로
-로빈의 친구
■벌레리아
-보조 경찰
-일손이 필요할 때만 경찰서에 출근함
■켄드릭
-의사
-워크의 주치의
■토머스 노블
-할아버지의 집에서 더치스가 만난 남자 친구
-흑인이며 마른 체구
■돌리
-할아버지가 사는 동네의 이웃 여성
-더치스를 예뻐함
■셸리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더치스와 로빈을 담당하게 된 사회복지사
■프라이스 부부
-더치스와 로빈을 임시로 위탁한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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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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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30여 년 전부터 시작된다. 스타 래들리, 워크, 마사 메이, 빈센트 킹은 절친한 사이로 동네에서 둘도 없는 각별한 사이였다.
이때 스타와 빈센트, 워크와 마사 메이는 서로 호감을 품고 있는 사이였는데,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이들의 관계는 한순간에 산산조각 나게 된다.
그 일은 스타의 동생인 시시 래들리를 빈센트 킹이 차로 치어 사망하게 된 사건으로, 이 일로 빈센트 킹은 10년의 선고를 받게 된다. 그런데 빈센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일부러 다른 건수를 만들어 수감 기간을 30년까지 늘려 수감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그 사이 래들리 가족은 완전히 해체되고(엄마는 자살로 사망, 아버지는 몬태나로 혼자 이주, 스타는 술과 약을 하며 지냄), 마사 메이는 목사인 아버지로 인해 낙태를 함과 동시에 워크와는 헤어지게 된다.
그렇게 30년의 시간이 흐른 후, 빈센트 킹이 마침내 수감생활을 마치고 다시 동네에 돌아오게 되면서 하나 둘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마치 멈췄던 시계가 빈센트의 출소에 맞춰 다시 움직이기라도 하듯이 과거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현재에까지 이어져 계속된다.
스타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더 이상 남매를 양육할 만한 상황이 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첫째 딸인 더치스가 7살 차이 나는 동생 로빈을 엄마처럼 케어하며 지내게 된다.
작은 동네인 만큼 사람들은 래들리 사람들의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특히 그녀의 이웃이면서 그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브랜던 록과 밀턴은 그녀의 그런 상황들을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출소한 빈센트 킹이 더치스의 집을 지켜보던 중 다크가 스타의 집에 찾아와 행패를 부리게 되면서 둘은 마주하게 된다. 폭력적으로 구는 다크를 목격한 더치스는 이후에도 엄마가 다쳐서 돌아오는 등 상황이 나빠지자 무법자 더치스의 이름으로 이에 대한 응징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이내 더치스는 한밤중 몰래 다크가 운영하는 클럽을 찾아가 불을 지르고 CCTV 녹화 테이프를 꺼내 달아난다. 이에 다크는 더치스를 찾아와 녹화 테이프를 달라며 협박하지만, 불을 낸 당일 이미 쓰레기장에 버린 테이프는 더치스의 손을 떠난 뒤였다.
그리고 어느 날 어떤 이유인지 갑자기 스타가 사망한 채로 발견되고, 이 자리에는 빈센트가 함께 있었는데, 스타의 사망을 신고한 것도 역시 빈센트였다.
이 일로 빈센트는 스타의 죽음의 범인으로 지목받게 되면서 다시 수감되고 엄마를 잃은 아이들은 몬태나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 핼에게 보내지게 된다.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아서 마음을 열지 않는 더치스와 반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서서히 적응해 나가는 로빈.
한동안 평화로운 시간이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또다시 살인사건이 벌어지며 두 아이들은 여기저기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된다. 그 와중에 자신은 돌보지 않고 끝까지 동생 로빈을 위해서 모든 희생을 감내하는 더치스의 모습은 짠함을 넘어 너무 안타깝게 다가왔다.
한편 마을 경찰서장이지만 스타의 살인사건에서 배제된 워크는 두 아이들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하는 한편 자신의 절친이었던 빈센트를 위해서도 여러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워크는 범행 현장에 빈센트가 있었지만 스타를 죽인 범인은 빈센트가 아닌 다크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변호사 선임조차 하지 않으려 하는 빈센트였기에 쉽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던 와중 빈센트는 마사 메이를 변호사로 선임해달라고 워크에게 요청하게 되고 이에 워크는 오랜만에 마사 메이를 찾아가 이런 상황들을 전하며 도움을 요청한다.
그렇게 한 팀이 된 마사 메이와 워크는 용의자에 올려둔 사람들의 행적과 과거를 캐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된다. 누군가의 죽음 뒤에 또 다른 죽음,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흘러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진실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너무 먼 길을 돌아온 더치스의 여정이 너무 가엽게 느껴진다. 더불어 그들과 얽힌 이들의 삶이 너무 처연하게 다가온다.
30년 전 그 사고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이 모든 사람들은 순리대로 살았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부모 밑에서 사랑받으며 살고, 사랑하는 연인과 애달픈 이별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일곱 살 시시의 죽음은 그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중반까지는 인물과 배경을 이해하는데 집중해서 읽고, 중후반에는 사건의 핵심과 전개 양상에 집중해서 읽는 것을 추천한다. 추리력을 더해 진짜 범인의 정체를 파헤쳐 보며 사건 파악에 몰두해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하나의 묘미가 될 것이다.
※직접 책을 읽을 독자를 위해, 반전 내용, 사건 등의 내용은 불가피하게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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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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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똑같은 밤이 이어지며 소녀를 완전히 삼켜버려, 더치스는 두 번 다시 낮을 보지 못하리라는 것을, 다른 아이들이 보는 방식으로는 볼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아버렸다.
1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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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선처럼 다가오는 문장이나, 사실 따져보면 이미 시시가 죽은 이후부터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에서부터 어머니를 거쳐, 더치스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치게 되면서 더 이상 더치스의 삶은 다른 아이들과 같을 수 없었다. 실제로 갈수록 현실은 더 낮보다 밤이 길어지는 양상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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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스는 빈센트 킹과 디키 다크를 덜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은 소녀 인생의 가장 어두운 챕터에 등장하는 사람들이었다. 소녀는 그들이 다시 나타나리라는 것을, 자기 인생 이야기의 반전이자 날카로운 침이라는 것을 알았다.
무엇보다 소녀는 피곤했다. 일 때문도 잠 때문에 아니었고, 그저 내면 깊은 곳에 살고 있는 지독한 증오 때문이었다.
225~2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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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열세 살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증오와 시련이다. 그럼에도 소녀는 겁을 먹기 보다 오히려 더 활활 타올랐다.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않으면서 오로지 독기로 버텨냈다.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이 없이 홀로 견뎌야 하는 고독과 증오를 안고 살아가느라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었을까?
이 부분은 그런 소년의 내면에 대해 살짝 엿볼 수 있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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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마음을 놓아버린 자신을, 새로운 삶의 가능성에 그렇게 빠져버린 자신을 저주했다. 소녀는 분노를, 뜨거워서 몸이 뒤틀리는 분노를 기억했다.
35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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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댁으로 옮겨와 살면서도 동생과는 다르게 더치스는 마음을 열지 않았다. 잘 먹지도 자지도 않으면서 오로지 분노와 독기를 내뿜으며 살았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애정을 퍼붓는 할아버지로 인해 소녀의 마음도 서서히 풀어지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꿈을 꾸기 시작할 무렵, 결국 그것마저 허물어지는 사건을 겪게 된다.
그 일로 더치스는 분노를 자신에게 쏟아내게 된다. 방심하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자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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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답을 찾지 못한 의문이 너무 많았다. 그는 자신이 진실과는 다른 색을 칠했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뼛속 깊이 느꼈다. 빈센트 킹은 죄가 없었다. 그리고 워크는 그걸 우연에 맡기지 않을 작정이었다. 더는 아니었다. 그는 이미 멀리까지 왔고, 자기 영혼을 대가로 지불해야 한대도 끝까지 갈 작정이었다.
46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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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점에서는 스타를 죽인 진짜 범인이 빈센트 킹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했었다. 그런데 워크와 마사 메이가 수사를 지속할수록, 그리고 수상한 빈틈이 생겨날수록 어쩌면 범인은 다른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리 과거에 빠져 사는 워크라지만, 단순히 어릴 적 절친이었다는 이유로 빈센트를 감쌀 워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워크는 자신의 몸을 돌보기 보다, 끝까지 갈 작정으로 수사에 돌입한다. 자기 자신과 스타, 빈센트 그리고 핼, 마지막으로 두 아이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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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내가 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5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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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내용을 알고 읽으면 엄청 멋있고, 감동적인 문장이다. 아이들을 위해, 스타를 위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안고 가는 빈센트가 남긴 문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른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생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더치스를 위해 빈센트는 최후의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러나저러나 나중에 진짜 진실을 알게 된다면 상처받을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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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빈센트는 감방에서, 교도소장에게서, 수감자들과 굵은 철조망 울타리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 작은 소녀에게서는 결코 떠나지 않을 터였다.
5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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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마음으로는 작은 소녀인 더치스를 깊이 사랑하고 아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직접적으로 아이를 보듬어 주고 사랑해 준 어른은 없었다. 아니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아이는 늘 혼자 고군분투하며 어머니를, 동생을 지키기 위해 늘 홀로 노력했다. 빈센트는 자진해서 죄를 뒤집어썼고 그렇게 형이 10년에서 30년으로 늘어났다.
그렇게 살 수 있었던 이유는 감방이나 교도소장, 수감자들과 같은 것들은 빈센트 자신에게 하등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자신과 아이들 사이를 멀리 떨어뜨려 놓을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었기에 아마 기꺼이 형이 더 길게 살았던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렇듯 마음속으로는 늘 더치스를 생각하고, 또 그녀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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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몇 달은 길고 힘들었으나 더치스는 새로운 환경이 도움 된다는 걸 발견했다. 소녀는 핼이 전에 말했듯이 숨쉬기부터 다시 하기 시작했고, 그 모든 것이 아프기는 했지만 시간의 힘이 막강하다는 것을 알았다.
5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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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앞선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더치스는 새로운 환경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머니인 스타와 살다가 할아버지인 핼의 집으로, 거기에서 위탁가정 프라이스 부부 집으로, 그러다가 청소년 지도원, 마지막으로 돌리네 집에서 머무르는 여정을 이어나가며 스스로 터득한 것이다.
아프고 또 힘든 시간들이었지만, 시간의 힘을 빌어 서서히 다시 살아갈 힘도 얻게 된다. 숨 쉬는 것부터 시작해, 일상을 이어가며 미래를 그려나가는 일까지. 쉽지 않았지만 한 발 한 발 그렇게 자신만의 삶을 이어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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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자기가 잃은 모든 것을 생각하며, 그리고 동생이 얻은 모든 것을 생각하며 울었다.
더치스는 유리창에 손바닥을 대고 동생에게 작별을 고했다.
56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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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스가 복수를 위해 잠시 동생 곁을 비운 사이, 동생이 새로운 가족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된 것을 알게 된 더치스.
동생이 그토록 원하던 가정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멀리서 지켜본 그녀는 동생의 행복을 위해 결국 동생과의 작별을 선택한다.
이후 언젠가 누군가를 통해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후 더치스가 이때 이 순간의 결정을 얼마나 후회할지, 또 얼마나 마음 아파할지가 눈에 선하게 보여 너무 가슴 아픈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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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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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인공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주인공에 따라 보는 관점이 완전히 다름을 알 수 있다. 과거의 어느 시점에 머물러 있는 워크는 모든 사고가 과거에 머물러 있어 환경은 물론 관계에 있어서도 과거 시점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반면, 더치스는 현재와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치스에게 과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며 하루하루 오늘을 온전히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동생을 돌보고, 엄마가 오늘을 별 탈 없이 무사히 넘기는 것이 최대 관심사다.
그리고 내일은 부디 동생과 자신이 안락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이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하지만 이런 바람과는 다르게 현실은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서 계속 더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현실을 더치스를 통해 보게 된다.
하나의 작은 실수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그렇게 시간과 사람을 타고 넘어 오늘에 이르게 된다. 후반부에 이르면 복수와 증오가 어느새 용서와 포용으로 이어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는데, 숨겨진 에피소드 덕분에 더 극적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범죄와 깊이 연관된 소설이지만, 그 안에 꽤 많은 주제를 담고 있어 단순히 좋다 나쁘다고 구분 짓기는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어떤 이유로든 더치스에게만큼은 냉혹한 현실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스스로를 무법자로 칭하며 살아남기 위해 인생을 걸었던 더치스와 가까운 이들의 안타까운 실수와 상황을 모두 목도한 워크가 전하는 이야기를 통해 꾹꾹 눌러 둔 감정의 파고를 마음껏 터트려 보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