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비건 - 7가지 키워드로 들여다보는 기후 식사 알고십대 8
정민지 지음, 민디 그림 / 풀빛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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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책!"



비건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웠지만 실상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가득한 책으로, 이모 입장에서 사랑하는 조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쓴 책이라 더 내용이 쏙쏙 들어오는지도 모르겠다.


채식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요하기보다, 채식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알려주고, 일상에서 우리가 먹고 구매하는 음식에 대해 실제 도움 되는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질문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덕분에 읽으면서 나는 채식의 단계 중 어디에 속하는지도 살펴보고, 기후 시민이 되기 위해 어떤 기후 식사법을 적용하면 좋을지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비건에 대한 내용을 비롯해 음식에 관련된 7가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읽다 보면 나 자신과 지구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게 만든다.


또 식품을 구매할 때 어떤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 등과 같은 정보도 함께 얻을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다만, 1인 가구의 경우 현실적으로 채식 위주로 식품을 소비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에 선택적, 계획적 소비 방법을 강구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괜히 처음부터 채식이나 비건식으로 바꾸려고 했다가는 돈은 돈대로 쓰고, 애꿎은 재료만 모두 버릴 수 있으니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 뒤 신중하게 접근하길 바란다.



저자는 7가지 주제를 가지고 비건, 기후 식사, 빈곤, 불평등, 기후 위기, 식문화, 동물권, 대체육 등 다방면에 대한 이야기를 이끌어 낸다. 키워드만 보면 머리 아픈 소재들 같지만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어 오히려 흥미롭게 다가오는 이야기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비건에 대한 단계를 보다 쉽게 알 수 있었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또 의외로 온실가스 배출 1위 음식이 설렁탕이라는 점에 놀랐다.


대체육이나 인공고기 등에 대해서는 아직 큰 신뢰감이 없어 그다지 먹어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달걀에 찍힌 번호의 의미만큼은 매우 유용했다.


만약 채소를 오래 두고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과 다양한 조리방법을 통해 보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페스코 베지테리언까지는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래는 이 책을 읽으며 의미 있게 다가왔던 내용과 도움이 되었던 내용들을 위주로 정리해 보았다. 함께 보면서 나의 식습관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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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식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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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인구는 증가 추세가 좀 느려졌을 뿐 여전히 증가하고 있어. 21세기 안에 100억 명에 다다를 거라고 해.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온실가스가 지구를 뜨겁게 할 테고, 자원은 지금보다 더 부족해질 거야.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 즉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해서 지구를 덜 아프게 하는 방법의 하나로 '식단을 바꾸자'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어. 최근엔 이러한 식단을 '기후 식사'라고 부르기도 해. 기후 식사는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최대한 줄인 식단이어야 하고, 물론 사람에게도 건강한 것이어야 하겠지.


기후 식사를 하려면 고기 섭취는 지금보다 절반으로 줄일 필요가 있어. 그렇다고 과일과 채소가 무조건 지구를 위한 식단으로 좋다는 건 또 아니야.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 배나 비행기로 실어 와 우리의 식탁까지 오르는 수입 과일이나 채소는 탄소 배출량이 매우 높아. 그래서 유기농 작물 재배, 소비되는 곳과 가까운 거리의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소비하는 것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후 식사법이라고 할 수 있어.


반경 50킬러미터 이내에서 나고 자란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소비하자는 게 '로컬 푸드 운동'인데,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식재료들로 식사를 하면 유통 거리가 짧아지니까 탄소 배출을 효과 있게 줄일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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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식사'라는 말은 낯설어도 '로컬 푸드 운동'이나 유통거리가 짧은 식재료를 구입해 먹으면 좋다는 이야기는 뉴스를 통해 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되며, 유통 거리가 짧아지면 방부제나 농약 등을 덜 사용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은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소비자는 물론, 지구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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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이유로 고기를 멀리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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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교적인 이유로 채식하는 사람들

인도하면 생각나는 종교인 힌두교는 소를 신성시해서 소고기를 입에 대지 않아. 소고기만 안 먹는 게 아니라 살생을 금지하는 교리를 지켜서 힌두교 신자의 3분의 1 정도는 채식을 하고 있어. 그 영향으로 인도는 채식 인구 비율이 30~40퍼센트나 되지.



2. 건강이나 체질적인 이유로 채식하는 사람들

그들은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 해서 고기를 끊은 사람들이지. 체질적으로 육식이 맞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



3. 기후 변화 세상 속에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고민 끝에 채식을 하는 사람들

그들의 마음속에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지금 당장 나부터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지.



4. 동물권을 고민하게 되면서부터 육식을 끊은 사람들

동물도 인간과 동등한 생명을 가진 존재란 생각에 이르면서 결국엔 육식을 끊는 거지.



이처럼 문화, 종교, 체질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식탁에서 고기를 배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건 세계적인 추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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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3번과 4번의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변화에 민감하고 또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문화가 생겨나면서 젊은 층의 문화와 딱 맞아떨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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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비거니즘 그리고 비건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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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만 해도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베지테리언이라는 말이 채식을 대표하는 말로 주로 쓰였어. 그런데 요즘은 채식주의자라는 말 대신에 '비건'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쓰고 있어.



■비건

1944년 영국에서 만들어진 비건 협회의 공동 설립자인 도널드 왓슨이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유제품까지 먹지 않는 사람들을 일컬으며 처음 사용한 단어야.


베지테리언의 첫 세 글자 'veg'와 마지막 두 글자 'an'을 조합해서 만들었지. 우리가 비건이라고 하면 채식주의를 뜻하는 베지테리언 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완전 채식주의자로서 육류, 생선, 달걀, 유제품은 물론 꿀을 포함한 모든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사람을 말해.



■비거니즘

비건이란 단어에다가 사상, 신념을 뜻하는 접미사 '-ism'을 붙인 비거니즘은 비건의 철학과 삶의 방식을 의미해.


먹는 것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쳐 동물을 해치는 일체의 것을 반대하고 거부하는 삶의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옷, 화장품, 의약품 중에 동물성 제품을 모두 거부하지.


비건 말고도 채식은 여러 단계로 나뉘어. 베지테리언 앞에 붙은 단어를 보면 동물성 식품을 어느 정도까지 제한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지.



■락토 베지테리언

락토(lacto)는 우유를 뜻하는 단어로, 락토 베지테리언은 우유와 우유를 원료로 만든 유제품은 먹는 채식주의자를 뜻해.



■오보 베지테리언

알을 뜻하는 오보(ovo)라는 단어가 앞에 붙은 오보 베지테리언은 달걀을 먹지.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은 우유, 유제품과 계란까지 섭취하는 사람들을 말해.



■페스코 베지테리언

생선을 뜻하는 '페스코(pesco)'가 붙은 페스코 베지테리언은 우유와 달걀에다가 생선까지 먹는다는 거지.



■폴로 베지테리언

스페인어로 조류를 뜻하는 '폴로(pollo)'가 붙은 폴로 베지테리언은 우유, 달걀, 생선에다 닭고기까지 먹어.



■플렉시테리언

유연하다는 뜻의 '플렉시블'과 '베지테리언'의 합성어로 육식을 되도록 피하고 점점 식물성 식품을 먹는 걸 목표로 삼고 있어. 이를 우리말로 하면 '비건 지향'이라고 해. 비건 지향인과 플렉시테리언은 '불확실한 채식'이란 뜻으로, 둘 다 같은 의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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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테리언 앞에 붙는 단어의 의미를 알고 보니 제한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또 나는 어느 단계까지 해볼법한 지가 한눈에 보인다. 특정 요일이나 월 등을 기준으로 하나씩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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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을 좀 더 가볍게 시작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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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채식을 시도하라!

1월 한 달간 채식에 도전하는 것을 '비거뉴어리'라고 해. 비건과 1월을 뜻하는 재뉴어리의 합성어야. 1월이 새로운 해를 시작하는 첫 달인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한 달 동안 채식을 해 보자는 취지야.



■일주일 중 하루 채식하자!

200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라젠드라 파차우리 박사는 일주일에 하루만 채식으로 바꿔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25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어.


한 사람이 완전히 채식하는 것보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하루라도 채식에 동참하는 게 훨씬 효과가 크다는 거야.



■아침과 점심을 채식하자!

세끼 중 한 끼만 고기를 먹는 거니까 약 66.7퍼센트 비건이라고 할 수 있겠지. 상황에 따라 아침저녁식사를 채식으로 먹는 방법도 있어.



■월요일에 채식하자!

2009년에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가 영국에서 '고기 없는 월요일'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동참했어. 월요일을 택한 이유는, 한 주를 새롭게 시작하는 날이라서 주말의 느슨함을 떨쳐내기에 좋고, 월요일에 실행한 습관은 주말까지 유지하기 쉽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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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채식을 시도해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막막하고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데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살펴보니 충분히 해볼법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은 샐러드로 먹는다거나, 매월 1일은 채소 식단으로 가볍게 시작하기, 일주일 중 하루는 내 건강을 위해 비건으로 먹기를 시도해 보면 어느새 이 습관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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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구입 시 난각 번호 확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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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껍질에 적힌 이력 번호 중에서 소비자가 체크해야 하는 건 마지막에 적힌 사육 번호 환경 번호야.


■1번: 자연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흙 목욕도 하면서 자유롭게 사는 닭이 낳은 알

■2번: 축사 안에서 돌아다닐 수는 있지만 닭장에서 사는 닭이 낳은 알

■3번: 기존의 케이지보다 조금 더 넓지만 여전히 좁고 답답한 닭장에 사는 닭이 낳은 알

■4번: 좁고 답답한 닭장에 사는 닭이 낳은 알


마지막 숫자가 낮을수록 더 괜찮은 환경에서 산 닭이 낳은 달걀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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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인데, 이 부분을 읽으며 우리 집 달걀 껍질에는 어떤 번호가 적혀있는지 확인해 봤는데, 맙소사! 4번이네.


다음에 달걀을 구매할 때는 마지막 번호가 뭔지 꼭 확인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런데 실제로 맛은 어떨까? 차이가 있을까? 어쩐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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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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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섭취를 줄이는 것도 정말 중요하고, 플라스틱을 덜 써서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것도 좋지만, 일상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 역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고 의미 있는 '기후 행동'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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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덜먹고 덜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상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덜 버리는 것이 아닐까 한다.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 산을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본 적이 있는데 끔찍했다.


그것이 결국 물과 물고기, 바다 생물을 통해 인간에게 되돌아온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무자비하게 쓰레기를 버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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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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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인간으로 인해 지구가 너무 급격히 병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은 아마 나뿐 아니라 모두가 하고 있을 것이다. 자연에 속해 있는 모든 것, 기후, 바다, 토양, 대기 등은 몇 년 전과 비교해 수치가 확 나빠졌고 그것은 여러 형태로 다시 인간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평균 수명이 길어졌다 말하지만 정작 각종 성인병과 비만, 바이러스 등으로 인해 사람들은 고통받고 있다.


우리 몸도, 지구도 모두 아프다고 이렇듯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 대부분은 사람들은 방치하고 방관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얼마나 더 망가지고 생명체들이 죽어나가야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게 될까? 또 지금부터 노력한다고 한들 과연 과거 어느 때로 돌아갈 수는 있을까 하는 의문점을 가지게 된다.


비건은 단순히 건강한 식습관을 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여럿이 모이면 지구를 살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매일, 매 순간 비건을 하지 않아도 좋으니 한 번쯤 '이 날 만큼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도전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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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어른
이옥선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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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 목록에 담아 두었던 책 한 권을 또 하나 꺼내들었다. 그리고 쌓아둔 책 중에 선뜻 손이 향한 관계로 일단 읽어본다.


그런데 생각보다 호탕하고 유쾌한 입담에 혼자 'ㅋㅋ' 거리며 계속 읽게 된다. 76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씩씩하고 또 막힘이 없다.


어릴 적 시골에 가면 동네 할머니들에게 들었던 고리타분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깨주는 맛에 읽는 사람도 신명 난다.


여기에 더해 내가 바라 마지않는 노년의 삶과 마인드로 살고 있는 것 같아 부러운 마음도 든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76세 저자가 노년의 일상을 유쾌하고 호탕하게 풀어낸 책으로, 킬링 포인트가 되는 부분이 여럿 등장한다.


자식을 모두 키워 출가시키고, 남편마저 하늘나라에 먼저 보낸 후 혼자 보내는 노년의 삶에는 고독보다 오히려 모든 숙제를 끝마친 것과 같은 홀가분함이 엿보인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가볍고 산뜻하게 일상을 살아내는 저자의 삶을 살펴보며, 나의 노년은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미리 상상하며 그려보면 어떨까 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긴 시간을 고군분투하며 살았던 이유는 저자와 같은 평온한 노년을 위해서였던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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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처럼 다가왔던 킬링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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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고독사

●아끼지 않는다

●절대 유명해지지 마라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너 아무도 안 쳐다봐

●젖가슴이 큰 게 그리 좋은가?

●남자 잘못 만나 인생 망한 여자는 있어도 안 만나서 망한 여자는 없다

●결혼 생활에 해피엔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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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왔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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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든 그르든 전혀 새로운 세상이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니 새로운 판을 짜야 옳다. 한국의 여자들은 너무 똑똑하고 교육도 다 잘 받았다. 사태 파악이 빨라 비혼자도 늘었다(남자 잘못 만나 인생 망한 여자는 있어도 안 만나서 망한 여자는 없단다). 더러 남자들도 비혼을 선호하고, 결혼하고도 아이 없이 사는 풍조도 늘어간다. 출생률이 세계에서 제일 낮다는 것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구의 부담을 줄여주는 일이니까.

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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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인구 감소를 두고 여성들에게 출산을 해야 한다며 강요 아닌 강요를 하고는 한다. 그럴 때면 여성이 아이 낳는 기계인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이렇듯 화끈한 언변으로 이야기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 그럴 때마다 사이다를 벌컥벌컥 들이켜는 느낌이다.


어떤 일이든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인간들로 인해 지구가 병들어 가고 있는 시점에서 어쩌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지구를 위해서는 더 똑똑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물론 이 이유 하나로 출산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더불어 여성의 인생도 지킬 수 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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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팔자가 늘어진 최고의 인생 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 이후 이렇게 자유롭고 편안한 시절을 보낸 적이 있었나 싶다.

(...)

나는 오롯이 나의 생각만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해도 되는 인간으로서 누구도 부럽지 않고 아무도 나를 귀찮게 하지 않는 그야말로 황금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28~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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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당당하고 떳떳하게 '지금 나는 황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하는 저자 앞에 누가 과연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저 박수갈채를 보내고 싶을 뿐이다.


그동안 아내 노릇, 딸노릇, 엄마 노릇 등등하느라 고생 많았던 저자가 이제는 부디 그 마음 그대로 오래도록 즐거운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나 역시 언젠가 인생 최고 황금의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알아채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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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바람이 있다면 심근경색으로 고독사 하기를 바랍니다. 죽는 순간 누군가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119에 실려 병원 갑니다. 그러면 중환자실에서 며칠 보내다가 겨우 회복되어도 결국은 요양병원행입니다. 그러니 죽는 순간에 들키지 않는 게 최곱니다. 이것이 여기 오는 젊은 사람의 시각이 아닌 죽어도 아깝지 않을 나이인 제가 생각한 마지막입니다.

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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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고독사'라는 말에 살짝 움찔했는데, 마침표가 찍힌 문장까지 읽다 보니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실 나 역시 중환자실과 일반 병실을 오가며 어렵사리 연명하고 싶은 생각이 없기에 어쩌면 더 공감되는 문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염려되는 건 여러 사건사고 영상들을 통해 익히 봐왔듯, 고독사 하는 그 자체보다 너무 길게 방치될까 봐 그것이 좀 걱정된다. 뒤처리가 쉽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또 저자와 같이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 입장에서는 고독사한 부모의 유해를 수습하는 마음이 얼마나 애달플까 싶어 그것 또한 염려된다.


하지만 본인 입장에서야 여러 고통 속에 죽어가는 것보다 이렇듯 단번에 사망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축복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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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남자들은 나이 들어갈수록 모든 면에서 무심해지는 것 같다.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 빼고는 일상생활에서 여자보다 잘하는 게 별로 없어 보인다.

(...)

남자들은 언제나 대우받고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다른 사람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아 보이고, 늙어서도 서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는 마음이 남아 있어서 자기들끼리 가진 술자리에서도 끝에는 다툼으로 끝나는 수가 많다. 그러나 여자들의 모임에는 좋은 기분을 유지하려는 태도가 있고, 서로 돌보고 위로하는 관계가 되어가기에 나이 든 지금은 여자들의 모임이 훨씬 더 좋다.

(...)

인간관계를 잘 이어나가고 서로를 돌보는 면에서도 여자들이 유능하다. 알고 보면 의리라면 여자인 것이다.

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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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노년의 많은 여성과 남성을 비교 분석해 보면 저자가 언급한 내용들이 거의 99% 들어맞는 경우가 많다. 워낙 젊은 시절부터 온화하고 집안일을 잘 해오던 남자가 아니고서야 웬만해서는 나이가 들수록 남자들은 일상에서 여자보다 더 잘하는 게 별로 없는 듯해 보인다.


예컨대 둘 중에 한 명이 입원을 한 경우를 살펴보면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여성이 입원한 경우 병간호는 물론 집안도 엉망이 된다. 반면 남성이 입원한 경우에는 병간호는 물론 집안도 평소와 다름없이 깔끔하게 유지된다.


보편의 가정에서 보이는 상황으로, 나이가 들수록 여성이 좀 더 관계나 생활력에서 더 앞선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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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활에는 해피엔딩이 없지만, 인생의 끝이라고 해서 그것이 불행한 것만은 아니다. 노쇠하고 내 주변의 모든 것이 변하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 왔을 때 인생의 끝 지점으로 갈 수 있는 것도 축복이다.

1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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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결국 모두 죽음으로 연결되기에 결혼 생활에는 해피엔딩이 없다고 말한다. 또 인생의 끝 지점으로 갈 수 있는 것 또한 축복이라 말하는데, 죽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계속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것보다 어쩌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지막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더 행복일 수도 있음을 기억한다면, 저자가 하는 말의 깊은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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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이만큼 먹고 곰곰 생각해 보니 모든 것은 이미 지나갔거나 지나가고 있거나 지나갈 것들이다. 그러니 인간끼리의 관계를 너무 심각해하지 말고 가뿐하게 생각하고 유연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는 게 좋지 않겠나 싶다.

244~24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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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집을 둘러싼 소음으로 인해 여러 문제를 껴안고 있었는데, 이 문장을 읽으며 조금 마음을 진정시켜본다. 언젠가 모두 지나갈 것들이라고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심각하게 생각하기보다 가뿐하게 넘겨보려 한다.


겪고 있는 지금은 고통스러울지언정, 지나고 나면 또 별것 아닌 일로 남을 것을 알기에 차분히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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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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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어른다운 어른을 제외하면 '진짜'어른을 찾기가 굉장히 힘든 세상인데, 이 책을 통해 또 하나의 어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특히 노년의 나이가 되면 '이렇지 않을까'하고 막연히 생각하던 것들이 있는데, 현실에서는 그런 어른을 쉽게 찾아볼 수 없어 상상에서만 가능한 일인가 보다 생각하고 있던 차에 만나게 된 책이라 더 반갑게 다가왔다.


거기에 더해 홀로 사는 노년의 삶이 우울함이나 고독함보다 오히려 더 신명 나고 즐거운 일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손수 보여준 것 같아 내심 노년의 삶에 대한 기대감이 샘솟는 기분이다.


요즘 같은 혼란스러운 시대에서는 연애, 결혼, 출산과 같은 대소사를 비롯해 나이가 들어가는 것조차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시대인데, 이 책을 통해 그런 부정적 감정은 떨쳐버리고 보다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모습을 그려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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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
케이트 가비노 지음, 이은선 옮김 / 윌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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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고 고단했던 사회 초년생 시절을 되돌아보게 한 책!"



처음에 소설을 기대하고 읽게 된 책인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래픽 노블' 형식의 책이었다. 그래픽 노블은 만화책의 한 형태로, 소설만큼 길고 복잡한 스토리 라인을 가진 책을 말하는데 일종에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취하는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인지 만화처럼 아주 가볍게 읽기에는 조금 무겁고, 그렇다고 소설처럼 보기에는 살짝 가벼웠다. 초반에는 인물 특성을 파악하고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데 다소 정신없었으나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이 부분은 금방 해소되었다.



뉴욕대를 졸업한 세 친구가 처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며 겪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사회 초년생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첫 자취부터 취업까지 모든 일들은 일촉즉발, 좌충우돌의 현장 그 자체다.


어려운 취업 시장을 뚫고 입사에 성공하지만 생각과 다른 현장과 연봉으로 인해 불타오르던 열의는 금세 사그라들고 우울감과 패배감만 남아 지치게 만든다.


그때 행운처럼 날아든 한 귀인과의 만남으로 인해 이 세 친구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폭풍 같던 신입시절을 무사히 잘 넘기게 된다.


차마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만나보며 당시 잘 견뎠다고, 덕분에 이만큼 무사히 잘 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건네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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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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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친구의 첫 만남

세 친구의 첫 만남은 니나의 주도로 이루어졌는데, 이들은 뉴욕대학교 1학년 소설 창작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 알게 된다.


그 수업에서 아시아인은 그들 셋 밖에 없었는데, 처음에는 서로 의도적으로 피하면서 지내다가 호기심이 발동한 니나의 주선으로 셋은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이후 성격과 취향이 비슷한 것을 알게 되면서 보통 인연 이상의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세 친구가 함께 살고 있는 아파트

세 친구는 방 3개를 가진 동굴 같은 아파트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그들의 아파트를 셋은 '복도'로 불렀고, 우울한 날에는 '퀴퀴한 동굴'이라고 불렀다. 셋은 모두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했는데, 그런 부분이 잘 맞아 특별한 인연으로 발전한 것이 아닐까 한다.



■니나

-스물셋

-원래 꿈은 편집자

-세 친구 중 제일 처음 취직됨

-첫 직장 연봉 3만 달러

-가장 작은방을 쓰고 있음(월세 500달러)

-결혼하거나 아이를 가질 생각이 전혀 없음

-만난 지 3년 된 남자친구 타이시가 있음 (2학년 16세기 영문학 수업에서 만남)

-첫 직장에서 니나는 수상 경력이 화려한 유명한 편집주간 캐럴린 캐스터의 어시로 일함

-제작부터 편집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를 아울렀고 다른 어시들도 신입인 니나의 가이드에 따름

-이후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새로운 직장 라이트하우스 보조 편집자로 입사함



■실비아

-스물셋

-뉴욕대에서 문학 공부를 함

-세 친구 중 두 번째로 취직됨

-원래 꿈 작가

-여섯 남매와 수십 명의 가족들이 있는 대가족 속에서 묻혀 살았음

-부유한 사장을 둔 독립출판사 '핸섬 출판사'에 취직

-첫 직장 연봉 4만 3000달러

-핸섬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책의 외형은 예술적이나 내용은 형편없음

-항상 혼자 있을 수 있는 조용한 곳을 찾아다님

-쓰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내 소설을 완성하고 말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음

-새로운 상사 이브가 오면서 일하는 스타일이 맞지 않아 고민 끝에 럭스미스북스의 홍보팀으로 이직(이곳은 셰프와 셀럽이 쓴 요리책을 내는 곳임)

-실비아가 쓴 소설을 베로니카 보가 읽고 릴라에게 보여주게 되면서 나중에 출간할 가능성을 갖게 됨



■시린

-스물셋

-원래부터 책을 그냥 좋아했음

-세 친구가 먼저 취직된 사이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홀로 집에 갇혀 지냄.

-어느 날 잘못 벨을 누른 배달원과 수다를 떨다 직접 아래층에 사는 베로니카 보에게 오배송된 물품을 가져다주게 됨. 이 일로 베로니카 보와 인연을 맺게 됨.

-세 친구 중 마지막으로 취직됨

-마셀랭대학교 출판부 소호 지사에서 편집 어시 일을 하게 됨

-첫 직장 연봉 2만 8000달러

-연봉이 낮아 퓨전 레스토랑 '비빙카'에서 주말 서빙 아르바이트를 겸하기로 함

-시린은 마셀랭대학교 편집부에서 근무한지 두 달째부터 정교한 퇴사 시나리오를 구상했음

-시린은 우울증을 겪고 있었는데 이번에 상담을 받으면서 속 이야기를 털어놓게 됨

-첫 직장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며 잘리게 됨



■타이시

-니나의 남자친구

-졸업 후 미쓰비시 UFJ에 바로 취직이 되면서 애널리스트로 근무

-연봉 외에 부모님께 9만 달러를 별도로 받고 있음

-부유한 마마보이 느낌



■데브

-실비아가 처음 입사한 독립출판사의 부유한 사장

-유산이 어마어마함

-부모는 스웨덴 출신의 억만장자



■베로니카 보

-92세

-부커상 수상자

-책을 100만 부나 판 멋진 할머니

-현재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혼자 칩거하며 살고 있음



■제니

-베로니카 보의 조카

-가족 중 유일하게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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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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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친구 니나, 시린, 실비아는 같은 뉴욕대를 졸업한 동문으로 1학년 때 아시아인이 세 명밖에 없던 소설 창작 수업에서 처음 알게 된다.


초반에 이들은 서로 의식적으로 피하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니나의 주선으로 셋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렇게 절친이 된다.


셋은 모두 책을 좋아하고 책과 관련된 일을 하기를 원했는데 취향과 성격까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특별한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그렇게 한 아파트를 셰어하며 같이 살게 된 이들은 취직과 퇴사, 그리고 이직을 함께 겪어나가며 사회 초년생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과 지상 과제들을 하나씩 헤쳐 나가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가장 늦게 취직이 된 시린이 우연히 잘못 배달된 음식을 아랫집에 직접 건네주게 되면서 부커상 수상자인 베로니카 보를 알게 되는데, 이 일을 계기로 세 친구들은 세상에 다시없을 인생 행운을 거머쥐게 된다.


베로니카 보는 92세로 인생 경험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세 친구가 그토록 관심 있어 하는 책 분야에서 이미 정점을 찍어본 선배였기에 세 친구에게 있어서는 로또와도 같은 인연이었던 것이다.


한편 베로니카 보 입장에서도 부커상 수상 이후 이미 사회에서 잊힌 퇴물로 생각되던 차에, 자신의 잊힌 책을 거론하며 재출간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다가와 주는 세 친구들이 나쁘게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렇듯 세 친구와 베로니카 보의 만남은 상승기류를 타며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 시그널을 주게 되었고, 그렇게 잦은 만남과 대화를 통해 세 친구의 인생과 직업은 점차 안정기를 타며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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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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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그럼 여기에 정착까지 하시게 된 이유는요?

베로니카 보: 뉴욕은 내 집 같으니까요. 여기에서는 살아 있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가끔은 즐겁게 느껴지거든요. 외출도 안 하는 노인네가 그런 말을 하는 게 우스울지 몰라도 진짜예요.

6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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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보는 자신의 인생을 위해 가족들을 두고 홀로 뉴욕행을 선택한다. 그리고 이제는 모두에게 잊혔을지언정, 자신이 직접 꾸미고 가꾼 공간 안에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고 있다.


나 역시 '공간'에 대한 의미를 남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터라, 베로니카 보가 말한 '뉴욕은 내 집 같으니까요'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는데, 진짜 내가 쉴 수 있는 내 집이라는 의미는 함부로 붙일 수 없기에 더 그렇게 다가왔던 것이 아닐까 한다.



-----

베로니카 보: 당연히 다들 이기적이라고 했죠. 모두를 위한 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돌아보지 않았어요. 그게 지금도 자랑스럽고요. 살다 보면 나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하는 때가 있거든요.

(...)

자길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게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아요.

(...)

늙은이로서 한마디만 더 보태자면, 젊을 때 사진 많이 찍어놔요. 나중에 잘했다 싶을 테니.

209~2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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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나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하는 때가 있다'는 말에 100%로 공감한다. 당장은 조금 염려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이때만큼 내 선택을 행하지 않으면 어쩌면 평생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면, 이때만큼은 다른 누구보다 자신을 우선순위에 두고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 진정 내 인생은 내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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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보: 자서전은 내 삶을 소개하는 거잖아요. 사람들은 왔다가도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건 나죠.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어요. '나'에 대한 정보를 담을 그릇도 나뿐이고요. 그걸 나눠 담을 애인도 아이도 없으니. 내내 작품을 출간하겠다는 니나를 끝까지 말리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일지 몰라요.


나를 위해 새로운 작품을 쓰고 싶기도 했고요. 나를 위한 나의 선물. 어쨌든 나는 나를 사랑하니까.

2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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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수상자이지만 이제는 사회적으로 퇴물처럼 여겨지는 베로니카 보.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정정함을 과시하며 자신의 삶을 여지없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녀가 이처럼 건강하고 꿋꿋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데에는 어쩌면 그녀가 자서전을 언급하며 이야기하고 있는 '자기애'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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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맞아줘서 언제나 고마워요. 이웃과 알고 지낸 적은 평생 처음인데, 정말이지 인생의 축복이네요.

(...)

저희를 견뎌주셔서 감사한걸요.

2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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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게 된 세 친구가 92세 노인 입장에서는 조금 귀찮게 여겨졌을 법도 한데, 오히려 그녀는 세 친구를 따뜻하게 맞아준다. 식사 자리에 초대도 해주고 또 초대 자리에 기꺼이 응하며 마음을 나눈다.


여기에 더해 다쳐서 입원한 병원에 불쑥불쑥 찾아오는 일이 잦아도 한 번도 싫은 소리를 하거나 찡그리는 일도 없다. 그저 따뜻하게 맞아주며, 그들이 자신의 인생을 꿋꿋이 걸어나갈 수 있도록 친절과 호의를 베풀 뿐이다. 이를 알고 있던 세 친구들은 베로니카 보에게 인생의 축복이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사회 초년생들이 겪는 어려움을 알고 있던 베로니카 보는 기꺼이 세 친구에게 호의를 건넸고, 세 친구는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모습은 가슴 찡하게 다가온다.


특히 감사한 것을 감사할 줄 모르는 요즘 사람들을 생각해 볼 때 이들의 이런 우정은 그래서 더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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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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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겪는 일생의 한 부분이라며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기에 나는 더 가슴 찡하게 다가왔다.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처음으로 내딛는 첫 발은 설렘과 동시에 두려움을 동반한다. 여기저기 부딪치며 사고를 유발하기도 하고 이로 인해 때로는 좌절과 우울감을 맞보기도 한다.


또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해놓고도 연봉이나 사람, 업무적인 만족도가 떨어져 퇴사와 이직 사이에서 고민하는 경우도 허다한데, 그런 부분을 잘 살린 이야기 같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여기에 더해 이들의 중심을 잘 잡아주는 베로니카 보의 등장을 지켜보며, 나의 인생에도 이런 귀인이 나타나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청춘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도시 뉴욕, 그곳에서 청춘을 보낸다는 것의 의미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나라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아마도 찬란한 미래를 꿈꾸며 '서울'에 상경한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내 의지대로 첫 발을 내디디며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했던 이 책은 '초심'과 더불어 '경험'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게 했다.


청춘이라는 이름 아래 아직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 책에서 작은 힌트를 얻어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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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인생이 바뀌는 공부 -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스트레이트 도전기, 개정판
이대형 지음 / 바른북스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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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바른북스 이벤트에 당첨되어 선물 받은 책인데, 그동안 시간에 쫓겨서 읽지 못하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기간보다 어쩐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40대에 새로 하는 공부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한 마음에 읽게 되었는데, 분야는 둘째치고 의욕에 대한 불쏘시개는 다시금 지펴주는 책이었다.


나의 필요에 의해 다시 시작하는 공부, 10대의 상황과 조건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하는 공부의 맛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기 바란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다시 자격증 시험을 공부하게 된 계기를 비롯해 공허하게 보낸 시간, 그리고 도전에 도전을 거듭해 새로운 직장은 물론 자신감까지 얻게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술되는 방식이 딱딱하지 않고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내용들로 채워져 있어 자기 계발로 분류되는 책이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30대에 갑자기 성취감을 얻고 싶어 시작한 '심리분석상담사' 자격증과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딸 때 생각도 많이 났는데, 나중에 다시 용기 내서 새로운 자격증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욕망도 생겼다.


살다 보면 문득 멈춰 서게 되는 때가 한 번씩 있는데 대체적으로 그때가 보통 40대인 것 같다. 만약 저자처럼 불현듯 가족을 잃었거나 공허함이나 무기력증에 빠져있는 상태라면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발견해 보기를 바란다.


무엇이든 시작해 보지 않으면 결과는 알 수 없고, 또 그것을 수행하는 과정 중에 나의 존재감과 성취감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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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변화, 그리고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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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동생의 사망으로 인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2014년 9월 제주로 내려가게 된 저자. 그는 6년의 세월을 헤매며 방황했고, 그러다 돌연 자격증을 따는 데에 올인하면서 결국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 2개의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다.


그 후 2021년 1월부터 가람감정평가법인 제주 지사에서 수습 평가사로 근무하게 되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저자는 자격증 취득 후 자신에 대한 자신감 상승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도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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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자격증을 준비하게 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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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송세월을 보내던 저자는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낼 수 없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프랜차이즈 아이템을 찾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프리미엄 독서실을 가보게 되는데 그곳의 좋은 환경에 반한 그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길로 본사에 상담 요청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나름의 수요 조사를 위해 애정하는 지역에 있는 공공도서관(제주 우당도서관)을 방문하여 열람실로 향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꽉 채우고 앉아 공부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중 특히 적지 않은 수의 중장년들을 보고 그야말로 충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날 그 공간의 첫인상과 열기를 잊지 못하고 갑자기 공부가 해보고 싶어져 40살을 코앞에 두고 다시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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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취득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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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 (총 8개월 공부하고 합격)


1. 공인중개사 자격증 활용 범위

보통 공인중개사 하면 가장 먼저 아파트나 주택의 매매 또는 전월세 거래를 중개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자기거래와 같이 일부법으로 금지한 사항을 제외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상당히 많다.


사람들과의 친화력이 좋고 영업적이거나 활발한 성격이 아니라고 해도 자신의 성향이나 관심 분야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점 또한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분야가 바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이다.



2. 자격증에 도전하게 된 계기

자격증을 취득하면 즉각적이든, 10년 후든, 20년 후든 언제든 유용하게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도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자격증 획득이라는 의미보다는 오랜 시간 좌절과 무기력함으로 인해 작아질 대로 작아지고 자신감이 전혀 없는 자기 스스로에 대한 테스트로서의 의미가 더 컸다고 한다.



3. 40대에게 자격증이란 어떤 의미일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권리증 정도인 것 같다고 전한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마법 같은 것.


적어도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손잡이의 역할은 가능할 것이라 말하며, 그 기회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자격증 취득 이후의 문제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격증을 취득하고 곧바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개업했지만, 이미 평가사 공부를 시작한 후였고 마음이 점점 공부 쪽으로 기울다 보니 공인중개사 업무를 지속하기가 어려워 다시 전업 수험생의 길로 본격적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감정평가사 (총 3년 공부하고 합격)


1. 감정평가사를 선택하게 된 배경

공인중개사와 같이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는 주택관리사 또는 법무사나 감정평가사 시험에 대한 도전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저자도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에서 얻은 자신감이 감정평가사를 도전해 보자는 최종 결정에 원동력이 되어 시작하게 되었다.


또 앞서 공인중개사 시험을 위해 도서관을 매일 가던 것이 몸에 배서인지 하루에 몇 시간이라도 취미 생활하듯 인터넷 강의를 듣다 오고 있었고, 최종적으로 재미있게 강의를 이어가던 한 강사의 '전문직'이라는 말에 가슴이 설레면서 감정평가사 시험에 도전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2. 학원 선택 방법

공인중개사는 어떤 브랜드의 강의를 선택하여도 모두 합격이 가능하니 고심할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감정평가사 1차 대비는 어느 학원이나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2차는 어느 강사님의 수업을 듣느냐에 따라 답안지 구성과 강약의 비중을 두는 포인트가 달라져서 수험 전반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된다.


특히 법규 과목은 강사님들 간에도 논점에 대한 견해를 달리하는 경우가 있어서 중간에 강의를 바꾸면 상당히 흔들릴 수 있으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대략적인 공부 기간은 공인중개사는 6개월~1년 정도, 감정평가사는 최소 2~4년 정도 각오하고 준비하면 가능할 것이다.



3. 시험 대비 요령

시험은 요령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험을 출제 형태에 따라 공부 방법도 달리할 필요가 있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1차, 2차 모두 객관식이지만, 감정평가사는 1차는 객관식이며 2차는 서술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객관식은 문제를 읽고 선지를 읽다 보면 생각이 나는 구조다. 그래서 교재 전부를 달달 외울 것이 아니라 문제에서 답을 찾아낼 때 필요한 불쏘시개가 되는 부분만을 요약해서 암기하면 된다. 또한 교재의 전 범위를 넓게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술형은 백지상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자신이 서술할 부분이 충분하게 암기되어 있어야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라이팅, 즉 서술이라는 불을 피우기 위해서 점화를 위한 부싯돌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4. 합격과 불합격

타인의 공부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할 것은 아니지만 먼저 합격한 사람들의 합격 수기를 볼 필요가 있다. 왜냐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공부 방법과 계획을 빨리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공부 방법 중에 스스로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는다는 것은 시험의 당락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수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치트키가 된다.


불합격하는 단 한 가지의 방법은 합격하는 수많은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수를 줄이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 필요한 만큼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조언을 구해야 한다. 그것이 수험의 시작이고, 수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다. 다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결국은 공부를 해 나가면서 자신만의 수험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의 방법이 아닌 자기만의 합격 수기를 써야 한다.



5. 감정평가사 자격증의 의미

저자는 사법고시와 비교할 만큼 어려운 시험은 아니지만, 공부를 하고 몇 차례 불합격을 경험해 보니 이제 조금 알 것 같다고 말한다. 그 사람들이 그저 머리 좋고, 공부만 잘해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사람들이 견뎌 낸 것은 엄청난 불확실과 불안이고, 수년의 시간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날에 대한 준비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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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의 공부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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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휴식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1~2개월 정도 또는 길면 3~4개월 정도는 휴식 없이 공부할 수 있다. 하지만 2~3년을 계속해서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챙겨야 할 일들이 많은 40대라면 더더욱 쉬는 날이 있어야 밀린 여러 가지 경조사나 집안일, 또는 병원 진료 등을 처리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계획은 가능한 구체적으로 세우고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1개월, 2주, 1주, 3일, 1일 단위로 반복해서 전 범위를 볼 수 있도록 세워야 한다. 우리의 기억력은 마치 구멍 뚫린 독과 같아서 채우는 순간 다시 빠져나가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독이 용량보다 큰 도구로 물을 한 번에 들이부으면 잠시나마 독은 가득 채워져 있을 수 있다.


▶세 번째로 계획을 지키기 위해 질보다 양을 쫓는 공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양을 기준으로 하다 보면 그 양을 채우기 위해 심도 있게 생각하면서 보지 못하고 훑어보는 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완벽하게 이해하고 외웠다고 생각해도 막상 시험장에서는 틀릴 수 있는데 대충 넘어가서는 절대 답을 찾아낼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공부의 질과 기억량이며,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1주일에 1회독 하는 계획이 좋다.


▶네 번째로 계획은 계획이다. 상황에 따라 변경할 수도 있는 것인데 처음의 계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고 하여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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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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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은 수많은 고통입니다. "No pain No Gain"이라고 했던가요. 고통을 피하려고 한다면 합격도 피해 갑니다. 나만 쉽게 갈 수 있는 지름길은 없습니다. 강의 듣고 이해한 것 같아 넘기고 시험장에서 기적적으로 생각나서 문제를 푸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저 계속되는 반복을 통한 지속적인 암기만이 합격을 가능하게 할 뿐입니다. 암기하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시험에 있어서 가장 확실한 약속입니다.

7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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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쉽게 얻으려고 해서는 절대 성취할 수 없다는 말에 백번 공감한다. 반복적으로 외우고 시간을 들여 학습해야 자격증뿐만 아니라 원하는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 내 경험상으로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렇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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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있다면 의지가 생길 것이고 의지가 있다면 반드시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두려운 것은 그저 시작할 것인가 말 것인지 재보면서 시간을 허비해 버리는 것입니다.

10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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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망설이다 시작조차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니 마음이 있다면, 의지를 가지고 행동으로 옮겨보자. 그래야 성공의 길에 들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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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100권만 제대로 읽으면 공부를 위한 기초 체력은 충분히 쌓을 수 있습니다. 앞서도 말하였지만 일단 독서로 시작하세요.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닥치고 정치, 닥치고 취업, 닥치고 곱창, 닥치고 스쿼드.' 뭐 이런 닥치고 시리즈가 있는데 저는 감히 '닥치고 독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1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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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시작이 어렵다면, 일단 독서부터 시작해 보자. 읽는 것부터 시작하다 보면 나의 취향, 관심사, 궁금증 등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계속 이어가다 보면 기초 체력과 공부 습관을 들일 수 있게 된다.


공부는 습관이고 또 의지다. 일단 다른 이유는 제쳐두고서라도 일단 독서는 무조건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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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험을 막론하고 합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절대적 공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만 그 절대적 시간이라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의 의미뿐만 아니라 얼마나 온전히 공부에 집중하고 시험만을 생각했는지가 더해져야 합니다.

(...)

그냥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

공부 시간을 정해놓고 구애받기보다는 그냥 각자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온전히 시험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입니다.

1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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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어떤 이들은 딴짓으로 8시간, 공부시간은 2시간을 채워놓고 10시간을 공부했다고 말한다. 반면 또 어떤 이들은 앉는 순간부터 내리 5시간을 공부했다고 말하면, 후에 결과적으로 누가 승자가 될까?


이때 물리적인 시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것은 내가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얼마나 가졌느냐다.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곧 승패를 좌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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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시작하면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을 견뎌내야 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큰 것 중 하나는 스스로와의 내적 갈등입니다. '세상에 싸울 일이 얼마나 많은데 피곤하게 나 자신과 싸우는지'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공부는 그런 것입니다. 세상이 나를 바라보는 눈도 두렵지만 나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더욱더 무서워지는 일입니다.

16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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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올인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주변의 것들은 다 내려놔야 한다. 자꾸만 살펴보게 되는 주변의 시선,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이나 뒤처지는 느낌, 초라한 내 모습과 같은 것들과 거리감을 두어야 제대로 내가 하려고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공부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런 것들에 자꾸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일수록 마음을 다잡고 오로지 목표 하나만 보고 가야 성공에 다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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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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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새로운 도전 과정에 대해 39개의 문답으로 정리한 내용을 읽다 보면, 문득문득 다시 공부를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샘솟는다.


앉는 순간 오로지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도서관을 찾아 하루 종일 따뜻한 햇볕을 맞으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또 원하는 공부를 하며 그렇게 하루를 채워 넣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또 다른 성취를 만들어내는 결과로까지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꼭 저자가 도전한 공인중개사나 감정평가사 자격증이 아니어도 좋다. 그저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분야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40대에 새로운 꿈을 꾸어볼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또 있을까 싶다.


만약 현재 막연한 불안감과 무기력함에 빠져있다면, 일단 가까운 도서관부터 찾아가 보자. 그리고 첫날은 그냥 그 풍경 속에서 멍 때리며 하루를 보내봐도 괜찮다. 그렇게 하루 이틀 출근도장을 찍듯이 방문하면서 도서관도 구경하고, 궁금한 책도 읽으며 시간을 때워보자.


그게 점차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되면, 어느새 나만의 공간에서 당연한 듯 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때 책을 독파하거나 자격증 시험, 미래를 위한 다른 준비 시간을 가지게 된다면 분명 좋은 결과로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다.


망설이지 말고 지금 바로 걸어나가자. 거기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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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 (반양장) -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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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깊은 관점으로 나와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들었던 율의 시선!"



읽는 내내 수십 개의 밑줄을 긋게 만들었던 소설! 청소년 문학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사실 어른들이 읽어보면 더 좋을 소설! 나는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하고 싶다.


깊은 상처를 받은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보통 겉치레식 위로와 인사는 건넬지언정 실상 그 아이가 가슴에 품은 생각에 대해서는 아무도 자세히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너도 나도 모두 저마다의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하나같이 모두 똑같다. 공감과 이해에 앞서, '평범'과 '정상'의 범주 안에 들어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 차서 그것만을 강요하고 또 밀어붙인다.


그 속에서 상처는 아물기보다 오히려 덧나고 희망보다는 좌절에 가까워지며 진심은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는다. 그렇게 너도 나도 가면을 쓴 모습으로 타인을 대하고 의미 없는 관계만 지속할 뿐이다.


여기,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한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삶과 관계에 있어 깊은 무력감과 공허함에 빠져있다. 그리고 '정상인'처럼 살아야 한다는 주변의 압박에 아이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숨기고 헛헛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 소설은 그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과 타인에 대해 그리고 있는 소설로,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의 세계는 물론, 타인의 세계까지 이해할 수 있는 시선을 가지게 될 것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율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과 타인에 대해 그리고 있는 소설로, 상처를 입은 한 아이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봄과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진짜 세상에 대해서도 함께 확인해 볼 수 있다.


특히 율이가 세상의 시선과는 다른 눈으로 자신을 바라봐 주고 보듬어 주는 도해를 만나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모습은 매우 경이롭게 다가온다.


또 그 마음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스란히 자신만의 방법으로 되돌려주는 모습을 보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란 바로 이런 거구나 생각하게 만든다.


남의 일에는 나몰라라하는 세상 속에서 마음을 다친 율이가 도해를 만나 다시 씩씩하게 앞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함께 지켜보며 당신도 힘을 냈으면 좋겠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 나의 세상이 온통 검게 물들여져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 타인의 몰 이해에 나만 고립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순간 이 책을 꺼내 들어보자.


그렇게 율이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세상이 새롭게 열리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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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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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율

-열다섯 살(중학교 3학년)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면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음

-자신 대신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로 인해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음

-서진욱/김민우/김동휘는 같은 반 친구이자 가장 친한 친구들

-율이는 네 명 중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애



■이도해

-열다섯 살

-반에서 왕따

-불행한 가정에서 어렵게 살고 있음

-율의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친 친구

-이도해라는 이름을 싫어하며, 북극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함(북극성이라고 불리면 나도 빛날 것 같아서)

-잠깐 시선을 떼면 영영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아이



■서진욱

-열다섯 살

-게임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한다.

-중1 때 전학 왔는데도 반에서 가장 인기가 많음

-축구선수 지망생

-가난한 슈퍼집 아들이지만 남들에게는 비밀



■김민우

-열다섯 살

-공부를 잘하고 자존심이 세고 집이 부유함

-김지민을 짝사랑 중



■김동휘

-열다섯 살

-수다스럽고 언변이 좋음

-모든 소문은 김동휘를 거침(좋게 말하면 분위기 메이커, 나쁘게 말하면 입이 싼 놈)



■김지민

-서진욱한테 고백했다 차인 후 옥상에서 율과 마주치게 되면서 친해짐

-후에는 율의 짝꿍이 되면서 서로 토닥여주는 관계가 됨

-씩씩하고 캔디 같은 근성을 가진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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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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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대신해 죽은 아버지에 대한 자괴감을 온 마음에 품고 사는 율이는 엄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쉽게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의사는 2년이면 극복할 거라고 이야기했지만, 이미 그 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나아지지 않는 상태로 인해 율이는 깊은 자책과 미안함, 우울감에 빠져든다.


그 일 이후 율이는 타인과 시선을 마주하는 것에 대한 극도의 불쾌한 공포에 사로잡히게 되면서 어느새 타인을 마주칠 때면 자꾸만 발로 시선을 향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새 습관처럼 굳어진다.


이뿐 아니라 율이는 또래 친구들의 힘자랑이나 외부의 그 어떤 것에도 흥미를 가지지 못하게 되면서 속으로는 늘 시니컬한 태도를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정상'처럼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겉으로는 최대한 몸을 낮추고 친구들의 행동 패턴에 적당히 맞추며 티 나지 않는 일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다행히 1학년 때부터 가깝게 지내던 인기 있는 친구들 사이에 끼어있어 이런 율의 행동은 크게 주목받지 않은 채로 넘어가게 된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비 오던 날, 엄마의 심부름을 다녀오는 길에 이상한 피비린내와 함께 맨발에 죽은 고양이를 두 손에 들고 있는 한 소년을 만나게 된다. 그 소년은 '비밀'이라는 말만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는데, 빗줄기 너머로 같은 학교 교복 명찰에 노란색 3학년 명찰, 이름은 이도해라고 쓰여있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렇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사라진 그 소년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다른 반과 하는 합동 체육시간에서였다. 그리고 그 수업을 통해 율이는 그가 1반의 왕따일 뿐만 아니라 남들에게 '비정상' 취급을 받는다는 것을 추가로 알게 된다.


하지만 어쩐지 율이는 그가 싫지 않았고 옥상에서 몇 번의 만남을 가지게 되면서 서서히 다른 사람에게서는 느껴보지 못한 생경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한곳에 정착하고 머무르기를 바라는 율과 변화하고 떠나고 싶어 하는 이도해는 정반대되는 성향을 지녔지만 함께 있으면 어쩐지 편안해지는 기분을 율은 느낀다.


이도해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있는 그대로를 수용해 주고, 또 율이의 솔직한 속내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주면서 율을 이끈다. 이에 율은 반응하게 되면서 서서히 자신 안의 뭔가가 변화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편 이도해는 결석하는 날이 종종 있었는데, 어느 날은 그 기간이 길어지며 완전히 행적을 감추게 된다. 그러면서 율의 마음에도 파동이 일기 시작한다. 어딘가 모르게 톱니바퀴 하나가 빠져 모든 것들이 어그러지는 기분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때쯤 율은 동네 슈퍼에 들렀다가 모든 것이 잘나서 그저 동경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서진욱이 사실은 가난한 슈퍼집 아들이라는 비밀을 알게 되고, 김지민이 서진욱에게 고백했다 차이면서 사총사의 관계가 서먹해지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여기에 더해 이도해를 찾아 옥상에 올랐다가 울고 있는 김지민의 이야기를 들어주게 되면서 어느새 묘한 친분을 쌓게 된다. 그러다가 마침 바꾼 자리의 짝꿍이 김지민이 되면서 둘은 남들 모르게 쪽지로 소통을 이어나가게 된다.


여기에 더해 서진욱의 비밀이 학교에 발각되며, 진욱은 유일하게 비밀을 알고 있는 율이를 의심해 주먹을 휘두르지만 결국 앞서 다친 다리로 인해 상황이 이상하게 꼬이며 둘은 오해를 풀고 금방 화해하기에 이른다.


이때 진욱은 자신 안에 꼭꼭 숨겨두었던 속 깊은 이야기를 율이에게 털어놓게 되는데, 율은 완벽한 진욱 또한 깊은 아픔을 가지고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한편 병원에 함께 갔다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진욱의 아버지를 마주치게 되면서 진욱은 그 자리를 피해 도망가게 되고, 남아있던 율은 진욱의 아버지에게 따끔한 충고를 건네게 된다. 이 일로 두 부자의 사이가 달라지게 되면서 진욱은 율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이 와중에 율은 점점 극도의 감정에 내몰리게 되는데 그때쯤 또 죽은 고양이를 안고 있는 이도해를 우연히 맞닥뜨리게 된다. 둘은 함께 새끼 고양이를 묻어주고, 다시 떠나가려는 도해의 등위에서 마치 둑이 무너지듯 율은 자신의 아픔을 토해내게 된다.


도해는 율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어주고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은 율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이로 인해 율은 오랜만에 진심으로 울고 웃으며 가장 깊은 곳에 외면하고 있던 것들을 다 꺼내놓게 된다.


그 후 율이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처음으로 홀로 봉안당을 찾아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마지막 인사를 건네게 되고, 이로써 마침내 꽉 막혀있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길로 엄마에게 가서 비로소 진심으로 사귄 친구가 있음을 밝힌다.


율은 그렇게 다시 일상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틈틈이 자신만의 소설을 써 내려가며 현재의 고통을 하나씩 털어내 간다. 마치 인생의 오답노트를 써 내려가듯이.


이도해는 또다시 오랫동안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고, 그런 이도해의 흔적을 쫓던 율은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흔적들을 마침내 하나로 연결하게 된다. 그렇게 정체불명 이도해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게 된다.


늘 떠나고 싶다던 이도해의 말

엄마에게 버려진 새끼 고양이

상한 삼각김밥을 먹던 이도해

이들이 있다던 주정뱅이 아줌마

쓰레기 집에 산다는 우리 또래의 애


하지만 이도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고, 율은 도저히 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뉴스에서 한 소년이 쓰레기장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신고자는 서진욱의 아버지로 쓰레기 집에서 기척이 없는 것을 수상하게 여기고 신고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머뭇거리던 경찰은 쓰레기 장에서 쓰러진 이도해를 발견하게 되면서 마침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또다시 도해 없이 시작된 2학기, 도해는 가정 폭력 피해자로 밝혀지게 된다. 약 두어 달 동안 폐렴까지 번져 위험한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이제는 의식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율은 마침내 자신만의 소설을 완결 짓고, 그 소설을 쓴 공책을 들고 도해의 병실을 찾게 된다. 첫 독자가 되어주겠다고 했던 도해에게 가져다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도해는 그 공책을 가지고 또다시 사라졌다. 이후 율은 사라진 도해가 다시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고대하며 쓰레기로 가득 찬 도해의 집을 청소하고 전단지를 붙이는 등 도해의 공간을 다시 만들어 나간다. 이에 율의 엄마도 함께 동참한다.


시간은 흘러 어느새 중학교 졸업식을 맞이하게 되었고, 거기에 출석 일수가 부족했던 도해의 이름은 없었다.


중학교의 마지막 하굣길, 집에 들어가다가 우편함에서 율은 이도해의 병실에 두고 온 자신의 소설이 담긴 공책을 발견하게 된다. 도해가 이곳에 들렀다 간 것이다.


율은 공책을 펼쳐보았고 그 속에는 자신이 쓴 것이 아닌 문장 하나가 쓰여 있었다.


'그럼에도 새는 또다시 날아 보기로 했다'


율은 그 문장을 보는 순간 큰 소리로 웃었다. 이도해가 비로소 지구에서 나아가는 길을 선택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그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어느새 율은 변해있었다. 율의 시선이 발에서 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상대의 눈을 편하게 쳐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았던 습관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서서히, 자연스럽게 허물어져 버린 것이다.


율은 변했고, 그렇게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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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왔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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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간략한 줄거리로 내용을 파악하기보다, 본편을 통해 문장 하나하나의 맛을 제대로 살려서 읽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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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계인에 가까웠다. 옛날 영화에서 본, 인간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외계인.

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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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병원에서 의사는 율을 두고 사회 부적응자 취급을 한다. 율은 의사가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2년이면 충분하다 말했지만, 2년이 한참 지난 뒤에도 율은 자신의 상태가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음에 크게 낙담한다.


이런 상황을 두고 율은 자신을 외계인에 가깝다고 말하며 인간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하는데 얼마나 율이 고립되어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그 어떤 사람도 율이의 이런 내면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에서 더없이 아프게 다가왔던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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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관계란 참 이상하다. 내가 서진욱, 김민우, 김동휘와 친구가 된 지 벌써 삼 년째였다.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에다 자리가 가까웠던 것이 계기였다. 하지만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친구라는 존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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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으며 율의 세계와 나의 세계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나 역시 어느 순간 친구라는 존재에 대해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것이 맞는지 의문을 품게 되었는데, 그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어쩌면 나는 친구에 대해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봐서 진짜 친구의 존재에 대해서는 몰랐거나 아니면 우리가 나눈 것은 진짜 우정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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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단순히 부르기 위해 있는 게 아니야. 기억하기 위해 있는 거지."

4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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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은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의 이름 외에 다른 이들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한다. 이런 율에게 도해는 이름은 부르기 위한 게 아니라 기억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라 말한다.


나를 각인시키기 위한 목적, 그것이 진정한 이름의 존재 이유인가 보다.


생각해 보면, 기억하기 때문에 이름을 부를 수 있고, 부를 이름이 있기에 우리는 그 사람을 기억할 수 있다. 새삼 이름이 갖는 중요한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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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하늘은 파랗고, 저녁의 하늘은 붉고, 밤의 하늘은 검다. 하늘은 이 세 가지 색만을 띤다고 한다. 하지만 나만 아는 사실인데, 저녁이 밤으로 바뀌는 순간의 하늘은 녹색이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그 녹색이다. 녹색은 변화의 색, 변화는 고통을 가져온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고통을 겪고 싶지 않다.

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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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나는 변하고 싶은 사람이라서."

이도해는 고여 있다 보면 언젠가는 썩어 버릴 거라고 덧붙였다. 나는 흘러가기보다는 익숙한 곳에 고여 있고 싶었다.

8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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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기억 속에 각인처럼 남아있는 그날의 녹색, 녹색은 변화의 색이다. 아름다운 저녁이 두려운 밤으로 변하는 시간.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던 고통을 대변하는 색인 녹색은 그래서 율에게 있어 두려움과 고통을 상징한다.


율은 아버지가 없어진 세상, 자신의 세상에 고립된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런 변화가 없었던 이전의 평화로운 세상에서 머물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이미 이만큼 흘러왔다.


율의 어두운 내면을 컬러감과 시각적 표현력으로 표현한 이 문장 덕분에 왜 율이 변화를 싫어하는지, 또 어떤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는지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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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원래 자기 불리한 일은 안 하려고 한다. 그 말이 나를 사로잡았다. 엉켰던 의문의 실타래가 비로소 풀린 기분이었다.


도덕 같은 건 전부 거짓말이다. 사람들이 원래 이익이 없으면 다른 사람을 돕지 않는다. 그게 당연한 것이다. 타인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그러니 나도 쓸모없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울지도, 화를 내지도 누군가를 돕지도 않을 것이다.


그게 인간다운 거니까.

(...)

무감각 해진다는 것은 정말 편리한 일이다.

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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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공감할 이야기가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한다. 무감각해지는 것이 편리하고, 나에게 쓸모없는 일은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인간다움으로 포장되는 사회.


중학생 율이는 아버지가 죽는 순간 도움을 주기는커녕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깊은 분노를 느낀다. 그리고 '사람들은 원래 자기 불리한 일은 하지 않는다'는 구급 대원들의 말에 비로소 의문의 실타래가 풀린 기분을 느꼈다고 표현했다.


자기를 대신해 죽은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에 더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사회적 고립 속에서 홀로 아픔을 삭히며 살았을 율이. 그런 율이에게 사람들은 비정상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며 '정상'이 되어야 한다는 더한 압박감까지 주었다.


그래서 율이는 방어 기제로 감정과 이성을 분리한 다음 감정을 이성으로 설명하여 해소하려는 행위(주지화)를 하며 감정을 억누르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감정은 불쑥불쑥 올라와 율이를 괴롭혔다.


한 아이가 세상에 발 디디며 살기 위해 나 홀로 얼마나 고군분투했을까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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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주변이라는 것이 꺼려지기만 했다. 말주변은 공허하다. 어차피 잊힐 말들이 쭉 늘어설 뿐이다. 주변은 시끄러운데 나는 조금씩 침잠한다. 이렇게 많은 애들이랑 같이 있어도 나는 혼자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73페이지 中

나는 미래를 상상할 수 없었다. 의사는 그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이라고 했다. 미래가 단축된 느낌을 받는 것, 예를 들면 직업, 결혼 등 정상적이라고 여겨지는 삶을 기대하지 않는 것.

7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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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들어 있을 때는 가지고, 비어있을 때는 버린다. 잔뿐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일까.

7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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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문장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부분은 시니컬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낯설지가 않다.


율이는 아버지를 잃고 겪는 PTSD 증상 중 하나라지만,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그런 외상을 겪지 않고도 이미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을 겪고 있다.


이게 정상인 사회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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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늘 내게 평균치의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는데, 이도해는 손쉽게 내게서 평균의 잣대를 빼앗았다. 그러자 검열되지 않은 생각들이 일제히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날것 그대로의 상태로 '정상'이라는 수문을 넘어, 더 이상 쏟아지는 생각을 수용할 틈이 없도록 만들었다. 이도해는 늘 이런 식으로 사람을 뒤흔들었다. 적어도 나는 이도해 앞에서 매일 흔들렸으니.

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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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율이를 '정상'이나 '평균치'의 틀에 가두려고만 했다. 때문에 율이는 자신의 감정을 죽이고 세상에 맞춰 살아야만 했다.


하지만, 도해는 그 틀을 깨부쉈다. 도해와 함께 있을 때면 비일상적인 감각이 율이를 안일하게 만들었고 그 틈새로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 넘나들었다.


때문에 율은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고, 심지어는 자신의 진짜 속마음까지 꺼내놓을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새로운 희망을 품도록 유도함으로써 율은 정체되어 있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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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네 눈앞에서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할 거야?"

(...)

"잘 모르겠는데."

(...)

"아마 껴안아 줄 것 같아."

이도해의 목소리는 나를 소스라치게 할 정도로 강한 힘을 품고 있었다.

(...)

"떠나는 길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도록 안아 줄 거야."

8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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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시궁창 같은 현실에 살지언정 도해는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 대답 한마디에 율은 어쩌면 평생 가슴에 그때의 그 순간을 후회로 남길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보다, 차라리 떠나는 길이 조금이라도 더 따뜻해지도록 꼭 안아줄걸 하고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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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각자 스스로 부여하는 이야기 속에 살아. 현실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지 끔찍하다고 생각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은 180도 달라지는 거지."

119~1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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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못 할지 아니면 무언가를 해낼지는 전부 너한테 달렸으니까."

14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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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해가 해줬던 이야기 속에 삶의 해답이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어떤 이야기를 적용할 것인가, 무언가를 해낼 것인가 그것은 온전히 내가 결정하기에 달렸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덕분에 오늘부터 새로운 페이지를 새롭게 써나가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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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아주 어쩌면 말이지, 사람들은 모두 각자만의 세계를 가진 외계인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외계인이라서 우리는 죽을 때까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헐뜯고, 그리고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을 찾아 평생을 헤매는 것이다.

14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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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율이는 자신은 인간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외계인 같다고 이야기했는데, 점차 친구들의 속 사정과 아픔을 마주한 뒤에는 이렇듯 서서히 생각이 변화한다.


나만 고립되고, 나만 이해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어쩌면 우리 각자 모두가 각자만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그래서 우리는 죽을 때까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평생을 자신을 이해해 줄 사람을 찾아 헤매는 것은 아닐까 하고.


어쩌면 타인에게 이해를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기에 반대로 나만큼은 나를 이해하고 다독여주는 존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다짐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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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게 무서워. 아버지는 날 살리려고 달리는 차에 몸을 던졌는데, 엄마는 나를 벌어 먹이기 위해 자신의 행복을 버리고 일만 하는데, 정작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

나를 위한 희생들이 너무 벅차. 제대로 된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결국 무엇도 되지 못했어. 나는 너무 부족한 인간이야.

16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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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무심코 하는 말들이 날아들어 가슴을 후벼판다. 부모의 희생 아래 생존한 율이에게 거는 주변의 기대와 바람이 결국 아이를 짓누른다.


분명 그 사람들은 돌아서면 기억도 하지 못한 말들일 텐데, 당사자인 아이는 이토록 평생을 후회와 자책을 품에 안고 산다.


그렇기에 힘든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아무리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섣불리 아무 말이나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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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마. 타인의 기준은 상대적인 거야. 정말 중요한 건 너지. 절대적인 건 너 자신뿐이야. 그러니까 너를 봐. 네 마음을 봐."

1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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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해와 율의 대화를 살펴보면 우리가 가슴에 새기면 좋을 이야기들을 많이 담고 있다. 만약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에 휘둘리고 있다면, 도해의 이 말을 꼭 기억하기를 바란다. 절대적인 건 너 자신뿐이라는 말, 너의 마음을 보라는 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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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내가 이 년이면 치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미 이 년은 한참 지났고 나는 어느덧 열다섯을 넘겼다.


그러니까 어쩌면 이건 고통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뇌의 착각으로 고통을 느낄 뿐, 진짜 고통은 아닌 것이다. 마음의 고통이란 결국 허상에 불과하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확실히 알 수 있다. 이건 절대 허구의 고통이 아니다.

(...)

"아파."

나는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아프다.

169~17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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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게 익숙한 율은 의사가 말한 기한이 지났음에도 고통이 느껴지는 것을 보고 이건 허구라고, 진짜 고통은 아닐 거라고 스스로 되뇐다. 하지만, 도해를 만난 후로 이제는 그것이 진짜 고통임을 깨닫는다.


어떤 이들은 특정 상황으로 인해 이처럼 자신의 고통을 억누르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회복하려면 상처를 방치하기보다 제대로 마주 봐야 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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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큼은 너 자신을 떠나지 마."

(...)

"너는 의미 있는 사람이야."

(...)

그 말들은 내 마음에서 나왔다. 내 마음 깊숙한 곳에 묻혀 있다가 이도해의 입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1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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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방치했던 율. 하지만 어느새 도해의 입을 통해 율은 자신의 마음 깊숙이 숨겨두었던 마음의 소리를 꺼내 보이게 된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너 자신만큼은 너를 포기하지 말라고. 너는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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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던 건데."

(...)

나 사는 것도 힘드니까. 방관자가 당사자보다는 편하니까.

(...)

"넌 가족에게 사랑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냐?"

(...)

"당하지 않은 사람은 몰라 가족은 행복한 것이라고 믿어야 모두가 평화로우니까. 다들 쉽게 눈 감아 버리지."

(...)

"근데 가족이 있어서 행복한 게 아니라 불행한 경우도 있어. 세상에는 자기밖에 모르는 부모도 있다고. 그런 부모에게 자식은 그저 부산물에 불과하지. 남남인 거야. 근데 진짜 불공평한 게 뭔지 알아?"

(...)

"자식에게 부모는 세계야. 싫어도 애정을 갈구하게 되는 세계."

193~19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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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이도 도해도 사람들에게 외면당한 후로 줄곧 나만의 세계 속에서 살아왔다. 특히 세상 누구에게도 기댈 곳 없었던 도해는 더 했을 것이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오롯이 부모의 그늘 아래 기대야만 생존할 수 있는 아이에게 있어 그 세상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가정 폭력 속에 방치되어 있었기에 언제든 상황이 변하기를 바라던 혹은 떠날 날만을 꿈꾸던 도해의 마음이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되는 바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과거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가족이나 부부 문제에 있어 사람들은 쉽게 눈을 감아버린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폭력에 노출되거나 목숨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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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런 생각이 들어. 삶은 고난의 연속이 아니라 극복의 연속이라고. 우리는 극복하며 살아가는 거야. 그 끝에 기다리고 있을 더 멋진 나를 위해. 그러니까 포기하면 안 돼. 포기하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206~20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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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율이에게 건넨 말이다. 단어 하나만 바꿨는데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는 느낌이다. '고난'의 연속이 아닌, '극복'의 연속! 이 말을 꼭 가슴에 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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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고, 내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아주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그 행복이 평등하지 않다는 것은 아주 불행한 일이다.

2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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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론에 대입해 보면 모든 것은 동화처럼 아름답게 느껴진다. 하지만 문제는 모든 사람이 그 일반론에 포함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고로, 그 범주에 속하지 못한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행복도, 불행도, 부모도, 가족도, 세상 그 무엇도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아주 기본적인 것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 대게 불행하다 느낄 수밖에 없다.


도해에게는 자신을 사랑해 줄 부모도, 자신이 돌아갈 곳도 없었다. 그래서 홀로 그 모든 것을 감내하며 살아가야 했다. 아이에게 있어 이것은 세상 불행한 일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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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는 타인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슬퍼하기보다 나아가기를 선택했다. 그러니까 나는 북극성이 되기로 했다. 북극성은 길잡이별, 비록 가장 밝고 큰 별은 아니어도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별이니까.

21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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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해는 의미 없는 자신의 이름을 싫어했다. 대신 길잡이 역할을 하는 북극성으로 불리기를 원했다.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했기에 선택할 수 있었던 이름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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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나약하다. 너무 쉽게 부서지고 무너진다.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고 자신을 숨기며 끊임없이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그렇게 부서지고 무너지면서 강인해진다. 모순적이었다.


모순적이기에 인간은, 삶은 매력적인 것이었다.

21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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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이도 도해도 진욱이도 나약한 인간이었다. 그렇기에 휘둘리고 부서지며 무너졌다. 타인의 시선이 무서워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거나, 자신의 비밀을 감추며 살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겪고 이겨내며 결국 강인해졌다. 앞으로 나아갈 힘을 길렀다. 모순적이지만, 그런 시련이 있었기에 더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마냥 온실 같은 곳에서 안락한 삶만을 산다면 우리는 더 강해질 결심을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넘어지고 부딪히는 시련을 겪었기에 어쩌면 위기로부터 방어하는 법, 중심을 잡는 법, 시련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노하우 같은 것들을 쌓아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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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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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아픔과 시련을 겪고 있음을 깨닫는다. 더불어 각자 자기만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타인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살아온 환경, 성향, 가치관, 부모, 가족 등 나를 이루는 모든 요소가 제각각이기에 더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온전히 세상에 하나뿐이고, 또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로 인해 우리는 외롭고, 불안하고, 또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을 늘 찾게 된다. 나와 쌍둥이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렇게 인생을 살다가 어느 순간 각기 다른 성정, 환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부딪히고 깨지면서 변화와 성장을 겪게 되고, 또 한고비 한고비 넘기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인생이 아닐까 한다.


물론 그 만남 속에는 상생이 좋지 않은 율과 동휘와 같은 관계도 있을 것이고 또 때로는 서로를 돕고 이끄는 율과 도해와 같은 인연을 만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세계를 잘 보존하는 것, 그리고 나와 완전히 다른 세계를 가진 사람도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삶이 조금은 더 편안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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