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 식물 -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
안톤 순딘 지음, 장혜경 옮김 / 생각의집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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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매력적인 식물을 알 수 있는 기회!"


어릴 적 집 주변 숲속에서는 우거진 나무들과 각종 버섯, 그리고 고사리가 종종 발견되고는 했다. 그때는 뭔지도 모르고 동그랗게 말린 잎도 아니고, 열매도 아닌 것들이 서서히 펴지는 모양새가 신기하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른들이 '고사리'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이름이 고사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흘러, 지금에 와서는 그 숲과 그 속에 자리하고 있던 것들이 종종 생각나고는 한다. 빽빽하게 숲을 가득 채웠던 나무들과 이끼, 고사리, 가끔 발견되던 산짐승(토끼, 사슴 등)과 숲 전반에 퍼져있던 시원한 공기와 냄새(흙냄새, 나무냄새)가 그립다.

그런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서일까, 집에는 늘 식물이 함께 했었고, 지금 살고 있는 집 또한 그렇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은 익숙함과 새로움 그 어느 사이에서 낯설지 않게 다가온 책이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양치식물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 양치식물의 기원부터 지금까지의 역사와 분포, 형태학, 종, 인간 세상에 스며든 고사리, 그림과 디자인 등 생활 전반에 자리 잡은 고사리 등 최초 발생부터 현재까지의 고사리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다.

저자가 양치식물에 대한 책을 쓴다고 했을 때 '고작 양치식물에게 책 한 권을 통째로 바친다고?'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면 충분히 할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식물임을 누구나 알게 될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양치식물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고사리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또 이를 통해 앞으로는 생활용품 속에 자리한 예쁜 양치식물의 무늬를 한 번 더 살펴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식물을 키우고 있다면, 혹은 식물에 관심이 있다면 놀랍고 신비한 양치식물의 세계에 잠시 발을 담가보자. 어쩌면 양치식물을 통해 지구의 역사를 새롭게 보는 눈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 집에는 유난히 큰 키를 자랑하며 쑥쑥 자라고 있는 유일한 양치식물 하나가 있다. 가장 최근에 분양받은 식물 중 하나로, '무늬 보스턴 고사리'다. 사실 처음에 집에 데려왔을 때는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는데, 언젠가부터 새로운 줄기가 올라오더니 지금은 건강하고 예쁘게 잘 자라고 있다.

이 식물 때문이었을까? 어릴 적 살았던 그 그림 속 싱그럽게 올라오던 고사리가 다시 생각난 것은?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한번 추억 속 그 장면을 떠올리게 된 촉매제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 책을 받았을 때 반가운 마음이 이는 동시에 무엇을 알게 될까 호기심도 함께 일었다. 그리고 처음 마주한 것은 생각보다 대단한 양치식물의 기원과 역사였다.

뒤이어 유럽에서 대유행을 하게 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우리 생활 전반의 꽤 많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다채롭고 아름다운 매력을 가진 식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식물로서 존재하는 양치식물만 생각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 종이 지구의 역사와 맞물려 오랜 세월을 변화와 성장을 거듭해오며 살아왔다는 점, 그리고 아름다운 무늬를 활용한 생활용품들이 우리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 심지어 식용과 약용으로도 활용되었다는 점, 여기에 더해 관상용 식물로서 다른 꽃과의 콜라보가 꽤 멋스럽다는 점 등 양치식물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 나니 이 매력적인 식물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잘 몰랐던 양치식물의 역사와 구조, 그리고 유용 작물로 활용되었던 이 식물에 대해 정리해 보려 한다. 혹자는 다른 식물과는 다른 구조, 다른 형태로 번식을 이어나가는 양치식물의 특이점을 목격하면서 '나도 양치식물을 하나 들여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럼 지금부터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로 불리는 양치식물을 위해 책 한 권을 통째로 바친 저자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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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식물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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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식물은 지금으로부터 약 4억 년 전에 등장했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그 시절의 몇 안 되는 식물 중 하나이다. 따라서 2억 년 전에 공룡과 지금은 멸종한 다른 생명체들이 탄생했을 때는 양치식물은 이미 완벽하게 진화를 마친 상태였다.
양치식물이 다른 식물보다 앞설 수 있었던 이유는 물과 양분의 수송을 담당하는 특수 관다발 때문이다. 나아가 양치식물은 목질을 세포벽에 쌓아 세포를 단단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이 원시 식물은 4천 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지구의 식물 세상을 지배하였다. 하지만 페름기가 끝날 무렵인 약 2억 5천만 년 전에 일어난 "페름기 대멸종" 시기에 멸종하고 말았다. 지구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멸종이었다. 어림잡아 지구에 사는 생명 종의 90%가 사라졌다. 따라서 현재의 양치식물은 카본기의 그 원시적인 양치식물 종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억 년 전인 백악기에 양치식물은 다시 한번 크게 번성한다. 이 시기에 박벽포자낭 양치가 등장하였다. 현재 지구에 사는 양치식물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백악기에서 고진기(팔레오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또 한 번 대멸종이 일어났다. 지구에 살던 종의 절반가량이 사라졌다. 그중 가장 유명한 생물이 공룡이다.

팔레오기의 초기에는 지표면 대부분이 황무지였다. 식물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놀랍게도 다시 양치식물이 지구를 점령하였다.

백악기 말의 대멸종이 지나간 후에는 양치식물의 홀씨 비율이 최고 99%까지 치솟았고, 그 이후로 다시 예전 수치로 돌아왔다.

이런 현상을 '양치 스파이크'라고 부른다. 다른 식물들이 죽어 나갈 때도 양치식물은 퍼지기 쉬운 홀씨 덕분에 생존하여 주도권을 장악하였다.

그리하여 양치식물은 종자식물이 다시 자랄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였다. 그러니 오늘날 자연에서 사는 식물의 대다수는 양치식물에게 감사하다고 꾸벅 절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생존력과 경쟁력 덕분에 현재 우리는 양치식물을 세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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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역사와 함께 한 양치식물의 생존력을 살펴보고 나니, 새삼 양치식물의 생존력과 경쟁력에 놀라울 따름이다. 황무지 속에서도 다시 피어나는 양치식물이라니.

특히 지구의 역사에서 두드러질 만큼 큰 두 번의 대멸종을 겪고서도 다시 새로운 품종으로 환경에 맞게 성장하면서 다른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까지 조성해 준 것이 바로 고마운 양치식물이었다니, 알고 나서 보니 새삼 양치식물이 다시 보인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파릇한 식물들은 정말이지 모두 양치식물의 덕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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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과 형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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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유형
양치식물의 유형은 주로 3가지로 나뉜다. 산과 들에서 자라는 육생종, 나무에 붙어 자라는 착생종, 연못이나 호수에서 자라는 수생종이다.양치식물은 홀씨체 혹은 홀씨 식물(꽃을 피우지 않고 포자에 의해 번식하는 식물)로, 모든 양치식물은 주로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잎, 뿌리줄기(근경), 뿌리이다.


▷잎모든 식물이 그렇듯 양치식물 역시 땅 위로 솟은 부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부분이 잎이다.

▷뿌리줄기
양치식물의 줄기는 뿌리줄기라고 부른다. 땅 위로 솟아 나온 부분도, 뿌리도 그 뿌리줄기가 자란 것이다. 뿌리줄기 자체는 뿌리의 일부가 아니라 줄기의 일부이다. 따라서 양치식물을 잘 기르려면 뿌리줄기를 잘 알아야 한다.

뿌리줄기는 무성생식에도 쓰인다. 무성생식이란 줄기나 가지로 번식하는 방법을 말한다.

뿌리줄기의 모양새 대다수는 빛깔이 참 곱다. 이런 뿌리줄기의 아름다운 색과 무늬 덕분에 양치식물은 실내 관상용 식물이나 원예식물로 인기가 많다.

▷뿌리
땅에서 물과 양분을 빨아들이는 뿌리는 어두운 빛깔이고, 여러 부위로 나뉘며, 뿌리줄기에서 곧바로 아래로 자란다.

▷새순
양치식물은 봄에 어린잎이 날 때 특히 예쁘다. 앙증맞게 돌돌 말린 연초록 잎은 몸 화단에 서 있는 황량한 꽃 식물들과 완전히 대비된다.

새순의 생김새는 속에 따라 매우 달라서 종 구분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양치식물의 생명주기
양치식물은 꽃을 피우지 않으므로, 사람들은 오랫동안 녀석들이 어떻게 번식하는지 몰랐다. 중세 시대 사람들은 그 번식의 신비에 매혹당했고, 분명 초자연적인 힘이나 마법의 힘이 뒷배일 것이라고 믿었다. 그 비밀의 열쇠가 홀씨라는 사실은 17세기에 와서야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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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식물의 형태학을 알고 보니, 꽃이 피지 않는 고사리를 두고 과거 마녀사냥이나 마법의 힘, 초인적인 힘을 믿던 시절 이 식물을 두고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가히 상상이 되는 바다.

꽃이 없어도 혼자서(홀씨) 알아서 자생하고 크는 양치식물의 특성을 모르던 그들에게는 얼마나 신비롭고 새롭게 느껴졌을까? 그러니 양치식물의 홀씨를 지니고 있으면 투명 인간이 된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까지 생겨난 것이겠지.

이 페이지를 읽고, 집에 있는 '무늬 보스턴 고사리'를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다. 잎과 줄기, 뿌리까지 구조적 명칭과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홀씨를 상상하며 자세히 보아야 더 예쁜 식물의 매력을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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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상의 고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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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 작물로 쓰이는 양치식물
많은 문화권에서 양치식물을 유용 작물로 이용했다. 바위고사리는 붉은색 염료의 재료로 쓰이고, 공작고사리는 양치식물 중 가장 아름다운 잎으로 유명하지만 다양한 유용 작품으로도 쓰임새가 많은데, 특히 바구니 제작에 많이 쓰인다.

청나래고사리는 가축 사료로 먹였고, 집이나 헛간을 덮는 지붕 재료로도 사용했다. 유리공예가들은 이 고사리로 포장재를 만들었는데, 부드러우면서도 튼튼해서 완충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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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의 가느다란 잎을 가진 고사리, 여기에 올망졸망한 둥근 고사리가 서서히 펴지는 모양새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고사리의 종류가 생각보다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인간 세상에서 이 고사리를 활용하는 활용법 또한 그에 못지않게 다양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잎을 활용한 다양한 직접적 활용법은 물론, 약용, 식용, 염료, 디자인과 그림에도 활용된다는 것을 보고 상상 그 이상임을 알 수 있었다.


■형태와 색깔이 너무나 풍성하고 다양한 양치식물
초록색의 고사리 잎만 생각했는데, 소개된 사진들을 통해 붉은색 노란색, 보라색 등 매우 화려한 색채를 가진 다양한 종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염색에도 활용된다고 했는데, 이 컬러를 보고 나니 비로소 이해가 된다. 2차, 3차 가공을 하지 않아도 그저 관상용으로도 충분히 멋스러움을 자랑하는 고사리를 보며, 한때 유럽에서 왜 그토록 양치식물에 빠져 있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다른 꽃과 조화를 이룬 양치식물
하나의 정물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 사진은 고사리와 꽃을 활용해 꽃꽂이, 꽃다발, 꽃바구니, 화환 등으로 재탄생 시킨 작품이다.

싱그럽고 생명력 넘치는 고사리 잎을 화려한 꽃과 매치시키면서 대조되는 느낌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한껏 더 풍성함을 자랑하는 이 꽃꽂이들을 집 안에서 발견하게 된다면 저절로 시선이 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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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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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보니, 고사리가 지금까지 연명할 수 있었던 데에는 홀씨와 무성생식을 통해 번식하는 방법 외에도 사람 눈에 잘 띄지 않아서라는 이유도 있는 듯하다.

이토록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지만, 이보다 더 무서운 씨를 말려버리는 인간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특성 덕분에 여태껏 무사히 잘 안착하며 살아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특이성'이라는 말은 좋은 의미로도 쓰이지만 그만큼 사람의 욕구를 자극하고, 또 소유욕을 불러오는 단어이기도 하기에 양치식물은 충분히 또다시 인간에 의해 소멸을 겪을 수도 있는 식물이었다.

하지만, 양치식물 스스로 목질을 세포벽에 쌓아 세포를 단단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개발했듯이, 숨어서 자랄 수 있는 특성을 지니게 되면서 다행히 인간들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

한때는 야자수 나무처럼 사람 키를 한참 넘어서는 양치식물도 존재했었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넘어 쇼킹하게 다가왔는데, 만약 지금까지도 존재했다면 좋은 안식처가 되어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요즘 반려 식물의 성장을 지켜보며 특히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부분이 잎과 줄기가 자라나는 모양새인데, 새순이 돋아나는 모습이 저마다 달라 지켜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추후 다른 양치식물과 만날 기회가 있다면, 컬러감 있는 양치식물과도 조우해 보고 싶다.

퀄리티 있는 컬러 사진들을 보는 재미가 남달랐던 이 책 덕분에 양치식물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채울 수 있었다. 실제로 키우는 반려 식물에 대해 깊이 있는 역사와 히스토리까지 알기는 어려운데, 덕분에 정보력(+1)을 얻을 수 있었다.

모든 정보를 다 습득하거나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양치식물이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이라는 점, 그리고 수많은 멸종의 위기를 이겨내고 지금까지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식물이라는 점, 포자를 통해 혼자 알아서 생식과 번식을 이어간다는 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여기에 더해 문득문득 눈에 보이지 않는 홀씨를 보는 상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처럼 양치식물 한두 개쯤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통해 더 깊이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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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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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의 공간이자 치유의 공간이 된 헌책방!"



'헌책방'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떠오르는 추억 때문인지, 불쑥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한참을 기다려 비로소 읽게 되었다.


그래서 읽고 난 소감이 어떠냐고 한마디로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면, '이런 공간 하나쯤 있으면 참 좋겠다' 싶다.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스토리상으로 크게 요동치는 내용은 없다. 인생에서 한 번쯤 겪는 고민과 변곡점은 있을지언정, 자극적이거나 매운맛없이 전개되는 스토리다.


하지만 나를 찾아가는 여정과 성장 포인트는 눈여겨볼 만하다.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 속에서 책을 통해 치유받고, 또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가족과의 재회를 통해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을 하게 되는 모습, 여기에 더해 가까운 이웃들과 소통하며 단절에서 벗어나는 모습들은 따뜻함과 위로를 건넨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외삼촌과의 일화와 외숙모와의 일화 두 부분으로 나뉜다. 그리고 그 두 이야기를 연결 짓는 중심에는 주인공인 다카코가 있다.


주요 배경이 되는 곳은, 세계 최고의 책방 거리인 진보초 고서점 거리 안에 있는 모리사키 서점으로, 이곳은 치유와 쉼의 공간으로 활용된다.


낡고 오래된 고서점이지만, 책에 둘러싸여 홀로 지내다 보면 어느새 평온과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곳이다. 덕분에 사토루 외삼촌이 그러했고, 주인공 다카코에 이어 모모코 외숙모까지 알차에 이 공간을 알차게 사용하게 된다.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동안 나 역시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모리사키 서점에 잠시 내려놓고, 쉼과 고독을 즐길 수 있었다. 곰팡내 나는 2층 어느 구석진 방 안에서 고요함을 즐길 수 있었다.


나라 안팎으로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들이치는 요즘, 마음을 녹여줄 책 한 권을 찾고 있다면 이 책으로 마음을 달래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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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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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사키 서점

-세계 최고의 책방 거리인 진보초 고서점 거리에는 약 170여 곳의 서점이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다.


■나(다카코)

-스물다섯 살

-즉각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다.

-연인의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로 인해 슬픔에 빠진 다나코는 10년 만에 재회하게 된 외삼촌의 제안으로 도쿄의 생활을 정리하고 여름이 시작된 때부터 다음 해 이름 봄까지 모리사키 서점 2층에 있는 빈방에서 책에 둘러싸여 지내게 된다.


■사토루 외삼촌

-40대

-모리사키 서점을 2대째 운영 중으로 약 10년 정도 되었다.

-모리야키 서점에는 일본의 근대 작가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으며 약 6000권 정도 보유 중이다.


■모모코 외숙모

-5년 전에 집을 나가 행방불명 상태였으나 갑작스레 돌아온다.


■히데아키

-세 살 많은 직장 선배이자 전 연인

-같은 직장의 다른 부서 여사원과 결혼 예정으로 약 2년 반 전부터 만나온 사이


■히데아키의 약혼자 무라노

-남자친구가 이상한 것은 감지했으나 바람피우는 상대가 다나코인줄은 몰랐음


■사부

-20년 된 서점 단골손님


■스보루 카페 사장

-40대

-사토루 외삼촌과 다카코의 단골 카페 사장


■도모 짱

-스물세 살

-국문과 대학원 1학년생으로 빈 시간에 스보루에서 아르바이트로 홀서빙을 함


■다카노 군

-카페 아르바이트 생으로 주방 담당

-도모짱을 짝사랑하고 있음


■와다 아키라

-모리사키 서점의 단골손님 중 하나로 스보루 카페에도 자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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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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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코는 어느 날 같은 직장에 다니는 세 살 많은 직장 선배인 히데아키에게 같은 직장의 다른 부서 여직원과 결혼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로 인해 멘붕에 빠진 그녀는 자신이 그에게 있어 진지한 교제 상대가 아니라 그저 놀이 상대였다는 것을, 또 그동안 회사 내에서 둘의 관계를 비밀에 부친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임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순간 머릿속에 버퍼링이 걸린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답을 한 후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자취방에 홀로 남은 뒤에야 비로소 머리가 냉정해지면서 슬픔이 북받쳐 오르기 시작한다.


그 후로 같은 직장에 다니는 그와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물론, 그의 약혼녀와도 식당이나 탕비실 등에서 마주치게 되면서 참담한 나날들이 이어지게 된다.


이 일로 위장은 음식물을 거부했고 밤에는 잠을 잘 수 없게 되면서, 체중은 순식간에 줄게 되고 얼굴은 흙빛이 된다. 그렇게 2주 정도 지나자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에 도달한 다카코는 마침내 상사에게 사표를 제출하게 된다.


그렇게 도쿄 자취방에서 홀로 지내며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오로지 잠에만 빠져든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 휴대전화에서 낯선 부재중 전화가 와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알고 보니 엄마를 통해 소식을 전해 들은 사토루 외삼촌이 전화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에 엄마의 성화가 두려웠던 다카코는 외삼촌에게 전화를 걸게 된다.


고등학교 졸업 후 무려 10년 만에 통화를 하게 된 외삼촌은 당분간 서점에 와서 지내라는 제안을 하게 되고, 이에 다른 대안이 없었던 그녀는 허리가 아파 가게를 열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외삼촌의 핑계에 못 이기는 척 도쿄 생활을 접고 2주 후 진보초역 모리사키 서점으로 향하게 된다.


진보초역은 낌새가 묘한 곳이었는데, 서점만 죽 늘어서 있는 유명한 헌책방 거리였던 것이다. 그곳에서 외삼촌을 만나 간단한 서점 소개를 듣고 자신이 머물 방 청소를 한 후 그렇게 꿀잠 자는 첫 날밤을 보내게 된다.


그렇게 서점에 새롭게 자리를 잡은 다카코는 이곳으로 오고 나서도 불쑥불쑥 밀려오는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계속해서 잠을 자는 것으로 시간을 흘려보내게 된다.


그리고 여름이 끝나가는 어느 날 밤 8시쯤 보다 못한 외삼촌이 퇴근 후 함께 나가자며 제안을 한다. 서점 근처에 있는 '스보루'라는 카페였는데, 커피가 맛있는 외삼촌의 단골 가게였다. 그곳에서 외삼촌과 가까이 지내는 이웃들을 소개받는 동시에 맛있는 커피도 맛보게 된다.


이날 이후 어느 날 문득 다카코는 뭐라도 하지 않으면 질식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면서 책이라고 읽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고, 주변에 널리고 널린 책 중 하나를 골라 읽기 시작한다.


그 책은 <어느 소녀의 죽음까지>라는 책으로 한참을 빠져 밤을 하얗게 지새우게 된다. 그렇게 아침이 되고 출근한 외삼촌과 책에 대해 한바탕 얘기를 나눈 후로 그녀는 끊임없이 지치지 않고 책을 읽어 치우기 시작한다. 마치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독서 욕구가 팡! 하고 터져서 튀어나온 것처럼 한 권 한 권 읽어나간다. 


그렇게 헌 책 속에 숨어 있는 많은 역사와 오랜 세월을 거쳐온 흔적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점차 헌 책이 주는 소소한 기쁨과 애정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면서 시간이 조용하게 흐르는 작은 공간에 거쳐할 수 있다는 것이 이제는 무척 귀중한 기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다카코는 이제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일상을 맞이하게 된다. 온전히 가을을 보내게 되면서 새로운 일과가 마음을 북돋워주었고, 마음도 서서히 치유됨을 느끼게 된다.


또 마음의 변화에 발맞추듯 거리에 아는 사람도 늘어나게 되는데, 스보루 사장님과 그 직원들이 그랬다. 특히 아르바이트생 도모짱과는 아주 사이좋은 친구가 되어 자주 왕래하는 사이가 된다. 그래서 둘은 함께 가을 헌책 축제에도 함께 하게 된다.


그리고 헌책 축제 이후 다카코는 인생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고 여기서 나가 홀로 서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매일 같은 일상을 살아가던 다카코에게 새 출발을 하게 되는 계기가 찾아오게 된다.


그 사건은 1월 2일 새해 연휴 홀로 서점에서 보내던 중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되는데, 연락처 목록에서 지웠지만 통화내역에 남은 번호를 보고 유추할 수 있는, 전 남자친구 히데아키에게 가벼운 만남을 제안받는 메시지를 보게 되면서 다카코는 불쾌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리고 새해 연휴가 지난 뒤에도 무겁고 차가운 기분은 가시지 않아 응어리진 채 침울한 상태로 보내던 중 외삼촌에게 여태까지의 상황을 모두 털어놓게 되면서 사건은 벌어진다.


그 길로 사과받으러 가자며 여기서 도망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외삼촌의 말에 마음을 먹은 다카코는 택시를 타고 40분이나 걸려 히데아키가 사는 맨션으로 가게 된다.


쫄딱 비를 맞은 상태로 그를 마주한 다카코는 더 이상 물러서지 않기를 각오하고 힘주어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게 된다.


사과받고 싶어서 왔다며, 진심으로 좋아했었다고, 또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 아느냐며 속시원히 꼭꼭 감춰둔 자신의 마음을 가감 없이 토해낸다.


그렇게 입 밖으로 모든 내용을 털어놓은 다카코는 외삼촌과 함께 다시 서점으로 돌아오게 되고, 비로소 응어리진 마음을 풀게 된다. 평생 이렇게 큰 소리로 내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솔직하게 말해본 건 처음인 것이었다.


이로써 다카코는 나 자신의 나약함 때문에 스스로 괴로웠던 감정을 정리하게 되고 비로소 앞을 향해 나아갈 결심도 제대로 하게 된다.


얼마 뒤 다카코는 진짜 모리사키 서점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가벼워진 마음으로 새로운 방을 구해 3월부터 그곳에서 살기로 하고 떠날 준비를 하게 된다.


그리고 옛 직장과 관련된 작은 디자인 사무소에서 시간제 사원으로 일하는 것은 물론 히데아키의 약혼자인 무라노와 만나 사과도 받게 되면서 완전한 새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2부에서는 5년간 행방불명이었던 모모코 외숙모가 돌아오게 되면서 새로운 에피소드가 시작되는데, 외삼촌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되돌려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에피소드다.


특히 항상 명랑하게만 보였던 외삼촌과 외숙모의 속 사정, 그리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다카코의 과거가 제대로 정리되고 새로운 삶을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다카코는 모리사키 서점으로 인해 평생 한 번도 가까이하지 않았던 책과 가까워지는 동시에, 자신을 되돌아보고 진정한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됨으로써 결코 잊을 수 없는 장소가 되어버린다.


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이웃과 새로운 인연까지 만나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장소가 어디 있을까?


후반부에 살짝 모리사키 서점이 다카코 세대로 이어지는 시그널을 비추기도 하는데, 이것을 통해 또 다른 행복을 꿈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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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았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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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자신이 정말로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를 금방 알 수는 없을 거야. 평생에 걸쳐서 조금씩 알아가는 걸지도 모르지."

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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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우리는 무엇이 되어야 한다거나 혹은 무엇을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해 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들은 당장 알 수 없는 것들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들은 인생 전반에 걸쳐 다양한 경험을 통해 조금씩 알아가야 하는 숙제와 같은 것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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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하는 걸 두려워하지 마.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좋아해야 해. 설령 그 때문에 슬픔이 생기더라도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사는 쓸쓸한 짓 따위는 하면 안 돼.

(...)

사랑하는 건 멋진 일이란다. 그걸 부디 잊지 말아라."

1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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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삼촌은 상처받은 조카에게 비난이나 조언이 아닌 든든한 믿음과 아낌없는 사랑을 한가득 건넨다. 덕분에 다카코는 속 이야기를 가감 없이 꺼내놓을 수 있었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용기도 가지게 된다.


위의 이야기는 외삼촌이 다카코에게 건넸던 부탁의 말이자 애정 어린 말로,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을 다시 닫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과 염원을 담아 건넨 말이다.


사실 삼촌 또한 갑작스레 사라진 외숙모로 인해 마음이 아픈 시기였음에도 사랑을 두려워하거나 놓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참 어른으로서 사랑하는 조카에게 건네는 가장 큰 사랑의 말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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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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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책과 관련된 소설이라, 더 푹 빠져들어서 읽게 되었던 것 같다. 특히나 로망처럼 다가오는 서점의 다락방 구석진 공간을 상상하며 읽는 건 큰 기쁨이었다.


쿰쿰한 책 냄새에 둘러싸여 고요한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을 알기에, 다카코가 보낸 일 년이 채 못 되는 시간이 한편으로는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때 헌책방 골목을 노닐던 추억이 있기에, 이 책은 또 한편으로는 추억을 상기시키는 추억의 일기장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덕분에 나만의 쉼과 치유의 공간은 어딘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 가지 독특하게 다가왔던 건 엄마나 아빠와 같은 직계가족 혹은 친구나 지인과 같은 인물이 아니라 오히려 거기에서 한발 떨어진 외삼촌과 외숙모를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예상치 못한 인물이 10년 만에 불쑥 나타났다는 점에 있어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일본 사회의 문화를 생각해 보게 된다. 더불어 이런 인물을 투입한 것에 작가의 어떤 특별한 의도가 숨어있었던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이 책은,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지금은 많이 사라진 헌책방 골목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책에 대한 애정, 공간의 힘, 가족의 사랑 등 많은 것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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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로 힐링 - 취향 저격! 전국 로컬힙 템플스테이 50
신익수 지음 / 생각정거장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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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가면 더 즐거운 템플스테이!
취향따라 기분따라 절로 힐링에서 골라보자!"



산을 가까이 두고 어린 시절을 보낸 경험 때문인지, 아니면 어린 시절 산으로 여행을 많이 간 탓인지 산은 나에게 있어 힐링 장소 중 하나다.

그래서 성인이 된 후에도 기분이 울적하거나 마음을 비우고 싶을 때 가까운 산을 타고는 하는데, 그러다 보니 템플스테이 또한 처음부터 낯선 체험은 아니었다.

하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험했던 양평 용문사의 템플스테이가 최악의 기억으로 남으면서 그 이후 다시는 템플스테이를 하지 않게 되었다.

간혹 여러 매체를 통해 템플스테이를 볼 때면 '참여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선뜻 재도전해 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 것은 또다시 용문사에서와 같은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커서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굳이 템플스테이를 참여해 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여행 겸 겸사겸사 들러 사찰을 둘러보고 고요히 혼자 그 시간을 즐기는 것으로 대신한다.

물론 1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양평 용문사 템플스테이가 그런 형태로 유지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으며, 스님도 사람이기에 어쩌다 복불복으로 잘못 만난 케이스라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약간의 트라우마처럼 남은 나쁜 기억 때문에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추후 진짜 마음이 가는 곳이 있다면 한 번쯤 혼자 들러 명상의 시간과 체험을 통해 조용한 시간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주제별 10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에는 지역별 템플스테이를 즐길 수 있는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가 가득하다. 특히 템플스테이를 처음 접하는 이들을 위해 선택적 결함을 없앨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테마별로 즐길 수 있는 내용들을 여러 방식으로 수록함으로써 관심 없는 이들마저도 시선이 가도록 만든다.

그중 개인적으로 시선이 갔던 체험들은 염색체험, 사찰음식 만들기, 도자기 체험, 임종체험 등이었는데, 번잡스럽지 않으면서 몸을 이용해 무언가를 체험할 수 있는 내용들이 꽤 의미 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템플스테이뿐만 아니라 사찰 그 자체가 너무 아름다워 시선을 빼앗긴 곳도 있었는데, 이 사찰들은 추후 따로 여행을 겸해 방문해 볼 예정이다.

그중 어떤 곳은 템플스테이 참여를 통해서만 입장이 가능한 곳도 있어서 이런 정보들은 이 책을 통해 사전에 반드시 확인 후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많이 들어봤지만, 막상 참여하려고 하면 어딘가 낯설게 느껴지는 '템플스테이'는 길어봤자 2박 3일이지만 생각보다 준비할 것이 많다. 일반적인 호텔이나 숙박업소가 아니기에 더 그렇다. 하지만 막상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준비해야 할지, 또 어디까지 허용이 될지 몰라 우왕좌왕하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 일반 상식부터, 우리 일상에 스며든 불교 용어까지 알아두면 쓸모 있는 잡학 지식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꼭 템플스테이에 관심이 없어도 여러 키워드를 포함해 읽어봄 직하다.

예컨대, 풍경, 산, 일출 혹은 일몰, 계절 맛집, 사찰, 여행, 반려동물, 체험 등과 같은 것들이 그렇다.

템플스테이에 관련된 정보를 비롯해, 사찰 정보, 우리 생활에 밀접한 불교 용어까지 이 책에 담긴 여러 정보들을 지금부터 차근차근 만나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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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미리 만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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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 150여 곳의 사찰 중 40여 곳을 압축 요약한 책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나와 잘 맞는 템플스테이를 찾는 법도 함께 포함되어 있어 매우 유용하다.

●MBTI 별로 찾는 템플스테이
●지도로 찾는 템플스테이
●사찰음식이 맛있는 곳
●꽃 풍경이 멋진 곳
●선명상이 유명한 곳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

※선명상: 한국불교 정통수행법인 간화선으로 가는 첫걸음으로, 현대인들을 위한 입문용 프로그램
※간화선: 화두를 사용하여 진리를 깨닫고자 하는 선



각 사찰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간략한 템플스테이 정보(가격/당일형vs휴식형vs체험형/진행내용 등)와 예약 방법을 확인할 수 있는 QR코드가 함께 수록되어 있었다.

●가격: 1만~30만 원까지 구성(보통 7~8만 원대)
●주요 체험: 사찰 안내, 예불, 공양, 108배, 차담 등
●특이 체험: 염주 만들기, 염색체험, 반려동물 행동교정, 연꽃 만들기, 사찰음식 만들기, 한과 만들기, 도자기 체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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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일상 속 불교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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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특
어리거나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을 귀엽게 보거나 칭찬할 때 쓰는 기특. 당연히 화자는 말하는 이가 듣는 이보다 서열이 높아야 한다. 그런데 묘한 게 있다. 이 단어가 애초에 불가에서 사용될 때는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일', 곧 중생제도의 측은지심을 지니고 무색계의 천상에서 인간계로 내려오신 인류 구원의 사건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참으로 기특한 부처님이셨다.

◎다반사
일상다반사, 이 말도 불교에서 왔다. 늘 있는 예사로운 일을 의미한다. 본래 불교 용어로는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을 의미한다. 참선 수행을 하는 데는 유별난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 차를 마시고 밥을 먹듯이 일상생활이 곧 선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상징한다.

◎명복
죽은 뒤 저승에서 받는 복이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흔히 쓴다. 역시나 불교 용어다.

◎무진장
엄청나게 많아 다함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불교에서는 덕이 광대해 다함이 없음을 나타낸다.

◎불가사의
마음으로 헤아릴 수 없는 오묘한 이치를 불가사의라고 한다. 본래 불교에서는 말로 표현하거나 마음으로 생각할 수 없는 오묘한 이치 또는 가르침을 의미한다.

◎주인공
주인공은 득도한 인물을 가리키는 말인데, 불교에서 유래했다. 주인공은 엑기스다. 영화, 소설에서 주인공이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이다. 그런데 이게 불교에서는 아주 재미가 없는 의미로 쓰인다. 원래 불교에서 주인공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을 때는 득도한 인물을 가리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번뇌 망상에 흔들리지 않는 참된 자아, 즉 무아를 누리는 자아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찰나
찰나는 불교에서 시간의 희소 단위를 나타내는 말이다. 1찰나는 정확히 75분의 1초(약 0.013초)에 해당한다. 불교에서는 모든 것이 1찰나마다 생겼다 멸하고 멸했다 생기면서 계속돼 나간다고 가르치는데, 이것을 '찰나생멸', 찰나무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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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가보고 싶은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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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덕사
드립 커피 힙플에 템플스테이 평가 등급도 A

▷현종 스님이 내려주시는 핸드 드립 커피를 마시며 은은한 커피 향과 함께 인생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다.

▷현덕사는 사실 특별할 게 없는 사찰로, 문화유산도 없고 방은 5개뿐이다. 하지만 이 작은 절이 템플스테이 최우수 사찰로 늘 최고 평점을 받는다.

▷스님은 딱 2명뿐으로 절의 입구를 알리는 일주문조차 없지만, 인기 비결은 역설적이게도 불편함이다.

▷현덕사의 대표적인 불편함은 발우 공양으로,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공양을 스님의 식기인 발우로, 그것도 스님과 함께 먹는다. 요즘은 굉장히 드문 일이다. 그런데 현덕사가 작은 절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곳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는데, 현덕사만큼은 진짜 쉼이 있고 진짜 절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비결로 꼽는 것은 커피로, 현덕사의 현종 스님이 명인 뺨치는 수준급 솜씨를 가지고 있다.

▷공양간 벽에는 "억지로라도 쉬어 가소"라는 문구가 써 있는데, 이게 현덕사 주지 스님의 지론이다.

▷커피를 품은 현덕사, 오히려 불편함 속에 묻어 있는 현덕사가 여행족들 사이에 진짜 절맛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SNS와 미디어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

현덕사를 꼽은 이유는, 소규모로 진짜 템플스테이를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내용처럼, 소규모로 진행하기에 더 제대로 절맛을 느낄 수 있고 또 불편함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여기에 더해 맛있는 주지 스님의 커피까지 맛볼 수 있다니 금상첨화가 아닌가!

머무는 동안 제대로 고요함과 절맛, 쉼까지 얻어 갈 수 있다니, 이보다 더 좋은 체험은 없을듯하다.


■은해사
1초 만에 소원 성취 여부를 안다고?

▷영천 땅을 밟았다면 템플스테이 전에 무조건 거쳐 가야 할 소원 명당 하나가 있다. 그 정체는 '돌할매'다.

▷돌할매의 모양새는 별것 없다. 그저 자그마한 사당 안에 바윗돌 하나가 놓여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게 사람을 울고 웃긴다.

▷타조알 모양으로 생긴 이 돌의 무게는 대략 10kg 정도다. 화강석인데, 지름은 25cm 정도 된다.

▷소원 비는 법도 있는데, 간단하다. 일단 돌할매 앞에서 눈을 감는다. 간단히 프로필을 읊고 소원을 말한 뒤 돌을 들어 올리면 된다. 번쩍 들리면 실패, 반대로 들리지 않으면 성공이다.

▷소원 성취 여부 판단 의식을 거쳤다면 비로소 템플스테이로 향한다. 팔공산 자락에 있는 '은해사'가 이 주변 템플스테이로는 으뜸으로 꼽힌다.

▷은해사는 그야말로 열려 있다. 압권이 주지실 우향각이다. 여느 사찰에서는 주지 스님이 계신 곳으로, 쉽사리 드나들 수 없다. 은해사는 이를 뒤집는다. 우향각 앞 친절한 안내판에는 "들어오셔서 사진 찍고 쉬다 가세요."라고 적혀 있다.

▷특히 생명 존중의 고집을 알 수 있는 게 북인데, 은해사의 북은 조금 다르다. 법고 대신 쇠로 만든 쇠북이 있다. 사연인즉 1994년 일타스님이 범종루의 북을 불사하시면서 중생의 가죽조차 쓰지 말라는 자비심으로 쇠북을 조성하셨다고 전해진다.

▷은해사 템플스테이는 체험형과 휴식형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체험형은 사찰 문화 체험도 하고 참선, 걷기 명상, 별빛명상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상시로 운영되는 휴식형도 있다. 체험형 일정과 비슷하게 진행되며 사찰 문화 체험, 단주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당일형도 있는데 보통 사찰로 당일형 체험 문의가 왔을 때만 진행된다고 한다.

▷사실 은해사 템플스테이를 빛나게 하는 건 중간중간 이어지는 스폿성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강한 듯 부드럽다.

▷강한 건 육군 3사관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리더십 배양 프로그램으로, 강인한 군인 리더십을 배워가는 과정이다.

▷부드러운 건 아이들을 위한 코스다. 환경성 질환인 아토피와 천식 예방 관리를 위한 숲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인형극과 함께 숲길 걷기 체험 등 자연 그대로의 개선법을 활용한다.


***

은해사가 궁금한 이유는 역시 '돌할매' 때문이다. 단 1초 만에 소원 성취 여부를 알 수 있다니 은근히 호기심이 인다.

내가 비는 소원은 과연 이뤄질까? 안 이뤄질까?


■향일암
BTS 힐링 사찰! 아미들도 몰려간다

▷이름 한번 절묘하다. 해를 품은 곳이라니. 향일암 템플스테이는 해를 품을 수 있어 더 특별하다.

▷일단 이 사찰의 역사부터 보면, 선덕여왕 때 '원통암'이라는 이름으로 세워졌고 지금의 향일암이라는 이름은 1715년에 지어졌다.

▷일반인들 사이에 소원 명당이 된 이유는 이곳의 독특한 관음전 탓이다. 인간 세상의 소원을 부처님에게 전달하는 관세음보살을 모시는 곳이 관음전인데, 향일암에는 이 관음전이 묘하게도 2개가 존재한다. 그러니 소위 기도발도 2배일 거라는 희망을 품는 것이다.

▷향일암에 오르는 과정도 특별하다. 바위 동굴 틈 7개를 지나야 한다. 간절한 마음을 품고 이 틈을 모두 지나면 소원 하나는 반드시 이뤄진다는 관문이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코스가 있다. 7개 틈 중 으뜸으로 꼽히는 바야굴 해탈문은 해탈문이라는 이름처럼 마음이 무거운 사람은 지나지 못한다. 당연히 이곳을 지나기 전에 쌓인 마음의 짐을 다 내려놓아야 한다.

▷풍광만큼은 대한민국 넘버원인 곳이 향일암으로, 남해 바다와 금오산이 만나는 절경 속에 자리해 있어 연간 100만 명 이상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찰이다.

▷향일암이 K-문화상품으로 도약한 템플스테이 운영을 선언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향일암이라는 이름답게 천수관음전에서 해가 뜨는 바다를 바라보며 참 나를 찾는 명상이 핵심이다.


***

향일암은 소개글을 읽는내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향일암을 향해 가는 독특한 과정은 물론, 사진을 통해 확인한 풍광과 재미있는 소원 명당의 이유까지!

꼭 템플스테이를 체험하지 않아도 그저 여행의 목적으로 방문해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명소가 아닐까 한다.


■봉인사
스티브 잡스도 놀랄 임종 체험 템플스테이

▷봉인사의 역사를 살펴보면, <봉선사 본말사지>를 통해 조선 초중기에 이미 있었던 사찰임을 짐작할 수 있다. 가장 흥미로운 건 일본과 엮인 애국의 역사다.

▷구한말 일제강점기 봉인사 불사리탑은 일본으로 강제 반출되고 절도 전소되며 폐사한다. 다시 모습을 갖춘 건 1979년이다.

▷대한불고 원효종의 원로 한길로스님이 폐사된 절을 재건한다. 도량 확장 공사 도중 비석이 발견되면서 비문에 의해 봉인사 사리탑의 내용이 알려지는데, 봉인사 불사리탑이 일본 오사카 미술관 정원에 전시돼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돌려받기 작업을 시작한다. 수년간의 노력 끝에 결실을 맺은 건 1987년이다.

▷봉인사 시그니처 템플스테이 이야기를 살펴보면, 종류가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첫 번째는 멘탈 강화 명상 템플스테이로 1박 2일 코스다. 두 번째는 힐링의 숲 코스로 강추한다. 국립수목원과 함께 힐링 명상을 진행한다. 세 번째는 거울 명상과 홀로그램 명상도 이색적이다. 지루하지 않고 흡인력 있는 명상인데, 효과는 강력하다. 네 번째는 디톡스 참장공 수련이다. 참장공 연마를 통해 굳은 내장과 근육을 풀어준다. 시그니처 코스가 임종 체험으로, '메멘토 모리'의 통찰력을 익힐 수 있는 시간이다.


***

봉인사에는 여타 사찰보다 다양한 템플스테이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특히 체험해 보고 싶은 것은 '힐링의 숲 코스'와 '임종체험'으로 임종체험의 경우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체험한 모습을 본 적이 있다.(같은 사찰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죽음을 생각하면 현재를 더 깊이 있게 통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생각만 하는 것과 직접 체험해 보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알기에, 만약 현생에 커다란 고민을 안고 있거나 죽음을 앞당겨 체험해 보고 싶다면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한 체험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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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광이 기가 막혔던 사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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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사찰도 특이했고, 전체적인 풍경이 이국적으로 느껴져 신비하게 다가왔던 사찰이다.



팔공산 아래 아늑히 자리한 동화사는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힐링하는 기분이 들것만 같다.



계절별로 시선을 사로잡는 백양사의 모습은 시선을 압도했다. 사계절 매번 방문해도 절대 질리지 않을 것 같은 풍경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정화되는 느낌을 선사했다.

이곳에 방문하는 순간 한참을 머무르며, 수천 장의 사진을 찍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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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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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가 거기서 거기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제 그 생각은 접어두자. 지루하고 따분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 생각 또한 멀리 날려버리자.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이색적인 체험을 선사하고 있는 템플스테이들을 눈으로 읽으며, 종교 쪽도 많이 달라졌구나 느낀다.

때로 어떤 체험들은 선을 넘어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있는데, 생각하기 나름이라 포용과 개방적 취지로 받아들여보려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색적인 체험을 통해 산과 사찰을 좀 더 친근하게 느끼게 되었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종교와는 무관하게 아이부터 어른, 심지어 반려동물까지 두루 들렀다 즐기고 가는 사찰의 느낌이라 친숙하게 다가온다.

맛있는 사찰음식도 즐기고, 도자기나 한과 만들기, 염색체험 등 이색 체험까지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를 훌쩍 넘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은 너무 상업적인 체험이나 사람으로 인해 감정이 상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멀리까지 가서 '괜히 왔다'는 생각은 적어도 들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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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책세상 세계문학 11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책세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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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말로 전달할 수 없고, 가르치거나 배울 수 없다. 직접 경험하는 것만이 답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헤르만 헤세'의 소설은 처음이라는 걸 깨달았다. 앞서 인문, 에세이, 글쓰기, 필사 책등은 접해봤는데 소설만큼은 책 목록에 넣어둔 채, 아직 읽어보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덕분에 보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의 '첫 소설'을 읽을 수 있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앞서 읽었던 헤세의 책들과 이 책은 확연히 차이 나는 색채로 나를 놀라게 만들었는데, 직설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로 깨달음을 줬던 전작들과는 다르게, 이 책은 동양적 느낌과 종교적 느낌을 강하게 풍기며, 매력적인 이야기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직접적 경험'임을 확실히 어필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아는 것'과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확연히 차이 나는 것임을, 더불어 결과와는 상관없이 경험을 통해 몸으로 익힌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달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인도의 최상위 계급인 바라문 계급에 속하는 싯다르타의 성장과 깨달음의 여정을 담고 있는 책으로, 단순한 수행과 배움으로는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없으며, 직접적인 경험을 통한 깨달음만이 나를 발견하고 성장시킬 수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종교와 동양적 색채를 강하게 풍기지만, 실상 내밀한 이야기를 뜯어보면 결국 '진정한 나'를 찾는 방법을 전하는 책으로 현재의 우리 삶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다.


우리는 가끔 타인이나 외부의 요인을 통해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방법이며 직접적으로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을 통해 결국 나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이 책은 전한다. 그리고 이것은 싯다르타의 고행과 여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 싯다르타가 성장을 이어나가는 과정 중에 우연히 마주친 아들을 통해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는 장면은 '나'를 넘어서 다음 세대의 경험 또한 존중해야 함을 이야기한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둬두거나 휘두르기 보다 그 또한 한 사람으로서 스스로 자립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집착을 내려놓고 놓아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임을 전한다.


이로써 나를 발견하고 성장시키는 방법, 또 나를 통해 태어난 다음 세대를 진정으로 보듬고 사랑하는 방법까지 함께 전하며 '사랑'과 '성장'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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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히 살펴보는 싯다르타의 성장 과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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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기: 오직 신들과 제사에만 열을 올림

■청소년기: 고행과 사색, 마음 수련에만 관심을 둠. 브라흐만을 찾고 영원한 아트만을 숭배

■청년기: 참회자들을 따라 숲에서 생활. 더위와 혹한에 달렸으며 굶주리는 법과 육신을 죽이는 법을 배움. 붓다의 가르침을 얻어 이 세상의 통일성이 내 몸속의 피처럼 내 안에서 순환하고 있음을 느낌.


이후 세상 속으로 들어가 카말라에게서 사랑의 기술을 배웠고 카마스와미에게서 장사를 배워 돈을 모으고 탕진했으며 기름진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감각의 비위를 맞추는 법을 배움. 그렇게 맑은 정신을 잃었고 사색하는 법을 망각했으며 세계의 통일성까지 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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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단계로 살펴보는 싯다르타의 일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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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부로 나누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변화와 깨달음에 따라 6단계로 나누어 정리해 보았다. 스토리를 통해 싯다르타가 스스로를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 해보자.



1. 바라문(브라만 계급)의 아들 싯다르타

바라문은 성직자 계급으로, 종교적으로 보면 경전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교종이며, 세속적으로는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 훌륭한 저택에서 풍족하게 사는 지배 계층이다.


바라문의 수려하고 총명한 싯다르타는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훗날 훌륭한 사제 혹은 바라문의 제후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존재로 성장하게 된다. 그는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고 존재 자체가 이미 모든 이의 즐거움이자 기쁨이었다.


그러나 싯다르타 자신은 수련할 때도, 몸을 씻을 때도, 제사를 올릴 때도, 경전을 읽을 때도 기쁨을 느끼지 못했고 스스로에게서 더 이상 즐거움을 찾기 못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정신적 혼란이 찾아오면서 고뇌에 빠지게 되고 어느 순간 목마름과 허기에 허우적 거리게 된다.


그러면서 어느순간 진정한 마음속 평화를 외부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속의 변하지 않는 아트만(참나)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면서 집을 떠나기로 결심하게 된다.


이로써 아버지에게 사문이 되겠다는 통보를 하게 되고, 무리한 허락을 받은 후 싯다르타는 신들과 경전, 부모를 버리고 집을 떠나게 된다.



2. 사문이 된 싯다르타

집을 떠나 사문에 합류한 싯다르타는 그를 따라온 오랜 친우 고빈다와 함께 속세를 떠나 숲에서 금욕과 고행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수행하며 지내게 된다.


싯다르타에게는 오직 한 가지 목표밖에 없었는데, 나를 죽이고, 내 안의 모든 것을 비워 안식을 찾고, 나에게서 벗어난 사유 속에서 기적의 문을 여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수행해도 잠시의 안식만 얻을 수 있을 뿐 이내 현재의 나에게로 되돌아오게 되는것을 경험하게 된다.


수없이 나를 떠나 내가 아닌 상태로 머물렀지만 결국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것을 통해 자신에게 부과된 윤회의 고통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면서 사문에서는 더 이상 자신이 찾는 것을 발견할 수 없음을 깨달은 싯다르타는 사문을 떠나기로 결심하게 된다.


더불어 '배움을 통해서는 아무것도 깨달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사문에서 수행한지 삼 년가량 되었을 때 여러 경로로 고를 극복하고 윤회의 수레바퀴를 멈추게 한 붓다, 즉 진리를 깨달은 성인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이로써 싯다르타는 사문을 떠나 붓다의 설법을 들으러 떠나게 된다.



3. 붓다와 만난 싯다르타

붓다와 만난 싯다르타는 그의 설법보다 신비스러운 미소와 깊고 차분한 시선, 그리고 기품 있는 걸음걸이에서 더 깊은 감동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내 붓다의 제자가 되기로 한 친우 고빈다는 남겨두고, 홀로 다시 붓다를 떠나 직접 세상과 부딪혀 보기로 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자기 자신에게 배우고, 자기 자신의 제자가 되고, 자기 자신에게서 알아내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그렇게 마음먹자 다시 태어난 기분을 느끼게 된다. 더불어 그와 함께 주변 세상도 달라 보인다.


그는 '나도 나 자신의 가장 깊은 내면까지 들어가 보겠어'라는 다짐으로, 앞으로 내면의 목소리가 명령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따르지 않을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세상 속에서 생각과 감각이 이끄는 대로 살아보며 자신을 지켜보기로 한다.


붓다와 벗 고빈다를 떠난 싯다르타는 그동안 자신을 두려워하고 나로부터 도망쳤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잃어버린 자신을 제대로 알고 배우기 위해 길을 떠나게 된다.



4. 세속에 뛰어든 싯다르타

먼지 투성이의 빈털터리였던 싯다르타는 뱃사공 '바수데바'의 도움으로 강을 건너 인간 세상에 다다르게 된다. 그리고 처음 마주한 것은 창부 카말라로, 그녀를 통해 사랑을 배우고, 이 여자를 탐하기 위해 재물을 모으게 된다.


또 바라문 시절 배운 지식과 사문 시절에 익힌 인내와 사색하기 단식하기를 통해 부유한 상인 카마스와미로부터 재물을 모으는 방법도 익히게 된다. 그렇게 억눌렀던 감각에 눈을 뜨게 되면서 싯다르타는 육욕과 세속적 쾌락에 빠져들게 된다.


처음에는 놀이하듯 무심히 즐기지만 차츰 세속에 물들며 영혼이 병들게 된다. 여기에 더해 도박에 빠지게 되면서 소유욕에까지 사로잡히게 된다. 그가 가진 재산과 부는 이제 그를 옥죄는 쇠사슬과 짐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노름을 통해 부를 잃었다 얻었다를 반복하고 채무자들을 혹독하게 몰아붙이면서 무의미한 악순환을 거듭하던 때 꿈속에서 경고장을 받게 된다. 카말라가 키우던 '새'가 죽은 것이다. 이 '새'는 참나가 죽은 것을 뜻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그는 허탈감을 느끼게 되면서 모든 세속의 삶을 정리하고 도시를 떠나게 된다.


그리고 이제 더는 자신에 대해 더는 알고 싶은 것이 없었던 그는 죽을 결심으로 다시 예전에 그 강가에 다다르게 된다. 그리고 불현듯 어떤 소리를 듣게 되는데, 단 한 음절, '옴'이라는 말이 싯다르타의 귓전을 울리게 된다. 이후 그는 정신이 깨어나고 지금 하려는 행동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든 싯다르타는 오랜만에 단잠을 자게 된다. 깨어난 후 기묘한 기쁨과 호기심에 젖어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서 다시 살아갈 결심을 하게 된다. 더불어 꿈속에서 죽었다고 생각했던 '새'는 아직 죽지 않았음도 알게 된다.


또한 그는 여태껏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온 모습 모두 자신이었음을 깨우치고 직접적인 체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5. 세속에서 벗어나 다시 마음의 평화를 찾은 싯다르타

다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싯다르타는 다시 태어난 사람처럼 뱃사공 바수데바의 도움으로 그와 함께 지내며 강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그동안 자신의 삶에 대해 바수데바에서 모두 털어놓으며, 그에게서 경청을 배우고 싶다는 청도 하게 된다.


바수데바는 모두 강을 통해 배운 것이라며, 함께 지내다 보면 배우게 될 것이라 말한다. 싯다르타는 사공의 집에 머무르며 나룻배 다루는 법과 논에서 일하는 법, 땔감을 장만하는 법, 바나나를 따는 법, 노를 만들고, 나룻배를 수리하고, 바구니를 따는 법 등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을 통해 경청하는 법도 배우게 된다. 또 물소리를 들으며 강에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으며, 현재만 있을 뿐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된다.




6. 세속적 인연의 마지막 끈인 아들과의 만남

그렇게 평온하게 지내던 싯다르타와 바수데바는 어느 날 붓다가 중병이 들어 곧 열반에 들 거라는 소식을 듣게 되고 제자들을 비롯한 사람들이 강을 건너 붓다를 만나러 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던 중 붓다를 보기 위해 길을 떠나던 오래전 연인이었던 카말라와 재회하게 되고 함께 있던 소년이 자신의 아들임을 직감하게 된다. 하지만 뱀에 물려 사경을 헤매던 카말라가 사망하게 되면서 싯다르타는 응석받이 아들을 감당하게 되고 허둥대며 사랑으로 아들을 돌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아들은 침울해하며 도시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었고, 싯다르타의 어떤 노력에도 마음을 돌리지 않는다. 하지만 아들에 대한 급격한 사랑과 집착에 빠진 싯다르타는 마음으로는 알지만 차마 아들을 놓아줄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미루고 미루던 중 아들은 홀로 도시로 도망가게 된다.


싯다르타는 도망간 아들을 찾기 위해 도시로 따라가지만 이내 그 과정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입장과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서 아들에게도 자신만의 길이 있고 자신은 아들의 인생을 책임져 줄 수 없음을 깨닫게 되면서 더 이상 아들의 길을 방해하지 않고 묵묵히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이 일로 싯다르타는 차츰 완성에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점차 세상 사람들을 보는 시선과 관점도 완전히 바뀌게 된다. 이제 싯다르타는 운명과의 싸움을 그만두었고 번뇌도 거두었다. 얼굴에는 어떤 의미도 감히 맞설 수 없는 깨달음의 명랑함이 활짝 피어 있었다. 완성을 아는 깨달음이었다.


한때는 세속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자신이 세상 사람들보다 우월하다는 오만함과 하찮게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면서 그들 모두가 사랑스럽고 생명력 가득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그 모든 것들은 사실 자신의 편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다. 그걸 모두 버리고 나니 온 세상이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비치게 된 것이다. 세상이 바뀐 것이 아니라 내가 바뀐 것이다.


이 일을 마지막으로 뱃사공이었던 '바수데바'는 그를 떠나 숲으로 떠나고 싯다르타는 홀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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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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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존은 죽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찾았습니다. 그 해탈은 세존 스스로 노력하고, 자신의 길을 걷고, 사색하고, 마음 수련을 하고, 인식하고, 깨달은 끝에 얻은 것입니다. 다른 이의 가르침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세존이시여, 저는 누구도 가르침을 통해 해탈에 이르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

세존께서 몸소 겪은 깨달음의 순간에 관한 비밀, 수십만 명 가운데 오직 세존 혼자만 아는 그 비밀이지요. 이게 바로 제가 설법을 들으면서 생각하고 느낀 점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저는 저에게만 의미가 있는 구도의 길을 계속 떠나고자 합니다.


더 나은 가르침을 찾아서 떠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런 가르침이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저는 온갖 가르침과 스승을 떠나 오직 제 스스로 목표에 도달하거나 아니면 죽을 생각입니다.

4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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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나 어떤 것을 통해 얻은 '깨달음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삶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내가 직접 체험하고 경험으로 체득한 것만이 진짜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몸소 겪은 깨달음의 순간 또한 나만 아는 것이기에 싯다르타는 '비밀'이라 칭했다. 이것은 직접 경험해야지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지금 우리 주변에만 해도 수만 가지다. 중요한 것은 그 가르침을 내가 어떤 식으로 나에게 적용시키고 직접 체험하느냐다.


아는 것에서 그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성공하는 법, 더 잘 사는 법, 예뻐지는 법 등 수만 가지 지식을 배우려고만 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여기에 더해 내가 직접 해보며, 노력하고, 나에게 맞는 것을 찾는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나만의 '무엇'을 완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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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경이로운 잠에서 깬 뒤 옴으로 충만한 이 찬란한 시간에 누구인들 무엇인들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일체의 것들을 사랑하고, 눈앞의 모든 것을 즐거운 사랑의 감정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야말로 그가 잠을 자는 동안 옴을 통해 일어난 마법이었다. 돌이켜보니 예전에는 마음이 너무 병들어 어떤 인간과 사물도 사랑할 수 없었던 것 같았다.

10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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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푹 자고 난 뒤 옴으로 충만한 시간은 결국 정신적 육체적으로 평화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그동안 세속적인 삶을 통해 마음이 병들어 있었는데, 이 시간을 통해 싯다르타는 치유의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우리 삶도 이와 같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자지 못하며,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는 병들고 시들어 갈 수밖에 없다.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싯다르타의 이 문장을 빌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덕분에 그는 세상을 즐거움과 사랑의 감정으로 보았다고 말한다. 우리도 마음이 평화로울 때는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하지만 병들고 지쳐있을 때는 온통 날카롭고 어둡게 보일뿐이다.


결국 세상을 달리 바라보는 마법은 나의 마음에 달려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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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생각했다. '그래, 우리가 삶에서 알아야 하는 것들은 모두 스스로 겪어보는 것이 좋아. 세속의 쾌락과 부귀가 좋은 것이 아님은 어린 시절에 이미 배웠어. 그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제야 체험하고 깨닫게 되었어. 단순히 머리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눈과 가슴, 배로 알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건 정말 잘한 일이야!'

10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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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과 직접 겪어보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지식으로 아는 것, 배움으로 아는 것만으로는 완전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무엇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직접 몸으로 겪어보라. 그것만이 진정한 해답을 가져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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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단순하고 어리석고 그러면서도 더 없이 강렬한 생명력으로 뜻을 이루려고 하는 충동과 탐욕이 싯다르타에게는 더 이상 유치하게 비치지 않았다. 사람들은 바로 그런 것들을 위해 살았고, 그런 것들 때문에 엄청난 성취를 거두었고, 여행하고 전쟁하고 무한한 고통을 겪고 견뎌냈으며, 그런 것들 때문에 사랑할 수 있었다.

1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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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위해 수행하던 시기에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세속적 삶을 사는 사람들의 행태에 대해 어리석고 유치하다는 시각으로 바라봤었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나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바라문, 아버지, 사문, 붓다를 버리고 세속적인 삶을 살아보는 경험을 해보면서 결코 그렇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세속적인 삶 속에서 행해지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살아가기 위한 피나는 노력의 결과물임을 알게 된 것이다. 덕분에 사람들은 많은 것들을 이뤄냈고, 또 고통도 이겨냈으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음을 제대로 깨우치게 된 것이다.


역시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는 제대로 그 속까지 알기는 어렵다는 것을 싯다르타는 깨달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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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리를 거스르는 것을 그만두고, 이 세상을 사랑하고, 이 세상을 내가 소망하고 상상하는 완벽한 상태와 비교하지 않으면서 그저 있는 그대로 보고 사랑하고 기꺼이 그 일원이 되는 법을 배우기까지 죄악을 저지르고 색욕과 물욕, 허영심, 치욕적인 절망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네, 그 사실을 몸과 마음으로 알게 되었지. 고빈다, 이게 내게 밀려든 몇 가지 깨달음이네."

152~1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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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돌고 돌아 직접 경험하고 체험한 후에야 알게 되었다는 싯다르타의 이야기를 친우인 고빈다는 얼마큼 이해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계속 같은 길을 걷게 된다면 아마도 평생 고빈다는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아무리 직접적으로 이야기해 주어도 이해할 수 없다며 자신을 위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이야기 해달라며 고개를 젓는 것이겠지.


결국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깨달음은 남이 전해주는 것이 아님을, 직접 체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임을 이 문장을 통해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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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하는 것도 혹시 가르침 때문이 아닐까? 그 많고 많은 말 때문이 아닐까?고빈다, 해탈이나 미덕, 윤회나 열반이라는 것도 결국 말에 불과하네. 열반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네, 다만 열반이라는 말만 있을 뿐이지."

1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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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오히려 마음의 평화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실천하지 않고 습득만 하는 것은 정보를 교란시키고,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존재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어떤 사상이나 나만의 믿음에 의지해 다르게 보거나 굴곡진 형태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싯다르타는 말로 전하는 것, 정보를 가르침으로 얻는 것은 공허한 말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친우에게 보다 직접적인 깨달음을 전해주려 하지만, 이에 대해 고빈다는 수긍하지 못한다.


때로는 있는 그대로 사물을 보고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싯다르타는 강을 보면서 배우고 깨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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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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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컬러(소설, 동양적, 종교적)의 옷을 입었을 뿐이지 결국 저자인 헤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료하며 동일함을 알 수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데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여러 형태로 전할 뿐이다.


이 책에서는 특히 싯다르타의 성장을 통해 직접적 경험을 매우 강조했는데, 경험을 중히 여기고 또 경험을 통해 성장한 나 역시 그의 이러한 주제의식에 매우 동감하는 바이다.


섣부른 말과 어딘가에서 얻은 정보만으로 타인의 상황을 함부로 말하고 판단하는 이들은 절대 모르는 진정한 깨달음은, 아마도 같은 경험을 한 이들만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려 했던 싯다르타가 붓다를 떠나, 세상 속에서 생각과 감각이 이끄는 대로 살아보겠다며 떠난 이후부터는 급격히 흥미로워지는데, 속도감 있게 자신의 삶을 향해 나아가는 그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덕분에 주제의식을 떠나 스토리 면에서도 꽤 매력적인 소설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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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매일이라면 좋겠어 - 사랑하고 싶은 오늘을 만드는 취미 이야기
반지현 지음 / 얼론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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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인해 더 특별해지는 일상!"



이 책은 한때 새로운 것들에 거침없이 도전하던 나를 떠올리게 했다. 반짝이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낯섦도 기꺼이 포용할 만큼 각종 취미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그때를 말이다.


덕분에 청춘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오색찬란한 다채로운 경험들을 많이 했고, 삶 전반의 여러 인생 공부를 다양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불현듯 회색도시에 갇히게 되면서 이런 생활도 한동안 막을 내렸지만, 이때의 경험 덕분에 다시 후반전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새로운 취미에 들어서는 과정은 나와 많이 다르지만, 그럼에도 취미를 통해 활기와 행복감을 느꼈다는 점만큼은 공통으로 꼽는 취미의 장점이 아닐까 한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저자가 각종 취미에 입문하게 된 배경과 그 취미를 소화하는 과정에 대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세어보니 무려 17가지로, 이 중에서 어떤 것을 취미로 칠 것이냐에 따라 가짓수는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불현듯, 갑작스레 어떤 것에 반하게 되면 그것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통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그리고 의외로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과 같은 자기 성찰을 하게 된다.


또 생각했던 것과 실제로 해보는 것의 갭 차이가 컸음을 알 수 있는데, 여러 경험을 통해 대체적으로 손으로 하는 것들(뜨개, 바느질, 도자기, 악기 연주 등)에는 취약한 면을 보였고, 운동이나 액티비티 한 것들(배드민턴)에는 강한 면모를 보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모두 이런 조항에 부합하는 것은 아닌지라, 어떤 것들은 잘하는지와는 상관없이 그저 과거 언젠가의 미련을 지우기 위한 취미도 있었고, 또 어떤 것들은 생각 외로 재미를 느껴 지금까지 오래도록 취미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사찰음식 만들기, 글쓰기, 마음공부, 배드민턴이 아닐까 한다.


읽다 보면 어떤 이들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취미생활을 할 수 있을까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관심이고, 관심이 커지면 나도 모르는 사이 저절로 몸이 움직이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볼 때, 저자는 아마도 금사빠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떤 것에 금방 마음을 내어주고, 또 그것이 흠뻑 빠져서 열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일단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니었나 싶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항상 퇴근시간만 바라보고, 주말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다 이내 짧게 스치듯 지나가는 주말을 아쉬워하며 또다시 회색도시에서 회색 인간으로 살아간다.


일상을 어떤 감흥도 즐거움도 없이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무한 루프 속에 일상을 가두다 보면, 아무런 성취도 보람도 즐거움도 느낄 수 없게 된다. 그저 피곤하고 귀찮은 하루만 늘어갈 뿐이다.


그 반복 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저자처럼 새로운 것에 눈을 돌리고 그것에서 즐거움을 되찾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주말뿐만 아니라 매일 퇴근 후의 시간이 행복하고 성취로 가득 찰 수 있다.


매일 눈 뜨는 아침이 설렘으로 가득 차고, 나만의 위로와 로망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힘든 하루도 금방 지워버릴 수 있는 무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풍요로운 날들로 하루를 채우고 싶은가? 그렇다면, 관심 있는 것들이나 좋아하는 취미를 일상에 끼워 넣어 보자. 때로는 전혀 의외의 것들에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다 보면 특정 일자, 특정 요일과 같은 날이 기다려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하루, 한 달, 일 년의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취미생활을 통해 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은 물론, 여기에 더해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가치를 새로이 알게 되지 않을까 한다.



한때는 이런저런 조건부를 붙여 '이래서 안 되고, 이래서 미뤄두고'를 시전하는 날이 많았는데, 어떤 일을 계기로 다시 취미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식물 키우기'였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시간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완전히 달라지기 마련인데, 그동안 너무 남을 위한 시간에만 올인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제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내어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덕분에 동네에서 참여해 볼 수 있는 여러 취미생활도 더 꼼꼼히 살펴보게 되었고, 더 나아가 서울시, 대한민국 내에서 내가 도전하고 체험해 볼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찾아보게 된 것 같다.


간혹 너무 많은 취미생활을 하느라 재산을 탕진하게 될까 봐 걱정하는 이들도 있는데, 무분별하게 이것저것 비싼 돈을 들여가며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내가 정한 바운더리 안에서 다양하게 취미생활을 가져보는 것은 꽤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아는 것만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알기 어렵다. 직접 해봐야 나에게 잘 맞는 건지, 내가 생각한 것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래야 내 취향과 성향, 관심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정 기간 참여 가는 게 부담스럽다면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일일체험을 통해 도전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렇게 도전하다 보면 의외의 것이 의외로 나와 잘 맞을 수도 있고, 또 반대로 쉽다고 생각했던 것이 의외로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아래 내용은 이 책을 읽으며 의미 있게 다가왔던 문장들을 위주로 담아보았다. 취미활동을 하며 달라진 일상, 새로이 알게 된 취향, 덕분에 즐거움과 행복감으로 충만해진 삶까지.


취미생활을 통해 저자가 무엇을 느끼고 깨닫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문장을 통해 나는 어떤 영감과 깨달음을 얻었는지 이제부터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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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생활을 시작하면서 일주일 중 기다려지는 날이 차츰 늘었다. 퇴근 후의 시간표만큼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기념일이 평범한 하루를 조금 더 특별하고 유쾌하게 만들어 주는 것처럼 취미가 있는 하루는 아침부터 마음이 살랑거린다.

(...)

취미가 있는 나는 이제 더는 금요일 퇴근만 손꼽아 기다리는 무표정한 직장인이 아니다.


게다가 취미의 성격에 맞춰 계절을 특별하게 기억할 만한 굵직한 이벤트도 덩달아 생긴다.

(...)

계절 위에 소중한 순간들이 한 겹 두 겹 포개진다. 봄에는 연극을, 겨울에는 연주회를 하는 삶, 올림픽 출전 선수는 아니지만 그에 맞먹는 두근두근한 긴장감으로 시합에 임해 보는 삶. 어떤가?


일주일에 기다려지는 날이 사흘쯤 있는 인생은 그리 쉽게 나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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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몇 가지 취미생활을 추가하고 보니, '겨울'이 '봄날'이 되었다. 매번 주말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꽤 자주 즐거운 날을 보상처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여태껏 취미를 '선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어쩌면 '필수불가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것이어도 좋다. 삶의 활력소와 설렘, 이벤트를 안겨주는 취미생활을 지금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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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한 편을 무대에 올려 보니 살아가는 일도 이와 비슷하다 싶다. 바쁘고 정신없는 가운데 문득 돌아다 보면 뭐가 이렇게 허무한가 싶을 만큼 휙 지나가 버린 것 같다. 하지만 스쳐 지나간 순간을 붙잡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반짝임으로 빛나고 있다. 그러니 마음을 다해 오늘의 연극을 펼쳐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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휙휙 지나가는 일상이 때론 허무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멈춰서 돌아보면 그 순간마저도 반짝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작고 사소한 순간마저 최선을 다해 살아가 보자. 찬란하게 빛날 내 인생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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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안다. 발레는 몸이 유연한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유연한 사람이 할 수 있다는 걸. 남들 앞에서 기꺼이 통통한 배와 엉덩이를 드러내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용기가 필요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기분 좋은 일이라는 걸. 소질이 없는데도 해 보고 싶은 마음을 낸다는 건, 언뜻 보기에 바보 같지만 실은 기특하고 대견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걸. 마음이 유연한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나는 발레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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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와 같이 익숙하지 않은, 혹은 내 전부를 드러내야만 가능한 취미활동에 도전해 본 사람은 안다. 처음은 쉽지 않다는 것을.


마음은 있지만, 몰라서, 익숙하지 않아서, 체형을 드러내야 해서, 용기가 나지 않아서 쉽게 도전하지 못하고 물러서게 된다.


하지만 한 발짝만 떼어보면, 의외로 꽤 괜찮은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고민하고 걱정했던 일이 실은 별거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마음을 유연하게 가져보자. 당신은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도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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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돌보는 일이 익숙해지면서 내 마음에도 힘이 붙었다. 바쁜 일상을 무기 삼아 내버려둔 것들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이제 더는 삭막해져만 가는 내 삶을 방치하고 싶지 않았다. 한때 더 없이 좋아하고 아꼈던 것들, 일상을 알뜰하게 가꿔 주었던 것들을 되찾고 싶었다. 작은 것에 눈길을 주고 마음을 곧잘 뺏기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생기로운 화초처럼 싱싱함이 흘러넘쳐 "시들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더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는 좋아하는 것들을 삶 속으로 기꺼이 초대하자고, 잃어버린 게 있다면 주워 오자고, 정성과 사랑으로 내 삶을 한번 더 다독여 보자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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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마음에만 담아 두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내 삶에 두고 보고 만지고 느껴야 더 큰 동기부여와 현실감을 가질 수 있다.


좋아하는 것들을 가까이에 두고, 오감으로 느끼고 표현해 보자. 그것은 곧 삶에 생기와 활력을 되찾아 줄 것이다. 내가 잃어버린 삶과 열정을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위안과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삶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쉽게 놓치거나 포기하지 말자. 인생은 한 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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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내가 그동안 한 번 이상 도전해 봤던 취미생활과 지금 누리고 있는 취미 생활들을 한 번씩 떠올려보게 되었다. 그리고 취미생활을 하지 않을 때와 하고 있을 때의 삶도 함께 돌아보게 되었다.


한때는 취미생활을 시간이 있을 때,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글을 읽으며 그리고 경험으로 체득한 내용을 종합해 봤을 때 오히려 취미생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삭막하고 정신없는 일상을 살았을 때의 나는 피폐했고 또 취미생활이란 것이 도통 없었다. 반면 일 외적인 것에 시선을 돌려 작게나마 취미생활을 가졌을 때는 적어도 설렘이나 기대감은 존재했다.


무언가 대단하지 않아도 좋다. 일상을 좀 더 생기있게 만들어주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취미생활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으면 분명 일상에 도움이 된다.


'한번 해볼까?'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되어도 좋다. 정 뭔가 도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맨몸으로 뛰는 달리기도 괜찮다. 단순하다, 심심할 것 같다,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일단 해보자. 해보고 아니면 접으면 된다.


저자가 경험한 여러 취미생활들 중에도 이러한 것들이 꽤 있는데, 직접 체험한 것과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과는 분명 다름을 알 수 있다.


또 한번 해본 것과 마음이 동할 때 해본 것과는 천지차이 임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 과거 어땠는데, 혹은 이럴 것 같은데 하는 마음의 소리는 잠시 내려놓고 '궁금하다'거나 '한번 해볼까'하는 생각이 든다면 도전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우리는 저마다 살아갈 이유 혹은 목적을 찾아야 버티며 살아갈 수 있다. 그럴 때 나에게 살아갈 힘과 위로, 열정, 성취, 만족감을 주는 취미생활을 해보면 어떨까? 어쩌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고 다양한 것들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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