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 식물 -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
안톤 순딘 지음, 장혜경 옮김 / 생각의집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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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매력적인 식물을 알 수 있는 기회!"


어릴 적 집 주변 숲속에서는 우거진 나무들과 각종 버섯, 그리고 고사리가 종종 발견되고는 했다. 그때는 뭔지도 모르고 동그랗게 말린 잎도 아니고, 열매도 아닌 것들이 서서히 펴지는 모양새가 신기하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른들이 '고사리'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이름이 고사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흘러, 지금에 와서는 그 숲과 그 속에 자리하고 있던 것들이 종종 생각나고는 한다. 빽빽하게 숲을 가득 채웠던 나무들과 이끼, 고사리, 가끔 발견되던 산짐승(토끼, 사슴 등)과 숲 전반에 퍼져있던 시원한 공기와 냄새(흙냄새, 나무냄새)가 그립다.

그런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서일까, 집에는 늘 식물이 함께 했었고, 지금 살고 있는 집 또한 그렇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은 익숙함과 새로움 그 어느 사이에서 낯설지 않게 다가온 책이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양치식물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 양치식물의 기원부터 지금까지의 역사와 분포, 형태학, 종, 인간 세상에 스며든 고사리, 그림과 디자인 등 생활 전반에 자리 잡은 고사리 등 최초 발생부터 현재까지의 고사리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다.

저자가 양치식물에 대한 책을 쓴다고 했을 때 '고작 양치식물에게 책 한 권을 통째로 바친다고?'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면 충분히 할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식물임을 누구나 알게 될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양치식물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고사리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또 이를 통해 앞으로는 생활용품 속에 자리한 예쁜 양치식물의 무늬를 한 번 더 살펴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식물을 키우고 있다면, 혹은 식물에 관심이 있다면 놀랍고 신비한 양치식물의 세계에 잠시 발을 담가보자. 어쩌면 양치식물을 통해 지구의 역사를 새롭게 보는 눈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 집에는 유난히 큰 키를 자랑하며 쑥쑥 자라고 있는 유일한 양치식물 하나가 있다. 가장 최근에 분양받은 식물 중 하나로, '무늬 보스턴 고사리'다. 사실 처음에 집에 데려왔을 때는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는데, 언젠가부터 새로운 줄기가 올라오더니 지금은 건강하고 예쁘게 잘 자라고 있다.

이 식물 때문이었을까? 어릴 적 살았던 그 그림 속 싱그럽게 올라오던 고사리가 다시 생각난 것은?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한번 추억 속 그 장면을 떠올리게 된 촉매제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 책을 받았을 때 반가운 마음이 이는 동시에 무엇을 알게 될까 호기심도 함께 일었다. 그리고 처음 마주한 것은 생각보다 대단한 양치식물의 기원과 역사였다.

뒤이어 유럽에서 대유행을 하게 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우리 생활 전반의 꽤 많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다채롭고 아름다운 매력을 가진 식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식물로서 존재하는 양치식물만 생각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 종이 지구의 역사와 맞물려 오랜 세월을 변화와 성장을 거듭해오며 살아왔다는 점, 그리고 아름다운 무늬를 활용한 생활용품들이 우리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 심지어 식용과 약용으로도 활용되었다는 점, 여기에 더해 관상용 식물로서 다른 꽃과의 콜라보가 꽤 멋스럽다는 점 등 양치식물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 나니 이 매력적인 식물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잘 몰랐던 양치식물의 역사와 구조, 그리고 유용 작물로 활용되었던 이 식물에 대해 정리해 보려 한다. 혹자는 다른 식물과는 다른 구조, 다른 형태로 번식을 이어나가는 양치식물의 특이점을 목격하면서 '나도 양치식물을 하나 들여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럼 지금부터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로 불리는 양치식물을 위해 책 한 권을 통째로 바친 저자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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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식물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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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식물은 지금으로부터 약 4억 년 전에 등장했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그 시절의 몇 안 되는 식물 중 하나이다. 따라서 2억 년 전에 공룡과 지금은 멸종한 다른 생명체들이 탄생했을 때는 양치식물은 이미 완벽하게 진화를 마친 상태였다.
양치식물이 다른 식물보다 앞설 수 있었던 이유는 물과 양분의 수송을 담당하는 특수 관다발 때문이다. 나아가 양치식물은 목질을 세포벽에 쌓아 세포를 단단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이 원시 식물은 4천 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지구의 식물 세상을 지배하였다. 하지만 페름기가 끝날 무렵인 약 2억 5천만 년 전에 일어난 "페름기 대멸종" 시기에 멸종하고 말았다. 지구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멸종이었다. 어림잡아 지구에 사는 생명 종의 90%가 사라졌다. 따라서 현재의 양치식물은 카본기의 그 원시적인 양치식물 종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억 년 전인 백악기에 양치식물은 다시 한번 크게 번성한다. 이 시기에 박벽포자낭 양치가 등장하였다. 현재 지구에 사는 양치식물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백악기에서 고진기(팔레오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또 한 번 대멸종이 일어났다. 지구에 살던 종의 절반가량이 사라졌다. 그중 가장 유명한 생물이 공룡이다.

팔레오기의 초기에는 지표면 대부분이 황무지였다. 식물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놀랍게도 다시 양치식물이 지구를 점령하였다.

백악기 말의 대멸종이 지나간 후에는 양치식물의 홀씨 비율이 최고 99%까지 치솟았고, 그 이후로 다시 예전 수치로 돌아왔다.

이런 현상을 '양치 스파이크'라고 부른다. 다른 식물들이 죽어 나갈 때도 양치식물은 퍼지기 쉬운 홀씨 덕분에 생존하여 주도권을 장악하였다.

그리하여 양치식물은 종자식물이 다시 자랄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였다. 그러니 오늘날 자연에서 사는 식물의 대다수는 양치식물에게 감사하다고 꾸벅 절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생존력과 경쟁력 덕분에 현재 우리는 양치식물을 세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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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역사와 함께 한 양치식물의 생존력을 살펴보고 나니, 새삼 양치식물의 생존력과 경쟁력에 놀라울 따름이다. 황무지 속에서도 다시 피어나는 양치식물이라니.

특히 지구의 역사에서 두드러질 만큼 큰 두 번의 대멸종을 겪고서도 다시 새로운 품종으로 환경에 맞게 성장하면서 다른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까지 조성해 준 것이 바로 고마운 양치식물이었다니, 알고 나서 보니 새삼 양치식물이 다시 보인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파릇한 식물들은 정말이지 모두 양치식물의 덕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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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과 형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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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유형
양치식물의 유형은 주로 3가지로 나뉜다. 산과 들에서 자라는 육생종, 나무에 붙어 자라는 착생종, 연못이나 호수에서 자라는 수생종이다.양치식물은 홀씨체 혹은 홀씨 식물(꽃을 피우지 않고 포자에 의해 번식하는 식물)로, 모든 양치식물은 주로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잎, 뿌리줄기(근경), 뿌리이다.


▷잎모든 식물이 그렇듯 양치식물 역시 땅 위로 솟은 부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부분이 잎이다.

▷뿌리줄기
양치식물의 줄기는 뿌리줄기라고 부른다. 땅 위로 솟아 나온 부분도, 뿌리도 그 뿌리줄기가 자란 것이다. 뿌리줄기 자체는 뿌리의 일부가 아니라 줄기의 일부이다. 따라서 양치식물을 잘 기르려면 뿌리줄기를 잘 알아야 한다.

뿌리줄기는 무성생식에도 쓰인다. 무성생식이란 줄기나 가지로 번식하는 방법을 말한다.

뿌리줄기의 모양새 대다수는 빛깔이 참 곱다. 이런 뿌리줄기의 아름다운 색과 무늬 덕분에 양치식물은 실내 관상용 식물이나 원예식물로 인기가 많다.

▷뿌리
땅에서 물과 양분을 빨아들이는 뿌리는 어두운 빛깔이고, 여러 부위로 나뉘며, 뿌리줄기에서 곧바로 아래로 자란다.

▷새순
양치식물은 봄에 어린잎이 날 때 특히 예쁘다. 앙증맞게 돌돌 말린 연초록 잎은 몸 화단에 서 있는 황량한 꽃 식물들과 완전히 대비된다.

새순의 생김새는 속에 따라 매우 달라서 종 구분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양치식물의 생명주기
양치식물은 꽃을 피우지 않으므로, 사람들은 오랫동안 녀석들이 어떻게 번식하는지 몰랐다. 중세 시대 사람들은 그 번식의 신비에 매혹당했고, 분명 초자연적인 힘이나 마법의 힘이 뒷배일 것이라고 믿었다. 그 비밀의 열쇠가 홀씨라는 사실은 17세기에 와서야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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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식물의 형태학을 알고 보니, 꽃이 피지 않는 고사리를 두고 과거 마녀사냥이나 마법의 힘, 초인적인 힘을 믿던 시절 이 식물을 두고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가히 상상이 되는 바다.

꽃이 없어도 혼자서(홀씨) 알아서 자생하고 크는 양치식물의 특성을 모르던 그들에게는 얼마나 신비롭고 새롭게 느껴졌을까? 그러니 양치식물의 홀씨를 지니고 있으면 투명 인간이 된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까지 생겨난 것이겠지.

이 페이지를 읽고, 집에 있는 '무늬 보스턴 고사리'를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다. 잎과 줄기, 뿌리까지 구조적 명칭과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홀씨를 상상하며 자세히 보아야 더 예쁜 식물의 매력을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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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상의 고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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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 작물로 쓰이는 양치식물
많은 문화권에서 양치식물을 유용 작물로 이용했다. 바위고사리는 붉은색 염료의 재료로 쓰이고, 공작고사리는 양치식물 중 가장 아름다운 잎으로 유명하지만 다양한 유용 작품으로도 쓰임새가 많은데, 특히 바구니 제작에 많이 쓰인다.

청나래고사리는 가축 사료로 먹였고, 집이나 헛간을 덮는 지붕 재료로도 사용했다. 유리공예가들은 이 고사리로 포장재를 만들었는데, 부드러우면서도 튼튼해서 완충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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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의 가느다란 잎을 가진 고사리, 여기에 올망졸망한 둥근 고사리가 서서히 펴지는 모양새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고사리의 종류가 생각보다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인간 세상에서 이 고사리를 활용하는 활용법 또한 그에 못지않게 다양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잎을 활용한 다양한 직접적 활용법은 물론, 약용, 식용, 염료, 디자인과 그림에도 활용된다는 것을 보고 상상 그 이상임을 알 수 있었다.


■형태와 색깔이 너무나 풍성하고 다양한 양치식물
초록색의 고사리 잎만 생각했는데, 소개된 사진들을 통해 붉은색 노란색, 보라색 등 매우 화려한 색채를 가진 다양한 종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염색에도 활용된다고 했는데, 이 컬러를 보고 나니 비로소 이해가 된다. 2차, 3차 가공을 하지 않아도 그저 관상용으로도 충분히 멋스러움을 자랑하는 고사리를 보며, 한때 유럽에서 왜 그토록 양치식물에 빠져 있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다른 꽃과 조화를 이룬 양치식물
하나의 정물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 사진은 고사리와 꽃을 활용해 꽃꽂이, 꽃다발, 꽃바구니, 화환 등으로 재탄생 시킨 작품이다.

싱그럽고 생명력 넘치는 고사리 잎을 화려한 꽃과 매치시키면서 대조되는 느낌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한껏 더 풍성함을 자랑하는 이 꽃꽂이들을 집 안에서 발견하게 된다면 저절로 시선이 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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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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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보니, 고사리가 지금까지 연명할 수 있었던 데에는 홀씨와 무성생식을 통해 번식하는 방법 외에도 사람 눈에 잘 띄지 않아서라는 이유도 있는 듯하다.

이토록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지만, 이보다 더 무서운 씨를 말려버리는 인간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특성 덕분에 여태껏 무사히 잘 안착하며 살아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특이성'이라는 말은 좋은 의미로도 쓰이지만 그만큼 사람의 욕구를 자극하고, 또 소유욕을 불러오는 단어이기도 하기에 양치식물은 충분히 또다시 인간에 의해 소멸을 겪을 수도 있는 식물이었다.

하지만, 양치식물 스스로 목질을 세포벽에 쌓아 세포를 단단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개발했듯이, 숨어서 자랄 수 있는 특성을 지니게 되면서 다행히 인간들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

한때는 야자수 나무처럼 사람 키를 한참 넘어서는 양치식물도 존재했었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넘어 쇼킹하게 다가왔는데, 만약 지금까지도 존재했다면 좋은 안식처가 되어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요즘 반려 식물의 성장을 지켜보며 특히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부분이 잎과 줄기가 자라나는 모양새인데, 새순이 돋아나는 모습이 저마다 달라 지켜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추후 다른 양치식물과 만날 기회가 있다면, 컬러감 있는 양치식물과도 조우해 보고 싶다.

퀄리티 있는 컬러 사진들을 보는 재미가 남달랐던 이 책 덕분에 양치식물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채울 수 있었다. 실제로 키우는 반려 식물에 대해 깊이 있는 역사와 히스토리까지 알기는 어려운데, 덕분에 정보력(+1)을 얻을 수 있었다.

모든 정보를 다 습득하거나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양치식물이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이라는 점, 그리고 수많은 멸종의 위기를 이겨내고 지금까지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식물이라는 점, 포자를 통해 혼자 알아서 생식과 번식을 이어간다는 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여기에 더해 문득문득 눈에 보이지 않는 홀씨를 보는 상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처럼 양치식물 한두 개쯤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통해 더 깊이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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