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떠날 수 있을까? 한 달 살기의 성지, 조지아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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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으로는 아시아에 가깝고, 문화적으로는 유럽에 가까운 나라!
웅장함과 태초의 신비를 품고 있는 코사서스 산맥을 끼고 있는 나라!
초원과 만년설, 그리고 와인에 취하는 곳!!

 

"조지아"를 만나보았다.

 

미국의 '조지아주'로는 익숙한 이름인데 한 나라로 '조지아'는 아직은 왠지 낯설다. 개발도상국으로 이제 막 떠오르는 나라 중에 하나라고 하는데 조만간 다양한 여행상품들이 우르르 쏟아질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지리적으로는 러시아, 터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으로 둘러싸여 있는 작은 나라로,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인 코카서스산맥 남쪽에 있어서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와 더불어 코카서스 3국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조지아를 여행하면서 느낀 건 터키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도시마다의 이색적인 특성과 매력들을 바로 이곳 '조지아'에서도 느꼈다는 것이다.

 

마치 다른 나라를 다녀온 듯 도시마다 가지고 있는 각각의 매력이 돋보이는 도시가 터키였는데 터키와는 분명 문화나 특성이 다르지만 조지아 곳곳의 동서남북에 위치한 도시들은 아시아와 유럽의 문화들이 섞이고 지리적인 특성들이 혼합되면서 그 나름대로 독창적인 도시별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다.

 

언젠가 떠날, 혹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조지아'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를 가슴에 새기며 이 책을 통해서 먼저 '조지아'를 여행해 보았다.
조지아 지도를 뚝 떼어놓고 보면 조금 더 도시의 지리적 위치와 여행 경로를 파악하기가 쉽다.

 

보통 여행을 하면 그 나라에서 생산되는 맥주 혹은 와인을 꼭 먹어보는데 '조지아'에서는 맛있는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조지아는 포도 재배 역사가 길고 점토 항아리에 넣어 땅에 묻어 발효시키는 '크베브리 와인 양조법'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으며, 특히 동쪽지방의 카케티는 조지아 와인의 70%를 생산하고 있는 중요한 산지이다. 

 

종교는 전 세계에서 3번째로 기독교를 국교로 채택한 나라이며 로마 카톨릭이 아닌 '정교회'를 신봉한다. 일반 기독교과는 성모를 긋는 방식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다고 하니 '정교회' 안에서 피어난 여러 건축물과 문화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여러 외세의 침입과 다양한 종교가 오랫동안 뒤섞이며 각기 다른 도시의 특색만큼이나 교회나 건축물들의 모습 또한 다른 유럽이나 이슬람권 하고는 사뭇 다르다.

 

또 한 가지 색다르게 다가왔던 건 조지아의 국기다.
5개의 십자가가 새겨져 있는 국기는 국기만으로도 기독교 국가임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조지아어로 '뜨거운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트빌리시'는 조지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매우 중요한 도시다. 조지아의 수도이기도 하지만 조지아를 여행할 때 가장 핵심이 되는 주요 도시이기 때문이다.
모든 교통과 인프라를 '트빌리시'를 중심으로 진행하면 동서남북 어디로 여행 루트를 짜든 효율적으로 진행이 가능하다. 

 

기독교 국가인 조지아에서 이슬람 문화를 유일하게 볼 수 있는 도시가 있는데 바로 '아할치헤' 다. 터키의 자본이 투자되면서 조성되었다고 하는데 기독교 국가 안에서 이슬람 문화로 조성되어 있는 도시를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단단한 바위 동굴에 방과 입구, 창문을 만들어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든 형태의, 과거 타마다 여왕이 사용하던 수도원의 기능을 한 동굴도시  '바르지아'는 그 자체로 놀라움을 안겨준다.

 

다음으로 광활한 자연의 위용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메스티아'를 빼놓을 수 없다.
자연 그대로의 웅장한 산맥과 만년설 봉우리 등 그림 같은 풍경을 만나 볼 수 있는 '우쉬굴리 마을'이 유명하다.

 

마지막으로 조지아에서 유일한 항구도시이며 다른 도시와 동떨어진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 '바투미'를 소개한다. 다른 도시와 비교하면 고대와 현대를 보는 느낌마저 드는 '바투미'는 이국적인 아열대 식물과 미래적이고 독특한 형태의 건축물이 많다. 

 

오랜 기독교 국가이지만 지리적 이점 때문에 주변의 수많은 나라들(터키, 러시아, 이란, 페르시아, 소련, 티무르 등)의 침략과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굳건히 지켜온 '정교회'와 같은 종교도 있지만, 그 외 문화와 건축물은 지어지고 무너짐을 반복하면서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조지아'만의 문화를 만들어냈다.

 

수수께끼 같은 동양의 모습과 우아한 서양, 이슬람의 건축물의 넘치는 조화가 매력적인 '조지아'
요즘 한창 한 달 살기로 각광받고 있는 이 도시를 직접 눈으로 보고 땅을 디디며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plus) 꼭 가보고 싶은 도시와 경험해 보고 싶은 것들!!
트빌리시 온천, 카케티의 와인, 보르조미의 광천수, 메스티아의 우쉬굴리 마을, 바투미의 항구도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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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허즈밴드
김류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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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연과 운명, 선의와 본능이 절묘하게 엮어낸 그들의 로맨틱한 인연!

 

가장 의지하고 사랑했던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실의에 빠진 진미는 엄마의 유골함을 가지고 충동적으로 뉴욕으로 떠난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뉴욕 한복판에 도착한 그녀는 곳곳을 배회하며 다니다 우연히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도와준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이름도 모르는 한 사람의 선의로 인해 외롭고 슬펐던 감정을 추스르고 따뜻한 식사와 마음을 위로받은 그녀는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다시 서울로 돌아오게 된다.
추후 서울로 복귀한 그녀는 자신의 직장인 서린 F&B에서 각종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며 승승장구하지만, 대학교 동창이면서 상사인 김석 본부장과의 헛소문이 사내에  공공연하게 떠돌면서 동료들과는 거리감 있는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다 자신이 가장 심적으로 지쳐있을 때 도와준 은인에게 식사 대접을 하기 위해 우연히 방문했던 '델리카시'라는 레스토랑을 서울에 오픈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다.
뉴욕에서 이미 유명 맛집으로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타고 있던 그곳을 아시아, 서울 1호점에 꼭 성공시키고 싶은 이유가 그녀에겐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가장 외로웠던 순간, 가장 따뜻한 위로를 받았던 뉴욕에서 떠나기 전에 맛보았던 '델리카시'의 요리에 반하게 된 이후 그곳을 사전 조사하고 계약하기 위해 몇 번 뉴욕을 오가게 된다.
그럴 때마다 그녀를 도와주었던 그를 수소문해서 찾아보지만 어디서도 그의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던 그녀는 델리카시 오너와 최종 계약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던 날 우연히 공항에서 그를 발견하게 된다.

 

그날 뉴욕에서 반짝이던 그의 모습과 달리 어딘가 위태롭고 텅 비어 보이던 그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을 목격한 그녀는 그를 구하게 되고 어떤 충격으로 인해 일시적인 기억상실증에 걸린 그를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비록 이름도 과거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집안 일과 요리를 잘하는 그를 우연히 알게 되면서 쓸쓸하고 각박했던 공간이 점차 윤제의 손을 거쳐 다시 따뜻한 공간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엄마가 운영하던 식당과 엄마의 공간을 방치하다시피 생활하던 그녀의 주변이 다시 반짝반짝 윤이 나기 시작했다. 

 

신원 조회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추방당했으며 이름이 영윤제 라는것 외에 그에 대한 신상을 알 수 없던 그들은 따뜻하고 맛있는 밥 한 끼를 함께 하며 진미는 '델리카시' 서울 1호점 준비를, 윤제는 진미 친구 현아의 도움으로 가사도우미 아르바이트를 진행하며 나름대로 생활의 패턴을 찾아간다.

 

그러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진미를 이용하다 버린 서린 F&B 본부장 김석과 '델리카시'의 런칭 투자자 구성그룹의 구상경이 투입되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오진미 팀장:))
평생을 식당을 운영하며 '힘들 때 밥 한 끼 사준 사람을 절대 잊지 말라'던 엄마의 말을 잊지 않았던 그녀는 가장 처절하고 힘들었던 순간 그녀를 위해 정성스러운 요리를 내어주었던 그에게 맛있는 한 끼를 되돌려주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을 서울에 옮겨온다.

 

영윤제=제임스영:))
뉴욕의 '델리카시'에서 마지막으로 한 요리도, 서울에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한 요리도 모두 그녀를 위한 것이었다. 어릴 적 누군가에서 받았던 따뜻한 한 끼가 돌고 돌아 우연이 운명이 되었고 결국 진실한 사랑이 되었다.

 

구상경:))
집안의 후광보다 스스로의 능력과 안목으로 '델리카시'의 투자를 이끌었다. 때론 사사로운 소문에 휘둘려 옳지 못한 판단을 하기도 하지만 올곧게 다가오는 오진미 팀장의 능력과 판단을 존중해 준다. 후에 제주도에서 새로 오픈한 '진미식당'의 투자자가 되기도 한다.

 

김석 본부장:))
대학교 동창이라는 이유로 사사로이 오진미 팀장을 이용하고 구상경과의 혼인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자 하지만 결국 타인을 이용한 도약은 실패한다. 후에 각자 스스로를 위한 용서와 사과를 통해 진미와는 깔끔하게 마무리 짓게 된다.

 

로빈 베일즈:))
제임스와는 어릴 때부터 함께 성장하며 자라온 친구이며 동업자이다. '델리카시'를 함께 운영하며 어느새 제임스와 비교되는 자신의 모습을 견딜 수 없어한다. 짝사랑하던 제니스는 제임스의 여자친구가 되었고, 사람들은 그를 모두 좋아하며, 사업적 역량도 뛰어난 그가 자신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시기와 질투로 얼룩진 그는 제임스에게 마약 누명을 씌워 마침내 미국에서 추방시키고 그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쟁취한다. 하지만 델리카시 서울 1호점의 오픈을 위해 방문한 서울에서 결국 다시 윤제를 마주하게 되면서 과거에서부터 얽혀온 이야기가 풀어진다.

 

베티:))
그날도, 그리고 마지막 실마리를 찾기 위해 방문한 그날도 그녀와 그를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로 등장하는 카페테리아! 항상 한 발짝 떨어져 3자의 관점으로 지켜보고 있던 웨이트리스 베티는 아주 결정적인 이야기를 진미에게 들려준다.

 

박현아:))
진미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가장 친한 동네 친구. 임신 후 친정으로 오면서 진미와 윤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주고 윤제의 특출난 가사일과 요리 실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사용할 수 있게 해준 사람 중 하나. 윤제 덕분에 가장 덕을 본 사람 중 하나다.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눈에 그리듯 그려지는 스토리는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펼쳐진다. 가장 처절하고 힘들었던 순간의 뉴욕은 윤제의 선의로 어느새 따뜻함과 로맨스의 현장으로 변화한다. 낯선 장소에서 세상의 끝에 내몰렸던 진미가 위로와 위안을 얻으며 흑백의 도시가 어느새 색이 입혀지고 소리가 덧입혀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절로 실감하게 될 것이다.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밥 한 끼'에 대한 의미와 위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퇴색되지 않는 '밥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진미식당'을 운영하면서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남편의 본처 자식까지 거둬 먹이는 진미의 엄마, 덕분에 따뜻한 밥 한 끼의 힘을 알게 된 윤제, 낯선 이방인에게서 자신의 옛 모습을 보게 된 윤제가 진미를 데려다 손수 새벽에 맛있는 밥 한 끼를 해먹이는 장면, 이미 닫은 식당에 방문한 손님을 내칠 수 없어 한 끼 밥을 대접하는 진미, 아픈 진미에게 죽을 손수 해서 먹이는 윤제, 까다로운 입맛인 구상경이 매끼 저녁 윤제의 요리를 맛보고 만족하는 모습, 위탁가정에서 동떨어져 혼자였던 윤제가 직접한 요리를 다 같이 맛보면서 친해지는 장면 등등 무수히 많은 '밥심'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눈에 그릴 듯 그려지는 각 장소의 서술들을 통해 뉴욕과 서울의 다양한 풍경들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달이 떠있던 호텔의 옥상, 북적북적 손님들의 대화소리와 주방의 열기로 가득한 뉴욕 델리카시의 모습, 통유리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던 진미식당(혹은 참맛식당)의 1층 모습과 계단을 오르면 보이는 2층의 진미방과 부엌의 모습 등등..

 

 

잊고 있던 과거의 인연으로부터 이어져 온 둘의 우연한 우연이 다시 인연이 되기까지 이야기는 쉼 없이 펼쳐진다. 환상적이고 로맨틱하지만 한편에는 현실적이고 냉정한 모습들이 오고 가며 끊임없는 위로와 사랑을 전해준다. 미처 놓치고 있던 작고 소소한 부분마저도 캐치하여 전개해 주는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행복감으로 충만한 진미와 윤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황홀하고 아름다운 로맨스 소설을 이토록 현실적이고 개연성 있는 스토리로 엮어냈다는 것에 충만한 만족감과 사랑스러움을 느낀다.
아마 책을 펼친 순간부터 흡입력 있는 스토리에 매료될 거라 확신한다.

 

이 계절, 가을과 딱 어울리는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로맨스 소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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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젠 떠날 수 있을까? 동유럽 소도시 한 달 살기 한 달 살기 시리즈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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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은 해외여행이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은 시절부터 쭉 동경하고 경험해 보고 싶었던 해외여행은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급변한 인식과 변화는 돌이켜보면 정말 놀라울 정도로 그 어느 것보다 빠르게 받아들여졌다.

 

덕분에 나 역시도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꿈꾸어오던 해외 경험을 보다 편리하고 순탄하게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담과 정보들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쉽게 얻을 수 있었고 그 외에 다양한 여행 상품들과 여행 관련 프로그램들을 유수의 매체들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연 1회 혹은 2년에 1번은 리프레시 및 다양한 경험을 쌓자는 취지로 다니곤 했던 해외여행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여행마저도 여러 가지 조심스러운 생각이 들어가지 않고 버텼는데 그렇게 버틴 기간이 어느새 약 2년이 되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해외여행은 단순한 여행과 리프레시의 목적 외에도 나에겐 나름대로의 여러 가지 목적과 이유가 있는데 훌쩍 지나가 버린 시간들을 이제 와 돌이켜보니 뉴 노멀 시대 이전의 상황이 얼마나 평범한 일상이었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어쨌든 국내만의 상황이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에 꼼짝없이 집콕만으로 버틴 2년의 시간은 그동안 돌아보지 못했던 다른 부분을 돌아보게 하고 '밖'보다는 '안'을 더 들여다보게 하는 계기는 되었지만, 생각보다 길어진 코로나 시국은 이제 사람들에게 어느새 예민함에서 무던함으로 제법 익숙해졌으며 슬슬 갑갑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또한 많은 사람들의 백신 접종률이 높아짐에 따라 다시 평범한 일상을 꿈꾸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내년에는 다시 창공의 구름 속을 뚫고 이국적인 경험을 할 수 있기를 고대하며 그동안 꿈꿔왔던 또 다른 여행을 이번 책을 통해서 먼저 떠나봤다.

 

"동유럽 소도시 한 달 살기"

 

퇴사하고 하고 싶은 일 베스트 순위 혹은 가족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일 베스트 순위에서 많이 보이는 "00한 달 살기"

그 장소가 동유럽의 어느 조용한 소도시면 어떨까?

 

한국인들은 만나볼 수 없으며, 이색적인 건축물, 새삼 정감 가는 좁은 골목길을 통해 하는 산책, 밋밋하지만 담백한 빵과 지중해성 식단으로 때우는 한 끼 식사, 도보로 머무는 도시를 누비며 눈에 차근차근 새기는 풍경들, 빠르고 편리하진 않지만 느림과 편안함에 젖어가는 시간들을 만끽하는 공간

 

왠지 동유럽의 소도시를 그리면 이런 모습들이 막연히 그려진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 조금은 낯설고 또 뭔가 막연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서 더 설레고 기대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언젠가는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 머물며 살아보고 싶은 나의 바람과 또 기대를 담아 이 책을 통해 미리 엿보기를 해본다. 막연함이 앞서 기회가 왔을 때 놓치기보다는 차근차근 기회가 닿았을 때 정보를 모으고 미리 공부해두면 도움이 되리라.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떠났던 때가 많이 생각이 났다. 어떤 걸 준비해야 하는지, 날씨는 어떤지, 물가는 어떤지, 어떤 옷을 챙겨가야 하는지 등등 너무 많은 물음표가 그려지던 시절, 이런 책 한 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책은 일반적인 여행 가이드북에서 전하는 단순한 정보 외에도 동유럽 소도시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방문하면 좋을 관광지 외 맛집까지 세심하게 안내하고 있다.
흔히 잘 모르고 넘어가는 동유럽이라는 명칭에 대한 의의부터 역사적인 의의, 그리고 지리적인 설명, 정치적인 관점 등에 대한 내용과 더불어 전체적인 관점에서 세세하게 풀어가는 디테일한 설명에까지 관광지를 눈에 그리듯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한 달 살기'를 위한 기본적인 정보부터 동유럽의 사계절 날씨, 물가, 여행 계획 짜는 방법, 방향성, 한 달 살기에 대한 전반적인 비용과 잘하는 방법까지 처음이라면 막막할 작은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동유럽의 소도시 중 방문하면 좋을만한 몇몇 곳을 안내하고 있는데 발트 3국, 폴란드, 체코, 헝가리의 몇몇 소도시들을 만나볼 수 있다.
화려한 서유럽과는 느낌이 다른 이국적이면서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동유럽의 각 나라와 도시들은 도보로 여행을 할 수 있어 더 매력적이다.
도시에서 도시로의 이동을 위해서는 비행기, 기차, 버스 등의 운송수단을 이용해야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소도시 안에서는 웬만하면 도보로 이동하면서 천천히 도시를 만나볼 수 있으니 길지 않은 일정으로도 흠뻑 소도시를 만끽할 수 있다.


도시별로 시내 in 방법부터 교통, 도시 지도, 볼거리, 관광지, 먹거리 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도시 설명 후에 각 도시의 디테일한 관광지를 재차 설명해 주어 실제로 여행지에서 사용할만한 유용한 정보들이 많았다. 박물관에서 한국어 지원 가능이라던가 어느 식당의 간이 쎄지 않아 먹기에 좋다던가 무심코 넘길 수 있지만 정말 필요한 알짜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유럽은 밍밍한 샐러드, 기본적으로 간이 짠 음식, 매우 단 후식의 형태가 많다.)

 

그리고 관광지 지도 및 사진 첨부와 더불어 간단한 역사나 이력에 대한 설명들이 첨부되어 있어 참고할만한 부분이 많았다. 여행 전 준비과정부터 루트를 짜는 일정, 방문하고 싶은 관광지를 사진과 설명자료를 통해 미리 사전 답습하고 리스트를 작성하면 추후 방문 시에 경비와 시간 낭비는 줄이고 한층 더 여유롭고 풍요로운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체코와 헝가리의 몇몇 소도시는 직접 방문해 봤던 도시라 새삼 새록새록 예전 생각도 나고 또 모르고 지나쳤던 팁이나 정보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많은 침략과 지배를 겪으면서 다양한 문화를 간직하게 된 폴란드는 다른 유럽과의 거리도 매우 가깝고 도시별 매력이 뚜렷해서 꼭 한번 방문해 보고 싶은 도시다.

 

다른 어느 곳에서도 만나보지 못했던 이색적인 풍경과 건축물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아 내심 기대가 된다.
역사적으로 의의가 있는 아우슈비츠도 방문해 보고 독특하고 아름다운 갖가지 탑과 다양한 먹거리까지!

 

화려하고 유명한 관광 지도 좋지만, 때론 소소하고 매력적인 혹은 동화 같은 소도시로의 여행도 멋진 추억이 될 것이다.

 

내년엔 동유럽 소도시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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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를 만나고 사랑을 배웠습니다
배은희 지음 / 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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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범한 가족'이란 어떤 가족을 말하는 것일까?


우리는 흔하게 '평범한'이라는 말을 여러 단어와 조합하여 많이들 사용한다.
평범한 일상, 평범한 가족, 평범한 사람
막상 "그래서 평범한 게 뭔데?"라고 물으면 다들 합죽이가 된 듯 입이 꼭 다물려지거나 얼버무리는 말들로 주저리주저리 설명을 하곤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남들이 말하는 평범의 기준이 때로는 무례하고, 비교의 잣대가 되기도 하며, 다른 것이 아닌 틀린 것으로 간주되어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냥' '일반적으로' '남들도 그렇게 말하니깐'이라는 말로 과연 그 모든 상처를 모두 희석시킬 수 있을까?

 

불가 90년대까지만 해도 4인 가족을 가장 보편화된 가정으로 두고 일반화하던 시절이 있었다. 가족 구성원은 아빠, 엄마, 그리고 아이 둘. 그 속에 끼지 못하는 가족 구성은 사실상 어딘가 '하자'가 있는 가정으로 취급되던 시절도 있었다. 특히 한 부모 가정, 미혼모 가정, 이혼가정, 조부모 가정, 입양가정으로 분리되는 가정의 형태는 어딘가 모자라고 부족한 가정으로 취급되어 쉬쉬하거나 놀림을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특히 초등학교(그 시대는 국민학교로 불림) 때 조사 명목으로 진행했던 가정조사는 오히려 담임교사에게 편견을 심어주어 아이에게 은근한 차별과 상처를 주는 일도 암암리에 벌어졌었다. 그때는 지금과 다르게 그런 가정사에 대해서 명확한 블라이드 처리가 되지 않았고 도움을 준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드러내놓고 '불쌍한 애' 취급으로 여러 지원 서비스가 이루어졌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 자체가 '그런 아이'로 비치는 결과를 초래했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시스템이 많이 좋아지고, 인식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들은 많다.

 

고등학교 때 봉사활동의 명목으로 처음 소개받아 인연을 맺게 된 보육원에서 나는 수많은 천사들을 만났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는 봉사활동 시간이 있었는데 보통은 방학을 이용해 공공기관이나 양로원, 고아원 등을 방문하여 몇 시간의 봉사활동을 통해 그 시간을 채워 넣곤 했다.


이왕 해야 하는 의무 봉사활동이라면 다양한 곳에서 더 많이 채워보자는 생각과 워낙 아이들을 좋아해서라는 이유로 처음엔 공공기관에서 시작된 나의 봉사활동은 보육원까지 이어졌다. 
처음 방문의 목적이 봉사활동이었던 것에 비해 이미 충분한 시간을 채웠음에도 나는 틈나는 대로 그곳을 방문하여 아기들의 밥도 챙겨주고 같이 놀아주며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는 함께 자리하곤 했다. 각각의 사연을 안고 그곳에 있던 신생아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의 아이들은 그렇게 어느새 특별한 인연이 되었다.

 

이러한 경험 때문인지 나는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정 형태에 대해서 별다른 편견이나 '일반적'인 생각들과는 먼 가치관을 갖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당시로썬 굉장히 파격적인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살다 보면 이혼할 수 있고, 또 불의의 사고로 편부모나 조부모와 함께 생활할 수도 있으며, 태어나는 걸 내 맘대로 선택할 수 없으니 그런 가정 형태가 특별하다고 생각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외국처럼 입양을 하는 게 그다지 큰 이슈라고도 생각지 않았다. 이런 말을 언급할 때마다 주위의 친구들은 남다르다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사람들마다 생각은 다르니 굳이 내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사회적인 분위기나 대다수의 의식이 그러한 부분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은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안타까운 마음만 가지고 있었다.

 

이후 시간이 많이 흘러 유명 연예인의 입양과 여러 사회 시스템의 개선, 그리고 인터넷 매체의 발달 등으로 수많은 가정의 형태가 있다는 것이 은연중에 받아들여지고 인권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거론되면서 지금은 예전보다 부정적인 시각은 아니지만 여전히 남의 일로 치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천사를 만나고 사랑을 배웠습니다'라는 책에는 여러 가정 형태 중 '위탁가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다른 가족형태와 다르게 이 가정은 이별을 염두에 둔 가정의 형태다. 
가정위탁제도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면, 부모의 사정으로 가정에서의 양육이 불가능한 아이가, 시설이 아니라 가정에서 보호받고 양육되도록 하는 제도다. (19페이지 中)

 

누군가와 새로운 가족으로 이루어진다는 것만 해도 기적이고 힘든 일인데 언제일지도 모를 이별을 염두에 둔 가족의 형태라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일 것이다.

 

두 아이를 다 키우고 삶의 여유가 생겼을 즈음에 생후 11개월 된 은지를 가정위탁제도를 통해 가족으로 맞이하게 된 작가는 그 후 7년째 특별한 동거를 통해 은지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 7년의 성장 기록들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처음에 어떤 동기로 가정위탁제도를 알게 되었고 또 처음 은지를 만나게 된 일화, 그리고 1년, 2년 은지와 함께 하면서 가족들이 함께 겪게 된 변화들이 곳곳에 담겨있다.

 

여전히 남의 일로 치부되는 여러 가정 형태들 속에서 편견과 맞서 싸우며 보냈던 일상들, 그리고 나이차가 많이 나는 관계로 아들이 아버지로 보이는 시선들, 은지가 가족구성원으로 들어오면서 일찍이 철이 들어 버린 둘째 딸, 그리고 새로운 관계 속에서 포기해야만 했던 원래 일정들과 일상들..

 

잠시 동안 서로의 삶을 위탁하는 동거인의 관계이지만 그들은 혈연관계 이상의 끈끈하고 단단한 무언가로 얽혀있었다. 처음의 낯섦과 익숙하지 않았던 시간들은 지나가고 어느새 서로를 누구보다 아끼고 보듬는 특별한 사랑 이야기는 요즘 드물게 만난 멋진 가족 이야기였다.

 

예전에 막연히 생각했던 '가족'이라는 이름, 그리고 엄마라는 위대한 단어. 그 의미와 가치들이 요즘은 희석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했는데 이 책을 통해 가족, 가정, 엄마, 그리고 진짜 중요한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스템이 정한 가족의 형태가 무엇이 중요할까? 남들의 시선이 무엇이 중요할까? 이 가족의 성장 담을 보며 진짜 가족이라는 건 마음을 나누고 같이 밥을 먹으며 따뜻한 온기를 같이 나눌 수 있는 게 진짜 가족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글귀들을 담아두려 한다. 후에 누군가와 새로운 가족이 된다면 꼭 담고 있던 글귀들을 하나씩 풀어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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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아이들 앞에서 다짐한다. 훌륭한 엄마,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는,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되자고

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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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키운 건 8할이 '결핍'이었다. 

(...)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결코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도 결핍을 통해 배웠다. 결핍은 내 삶을 뒤집었고, 세상 모든 것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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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부모를 보고 자란다. 아이는 부모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아이는 무의식중에 언제나 부모인 나의 호흡과 억양, 표정과 눈짓까지 읽고 있다. 그래서 '내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더 용기를 내고, 인정하고, 믿어주고, 기다려줘야 한다. 그럼 언젠가 아이가 제 길을 찾을 것이다.

17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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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면 모난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당신을 안고, 다독이고, 바라봐 줬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삶은 멋진 작품이니까요.

2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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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읽는 시간
이유진 지음 / 오티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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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인생을 축제처럼 살기 위해 죽음을 공부하기로 했다."


내가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된 것이 대략 10년이 넘은 것 같다.

 

물론 그전에도 사춘기를 지나고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나름대로는 '나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부터 심도 있는 삶에 대한 여러 가지 것들을 꽤 고민했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삶을 바라보는 가치관을 바꿀 만큼의 시점은 대략 10여 년 전으로 생각된다.

 

그저 남의 일로만 생각하던 '죽음'이라는 것이 어느새 나의 문턱까지 다가와 있는 줄 꿈에도 몰랐던 그 시절..

 

아무리 대형 사건사고가 뉴스를 통해 보도되어도 그저 매체로만 보이던 그것은 나와 내 주변에서 어느새 소리 소문 없이 번져가고 있었다.

 

'죽음'이라는 것이 먼 훗날의 일도, 남의 일도 아닌 바로 나와 우리의 삶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그저 막연하게 생각했던 무한의 시간이 유한적이라는것,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준비되지 않은 죽음에 대한 막연함과 어려움, 누구도 죽음 앞에서는 순서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 소소하고 작은 것에서도 충분히 나만의 행복과 만족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등 여러 가지 가치관과 생각들이 변화를 가져왔다.

 

그래서 더 죽음을 공개적으로 논하고, 그것을 위한 나만의 삶에 대한 플랜과 방향성,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 더 집중하는 삶에 포커스를 맞춰 타인의 말이나 시선보다 내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때로는 그러한 '죽음'에 대해 논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도 있었고 이상한 방향으로 오해하고 이상한 취급을 하는 이도 있었다. 그때는 그런 것들이 그저 숨기고 각자 해결해야 하는 문제처럼 사회적으로 인식되어 있어 더 그러했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예전에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사회적인 문제처럼 감추고 숨기는 문화나 인식들이 팽배했다.) 무언가 내가 생각한 개념들에 대해 '잘'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이미 트인 나의 생각이 나 가치관을 굳이 바꾸고 싶지 않았고 나중에 시간과 경험이 쌓이면 타인들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라고 여겼기에 그저 나를 더 단단히 하고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했다.

 

그런 와중에도 때로는 주변의 시선과 말 한마디에 탄탄히 뿌리내리고 있다고 생각했던 기둥이 흔들리는 경험도 있었고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스스로를 의심하는 일도 간간이 있었지만, 그런 나를 온전히 다시 잡아준 건 꾸준히 읽어왔던 '책'이었다.

 

장르 상관없이 다양하게 기회가 닿는 대로 읽어왔던 책 속에서는 비슷한 생각과 가치관도 발견할 수 있었으며 '죽음'이라는 것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실제 경험 사례를 통해 삶을 바라보는 여러 해석과 생각들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모두가 행복하자고, 행복한 삶을 살겠다고 말하지만 삶=고통 그 자체이며 누구나 '죽음'은 필연적으로 맞게 되는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더 궁금했고 더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싶었으며 오늘을 사는 것에 더 집중하고 싶었다.

 

처음 이 책을 마주한 느낌은 편안함이었다. 뜨거운 한낮의 해가 지고 어느덧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는 저녁시간, 황금빛으로 물든 노을의 표지에서 '쉼'을 느낄 수 있었다. 페이지 구성도 따뜻한 주황색으로 되어 있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노년도 이처럼 따뜻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책은 미국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가로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정신과 의사 이유진 님의 여러 경험과 사례들을 엮어 쓰인 책이다. 작가 본인의 경험과 삶, 그리고 실제 환자들을 상담하고 치료한 경험을 토대로 '죽음'의 끝에 다다른 사람들의 감정과 상황,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한국과 외국의 사례와 인식, 죽음의 디데이 속에서 삶을 바라보고 대하는 여러 사례와 작가 본인이 정신과 의사에서 미국까지 건너가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가로 다시 시작하게 된 이야기들을 3장으로(1장. 죽음을 공부하는 의사 / 2장. 남은 삶이 단 하루라도 후회 없이 살기 위하여 / 3장. 아프고 힘들어도, 그래도 삶) 엮어 이야기를 풀어냈다.

 

어떤 계기로 처음에 의사가 되었고, 한국에서 정신과 전문의로, 노인 정신의학 세부 전문의로 일을 하다가 어느 날 미국행을 결심하고 미국 밴더빌트 대학병원에서 정신과 과정을 다시 밟으며 호스피스 완화의료 세부 전문의, 정신과 의사로 일을 하고 있는 의사로서의 개인적인 삶과 성장스토리 외에도 상담을 하면서 만났던 수많은 환자들의 이야기도 함께 담고 있다. 

 

삶의 한계치는 누구에게나 정해져 있다. 단지 그 기간을 점치기는 어렵지만 짧든, 길든 누구에게나 끝은 반드시 온다는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삶의 끝자락에 섰을 때 당황하고 좌절하다가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고 온전히 자신의 의지대로 천천히 정리하고 떠나갈 수도 있다. 

 

유한하기에 지금의 시간이 더 빛날 수 있고, 더 소중하게 느낄 수 있다. 이왕이면 처음, 한번사는 내 인생을 보다 찬란하고 후회 없이 살다가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을 읽으면서 몇몇 기억에 남는 구절, 그리고 가슴에 새긴 구절, 의미를 주었던 구절, 생각하게 하는 구절, 또 다른 책이 생각나는 구절 등이 있었다. 나 또한 '죽음'이라는 이름 앞에서 평등한 한 사람으로서 오늘을 보다 사랑하며 살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기억하기 위해 한 번 더 남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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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순간에서, 타인이 아니라 내가 먼저다.

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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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자아, 진짜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법을 알아가는 게 모든 것에서 가장 우선순위다.

별 다섯 개!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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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꿈을 좇는 삶도, 지금 여기를 사는 삶도 똑같이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을.

행복은 내 안에 있고 나다움 속에 있다는 것을. 내게 주어진 삶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일, 그것만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이미 잘 알고 있다는 것을.

7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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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향해 달리는 삶도, 머무르며 현재를 즐기는 삶도, 어떤 삶도 모두 가치 있는 삶이다. 

내게 주어진 삶 그 자체를 온전히 누리며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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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하지 않고 얼마가 남았을지도 모를 나의 시간을 하필 너에게 쓴다는 것의 의미는 그래서 무겁다.

누군가에게 시간을 쓴다는 것은 서로의 공책에 기록되는 일이고 서로의 일부가 되는 사건이다.

9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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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누군가가 '나와 함께' 하는 그 시간 자체가 소중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이는 나의 행복과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으로 누구를 만나 어떤 시간을 보내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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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과 좋은 죽음이란 그저 덜 고통스러운 삶, 덜 고통스러운 죽음일지도 모른다.

1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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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고통 속에 놓이게 된다. 삶을 시작하는 고통, 살아가는 고통, 죽어가는 고통!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이, 조금이라도 완화시키며 살아간다면 조금은 살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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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예고되었다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그 의미가 되어주었던 이들과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남겨질 이들에 대한 배려이자 죽음의 두려움 속에서도 삶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1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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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죽음은 남겨진 이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고통을 남긴다. 그래서 죽음에는 준비가 필요하다. 적어도 예고된 죽음의 시간 앞에서 나눈 대화만큼 소중한 시간은 없을 것이라 자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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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삶으로 받아들이고 달라진 삶을 인정해 했다. 이것은 무기력함도 포기도 아닌 그저 살아갈 용기다.

18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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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고칠 수 없는 병을 삶의 끝까지 함께 끌어안고 가야 할 때도 있다. 언제나 죽음의 공포는 도사리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삶에 더 집중하며 살 수 있다.

죽음은 실패가 아니며,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개인적으로 '잘' 사는 것만큼, 웰 다잉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데 존엄사와 안락사도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생명에 관련된 일이므로 많은 논란과 찬반 의견들이 현재까지도 팽배한데 한국과 미국에서의 그 개념이 매우 다르다고 한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존엄사와 안락사. 내가 온전히 나로서 살 수 있는 시간, 딱 그만큼만 살다가 존엄하게 죽고자 하는 개인의 의지이며 권리에 대해서는 한 번쯤 깊이 있게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154~171 페이지)

 

작가는 서툴 수밖에 없는 죽음 앞에서 초보자를 위한 죽음 안내서를 정리해두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페이지만큼은 꼭 한 번씩 읽어보기를 권유하고 싶다.

어느 날 문득 어떠한 순간이 왔을 때 정말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202~205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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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사람과 가족들이 서로 나누어야 할 가장 주요한 네 가지 대화 주제!

"나를 용서해 줘!"
"나도 너를 용서할게."
"그동안 고마웠어"
"사랑해"

어쩌면 우리가 죽음을 앞두고 해야 할 말들은 오늘 당장 해야 할 말인지도 모른다.

210~21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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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애도 앞에서 각자가 겪는 상실감의 무게와 크기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세상에서 가장 큰 상실은 내가 겪는 상실이고 가장 큰 고통은 '나의 고통'이다.

2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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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산다 해도 바꿀 것은 하나도 없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오늘 당신의 삶과 타인의 삶에 최고의 하루를 선물하라고 말이다.

278~2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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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잘 살아간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무한 반복되는 삶이 그대로 재현된다면 천국일지 지옥일지를 생각해 보자. 적어도 다시 살아도 바꿀 것이 하나도 없다는 확실히 드는 삶이라면 천국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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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이르는 길은 다양하다. 그 중 지금 스스로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꼽자면, 오늘의 나를 사랑하고 나의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사랑을 전하고 내일 펼쳐질 나의 하루도 괜찮을 것이라고 믿어보는 것이다.

29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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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책의 몇몇 언급되는 내용에서, 이전에 읽었던 특정 도서가 생각나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아 정리해 본다.

 

1. 자신의 고통을 자살로써 마감하기로 결심한 한 환자의 계획을 알고 병원에서 강제적으로 관을 삽입하여 음식을 주입한 이야기(226페이지 中)

>한강의 '채식주의가' 3부 나무 불꽃에서 언급되었던 영혜의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https://blog.naver.com/art_bunny/222314883605

 

2.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닐의 이야기를 통해 나에게는 삶의 존재 이유가 뭘까? 삶의 의미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324~329 페이지 中)

>조조 모예스 '미 비포 유'
건강하고 활동적인 삶을 살았던 윌이 한순간의 사고로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런 그에게는 더 이상 삶이 의미가 없다. 자신이 자신으로써 존재할 수 없음에 스스로 결정한 존엄사.
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윌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https://blog.naver.com/art_bunny/221043776973


>위지안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차근차근 밟아온 인생에서 이제 마지막 최고의 결과를 목전에 둔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마는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그녀는 거기서 주저앉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그녀와 그녀 가족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한 순간들은 소중했고 찬란했다.
https://blog.naver.com/art_bunny/220988105423

 

 

 

언제, 어떤 죽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죽음의 공포 앞에서 주저앉아 두려움에 떨고 있지 말고 삶을 더 사랑하자.

우리 모두에게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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