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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를 만나고 사랑을 배웠습니다
배은희 지음 / 놀 / 2021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범한 가족'이란 어떤 가족을 말하는 것일까?
우리는 흔하게 '평범한'이라는 말을 여러 단어와 조합하여 많이들 사용한다.
평범한 일상, 평범한 가족, 평범한 사람
막상 "그래서 평범한 게 뭔데?"라고 물으면 다들 합죽이가 된 듯 입이 꼭 다물려지거나 얼버무리는 말들로 주저리주저리 설명을 하곤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남들이 말하는 평범의 기준이 때로는 무례하고, 비교의 잣대가 되기도 하며, 다른 것이 아닌 틀린 것으로 간주되어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냥' '일반적으로' '남들도 그렇게 말하니깐'이라는 말로 과연 그 모든 상처를 모두 희석시킬 수 있을까?
불가 90년대까지만 해도 4인 가족을 가장 보편화된 가정으로 두고 일반화하던 시절이 있었다. 가족 구성원은 아빠, 엄마, 그리고 아이 둘. 그 속에 끼지 못하는 가족 구성은 사실상 어딘가 '하자'가 있는 가정으로 취급되던 시절도 있었다. 특히 한 부모 가정, 미혼모 가정, 이혼가정, 조부모 가정, 입양가정으로 분리되는 가정의 형태는 어딘가 모자라고 부족한 가정으로 취급되어 쉬쉬하거나 놀림을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특히 초등학교(그 시대는 국민학교로 불림) 때 조사 명목으로 진행했던 가정조사는 오히려 담임교사에게 편견을 심어주어 아이에게 은근한 차별과 상처를 주는 일도 암암리에 벌어졌었다. 그때는 지금과 다르게 그런 가정사에 대해서 명확한 블라이드 처리가 되지 않았고 도움을 준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드러내놓고 '불쌍한 애' 취급으로 여러 지원 서비스가 이루어졌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 자체가 '그런 아이'로 비치는 결과를 초래했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시스템이 많이 좋아지고, 인식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들은 많다.
고등학교 때 봉사활동의 명목으로 처음 소개받아 인연을 맺게 된 보육원에서 나는 수많은 천사들을 만났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는 봉사활동 시간이 있었는데 보통은 방학을 이용해 공공기관이나 양로원, 고아원 등을 방문하여 몇 시간의 봉사활동을 통해 그 시간을 채워 넣곤 했다.
이왕 해야 하는 의무 봉사활동이라면 다양한 곳에서 더 많이 채워보자는 생각과 워낙 아이들을 좋아해서라는 이유로 처음엔 공공기관에서 시작된 나의 봉사활동은 보육원까지 이어졌다.
처음 방문의 목적이 봉사활동이었던 것에 비해 이미 충분한 시간을 채웠음에도 나는 틈나는 대로 그곳을 방문하여 아기들의 밥도 챙겨주고 같이 놀아주며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는 함께 자리하곤 했다. 각각의 사연을 안고 그곳에 있던 신생아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의 아이들은 그렇게 어느새 특별한 인연이 되었다.
이러한 경험 때문인지 나는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정 형태에 대해서 별다른 편견이나 '일반적'인 생각들과는 먼 가치관을 갖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당시로썬 굉장히 파격적인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살다 보면 이혼할 수 있고, 또 불의의 사고로 편부모나 조부모와 함께 생활할 수도 있으며, 태어나는 걸 내 맘대로 선택할 수 없으니 그런 가정 형태가 특별하다고 생각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외국처럼 입양을 하는 게 그다지 큰 이슈라고도 생각지 않았다. 이런 말을 언급할 때마다 주위의 친구들은 남다르다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사람들마다 생각은 다르니 굳이 내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사회적인 분위기나 대다수의 의식이 그러한 부분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은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안타까운 마음만 가지고 있었다.
이후 시간이 많이 흘러 유명 연예인의 입양과 여러 사회 시스템의 개선, 그리고 인터넷 매체의 발달 등으로 수많은 가정의 형태가 있다는 것이 은연중에 받아들여지고 인권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거론되면서 지금은 예전보다 부정적인 시각은 아니지만 여전히 남의 일로 치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천사를 만나고 사랑을 배웠습니다'라는 책에는 여러 가정 형태 중 '위탁가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다른 가족형태와 다르게 이 가정은 이별을 염두에 둔 가정의 형태다.
가정위탁제도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면, 부모의 사정으로 가정에서의 양육이 불가능한 아이가, 시설이 아니라 가정에서 보호받고 양육되도록 하는 제도다. (19페이지 中)
누군가와 새로운 가족으로 이루어진다는 것만 해도 기적이고 힘든 일인데 언제일지도 모를 이별을 염두에 둔 가족의 형태라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일 것이다.
두 아이를 다 키우고 삶의 여유가 생겼을 즈음에 생후 11개월 된 은지를 가정위탁제도를 통해 가족으로 맞이하게 된 작가는 그 후 7년째 특별한 동거를 통해 은지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 7년의 성장 기록들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처음에 어떤 동기로 가정위탁제도를 알게 되었고 또 처음 은지를 만나게 된 일화, 그리고 1년, 2년 은지와 함께 하면서 가족들이 함께 겪게 된 변화들이 곳곳에 담겨있다.
여전히 남의 일로 치부되는 여러 가정 형태들 속에서 편견과 맞서 싸우며 보냈던 일상들, 그리고 나이차가 많이 나는 관계로 아들이 아버지로 보이는 시선들, 은지가 가족구성원으로 들어오면서 일찍이 철이 들어 버린 둘째 딸, 그리고 새로운 관계 속에서 포기해야만 했던 원래 일정들과 일상들..
잠시 동안 서로의 삶을 위탁하는 동거인의 관계이지만 그들은 혈연관계 이상의 끈끈하고 단단한 무언가로 얽혀있었다. 처음의 낯섦과 익숙하지 않았던 시간들은 지나가고 어느새 서로를 누구보다 아끼고 보듬는 특별한 사랑 이야기는 요즘 드물게 만난 멋진 가족 이야기였다.
예전에 막연히 생각했던 '가족'이라는 이름, 그리고 엄마라는 위대한 단어. 그 의미와 가치들이 요즘은 희석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했는데 이 책을 통해 가족, 가정, 엄마, 그리고 진짜 중요한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스템이 정한 가족의 형태가 무엇이 중요할까? 남들의 시선이 무엇이 중요할까? 이 가족의 성장 담을 보며 진짜 가족이라는 건 마음을 나누고 같이 밥을 먹으며 따뜻한 온기를 같이 나눌 수 있는 게 진짜 가족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글귀들을 담아두려 한다. 후에 누군가와 새로운 가족이 된다면 꼭 담고 있던 글귀들을 하나씩 풀어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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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아이들 앞에서 다짐한다. 훌륭한 엄마,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는,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되자고
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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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키운 건 8할이 '결핍'이었다.
(...)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결코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도 결핍을 통해 배웠다. 결핍은 내 삶을 뒤집었고, 세상 모든 것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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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부모를 보고 자란다. 아이는 부모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아이는 무의식중에 언제나 부모인 나의 호흡과 억양, 표정과 눈짓까지 읽고 있다. 그래서 '내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더 용기를 내고, 인정하고, 믿어주고, 기다려줘야 한다. 그럼 언젠가 아이가 제 길을 찾을 것이다.
17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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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면 모난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당신을 안고, 다독이고, 바라봐 줬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삶은 멋진 작품이니까요.
2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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