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가고시마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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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한동안 코로나와 사회적 이슈로 발길이 뜸했던 일본 여행이 다시금 활기를 띠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도시나 관광지 외에 색다른 곳은 없을까 찾던 중 <가고시마>라는 곳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우리의 역사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도시 가고시마에서 산림욕과 온천, 골프 등을 즐겨봐도 좋을듯하다.

 

연중 따뜻한 도시로 활화산이 존재하고, 서양 문명을 가장 먼저 받아들였으며, 조선을 정벌하자는 '정한론'이 발생한 도시 <가고시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인 '원령공주'로 유명한 이 도시를 지금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려 한다.

 

 


<About 가고시마>
▶일본의 나폴리라고 불리며 1년 내내 햇볕이 잘 들어 따뜻하다.
▶활화산인 사쿠라지마 화산이 존재하는 도시이다.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대표적인 도시로 역사적인 도시이다.
▶일본 3대 온천이 있어서 후쿠오카와 같은 관광지로 성장하고 있는 도시이다.
▶일본 남단의 땅끝 마을로 서양 문명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고 무역으로 성장하였다.
▶가고시마는 만을 따라 남북으로 뻗어 있는 남 규슈의 도청소재지이다.
▶메이지유신 후 조선을 정벌하자는 '정한론'이 발생한 도시로 우리에게는 아픈 역사의 시작을 만든 도시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인 '원령공주'의 배경이 되는 이쿠시마 섬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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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 자세히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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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 중앙역 지역>

 

■고쓰키 강변
가고시마의 중앙을 흐르는 고쓰키 강에는 역사의 길이 있는 유신후루사토칸도 있고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도 볼 수 있다.

 

■야타이촌
현지에서 선정된 25곳의 실내 포장마차가 모여 매력이 넘치는 곳으로 가고시마의 먹거리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과 관광객이 섞여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한다.

 

■역사의 길
에도시대 막부 말기의 사쓰마를 알 수 있는 고쓰키강변의 녹지에 역사 산책 장소이다. 단순히 일자로 된 거리이기 때문에 걸어가면서 다 보게 되는데 무가저택, 이로하우타의 광장, 이신후루사토관, 사이고다카모리 주도 탄생지의 비석이 있다.

 

 

<덴몬칸, 시로야마 지역>

 

■자비엘 체류 기념비
1549년 기독교 선교를 위해 가고시마를 방문한 스페인 출신의 선교사인 프란시스코 자비엘 기념비는 공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이고다카모리 동상
육군 대장 제복을 입고 있는 사이고다카모리의 동상 모습은 8m에 이르는 커다란 동상이다. 이 동상부터 역사, 문화의 길이 시작된다. 사이고다카모리는 천황 중심의 왕정복고를 성공시키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워터프런트, 이소 간마치 지역>

 

■가고시마 수족관
규슈에서 가장 큰 수족관으로 약 500종의 3만 점을 전시하고 있는데, 상징은 고래상어로 수족관을 가득 채우는 모습이 압권이다.

 

■센간엔 저택
시마즈 가문의 실제로 거주했던 집으로 시마즈 가문의 생활과 손님 접대를 알아볼 수 있는 저택이다. 근대화의 기수인 시마즈 가문은 외국 문물에 관심이 많아 내부는 서양식으로 꾸며져 있다.

 

■구 가고시마 방적소 기사관
옛날 영국인 기술자들이 숙소로 사용하던 서양식 건물이다. 관내에는 당시의 사진과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상고집성관(쇼코슈세이칸)
슈페이칸이란 28대 번주였던 시마즈 나리 아카라가 지은 서양식 공장을 말하며, 석조로 된 본관은 1865년에 지어진 기계 공장을 이용한 것으로 일본의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관내에는 대포, 사츠마 기리코(사츠마에서 생산된 유리 세공품), 사료 등 약 1만 점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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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 근교'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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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지마>
세계적으로 이름난 화산인 사쿠라지마는 긴코만을 사이에 두고 가고시마시 바로 앞에 우뚝 솟아 있는 가고시마의 상징이다.

 

■구로카미마이보쓰 도리이
1914 사쿠라지마 화산의 대폭발로 얼마나 분출물이 많이 나왔는지를 알 수 있는 상징적인 곳으로, 자연 재해의 무서움을 알리기 위해 복구 작업을 하지 않고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둔 역사적 현장이다.

 

<이부스키>
가고시마 만의 입구에 있는 이부스키는 남쪽에 있기 때문에 연중 따뜻한 날씨를 유지한다. 이부스키 해변을 1m정도 파면 온천수가 솟아나 해변까지 온천수가 흐르는데 이것을 이용해 해변의 모래를 파고 안으로 들어가 모래찜질을 하는 온천이 특색이 있어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위장병, 류마티스, 비만, 미용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스나무시카이칸 사라쿠
이부스키 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대표적 온천으로 이부스키 역에서 가까워 모래 찜질만 원하는 관광객이 주로 찾는다.

 

■헬씨랜드 로텐부로
이부스키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모래찜질과 노천 온천까지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온천이다.

 

■나가사키바나
용궁의 코라는 별명을 가진 사쓰마 반도의 남쪽에 있는 풍경이 아름다운 장소이다.

 

■가이몬다케
가이몬다케는 '후지산'과 비슷하다고 하여 사쓰마의 '후지산'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웅장하다. 약 4000년 전에 활발한 화산 활동을 한 원추형 화산으로 885년에 분화하여 지금의 형태를 갖게 되었다. 산을 오르면 산기슭에 말을 키우고 아열대 식물도 보여 제주도와 풍광이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야쿠시마>
야쿠시마가 지금의 인기를 얻게 된 것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인기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배경이 된 섬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야쿠시마는 오각모양의 섬으로, 강수량이 많은 아열대 섬이 원시림이 그대로 보존되어 1993년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시라타니운스이쿄
시라티가와 상류에 있는 자연 휴양림으로 원시림과 청정 자연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협곡이다. 수려한 자연 풍경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배경이 되어 유명해졌다.

 

■센피로노타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치히로라는 이름을 따온 폭포로 거대한 화강암 지대의 못초무다케에 있는 폭포이다.

 

■야쿠스기랜드
서울의 절반 정도의 엄청난 크기의 섬에 자연 상태 그대로 원시림이 눈앞에 펼쳐진 자연 휴양림으로 4가지 코스가 있다.

 

■조몬스기
야쿠시마의 상징인 야쿠스기의 대표 삼나무로 인간의 역사보다 오래된 숲과 신처럼 숭배를 받는 삼나무를 보면 감탄만 절로 나온다.

 

■오코노타키
88m의 높이에서 내려오는 야쿠시마 최대의 폭포로 엄청난 물의 양이 바위를 따라 떨어지는 모습이 장엄하다. 폭포수의 물보라가 피어오르기 때문에 방수되는 옷을 입고 다가가는 것이 좋다.

 

 


<가고시마> 책을 통해서 도시를 한 바퀴 둘러보고 난 후, 문득 우리나라 제주도가 생각났다. 연중 따뜻한 날씨, 활화산과 울창한 살림 지대를 보유하고 있는 점 등 제주도와 비슷한 점이 있어 더 그랬던 것 같다.

 

가고시마라는 도시가 개인적으로는 생소해서 검색을 통해 더 살펴보니 휴식을 위해 방문하는 도시이기도 하지만 골프를 즐기러 가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맛있는 거 먹고, 골프 치고, 온천을 즐기는 일정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가고시마 수족관을 방문하고 이부스키나 스나무시카이칸 사라쿠에서 따뜻하게 온천을 즐긴 후 가이몬다케에서 화산을 구경하고 야쿠시마 섬에서는 울창한 원시림을 구경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거리라, 부담 없이 방문하여 자신만의 여행을 즐겨보면 좋겠다. 추운 겨울 온천을 즐기며 휴식을 취해도 좋고, 일제강점기&메이지유신의 아픈 역사를 배우는 역사여행지로 방문해도 좋을 것 같다.

 

자주 가는 여행지 말고, 가깝지만 이색적인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이번에 <가고시마>를 한번 방문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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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살아 봐, 인생은 내 것이니까 - 풍파 마스터 어르신들의 삐뚤빼뚤 고민 상담
11명의 신이어들 지음 / 카멜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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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보기 힘든 세대 간 삶의 고민을 나누는 재미있는 책 한 권을 발견했다. 2030 세대의 가족/건강/사랑/진로/돈/일/삶의 7가지 주제에 대한 질문에 7080 신이어들이 그동안 살아온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답을 했다.

 

인생의 굴곡만큼 삐뚤빼뚤 제각각의 글씨로 쓰인 어르신들의 응답 글에서 솔직한 답변을 엿볼 수 있었는데, 그동안 막연히 세대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고 생각해서 소통이 될까 염려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그들이 전하는 답변은 인생 선배의 푸근한 조언처럼 다가왔다.

 

방식은 평균 나이 만 81세 11명의 신이어 카운슬러들이 2030의 궁금증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읽으면서 세대와 상관없이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것들을 겪으며, 여전히 비슷한 해답을 찾고 있는 것 같아 동질감과 친근감이 느껴졌다.

 

더불어 보통 우리가 상급자나 연장자를 뜻하는 '시니어'라는 단어를 여기서는 어르신들 표현으로 '시니어'를 ‘신이어’ 그대로 표기했는데, 맞춤법이나 어르신식 표현들이 그대로 실려있어 투박하지만 다정한 느낌들이 그대로 느껴졌다.

 

책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알록달록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어 초등학교 글 모음집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더 내용들이 한눈에 쏙쏙 들어왔다.

 

또한 2030세대들의 질문 글은 타이핑 형태로 표기하고, 신이어의 답변 글은 손글씨 그대로 표기함으로써 질문과 답변 글을 구분하고 신이어들의 상담 내용을 보다 주목해서 읽을 수 있게 하였다. 혹시나 손글씨의 답변 내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을까 봐 하단에 타이핑으로 다시 한번 표기하는 센스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어떤 답변은 위트가 넘쳤고, 또 어떤 답변은 명쾌한 해답이 주어지기도 했으며, 어떤 답변은 오래 산 그들마저도 모른다는 솔직 담백한 답변이 돌아왔는데, 약 50여 년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고민은 비슷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급변하는 사회 변화 속에서 최근 몇 년간 심하게 벌어졌던 젊은 세대와 어르신 세대의 단절의 벽이 잠시나마 삶을 논할 때는 허물어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읽다 보면 삶에 대한 통찰력이 느껴져 '삶은 그런 거지'라는 생각과 더불어 공감과 위로를 받게 되었다.

 

살면서 다들 한 번씩 하는 인생에 대한 고민들은 어떤 것들이 있고, 이런 고민에 '신이어'들은 어떤 답을 했는데 인상 깊었던 몇몇 문답내용들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1)
Q: 결혼과 출산은 저의 성과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박사 과정 중인데, 사람들이 '넌 결혼했잖아, 출산했잖아.'라고 얘기하는 게 너무 스트레스예요. 전 왜 이런 인간일까요?
A: 남의 말 의식하지 말고 내 의지대로 살아요. 내 인생 남이 살아 주는 거 아니니까 그런 스트레스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내보내세요♡

 

2)
Q: 결혼하는 용기는 어디서 나는 걸까요?
A: 몰라, 나도. 연애박사가 아니니까.

 

3)
Q: 남자 친구가 왜 안 생길까요?
A: 눈을 딱 뜨고 계속 찾아라.

 

4)
Q: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달리고 있지만 좀처럼 결과가 안 나와요.
A: 아직 때가 늦을 때가 있더라고요. 꿈을 위해 달리다 보면 꼭 좋은 날이 올 겁니다. 꿈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겠어요.

 

5)
Q: 돈을 위한 직업 vs 좋아하는 직업, 너무 고민입니다!
A: 좋아하는 거 하면 돈 많이 벌 수 있다.

 

6)
Q: 꼰대 상사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A: 투명 인간 취급하거나 속으로 주문을 외우세요. '상사는 투명 인간이다.'라고 취급하세요. 힘내세요. 

 

 


이들의 질문과 답변을 읽다 보면 세대 차이가 느껴지기보다, 공감과 위로가 느껴지는 부분이 훨씬 많다. 때론 너무 솔직한 답변에 웃음이 나기도 하고, 단순 명료한 질문에 그동안 너무 복잡하게 생각했나 싶은 생각도 든다. 삶과 일의 어려움에 대해서 무조건 참으라거나 허황된 일이라며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기보다 다정한 위로와 미래지향적인 답변을 통해 긍정적이고 다정한 한마디를 건넨다. 그래서 더 푸근하고 따뜻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툭툭 내뱉는 무미건조한 말 같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담백함과 매운 쓴소리, 직설적인 답변들은 그래서 '꼰대적'으로 다가오기보다 '잔잔한 위로'로 다가온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가족/건강/사랑/진로/돈/일/삶의 문제들이 인생을 먼저 산 신이어들도 똑같이 겪어왔음을, 또한 여전히 풀지 못한 문제가 있음을 공유하게 되면서 같은 상황들을 이해하고 보듬게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억지스럽게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삶을 살면서 고민하게 되는 비슷한 문제들에 대해 솔직 담백하게 문답 형태를 빌어 소통하는 방식으로 만나보니 서로에게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이나 관계가 충분히 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고민 많은 청년과 경험 많은 어르신들이 전하는 신이어 상담소를 통해 인생의 다양한 고민들을 함께 나눠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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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과, 모서리를 닮은 여자
금봉 지음 / 좋은땅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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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냈던 <광과, 모서리를 닮은 여자>. '광'은 무엇이고, '모서리를 닮은 여자'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정말 궁금했다. 대부분의 여성을 비유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흔치 않는 표현이었고, 모서리가 주는 느낌들이 뾰족함, 날카로움, 각진 등의 느낌들이 연상되어 특히 더 호기심을 자아냈다. 더불어 '광'이 말하는 것은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아 빨리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책은 대략 500페이지가 조금 안되는 꽤 두꺼운 분량을 자랑했는데, 스토리가 눈에 익지 않았던 초반을 제외하고는 페이지가 금방금방 넘어갈 만큼 흡입력 있고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무엇보다 한국소설이다 보니 외국소설을 읽으면서 겪는 이름이나 상황적인 부분이 헷갈려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 불상사를 겪지 않는다는 점은 꽤 오랜만에 접하는 편안함이었다.

 

<광과, 모서리를 닮은 여자>는 제목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모서리를 닮은 여자, 윤설휘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소설로, 그녀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이어나가게 되는 그녀의 남자 '광'과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물여덟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던 어느 여름날 시작된 그녀의 평범하지만 특별했던 만남과 일상들은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 닮아있어 더 친근하게 다가왔는데, 퇴근길 들리게 되는 편의점이라던가, 직장 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직장동료와의 모습, 길거리를 지나다니며 보게 되는 길거리 풍경이나 식당의 모습들이 너무 익숙한 모습들이라 읽는 순간 그대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졸업, 취업, 퇴사, 그리고 또 입사. 월세에서 전세로, 지역을 옮기며 이사를 하는 직장인 삶의 패턴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던 평범한 그녀 윤설휘의 삶이 조금씩 특별함으로 채워진 것은 어쩌면 새로 이사한 집에서 이웃으로 만난 한시소와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변기가 막혀 애를 먹던 시소를 도와주면서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시소와 설휘의 만남은 이후 점점 더 친밀하고 다정하게 발전했는데,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웃사촌의 정을 두 사람을 보면서 흠뻑 만끽할 수 있었다. 시간이 될 때면 식당 '오든지'를 운영하는 시소를 돕는 설휘, 술을 먹고 뻗어있는 설휘의 해장을 매번 챙겨주는 시소,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서로 위로해 주고 챙겨주며 한결같이 곁에 있어주는 모습에서 따뜻한 위로와 정이 느껴졌다.

 

시소와의 그런 인연은 어느새 설휘의 유일무이한 연인 운와 이어지게 되고, 세 번째 얻은 직장에서 첫인상이 좋지 않았던 동료 김하영과는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어느새 절친 혹은 친한 동료 이상의 사이가 된다. 이들의 이런 만남과 인연들은 점차 확대되어 또 다른 인연들과 엮이게 되고 그러면서 점차 설휘와 운을 둘러싼 사람들과의 관계와 상황들이 몰입도 있게 전개된다.

 

여기에는 가족, 연인, 친구, 동료, 이웃들과의 일상적 관계들이 퇴사, 결혼, 이혼, 가족 간 불화, 연인 간의 일들이 겹쳐지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전개되는데 우리네 이야기이기에 더 관심 있게 지켜보게 된다. 

 

더불어 이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느껴지는 남다른 유머와 패기, 배려, 공감 등에서 삶의 지혜와 성장을 엿볼 수 있었는데,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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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살면서 당황하는 일이 생길 때마다, 자꾸 발갛게 대응할 거야? 우체통이냐?"

유머러스함을 만나볼 수 있었던 페이지 (26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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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 있던 '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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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주 1회 아이를 만나던 시소가 이민으로 인해 오랫동안 아이를 만나지 못한 상황에서 나는 어떤 위로를 건넬 수 있을까, 전 연인으로 인해 갑자기 HIV(=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에이즈)에 걸리게 된다면 나는 어땠을까, 연인이 갑작스레 HIV에 걸리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직장에서 불합리한 일을 당하게 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혼을 결심한 언니의 갑작스러운 임신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등 수많은 사건사고를 겪으며 이들은 갈등과 사랑, 포용, 이해, 수용 등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들이 선택한 길과 방식들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면서 어느새 나도 모르게 이들의 끈끈한 정에 매료되고, 성숙한 삶의 자세에 대해 존경심도 들었다. 흔히 말하는 행복의 중심을 제대로 실천하고 이를 실천할 줄 아는 이들의 모습에서 진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기도 했다.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쉽게 이해하고 포용하기 어려운 허물이나 결점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방식도 상당히 인상 깊었는데, 가족을 사랑하는 방법, 연인을 사랑하는 방법, 내 이웃을 사랑하는 방법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했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운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주변인들이 알게 되면서 이를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과정이었는데, 주변인들이 으레 처음 겪게 되는 갈등이나 감정 변화의 묘사가 디테일하게 잘 그려졌고, 이후 이를 상황적인 면이나 감정적인 면에서 매우 잘 헤쳐나가는 점에 있어서 성숙한 면모가 돋보였다. 또한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사랑으로 보듬어 주는 모습은 지는 노을만큼이나 아름답게 그려져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설휘와 운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이들 주변에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도 저자는 결코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똑같은 일상인 듯 매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크고 작은 사건사고는 물론, 감정적 갈등과 관계성에서 오는 여러 이야기들을 촘촘히 엮어 마치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듯이 전개해 준다. 그래서 이들이 마치 나인 듯, 내가 그 자리에 있는 듯 자꾸 대입해 보게 된다.

 

다 읽고 난 후에 처음 든 생각은 '일상이 이렇게 풍요로워질 수도 있구나'라는 점이었다. 미숙하게 대응했던 지난날의 나의 모습도 떠오르고, 유쾌하지만 성숙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에서 그리움과 행복함도 느낄 수 있었다. 찬바람이 부는 이 계절, 어느 날 문득 집 밥이 그리울 때 생각나는 따뜻한 시골밥상 같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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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처럼 빛나는 운의 얼굴, 그리고 피부의 광채
광과 같았던 운.

428~4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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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난 아직도 운을 보았을 때 노란 꽃의 이름을 모른다.
내게 그 꽃은 광이었다.

 

나만의 반짝이는 빛을 담은 꽃, 운.

474~4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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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뮤지컬 - 전율의 기억, 명작 뮤지컬 속 명언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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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는 방구석에서 프랑스 미술관을 둘러보는 호사를 누렸는데, 이번에는 뮤지컬을 책 한 권으로 누리는 영광을 얻었다. 공연, 음악, 미술 같은 문화생활을 기회가 되면 최대한 누리려고 노력하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뮤지컬은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 많이 아쉬웠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명작들을 무려 30편이나 만나볼 수 있어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각종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진 유명 작품들은 작품으로든, 배역을 맡은 배우를 통해서든 자주 접하다 보니 익숙하다고 느껴 잘 알고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게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정 부분만을 자주 반복해서 듣다 보니 전부를 안다고 느끼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아주 미약한 일부의 조각을 가지고 전체를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덕분에 뮤지컬 30편을 흥미진진하게 살펴볼 수 있었는데, 유명 작품에서부터 잘 알지 못했던 작품들까지 순식간에 섭렵할 수 있었다. 

 

사실, 뮤지컬은 다른 공연들과 달리 노랫말로 대사를 진행하다 보니 내용을 모르거나 흐름을 잘 따라가지 못할 경우 스토리 자체를 파악하기 힘든 경우도 있는데, 간략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가 잘 정리되어 있어 쉽게 파악이 가능했다.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최대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은 해당 작품 전체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면서도 뮤지컬 특유의 리듬감은 잃지 않았는데, 중간에 대표 넘버들을 통해 고유의 느낌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눈으로 활자를 잃고 있는데, 라이트 한 뮤지컬을 보는 이상한 느낌을 경험했는데, 뮤지컬을 실제 경험해 보지 못했거나 제대로 뮤지컬을 보기 전에 스토리를 미리 확인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해당 작품을 먼저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대표 넘버를 통해 스토리의 구성이나 흐름을 파악하고 감정 신이나 대사도 유추해 볼 수 있어 해당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글자로 먼저 작품을 접하다 보니 배우나 감독의 표현력이나 청각적으로 들리는 음악, 시각적으로 보이는 해석이 배제된 상태에서 작품 자체로만 확인이 가능하다 보니 몰입도 있게 스토리에 빠져들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이를 통해 실제 뮤지컬을 볼 때 어떤 인물을 어떤 장면에서 집중도 있게 보면 좋을지, 배경을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해당 작품의 서사는 어떤지를 파악할 수 있어 작품 자체에 대해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안목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해당 명작들은 뮤지컬뿐만 아니라 영화나 책등 다양한 형태로 만나볼 수 있어 다채로운 방식으로 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집자나 저자에 따라 각색이나 해석이 다르고 이에 따라 스토리의 흐름이 다른 형태로 흘러가는 것을 비교해 가면서 따라가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만나 본 30개의 작품 중 스토리가 흥미롭거나 보고 싶었던 작품, 반가웠던 작품들 몇 가지를 소개해 보려 하는데, 혹시 볼 예정이 있거나 이미 보았던 사람들도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노트르담 드 파리>
에스메랄다의 안타까운 인생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다른 세 주인공의 감정, 고뇌, 인생이 대성당의 시대와 얽혀 비극을 빚어냅니다. 그 속에서 인물들은 운명에 저항하기도 하고, 운명을 원망하기도 하고, 운명을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각자의 삶을 빛나게 하는, 가치 있는 무언가를 지켜내고자 분투하면서 말이죠.

 

<맘마 미아>
로맨스, 모녀간의 사랑, 추억, 생활, 과거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소피와 도나의 이야기로 '맘마 미아'는 '어머나'와 유사한 어감의 감탄사로, 스웨덴 팝 그룹 'ABBA'의 곡으로 구성된 뮤지컬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습니다.
과거를 긍정하며 밝은 미래로 한 걸음 나아가려는 순간을 함께 한 관객들 역시 미래를 향해 한층 성장해 있을지 모릅니다.

 

<드림걸즈>
미국의 1960년대를 대표하는 흑인 여성 트리오 '슈프림즈'의 실화를 토대로 제작된 뮤지컬로 당시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화려한 쇼'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자신들을 가로막는 한계에 굴하지 않고 고군분투하는 세 사람의 모습과 우정에, 관객들도 함께 간절한 마음을 안고 행복해하거나 분노하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예술과 상업성, 과정과 결과, 수단과 목적 사이에 대한 고민에 다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극은 하나의 커다란 콘서트처럼 영혼과 꿈이 담긴 노래로 관객에게 삶의 이야기를 건넵니다.

 

<킹키부츠>
소수자, 남성성과 여성성, 사회적인 권력, 편견, 가족 관계, 인간의 본질과 인생의 소중함 등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한합니다.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본질이 무엇인지, 우리의 시야를 가두고 타인과 갈등하게 만드는 선입견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레 미제라블>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입니다. 19세기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의 삶과 투쟁, 인연을 그리고 있습니다.
'레 미제라블'은 '비참한 사람들' 혹은 '불쌍한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작은 죄로 인해 평생 쫓기는 신세가 된 비참한 장발장. 비참하게 죽어간 모든 이들, 비참한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모습을 극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열망,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용기, 나아가고자 하는 신념, 인간의 삶이 빛나는 모든 순간을 담고 있는 뮤지컬 <레 미제라블>은 오랜 시간 명작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간단한 소개 글과 스토리만으로도 관심을 끄는 명작들을 읽으며, 어떤 작품들은 이미 귓속으로 노랫소리가 자동 재생되는 것들도 있었는데, <맘마 미아>나 <드림걸스>가 바로 그것들이다. 너무 유명한 대작인 <노트르담 드 파리>, 한 번쯤 보고 싶은 <킹키부츠>, 잘 알려진 작품이지만 막상 제대로 알지는 못하는 <레 미제라블>.

 

어떤 형태가 되었든 이 작품들을 꼭 제대로 한번 만나보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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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 낭만과 상실, 관계의 본질을 향한 신경과학자의 여정
스테파니 카치오포 지음, 김희정 외 옮김 / 생각의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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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력한 사회활동이자 뇌의 잠재적 인지능력을 완성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도 사랑하는 것이다. (40페이지 中)"

 

'사랑'에 관한 독특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쓰인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저자의 사랑 이야기와 과학적 연구를 유연하게 오가며 쓰인 내용으로 어떻게 보면 저자의 일대기를 담은 자서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사랑'에 대한 저자의 명확한 견해에 대해서는 중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서술되어 있는데, 분명하고 명확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제시한 이야기들 속에 직접 경험한 사랑 이야기가 덧대어져 있어 딱딱하지 않고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생각해 보면, 흔하지만 또 한편으론 흔하지 않고, 가볍지만 무겁기도 한 '사랑'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와 작품은 수없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알쏭달쏭하고 명확하지 않은 '그렇다더라' 식의 이야기들이 생각보다 많다. 저자는 신경과학자로서 '사랑'에 접근했는데, 뇌과학 및 행동과학 연구들에 기반하여 본질적인 정의와 의미부터 명확히 짚고 넘어가는 형태로 하나씩 사랑에 대한 연구와 그 결괏값에 대해 풀어간다.

 

이것은 자신의 삶 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일과 결혼했다고 말했던 그녀가 어느 순간 한 남자를 만나고 사랑을 하고 실제로 겪으면서 느낀 일련의 이야기들은 사랑을 '마음'이 아닌 '뇌'를 통해 깊이 있게 통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랑이 얼마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어설프게 알고 있던 '사랑'이 주는 이점에 대해 보다 분명하고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를 이번에 가질 수 있었는데, 저자의 경험과 재미있는 실험들을 통해 다시 한번 그 영향력에 대해서도 실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저자가 혼자-함께-혼자이게 되면서 겪은 일련의 경험과 감정들은 우리가 긍정적인 삶, 더 나은 삶을 사는데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몸소 깨닫게 해주었다.

 

신경과학자의 경험과 실험을 통해 낭만과 상실, 관계의 본질을 향해 서술한 여정에 이제부터 함께 해보자.

 

저자는 '사랑'에 대한 자신의 연구와 실험에 대해 말하기 전에 자신이 연구하는 학문에 대한 정의는 물론, 사랑에 대한 기원과 의미부터 명확히 짚고 시작한다.

 

=====
이 책에서 여러 종류의 사랑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낭만적 사랑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
(...)
내가 연구하는 사회신경과학은 사랑에 관해 전체론적 방법으로 접근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뇌를 깊이 들여다봄으로써 사랑이라는 이 복잡한 신경생물학적 현상이 단지 뇌의 쾌락 중추만을 활성화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가장 진화되고 지적인 부분이자 지식을 습득하고 세상을 이해하게 해주는 인지 체계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을 발견한다.

18페이지 中
====

 

더불어 과학자로써 접근하는 기준과 조건들에 대해서도 함께 제시한다.

 

=====
과학자는 사랑이라는 용어를 정의하는데 그쳐서는 안되고, 자신이 내린 사랑의 정의가 해당되지 않는 상황, 즉 경계조건을 설정해야 한다.

20페이지 中
=====

 

이로써 이 책에서 담고자 하는 내용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명히 이야기한다.

 

=====
이 책에서는 나의 연구와 더불어 사회학부터 인류학, 경제학까지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동료 학자들의 연구를 소개하며 현대 과학이 인류의 가장 오래된 특성 중 하나인 사랑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21페이지 中
=====

 

책에 담긴 내용 중 사랑에 대한 오래된 표현들에 대한 소개 글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여태껏 문학이나 작품들을 통해 인지해 왔던 것이 인간이 만들어낸 잘못된 산물이라는 점에서 놀랍고 신기했다. 사람들은 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할 때 보통명사처럼 뇌가 아닌 심장이나 마음을 언급하는 것일까? 감정과 인지를 담당하는 주요 기관은 뇌이며, 사랑에 빠지고 머물 수 있게 하는 능력 역시 뇌의 소관인데도 말이다.

 

=====
사랑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랑과 심장의 오랜 연대를 끊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
대부분 사랑이나 다른 종류의 감정과 느낌 그리고 생각의 흐름을 말할 때 '심장 또는 마음'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 묘사한다.
(...)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이러한 표현들은 단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포함한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감정이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비롯된다고 믿던 시기에 인간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
상식적인 선에서 사람들은 마음이 가슴속에 있다고 믿었다.

24~25페이지 中
=====

 

살면서 크게 의문을 가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니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현재까지 이어져 온 팩트처럼 굳어진 의미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지금까지 '사랑'에 관한 저자의 관점과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의미, 기준안 등에 대해 설명하며 간단히 몸풀기를 진행했다면 본격적으로 저자 자신의 경험과 연구에 대한 내용들을 다양한 예시를 통해 풀어가는데 읽다 보면 '사랑'이 얼마나 삶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 알게 된다.

 

프랑스인 아버지와 이탈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외동딸로 자라온 저자에게 가족은 자신의 모든 것이자 자라면서 경험한 사회 생활의 전부였다. 단순하고 행복하며 단단한 보호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아주 어릴 적부터 스스로가 사촌들과 무언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나는 사회 생활에 깊고 열렬한 관심이 있으면서도 참여는 거의 하지 않고 대부분 아웃사이더로서 지켜보는 입장을 택했다.

46페이지 中
=====

 

그런 자신을 애지중지 키우며 보살펴주었던 외할머니 메메(애칭)가 뇌졸중으로 갑자기 사망하게 되면서 저자는 아홉 살, 할머니에게 벌어진 일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자신도 그 운명을 겪게 될 것 같은 예감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인생 목표를 뚜렷하게 정하게 된다.

 

이후 그녀는 신경과학자로서 오로지 일에만 매달리게 되는데, '사랑'에 관한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통해 여러 결과물을 내며 이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
인간의 능력이 다른 종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뇌의 크기가 아니라 뇌 세포 사이를 잇는 결합 신경 섬유의 양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은 정말이지 엄청난 양의 결합 신경 섬유를 갖고 있다.
(...)
이것이 심지어 자연적으로 진화했다는 사실은 놀랍다.

31페이지 中
=====

 

=====
연구를 통해 점점 더 확실히 알게 된 것은 사랑이 여러 가지 심오하고 신비한 방식으로 뇌에 영향을 주는 매우 복잡한 현상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매혹', 즉 우리가 욕망하는 사람에게 끌리는 느낌은 사랑보다 더 단순한 과정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
흥미로운 사실은 배우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상대에게 끌리는 요인 중 하나가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는 점이다. 그런 사실을 우리는 전혀 의식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54페이지 中
=====

 

정작 사랑에 대해 연구하는 과학자임에도 스스로는 그런 것들에 관심이 없거나 지나쳐 가기 일쑤였는데, '나는 단지 나일 뿐이었으며, 절대 주인공이 되지는 않고 늘 관찰자에 머물렀다.'라고 전한다.

 

책에 담겨 있는 여러 예시 중 기억에 남는 예시 하나를 꼽자면 심각한 뇌졸중을 앓고 있던 위게트의 이야기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좌측 공간 편측 무시증을 앓게 되면서 세상의 반을 볼 수 없게 된 위게트는 오른쪽 뇌가 손상되면서 왼쪽에 영향을 받게 된다. 왼쪽 눈은 정전된 듯 깜깜한 암흑 상태가 되면서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에게 치명적인 상황이 되는데 이때 저자는 재활치료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활용하면서 치료에 점차 진전을 보인다.

 

=====
손주에 대해 갖고 있는 긍정적인 연상이 뇌의 변연계를 활성화시키는 강력한 감정적 반응을 유발했고 이를 통해 결함을 이겨 내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할 수 있었다.

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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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게트의 회복은 뇌의 자가 회복력을 잘 보여주는데, 이것은 신경가소성으로 알려진 특별한 특징 덕이라고 말한다. 이는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또 한 가지 예로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과 가까운 지인의 이름을 연상시키는 러브 머신 실험을 통해 뇌의 변화에 대한 실험을 한 예시도 흥미로웠는데, 사랑이라는 감정이 주는 변화를 눈으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실험이었다.

 

=====
나는 러브 머신 실험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 프라이밍 되었을 때 생각을 달리하거나 적어도 생각의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9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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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과학자의 실험들에 대한 내용들도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그동안 막연히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내용을 확증으로 변화시켜준 예시이기도 했다. 이 실험은 버지니아 대학의 신경과학자 제임스 콘이 한 실험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음으로 인해 얻게 되는 보호 효과에 대한 실험이었는데, 건강한 연애 관계에 있는 참가들에게 가벼운 전기 충격을 가했을 때 파트너와 손을 잡고 있던 사람들이 통증을 훨씬 적게 느낀다는 점을 발견한 실험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문제가 있는 관계에서는 이러한 보호 효과가 아예 나타나지 않았으며, 만족스럽지 않은 관계에 있는 여성의 경우 파트너의 손을 잡고 있을 때도 완전히 혼자일 때와 같은 크기의 고통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비단 사랑의 잔재적 치유력만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관계의 질과 만족도의 중요성 역시 시사한다.

 

저자는 사랑의 반대 개념을 외로움으로 이야기하는데, 외로움을 느끼는 감정을 경계하라고 말한다.

 

=====
외로움은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느낌을 거스르도록 장난을 치고 진짜로 필요한 사회적 관계를 피하거나 경계하도록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사회적 관계에 대한 기대치에 그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한 외로울 때는 다른 사람을 너그럽게 믿어 주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이점을 과소평가하게 되기도 한다.

20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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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심리적 안녕에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회적 관계의 질인데, 외로움은 이러한 것들을 왜곡하거나 피하는 형태를 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외로움은 코로나 시국을 경험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번져나갔는데, 이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제시해 주고 있다.

 

저자는 사랑의 네트워크가 작동하지 않고 모두가 외로움의 위험에 노출된 격리 기간에도 스스로의 사회적 신체를 돌보고 유지할 수 있는 방법들의 첫 글자를 따 만든 단어로 G.R.A.C.E.라고 말한다.

 

◆감사: Gratitude
매일 감사하는 마음을 통해 주관적으로 느끼는 건강을 크게 증진시키고 외로움을 감소시킬 수 있다.

 

◆호혜: Reciprocity
주변에 외로운 사람이 있다면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을 통해 존중받고 의지가 되는 중요한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스스로의 가치와 소속감을 느끼고 고립된 느낌을 줄일 수 있다.

 

◆이타심: Altruism
다른 사람을 돕고 내가 가진 지식을 공유하고 사명감을 느껴보는 것이 중요하다.

 

◆선택: Choice
모든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외롭기를 바라는지 행복하기를 바라는지 지금 당장 결정할 수 있다.

 

◆즐거움: Enjoyment
즐겁게 살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삶을 즐기자. 즐거움이 건강과 삶의 만족을 가져다준다는 점은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삶의 각 단계에서 느끼는 감정적 긍정 효과에 대한 언급도 눈여겨볼 만한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공감이 갔다.

 

=====
삶의 초기 단계에서의 사람들은 미래를 '광범위하고 제한이 없는'것으로 인식하며 죽음에 대한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거나 건강에 위협을 느끼면 내적 계산 방식이 달라진다. 이제 '감정적 균형'을 찾고자 하며 중요하고 만족스러운 인간관계와 경험에 더 집중하고 미래보다는 현재에, 양보다는 질에 더 관심을 갖는다. 과거의 수집가는 이제 경험자가 된다.

이러한 변화를 겪고 나면 보통은 더 나은 삶을 살게 된다.

218~219페이지 中
=====

 

어린 시절부터 오로지 혼자라고 믿고 살아왔던 그녀에게 불현듯 찾아온 영혼의 단짝, 남편 존을 잃고 그녀는 꽤 힘든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다시금 일상을 회복하게 되는데, 자신의 경험을 통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
사랑은 우리가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개념이라는 점이다. 사랑이라는 현상은 고립되고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아니라 인지적, 생물학적 필요로써 측정할 수는 있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그리고 우리를 더 나은 파트너일 뿐 아니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힘을 가진 것으로 바라보기 시작해야 한다.
(...)
삶에서 사랑을 경험하는 한 인간으로서도 영원한 사랑의 열쇠를 찾았다는 확신이 든다. 그 열쇠는 바로 열린 마음이다. (...) 마음을 연다는 것은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

279페이지 中
=====

 

단순히 자신의 잡(job)으로써 접근한 가설과 증명이 아니라, 실제 자신이 겪은 삶의 진지한 이야기와 경험을 바탕으로 전개하고 있어 더 진실성 있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외로움 박사 존과 사랑 박사 스테파니가 만나 함께 한 사랑은 단순한 사랑에 그치지 않았다. 그들이 연구하고 있는 과학적 이론과 실험이 자신들의 삶과 사랑에 녹아 있었으며 존이 떠난 후 혼자 남은 스테파니의 삶 속에도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사랑'이 선사해 주는 낭만과 이를 잃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 그리고 사랑을 통해 맺는 관계들이 뇌에서 어떤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고 이것이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과 연구를 통해 증명한 것은 물론, 실제 삶을 통해 보여준 저자는 분명하게 말한다.

 

사랑하라!

 

사랑을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단순히 환상으로만 치부하는 사람들에게, 상실의 고통을 경험하고 있는 이들에게 '사랑'이 정답이라고.

 

=====
두려움이 가차 없이 밀려드는 상황에서 내가 알게 된 것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을 통제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눈을 크게 뜨고 소리를 지르는 편이 훨씬 나으며 친구의 팔을 꽉 붙잡거나 아니면 옆에 앉은 모르는 사람에게라도 손을 잡아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266페이지 中
=====

 

수없이 휘청이는 삶의 한가운데 자리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저자의 메시지는 어쩌면 스스로 중심을 잡고 살아갈 수 있는 방식을 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외로움을 혼자 삭히며 어디에도 표출하지 못하고 사는 삶을 살기보다,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소리라도 지르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을 택하라는 것. 이것의 기본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어릴 때부터 타인과 접점을 가지지 않고 관찰자로서만 존재했던 스테파니가 마음을 엶으로써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끝내 혼자 남게 되었을 때도 다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처럼 자신을 긍정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곧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시켜 타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곧 이 제목이 말하는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 가장 근접한 정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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