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살아 봐, 인생은 내 것이니까 - 풍파 마스터 어르신들의 삐뚤빼뚤 고민 상담
11명의 신이어들 지음 / 카멜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에는 보기 힘든 세대 간 삶의 고민을 나누는 재미있는 책 한 권을 발견했다. 2030 세대의 가족/건강/사랑/진로/돈/일/삶의 7가지 주제에 대한 질문에 7080 신이어들이 그동안 살아온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답을 했다.

 

인생의 굴곡만큼 삐뚤빼뚤 제각각의 글씨로 쓰인 어르신들의 응답 글에서 솔직한 답변을 엿볼 수 있었는데, 그동안 막연히 세대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고 생각해서 소통이 될까 염려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그들이 전하는 답변은 인생 선배의 푸근한 조언처럼 다가왔다.

 

방식은 평균 나이 만 81세 11명의 신이어 카운슬러들이 2030의 궁금증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읽으면서 세대와 상관없이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것들을 겪으며, 여전히 비슷한 해답을 찾고 있는 것 같아 동질감과 친근감이 느껴졌다.

 

더불어 보통 우리가 상급자나 연장자를 뜻하는 '시니어'라는 단어를 여기서는 어르신들 표현으로 '시니어'를 ‘신이어’ 그대로 표기했는데, 맞춤법이나 어르신식 표현들이 그대로 실려있어 투박하지만 다정한 느낌들이 그대로 느껴졌다.

 

책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알록달록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어 초등학교 글 모음집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더 내용들이 한눈에 쏙쏙 들어왔다.

 

또한 2030세대들의 질문 글은 타이핑 형태로 표기하고, 신이어의 답변 글은 손글씨 그대로 표기함으로써 질문과 답변 글을 구분하고 신이어들의 상담 내용을 보다 주목해서 읽을 수 있게 하였다. 혹시나 손글씨의 답변 내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을까 봐 하단에 타이핑으로 다시 한번 표기하는 센스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어떤 답변은 위트가 넘쳤고, 또 어떤 답변은 명쾌한 해답이 주어지기도 했으며, 어떤 답변은 오래 산 그들마저도 모른다는 솔직 담백한 답변이 돌아왔는데, 약 50여 년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고민은 비슷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급변하는 사회 변화 속에서 최근 몇 년간 심하게 벌어졌던 젊은 세대와 어르신 세대의 단절의 벽이 잠시나마 삶을 논할 때는 허물어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읽다 보면 삶에 대한 통찰력이 느껴져 '삶은 그런 거지'라는 생각과 더불어 공감과 위로를 받게 되었다.

 

살면서 다들 한 번씩 하는 인생에 대한 고민들은 어떤 것들이 있고, 이런 고민에 '신이어'들은 어떤 답을 했는데 인상 깊었던 몇몇 문답내용들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1)
Q: 결혼과 출산은 저의 성과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박사 과정 중인데, 사람들이 '넌 결혼했잖아, 출산했잖아.'라고 얘기하는 게 너무 스트레스예요. 전 왜 이런 인간일까요?
A: 남의 말 의식하지 말고 내 의지대로 살아요. 내 인생 남이 살아 주는 거 아니니까 그런 스트레스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내보내세요♡

 

2)
Q: 결혼하는 용기는 어디서 나는 걸까요?
A: 몰라, 나도. 연애박사가 아니니까.

 

3)
Q: 남자 친구가 왜 안 생길까요?
A: 눈을 딱 뜨고 계속 찾아라.

 

4)
Q: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달리고 있지만 좀처럼 결과가 안 나와요.
A: 아직 때가 늦을 때가 있더라고요. 꿈을 위해 달리다 보면 꼭 좋은 날이 올 겁니다. 꿈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겠어요.

 

5)
Q: 돈을 위한 직업 vs 좋아하는 직업, 너무 고민입니다!
A: 좋아하는 거 하면 돈 많이 벌 수 있다.

 

6)
Q: 꼰대 상사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A: 투명 인간 취급하거나 속으로 주문을 외우세요. '상사는 투명 인간이다.'라고 취급하세요. 힘내세요. 

 

 


이들의 질문과 답변을 읽다 보면 세대 차이가 느껴지기보다, 공감과 위로가 느껴지는 부분이 훨씬 많다. 때론 너무 솔직한 답변에 웃음이 나기도 하고, 단순 명료한 질문에 그동안 너무 복잡하게 생각했나 싶은 생각도 든다. 삶과 일의 어려움에 대해서 무조건 참으라거나 허황된 일이라며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기보다 다정한 위로와 미래지향적인 답변을 통해 긍정적이고 다정한 한마디를 건넨다. 그래서 더 푸근하고 따뜻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툭툭 내뱉는 무미건조한 말 같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담백함과 매운 쓴소리, 직설적인 답변들은 그래서 '꼰대적'으로 다가오기보다 '잔잔한 위로'로 다가온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가족/건강/사랑/진로/돈/일/삶의 문제들이 인생을 먼저 산 신이어들도 똑같이 겪어왔음을, 또한 여전히 풀지 못한 문제가 있음을 공유하게 되면서 같은 상황들을 이해하고 보듬게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억지스럽게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삶을 살면서 고민하게 되는 비슷한 문제들에 대해 솔직 담백하게 문답 형태를 빌어 소통하는 방식으로 만나보니 서로에게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이나 관계가 충분히 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고민 많은 청년과 경험 많은 어르신들이 전하는 신이어 상담소를 통해 인생의 다양한 고민들을 함께 나눠보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