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낀 이야기 스페이드의 여왕 - 뿌쉬낀 명작 단편선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백준현 옮김 / 작가와비평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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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작품을 주로 읽어오다가 오랜만에 고전문학을 읽게 되었는데, 러시아 작가이자 시인이었던 뿌쉬낀의 소설 '벨낀 이야기 스페이드의 여왕'이다. 현대시와 소설, 에세이 등을 접하다 고전문학을 읽어보니 고전문학만이 주는 묵직함과 그 시대의 맛이 느껴진다. 사실 뿌쉬낀(푸시킨)은 나에겐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었는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생각보다 유명한 작가이자 시인이며, 익히 알고 있는 시의 저자인 것을 알게 되어 반갑고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나처럼 뿌쉬낀이 누구인지 도통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시를 읊어준다면 바로 무릎을 탁 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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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드르 뿌쉬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서러워하지 말라
절망의 나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은 한순간에 사라지지만 가버린 것은 마음에 소중하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며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은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은 오고야 말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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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의 소설을 많이 봐서인지, 처음에 러시아 작가라는 말에 낯설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푸시킨 외에도 생각보다 유명한 러시아 작가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새삼 놀라웠다. 익히 우리도 많이 알고 있는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등을 꼽을 있는데 이미 이들의 작품들은 연극, 영화, 뮤지컬, 문학작품 등에서 많이 접해봤을 것이다.

 

러시아에서 국민 시인이자 소설가로 꼽히는 뿌쉬낀. 이 책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뿌쉬낀이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들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특히 단편집 후미에 실려있는 <뿌쉬낀의 삶과 문학 세계>, <개별 작품 해설>, <뿌쉬낀 연보>에서 뿌쉬낀의 삶과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구체적 설명, 그리고 앞선 6개의 단편집들에 대한 해설이 실려있어 여러모로 뿌쉬낀이라는 작가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단편집을 읽는 것인지 뿌쉬낀의 전기를 읽는 것인지 애매모호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는 아마 이야기의 첫 시작부터 이야기 속 또 다른 이야기를 삽입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뿌쉬낀이 녹아들어가 있어 그렇게 느껴지는 듯하다. 책의 처음은 모호함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어갔고 책의 마지막은 그의 일대기와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객관적으로 서술함으로써 현실적 맥락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이와 같은 형태는 그의 각 단편들에서도 나타나는데 당시의 러시아 문화와 사회적 배경, 그리고 낭만주의를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전반적으로 이 책을 살펴보면, 이야기의 구성은 크게 2개의 제목으로 나누어 전개되고 있는데 <벨낀 이야기>와 <스페이드의 여왕>이 그것이다. <벨낀 이야기>는 벨낀이라는 사람이 남긴 이야기들을 발행인이 엮어 세상에 발표된다는 형식을 갖추고 있는데, 여기서 벨낀은 사실 가상의 인물이다. 실상은 뿌쉬낀이 발행인이며 '발행인의 말'을 통해 5편의 단편을 어떻게 이해하면 되는지 간접적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형태로 이해하면 된다. <벨낀 이야기>에는 각기 다른 5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스페이드의 여왕>은 하나의 단편만이 수록되어 있다.

 

각 단편들은 그 시대 러시아의 낭만주의적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 이야기의 끝은 항상 현실적인 맺음으로 끝난다는 게 특징이다. 문학사적으로는 그의 작품들 속에 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요소를 담고 있어 예술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들이라는 소견이 지배적이다.

 

러시아식 이름이라 발음하거나 읽기가 조금 까다롭지만, 스토리의 흐름은 그다지 어렵지 않아 러시아 문학이 처음이거나 뿌쉬낀의 작품이 처음인 이들이 읽기엔 적당한 소설인듯하다. 개인적으로 뿌쉬낀의 작품들은 예상의 범주를 넘어선 결말이라 허무함 혹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보면 그 시대 낭만주의적 감성에서 결론은 늘 현실적이며 사실주의적으로 끝맺었다는 게 가장 적합한 표현일듯하다.

 

단편들 중 특히 인상에 남았던 작품은 <남겨둔 한 발>, <눈보라>, <역참지기>, <스페이드의 여왕>이다. 이 네 개의 단편들은 특히 더 낭만적인 감성의 흐름에서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로 끝맺음으로써 그 간격이 확 와닿는 소설들이었는데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남겨둔 한 발>은 실비오가 복수를 위해 훗날을 위해 남겨둔 한 발의 총알과 결투에 대한 이야기인데 예상했던 기대와 달리 자신의 만족감만 채우고 떠난다. 이런 실비오의 모습과 그의 허무한 죽음을 단 몇 줄로 정리하는 글을 통해 낭만주의적 감성이 급격하게 건조하고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눈보라>는 사랑에 빠진 두 연인이 부모의 반대로 난관에 부딪히면서 둘이 떠나기로 결심을 한다. 그런데 하필 디데이에 눈보라가 심하게 치면서 연인인 블라지미르는 결국 길을 헤매다 약속 장소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했고, 우연찮게 지나가던 한 장교는 장난기가 발동해 신랑인 척한다. 결국 결혼식 도중 신랑이 아님을 알게 된 신부는 그 자리를 떠나 집으로 돌아오고 여성의 집에서는 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시간이 흐른다. 연인이었던 블라지미르는 그 이후로 연인도 만나지 못하고 그대로 전쟁터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후에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장교와 사랑에 빠지면서 신부 마리야와 장교 부르민은 해피엔딩을 맞는다. 결말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짤막한 한 줄로 마무리되는 이 단편소설은 어찌 보면 허무하고 당황스럽다.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결론이라는 생각도 든다.

 

<역참지기>는 가난한 역참지기와 함께 살던 딸에 관한 이야기다. 어느 날 갑자기 귀족 청년 장교에게 납치되듯 실종된 그의 딸. 역참지기는 딸을 되찾기 위해 장교를 어렵사리 찾아가지만 결국 역참지기는 혼자 되돌아오고 이후 딸의 걱정으로 술로 지새우던 그는 몸과 마음이 망가져 죽고 만다. 이후 시간이 흘러 역참지기와 친분이 있던 화자를 통해 그 후의 이야기가 서술되는데, 유린당하고 불행한 삶을 살 거라 짐작했던 그녀의 딸은 유복한 모습으로 아이 셋을 데리고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초반에 가난과 부유함이라는 대조되는 배경을 깔아두어 흔히 생각하는 패턴대로 전개될 거라 예상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끝맺음을 한다. 막연하게 딸이 불행할 거라 생각하여 애끓는 마음에 술독에 빠져 서글픈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 하지만 실제 딸은 아이 셋을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뭔가 배신당한 느낌이 드는 한편, 너무 한쪽으로만 무게가 실려 혼자 낙담하고 걱정하느라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역참지기의 삶에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감상적이고 흔한 전개가 아닌 현실적이면서 비트는 스토리가 새롭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스페이드의 여왕>은 카드 석장에 얽힌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로, 여러 장르가 혼합되어 있다. 오묘하고 우울함 분위기가 자잘하게 깔려있어 전반적으로 침체된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 번잡스러운 느낌이 드는 때는 오직 치매에 걸린 백작부인의 요청에 따라 피후견인인 리자가 급박하게 지시를 따를 때뿐이다. 평소 검약 생활을 하던 게르만은 우연히 듣게 된 카드 세 장의 비밀에 얽힌 일화를 듣고 일확천금을 노리고 리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마침내 디데이, 카드의 비밀을 추궁하던 중 백작부인이 죽고, 이후 유령의 모습으로 나타나 카드 세 개를 순서대로 알려준다. 유령이 알려준 순서에 따라 카드게임에서 연승하던 중 마지막 게임에서 실수를 한 그는 모든 것을 잃고 정신 이상 상태가 되어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너무 허무맹랑한 것을 바래서였을까? 초자연적인 현상을 목도하고 그것을 맹신하듯 믿었던 그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반면 그 주변에 있던 인물들은 오히려 이후 좋은 결말을 맺게 된다.

 

에피그라프에서 전하는 '찌푸린 날씨면 카드게임을 했다'라는 글귀, 젊은 노름꾼들이 카드게임을 하며 파이프에서 뿜어내는 매캐한 연기, 게르만이 리자의 편지를 따라 백작 부인의 침실을 향해 가는 동선의 묘사를 통해 그려지는 모습들은 어딘가 휑하고 침체된 분위기를 형성한다. 항상 검소한 생활을 했지만 한순간의 잘못된 유혹에 휩쓸려 나락으로 떨어진 게르만이라는 인물을 통해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꾼 자의 말로를 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이 단편집들은 초반에 낭만주의적 감성들을 향해 나아가지만 종내엔 허무함과 씁쓸함이 남는다. 꿈은 꾸었지만 현실은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 더 그렇게 느껴진다. 마치 우리네 인생을 담아낸 듯도 하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붕 떠 있던 불완전한 마음을 안전하게 현실로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작품이라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는 단편집외에 그의 문학과 삶을 연도와 시간 순서대로 잘 정리해두어 뿌쉬낀의 전기로써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작품세계와 뿌쉬낀 이라는 인물이 궁금하다면 한번쯤 읽어보는것도 좋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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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낀 이야기 스페이드의 여왕 - 뿌쉬낀 명작 단편선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백준현 옮김 / 작가와비평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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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문호인 뿌쉬낀이 전하는 현실감 돋는 삶의 이면! 우리는 한때 낭만을 꿈꾸지만, 낭만은 낭만일뿐 결국 현실은 그것과 다르다. 그의 문학작품과 현실적 삶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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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옛날엔 그랬어
비움 지음 / 인디언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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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시'는 그저 문학작품으로만 받아들여졌다. 아름다운 표현과 함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선생님의 가르침에 세뇌되고 익혀진 감각으로 수능과 시험 문제의 답으로만 여겨진 것이다. 그때의 시는 그렇게 그 존재 자체의 의미와 아름다움보다는 다른 것을 위한 목적으로서만 존재했다. 그런데 교과서적인 학습에서 벗어나 인생을 살면서 우연히 접한 '시'는 학창 시절의 그것과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시 자체를 표현하는 방식의 변화도 있었지만 이것을 온전히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마음이 열리니 다른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짤막한 한 줄로도 느껴지는 감각과 표현들이 새롭고 즐겁게 다가왔다. 과거에 학습을 위한 '시'도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펼쳐두니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를 썼을지 호기심과 궁금증이 인다.

 

그렇다고 모든 시가 다 아름답고 이해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시의 특성상 산문처럼 펼쳐두는 글이 아니기에, 함축적 의미와 비유는 때론 난해하게 다가올 때도 있다. 작가에게 의미 있는 사물과 경험에서 서술되는 표현이기에 타인의 관점에서는 어렵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래도 분명 '시'만이 주는 경쾌함과 매력이 있다. 짤막하고 간결한 문장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슴속에 와닿아 스며드는 그것만의 특성이 있다.

 

이 시집에는 총 4개 파트, 114개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 중 시인이 직접 그린 27편의 일러스트도 포함되어 있어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각 '시'들은 툭툭 내뱉듯 표현되어 있는데 다양한 사물과, 생각, 감정, 시인의 경험들이 녹아들어 있다. 그래서 시인이 직접 쓰고 그린 '시'와 '시화'는 하나의 이야기처럼 엮어서 감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어떤 시는 일상 속에서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경험과 감정들을 담고 있는데 단 몇 줄로 공감 가는 내용들이 있다.

 

또 어떤 시는 다중적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시도 있다. '손가락을 보여 줄까요?'라는 제목의 시처럼 쓰인 글 자체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다른 것의 비유로써 읽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시도 있다. 이를테면, 가난해서 비웠다고 표현한 것이 마음일 수도,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일 수도, 혹은 또 다른 무엇일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시인의 생각이 내포된 표현일 수도 있다. 그런 비유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면 그저 시 자체로, 일러스트와 함께 감상해 보는 것도 괜찮다.

 

'깍두기'라는 시는 깍두기가 담겨 있는 형태를 표현한 시인데, 읽으면서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던 시 중 하나다. 네모난 형태를 보고 '각진 사내'로 의인화하고,  둥글지 못해 굴러가지 못하고 빨간 국물 속에 담겨있는 모습들이 눈에 그려지는 시다.

 

'세탁'이라는 시는 화가 나거나 속상할 때 떠오를 것 같은 시다. 세탁할 때 때리고 뒤섞이고 엎어지는 소리와 형태를 보고 온갖 나쁜 말들을 그 속에 함께 넣고 세탁기를 돌리는 형상이 상상이 되어 속 시원한 생각마저 든다. 그렇게 깨끗하게 세탁이 끝나면, 더럽고 기분 나쁜 말들은 깨끗하게 세탁되어 좋은 말들만 남고, 구정물 속에 섞인 말의 시체들이 어느새 하수구를 통해 빠져나가는 모습이 연상된다. 우리의 마음도 이처럼 속상하거나 화가 나는 일이 있을 때 세탁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부모님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선풍기'라는 시는 애처롭고 짠 내가 풍기는 시다. 고이고이 아껴서 사용한 10년이 넘은 선풍기에 빗대어 담고 있는 의미들은 쉬이 가볍다고 여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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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진짜 얼굴을 보게 된 것이다. 언어로 그림을 그려주고, 맛보게 하며, 느껴지도록 만질 수 있게 해 주는 것, '읽는다.'는 말도 있지만 예술처럼 '감상한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 크게 소리 내 울지 않아도 싸한 가슴을 느끼게 해 주는 것, 단정하게 예의가 스며들어 있는 것 … 그게 시가 가진 매력이었다.

에필로그 11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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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시의 진짜 얼굴을 발견하면서 보게 된 것들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시'에 대한 표현으로 가장 맛깔스러운 표현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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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날씬함과 함축과 비유를 사랑한다. 이것들이 시를 읽는데 어려움을 주기는 하지만 이들 때문에 시가 빛나고 더 아름답다. 다른 문학 장르가 갖고 있지 않은 뚜렷한 매력이 아닌가!

에필로그 1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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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날씬함'이라는 말은 '시' 자체를 형상화할 수 있게 해준다. 시인의 이 글에서, 빛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함축과 비유를 몸에 두르고 날씬한 몸을 한껏 뽐내는 '시'의 모습이 그려졌다. 


저자의 삶과 생각의 모든 부분들이 담겨있어 더 와닿았던 <나도 옛날에 그랬어>를 통해 나만의 이야기도 투영해 보고, 사물과 생각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보는 것도 재미있는 발상의 전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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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옛날엔 그랬어
비움 지음 / 인디언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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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삶과 생각의 모든 부분이 담긴 시를 통해 사물과, 생각,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툭툭 내뱉듯 담담히 기록된 시를 통해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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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포켓 가이드북 & 다이어리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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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다음에 꼭 다시 와보리라 마음먹었던 '산티아고 순례길'. 과거 산티아고 순례길이 종교적 목적의 순례를 위한 길로 많이 알려졌다면, 현재는 종교적 목적보다는 개인의 명상이나 자신의 내면을 찾기 위해 찾아가는 길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약 한 달여 기간 동안 먼 길을 걸어서 이동하는 만큼 쉽지 않은 여정이기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이 책을 통해서 사전에 일정과 준비물을 체크해 보면 좋겠다.

 

완주의 목적도 있겠지만, 오히려 하루하루 걸으면서 느껴지는 게 더 많다는 순례길의 여정에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미리 가이드북을 살펴보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사계절>

 

◆봄(4월 중순~5월 말)
스페인 북부는 건조한 날씨가 시작되며 일부 지역은 비가 많이 내린다.

◆여름(6월~9월 중순)
날씨가 너무 덥고 뜨거워 12시 이후에는 걷기가 힘들다.

◆가을(9월 말~11월 중순)
평균 25도를 유지하는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므로 걷기가 수월하다.

◆겨울(11월 말~다음 해 4월 초)
겨울에 눈이 상당히 많이 오는데, 녹지 않고 얼어있는 구간이 많아서 걷기가 힘들다.

 


저자는 순례길을 걸을 때마다 긍정적인 기운과 감동을 받는다고 하는데, 아마 다른 순례자들 역시도 새롭고 긍정적인 미래를 만들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이지 않을까? 완주에만 국한되는 게 아닌, 옛 순례자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며 스페인의 또 다른 매력도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아래는 참고하면 좋을 산티아고 순례길 관련 Q&A를 정리해 보았다.

 

Q.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프랑스 길을 걷는다고 하는데, 프랑스 길은 어디인가요?
'프랑스 길'은 순례자가 되기 위해 가장 많이 찾는 길로, 여러 순례길 중 가장 정비가 잘 되어 있고 숙소 체계도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프랑스 길은 프랑스의 생장 피드 포트에서 갈리시아 지방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약 800km를 걷는다. 스페인 북부의 17개 자치주 중 4개의 자치주를 지나게 된다.

 

Q. 1년 중 가장 걷기 좋은 때는 언제인가요?
대한민국의 날씨를 생각하면 쉽게 연상이 되는데 5~6월의 봄, 9~10월의 가을이 걷기가 좋은 계절이다.

 

Q. 프랑스 길 기준 약 800km를 걷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하루 25km를 걷는다면 약 32일 정도 소요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개인마다 체력과 기간에 차이가 있고, 취향에 따라 며칠 더 머무를 수도 있으므로 각자의 일정에 따라 계획을 세우면 된다.

 

Q.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길을 잃어버리거나 위험하진 않을까요?
노란색 화살표나 인도에 마크를 표시하여 길을 잃을 가능성을 덜어주고 있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도시들은 바닥에 조개 모양으로 표시해 놓은 경우가 많으므로 해당 표시들을 따라 이동하면 된다.

 

Q.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순례길을 걷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준비물 또한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배낭의 무게를 가볍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최소한의 준비물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등산화: 가볍고 통풍이 잘 되는 것으로 준비한다.
2. 배낭: 보통 45L로 가장 많이 사용한다.
3. 등산용 스틱(지팡이): 필수용품은 아니므로 개인의 선택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4. 침낭: 계절에 상관없이 반드시 필요한 준비물이다.
5. 판초 우비: 겨울보다 여름에 필요하다.
6. 점퍼: 여름에는 어떤 외투든 상관없으며, 겨울에는 따뜻하지만 가벼운 점퍼가 좋다.
7. 그 외: 상/하의 속옷, 양말, 의약품, 세면도구, 수건, 선크림, 스마트폰을 준비하면 좋다.

 

Q. 걸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몸의 이상반응은 무엇일까요?
걸으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발에 물집이 잡히는 것이다. 물집이 잡히면 걷는 자세가 흐트러져서 걷는 것이 더 힘들어지고, 신경도 많이 쓰여서 걷는 것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전에 바세린, 풋크림과 같은 제품을 준비해서 물집이 잡혔을 때 대처하면 좋다.

 

Q. 식사는 어떻게 하나요?
보통 아침은 6~7사이에 일어나 간단히 먹고 출발하며, 점심은 시간에 맞춰 레스토랑이나 아예 먹지 않고 걸어갈 때도 많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는 12시 30분 이후부터 점심 식사가 가능하니 참고하여 레스토랑을 이용하면 된다. 저녁식사는 마트에서 요리 재료를 사다가 만들어 먹기도 하고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도 하는데 다른 순례자들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함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친해지는 방법이다. 참고로 저녁식사는 6시 30분 이후부터 식사를 할 수 있다.

 

Q. 순례자들은 어디에서 머무나요?
순례자를 위한 숙소를 '알베르게'라고 부르는데 공립과 사립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난다. 알베르게에서는 보통 남녀 구분 없이 배정되고, 밤 10시면 문을 닫고 아침 8시에 비워줘야 하니 참고하자.

 


이 책은 33일의 일정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여정을 소개하고 있는데 <생 장 피드포트>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하루하루의 이동경로와 이동거리, 소요시간, 도시별 알베르게, 순례길을 지나는 도시 및 성당과 문화재, 지도, 참고하면 좋을 팁과 주의사항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있다. 더불어 나의 순례길을 기록할 수 있는 플래너 및 다이어리 페이지도 추가되어 있으니 잘 활용해 보자.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의 여정을 함께 걷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 여정길에 지나는 도시 중 기억에 남는 도시 몇 곳을 살펴보려고 한다.

 

<부르고스>
스페인 북부 문화의 도시이자 경제의 도시로 부유한 도시로 알려져 있다. 교역과 관광의 중심지이자 2차 산업이 발달하여 밀을 주로 생산하는 스페인 북부의 대표 도시이다. 고대 교회와 수녀원이 많은 역사의 도시이며 현재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부르고스 고딕 성당도 만나볼 수 있다.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중앙에 위치한 큰 도시에 속한다. 산타 클라라의 로얄 수도원, 산 후안 드 세스틸로스의 예배당, 사라비아 극장 등을 이 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레온>
스페인 북부의 대표적인 도시인 레온은 과거 레온 왕국의 수도였다. 레온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약 300km 지점에 도착했다는 표시를 해주는 도시이기도 하며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축물이 많은 도시다.

 

<아스트로가>
산티아고 순례길의 마지막 250km 지점 정도에 있는 도시로 2000년 전에 로마인들에 의해 세워진 유서 깊은 도시이다. 가우디가 초창기 디자인한 건축물인 네오 고딕 양식의 주교관 건물도 만나볼 수 있으며, 이외에도 17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시청이 있는 마요르 광장과,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아스트로가 대성당도 만나볼 수 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착지로 기독교 3대 성지이기도 하다. 성당 안에 들어가면 '영광의 문' 중앙에 앉아 있는 성 야곱을 볼 수 있다.

 


주변의 것들에 너무 많은 시선을 빼앗겨서 놓치고 있는 것들을 배낭 하나 메고 걸으면서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어쩌면 평생에 다시없을 시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발에 진물이 나고, 지치고 힘들지만 그저 펼쳐진 자연과 문화재를 둘러보며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온전히 가질 수 있는 길이기에 사람들은 힘든 여정에도 그곳을 방문하고 기억하나 보다. 그래서 그 길에서 마주치는 이들은 인종, 종교, 남녀 구분 없이 모두 친구가 되는 것이리라. 모두 같은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지만 그 길 위에 수많은 사연과 고민을 안고 걸어가는 이들이 결국 찾게 되는 것 중의 공통점은 내일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지 않을까? 그들은 그 길 위에서 무엇을 찾고, 무엇을 내려놓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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