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무늬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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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감각으로 사물에 새겨진 기억의 무늬를 따라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



백희성 작가의 전작인 '빛이 이끄는 곳으로'를 꽤 인상 깊게 읽어선지, 이번 신작인 '기억의 무늬'도 엄청 기대가 되었다. 이번에는 어떤 소재로 감동을 줄까 꽤 궁금했는데, 이번에는 건축이 아닌 기억이 스며든 특별한 가구를 바탕으로 스토리가 전개됨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반가운 이름이 하나 눈에 띄었는데, 바로 전작인 '빛이 이끄는 곳으로'의 주인공인 뤼미에르 클레제가 이번에는 도움을 주는 역할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어딘가 익숙하다 해서 찾아봤더니 역시나 같은 이름이어서 놀랍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문화유산을 제외하면 실제 사용하는 건축물이나 물건들을 대를 이어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 이 책의 소재로 쓰인 아기 침대와 엄마 의자, 그리고 할머니의 에보니 침대를 보면서 물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특히 애정을 가지고 아꼈던 어떤 물건을 다음 세대, 그리고 또 다음 세대로 전달한다는 것이 가진 의미가 뭉클하게 다가와 더 그랬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총 1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부모님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홀로 파헤치는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카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약간의 추리와 기억, 그리고 추억에 대한 회상신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 때문에 뭉클한 지점과 감동의 순간을 몇 차례 마주하게 된다.


처음에는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 두려움과 무거운 분위기에 살짝 마음이 일렁였는데,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추측과는 다르게 오히려 안타까움과 감동이 밀려들었다.


그리고 그런 감동이 배가 된 이유는 바로 카미가 앓고 있는 안면인식장애 때문이었는데, 오히려 이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더 오래도록 감촉과 기억을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달까.


아마 카미가 이런 장애를 갖고 있지 않았다면, 어쩌면 지금과 같은 감동과 기억은 오래도록 가슴에 담을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범인 혹은 진짜 중요한 가족을 찾는 일이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독 발달한 '촉감'과 '관찰력' 덕분에 카미는 소중한 가족도, 그리고 엄마에 대한 기억도 마음에 새길 수 있게 된다. 마지막에 클라이맥스처럼 크게 훅 다가온 건 아기 침대였는데, 이 장면에 대한 묘사는 직접 글을 통해서 만나보면 더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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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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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

-열여섯 살부터 매주 화요일이면 경찰서를 방문해 세 살이던 해에 일어난 미제 살인 사건 파일을 열람함

-부모님의 사고가 있던 날 뇌의 후두 측두엽 손상으로 안면인식장애에 대해 회복 불가능 판정받음


■뤼미에르 클레제

-카미가 안면인식장애에 대해 털어놓은 유일한 사람

-어릴 적 소꿉친구이자 동네 형

-전작 '빛이 이끄는 곳으로'의 주인공


■프레드릭 르클레르

-카미 부모님의 사망사건을 담당했던 경찰


■학교 친구들

-아마데우

-스토프 도네

-클로에 로헝(크리스토프의 단짝 여자친구)


■폴 가셰

-카미의 정신과 주치의


■시뇨라 로사

-카미의 이웃으로 토마토 마녀라고 불림

-카미의 식사를 잘 챙겨줌


■레옹 휘트모어

-학교 청소부


■알랑 교수

-아가일 패턴의 옷을 광적으로 좋아함

-추후 카미의 일을 도와주는 역할


■쥬느비에브 마르셀링

-가구 디자이너


■카미의 부모님

-아버지 세바스티안 루

-어머니 셀린 루: 우울증을 앓고 있었음


■클레르 모로

-사망한 카미의 친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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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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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인식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남들에게는 들키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카미는 세 살 때 눈앞에서 사망한 부모님의 죽음에 얽힌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패션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당시 범인이라고 생각되는 남자가 자신을 껴안았을 때 느껴졌던 촉감을 카미는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를 파헤치기 위해 온갖 섬유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학교의 온갖 섬유를 다 만져봐도 발견할 수 없었던 질감을 우연찮은 단서를 통해 발견하게 되면서 카미는 마침내 자신의 부모님 죽음에 얽힌 진실과 또 자신이 몰랐던 가족사에 대해 알게 된다.


이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카미를 도와주던 수많은 주변 사람들과 카미 자신이 남들과 달리 특출나게 가지고 있던 능력인 '촉감을 기억하는 능력'과 '관찰력'이었다.


이로 인해 카미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의문을 푸는 동시에 감동적인 재회를 하게 된다. 더불어 자신이 어릴 때 사용했던 아기의자에 숨겨진 비밀까지 파헤쳐 지며 놀라움과 함께 가슴 벅찬 사랑까지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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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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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들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다. 안면인식장애를 앓고 있어 사람들의 눈, 코, 입이 마치 물결처럼 흔들려 보일 뿐이다.

(...)

하지만 내게는 한 가지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바로 '촉감'과 '관찰력'이다.

15~1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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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라는 법은 없는 모양이다'라는 말을 카미를 통해 실감한다. 안면인식장애를 앓고 있지만 카미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 덕분에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병명을 들키지 않고 오랫동안 살아갈 수 있었다. 더불어 '촉감'과 '관찰력' 덕분에 숨겨져 있던 진실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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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을 연결하는 것은 실이고, 결국은 모두 실이지. 박음질 실이 보이는지 아닌지의 여부는 중요한 게 아니란다. 두 장의 다른 천을 서로 연결하는 데에 결국 실이 이용된 건 변함이 없어. 처음부터 우리는 실의 여정에서 한순간도 벗어나지 않은 거다. 바늘이라는 나침반을 가지고 여행을 시작했지만, 결국 우리는 실로 시작해서 실로 여행을 끝낸 것이지."

(...)

"어쩌며 우리가 살면서 입게 되는 상처도 마찬가지일 수 있겠구나. 상처를 낸 날카로운 칼이 사라지고 시간이 지나면 새살이 돋지. 모두 실이란다. 똑같은 실이지. 경계가 보일 수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남는 것은 실이지. 어쩌면 옷이라는 것은 말이다. 지능이 높아진 인간이 추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든 것을 넘어, 어쩌면 삶에 난 상처를 꿰매고자 했던 본능에서 태어난 산물인지도 몰라."

4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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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은 변하지 않는다. 실이 실인 것처럼. 우리는 실을 가지고 색다른 다양한 옷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실로 만들어진 옷일 뿐이다.


어쩌면 상처도 마찬가지 아닐까. 시간이 지나면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아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외관상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상처받은 것까지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상처는 상처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가 상처 위에 삶을 세우는 것은 어쩌면 살아가기 위한 본능에 가까운 행위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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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쏘니에예요. 188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왕실 가구 전문 회사죠. 이 장식 문양을 보면 이 아기 침대는 박물관에 가 있어도 될 정도예요."


일이 이상하게 진행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무언가 숨겨진 것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0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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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몇 년 만에 찾은 부모님의 집에 있던 아기 침대. 그리고 이것을 눈여겨 본 가구 디자이너의 숨 막히는 제안으로 인해 무언가 조금씩 수레바퀴가 돌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그저 아기를 그만큼 사랑한 마음을 담은 건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사실 아기 침대를 발견한 시점으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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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록 사람의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지만, 세상에는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30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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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이야기하는 핵심적인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한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분명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


우리의 얼, 문화, 이념, 관념, 의식, 사랑, 존경 같은 것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 아닐까. 안면인식장애를 앓고 있는 카미이기에 이것이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오는 듯하다.


때때로 손때 묻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물건들을 지극히 아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도 이와 비슷한 감정과 온도를 기억하고 소중히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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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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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이라는 이름과 에보니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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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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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t 문화(빨리빨리)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지 유독 더 감회가 새로웠던 <기억의 무늬>. 개인적으로는 물건 하나를 살 때 신중하고, 또 한 번 소유하게 되면 오래 소장하면서 아끼는 습성 때문에 소장하는 물건들은 나만의 손때와 온도를 지니고 있는 것들이 많은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가구(에보니 침대, 아기 침대+엄마 의자)도 그런 역할을 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단순히 오래 사용해왔다, 대를 이어 사용해 왔다는 숫자적 개념을 넘어서 아끼고 애정했던 마음과 추억이 담겨 있는 물건이라는 점에 있어 더 애틋함이 느껴지는 물건들이 아니었나 싶다.


또한 그것들을 유산으로만 남겨두기 보다 현재 쓰임에 맞게 변화시켜 계속 사용한다는 점에 있어 더 큰 의미가 있는 물건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요즘 세상을 살펴보면, 한 번도 사용하지 않거나 한 번만 사용하고 버려지는 물건들이 정말 많은데,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 등장하는 에보니 가구가 유독 더 빛을 발하지 않았나 싶다. 더불어 추억과 사랑을 가득 담은 온기 있는 물건으로써 매우 적절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세 살 때 부모님을 동시에 잃은 것은 물론 안면인식장애로 사람을 인식하지 못하는 주인공 카미에게 있어 엄마 혹은 부모님의 존재는 기억할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에보니 가구와 타고난 능력이 더해져 그는 '아기 침대'와 '엄마 의자'를 통해 엄마의 흔적과 애정을 깊게 느낄 수 있게 된다.


보통 대물림이라고 하면 부정적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 덕분에 대물림의 긍정적 시너지는 물론, 손 때가 묻은 물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떻게 쓰이느냐,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물건도 사람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기억되고 인식되는 듯하다. 낡았다고 오래되었다고 버리거나 방치하기보다 카미의 아기 침대처럼 오래도록 애정을 주고 그에 얽힌 추억을 상기하며 사용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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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라거스 - 제16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청소년 81
김양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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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



현빈이의 주변에는 '어딘가 모르게 이상한' 사람들이 꽤 많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아버지부터, 성장하면서 하나둘 만나게 된 학급 친구들, 그리고 앞집에 새로 이사 온 아줌마까지.


그런 환경에 일찍이 노출된 탓일까? 현빈이는 아주 어려서부터 엄마 속을 썩이지 않는 착하고 순한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의 사이는 어딘가 모르게 데면데면했는데, 넘을 수 없는 벽을 마주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에 들어서며 어딘가 모르게 이상한 '요한'을 만나게 되면서 현빈에게도 새로운 변화가 찾아오게 된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어딘가 모르게 이상한' 사람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 이야기를 펼치며, 편견 없이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그 이야기의 중심에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요한과 병진의 이야기를 함께 곁들이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는 아버지로 인해 편할 날이 없었던 현빈은 눈치껏 착한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아버지와는 그래서인지 늘 서먹한 사이로 지내왔는데, 그러다 중학교 2학년에 들어서 아버지와 어딘가 비슷한 요한을 만나게 되면서 현빈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한다.


읽다 보면 단순히 장애를 가진 이를 도와주는 선행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 같은 선상에 둔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 깨달음을 주는 부분들이 많았다.


평소 무심코 나와 다른 혹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그냥 넘겼던 상황들을 반성하게 되면서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또 설사 예상했던 답변이 돌아오더라도, 사람 사이에 왜 그랬는지를 되물어 주는 것,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깨닫게 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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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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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빈

-주인공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사람들과 접점이 많음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가 점차 치유됨


■성요한

-남들과 다른 면모를 보임

-영어와 과학은 잘하지만 눈치는 없고 시끄러움

-비린 반찬은 못 먹음

-2학년 3반의 밉상으로 등극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를 앓고 있음


■오동구

-처음에는 요한을 괴롭히지만 나중에는 친구가 되어줌


■박병진

-현빈의 아버지

-직무 유기형 인간


■동숙

-현빈의 어머니

-생활력이 뛰어남


■제인

-현빈의 앞집에 새로 이사 온 사람

-현빈에게는 어딘가 좀 이상한 사람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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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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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묘하게 어딘가 이상한 아버지가 있는 가정에서 자란 현빈은 어머니의 말을 잘 따르는 착한 아들로 성장하게 된다. 현빈은 자라면서 아버지를 비롯해 학급에서 꼭 한두 명은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혹은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2학년 때도 어김없이 그런 친구를 만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요한'이다. 요한은 영어와 과학은 늘상 만점을 맞을 만큼 뛰어나지만 눈치는 없고 늘 시끄러워서 2학년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아 3반의 밉상으로 등극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그를 괴롭히는 아이들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그런 요한에게 자꾸만 시선이 가던 현빈은 우연찮게 그를 도와주게 되면서 요한과 조금씩 가까워지게 된다.


그러던 중 요한을 괴롭히던 아이 중 하나인 동구마저 이 둘과 친해지게 되면서 셋은 어울려 다니는 친구 사이가 된다. 그러면서 이들의 숨겨져 있던 사정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이 책은 아스퍼거 증후군과 같은 장애보다 어쩌면 그런 장애나 사람의 행동을 바라보는 우리의 삐뚤어진 시선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며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이야기로 끝을 맺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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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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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상식적이라는 말이 무슨 뜻이에요?"

"음... 내가 옳다고 믿는 사람 편에 서 주는 거?"

"옳다고 믿는 사람이 틀렸을 수도 있잖아요."

"그럴 수 있지. 하지만 같은 편을 먹어 준다는 게 더 중요한 거야."

68~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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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상식적'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의미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기에.


하지만 '같은 편을 먹어 준다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에 있어서는 백 퍼센트 공감한다. 누군가 내 편이 되어 준다는 것, 누군가의 편을 들어준다는 것만큼 든든한 게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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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하던 일을 그만두고 나올 때마다 엄마는 '물어보나 마나'라고 했다 속 시원히 말을 해 주지도 낳을뿐더러, 돌아오는 대답도 '들어보나 마나'라고. 요한이가 화난 이유가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듣고 나면 '요한이가 요한이 했네' 정도의 것. 하지만 물어보지 않고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8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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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와는 상관없이 사람들은 지레 짐작으로 물어보나 마나라는 생각으로 무시하거나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때로는 '물어봐 주는 것'이 상상 이상으로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내 기준에서 어차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때론 한 번쯤 물어봐 주면 어떨까? 그 관심과 질문이 때론 사람 하나를 살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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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에서 판단이 안 설 땐 솔직하게 말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엄마가 말했다. 거짓말을 하면 당장은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반드시 일이 꼬이게 돼 있다고.

엉킨 실타래는 풀거나 잘라 내거나, 둘 중 하나라고.

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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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이 안 설 때는 솔직하게 말하는 게 정답이라는 것은 세월이 흘러도 인생 진리의 말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엉킨 실타래는 끊어내거나 아니면 푸는 방법밖에 없기에.


만약 예상치 못하게 꼬인 상황에 처해 있다면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것으로 진심을 전해보자. 그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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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서 그랬다는 말, 참 무책임해. 그치?"

"알면서도 그래요, 사람들은."

14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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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무책임한 말 중에 하나가 바로 '몰라서 그랬다'는 말 아닐까?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알면서도 그러는 걸 보면,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법을 공부해 보니 법에서는 몰라서 그랬다는 말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알아도 몰라도 지킬 건 지키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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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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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퍼거 증후군과 비슷하게 들리는 아스파라거스라는 제목으로 위트 있게 지은 이 책은 사실 아스퍼거 장애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것보다는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주목한 이야기다.


특히 요즘 사람들은 으레 나와 다른 사람들을 보고는 무시하거나 따돌리는 형태로 표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는 아마도 그런 점에 주목해 이 소설을 집필한 것이 아닐까 한다.


문제는 장애가 아니며 그것을 대하고 바라보는 시선에 있는데, 그 중심에는 늘 착하게만 살아온 현빈이 있다. 현빈은 장애와 비장애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로 소설 속에서는 융합을 담당하는 역할로 잘 표현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요한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캐릭터로 표현되는데, 또 다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버지로 인해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현빈은 직설적인 동구와 천진난만한 요한 덕분에 제 나이 또래에 맞는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더불어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주변에서 안정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현빈과 동구, 그리고 현빈의 앞집에 사는 제인으로 인해 요한 역시 산만함이 어느 정도 정돈되기 시작한다.


동구 또한 못된 버릇을 버리고 결핍을 친구들을 통해 채우게 되면서 씩씩하고 활달한 아이로 자라게 된다.


평소 무심코 넘겼던 일들을 이 책을 통해 한 번 더 돌아보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게 되었는데, 주변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 그리고 작은 말 한마디라도 물어봐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또 장애를 가진 것보다 어쩌면 편견이나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더 나쁜 행동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됐다.


무엇보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있어 이런 관념이나 가치관을 가르쳐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아마도 이 책은 청소년 소설로 분류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나름의 추측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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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하는 고고학자 - 고대 인류 문명의 모습과 소리, 냄새, 맛을 재현하는 과학자들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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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실험을 통해 과거 인류의 삶을 보다 쉽게 설명해 주는 책!"



오랜만에 벽돌책을 마주했다. 사실 벽돌책을 마주하는 자체가 여러 이유로 부담일 때가 많은데, 그럼에도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어릴 적 고고학 분야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그냥' 고고학이 아닌 '실험하는' 고고학이라니. 이처럼 색다른 수식어는 어쩐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그렇게 나는 덥석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역시나 첫인상은 어마어마하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682페이지를 자랑하는 두께감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일단 첫 페이지를 넘기며 독서를 시작했고, 책은 의외로 인류의 흐름을 따라 쓱쓱 읽혔다.


고고학이라고 하면 으레 역사와 맞물려 정적인 느낌과 더불어 지루한 성격을 띠는 경험들을 하게 되는데, 이 책은 실험하는 고고학이다 보니 동적인 느낌에 더해 픽션 형태로 과거 삶을 재조명하면서 생동감 있고 생생한 고증을 눈앞에서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총 11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초기 인류부터 지금의 인류 모습에 이르까지의 과정을 주요 나라들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간중간 당시 삶과 생활을 실험 고고학을 통해 재현 및 체험하는 과정들이 더해지면서 보다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이 그저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면서 삶의 의미 또한 발견할 수 있다.


덕분에 박물관이나 전시관에서 가만히 놓여있는 유물을 보는 느낌과는 확연히 다른, 진짜 과거의 삶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기본 과정을 통해 초기 인류부터 고대, 중세, 현대, 그리고 현생에 이르기까지의 인간의 진화, 도구의 사용, 그리고 삶의 모습까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이론에 국한된 것이지, 실제로 우리가 그 삶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공감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바라본 과거 그들의 삶은 마치 3D 혹은 4D를 보는 것과 같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열매를 따 먹었다'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나무를 어떻게 어떤 상황에서 따먹었는지를 이 책에서는 생생히 재현해 내기 때문이다.


덕분에 거의 700페이지에 이르는 책을 읽는 동안에도 지루하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 생동감 넘치는 허구 스토리에 푹 빠져 마치 빵 냄새를 좇듯 계속 따라가게 된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저자가 지어낸 허구의 이야기지만, 우리의 가슴을 크게 울릴 만큼 깊게 파고든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현실 고증을 통해 진짜 과거 언젠가 있었을 것만 같은 내용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저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실험 고고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직접 시대에 맞는 여러 직업군을 체험해 본다. 공학자, 화학자, 미생물학자, 셰프, 미용사, 문신 전문가 등 당시의 방식에 맞춰 직접 생활상을 체험해 봄으로써 이야기를 더 사실적으로 풀어낸다.


특히 특정 사건이나 사람 중심으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설화나 민담을 엿보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덕분에 현실감이 없는 이야기들조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할 당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아프리카 카야테나 남아메리카의 아사나 이야기, 절박하고 피폐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폴리네시아의 로아와 로마의 지르미나, 인간의 욕망과 욕심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집트 아몬, 캘리포니아 나두의 이야기와 바이킹 시대 키아란, 중국 자오롱에 대한 이야기 등 읽다 보면 그 재미에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중간중간 저자가 직접 고대인의 일상을 탐구하는 체험에 직접 참여하는 장면들을 통해서는 고대인들이 얼마나 놀라운 지능과 기술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현대인들을 안타까워하며 한쪽으로 치우친 불균형이 다시금 바로 잡히기를 소망했는데, 아마도 실험 고고학이라는 현실적 고증을 통해 더 현실감 돋는 개념이나 이해, 의미 등을 더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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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흐름 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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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채집 사회(평등 지향) → 정착·원예 농업(차탈회위크) → 집약 농업(인구 증가·불평등 심화) → 국가·문명의 등장(부와 권력 집중) → 고대·중세 사회(계층·권력 구조 발전) → 현대사회(물질적 풍요와 새로운 불균형)


※차탈회위크

기원전 6500년경 현재의 튀르키예 지역에 형성된 신석기 시대 초기 정착 공동체로, 집들이 빽빽하게 붙어 있고 지붕을 통해 집 안팎을 오갔던 독특한 구조로 유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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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셈법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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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머니는 창끝 몇 개와 교환할 거야?"

"양 손가락 전부."

모하는 10개를 원했다.

"한 손에서 하나를 빼고 줄게."

모하는 침을 삼켰다.

"한 손에서 하나 더 얹어서 줘."

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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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은 숫자를 나타내지만 표현방식이 독특해 재밌게 읽었던 부분이다. '양 손가락 전부'는 10개, '한 손에서 하나를 뺀 것'은 4개, '한 손에서 하나 더 얹은 것'은 6개를 나타낸다.


쉽게 10개, 4개, 6개로 표현하다가 이렇게 색다른 표현법을 보니 이색적으로 다가오는 건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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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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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유리 진열장의 유물을 보는 것도 꽤 좋아하지만, 그걸로는 어딘가 늘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왔다. 때론 이해할 수 없는 도구나 생활방식을 마주한 적도 꽤 많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일일이 설명을 읽어가면서 납득하거나 이해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갈증을 많이 해소할 수 있었다.


눈에 그리듯, 마치 내가 그들의 삶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생동감 넘치는 글 덕분에 한동안 시간 여행을 한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들이 왜 좌절을 맛봐야 했고, 어떤 고통 속에서 살아갔는지, 또 과거 어딘가로 사라져야만 했는지를 경험하고, 느끼면서 이야기를 살펴보다 보면, 지금의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삶 한가운데 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꽤 긴 시간 투자를 해야겠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느꼈던 삶 속에서 잠시 들어가 기쁨, 슬픔, 아픔, 고통 등을 보고 느끼고 맛보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어쩌면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는 이 시간이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 또 살아가는지에 대한 답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고고학만 생각했는데, 이번에 실험 고고학이라는 분야를 알게 되면서 어쩌면 이런 고고학 분야도 진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삶의 본질을 직접 느끼면서 과거 고대인들이 살았던 방식을 제대로 알려주는 실험 고고학의 발전을 앞으로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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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그대에게 잘해줄 의무가 없다
페마 초드론 지음, 신동숙 옮김 / 윌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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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도 희망도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



책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막연히 납득이 가면서도 어딘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쩌면 더 책 내용이 궁금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는 번뇌를 다스리고 편안한 마음을 갈고닦도록 도와주는 108개의 방법이 담겨 있는데, 일종의 마음 훈련 책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책 소개 글을 보면, 페마 초드론 스님의 대표작 중에서 엄선한 내용을 모아 만든 책으로, 모두 대승 불교의 정신에 따라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내용을 담았다고 전한다. 그래서인지 참선과 마음 수행에 대한 내용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보통 우리가 기피하는 고통, 힘듦, 슬픔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피하거나 이겨내려는 방향으로 많이 언급하는데, 이 책에서는 되려 있는 그대로 두고 친구처럼 함께 하는 방향으로 언급한다.


어떤 감정도 편애하지 않고 그냥 바라봐 주며, 마주하는 것! 그것에 대한 수행법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어떤 감정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 말하며, 우리에게 편안한 가르침을 준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살짝 의아함을 느낄 수도 있는데, 읽다 보면 그 참뜻을 헤아리게 된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입장에서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은 배제하거나 이겨내려는 방식으로 넘기고,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감정만 앞세워 곁에 끼고 살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굳이 그렇게 나눠서 구분하기 보다, 평소에 내가 느끼는 감정 그 자체를 모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지켜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다 보면 내 마음에도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하며, 그에 대한 108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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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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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향한 자애심은 뭔가를 바꾸거나 없애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자애심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건 예전과 다름없이 터무니없는 짓을 하고, 불쑥 화를 내고, 지레 겁을 먹고, 질투하고, 하찮은 존재가 된 기분이어도 괜찮다는 뜻입니다. 명상 수련은 자신을 버리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친구처럼 다정히 돌보는 연습입니다.

(...)

그리고 호기심과 관심을 온통 쏟아부어서 결국 그 본모습을 알아보게 됩니다.

4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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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근본적으로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거나,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애쓰기보다 물 흐르듯 그냥 지켜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 내면에 깊이 숨겨져 있는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내가 느끼는 감정 모두를 공평하게 대하기를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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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럽더라도 피하지 말고 그 자리에 머물러 보세요. 지금 이 순간을 깊이 느끼고 그대로 머무는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고정된 실체는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우리의 존재 상태를 점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편안함과 안전함에서 벗어나 미지의 세계,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세계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자유입니다.

8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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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만 찾거나 쫓기보다, 그냥 이 순간을 깊게 느끼고 머무르는 연습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하고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면, 우리는 나도 모르는 사이 추구하던 것들에서 벗어나 오히려 더 자유롭게 미지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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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히 홀로 머무는 시간은 우리에게 즉각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흔들리지 않는 확실한 기반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든 기준점이 사라진 세계로 나아가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지요. 그 세계는 선과 악으로 양극화되지 않고, 그 어떤 것도 고정된 실체로 굳어 있지 않습니다. 이를 불교에서는 중도라고 표현합니다. 이는 전사-보살의 길을 설명하는 중요한 관점 중 하나이지요.

2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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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악이 아닌 이상, 우리가 판단하고 살아가는 세상은 내 기준에 따라 양극으로 나뉜다. 때문에 나쁜 것이 좋은 것일 수도 있고, 좋은 것이 나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을 굳이 나눠서 스스로에게 절망과 희망을 주기보다 오히려 차분히 홀로 머무는 시간을 통해 중도의 길을 걸으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다 보면 그 어떤 것도 고정된 실체로 굳어지지 않고 그 자체로 느끼며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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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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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약간 참선하는 느낌으로 읽게 되었던 것 같다.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기 보다, '그냥 두어라'라는 주제에 따라 108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라 더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닐까 한다.


저자가 언급하는 것처럼 모든 사물이나 감정, 상태를 중도에 두고 행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내 감정을 바라보는 감정에 있어서만큼은 나쁜 감정으로 치부했던 것들도 앞으로는 지켜보면서 흘러가도록 두는 노력을 해보려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가 진짜 바라는 것, 내가 꿈꾸는 이상에 근접하지 않을까. 더불어 단편적으로 몰고 가던 상황이나 감정에서도 한 발짝 떨어져 중립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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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쓰는 AI만 멍청해 보일까? - 같은 AI를 써도 결과가 달라지는 진짜 이유
이한빛 지음 / 생능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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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해 보이던 AI를 똑똑하게 활용하는 법!"



제목부터 시선을 끌었던 이 책! 나 역시 AI를 사용하면서 '왜 이렇게 멍청한거야?'라는 소리를 수없이 해댔었다. 특히 초반에 이런 현상이 심했는데, 아마 누구나 그런 경험 한두 번씩은 해봤을 것이다.


물론 과거에는 기능적으로 부족한 점들이 많아 실제로 멍청하다 평하는 것이 꼭 틀린 말만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한글이 깨지는 현상이 심하다거나, 특정 물음이나 단어에 대해 엉뚱한 답을 한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최근 몇 달 사이 AI들이 급성장하면서 오히려 지금은 멍청하기보다 인간들이 활용을 잘 못하는 쪽에 가깝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AI들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멍청하지 않고 똑똑하게 쓰기 위한 방법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궁금하여 읽게 된 책인데, 해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그것에 대해 지금부터 함께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온 AI를 사용자가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책으로, 구조적 설계와 확실한 사용법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특히 평소 AI를 사용함에 있어 뭔지 모를 답답함과 짜증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큰 만족감을 얻게 될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나의 부족했던 점을 발견하고 채워 넣을 수 있었는데, 아마 다른 독자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을까 한다.


이제는 불특정 다수의 질문을 AI에게 무작정 쏟아내기보다, 사전 점검을 통해 판단한 조건을 설계에서 AI를 활용해 제대로 된 답변을 얻어낼 수 있는 지혜로운 인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평소 우리가 사용하던 사고방식과 전달 방식의 한 끗만 조정하면 우리는 똑똑한 AI를 활용하는 현명한 유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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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자세히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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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로 알아본 문제점


1. 사례 1로 본 문제점

AI 입장에서 저자의 요청은 "논문 형식을 갖춘 텍스트 덩어리를 만들어 줘"라는 명령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가 말하지 않은 것은 정보가 아니라 조건이었다. 그리고 비어 있는 그 자리를 AI는 자연스럽게, 그리고 그럴듯하게 채웠다.


결국 존재하지 않는 논문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저자가 비워둔 조건 안에서 조립된 결과였다.


2. 사례 2로 본 문제점

나중에야 알았다. 저자는 '보고서처럼'이라고 말했지만, 그 안에는 아무 기준도 없었다. 누구에게 보고하는지, 무엇을 결정하기 위한 문서인지, 지금 가장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무엇을 앞에 두고 무엇을 줄일지. 이것들은 단순한 요구사항이 아니라, 무엇을 우선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볼지 정하는 기준이었다. 저자는 그 기준을 입력하지 않았다.


AI는 말하지 않은 기준을 대신 세워주지 않는다. 기준이 비어 있으면, 어디에나 무난한 구조를 선택한다. 그래서 결과는 그럴듯하지만,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 저자가 원하는 보고서가 아니라,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나온 평균 출력이기 때문이다.



■AI가 멍청해 보이는 이유


AI가 갑자기 멍청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설명을 입력하지 않은 채 정답만 요구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AI는 이미 충분히 똑똑하다. 그럼에도 기대와 어긋나는 답이 나오는 이유는 지능이 아니라 설명 방식에 있다. 우리는 단지 '설명하는 법'을 배운 적 없는 상태로 AI를 만나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그 간극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설명을 못할까?

이 질문은 '말을 못해서'가 아니라 '말해야 할 것을 점검하지 않아서'로 이어진다. 우리는 설명을 많이 하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설명은 종종 사건의 나열이고, 판단의 기준은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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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대화>

말한 것+공통기반+맥락→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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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구조에 너무 익숙하다. 그래서 '설명'을 따로 훈련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어왔다. 문제는 이 방식이 AI 앞에서는 그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차이는 짧은 대화로 드러난다.


사람은 '그거'를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같은 '그거'를 가리키고 있다고 믿는다. AI는 그 믿음을 공유하지 않는다. 그러니 AI가 '그거'자리에 무언가를 채워 넣는 순간, 내가 생각한 '그거'와 엇갈릴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엇갈림을 '이해력 부족'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공유 실패다. 공유가 실패했는데도 우리는 공유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답답해진다.


우리는 설명을 안 하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말하지 않아도 통한다고 믿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을 뿐이다. 사람 사이에서는 그렇게 생략된 부분이 자연스럽게 베워진다. 그러나 AI 앞에서는 그 생략이 그대로 공백으로 남는다.



■우리는 무엇을 말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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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표현이고, 조건은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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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장이 부족한 게 아니라, 기준이 없었다

사람에게는 너무 당연해서 굳이 말하지 않는 정보들. 하지만 AI에게는 입력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정보다.


우리가 자주 마주치는 '맞는 말이긴 한데 애매한 답'은 AI의 실패가 아니다. 조건과 기준의 공백이 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출력이다.


2. 질문은 그대로 두고, 조건만 추가하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조건은 출력 방향을 정한다

기준은 판단 규칙을 정한다


이 두 가지가 입력되지 않으면 설명에 공백이 생긴다. 그리고 그 공백 위에서 AI의 판단이 시작된다.


중요한 것은 조건의 양이 아니라 어떤 조건이 판단에 직접 영향을 주는 가이다. 조건은 장식이 아니다. 선택 기준이다.


3. 프롬프트는 질문이 아니라 조건이다


이제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AI가 이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내가 아직 주지 않는 조건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프롬프트는 더 이상 단순한 문장이 아니다. 판단의 범위를 설계하는 행위가 된다. 문제는 우리가 말하지 않은 조건이었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우리는 왜 그 조건을 말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인간의 습관, 인지 구조에 있다.


4. 왜 우리는 설명이 충분하다고 착각했을까?


1) 왜 확인 절차가 사라질까?

우리는 조건을 일부러 줄이지 않는다. 그저,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뿐이다.


반복을 통해 의식적으로 수행하던 과정이 자동으로 처리되는 상태를 '자동화'라고 한다. 자동화가 일어나면 속도만 빨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을 점검하는 단계 자체가 사라진다.


확인 과정 자체가 사고 흐름에서 빠진다. 그래서 우리는 '다 말했다'고 느낀다.


▶메타인지 점검 소실: 빠뜨렸다는 사실을 모른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말했는지를 점검하는 능력을 '메타인지 점검'이라고 한다.


이 상태에서는 이런 질문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걸 말했나?", "이 부분을 조건으로 제시했나?" 기억력이 나빠서가 아니다. 확인할 기회 자체가 사라진 상태다. 그래서 우리는 '다 말했다'고 느낀다.


▶공통기반 착각: 상대도 알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상대와 공유하고 있다고 믿는 배경지식과 상황의 집합을 '공통기반'이라고 한다. 사람과의 대화는 공통기반 위에서 이루어진다.


문제는 이 감각을 AI에게 그대로 적용할 때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 정도는 말 안 해도 알겠지." 하지만 AI는 입력되지 않은 정보를 전제로 삼지 않는다. 문장 안에 없는 정보는 판단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 순간, 가장 중요한 조건이 조용히 빠진다.



2) 착각을 강화하는 두 가지 요인


▶처리 유창성

어떤 정보가 쉽게 떠오르고 쉽게 말해질수록 더 정확하고 충분하다고 느끼는 경향을 '처리 유창성'이라고 한다. 유창함은 입력의 충실함'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창함이 강할수록 점검을 건너뛰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식의 저주

이미 알고 있는 정보일수록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이처럼 한 번 알게 된 정보를 모르는 상태를 상상하기 어려워지는 현상을 '지식의 저주'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설명은 다 했는데 AI가 이해를 못 하네." 하지만 실제로는 핵심 조건에 대한 설명이 시작조차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3) 가장 자주 빠지는 조건: '나 자신'


가장 자주 빠지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정보다.


-나는 어떤 수준의 답을 원하는가?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이 정보들은 내 머릿속에서는 너무 분명하다. 그래서 조건으로 제시하지 않아도 전달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AI에게는 다르다. 이 정보들은 배경이 아니다. 입력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조건이다. 그래서 자기 관련 정보는 가장 자주, 그리고 가장 조용하게 누락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AI를 더 능숙하게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AI가 먼저 그어둔 판단의 출발선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 구조다. 어떤 조건과 기준 위에서 사고를 시작할지 스스로 정하는 능력이다. 판단을 무의식적으로 위임하지 않는 방법이다.


결론은 기술이 아니다. 더 똑똑한 모델을 찾는 것도 아니다. 더 고급 프롬프트를 배우는 것도 아니다.


판단의 조건을 내가 먼저 말하는 것. 그게 전부다.

우리가 AI 앞에서 바보처럼 느껴졌던 이유는 지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설명을 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론


"왜 같은 AI를 써도 결과가 이렇게 다르게 보일까?"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하지 않는다. 누가 묻는지, 어떤 상황인지,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이 조건이 빠진 상태에서 AI는 가장 평균적인 답을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이렇게 느낀다. "AI는 멍청하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은 조금 다르다. 설명 공백이 생겼고 그 자리를 평균이 채웠을 뿐이다.


"AI는 멍청하지 않다."


그동안 우리는 AI가 더 똑똑해지기만을 기다려 왔다.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더 완벽하게, 하지만 질문은 달라야 했다. AI가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니라, 나는 얼마나 명확한가. 나는 무엇을 전제로 두고 있는가. 나는 어떤 기준을 말하지 않았는가. 나는 어떤 조건을 비워둔 채 결론을 요구했는가.


AI는 문장을 완성할 수 있다. 그러나 어디서 출발할지는 정하지 못한다. AI는 여러 가능성을 펼칠 수 있다. 그러나 그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스스로 고르지 못한다.


누구에게 보내는지, 무엇을 꼭 넣어야 하는지, 어디까지 말하면 안 되는지는 여전히 내가 정해야 한다. 그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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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무섭게 느껴졌던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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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결론을 대신 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의 기본 설정을 먼저 제공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기본 설정 위에서 고민한다. 우리는 선택했다고 느낀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미 제시된 조건과 기준의 틀 안에서만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내가 그 기준을 말하지 않았다면, 그 공백은 누가 채웠는가? 바로 AI이다.


여기에 더해 설명의 공백은 곧 위임을 뜻한다. 공백은 중립이 아니다.


조건이 없는 질문에 대해서도 답은 '중립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공백'은 단순히 정보가 적다는 뜻이 아니다. 판단을 정하는 조건과 기준이 입력되지 않아 비어 있는 상태다. 사용자가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면 시스템의 기본값이 그 자리를 채운다.


한 번의 위임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판단의 조건과 기준을 우리는 반복적으로 외부 구조에 의존하면서 무엇이 합리적인지 정의하는 기준이 점점 외부로 이동한다.


문장은 완성되어 있다. 그럴듯하고 매끄럽다. 그러나 누군가가 책임지고 한 말은 아니다. 확률적 예측 구조 안에서 조합된 결과일 뿐이다.


하지만 결과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은 결국 인간이 우리가 지어야 한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했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정말 중요한 조건과 방향성의 누락으로 결국 AI가 제시하는 평균값에 휩쓸려 특정 기준의 틀안에서 결정을 내리게 된다는 점은 1차 공포로 다가왔다.


여기에 더해 한 번, 두 번 의존도가 반복되다 보면 나중에는 '나만의 기준'이 아닌 외부의 기준에 의존하게 되면서 나만의 정의나 생각, 기준이 없어진다는 점도 크게 다가왔는데 이것이 2차 공포였다.


마지막 공포는 결국 나는 원치 않았지만, 그러한 모든 결괏값에 대한 책임은 결국 인간인 내가 져야 한다는 점이었다.


처음부터 내가 원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착각 속에 휩쓸려 결국 우리는 우리가 원하지도 않았던 결과를 맞닥뜨림과 동시에 책임까지 져야 하는 것이다.


단순히 'AI는 멍청한 것 같아'의 수준을 넘어, 한편으로는 가스라이팅 당하는 느낌까지 들어 기괴하고 공포스럽게 다가왔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확실히 자기만의 주장, 관념, 사고,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무리

출처 입력

과거에 비해 지금은 AI를 활용함에 있어 답답함을 덜 느끼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가끔씩은 '왜 이렇게 멍청한 거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때가 있다.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대답을 한다거나, 어딘가 미묘하게 어긋나는 답변을 받을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고는 했는데, 이 책을 계기로 확실한 원인과 이유를 알았다.


원인은 AI를 사용하는 유저인 나에게 있었던 것이다. 나에 대한 정보 설명 부족, 사전 설명이나 배경 설명 부족, 원하는 바에 대한 조건이나 방향성에 대한 설명 부족 등의 사유가 결국 그러한 '멍청한 대답'을 이끌어낸 원인이었던 것이다.


앞으로는 조금 번거롭지만, 이런 조건값들을 상세히 기술함과 동시에 내가 원하는 출력 방향까지 설계해 제대로 활용해 볼 예정이다.


그렇게 나도 성장하고, AI도 함께 성장하다 보면, 지금보다 훨씬 똑똑하고 활용도 높은 AI 도구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때는 아마 지금처럼 '왜 내가 쓰는 AI만 멍청한 거야?'라는 소리는 안 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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