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삶은 그대에게 잘해줄 의무가 없다
페마 초드론 지음, 신동숙 옮김 / 윌마 / 2026년 7월
평점 :
"고통도 희망도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
책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막연히 납득이 가면서도 어딘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쩌면 더 책 내용이 궁금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는 번뇌를 다스리고 편안한 마음을 갈고닦도록 도와주는 108개의 방법이 담겨 있는데, 일종의 마음 훈련 책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책 소개 글을 보면, 페마 초드론 스님의 대표작 중에서 엄선한 내용을 모아 만든 책으로, 모두 대승 불교의 정신에 따라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내용을 담았다고 전한다. 그래서인지 참선과 마음 수행에 대한 내용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보통 우리가 기피하는 고통, 힘듦, 슬픔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피하거나 이겨내려는 방향으로 많이 언급하는데, 이 책에서는 되려 있는 그대로 두고 친구처럼 함께 하는 방향으로 언급한다.
어떤 감정도 편애하지 않고 그냥 바라봐 주며, 마주하는 것! 그것에 대한 수행법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어떤 감정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 말하며, 우리에게 편안한 가르침을 준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살짝 의아함을 느낄 수도 있는데, 읽다 보면 그 참뜻을 헤아리게 된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입장에서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은 배제하거나 이겨내려는 방식으로 넘기고,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감정만 앞세워 곁에 끼고 살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굳이 그렇게 나눠서 구분하기 보다, 평소에 내가 느끼는 감정 그 자체를 모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지켜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다 보면 내 마음에도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하며, 그에 대한 108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
인상 깊게 다가온 문장들
=====
-----
자기 자신을 향한 자애심은 뭔가를 바꾸거나 없애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자애심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건 예전과 다름없이 터무니없는 짓을 하고, 불쑥 화를 내고, 지레 겁을 먹고, 질투하고, 하찮은 존재가 된 기분이어도 괜찮다는 뜻입니다. 명상 수련은 자신을 버리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친구처럼 다정히 돌보는 연습입니다.
(...)
그리고 호기심과 관심을 온통 쏟아부어서 결국 그 본모습을 알아보게 됩니다.
41페이지 中
-----
이 책의 저자는 근본적으로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거나,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애쓰기보다 물 흐르듯 그냥 지켜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 내면에 깊이 숨겨져 있는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내가 느끼는 감정 모두를 공평하게 대하기를 권유한다.
-----
고통스럽더라도 피하지 말고 그 자리에 머물러 보세요. 지금 이 순간을 깊이 느끼고 그대로 머무는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고정된 실체는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우리의 존재 상태를 점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편안함과 안전함에서 벗어나 미지의 세계,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세계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자유입니다.
83페이지 中
-----
좋은 것만 찾거나 쫓기보다, 그냥 이 순간을 깊게 느끼고 머무르는 연습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하고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면, 우리는 나도 모르는 사이 추구하던 것들에서 벗어나 오히려 더 자유롭게 미지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
차분히 홀로 머무는 시간은 우리에게 즉각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흔들리지 않는 확실한 기반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든 기준점이 사라진 세계로 나아가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지요. 그 세계는 선과 악으로 양극화되지 않고, 그 어떤 것도 고정된 실체로 굳어 있지 않습니다. 이를 불교에서는 중도라고 표현합니다. 이는 전사-보살의 길을 설명하는 중요한 관점 중 하나이지요.
239페이지 中
-----
완전한 악이 아닌 이상, 우리가 판단하고 살아가는 세상은 내 기준에 따라 양극으로 나뉜다. 때문에 나쁜 것이 좋은 것일 수도 있고, 좋은 것이 나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을 굳이 나눠서 스스로에게 절망과 희망을 주기보다 오히려 차분히 홀로 머무는 시간을 통해 중도의 길을 걸으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다 보면 그 어떤 것도 고정된 실체로 굳어지지 않고 그 자체로 느끼며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
마무리
=====
이 책을 읽는 내내 약간 참선하는 느낌으로 읽게 되었던 것 같다.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기 보다, '그냥 두어라'라는 주제에 따라 108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라 더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닐까 한다.
저자가 언급하는 것처럼 모든 사물이나 감정, 상태를 중도에 두고 행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내 감정을 바라보는 감정에 있어서만큼은 나쁜 감정으로 치부했던 것들도 앞으로는 지켜보면서 흘러가도록 두는 노력을 해보려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가 진짜 바라는 것, 내가 꿈꾸는 이상에 근접하지 않을까. 더불어 단편적으로 몰고 가던 상황이나 감정에서도 한 발짝 떨어져 중립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