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무늬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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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감각으로 사물에 새겨진 기억의 무늬를 따라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



백희성 작가의 전작인 '빛이 이끄는 곳으로'를 꽤 인상 깊게 읽어선지, 이번 신작인 '기억의 무늬'도 엄청 기대가 되었다. 이번에는 어떤 소재로 감동을 줄까 꽤 궁금했는데, 이번에는 건축이 아닌 기억이 스며든 특별한 가구를 바탕으로 스토리가 전개됨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반가운 이름이 하나 눈에 띄었는데, 바로 전작인 '빛이 이끄는 곳으로'의 주인공인 뤼미에르 클레제가 이번에는 도움을 주는 역할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어딘가 익숙하다 해서 찾아봤더니 역시나 같은 이름이어서 놀랍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문화유산을 제외하면 실제 사용하는 건축물이나 물건들을 대를 이어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 이 책의 소재로 쓰인 아기 침대와 엄마 의자, 그리고 할머니의 에보니 침대를 보면서 물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특히 애정을 가지고 아꼈던 어떤 물건을 다음 세대, 그리고 또 다음 세대로 전달한다는 것이 가진 의미가 뭉클하게 다가와 더 그랬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총 1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부모님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홀로 파헤치는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카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약간의 추리와 기억, 그리고 추억에 대한 회상신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 때문에 뭉클한 지점과 감동의 순간을 몇 차례 마주하게 된다.


처음에는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 두려움과 무거운 분위기에 살짝 마음이 일렁였는데,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추측과는 다르게 오히려 안타까움과 감동이 밀려들었다.


그리고 그런 감동이 배가 된 이유는 바로 카미가 앓고 있는 안면인식장애 때문이었는데, 오히려 이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더 오래도록 감촉과 기억을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달까.


아마 카미가 이런 장애를 갖고 있지 않았다면, 어쩌면 지금과 같은 감동과 기억은 오래도록 가슴에 담을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범인 혹은 진짜 중요한 가족을 찾는 일이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독 발달한 '촉감'과 '관찰력' 덕분에 카미는 소중한 가족도, 그리고 엄마에 대한 기억도 마음에 새길 수 있게 된다. 마지막에 클라이맥스처럼 크게 훅 다가온 건 아기 침대였는데, 이 장면에 대한 묘사는 직접 글을 통해서 만나보면 더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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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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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

-열여섯 살부터 매주 화요일이면 경찰서를 방문해 세 살이던 해에 일어난 미제 살인 사건 파일을 열람함

-부모님의 사고가 있던 날 뇌의 후두 측두엽 손상으로 안면인식장애에 대해 회복 불가능 판정받음


■뤼미에르 클레제

-카미가 안면인식장애에 대해 털어놓은 유일한 사람

-어릴 적 소꿉친구이자 동네 형

-전작 '빛이 이끄는 곳으로'의 주인공


■프레드릭 르클레르

-카미 부모님의 사망사건을 담당했던 경찰


■학교 친구들

-아마데우

-스토프 도네

-클로에 로헝(크리스토프의 단짝 여자친구)


■폴 가셰

-카미의 정신과 주치의


■시뇨라 로사

-카미의 이웃으로 토마토 마녀라고 불림

-카미의 식사를 잘 챙겨줌


■레옹 휘트모어

-학교 청소부


■알랑 교수

-아가일 패턴의 옷을 광적으로 좋아함

-추후 카미의 일을 도와주는 역할


■쥬느비에브 마르셀링

-가구 디자이너


■카미의 부모님

-아버지 세바스티안 루

-어머니 셀린 루: 우울증을 앓고 있었음


■클레르 모로

-사망한 카미의 친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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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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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인식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남들에게는 들키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카미는 세 살 때 눈앞에서 사망한 부모님의 죽음에 얽힌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패션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당시 범인이라고 생각되는 남자가 자신을 껴안았을 때 느껴졌던 촉감을 카미는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를 파헤치기 위해 온갖 섬유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학교의 온갖 섬유를 다 만져봐도 발견할 수 없었던 질감을 우연찮은 단서를 통해 발견하게 되면서 카미는 마침내 자신의 부모님 죽음에 얽힌 진실과 또 자신이 몰랐던 가족사에 대해 알게 된다.


이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카미를 도와주던 수많은 주변 사람들과 카미 자신이 남들과 달리 특출나게 가지고 있던 능력인 '촉감을 기억하는 능력'과 '관찰력'이었다.


이로 인해 카미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의문을 푸는 동시에 감동적인 재회를 하게 된다. 더불어 자신이 어릴 때 사용했던 아기의자에 숨겨진 비밀까지 파헤쳐 지며 놀라움과 함께 가슴 벅찬 사랑까지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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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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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들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다. 안면인식장애를 앓고 있어 사람들의 눈, 코, 입이 마치 물결처럼 흔들려 보일 뿐이다.

(...)

하지만 내게는 한 가지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바로 '촉감'과 '관찰력'이다.

15~1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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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라는 법은 없는 모양이다'라는 말을 카미를 통해 실감한다. 안면인식장애를 앓고 있지만 카미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 덕분에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병명을 들키지 않고 오랫동안 살아갈 수 있었다. 더불어 '촉감'과 '관찰력' 덕분에 숨겨져 있던 진실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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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을 연결하는 것은 실이고, 결국은 모두 실이지. 박음질 실이 보이는지 아닌지의 여부는 중요한 게 아니란다. 두 장의 다른 천을 서로 연결하는 데에 결국 실이 이용된 건 변함이 없어. 처음부터 우리는 실의 여정에서 한순간도 벗어나지 않은 거다. 바늘이라는 나침반을 가지고 여행을 시작했지만, 결국 우리는 실로 시작해서 실로 여행을 끝낸 것이지."

(...)

"어쩌며 우리가 살면서 입게 되는 상처도 마찬가지일 수 있겠구나. 상처를 낸 날카로운 칼이 사라지고 시간이 지나면 새살이 돋지. 모두 실이란다. 똑같은 실이지. 경계가 보일 수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남는 것은 실이지. 어쩌면 옷이라는 것은 말이다. 지능이 높아진 인간이 추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든 것을 넘어, 어쩌면 삶에 난 상처를 꿰매고자 했던 본능에서 태어난 산물인지도 몰라."

4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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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은 변하지 않는다. 실이 실인 것처럼. 우리는 실을 가지고 색다른 다양한 옷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실로 만들어진 옷일 뿐이다.


어쩌면 상처도 마찬가지 아닐까. 시간이 지나면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아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외관상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상처받은 것까지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상처는 상처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가 상처 위에 삶을 세우는 것은 어쩌면 살아가기 위한 본능에 가까운 행위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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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쏘니에예요. 188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왕실 가구 전문 회사죠. 이 장식 문양을 보면 이 아기 침대는 박물관에 가 있어도 될 정도예요."


일이 이상하게 진행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무언가 숨겨진 것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0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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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몇 년 만에 찾은 부모님의 집에 있던 아기 침대. 그리고 이것을 눈여겨 본 가구 디자이너의 숨 막히는 제안으로 인해 무언가 조금씩 수레바퀴가 돌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그저 아기를 그만큼 사랑한 마음을 담은 건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사실 아기 침대를 발견한 시점으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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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록 사람의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지만, 세상에는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30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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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이야기하는 핵심적인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한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분명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


우리의 얼, 문화, 이념, 관념, 의식, 사랑, 존경 같은 것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 아닐까. 안면인식장애를 앓고 있는 카미이기에 이것이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오는 듯하다.


때때로 손때 묻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물건들을 지극히 아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도 이와 비슷한 감정과 온도를 기억하고 소중히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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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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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이라는 이름과 에보니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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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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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t 문화(빨리빨리)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지 유독 더 감회가 새로웠던 <기억의 무늬>. 개인적으로는 물건 하나를 살 때 신중하고, 또 한 번 소유하게 되면 오래 소장하면서 아끼는 습성 때문에 소장하는 물건들은 나만의 손때와 온도를 지니고 있는 것들이 많은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가구(에보니 침대, 아기 침대+엄마 의자)도 그런 역할을 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단순히 오래 사용해왔다, 대를 이어 사용해 왔다는 숫자적 개념을 넘어서 아끼고 애정했던 마음과 추억이 담겨 있는 물건이라는 점에 있어 더 애틋함이 느껴지는 물건들이 아니었나 싶다.


또한 그것들을 유산으로만 남겨두기 보다 현재 쓰임에 맞게 변화시켜 계속 사용한다는 점에 있어 더 큰 의미가 있는 물건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요즘 세상을 살펴보면, 한 번도 사용하지 않거나 한 번만 사용하고 버려지는 물건들이 정말 많은데,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 등장하는 에보니 가구가 유독 더 빛을 발하지 않았나 싶다. 더불어 추억과 사랑을 가득 담은 온기 있는 물건으로써 매우 적절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세 살 때 부모님을 동시에 잃은 것은 물론 안면인식장애로 사람을 인식하지 못하는 주인공 카미에게 있어 엄마 혹은 부모님의 존재는 기억할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에보니 가구와 타고난 능력이 더해져 그는 '아기 침대'와 '엄마 의자'를 통해 엄마의 흔적과 애정을 깊게 느낄 수 있게 된다.


보통 대물림이라고 하면 부정적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 덕분에 대물림의 긍정적 시너지는 물론, 손 때가 묻은 물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떻게 쓰이느냐,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물건도 사람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기억되고 인식되는 듯하다. 낡았다고 오래되었다고 버리거나 방치하기보다 카미의 아기 침대처럼 오래도록 애정을 주고 그에 얽힌 추억을 상기하며 사용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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