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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하는 고고학자 - 고대 인류 문명의 모습과 소리, 냄새, 맛을 재현하는 과학자들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6년 8월
평점 :
"직접 실험을 통해 과거 인류의 삶을 보다 쉽게 설명해 주는 책!"
오랜만에 벽돌책을 마주했다. 사실 벽돌책을 마주하는 자체가 여러 이유로 부담일 때가 많은데, 그럼에도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어릴 적 고고학 분야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그냥' 고고학이 아닌 '실험하는' 고고학이라니. 이처럼 색다른 수식어는 어쩐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그렇게 나는 덥석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역시나 첫인상은 어마어마하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682페이지를 자랑하는 두께감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일단 첫 페이지를 넘기며 독서를 시작했고, 책은 의외로 인류의 흐름을 따라 쓱쓱 읽혔다.
고고학이라고 하면 으레 역사와 맞물려 정적인 느낌과 더불어 지루한 성격을 띠는 경험들을 하게 되는데, 이 책은 실험하는 고고학이다 보니 동적인 느낌에 더해 픽션 형태로 과거 삶을 재조명하면서 생동감 있고 생생한 고증을 눈앞에서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총 11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초기 인류부터 지금의 인류 모습에 이르까지의 과정을 주요 나라들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간중간 당시 삶과 생활을 실험 고고학을 통해 재현 및 체험하는 과정들이 더해지면서 보다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이 그저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면서 삶의 의미 또한 발견할 수 있다.
덕분에 박물관이나 전시관에서 가만히 놓여있는 유물을 보는 느낌과는 확연히 다른, 진짜 과거의 삶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기본 과정을 통해 초기 인류부터 고대, 중세, 현대, 그리고 현생에 이르기까지의 인간의 진화, 도구의 사용, 그리고 삶의 모습까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이론에 국한된 것이지, 실제로 우리가 그 삶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공감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바라본 과거 그들의 삶은 마치 3D 혹은 4D를 보는 것과 같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열매를 따 먹었다'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나무를 어떻게 어떤 상황에서 따먹었는지를 이 책에서는 생생히 재현해 내기 때문이다.
덕분에 거의 700페이지에 이르는 책을 읽는 동안에도 지루하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 생동감 넘치는 허구 스토리에 푹 빠져 마치 빵 냄새를 좇듯 계속 따라가게 된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저자가 지어낸 허구의 이야기지만, 우리의 가슴을 크게 울릴 만큼 깊게 파고든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현실 고증을 통해 진짜 과거 언젠가 있었을 것만 같은 내용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저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실험 고고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직접 시대에 맞는 여러 직업군을 체험해 본다. 공학자, 화학자, 미생물학자, 셰프, 미용사, 문신 전문가 등 당시의 방식에 맞춰 직접 생활상을 체험해 봄으로써 이야기를 더 사실적으로 풀어낸다.
특히 특정 사건이나 사람 중심으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설화나 민담을 엿보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덕분에 현실감이 없는 이야기들조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할 당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아프리카 카야테나 남아메리카의 아사나 이야기, 절박하고 피폐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폴리네시아의 로아와 로마의 지르미나, 인간의 욕망과 욕심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집트 아몬, 캘리포니아 나두의 이야기와 바이킹 시대 키아란, 중국 자오롱에 대한 이야기 등 읽다 보면 그 재미에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중간중간 저자가 직접 고대인의 일상을 탐구하는 체험에 직접 참여하는 장면들을 통해서는 고대인들이 얼마나 놀라운 지능과 기술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현대인들을 안타까워하며 한쪽으로 치우친 불균형이 다시금 바로 잡히기를 소망했는데, 아마도 실험 고고학이라는 현실적 고증을 통해 더 현실감 돋는 개념이나 이해, 의미 등을 더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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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흐름 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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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채집 사회(평등 지향) → 정착·원예 농업(차탈회위크) → 집약 농업(인구 증가·불평등 심화) → 국가·문명의 등장(부와 권력 집중) → 고대·중세 사회(계층·권력 구조 발전) → 현대사회(물질적 풍요와 새로운 불균형)
※차탈회위크
기원전 6500년경 현재의 튀르키예 지역에 형성된 신석기 시대 초기 정착 공동체로, 집들이 빽빽하게 붙어 있고 지붕을 통해 집 안팎을 오갔던 독특한 구조로 유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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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셈법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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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머니는 창끝 몇 개와 교환할 거야?"
"양 손가락 전부."
모하는 10개를 원했다.
"한 손에서 하나를 빼고 줄게."
모하는 침을 삼켰다.
"한 손에서 하나 더 얹어서 줘."
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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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은 숫자를 나타내지만 표현방식이 독특해 재밌게 읽었던 부분이다. '양 손가락 전부'는 10개, '한 손에서 하나를 뺀 것'은 4개, '한 손에서 하나 더 얹은 것'은 6개를 나타낸다.
쉽게 10개, 4개, 6개로 표현하다가 이렇게 색다른 표현법을 보니 이색적으로 다가오는 건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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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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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유리 진열장의 유물을 보는 것도 꽤 좋아하지만, 그걸로는 어딘가 늘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왔다. 때론 이해할 수 없는 도구나 생활방식을 마주한 적도 꽤 많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일일이 설명을 읽어가면서 납득하거나 이해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갈증을 많이 해소할 수 있었다.
눈에 그리듯, 마치 내가 그들의 삶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생동감 넘치는 글 덕분에 한동안 시간 여행을 한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들이 왜 좌절을 맛봐야 했고, 어떤 고통 속에서 살아갔는지, 또 과거 어딘가로 사라져야만 했는지를 경험하고, 느끼면서 이야기를 살펴보다 보면, 지금의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삶 한가운데 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꽤 긴 시간 투자를 해야겠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느꼈던 삶 속에서 잠시 들어가 기쁨, 슬픔, 아픔, 고통 등을 보고 느끼고 맛보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어쩌면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는 이 시간이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 또 살아가는지에 대한 답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고고학만 생각했는데, 이번에 실험 고고학이라는 분야를 알게 되면서 어쩌면 이런 고고학 분야도 진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삶의 본질을 직접 느끼면서 과거 고대인들이 살았던 방식을 제대로 알려주는 실험 고고학의 발전을 앞으로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