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혁명 - 100세 건강의 비밀 ㅣ 100세 건강시리즈 1
하정구 외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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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근육 잡힌 몸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어 보디빌더나 운동선수와 관련된 근육에 대해 우선적으로 떠올릴지도 모르지만, 사실 이 책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근육 운동과 삶에서 꼭 필요한 근육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앞자리의 숫자가 바뀔수록 왜 운동이 중요하고 필요한지를 절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이라, 책의 소개 내용을 보고 생활 속에서 유용하게 실천할 수 있는 근육운동이란 어떤 것들이 있고, 보다 제대로 신체에 대해 알고 싶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에는 근육에 대해 알아야 할 내용들을 총 5개의 파트로 나누어 착실히 담고 있는데, 전문 트레이너나 운동선수들이 아닌 일반인들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적절한 예시와 설명을 담고 있어 여러모로 유용했다. 특히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스트레칭 자세들은 활용하기 좋았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일상에서 건강이 갖는 의미와 운동을 할 때 참고할 점, 근육이 줄어드는 근감소증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과 운동방법 통증, 질환별 근육운동의 효과 등에 대해 살펴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운동방법과 근육을 잘 활용하는 방법들을 찾아보면 좋겠다.

 

part1.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의 의미를 개괄적으로 담고 있으며, 운동의 좋은 점과 주의할 점에 대한 간략한 설명도 포함되어 있다.


part2. 근감소증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다루고 있으며, 근감소증이 유발시킬 수 있는 여러 건강상의 문제를 살펴보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part3. 자전거, 걷기, 수영, 등산 등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 중심으로 각각의 운동이 가지는 특징, 운동 효과, 주의점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part4. 통증을 이기는 운동방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part5. 비만, 대사증후군, 갱년기, 골다공증 등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 환자가 어떤 근육운동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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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은 단순히 팔다리의 움직임이나 파워에만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원을 저장하고 저장된 에너지원을 이용하여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역할을 합니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게 하고 멋진 몸매를 유지하게 하기도 합니다.

프롤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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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나의 몸에 대해 이해하고, 근육을 적절히 유지해 오랫동안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무턱대고 따라 하던 동작이나 자세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알 수 있는 시간이라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평소 즐기는 걷기, 등산, 자전거 타기 등과 같은 것을 통해 어떤 부분에 효과가 있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또 통증에 따라 스트레칭을 하는 법을 동영상과 이미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 어렵지 않게 따라 할 수 있었다.

 

책에서 도움이 될만한, 혹은 기억해두고 싶은 내용들을 별도로 정리해 보았다. 이론은 물론 운동방법에 있어서도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아 자주 들여다보고 실천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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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 이후에 근육의 양은 매년 1퍼센트씩 감소합니다. 60세가 되면 중년일 때보다 근력이 20퍼센트가 떨어지고, 70세에는 40퍼센트가 떨어집니다.

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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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내 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가장 우선순위는 '근육' 지키기가 아닐까? 새삼 통계로 들여다본 근육량 감소 데이터를 살펴보니 근육을 지키기 위한 근육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렇다고 근육을 늘리겠다고 무작정 아무 운동이나 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병명에 따라 다른 약을 처방하듯, 운동도 나에게 맞는 운동을 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
▷아침 운동은 피할 것
▷식후에 바로 운동하지 말 것
▷가파른 산행이나 단체 운동, 무거운 것을 드는 중량운동도 피할 것

 

◆당뇨환자
▷공복 상태 운동은 위험
▷야간 저혈당 발생 위험이 있으므로 저녁 운동은 피할 것

 

◆무릎이 시원찮을 때
▷등산은 절대 금물!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비탈길을 오르내리는 등 같은 자극이 반복되는 운동은 피할 것

 

◆허리 디스크 환자
▷예방 운동법부터 진행 후 운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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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칭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중요한 하나의 운동으로, 관절의 유연성과 가동 범위를 증가시키며 관절의 부상을 줄여준다. 또한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어 부드럽게 만들며 혈액순환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근육통을 완화시킨다. 근육이나 힘줄의 손상 후, 치유에도 도움이 된다.

47~4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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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운동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스트레칭. 다른 운동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스트레칭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운동효과를 내기도 한다.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은 물론 혈액순환 증가, 근육통을 완화시키기도 한다. 부상 위험을 줄여주는데 스트레칭만큼 좋은 운동이 또 있을까?

 

근육, 근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역시 '체력'이다. 그렇다면 체력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간단히 살펴보자.

 


<체력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

 

1. 심폐지구력
호흡기관이나 순환계가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는 운동이나 활동에 버틸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2. 근력
저항에 대해 근육이 힘을 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3. 근지구력
근력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4. 신체 조성
신체의 구성 비율을 말하며 크게 체지방량과 제지방량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5. 유연성
관절의 움직임이 충분히 일어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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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감소증이란?

2016년 9월 세계보건기구에서는 근육량의 감소 정도가 심한 상황을 하나의 질병으로 규정하고 '근감소증'이라 명명하였습니다. 근감소증이 생기면 사망률이 높아집니다. 또한 거동하기가 불편해지고 치명적인 성인병이 잘 생기며 치매도 잘 걸립니다. 사망하기 전까지 와병 상태로 있는 기간 또한 길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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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량이 줄어들고 근육 기능이 저하되는 근감소증! 이러한 근감소증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근력운동'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급격하게 줄어드는 근육의 양, 미리미리 근육량을 늘려서 노후를 대비하는 것이 좋겠다.

 



SARC-F 설문지를 통해 근감소증을 자가 진행해 보자. 4점 이상이면 근감소증을 의심할 수 있다.

 

<근감소증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

 

■신체기능 저하
근감소증이 발생하면 근육의 다양한 기능이 감소하기 때문에 우리 몸은 서서히 건강을 잃게 된다. 특히 보행 장애 및 일상 활동 장애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낙상(넘어짐)
근감소증은 넘어짐의 주요 위험인자로 근감소증으로 인해 근력이 감소해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넘어질 위험이 약 두 배 정도 증가하고 반복적으로 넘어질 위험은 약 세 배 정도 높다.

 

■대사성질환
근육량은 기초대사량의 30% 정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한 요소이며 기초대사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인자다. 근감소증으로 인해 비만과 내장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등 다양한 대사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데, 특히 고혈압과 심혈관질환 발병을 3~5배 높이기 때문에 심혈관질환과 근감소증은 매우 관련이 깊다.

 

■당뇨병
근육은 글루코스 흡수와 저장의 주된 기관이므로 근감소증이 진행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근감소증은 당뇨병 및 심혈관계질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근육량 증가는 체내 인슐린 감수성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당뇨병을 치료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간질환
근감소증이 있는 경우에는 비알콜성 지방간질환자의 예후에 중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노년기에는 건강 유지를 위해 꾸준한 근력운동이 필요하다.

 

■암
암 환자는 근감소증의 유병률이 높은데, 근감소증은 이환율과 사망률을 상승시킬 뿐 아니라 나쁜 치료 결과를 야기 한다. 또한 근감소증이 있는 환자에게는 치료 독성이 증가하여 항암제의 감량 및 치료 중단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항암화학요법을 시행 받는 암 환자는 시행 가능한 운동을 꾸준히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망
근력과 근육량 중에서 근력의 감소가 근육량의 감소보다 사망과 더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근감소증이 있는 경우에 근력을 적극적으로 유지하고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근감소증 극복 방법>
근감소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열심히 하고 올바른 영양섭취를 해야 한다. 이것이 치료의 핵심 축이다.

 

1. 근감소증 치료의 핵심은 근력 강화 운동으로 일주일에 최소 2회 이상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특히 근감소증이 있는 노인에게 운동처방을 할 때는 환자 개인의 신체 활동을 고려한 맞춤형 근력운동이 필요하다.

 

2. 근감소증 치료를 위해서는 적절한 단백질 섭취도 중요한데,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기 위해 소고기, 돼지고기와 같은 동물성 단백질뿐만 아니라 콩과 같은 식물성 단백질도 도움이 된다. 대두의 경우 단백질 함량이 높고 장내 흡수도 높아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만약 단백질 섭취에 협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단백질 파우더 또는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두유-요거트 등의 음료를 통해 영양 보충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근력 키우는 방법>

 

■자전거 타기
자전거 타기는 유산소운동과 동시에 근력운동이 가능한 운동으로 특히 다리 근력을 키울 수 있어 무릎 관절염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관절염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비만의 경우에도 체중 부하로 인한 부상 부담 없이 실시할 수 있는 유산소운동이라 안전하게 실시할 수 있다.

 

■걷기 운동
걷기 운동을 통해 질병예방, 체중 감량, 스트레스 및 우울감을 해소할 수 있는데, 큰 비용 없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라 많이 추천되는 운동 중 하나다.

 

꾸준한 걷기 운동은 팔과 다리 관절의 지속적인 활동으로 관절 주변의 근력 발달에 도움을 주며, 보통 야외에서 걷기 때문에 비타민 D 생성으로 뼈의 밀도를 유지시키기 때문에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심장기능을 강화시켜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혈액 순환이 원활해져 혈압을 높이는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여 혈압을 적정 수치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꾸준히 일정 시간을 지속하면 지방 분해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으로 최소 30분 이상의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한다면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다.

 

걷기 운동은 전신의 혈액 흐름을 좋게 만들고 혈액을 통해 몸속에 쌓인 노폐물들을 원활하게 배출하여 신진대사가 활발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이 잘 잡혀 자율신경계의 작용이 원활해져 스트레스 해소 및 우울감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수영
수영은 전신운동이기 때문에 어느 한 부위만을 운동하지 않고 신체의 여러 근육을 사용하여 몸 전체의 기능을 골고루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근지구력 향상에도 좋은데, 물 밖의 공기보다 더 많은 저항을 받아 전신 근육의 근력이나 근지구력 향상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전신 관절의 움직임을 통해 유연성을 향상시켜 관절의 통증이나 뻣뻣함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외상에 의한 부상 위험이 적고 심폐 능력을 향상시키고 순환기 계통을 발달시킬 수 있으며 칼로리 소모가 많아 체중 감소에도 효과적이며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매력적인 전신운동이라 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해소할 수 있어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등산
하체 근력 향상에 효과적이고 불규칙한 지면의 환경에서 하므로 운동 강도나 에너지 소비가 높은 운동이다. 균형 유지와 근력 향상에 효과적이며 폐와 심장에도 충분한 운동 부하를 주기 때문에 신체의 전반적인 활력을 상승시켜 주는 효과가 있어 심폐 능력을 향상시킨다.

 

아울러 산이라는 대상이 주는 맑은 공기와 물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은 운동의 효과를 더욱 높여주며 정서적인 효과를 함께 얻을 수 있어 비타민 D의 합성을 촉진시키는 햇볕도 많이 쬘 수 있어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파트 4와 5에서는 실질적으로 따라해 볼 수 있는 스트레칭과 근육운동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통증을 해결할 수 있는 근육운동법이나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었다. 대부분이 맨몸 혹은 간단한 도구를 활용하여 충분히 할 수 있는 동작으로, QR코드를 통해 동영상으로도 확인이 가능했다.

 

통증이 있을 때 어떤 운동을 하면 되는지, 또 이 운동이 어디에 어떻게 좋은지에 대한 내용이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어 운동을 해야 하는 명확한 동기부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내 몸을 이해하고 꾸준히 습관을 들일 수 있어 여러모로 활용도면에서는 최고였다. 

 

통증이 있어 병원을 방문하거나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다녀보면 사실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 몸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나인데 정작 나는 왜 이런 동작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정해진 루틴대로만 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러한 부분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어 내 몸의 상태에 따라 어디서든 편하게 진행해 볼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그리고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산과 같은 일상 속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법들을 통해 신체 어떤 근육과 근력을 키울 수 있는지, 또 어디에 도움이 되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필요에 따라 적절히 운동 종류를 바꿔가면서 진행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계기로 올해 계획했던 운동 및 건강 챙기기 목표를 잘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아 내심 기대가 된다. 날씨에 따라 실외 운동과 실내운동을 겸해서 실천해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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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치유, 인간 - 삶이 흔들릴 때 신화가 건네는 치유의 말들
신동흔 지음 / 아카넷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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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를 조금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사유하고 서사를 반추해 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져보았다. 유명한 그리스 신화에서부터 우리나라에 전해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 민담과 설화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 전해지는 다양한 신화 이야기는 익숙하면서도 낯섦으로 다가왔는데, 책에 쓰인 이야기를 따라 나의 삶에 대입해 보면서 어쩌면 눈앞에 해답을 두고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더불어 근본적인 탄생에서부터 죽음, 삶, 경쟁, 질병, 차별, 자기애, 결핍 등에 대한 방황과 고통에 대해서도 신화적 해답을 얻을 수 있었는데, '나'의 존재성을 신화 속 인물들에 대입해서 '나였다면?'이라는 물음을 던져봐도 좋을 것 같다.

 

책을 읽다 보면 태초의 탄생 이야기를 담고 있는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이야기에서부터 인도의 삼주신, 한국의 바리데기, 나무도령이야기, 그리스 신화 속 시시포스 이야기까지 두루 만나볼 수 있는데, 나에 대한 고찰을 떠나 그냥 옛 구전설화나 전래동화를 읽듯 만나봐도 괜찮을 듯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우리나라의 설화 이야기가 인상 깊었는데, <나무이야기>와 <원천강본풀의 '오늘이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처음 듣는 이야기이기도 했고, 담겨 있는 스토리가 흥미로운 것은 물론, 담겨있는 교훈 또한 꽤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시시포스에서 얻은 깨달음도 남다르게 다가왔는데, 그동안 벌을 받는다는 내용으로 알고 있던 이야기에서 관점을 달리하니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옛이야기를 통해 오늘의 인생을 사는 법을 이렇게도 배울 수 있구나 새삼 깨닫게 되는 책이었다.

 

 


한국 민담 <나무도령(목도령)>이야기

 

스토리)
타락한 세상 속 제 욕심만 찾는 사람들이 대홍수로 휩쓸려 사멸하고 오직 나무도령만이 아버지 나무에 올라타 살아남는다. 그것이 신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아버지 목신의 만류에도 나무 도령은 물에 휩쓸려 죽어가던 한 소년을 살려주게 되는데, 그 소년은 보란 듯이 나무 도령을 배반한다. 어떻게든 자기가 세상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려 하지만, 나무 도령은 모략과 폭력을 이겨내고 제자리를 지키지만 소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나무 도령과 함께 인류의 또 다른 조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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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신화적인 동시에 사회적이기도 한 이 이야기에 대하여 나는 이를 또한 자기서사로 사유한다. 불완전한 갱신은 곧 나의 일이다. 내 안에 나무 도령과 배반의 소년이 공존한다. 스스로 소년을 건져서 살려두었기 때문이다. 온전히 나 자신을 죽여서 거듭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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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하고 불완전한 '나' 혹은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민담이다. 타락한 인간을 신은 모조리 휩쓸어 사멸시키려 했으나 소년을 구한 것은 '나'의 선택이다. 그리고 이내 배신을 당한다. 배반하는 소년과 본래의 자연성을 지니고 있었던 나무 도령. 어쩌면 우리의 내면에는 두 가지 이율배반적인 양가감정이 모두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오로나 나의 몫이다. 삶을 사는 데 있어 배반하는 소년이 될지, 아니면 본래의 자연성을 지닌 나무 도령이 될지.

 

 


<원천강본풀>의 오늘이 이야기

 

스토리)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오늘이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살아간다. 그러다 오늘을 생일로 하고 이름을 오늘이로 정하면서 신 혹은 부모가 왜 자신을 적막한 세상에 던져놓고 아무 말이 없는지를 묻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나게 된다. 신화에서는 오늘이가 찾아 나선 곳을 원천강이라고 말하는데, 홀로 가는 그 길에서 오늘이는 여러 존재들을 만나게 된다. 장상이와 매일이, 연꽃나무, 이무기, 선녀 등. 그리고 그들과 마음을 나누어 연결을 이루어감으로써 오늘이는 존재의 고립과 무의미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황무지 속에서 '나'라는 존재란 과연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는 것!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 하게 되는 고민이자 질문이다. 이 신화 속 오늘이는 처음에 원초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오늘이라는 이름이 정해지고 자신의 존재를 찾기 위해 원천강을 찾아 긴 여정을 떠나게 되는데, 여정 중에는 수많은 존재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모두 나름의 깊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오늘이에게 하소연을 늘어놓으며 원천강에 가거든 꼭 그들이 앓고 있는 문제에 대한 답을 알아봐달라며 매달린다.

 

마침내 원천강에 다다른 오늘이는 그곳에서 그의 부모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이 찾던 존재의 의미를 찾게 된다. 더불어 원천강은 모든 시간이 모여 있는 곳, 시간이 원천이 되는 곳임을 알게 되면서 그곳에 있는 선인들을 통해 길에서 만난 존재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답을 듣게 된다.

 

■이무기
여의주 세 개를 입에 물고 승천하지 못하는 이무기에게 전하는 해법은 여의주 두 개를 뱉고서 하나만 무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한다. 지나친 욕심을 내려놓고 한 가지를 제대로 추구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돈, 권력, 명예 세 가지를 다 가지려 했기 때문에 탈이 났던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만약 하나의 여의주만 가져야 한다면 '자기 자신'이라는 여의주를 가져야 스스로 빛나고 가벼워질 수 있다며, 승천을 위해서는 입안 가득 물고 있는 돌덩이들을 하나씩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연꽃나무
꽃봉오리는 잔뜩 맺혔는데, 피어난 꽃은 단 한 송이다. 그런 연꽃나무에게 전하는 해법은 금지옥엽 한 송이 꽃을 뚝 꺾어서 내려놓는 일이 해법이라고 말한다. 어느 한 가지 대상이나 가치에 집착해서 그것이 전부인 양 부여잡고 발버둥질 칠 때 다른 모든 가능성을 길을 잃는다며, 그것을 미련 없이 훌쩍 내려놓는 순간, 수많은 새로운 꽃들이 차락차락 피어날지 모른다고 말한다.

 

■별층당에서 글만 읽던 처녀, 총각 매일이와 장상이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매일이와 장상이에게 원천강이 전한 답은 둘이 짝을 이루어 살라는 것이었다. 
이때 두 남녀의 결합이 의미하는 일은 무엇일까? 두 사람의 남다른 이름으로 살펴보면 매일과 장상, 매일 새로운 책을 이리저리 보는 사람과 같은 책을 하염없이 보는 읽고 또 읽는 사람. 달리 표현하면, 눈앞의 일에 얽매여 살아가는 사람과 아득히 미래만을 보면서 살아가는 사람의 차이다. 저자는 '매일'과 '장상'의 다른 이름으로 '순간'과 '영원'으로 이야기하는데 순간은 영원으로 이어져야 하고 영원은 순간 속에서 실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길은 열릴 수 있다고.

 

■깨진 바가지를 들고 우물가에서 울던 선녀들
다시 하늘로 오르기 위해서는 우물물을 퍼내야 하는데 바가지가 깨져서 우물물을 퍼낼 수 없어 울던 선녀들에게는 오늘이가 그 해답을 전해준다. 댕댕이풀을 으깨서 바가지의 구멍을 메꾸고 말리자 물을 풀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것으로 물을 퍼내자 우물은 깨끗이 비워진다. 당연하고 뻔하게 생각되지만 우울과 눈물도, 바가지도 깨졌으면 때우라고 전한다. 하지만 우울에 빠져 있는 당사자들은 그 일을 하지 못한다. 틀린 곳부터 다시 한 걸음씩 움직여 나아가기! 오늘이가 스스로 찾아낸 답이다!

 


이 이야기들은 단순히 먼 옛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이야기이고, 나의 이야기이다. 눈앞에 닥친 자신의 문제점들에 대해 똑바로 직시하지 못하고 그저 끌어안고만 있지는 않은지, 혹은 집착하거나 욕심을 부리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살면서 우리는 누군가와 협동하여 조화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고, 문제가 발생한 지점부터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실천력도 필요하다. <오늘이 이야기>는 자신의 문제에 있어 눈먼 사람들에게 전하는 따끔한 충고처럼 다가오는 이야기였다.

 

 


시시포스 이야기

 

스토리)
시시포스 이야기는 제우스의 분노를 산 코린토스의 왕이 형벌로 무거운 바위를 산 정상으로 올리는 '영원한 형벌'을 받은 걸로 유명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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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포스의 이야기를 자기 서사로 재구성하면서 도망치고 싶었던 반복되는 과업들이 형벌이 아니라 당연히 그리할 삶이었다. 축복이었다. 이렇게 살아서 움직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얼마나 벅찬 일인지! 주어진 모든 일에 감사함을 느끼면서 나는 이렇게 글을 쓴다.

1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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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하지 않고 부딪쳐 싸우는 일은 인간의 자연적 속성이다. 그 자연성을 오롯이 체화할 때, 인간은 영원성을 얻는다.
(...)
돌을 굴려 올리는 일을 영원히 계속하는 시시포스는 그 자체가 하나의 자연이고 신이다. 여기 있는 나, 그리고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걸림 많은 세상 속에서 묵묵한 나아감을 그치지 않는 사람, 그대가 곧 영웅이고 신이다.

1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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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것을 반복되는 일상, 반복되는 형벌로 보지 않았는데, 시시포스의 거듭된 오름. 그것은 똑같은 오름이 아니며 계속 새로운 발견과 함께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앞서 형벌로만 지켜봤던 영원한 형벌이 관점을 다르게 하니 어쩐지 신나고 즐거운 일로 다가온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묵묵히 오늘을 살아내는 것! 또 해야 할 일을 꾸준히 해내는 것에서 매일 색다른 '오늘'이 찾아온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였다.

 

이외에도 죽음에 대해 다룬 <오르페우스 이야기>와 <도랑선비 청정 각시 노래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현실을 부정하면서 생명의 끈을 억지로 붙잡으려 한 <오르페우스 이야기>와 스스로를 죽임으로써 망자를 떠나보내고 동시에 죽음을 통해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은 <도랑선비 청정 각시 노래 이야기>는 서로 대비되는 이야기라 비교하면서 읽어보면 색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을듯하다.

 

<바리데기>이야기는 어릴 때 읽어본 이야기라 내용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한번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의 인생을 신화를 통해 만나보니 새삼 사람 사는 것이 별반 다르지 않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결국 모든 것은 내 마음속에 있고, 삶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과 시선도 달라짐을 마음 깊이 새겨본다. 무엇을 하든 즐겁고 성취감 있게 해내는 것! 출발과 끝에 있어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언제나 내 몫이며 내 결정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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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독
이기원 지음 / 페퍼민트오리지널 / 202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바이러스 창궐과 기후변화 등으로 한 번쯤 생각해 봄직한 주제인 지구 멸망과 생존. 여기에 무한 상상력을 더해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죽음을 넘어선 이후의 삶을 담고 있는 <쥐독>은 우리가 그리는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의 삶을 그리고 있다.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피하고 싶어 하는 죽음 너머의 삶에서 무엇을 보고 경험할 수 있는지를 이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코로나19 이후 수차례의 국가 존속 위기를 이겨내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대한민국! 이 이야기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표지에서부터 확인되는 항아리 모양의 인상적인 '독' 그림은 책 제목인 <쥐독>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민의 자유와 행복을 무한 보장하는 '뉴소울 시티'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삶의 터전 <쥐독>. 바이러스와 전쟁, 국가 존폐 위기와 같은 어마어마한 일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이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이토록 비참한 삶을 사는 이들이 사는 구역인 쥐독이 생겨난 것일까?

 

이 책을 읽고 난 후 인간의 욕심과 욕망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죽고 사는 문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토록 권력과 독점, 소유하려는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이들을 보면서 과거, 현재와 다를 바 없는 반복되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해 고찰하게 된다. 모두가 다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분명히 만들 수 있음에도 나만 잘 살겠다는 욕심으로 똘똘 뭉쳐 마침내 영생을 빌미로 극과 극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 <쥐독>안에서의 삶은 비참함과 비통함이 가득하다.

 

디스토피아를 꿈꾸지만, 사실 이것은 일부 극소수 한정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자 삶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한히 치솟는 세금을 감당하며, 기계처럼 매일 하루를 쉴 틈 없이 일하며 배급되는 돈(분각)과 밀키트로 겨우 끼니를 때우는 정도다. 여기에 각성효과가 있는 카푸치노는 어느새 삶에서 필수품이 되어버리고 마침내는 중독 증상과 두통과 속 쓰림, 극심한 피로와 무력감 등과 같은 부작용을 겪게 된다.

 

이 책을 읽기 전 시대적 배경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서울 연대기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도시 서울. 서울의 역사는 곧 인류의 생존과 역사를 이야기하는데, 주요하게 살펴봐야 하는 부분은 별도 배경색을 통해 표기해두었다.

 

코로나19 이후 2040년 다시 발병한 covid 219로 인해 세계 인구의 75% 사망. 치료 약과 백신 미개발, 그로부터 5년 뒤 2045년 제3차 세계대전 발발로 전 세계의 전쟁터화. 2049년 전쟁과 감염으로 전 세계 국가 소멸. 그 와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도시가 대한민국 서울이었다.

 

유일무이한 생존 도시이며 생존자가 남아있는 도시 서울. 국가 시스템은 무너지고 이를 재건하기 위해 경영권을 인수한 것은 대기업 연합. 그렇게 2051년 뉴소울 시티가 출범하게 된다. 새로운 바이러스 covid 219가 나타난 이후 불가 약 10여 년이 지난 후였다.

 

22세기 인류의 마지막 생존 지역인 서울은 여태까지와는 다른 통치 시스템으로 대기업 연합이 운영, 통치하는 국가 시스템이다. 뉴소울 시티는 미래 서울의 또 다른 이름으로, 대기업 연합 중 가장 큰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지대한 공헌을 한 아바리치아 기업을 필두로 운영된다. 그래서 연호도 아바리치아 원년으로 변경된다.

 

뉴소울 시티 초반 50년은 그야말로 태평성대였다. 기업인들이 운영하는 국가는 기업을 운영하듯 합리적이고 지혜로웠으며 과도한 육체노동이나 생존을 위한 무한 경쟁에서 해방되었다. 모든 국민은 '고객'이었고 그들은 고객서비스 정신으로 시민을 대했다. 그리고 22세기 시작될 무렵 엄청난 과학적, 의학적 발전으로 인해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영생'의 방법을 알게 된다. 신체는 물론 뇌와 생명에 대한 모든 구조를 알게 되면서 상용화되고 마침내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또 한 번 변화를 맞게 되는데, 더 이상 종교가 무의미해지면서 없어지고 잊혀졌다. 그리고 대기업 연합인 전국기업인연합회(일명 전기련)의 운영 방침도 변화하게 된다. 자유와 행복을 지향하던 도시는 더 이상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는 나라가 된다. 이 혁명적인 테크놀로지의 혜택은 일부 극소수 특권층에게만 부여되었으며 나머지 국민들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계층별로 나뉜 '구역'이며, 시민들을 관리하고 감시하는 '고객서비스팀'과 영생을 위해 착복식을 진행하는 '소도'가 생겨난다. 상류층 거주지 1구역과 일반 시민들의 2구역, 그리고 2구역에서 쫓겨난 낙오자, 해고자,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이 모인 3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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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나처럼 도시에서 도망쳐 갈 데 없고, 손이나 발이 없어서 도시에서 버려지고, 카푸치노에 찌들고, 생존을 위해 몸을 팔고, 썩은 통조림 하나를 갖기 위해 칼로 찌르는 곳이라니까. 그런데 이런 곳에서 무얼 가지고. 그것도 글을 가지고 무슨 해방이 되고, 신과 싸운단 말이야? 여긴 뉴소울 시티의 쓰레기통이고 우린 그 쓰레기를 먹고사는 쥐들일 뿐이라고 몇 번을 말해."

 

민준의 말에 순간 분위기가 차가워졌다.

<제3구역인 쥐독에 대해 가장 실감 나게 표현한 서술 부분_18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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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의 초반은 2구역에 거주하고 있는 민준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매일이 쳇바퀴 굴러가듯 빠듯한 일상 속에서 어느 날 우연히 출근한 공장에서 1구역 사람들만 섭취하는 비싼 루왁(각성제)를 옮기는 작업을 하게 되면서 순간 탐욕에 눈이 돌아 이것을 훔쳐 달아나게 된다. 그리고 전기련을 피해 쥐독에 숨어들게 된다.

 

반복되는 일상에 피로하고 무기력했던 그가 숨어진 쥐독은 그동안의 삶과는 완전히 달랐는데, 매일 매 순간이 생존을 위한 투쟁 그 자체였다. 특히 그가 훔쳐 달아난 루왁은 쥐독에 사는 폭력단에게도 눈독을 들일만한 가치 있는 물건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쥐독에 사는 이들에게 한순간에 타깃이 된다. 그때 도와준 사람이 55층 구역의 유일한 술집 '녹색선'의 주인인 최혁이었고 그의 도움으로 다행히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쥐독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 구역만의 생존전략을 최혁으로부터 듣게 된 민준은 55구역의 폭력단 중에 하나인 흑룡파의 림광석과 겨루게 되고 무자비한 결투 끝에 마침내 승자가 된다. 이후 쥐독에서 조금씩 생존을 위한 삶에 적응해가면서 단시간에 그는 쥐독 55구역의 범접할 수 없는 일인자가 된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갑자기 55구역을 침입한 이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사다리 문장이 있는 검은색 반다나를 쓴 반자본청년연맹(혹은 반자연, 또는 연맹) 원들이었다. 그들은 뉴소울 시티의 고객서비스를 거부하며 통제되고 있는 시민들의 인간다운 삶과 자유, 평화를 위해 싸우는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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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목표는 오직 자유였다. 잘못된 시스템인 뉴소울 시티를 붕괴시키고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것. 신의 권력으로 자리한 전기련을 무너뜨려 2구역 사람들에게 씌워진 틀을 벗기고 자유롭게 운명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오직 그가 바라는 것이었다.

21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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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수장인 제이콥은 민준 일행에게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일에 대해 설명하며 함께 하기를 제안한다. 그리고 마침내 이를 수락한 민준 일행은 반자연과 함께 소도를 무너뜨리고, 뉴소울 시티의 수장인 류신을 없애기 위한 일생일대의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수많은 투쟁과 배신, 그리고 자유와 평화를 되찾기 위한 그들의 싸움은 끝날 듯 끝나지 않는다. 무한 반복되는 그들의 투쟁에 대한 결과는 책을 통해서 직접 확인하기를 바란다.

 

'죽음'이 없어진 사회에서 벌어지는 강력한 철권통치의 모습은 인간의 가장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가장 이기적이고 무서운 욕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데, 가진 자일수록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타락한 인간의 형상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

 

권력과 돈, 직급을 나누어 사람을 '구역'으로 나누고, 사는 곳과 먹는 것, 입는 것은 물론 죽음마저도 통제하며 자신 이외의 사람들은 쓰다 버리는 휴지조각보다 못한 취급하는 1구역 전기련의 행태는 잔혹함을 넘어 자신의 핏줄에게도 적용된다.

 

이들의 강력한 통치 아래 이것을 깨부수고 다시 평화와 자유를 꿈꾸는 이들이 구역 곳곳에서 나타나 뜻을 모으기 시작하며 벌어진 전기련과 반자연의 싸움은 과연 어떤 끝을 맺게 될까?

 

사실 그토록 강력한 힘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전기련과 맞서는 반자연의 싸움은 꽤 오래도록 이어져 왔는데, 그 처음을 살펴보면 우연히 발견된 책 한 권에서부터였다. 그것은 바로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그동안 불합리하고 억울한 일을 겪어도 그저 감내해야 했던 이들이 이 책 한 권을 시작으로 마음에 동요가 일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들불처럼 번져나가게 된다. 책은 단순히 책이 아니었다. 권력자에 의해 제지당하고 통제 당하던 책 한 권은 지식이자 지혜이며, 사람들을 일깨우고 인식을 고취시키는 하나의 발단이 된다. 그래서 반자연의 중심에는 '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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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가 그렇게 반란을 일으켰던 이유는 책 한 권 때문이었다. 
우연히 발견했는데 너무 닳고 낡아서 처음엔 제목조차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제이디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었다. 그것이 불씨가 되었고 별것 아닌 삼백 오십여 페이지에 걸쳐 적힌 글자가 그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10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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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련은 이 도시,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서 모든 지식을 독점하고 있죠. 그걸 위해 모든 책, 미디어, 개인용 전자기기까지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모든 매개체를 금지하고 파괴했어요. 지배자들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지식을 갖게 되는 걸 막은 거죠. 유럽 중세 시대의 평민들처럼."

181페이지 中
=====

 

이처럼 책을 통해서 인식을 깨우친 저항세력 속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인물들도 자리하고 있는데, 후반부에 소름 끼치는 반전을 꼭 확인해 보길 바란다. 더불어 중간중간 핵심이 되는 키를 암시하는 복선들도 눈여겨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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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수석 테일러는 늘 웃는 상이었다. 류신은 그의 웃는 상이 왜인지 항상 의뭉스러웠다. 그건 아마 그의 전직 때문일 것으로 생각했다.

1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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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원래 신에게 제사를 드리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다시 난잡한 시장이 되어버렸죠.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과거에서 배우지 않고 과거를 되풀이합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껍데기만을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

"껍데기를 숭배하고 껍데기를 비난하고 껍데기를 가지려고 해요. 저들처럼."

3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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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건, 권력의 핵심이자 모든 것을 가진 그들 사이에서도 완력 다툼은 여전하다는 점인데, 지금 사회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마치 땅따먹기를 하듯 서로에게 건네는 치열한 지리멸렬한 아귀다툼을 보며 웃음이 나는 건 비단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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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게 책상 위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야. 직접 현장에서 뛰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많거든."
지환에겐 사무직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샌님들. 인내와 용기라는 것을 모르는 유약한 놈들. 지환이 사무직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28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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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찝찝함과 꺼림칙함 그 사이. 무한 반복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을 뒤로하고 마지막에 유난히 오래 남았던 문장이 하나 있어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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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으니까 다른 이의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죽지 않으니까 자신들이 평범한 우리와는 다른 존재라는 편협한 우월감을 가지게 됐죠.
(...)
그러니 죽음. 그것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야 진정으로 공평한 세상이 오는 겁니다.

48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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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 영원불멸하지 않은 인생이기에 우리가 갖는 가치와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영생을 꿈꾸는 이들이 그리는 사회가 꼭 유토피아일 거라는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 '죽음'이 주는 희소가치와 인생의 의미를 되새겨보며, 지금의 현실을 보다 가치있게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산업혁명 이후 급작스레 성장한 과학발전이 현대에 와서 꼭 긍정적인 면만을 주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과학과 의학의 무한한 발전으로 인해 '영생'을 얻게 된다고 해서 꼭 반드시 행복할 것이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어쩌면 오만이자 오판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사고나 유전적 질병으로 인한 이들을 위해 꾸준히 연구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하는 것은 필요해 보이지만, 누군가의 권력이자 이기심을 위해 활용되거나 독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견제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본다. 수많은 악제를 딛고 일어선 유일무이한 세상 속에서 영원불멸한 삶까지 얻었지만,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는 어쩌면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여러모로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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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니 생각 중이야 ㅣ 스토리인 시리즈 16
지금 지음 / 씽크스마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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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좋아서, 누군가 '지금'이라고 불러주는 것이 좋아서 필명도 '지금'으로 지었다는 저자.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예전 꽃보다 누나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윤여정 씨가 했던 말이 떠올랐는데, 아무도 자신의 인생을 모르기에 더 현실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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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보다는 그저 재미나게 사는 것이 목표예요.
60이 되어도 인생을 몰라.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 67살이 처음이야.
내가 알았으면 이렇게 안 하지..

꽃보다 누나 中 윤여정씨 인터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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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인생을 두 번 사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모습이고,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에 의해 형성될 모습이기에 '오늘'을 사는 것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일지도 모른다. 지금, 오늘을 건너뛰고 내일의 내가 있을 수는 없으므로. 그래서 '지금'이 갖는 의미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하고 무게감을 갖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지금'이라는 단어가 담긴 이 책의 제목도 다중 의미로 다가오는데, 문장 그대로 가볍게 '지금 니 생각 중이야'란 의미로도 다가오고, '지금'이라는 글자 색이 다른 걸로 봐서 '지금'은 작가 자신을 말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지칭하는 말로도 해석된다.(작가 자신을 생각한다는 의미) 또 한편으로는 책에 남편의 이야기가 자주 언급되는 걸로 봐서 작가가 남편을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판단은 독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다른 누군가와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면서 진정한 나를 잊고 살았던 저자. 돌이켜보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진정한 나'로 산다는 것을 생각할 만큼 여유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늦둥이 막내딸로 태어나 할아버지 같았던 아버지가 한쪽 다리로 농사를 지어 생계를 꾸리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아버지의 잃어버린 다리가 되기 위해 억울하고 부당한 일을 자주 당해도 단 한번도 저항하지 못하고 눈을 감고 귀를 막고 3년을 참으며 야간 고등학교와 방송 통신대학교를 졸업했다.

 

남편과는 5년을 연애하고 결혼했는데, 퍽퍽한 살림에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방 하나에서 방 두 개인 전세방으로, 그리고 마침내 꿈꾸던 내 집 마련을 하게 되었지만, 첫째 아들이 걷지 못하는 병에 걸리게 되면서 3년 넘게 치료를 이어가야 했다. 그 사이 둘째 아들이 태어났고, 남편은 아픈 아들과 태어난 아기를 위해 더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주말에는 24시간 철야를 했고 그렇게 가장의 자리에서 30년 동안 가족을 지켜냈다.

 

나이 마흔에 산부인과 건강검진을 통해 자궁과 난소에 큰 혹이 하나씩 있어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다행히 검사 결과 양성이라서 수술을 하면 나을 수 있다는 결과에 수술을 하게 되었다.

 

삶은 그렇게 정신없이 흘러갔고, 저자는 자신을 챙길 겨를도 없이 어느새 오십이 되었다. 부부로 함께 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주 혼자 살고 싶어졌고, 혼자일 때가 좋았다. 그래서 오십에 자발적으로 혼자 살기를 선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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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사는 대로 살았고, 부부로 함께 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주 혼자 살고 싶어졌다. 그리고 혼자일 때 더 좋았다. 그게 몇 번 그러다 말 것이라 생각했는데 평생 그랬다.
그래서 오십에 자발적으로 혼자 살기를 선택했다.

1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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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로 오래 함께 산다고 서로에게 물드는 것은 아니었다. 가치가 다르면 물들기 어려운 모양이다. 어쩌면 우리는 기능적으로 필요한 부부로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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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을 배려하기 위해 남편과 아이를 뒤로 하고 혼자 사는 것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결혼 이후의 삶과 혼자 살기로 마음먹은 이후 오 년이 흐른 시간까지의 삶이 담겨있는데,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던 혼자살이와 홀로서기의 고군분투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가까이에 있어 몰랐던, 남편의 그늘막이 얼마나 든든한 울타리였는지, 또 내가 나로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는 과정들이 담겨있는데, 특히 스스로에게 준 안식년을 보내는 시간들은 어딘가 어설프고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 많아 실수도 연발하지만, 그 어떤 시간보다 인생에 있어 귀한 의미를 갖게 한다.

 

처음에는 나름 설렘과 기대감도 가득했지만, 막상 '나'를 위한 홀로서기에는 쉽지 않은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금융 사기로 가지고 있는 돈을 털리고, 살기 위해 시작한 식당 일은 쉽지 않았다. 삐꺼덕 거리던 몸은 탈이 났고 죽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나 저자는 걷기를 통해 삶의 의지를 다지게 되고, 글을 쓰면서 삶의 희망을 얻게 된다. 통증은 약간의 치료와 단식, 나를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마음가짐으로 점차 나아지고 있었다. 그렇게 5년을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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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내 삶의 우산과 양산이 되었다. 걷기 덕분에 다른 사람의 우산과 양산을 기웃거리지 않아도 될 만큼 혼자 사는데 힘이 생겼다.

5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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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그렇게 죽어가고 있었어. 그러다 죽을 때 죽더라도 글이나 한편 남기고 죽자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어. 유서 같은 글이었지. 그런데 다음 날도 유서를 쓰고 그다음 날도 썼어. 참 신기하게도 유서가 생명줄이 되었어.
(...)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여서 무엇이든 매일 묵묵히 하는 것이 생명을 이어가는 길이라는 것을. 선생님이 매일 글쓰기를 해온 이유야.

6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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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식을 1년 정도 해서 15kg을 감량했다. 통증 치료에 도움이 되었다.
(...)
단식 시간은 통증 상태에 따라서 다르게 했다.
통증을 다스리는 일은 할아버지 손 치료 1과 내 정성 99가 담겨야 가능한 일인 듯했다. 그래서 간헐적 단식뿐만 아니라 걷기, 바른 자세, 지금을 살기,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기, 혼자 있는 고요한 시간 즐기기, 감사하기, 많이 웃기, 좋아하는 글쓰기 하기, 충분히 잠자기, 탄수화물 줄이고 과일과 채소 챙겨 먹기를 매일 꾸준히 실천했다.

91~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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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통해 허기를 채우고 나를 안아주게 되었다는 저자는 첫 책을 출간하게 된 것 역시 오십이 넘어서 선택한 혼자 있는 시간의 충만함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혼자만 품고 살기에는 참 고마운 시간이라서 함께 나누고 싶다며 쉽지 않은 인생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과거에는 대다수가 '나를 찾는 것'보다 그냥 살아왔던 대로, 사는 대로 계속 살았다. 그렇게 '나'는 잃어버린 채로 남편 뒷바라지와 아이들을 챙기며 살다가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없고 '00엄마', '00아내'로 살다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오십이 넘어 용기 있게 나의 삶을 선택한 저자의 삶이 어쩐지 짠하게 느껴지면서 자꾸만 응원을 하게 된다. 몸이 아프고 사기를 당하는 순간 편하게 원래의 삶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음에도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로지 자신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는 절실함마저 느껴진다.

 

그래도 오로지 그 모든 것을 혼자의 힘으로 견뎌냈기에 그녀가 적어내려간 책에서는 당당함과 힘이 느껴진다. 아무것도 감추는 것 없이 투명하게 내보인 속에서는 어떤 두려움이나 절망도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나로서 사는 것, 그것에서 오는 충만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밑바닥 끝까지 내려가본 인생을 경험하면서 자신을 더 알게 되었다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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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움켜쥐고 있었던 내 안의 무엇을 책 쓰기라는 과정을 통해 하나씩 버리고 있었다.
(...)
결국은 통증이 반란을 일으켰고, 나는 다 버리고 말았다. 비로소 내가 보였다.

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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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책 쓰기는 내 무의식의 불안과 두려움을 편안하게 하는 명약이었다.

9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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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과정은 생각보다 험난했지만, 비로소 '나'를 알고 인생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어쩌면 한 번 사는 인생에서 우리는 '나'를 모르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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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사람이 되자는 것은 아니다. 그냥 한 번뿐인 삶인데, 어쩌면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지금 나를 안아주면서 살자는 것이다.

1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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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는 줄 모르는 일이 있으면 자신을 충만하게 안아주게 된다. 내가 글을 쓰며 좋아할 때 언니는 수를 놓고 친구는 벨리댄스를 추며 웃는다. 그들은 나처럼 지금, 자신을 안아주며 살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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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장 잘 아는 것, '지금'을 충실히 사는 것. 이것이 어쩌면 살면서 찾아야 할 가장 중요한 목표가 아닐까 싶다. 새삼 지금 나를 충만하게 안아주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나로서 존재하게 하는 이유, 그것이 무엇이든 나를 안아주는 사물 하나쯤 있어야 살아가는 데 버팀목이 되지 않을까? '지금'의 시간 속에서 '나'는 어디쯤에 있고, 나를 충만하게 안아주는 일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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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배송 하시겠습니까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6
이세라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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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에서 모바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발전하면서 주목받게 된 택배. 특히 코로나가 팬데믹으로 선포되면서 비대면은 주류가 되었고, 이에 택배는 우리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이 책 <특별배송 하시겠습니까>는 그런 택배기사들의 이야기이자 일반 서민들의 삶을 담고 있는데, 절박한 순간 동아줄처럼 내려온 '특별배송' 제안은 이들에게 삶의 희망이자 빛이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특별배송'으로 얻은 시간과 물질적 풍요는 이내 곧 호기심을 유발하고 마침내 목숨을 위협하는 수단으로까지 이어진다.

 

"평온한 삶과 돈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특별한 택배는 단순히 일반 택배보다 수수료가 높아서 '특별한'것이 아니었다. 택배를 전달하는 방식과 이를 받아 가는 사람들의 독특한 모습, 일반 택배보다 몇 배는 높은 수수료, 손바닥만 한 작은 사이즈의 상자 등 일반 택배와는 모든 것이 다르기에 '특별배송'으로 취급되었다.

 

더불어 '특별배송'은 일반 배송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기묘한 호기심이 드는 것은 물론, 마침내는 그것을 확인하고 싶은 욕망까지 부추기는 자기와의 사투도 감내해야 했기에 어느 모로 보나 이것은 정말 '특별'했다.

 

그러나 과한 호기심은 화를 부른다고, 일반 배송에서 특별배송으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대부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택배 상자를 확인하는 과오를 저지르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일을 겪게 되는데, 무엇이 택배기사들로 하여금 이 택배 상자에 관심을 내보이게 만든 것일까?

 

이 소설에 등장하는 민호와 용재 역시도 퍽퍽한 삶에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택배기사 일을 시작하게 된다. 김밥 집만으로는 아이들을 키우며 생활하기가 빠듯했던 민호는 낮에는 김밥 집에서 아내와 함께 일하고, 밤에서 새벽 사이에는 어니스트 택배사에서 택배 일을 하며 부족한 생활비를 벌고 있었다. 어니스트 택배사는 일반 택배와는 다르게 밤에서 새벽에만 근무한다는 것이 특이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민호에게는 오히려 딱 맞는 일이었다. 

 

그러다 친구인 용재에게도 자신이 일하고 있는 택배사를 소개해 주게 되고 둘은 함께 택배 일을 하게 된다. 그러다 먼저 입사한 민호를 통해 용재는 이 택배사에는 일반 배송 외에도 특별 배송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특별 배송의 기사로 배정되어 일하게 될 경우 고가의 물품을 배송하고 일반 수수료의 약 100배 이상이 되는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탐은 나지만 원한다고 모두 될 수 없는 특별 배송이기에 그저 기회를 보고만 있던 이들에게 마침내 특별 배송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한 푼이 아쉬웠던 이들은 곧 몇 배는 더 손에 거머쥘 돈을 생각하며 각자의 희망을 그리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민호가 기회를 잡게 된다. 희망에 부풀어 있던 그가 특별 배송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뭔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으나 단순 강도의 소행으로 일단락된다. 

 

이후 마침내 용재도 특별 배송 제안을 받게 되고 그는 친구인 민호의 죽음에 특별 배송이 관련되어 있다는 의심을 하며 제안을 수락한다. 용재는 특별 배송을 하며 민호와 같은 수순을 밟게 되는데,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그는 마침내 택배 상자를 개봉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마침내 판도라 상자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때부터 숨 막히는 추격전과 추리 전이 시작되는데, 어니스트 택배사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려는 이들과 비밀을 숨기려는 자들 그 사이에서 위태로운 목숨을 이어나가며 쫓고 쫓기는 사투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읽는 내내 피 튀기는 현장과 생생한 묘사들은 영화를 보듯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우리 삶에 가까이 있지만 무심히 지나쳤던 택배에 관련된 이야기이기에 더 끔찍하게 다가왔다. 그저 단순한 배송만을 위한 서비스가 한편에서는 특별 배송과 특별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자행되고 있는지, 또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매번 타인의 택배 상자를 개봉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특별 배송 기사들의 행태를 보며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어니스트 택배사를 보며 과거 이탈리아나 홍콩의 마피아가 생각나기도 했는데, 권력과 힘을 이용해 사업을 장악하고 그들의 룰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찍어 누르거나 이용하다 목숨을 빼앗는 행태라던가 조직원들을 이용해 또 다른 조직을 치는 모습들에서 과거 비슷한 형태의 잔재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같은 선택, 다른 결말. 친구인 민호와 용재는 같은 선택을 했지만 완전히 다른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데, 거기에는 그들이 이것을 해결하는 방식 혹은 과정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숨겨진 든든한 조력자들의 존재도 한몫하는데, 이를 통해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소설은 스토리 그 자체보다 소설 속 인물들에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는데, 특히 가장 의문스러웠던 인물은 어니스트 택배사에서 회계 및 각종 잡무를 담당하고 있던 서미란대리이다. 소설 등장 시점부터 시선이 갔던 그녀는 어쩌면 이 소설 속에서 가장 중요한 치트키일지도 모르겠다.

 

공부와는 인연이 없다고 판단해 중학교를 마지막으로 공부를 그만두고, 20대 중반에는 수십 명을 거느린 조직의 우두머리가 된 어니스트 택배사의 실질적 주인인 강수와 태수 형제의 삶도 재조명되는데,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용재가 암이 재발한 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모습을 보고 태수의 속내를 다루는 부분이 있는데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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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수는 사무실로 돌아가는 내내 생각했다. 
(...)
자식이나 형제가 뭐라고 그따위 관계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겠다는 거지?
(...)
차라리  좋지 않은 환경에서 허우적거릴 게 아니라 과감하게 뛰쳐나와 거칠게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성공하면 그때 도와주든가 말든가 하면 되지 않은가?
(...)
다 같이 죽도 밥도 아닌 인생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게 맞는 것인가? 이런 태수의 생각에 누군가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은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지 않아서 그렇다."
그 질문에 대한 태수의 대답은 '까고 있네'다.
(...)
태수에게 희생이란 대단한 이유나 가치관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그 사람의 성향일 뿐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보다 큰 것, 보다 중요한 것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 본인의 인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가족보다는 자신의 인생을 선택한다. 마찬가지로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도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 나를 위한 선택일 뿐이다.
(...)
그들은 위선자들이며 겁쟁이고 새가슴이다.

62~6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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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용재의 모습을 지켜보며 유달리 불편하게 느끼던 태수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한 문장이자, 여러모로 자꾸 되새기게 되는 문장이다. 어쩌면 이것은 태수가 가진 가치관이자 그가 이만큼 사업을 성장시키는 데 버팀목이 되어준 생각들일지도 모르겠다.

 

태수라는 캐릭터를 지우고 보면 굉장히 현실적으로 와닿는 문장인데, 사람은 누구나 '나'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던, 가족을 위해 희생하던 어쨌든 결론적으로 보면 모두 '나'를 위한 선택이라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것을 태수는 '성향'으로 본다는 것이 좀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가족을 위한 희생을 선택하는 자들을 향해 위선자들이고 겁쟁이, 새가슴으로 표현했는데, 자신과 반대편에 있는 다른 '성향'의 사람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사이다적인 대답으로 큭큭 웃음이 나기도 했는데 '까고 있네'라는 답이 그것이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란 사람도 모두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지는 않으므로 '까고 있네'라는 태수의 말은 무심히 가정사나 환경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시원한 한방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가담하게 된 범죄. 그 실체를 파악하는 순간 죽음 혹은 그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어니스트 택배사의 룰이다. 단순히 눈 감고 귀 막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택배 배달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삶이 바뀌었다. 먹고 먹히는 관계 속에서 그들은 수없이 머리를 굴리며 탈출을 도모한다. 그리고 마침내 성공한다. 가장 밑바닥의 피식자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되기까지의 여정 속에 다른 것은 오로지 나의 선택뿐이다. 소설의 후반부에서 이들이 그리는 반전을 만나보기를 바란다.

 

상황과 환경은 비슷했다. 그런데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단순히 환경 탓을 하기에는 대처하는 방식이 너무 달랐다. 우리는 살면서 때때로 모든 것을 환경 탓으로 돌릴 때가 있다. 정말 환경만의 탓일까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살면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따라 또 수많은 선택지를 갖는다. 인생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환경을 탓할 게 아니라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소설이었다.

 

지금의 나는 어제의 내가 만든 것이고, 미래의 나는 오늘의 내가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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