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니 생각 중이야 스토리인 시리즈 16
지금 지음 / 씽크스마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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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좋아서, 누군가 '지금'이라고 불러주는 것이 좋아서 필명도 '지금'으로 지었다는 저자.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예전 꽃보다 누나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윤여정 씨가 했던 말이 떠올랐는데, 아무도 자신의 인생을 모르기에 더 현실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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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보다는 그저 재미나게 사는 것이 목표예요.
60이 되어도 인생을 몰라.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 67살이 처음이야.
내가 알았으면 이렇게 안 하지..

꽃보다 누나 中 윤여정씨 인터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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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인생을 두 번 사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모습이고,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에 의해 형성될 모습이기에 '오늘'을 사는 것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일지도 모른다. 지금, 오늘을 건너뛰고 내일의 내가 있을 수는 없으므로. 그래서 '지금'이 갖는 의미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하고 무게감을 갖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지금'이라는 단어가 담긴 이 책의 제목도 다중 의미로 다가오는데, 문장 그대로 가볍게 '지금 니 생각 중이야'란 의미로도 다가오고, '지금'이라는 글자 색이 다른 걸로 봐서 '지금'은 작가 자신을 말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지칭하는 말로도 해석된다.(작가 자신을 생각한다는 의미) 또 한편으로는 책에 남편의 이야기가 자주 언급되는 걸로 봐서 작가가 남편을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판단은 독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다른 누군가와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면서 진정한 나를 잊고 살았던 저자. 돌이켜보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진정한 나'로 산다는 것을 생각할 만큼 여유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늦둥이 막내딸로 태어나 할아버지 같았던 아버지가 한쪽 다리로 농사를 지어 생계를 꾸리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아버지의 잃어버린 다리가 되기 위해 억울하고 부당한 일을 자주 당해도 단 한번도 저항하지 못하고 눈을 감고 귀를 막고 3년을 참으며 야간 고등학교와 방송 통신대학교를 졸업했다.

 

남편과는 5년을 연애하고 결혼했는데, 퍽퍽한 살림에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방 하나에서 방 두 개인 전세방으로, 그리고 마침내 꿈꾸던 내 집 마련을 하게 되었지만, 첫째 아들이 걷지 못하는 병에 걸리게 되면서 3년 넘게 치료를 이어가야 했다. 그 사이 둘째 아들이 태어났고, 남편은 아픈 아들과 태어난 아기를 위해 더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주말에는 24시간 철야를 했고 그렇게 가장의 자리에서 30년 동안 가족을 지켜냈다.

 

나이 마흔에 산부인과 건강검진을 통해 자궁과 난소에 큰 혹이 하나씩 있어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다행히 검사 결과 양성이라서 수술을 하면 나을 수 있다는 결과에 수술을 하게 되었다.

 

삶은 그렇게 정신없이 흘러갔고, 저자는 자신을 챙길 겨를도 없이 어느새 오십이 되었다. 부부로 함께 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주 혼자 살고 싶어졌고, 혼자일 때가 좋았다. 그래서 오십에 자발적으로 혼자 살기를 선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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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사는 대로 살았고, 부부로 함께 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주 혼자 살고 싶어졌다. 그리고 혼자일 때 더 좋았다. 그게 몇 번 그러다 말 것이라 생각했는데 평생 그랬다.
그래서 오십에 자발적으로 혼자 살기를 선택했다.

1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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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로 오래 함께 산다고 서로에게 물드는 것은 아니었다. 가치가 다르면 물들기 어려운 모양이다. 어쩌면 우리는 기능적으로 필요한 부부로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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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을 배려하기 위해 남편과 아이를 뒤로 하고 혼자 사는 것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결혼 이후의 삶과 혼자 살기로 마음먹은 이후 오 년이 흐른 시간까지의 삶이 담겨있는데,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던 혼자살이와 홀로서기의 고군분투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가까이에 있어 몰랐던, 남편의 그늘막이 얼마나 든든한 울타리였는지, 또 내가 나로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는 과정들이 담겨있는데, 특히 스스로에게 준 안식년을 보내는 시간들은 어딘가 어설프고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 많아 실수도 연발하지만, 그 어떤 시간보다 인생에 있어 귀한 의미를 갖게 한다.

 

처음에는 나름 설렘과 기대감도 가득했지만, 막상 '나'를 위한 홀로서기에는 쉽지 않은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금융 사기로 가지고 있는 돈을 털리고, 살기 위해 시작한 식당 일은 쉽지 않았다. 삐꺼덕 거리던 몸은 탈이 났고 죽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나 저자는 걷기를 통해 삶의 의지를 다지게 되고, 글을 쓰면서 삶의 희망을 얻게 된다. 통증은 약간의 치료와 단식, 나를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마음가짐으로 점차 나아지고 있었다. 그렇게 5년을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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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내 삶의 우산과 양산이 되었다. 걷기 덕분에 다른 사람의 우산과 양산을 기웃거리지 않아도 될 만큼 혼자 사는데 힘이 생겼다.

5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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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그렇게 죽어가고 있었어. 그러다 죽을 때 죽더라도 글이나 한편 남기고 죽자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어. 유서 같은 글이었지. 그런데 다음 날도 유서를 쓰고 그다음 날도 썼어. 참 신기하게도 유서가 생명줄이 되었어.
(...)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여서 무엇이든 매일 묵묵히 하는 것이 생명을 이어가는 길이라는 것을. 선생님이 매일 글쓰기를 해온 이유야.

6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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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식을 1년 정도 해서 15kg을 감량했다. 통증 치료에 도움이 되었다.
(...)
단식 시간은 통증 상태에 따라서 다르게 했다.
통증을 다스리는 일은 할아버지 손 치료 1과 내 정성 99가 담겨야 가능한 일인 듯했다. 그래서 간헐적 단식뿐만 아니라 걷기, 바른 자세, 지금을 살기,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기, 혼자 있는 고요한 시간 즐기기, 감사하기, 많이 웃기, 좋아하는 글쓰기 하기, 충분히 잠자기, 탄수화물 줄이고 과일과 채소 챙겨 먹기를 매일 꾸준히 실천했다.

91~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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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통해 허기를 채우고 나를 안아주게 되었다는 저자는 첫 책을 출간하게 된 것 역시 오십이 넘어서 선택한 혼자 있는 시간의 충만함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혼자만 품고 살기에는 참 고마운 시간이라서 함께 나누고 싶다며 쉽지 않은 인생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과거에는 대다수가 '나를 찾는 것'보다 그냥 살아왔던 대로, 사는 대로 계속 살았다. 그렇게 '나'는 잃어버린 채로 남편 뒷바라지와 아이들을 챙기며 살다가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없고 '00엄마', '00아내'로 살다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오십이 넘어 용기 있게 나의 삶을 선택한 저자의 삶이 어쩐지 짠하게 느껴지면서 자꾸만 응원을 하게 된다. 몸이 아프고 사기를 당하는 순간 편하게 원래의 삶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음에도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로지 자신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는 절실함마저 느껴진다.

 

그래도 오로지 그 모든 것을 혼자의 힘으로 견뎌냈기에 그녀가 적어내려간 책에서는 당당함과 힘이 느껴진다. 아무것도 감추는 것 없이 투명하게 내보인 속에서는 어떤 두려움이나 절망도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나로서 사는 것, 그것에서 오는 충만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밑바닥 끝까지 내려가본 인생을 경험하면서 자신을 더 알게 되었다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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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움켜쥐고 있었던 내 안의 무엇을 책 쓰기라는 과정을 통해 하나씩 버리고 있었다.
(...)
결국은 통증이 반란을 일으켰고, 나는 다 버리고 말았다. 비로소 내가 보였다.

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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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책 쓰기는 내 무의식의 불안과 두려움을 편안하게 하는 명약이었다.

9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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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과정은 생각보다 험난했지만, 비로소 '나'를 알고 인생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어쩌면 한 번 사는 인생에서 우리는 '나'를 모르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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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사람이 되자는 것은 아니다. 그냥 한 번뿐인 삶인데, 어쩌면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지금 나를 안아주면서 살자는 것이다.

1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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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는 줄 모르는 일이 있으면 자신을 충만하게 안아주게 된다. 내가 글을 쓰며 좋아할 때 언니는 수를 놓고 친구는 벨리댄스를 추며 웃는다. 그들은 나처럼 지금, 자신을 안아주며 살고 있나 보다.

16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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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장 잘 아는 것, '지금'을 충실히 사는 것. 이것이 어쩌면 살면서 찾아야 할 가장 중요한 목표가 아닐까 싶다. 새삼 지금 나를 충만하게 안아주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나로서 존재하게 하는 이유, 그것이 무엇이든 나를 안아주는 사물 하나쯤 있어야 살아가는 데 버팀목이 되지 않을까? '지금'의 시간 속에서 '나'는 어디쯤에 있고, 나를 충만하게 안아주는 일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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