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가 버리고
에바 린드스트룀 지음, 이유진 옮김 / 단추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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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서로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를 몰랐던 것일지도.."



도서관 관심 목록에 담아 둔 책들을 하나 둘 꺼내서 읽어보는 중인데, 이 책도 그 목록에 있던 책 중 하나였다. 그런데 어쩐지 그림책치고는 책 제목이 좀 남다르게 다가왔다. <모두 가 버리고>라니.


책의 내용도 이 제목과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주인공 프랑크의 외로움과 쓸쓸함이 한눈에 들어오는 스토리였다.


솔직히 말해 처음에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읽고서는 한동안 멍해져 있었다. 그리고 이내 '그래서 결론이 뭐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드문드문 프랑크의 뒤를 쫓다가, 불현듯 모두 사라져 버린 마지막 페이지에서 과연 독자가 무엇을 발견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다시 첫 페이지부터 차근차근 몇 번을 되짚어 읽었다. 그리고서야 작가가 열린 결말로 마무리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열린 결말의 마지막을, 내 나름대로 결론 내려보게 되었는데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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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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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는 늘 그렇듯 오늘도 공원에서 노는 아이들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다가 홀로 쓸쓸히 집으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재미있게 놀고 있었는데, 그들 중에는 프랑크가 늘 지켜보는 또래 친구인 티티, 레오, 밀란도 포함되어 있었다.


집에 도착한 프랑크는 외로움과 쓸쓸함에 눈물을 흘리게 되고, 이후 그 눈물을 모아 마멀레이드를 만들기 시작한다. 400밀리리터의 설탕을 붓고 한 시간, 두 시간, 설탕이 녹을 때까지 꼼꼼하게 젓는다.


그렇게 몇 시간이고 저으면서 농도가 맞지 않을 때는 조금 더 울어서 농도를 맞추며, 마침내 맛있는 마멀레이드를 완성하게 된다.


그리고 완성된 마멀레이드를 식히기 위해 창문과 문을 여는데, 사실 이때 티티, 레오, 밀란은 공원에서부터 프랑크의 뒤를 따라와 창문 너머로 그를 지켜보고 있던 상황이었다.


열기를 식히기 위해 창문과 문을 열던 프랑크는 자신을 보고 있던 세 친구를 발견하게 되고, 마침내 그들을 초대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완성된 마멀레이드에 빵을 굽고, 차를 준비해 함께 맛있게 먹던 이들은 어느새 모두 사라져 버렸고, 그렇게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그들이 먹고 남긴 빈 그릇뿐이었다.


추측해 보건대, 평소 프랑크만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세 친구 역시 남몰래 프랑크를 힐끗거리며 지켜보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다 마침 오늘, 쓸쓸히 집으로 향하는 프랑크를 세 친구는 따라가게 되었고, 눈물로 마멀레이드를 만드는 모습까지 목격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건넨 프랑크의 티타임 초대에 응한 친구들은, 맛있게 간식을 먹고 나서 아마 함께 공원으로 뛰어나가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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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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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프랑크는 꽤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공원을 드나들며 홀로 지냈던 것으로 보인다. 또래 무리에 차마 다가가지도, 그렇다고 마음을 내려놓지도 못한 채 꽤 마음고생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유난히 외로웠던 그날, 우연한 계기를 통해 프랑크는 친구들에게 티타임을 제의했고, 그 제의에 응한 덕분에 이들은 비로소 같은 자리에 앉게 된다.


이런 정황을 따라가다 보니, 어쩌면 이들은 서로에게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긴 시간 그런 상태로 머물러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독이나 외로움에서 벗어나거나,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결국 누군가의 용기 있는 첫 손짓이 필요하다. 그것을 이들 중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거리감을 두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열린 결말로 마무리한 상태라, 나는 내 상상대로 이를 계기로 친구가 되었다고 받아들였지만, 장르나 취향에 따라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여러 갈래로 이야기를 펼쳐보다 보니, 오히려 책을 읽을 때보다 읽고 난 후 더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마음을 우리 현실과 연결해 본다거나, 프랑크의 고독을 지금을 사는 사람들의 심리와 나란히 놓아본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이 그림책은 그림이나 내용만 보면 꽤 단조로운 편인데, 이상하게도 책장을 덮고 나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눈물로 만든 마멀레이드, 착각 속에 홀로 외로움을 견디는 프랑크, 다가가는 방법을 몰라 맴도는 시간들까지. 여러모로 생각할 것이 많은 그림책이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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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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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쉽게 이해하고, 깊이 다가갈 수 있게 도와주는 책!"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은 처음 접해보는데, 은근히 빠져드는 매력이 있는 듯하다. 원문을 읽어보지 않은 상태라 실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 안에서는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안에는 총 12편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어느 것 하나 빼기 아쉬울 만큼 시선을 끄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


책의 소개 글에서 다자이 오사무에 대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했던 작가, '고독을 직면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 때문에 다소 철학적이거나 하드한 느낌의 소설이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첫 페이지를 읽고 괜한 기우였음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인간 내면의 상처나 이중성, 도망과 회복, 절망과 연민 등을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어, 자연스럽게 문장과 줄거리에 몰입하며 읽어 나갔던 것 같다.


12편의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살펴보면, 한 명의 작가가 쓴 소설이 맞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다양하고 다채로운 인간 군상과 주제, 그리고 스토리를 만나볼 수 있는데 입맛 따라 골라읽은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독특하게 다가왔던 건 <직소>라는 작품인데, 성경 속 인물을 다루고 있음에도 종교적 색채를 싹 빼고, 복잡한 인간의 심리를 흡인력 있게 다루고 있어 꽤 재미있게 읽었다.


후반부 해설을 통해 다자이 자신의 자의식이 많이 반영된 소설이라는 해석을 보면서 그래서 더 디테일이 살아있었던 건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던 소설이다.


총 4개 파트, 12편의 작품으로 구성된 이 책은, 다양한 인간의 내면에 대해 다루고 있는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을 주제별로 엮은 책으로, 그의 소설을 깊이 이해하고 싶거나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딱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편역자는 초반에 주인공 캐릭터에 대해 간략히 설명함과 동시에 간단한 줄거리를 먼저 설명하는 방법을 취한다.


이후 주요 문장을 통해 말맛과 의도를 보여주고, 작품의 후반부에서는 전체적인 해설과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인간 심리와 성찰 과정, 깨달음까지 전하며 마무리 짓는 패턴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덕분에 나처럼 다자이 오사무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도 어렵지 않게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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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다자이 오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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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의 독보적인 거장으로, 인간의 고독과 절망을 깊이 탐구한 작품을 남겼다. 그의 본명은 쓰시마 슈지다.


일본 아오모리현의 부유한 가문에서 11남매 중 열째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부터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문학으로 십 대 시절부터 글쓰기를 즐기며 작가를 꿈꾸기 시작한다.


도쿄 대학에 진학한 다자이 오사무는 서양 문학을 공부하며 본격적으로 문학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학업보다는 문학과 유흥에 몰두했고, 결국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다. 이때부터 그의 인생은 빠르게 망가진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다자이는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하는데, 이러한 고통과 불안은 작품 속 주인공들에게 고스란히 반영된다.


다자이의 삶은 유흥과 방황의 연속이었다. 그는 사랑을 갈구했지만, 동시에 관계에서 끊임없는 불안을 느꼈다. 이러한 감정들은 마지막 연인인 야마자키 도미에를 만나면서 극대화된다. 1948년, 다자이는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함께 강에 몸을 던진다.


다자이 오사무는 고독에서도 인간의 본질을 탐구했던 작가로, 현재 그의 생애와 작품은 우리 삶을 들여다보는 돋보기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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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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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사양>은 몰락한 귀족 가문의 삶을 통해 전후 일본 사회의 변화와 상실, 극복 의지를 담은 작품으로, 특히 주인공 가즈코의 1인칭 시점에서 그녀의 내면과 독백이 전개된다.


이 작품은 시대와 개인, 개인과 개인 내면의 갈등을 통해 사회와 인간의 본질을 성찰하게 한다.


이 소설은 상실과 몰락이 반드시 종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가즈코가 그랬던 것처럼 영감을 통해 자기 삶의 진정한 방향을 찾고, 고통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으면 어떨까.



■인간실격


<인간실격>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고독과 정체성 상실을 탐구한 작품으로, 주인공의 삶을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 '타인 앞에서의 자아', '자기 자신과의 대면' 등 현대 사회에서 흔히 겪는 내적 갈등과 소외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요조는 타인에게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기보다 '광대'라는 가면을 쓰는 방식을 택한다. "광대를 연기했다"라며 끊임없이 고백하는 요조를 통해, '타인에게 보이는 나'와 '내가 아는 나' 사이의 간극에서 느껴지는 불안과 고통이 단순한 방어기제를 넘어, 사회적 규범과 기대 속에서 자신의 본질을 감추고 살아가는 우리 모습과도 닮아 있다.


<인간실격>은 단순히 절망의 기록이 아닌, 실패 속에서도 인간으로 남으려는 몸부림으로 읽힐 수 있다. 그렇기에 작품 속 요조의 삶을 통해 많은 사람이 진정한 위로와 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구나


<어쩔 수 없구나>는 매우 짧고 위트 있는 문체와 대비되는 주제로, 전쟁 중 피난민과 농민의 대립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풍자적인 톤으로 그려내는 단편이다.


특히 이 작품의 마지막 문장 "어쩔 수 없구나"는 다자이의 다른 작품에서도 자주 인용되는데, "체념과 허무가 가득한 세상 속에서도 살아가야 한다"라는 그의 세계관을 상징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고독을 강조한다. 의사는 주인공과 대화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어 하지만, 그의 말은 주인공에게 무의미하게 들린다. 피난민 부인도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며 동정을 구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단순한 푸념으로 치부된다.


이러한 단절은 현대 사회에서도 빈번히 벌어지는 현상으로, 우리가 누군가와 소통한다고 믿으면서도 진정으로 연결되지 못한다고 느끼는 이유다.


이 작품은 결국 우리가 삶에서 경험하는 갈등과 고독을 다시금 돌아보고, 그것을 성찰의 기회로 삼도록 안내한다.


주인공이 느낀 무력감과 고독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그 과정에서 타인의 삶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키울 수 있다.



■여학생


<여학생>은 한 소녀의 하루를 통해 인간관계의 내면의 갈등, 그리고 정체성의 성찰을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 여학생의 시선으로 그려진 세계는 그녀의 복잡한 내면과 엇갈린 감정을 통해 깊이 있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와 같은 의문은 여학생의 내면 성장을 이끈다.


여학생과 어머니의 모습은 인간관계의 복잡함을 잘 보여준다. 이를 통해 세대 간 갈등과 공감을 드러내며, 관계 속에서 성숙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강조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힘은 여학생의 감정이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점이다.


<여학생>은 단순한 성장 이야기를 넘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개인에게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우리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떤 존재로 성장해 가는지 끊임없이 성찰하게 할 뿐 아니라, 인간다움을 잃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직소


<직소>는 신약성경 속 '가룟 유다'의 시선을 빌려, 애증이라는 감정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작품이다. 성경 속 인물을 다루면서도 종교적 색채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다자이는 유다의 배신을 통해,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모순적이며, 때로는 파괴적인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준다.


다자이는 실제로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문학 속에 자주 반영했다. 그가 배신자인 '유다'의 입장에서 유다의 선택을 복합적으로 통찰한 것은, 스스로를 '배신자', '도망자'라고 비난하며 살아온 자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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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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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더는, 정말로 살아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깊은 불안감.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불안'이라는 감정일까. 가슴속으로 고통스러운 파도가 밀려왔다가 또 밀려가고, 그것은 마치 소나기가 그친 뒤의 하늘을 흰 구름이 쉴 새 없이 몰려다니며 스쳐 지나가는 모습처럼, 내 심장을 죄었다 풀었다 하며 옥죄는 것이었다.

26~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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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을 당시의 내 마음 상태를 잘 표현한 문장이라 가져와 봤다.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불안은 한동안 내 마음을 죄었다 풀었다 하며 옥죄었다.


하나의 불안을 몰아내면, 어느새 또 다른 불안이 찾아와 감정을 많이 소모하게 만들었던 당시 내 심정이 위 인용 글과 같았다.


여전히 불안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방법은 모르지만, 나름의 여러 방법을 통해 오늘도 나는 불안에서 벗어나려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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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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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고 나서도, 막상 서평을 쓰려니 처음에는 조금 막막했다. 수십, 수백 권의 책에 대한 서평을 꾸준히 써왔음에도, 이렇게 한 번씩 막막함을 느낄 때가 있다.


이 책은 원문에 대한 글이 아니라, 편역가가 문장과 주제별로 재구성한 편역본이다. 그러다 보니 편집자의 의도에 맞춰 어디를 기준으로 서평을 쓸지부터 우선 정해야 했다.


만약 내가 이 책에 실린 원문들을 미리 읽어봤다면, 원문과 편역본을 비교하며 서평을 쓸 수 있었겠지만, 실제로 나는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상황이라 그렇게 하기는 어려웠다.


보통은 책을 읽고 떠오르는 영감에 따라 글을 쓰지만, 이 책은 누군가의 손을 거쳐 재구성된 것이어서, 그런 영감에 기대어 쓰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재구성된 기획에 따라 솔직한 내 느낌과 생각을 기록했으며, 그것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서평의 내용이다. 원문 전체에 대한 기록을 알 수 없이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정보 안에서 최대한 자세하게 의견을 남겼다.


원 소재와 내용이 매력적이라, 추후 이 책에 실린 원문들도 따로 읽어 볼 생각이다. 인간의 본질을 다루는 작가라지만, 땅을 파고 들어가는 암울한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꽤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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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그림 정원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5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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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마음이 따뜻해지는 타샤의 그림 속에 빠져볼까요?"



관심도서에 한참을 담아두고 이제서야 꺼내 읽어본 <타샤의 그림 정원>. 처음 타샤를 알게 됐을 때 사실 동화 작가인 그녀의 그림을 보고 싶어 <타샤의 집>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막상 당시에는 그녀의 그림을 제대로 볼 기회가 없었다.


대신 내가 몰랐던, 그녀의 다양한 재주와 재능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덕분에 그녀가 그림만 잘 그리는 게 아니라, 남다른 손재주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대한 내용은 아래 <타샤의 집>을 통해 확인해 보길 바란다.


그리고 이번에, 마침내 처음 그녀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부터 보고 싶어 했던 그녀의 그림을 직접 만나보게 되었는데, 실력이 출중할 뿐 아니라 꽤 정교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전반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받았는데, 아마도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았던 타샤의 생활이 그림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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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타샤 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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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잉글랜드에서 태어난 타샤 튜더는 평생 역사적인 전통에 충실한 클래식한 생활 방식을 유지하였고, 이를 예술로 표현하였다. 타샤가 그리는 따뜻한 감성의 수채화는 가족에 대한 소중한 사랑과 추억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보는 이들이 타샤처럼 자연과 동물과 아이들을 끌어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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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그림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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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는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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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금까지 내게 큰 기쁨을 안겨 준 것들을 그림으로 담은 것이다.

(...)

과거와 현재의 추억에서 건져 올린 기쁨의 말만 오롯이 담겨 있다.


내가 그림을 그리며 행복을 느꼈듯,

여러분도 그림을 곱씹으며 행복을 찾기를.


그림은 내가 그렸고, 글은 '다른 이들이 남긴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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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오롯이 그림으로 자신의 일상과 기쁨에 대해 표현했다. 마치 그림일기처럼.


그래서인지 그림에 표현되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행동이 매우 자연스럽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풍경과 추억들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과거의 그녀가, 그녀 주변의 풍광이, 가족들과 동물, 식물들이 어떤 모습으로 그녀와 함께 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는 그림들이다.


이 그림 속의 장면들은 우리가 바라 마지않는 여유 있고 따뜻한, 꿈에 그리는 그런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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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가 평생에 걸쳐 아끼며 암송해온 45개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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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해 자신 있게 걸어간다면,

꿈꾸는 대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면,

꿈은 기대하지 않은 순간 일상이 될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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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좋은 독자가 만든다.

어느 책에나 마음을 찌르는 한 구절,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읽는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다.

그렇기에 가장 심오한 사상과 열정은

그와 똑같은 영혼을 가진 이가

발견해 줄 때까지 잠자고 있다.


-랄프 왈도 에머슨,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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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더 좋은, 최고로 좋은!

좋은 것은 더 좋아지고

더 좋은 것은 최고로 좋아질 때까지 쉬지 말라.


-마더 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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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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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있으면 어딘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림들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그 속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저 여인은 무엇을 쓰고 있는 걸까, 저 아이들은 물장구를 치며 얼마나 신날까, 고요히 보내는 시간만큼 값진 시간도 없지. 열정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어쩐지 멋있게 느껴지네.


하며 스스로 그림에 스토리를 입혀보게 된다.


자주 눈에 띄는 선반 어딘가, 혹은 드나드는 출입구 쪽 어딘가 그림을 붙여놓고 계속 보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타샤의 그림들은 희망적이고, 편안하고, 또 따뜻한 정서가 느껴진다.


이런 분위기에는 실제 그녀의 삶이 고스란히 배어 있어, 사람들은 그녀의 무수한 재주와 함께 그녀의 삶 또한 사랑하고 아꼈는지도 모르겠다.


살다가 문득 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 생활에 여유가 없을 때, 다소 퍽퍽하다는 생각이 들 때, 그녀의 그림을 펼쳐 들고 잠시 소소한 일상에 녹아들어 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새 조금 느슨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림 속 타샤와 그녀의 가족들의 모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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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이 뭐예요? 라임 그림 동화 12
호세 캄파나리 지음, 에블린 다비디 그림, 김지애 옮김 / 라임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난민이란 개념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책"



한 번씩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된다. 이번에도 여러 일로 머리가 복잡해 그림책을 몇 권 빌렸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난민이 뭐예요?>라는 책이었다.


뉴스나 어른의 대화에서만 접하던 '난민'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에서는 아이들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을 아이들의 시선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따뜻하게 담아냈다.


일찍 이런 단어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추후 인종에 대한 포용력, 난민에 대한 이해도,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태도를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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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내용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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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페드로 오빠가 나섰어요.

"그 사람들이 살던 곳은 전쟁으로 다 망가져 버렸어. 아주 심각한 재난을 입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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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들은 오래오래 살던 집을 버리고 떠나온 거예요, 그런 곳에선 무서워서 하루도 더 살 수가 없거든요."


빨간색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뻗친 아드리안이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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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문득 할머니가 우리만큼 어렸을 적의 이야기를 꺼냈답니다.

마을에 갑자기 전쟁이 나서 정든 집을 버리고 떠나야 했다지 뭐예요.

길고 긴 날을 이리저리 떠돌며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렸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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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비민(비를 쫄딱 맞은 사람)' 같은 다소 장난스러운 단어와 이야기들이 오가다가, 점차 진짜 '난민'의 의미에 접근해가는 형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때 할머니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섣불리 끼어들어 가르치려 들거나 훼방을 놓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은 난민에 대해 자신들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꺼내놓고, 왜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지를 서로 나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는 과정 속에서 난민들이 겪는 어려움과 상황을 알게 되고, 마침내는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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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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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아이들은 난민이 무엇인지, 왜 고향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지, 난민을 둘러싼 편견과 현실,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는 삶의 태도까지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이를 통해 인권의 중요성, 함께 살아가는 연대의 마음, 평등에 대한 감수성도 함께 키울 수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사촌들이 할머니 집에 모여 노는 환경 속에서 '난민'이라는 주제가 놀이의 한 부분처럼 등장하는데, 덕분에 공부한다는 느낌 없이도 어느새 '난민'에 대한 생각이 깊게 자리 잡는다.


할머니 집에서 삼삼오오 모여 노는 시간, 그 안에서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털어놓고 의미를 바로 세워가는 과정이야말로, 어쩌면 진짜 '학습'이자 '배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후 아이들은 할머니의 눈물과 옛이야기를 통해 난민에 대해 더 깊은 공감과 이해를 하게 된다.


억지 주입식으로 공부하는 요즘 시대를 봤을 때, 우리에게는 이처럼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는 '사람에 대한 온정'과 '경험에 의한 배움'이 필요 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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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곳에서 - 글을 사랑한 프리랜서 편집자의 작업 세태에세이
유민정 지음 / 소도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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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과 글쓰기에 대한 사이다 같은 명확한 고찰을 맛볼 수 있는 글"



그동안 다양한 책을 통해 '작가'는 많이 만나봤는데, '글을 다루는 사람'과 만나본 적은 없는 것 같아 내심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평소 글을 쓰는 것, 읽는 것, 그리고 출판과 같은 것들에 관심이 많았기에 중간에서 이것을 다듬어 주는 교정/교열/윤문 등의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꽤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특히 저자의 경우 교정/교열/윤문 외에도 작가로서도 활동할 뿐 아니라 디자인 작업까지 책과 관련한 다양한 작업을 모두 진행하고 있기에 더 글을 다루는 직업과 글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저자는 그냥 일로서 이 작업을 하기보다 '글의 가치'를 더 빛나게 하기 위해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쓰는 듯 보였는데, 그래서인지 다양한 주제들(환경, 노동, Ai, 글쓰기 등)과 엮어 명료한 자신의 생각을 아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총 3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글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저자의 경험에 더해 글을 빛나게 하는 가치들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낸 에세이다.


나 역시 평소 책을 읽고 블로그에 서평을 쓰면서 저자와 비슷한 생각들을 많이 했던 터라 공감 가는 포인트가 꽤 많았다. 특히 가치 없는 글을 출판까지 하며 소비자(혹은 독자)의 시간을 빼앗는 모습들을 목도할 때면 화가 나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 그런 지점들을 조목조목 짚어주어 통쾌한 사이다를 맛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책의 느낌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쉬운 책은 아니었다. 저자가 어떤 경험을 했고, 그것들을 통해 어떤 생각과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책장이 쉽게 넘어가는 책은 아니었다.


다소 호흡이 무거워지는 부분에서는 속도가 떨어지기도 했고, 문장이나 단어 선택에 있어 바로 확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어, 전반적으로는 난이도가 조금 있는 책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속속들이 살펴보면, 현재 글을 다루는 직업의 세태가 어떠한지, 또 출판업계에서 글의 가치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와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어 꽤 유용했다.


저자가 프리랜서 편집자로서 느끼는 애로사항을 너무 잘 알고 있는 터라,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활용하는 성격의 사이트들을 기피하는 편인데, 앞으로는 저자의 말처럼 환경과 글의 가치가 향상되어 작가는 물론, 출판사, 독자, 중간 작업자들까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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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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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글은 개인의 재능이 아니라 훈련 가능한 사고방식과 관찰의 문제라는 점.


▶둘째, 좋은 글은 거창한 주제가 아니라 구체성(미시성)과 맥락에서 나온다는 점.


▶셋째, 글은 결과물이 아니라 선택(단어, 문장 배치, 시점, 리듬, 생략 등)의 누적 과정이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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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 vs 자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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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

-적은 자본으로 알차게 시도

-외형적인 부분에서 사람들이 독립출판물임을 감안하고, 사고, 읽음

-요즘엔 퀄리티와 창의성이 뛰어난 독립출판물도 많음

-'돈'이라는 성과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아이디어가 넘치고, 더 본질적인 바를 디자인으로 표출

-형식에 제약받거나 자본을 둘러싼 힘겨루기에 얽매이지 않음



■자비출판

-돈으로만 쉽게 여러 권의 책 제작을 시도

-출판사의 세련된 카피 문구와 디자인적 보조를 받아 세상에 나오므로, 사람들은 그것이 발굴되고 다듬어져 기획된 '글, 구성, 메세지'를 지녔다고 생각하게 됨. 하지만 '독립출판'에 비해 내용적 퀄리티가 못하거나 제작 환경에 쫓겨 필연적이어야 할 윤문이 가해지지 않은 경우, 글쓴이가 쓰고 싶은 대로 써서 출판사에 맡긴 글이므로 무쓸모한 경우도 많다.

-독자에게는 '그럴듯한' 글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기에 독자의 만족도 측면에서 결국 문제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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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갔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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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판매할 책으로는 안 만들면 더 좋은 글'임을 알면서도 낮아진 출판의 허들 아래서 책을 만들고, 한번 허들이 낮아지니 점차 그 범람의 강도는 높아지고, 일단 만들기로 계약했으니 일에 관계된 사람들은 펼쳐 보기 전까지는 속이 보이지 않는 글보다는 어디에 내놓아도 주눅 들지 않을 디자인에만큼은 항시, 집중하게 된다.

9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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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렇게 겉모습만 보고 속은 경우가 몇 번 있다. 그럴듯한 수식어와 책 표지를 보고 선뜻 읽기 시작했는데, 막상 내용을 읽어보면 '이 책은 판매할 책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훅 치고 들어온다.


과거에는 적어도 이런 책은 없었다. 나의 기호에 맞지 않아 내려놓은 책은 있어도, 수준이 떨어진다고 느낀 책은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은근히 수준 이하의 책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요즘은 개나 소나 책을 낸다"고. 글과 책의 가치가 얼마나 떨어진 건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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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다운 글, 책 다운 책으로 갈음하겠다는 목표가 먼저고, 그다음 곳에 자본의 논리나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얘길 하는 것이다. 출판사와 글쓴이 모두에게 마찬가지다.

9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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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논리나 그 영역 위에 놓인 글과 책을 살펴보면, 그 가치가 훼손된 경우가 많다. 글 다운 글, 책 다운 책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언젠가부터 글과 책조차 자본에 따라 휘청이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지속되면, 우리가 말하는 정의나 진짜 가치는 어느새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러니 글과 책이라도 부디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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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이렇다.

책 만드는 기술을 빌려주고, 책을 팔아주며 관리하는 일도 자본의 영역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글의 품질적 허들을 낮추어서는 안 된다.

(...)

이 허들을 낮출 것이 아니라, 반대로 높여야 한다. 글을 제대로 고치고 쓰게 하는 일도 자본의 영역으로 초대해야 한다. 적게 받고 빨리빨리 대행해 주는 관행이 아니라, '제대로 받고 제대로 다뤄내는 윤리'가 필요하다.

(...)

글과 내용이 훌륭함에도 디자인이 별로여서 책을 집지조차 못하게 만든다면 그 역시 잘못이고 결례겠지만, 디자인이 '그럴듯해서', 출판사에서 '제작된 책이라서' 믿고 샀는데, 글이 엉망이고 책의 기초조차 확립되지 않아서 화나는 책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9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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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공감하는 내용 중 하나다. 출판업계 구조나 현실을 자세히 살펴보면, 글의 품질적 허들은 많이 떨어졌고, 책을 만드는 기술이나 판매와 관리 업무는 사소한 일로 여겨져 그 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다.


그래서인지, 가끔 책의 내용이나 글의 가치보다 디자인이 그럴듯하거나 유명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반짝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책들도 있다.


하지만 곧 그것은 무너진다. 글과 내용이 독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책들은 오히려 너무 엉망이라 분노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정말 회의감이 들 정도로 실망스럽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글과 내용이 훌륭함에도 디자인이나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독자가 책을 선택하지 못하게 만드는 상황이다.


이처럼, 자본의 논리로 인해 좋은 글과 책이 휘청이지 않도록 출판업계에도 어느 정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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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법을 찾든, 이 세상에 기록을 남기려면 글과 문장의 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노력했지만 부족한 것과 필요 영역과 노력할 방법조차 궁리하지 않음은 다르다.

(...)

대개의 경우 글쓰기 실력보다도 이 태도가 곧 작가 자체이며, 장기적 견지에서 결국 작가라는 공고한 위치를 낳는다.

127~1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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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 전반에서, 타고난 재능이나 능력보다 오히려 태도와 선택에 더 비중을 둔다. 위의 내용도 그중 하나다.


작가라면 기본적으로 노력을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러나 어떤 이는 '작가'라는 이름만 앞세우고, 노력할 방법조차 고민하지 않는다.


반면, 롱런하는 작가들은 세상의 변화를 늘 관찰하고 탐구하며, 자신의 의도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미시성에 주목한다.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도 수십 번 고쳐 적으며, 스스로의 표현력을 끊임없이 높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결국 이런 작가가 성공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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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어떠한 책이 에세이를 표방했지만 자서전이나 자기 기록처럼 글쓴이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내용을 다룬다면, 시장에 내려는 생각보다는 소장하거나 주변에 나눌 용도로 작은 책자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

또, 그러한 품성이 멀리 내다보았을 때 더 고귀한 품성이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품성이고, 나아가 책이라는 종이 살아남는 지위를 빚는데도 보탬이 된다. (이왕 돈 쓰며 만드는 거 겸사겸사 많이 만들어 시장에도 내놓으면 좋지 않겠냐고? 출판은 겸사 겸사하는 일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을 지니고 하는 일이어야 한다.)

(...)

('이왕'이라는 것은 개인의 욕심이다. 이왕이 아니라, 완숙된 책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좋은 내용으로 읽히고, 적확한 대상에게 가닿아 판매도 되는 쓰임이 생기길 정말로 원할 때, 책은 제대로 접근해서 만들어야 한다. 출판이 도박도 아니고, 여기에 일타쌍피란 없다)


정 개인의 글 모음집을 책으로 엮고 싶다면, 감성이나 이성적인 부분에서 대중에게 공감과 도움이 될 만한 콘셉트로 엮고, 솎아 내고, 보강하고, 통합하는 '재편'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냥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껏 하고, 출판시장이 어려워 돈은 안 될 줄 알지만 도전해 보겠다거나, 나는 아직은 알려지지 않은 미래의 수완 있을 작가니 자비를 들여 책부터 만들겠다는 결정은 출판시장을 혼잡하게 만들고, 책을 구매하려는 대중의 소비 심리를 갈수록 위축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이 먼저 '검증'의 역할을 포기해서다.


즉, 여러 분야의 좋은 책이 다양한 측면에서, 잦은 주기로, 대중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책을 내기까지 기본적인 허들이 필요하다. 이는 작가 스스로 출판이라는 도전에 허들을 만들어 검토하는 일을 말한다. 나는 이 사고가 수많은 1인 출판이나 독립출판, 소장 서적들이 시도하는 책의 제작 취지와도 부합하는 지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130~1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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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출판을 하는 몇몇 책을 접하고 나서, 내가 말하고 싶었던 포인트를 저자는 상세하고 디테일하게 잘 정리해 주었다.


요즘 출판시장을 보면, 정말 개나 소나 엉망진창으로 출판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하게 된다. 글쓴이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내용이라면 그저 소장용으로 만들어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중과 공감하고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철저히 다듬은 뒤 신중하게 출간해야 한다.


기본 소양도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책을 몇 권 출간했다고 자랑하는 행위, 박사와 같은 스펙만 앞세우는 행위, 허황된 이야기를 자랑삼아 하는 행위, 그 외 타인의 욕이나 자기 상황의 불만족에 대해 찡얼거리는 소리만 늘어놓는 책을 두고 독자는 반응하지 않는다.


그래놓고 비판적 서평을 쓰면 찾아와 댓글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작가들을 보면, 과연 그들에게 '작가'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게 맞는 걸까 의문을 가지게 된다.


제발, 부디 출간을 할 때는 작가 스스로 어느 정도 높은 허들을 두고 검토하고 숙고한 후에 출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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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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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구간도 있어, 다소 어렵게 완독했지만,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고, 나 또한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확실하게 느꼈던 부분이라 공감 가는 부분도 꽤 많았다.


특히 책을 다듬고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는 프리랜서 편집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작업 세태 에세이라 더 확실하게 와닿는 부분도 있었다. 더불어 이것이 비단 독자만 느끼는 부분이 아니었다는 점 또한 알 수 있었다.


최근 출판시장의 세태를 살펴보면,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의 수가 몇 배는 많은데, 부디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이왕이면'이라는 마음으로 글의 가치를 훼손하거나 낮추는 일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


글이 지닌 아름다움, 글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 글이 가야 하는 방향과 시선을 올바르게 활용하여 독자는 물론 작가나 그 외 글을 다루는 모든 사람이 '글' 자체로 인정받고 사랑받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글을 통해 삶과 인생에 힘을 주는 이야기들이 전파되고, 그것을 통해 더 나은 삶, 선한 영향력이 이어지는 것. 저자가 바라는 그 세상을 나 역시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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