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은 곳에서 - 글을 사랑한 프리랜서 편집자의 작업 세태에세이
유민정 지음 / 소도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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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과 글쓰기에 대한 사이다 같은 명확한 고찰을 맛볼 수 있는 글"



그동안 다양한 책을 통해 '작가'는 많이 만나봤는데, '글을 다루는 사람'과 만나본 적은 없는 것 같아 내심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평소 글을 쓰는 것, 읽는 것, 그리고 출판과 같은 것들에 관심이 많았기에 중간에서 이것을 다듬어 주는 교정/교열/윤문 등의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꽤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특히 저자의 경우 교정/교열/윤문 외에도 작가로서도 활동할 뿐 아니라 디자인 작업까지 책과 관련한 다양한 작업을 모두 진행하고 있기에 더 글을 다루는 직업과 글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저자는 그냥 일로서 이 작업을 하기보다 '글의 가치'를 더 빛나게 하기 위해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쓰는 듯 보였는데, 그래서인지 다양한 주제들(환경, 노동, Ai, 글쓰기 등)과 엮어 명료한 자신의 생각을 아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총 3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글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저자의 경험에 더해 글을 빛나게 하는 가치들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낸 에세이다.


나 역시 평소 책을 읽고 블로그에 서평을 쓰면서 저자와 비슷한 생각들을 많이 했던 터라 공감 가는 포인트가 꽤 많았다. 특히 가치 없는 글을 출판까지 하며 소비자(혹은 독자)의 시간을 빼앗는 모습들을 목도할 때면 화가 나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 그런 지점들을 조목조목 짚어주어 통쾌한 사이다를 맛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책의 느낌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쉬운 책은 아니었다. 저자가 어떤 경험을 했고, 그것들을 통해 어떤 생각과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책장이 쉽게 넘어가는 책은 아니었다.


다소 호흡이 무거워지는 부분에서는 속도가 떨어지기도 했고, 문장이나 단어 선택에 있어 바로 확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어, 전반적으로는 난이도가 조금 있는 책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속속들이 살펴보면, 현재 글을 다루는 직업의 세태가 어떠한지, 또 출판업계에서 글의 가치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와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어 꽤 유용했다.


저자가 프리랜서 편집자로서 느끼는 애로사항을 너무 잘 알고 있는 터라,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활용하는 성격의 사이트들을 기피하는 편인데, 앞으로는 저자의 말처럼 환경과 글의 가치가 향상되어 작가는 물론, 출판사, 독자, 중간 작업자들까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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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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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글은 개인의 재능이 아니라 훈련 가능한 사고방식과 관찰의 문제라는 점.


▶둘째, 좋은 글은 거창한 주제가 아니라 구체성(미시성)과 맥락에서 나온다는 점.


▶셋째, 글은 결과물이 아니라 선택(단어, 문장 배치, 시점, 리듬, 생략 등)의 누적 과정이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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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 vs 자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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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

-적은 자본으로 알차게 시도

-외형적인 부분에서 사람들이 독립출판물임을 감안하고, 사고, 읽음

-요즘엔 퀄리티와 창의성이 뛰어난 독립출판물도 많음

-'돈'이라는 성과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아이디어가 넘치고, 더 본질적인 바를 디자인으로 표출

-형식에 제약받거나 자본을 둘러싼 힘겨루기에 얽매이지 않음



■자비출판

-돈으로만 쉽게 여러 권의 책 제작을 시도

-출판사의 세련된 카피 문구와 디자인적 보조를 받아 세상에 나오므로, 사람들은 그것이 발굴되고 다듬어져 기획된 '글, 구성, 메세지'를 지녔다고 생각하게 됨. 하지만 '독립출판'에 비해 내용적 퀄리티가 못하거나 제작 환경에 쫓겨 필연적이어야 할 윤문이 가해지지 않은 경우, 글쓴이가 쓰고 싶은 대로 써서 출판사에 맡긴 글이므로 무쓸모한 경우도 많다.

-독자에게는 '그럴듯한' 글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기에 독자의 만족도 측면에서 결국 문제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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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갔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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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판매할 책으로는 안 만들면 더 좋은 글'임을 알면서도 낮아진 출판의 허들 아래서 책을 만들고, 한번 허들이 낮아지니 점차 그 범람의 강도는 높아지고, 일단 만들기로 계약했으니 일에 관계된 사람들은 펼쳐 보기 전까지는 속이 보이지 않는 글보다는 어디에 내놓아도 주눅 들지 않을 디자인에만큼은 항시, 집중하게 된다.

9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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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렇게 겉모습만 보고 속은 경우가 몇 번 있다. 그럴듯한 수식어와 책 표지를 보고 선뜻 읽기 시작했는데, 막상 내용을 읽어보면 '이 책은 판매할 책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훅 치고 들어온다.


과거에는 적어도 이런 책은 없었다. 나의 기호에 맞지 않아 내려놓은 책은 있어도, 수준이 떨어진다고 느낀 책은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은근히 수준 이하의 책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요즘은 개나 소나 책을 낸다"고. 글과 책의 가치가 얼마나 떨어진 건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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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다운 글, 책 다운 책으로 갈음하겠다는 목표가 먼저고, 그다음 곳에 자본의 논리나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얘길 하는 것이다. 출판사와 글쓴이 모두에게 마찬가지다.

9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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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논리나 그 영역 위에 놓인 글과 책을 살펴보면, 그 가치가 훼손된 경우가 많다. 글 다운 글, 책 다운 책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언젠가부터 글과 책조차 자본에 따라 휘청이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지속되면, 우리가 말하는 정의나 진짜 가치는 어느새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러니 글과 책이라도 부디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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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이렇다.

책 만드는 기술을 빌려주고, 책을 팔아주며 관리하는 일도 자본의 영역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글의 품질적 허들을 낮추어서는 안 된다.

(...)

이 허들을 낮출 것이 아니라, 반대로 높여야 한다. 글을 제대로 고치고 쓰게 하는 일도 자본의 영역으로 초대해야 한다. 적게 받고 빨리빨리 대행해 주는 관행이 아니라, '제대로 받고 제대로 다뤄내는 윤리'가 필요하다.

(...)

글과 내용이 훌륭함에도 디자인이 별로여서 책을 집지조차 못하게 만든다면 그 역시 잘못이고 결례겠지만, 디자인이 '그럴듯해서', 출판사에서 '제작된 책이라서' 믿고 샀는데, 글이 엉망이고 책의 기초조차 확립되지 않아서 화나는 책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9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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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공감하는 내용 중 하나다. 출판업계 구조나 현실을 자세히 살펴보면, 글의 품질적 허들은 많이 떨어졌고, 책을 만드는 기술이나 판매와 관리 업무는 사소한 일로 여겨져 그 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다.


그래서인지, 가끔 책의 내용이나 글의 가치보다 디자인이 그럴듯하거나 유명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반짝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책들도 있다.


하지만 곧 그것은 무너진다. 글과 내용이 독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책들은 오히려 너무 엉망이라 분노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정말 회의감이 들 정도로 실망스럽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글과 내용이 훌륭함에도 디자인이나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독자가 책을 선택하지 못하게 만드는 상황이다.


이처럼, 자본의 논리로 인해 좋은 글과 책이 휘청이지 않도록 출판업계에도 어느 정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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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법을 찾든, 이 세상에 기록을 남기려면 글과 문장의 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노력했지만 부족한 것과 필요 영역과 노력할 방법조차 궁리하지 않음은 다르다.

(...)

대개의 경우 글쓰기 실력보다도 이 태도가 곧 작가 자체이며, 장기적 견지에서 결국 작가라는 공고한 위치를 낳는다.

127~1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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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 전반에서, 타고난 재능이나 능력보다 오히려 태도와 선택에 더 비중을 둔다. 위의 내용도 그중 하나다.


작가라면 기본적으로 노력을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러나 어떤 이는 '작가'라는 이름만 앞세우고, 노력할 방법조차 고민하지 않는다.


반면, 롱런하는 작가들은 세상의 변화를 늘 관찰하고 탐구하며, 자신의 의도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미시성에 주목한다.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도 수십 번 고쳐 적으며, 스스로의 표현력을 끊임없이 높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결국 이런 작가가 성공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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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어떠한 책이 에세이를 표방했지만 자서전이나 자기 기록처럼 글쓴이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내용을 다룬다면, 시장에 내려는 생각보다는 소장하거나 주변에 나눌 용도로 작은 책자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

또, 그러한 품성이 멀리 내다보았을 때 더 고귀한 품성이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품성이고, 나아가 책이라는 종이 살아남는 지위를 빚는데도 보탬이 된다. (이왕 돈 쓰며 만드는 거 겸사겸사 많이 만들어 시장에도 내놓으면 좋지 않겠냐고? 출판은 겸사 겸사하는 일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을 지니고 하는 일이어야 한다.)

(...)

('이왕'이라는 것은 개인의 욕심이다. 이왕이 아니라, 완숙된 책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좋은 내용으로 읽히고, 적확한 대상에게 가닿아 판매도 되는 쓰임이 생기길 정말로 원할 때, 책은 제대로 접근해서 만들어야 한다. 출판이 도박도 아니고, 여기에 일타쌍피란 없다)


정 개인의 글 모음집을 책으로 엮고 싶다면, 감성이나 이성적인 부분에서 대중에게 공감과 도움이 될 만한 콘셉트로 엮고, 솎아 내고, 보강하고, 통합하는 '재편'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냥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껏 하고, 출판시장이 어려워 돈은 안 될 줄 알지만 도전해 보겠다거나, 나는 아직은 알려지지 않은 미래의 수완 있을 작가니 자비를 들여 책부터 만들겠다는 결정은 출판시장을 혼잡하게 만들고, 책을 구매하려는 대중의 소비 심리를 갈수록 위축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이 먼저 '검증'의 역할을 포기해서다.


즉, 여러 분야의 좋은 책이 다양한 측면에서, 잦은 주기로, 대중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책을 내기까지 기본적인 허들이 필요하다. 이는 작가 스스로 출판이라는 도전에 허들을 만들어 검토하는 일을 말한다. 나는 이 사고가 수많은 1인 출판이나 독립출판, 소장 서적들이 시도하는 책의 제작 취지와도 부합하는 지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130~1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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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출판을 하는 몇몇 책을 접하고 나서, 내가 말하고 싶었던 포인트를 저자는 상세하고 디테일하게 잘 정리해 주었다.


요즘 출판시장을 보면, 정말 개나 소나 엉망진창으로 출판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하게 된다. 글쓴이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내용이라면 그저 소장용으로 만들어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중과 공감하고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철저히 다듬은 뒤 신중하게 출간해야 한다.


기본 소양도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책을 몇 권 출간했다고 자랑하는 행위, 박사와 같은 스펙만 앞세우는 행위, 허황된 이야기를 자랑삼아 하는 행위, 그 외 타인의 욕이나 자기 상황의 불만족에 대해 찡얼거리는 소리만 늘어놓는 책을 두고 독자는 반응하지 않는다.


그래놓고 비판적 서평을 쓰면 찾아와 댓글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작가들을 보면, 과연 그들에게 '작가'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게 맞는 걸까 의문을 가지게 된다.


제발, 부디 출간을 할 때는 작가 스스로 어느 정도 높은 허들을 두고 검토하고 숙고한 후에 출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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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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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구간도 있어, 다소 어렵게 완독했지만,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고, 나 또한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확실하게 느꼈던 부분이라 공감 가는 부분도 꽤 많았다.


특히 책을 다듬고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는 프리랜서 편집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작업 세태 에세이라 더 확실하게 와닿는 부분도 있었다. 더불어 이것이 비단 독자만 느끼는 부분이 아니었다는 점 또한 알 수 있었다.


최근 출판시장의 세태를 살펴보면,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의 수가 몇 배는 많은데, 부디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이왕이면'이라는 마음으로 글의 가치를 훼손하거나 낮추는 일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


글이 지닌 아름다움, 글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 글이 가야 하는 방향과 시선을 올바르게 활용하여 독자는 물론 작가나 그 외 글을 다루는 모든 사람이 '글' 자체로 인정받고 사랑받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글을 통해 삶과 인생에 힘을 주는 이야기들이 전파되고, 그것을 통해 더 나은 삶, 선한 영향력이 이어지는 것. 저자가 바라는 그 세상을 나 역시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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