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주 - 영원히 살 수 없는 우리 모두를 위한 시간 관리법
올리버 버크먼 지음, 이윤진 옮김 / 21세기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일시품절


인간에게 주어진 유한한 인생의 짧은 시간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생산적이게 사용할 수 있을까 우리는 매일 고민하고 실천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쥐어짜듯 분/초 사이에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들을 끼워 맞춰 실행하며 스스로 뿌듯해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때론 지쳐 나가떨어질 때도 있고, 후회와 죄책감에 스스로 자책할 때도 있다. 한 번뿐인 인생을 살아가면서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놓치고, 불안함에 떨며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게 과연 의미 있는 것인지 이제는 멈춰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쳇바퀴 돌듯 무한 반복되는 이 사이클에서 내려와 보다 가치 있는 인생을 만들 방법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의 관점을 완벽히 틀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론적으로만 너무 잘 알고 있는 '인생의 유한함'이라는 산물이 현재를 살아가는 '시간'과 만났을 때 우리가 행하는 방식과 관념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것이 우리를 얼마나 불안하게 하고 어떤 덫에 빠져 살아가고 있는지를 통찰력 있게 전해준다. 현대인의 평균수명인 80세를 기준으로 주 단위로 환산한 시간, 4000주! 이 책의 제목인 4000주는 그런 인간의 유한한 시간을 나타내고 있다.

 

이 책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동안 잘 알려진 책이나 미디어에서 말하는 '시간을 지배하는 법' 이라던가 '삶을 지배하는 법'과 같은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방법론을 제시한다. 우리가 직면한 실제 현실과 4000주라는 터무니없이 짧은 인생, 그리고 희미한 가능성들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을 꽤 많이 발견하게 되어 놀랄 것이다.

 

먼저 과거를 살펴보면, 과거에는 '과제 지향적 삶'을 살았다. 이는 업무의 흐름과 삶의 리듬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삶을 의미한다. 과거지향적으로 산다는 건 포괄적이면서도 유연하며 현대인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마법과도 같은 경험이 일상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삶을 의미한다. 즉, 과거에 시간은 삶이 펼쳐지는 매개체이자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재료였다. 그러나 이후 시계의 탄생으로 우리 마음속에서 '시간'이라는 개념이 삶과 완전히 분리되면서 시간은 우리가 사용하는 사물이 되었다. 이것이 지금의 우리가 시간과 씨름하는 현대의 삶을 살게 된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시계, 스케줄표, 구글 캘린더의 알람이 독재 정권처럼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곧 '즐거움 없는 긴급함'과 더 많은 것을 이뤄내야 한다는 강박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을 지배하려던 인간의 시도는 결국 시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직시하기보다는 회피하는 전략을 통해서 무한함을 느끼려 하는데 이는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일들로 당신의 시간을 채우게 되는 것을 말한다. 더 서두를수록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는 일들과 마추치며 더 좌절하게 되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더 확실하게 세울수록 여전히 남아 있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더 불안해진다.

 

반면, 인간의 한계성을 마주하고 그 한계성을 받아들이면 삶은 더 생산적이고 의미 있고 즐거워지는데, 불안감은 완전히 살아지지 않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어떤 시간 관리법도 현실을 직시하는 것만큼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간의 한계를 받아들인다는 건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 하루하루의 계획을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태도를 갖게 되면 스스로 해내지 못한 일에 대해 자책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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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을 줄 아는 것이 우리의 선택을 더 의미 있게 만드는데, 결국 어떤 일에 시간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는 건, 그 시간에 할 수 있었던 다른 일들을 포기한 것을 말하며 더 중요한 것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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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세상에는 불가능한 일이 있음을 이해하는 순간 불가능에 저항할 수 있는 새로운 힘을 갖게 될 것이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의미 있는 삶을 건설하는 데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실상 그 모든 걸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 이유는 체계적인 시간 관리 요령을 아직 터득하지 못해서도 아니고, 충분히 노력하지 않아서, 더 일찍 일어나지 못해서, 혹은 당신이 원래부터 쓸모없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근본적인 가정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시릴 노스코트 파킨슨은 '작업은 주어진 시간이 완전히 소진될 때까지 늘어진다'라며 '파킨슨의 법칙'을 이야기했는데 이메일은 이런 아이러니를 가장 잘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편리성을 위해 발명된 이메일은 인풋의 무한정과 더불어 모든 이메일을 읽고 답장을 보내면서 더 많은 이메일을 받게 되는 '효율성의 함정'에 빠지게 되면서 끊임없는 굴레 속에 빠지게 된다. 이것은 우리가 '모든 것을 정복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은 결국 '우리를 실패하게 만드는' 도구가 되며 우리가 정복하려는 '모든 것'의 크기를 한없이 키워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효율성의 함정에 빠지는 이유는 매우 분명한데, 모든 것을 할 시간이 있다고 분명하게 믿을수록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시간을 가장 잘 활용하는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믿는 만큼 일을 계속 추가하게 되기 때문) 무언가를 더하기만 하고 빼지는 않기 때문에 중요한 자료를 조사할 시간은 결코 오지 않으며 이렇게 수년을 허비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들을 체계적으로 미루는 습관을 기르게 된다. 그러나 인간의 삶에서 절대 피할 수 없는 현실은 '선택'은 언제나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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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인정하면서 여러 선택지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은 '확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것은 이 순간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선택한 하나의 행위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일부를 쏟겠다는 긍정적 약속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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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에 대한 진리를 깨달을 때 느끼는 특별한 희열을 '조모(=현재를 즐기는 것, 순간에 집중하는 즐거움)'라고 하는데 이는 다른 기회에 대한 미련 때문에 느끼는 불안감을 의미하는 '포모'와 상반되는 개념이다. '조모'의 상태에서 우리는 특정한 즐거움을 포기하거나 특정한 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왜냐하면 이는 자기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여러 선택지 중 확신하고 긍정적 약속을 함으로써 결정된 것이며, 자신의 삶 속에 기대할 권리가 전혀 없었던 시간을 어쨌든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작가이자 교사인 <그레그 크레크>는 우리는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미루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기 위해 무엇을 미룰지 현명하게 결정을 하라는 것인데, 시간 관리법을 평가하는 기준은 그 방법이 우리가 인생에서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 데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4000주>의 기본적인 시간관리법은 대부분의 책에서 제시하는 시간관리 법하고는 사뭇 대조되는데, 기존에 제시하는 방법론에서는 자신들이 제시하는 방법을 따르면 시간을 지배하며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막연한 희망을 갖게 하는 방식이라면, <4000주>에서는 오히려 유한한 시간 안에서 모든 것을 다 할 순 없으니, 선택과 집중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생각해 보면 기존의 시간관리법은 우리가 겪고 있는 시간문제에 도움을 주는 척하지만 사실 관망할 뿐이며 우리는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시간 관리의 세 가지 원칙>

 

첫 번째. 자신에게 먼저 투자한다.

 

▶매일 가장 중요한 일을 가장 먼저 한다.
▶자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을 일정표에 기록해서 다른 약속 때문에 자신을 위한 시간이 방해받지 않도록 한다.

 

두 번째.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제한하거나 혹은 주어진 시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의 수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예) 동시에 진행하는 일을 세 가지로 제한하여 진행
▶이를 통해 고도의 집중력을 가질 수 있으며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해야 할 일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양으로 나누기 시작하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세 번째. 중간 우선순위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

 


미룸의 미학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은 인간이 초인적으로 모든 것을 해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집중해야 할 것과 무시해야 할 것을 현명하게 선택한다. 중요한 하나를 얻기 위해 나머지를 잃는 것은 당연한다.

 

하나의 행동 방식을 정해서 그에 전념할 때 환상 속의 또 다른 대안을 찾아 시간을 낭비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더 이상 되돌릴 수 없을 때 불안감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은 한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이 선택한 길로 거침없이 뻗어나가라.

 


<왜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하고 싶었던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것을 그토록 불편하게 생각하는 걸까?>

 

이는 불쾌하거나 두려운 일들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무엇보다 현대인들의 큰 문제는 지루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일수록 그 한계가 더 불편하게 느껴져 그런 불편함을 외면하고 싶은 순간에 우리는 지루함을 느끼며 중요한 일에서 멀어지려 한다.

 

우리는 현실에 대해 폐쇄 공포, 무력감, 속박감을 느끼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것이 지루함이 지나치리만큼 불쾌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보통 지루함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관심 없는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지루하다는 감정은 인간의 통제력이 제한되는 매우 불편한 경험에 대한 강렬한 반응이다.

 

이 외에도 우리는 중요한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특히 온라인상에서 산만해지는 경향이 너무나 다분한데, 이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산만함'이 우리가 산만해지는 궁극적인 원인은 아니며 '산만함'이란 자신의 한계를 직면하는 불편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피 장소일 뿐이다.

 


<그렇다면 집중하려 할 때 불쾌함을 덜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유감스럽지만 그런 비결 따위는 없다. 그저 상황이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뿐이다. 현실의 제약을 받아들이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더 이상 제약을 느끼지 않는 것만이 역설적이게도 현실적인 해방감을 맛볼 수 있는 방법이다.

 

무엇보다 시간을 활용함에 있어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불안함'을 꼽을 수 있는데, 이러한 '불안함'은 미래가 우리 뜻대로 될 것이라는 확신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불안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 그리고 '계획'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계획은 단지 생각일 뿐인데, 계획을 마치 현재로부터 미래 주위에 던져진 올가미처럼 취급해 내 손아귀에 쥐고 있으려 한다. 그러나 모든 계획은 '구현될지도 모르는 어떤 것'이라는 현재의 의사 표명일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시간의 활용에 집중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지금 이 순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오직 미래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어쩌면 자신의 모든 행동 혹은 인생 그 자체를 다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서 가치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미래에 초점을 맞추면 '언젠가 마침내'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살게 되는데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현재에서 만족감이나 안정감을 느낄 수 없다. 자기 존재의 '진정한 의미'를 미래로 미루지 말고 지금의 삶에 집중해야 한다.

 

 

<현재를 온전히 즐기는 방법>

 

하나. 취미를 가져보는 것을 추천
두울. 인내를 훈련해 보는 것을 추천
예를 들어 박물관에서 3시간 동안 하나의 그림이나 조각을 감상해 본다.(단,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 외에 핸드폰을 보거나 카페를 다녀오는 행위등도 하지말것)

 


<인내심의 세 가지 원칙>

 

첫 번째. 문제적 삶을 즐기는 것
문제란 존재의 본질 그 자체를 의미하므로 그 삶 자체를 즐겨보는 것이다.

 

두 번째. 급진적 점진주의를 받아들이는 것
이때 중요한 것은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라도 정해진 시간이 끝났다면 기꺼이 작업을 멈추는 것이다.

 

세 번째. 독창성은 모방의 저 먼 반대편에서 만나게 된다는 것
초기에 다른 사람의 작품을 모방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경험을 축적하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인내심을 길러온 사람은 추후 자신만의 독창성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시간과 관련하여 진정으로 원하는 자유는 무엇일까?>

 

하나. 자신의 일정을 스스로 선택하며 소중한 4000주 동안 다른 사람들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

▶이를 위한 전략으로는 이상적인 아침 일과를 보내고, 개인 일정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매일 이메일에 답하는 시간을 제한하고, '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등이 있다. 
▶문제점으로는 시간은 충분하지만 관련된 모든 사람이 같은 시간에 마주 앉을 가능성이 거의 없어짐으로 인해 누군가와 함께 하거나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시간을 내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두울. 다른 사람들의 삶의 리듬과 기꺼이 맞추려는 마음에서 나오는 더 깊은 의미의 자유
▶가족생활과 우정, 단체 활동의 리듬을 완벽한 아침 일상이나 일주일 계획보다 우선시하는 것을 말하며, 이는 시간에 대한 권력은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진리를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점으로는 스포츠팀, 캠페인, 아마추어 합창단 등 단체에 참여함으로써 공동체라는 보상을 받는 대신 자신의 일정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자유를 희생해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시간을 소중히 여기면서 보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주적 관점으로 볼 때 우리의 문제점이라던가, 시간의 활용을 위해 자신을 끼워 맞추는 행위들은 티끌만큼 작은 일에 불과하며 하찮은 일로 여겨진다. 이렇듯 하찮은 존재로서의 인간을 깨닫는다는 건 우주와 자신이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진실을 직면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데 추상적이고 지나치게 소모적이며, 비범한 목표에 얽매이지 않고, 부적절한 것들에 반대하고, 자신의 생각에 따라 세상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주적 의미의 신과 같은 환상에서 벗어나 구체적이고 유한한 삶의 경험으로 차분히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
우리가 곧 시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을 소유할 수 없다.

-하이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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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나를 이루는 물질이다.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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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우리는 바로 이곳에 '존재'할 수 있고, 온전히 삶을 살 수 있다. 그리고 이 순간 자신에게 중요한 몇 가지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으며 더 높은 차원의 마음의 평화도 얻을 수 있다.

 

=====
사람은 살 수 있는 대로 사는 것이지, 살아가는 데 특별한 방법 같은 것은 없습니다.
(...)
다음으로 가장 필요한 일을 조용히 하십시오.

-칼 융-
=====

 

여기에서 '다음이자 가장 필요한 것'은 흠뻑 빠져 열망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의미하는데, 칼 융의 인용 글을 통해 우리는 '사는 것'을 너무 어렵고 힘들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저 헛된 바램은 고이 접어두고 현실을 직시하며, 자신이 좋아하고 열망하는 일에 흠뻑 빠져 살면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말한다.
유한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면, 처음부터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생산성, 성취감, 서비스 및 성취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의 순간, 내게 주어진 짧은 시간과 유한한 인간의 한계 안에서 최선을 다하면 남은 우리의 삶은 더욱 빛날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열린 마음을 갖게 될 때, 삶이 문제없이 돌아가리라는 확신을 갖기 위해 모든 것들을 도구로 사용하려 하지 않고 모든 일을 자신의 방식으로 더 완벽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이 책의 주요 핵심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안 되는 것은 포기하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자랑스럽게 시작하자.
■모든 것들을 도구로 사용하지 말자.

 

 

<부록>에 실려있는 시간의 유약함을 받아들이는 방법 10가지!

 

1. 동시에 진행하는 작업의 수를 제한하기
2. 할 일을 목록화하기
3. 무엇을 실패할 것인지 미리 결정하기
4. 해야 하는 일뿐만 아니라 이미 완료한 일에 집중하기
5. 관심을 통합하기
6. 단일 목적 기기를 사용하며 지루함을 이겨내기
7. 일상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내기
8. 인간관계를 연구하기
9. 관용적 행동을 즉각 실천하기
10.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습하기

 


생각해 보면, 나 역시도 '삶의 유한함', '미래의 불확실성', '효율적인 시간관리', '삶을 보다 가치있게 사는 법' 등과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도 해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실천도 해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보는 건 처음인 것 같다. 각각의 키워드로 보면 분명 모두 납득하고 있는 사항들이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고, 도구로써 활용하고 있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바쁘게 사는 현대 사회인만큼 멀티플레이어로서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일도 하고 있었고, 분과 분 사이에 꾹꾹 채워 넣어 끝도 없이 해내야만 하는 일과 끝나지 않는 일 사이에서 허우적대던 때도 분명 있었다. 그리고 꼭 해야만 하는 중요한 일을 자꾸만 뒤로 미루고 엉뚱한 일들을 하며 빙빙 돌아가는 상황을 통해 불편함과 외면하고자 하는 마음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제는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현재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효율적인 시간 분배를 통해 할 일을 구분 및 제한하는 것도 시도해 볼 생각이다. 미리 포기하거나 실패할 일들을 정해보는 것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몇 분의 시간도 가져봐야겠다.

 

책을 읽고 정리하면서 리뷰를 쓰다 보니 같은 맥락으로 비슷한 것들을 제시했던 책이 문득 생각났다. 일과 삶을 유연하게 병행할 수 있도록 습관과 생활 루틴에 대해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던 책인데 '천인우 작가의 브레이킹 루틴'이다. 
항목별로 목록을 줄 세워보니 현재를 객관화해서 보는 것, 시간 활용에 대한 것,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대응, 해야 할 일에 대한 목록 정하고 제한을 두는 것, 이메일 확인과 같이 끝도 없는 일에 대한 업무 맺고 끊기 방식, 추가적인 일은 하지 않는 것 등등 비슷한 항목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제는 이것들을 나의 생활방식에 맞게 실천해 보는 것만이 남았다.

 

이 책은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8000주라는 한정된 시간, 아니 어쩌면 그보다 짧을지도 모르는 유한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앞서, 보다 근본적으로 관점을 다르게 보여준 점이 매우 인상 깊었는데 한 가지에 국한되어 있던 개념을 비틀어 다르게 보니 진짜 문제점에 보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한정된 시간 안에 꾹꾹 터져나갈 듯 시간을 활용할 게 아니라, 비우고 정리해서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제대로 배웠다. 비단, 물건만 비우고 정리할 게 아니라, 시간 활용에 있어서도 꼭 필요한 일이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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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잠언집
법정(法頂) 지음, 류시화 엮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책을 뒤적이다 몇 년 전 읽고 보관 중이던 법정 스님의 잠언집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를 발견했다. 여기저기 박스마다 따로 들어있던 책들을 작년 겨울부터 대대적으로 정리하면서 책끼리 모아 정리해두었는데, 이번에 필요한 책이 있어 뒤적이다 다시 눈에 띄었다. 이 책은 누군가 읽어보라며 추천해 주어 읽게 된 책인데, 예전에 읽고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무소유와 간소함, 침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자연주의 사상가이며 실천가인 법정 스님은 '무소유'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중에 하나다.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산속 오두막에서 수행하며 지냈으며 가난과 간소함 속에서 본질을 발견하는 삶의 길을 역설해온 분으로 자신이 소유한 것의 소유가 되어 버리는 인간 삶의 허상으로부터 벗어나라고 이야기하신 분이다.

 

이 책에는 자연, 산, 무소유, 침묵, 자유, 단순과 간소, 홀로 있음, 존재의 성찰 등에 대한 지혜가 담긴 짧은 문장들이 담겨있다. 문장들 속에서 자주 언급되는 소재는 주로 산과 자연인데 아마 홀로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기에 더 자주 언급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하며 단순화 시키는 것에 대한 글과 침묵에 대한 글, 그리고 홀로있음에 대한 성찰이 특히 와닿았다. '진정한 자유란 정신적인 데 있으며 깨어 있는 영혼에는 세월이 스며들지 못한다는 말'도 인상적이었으며,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에 있음이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늙음이 아니라 녹스는 삶'이라고 이야기 한 부분도 기억에 남았다. 외적인 부분을 가꾸는데 정성을 들이기보다, 정신적인 부분의 깨어있음을 더 가꾸어야 한다는 것과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움직이며, 그래서 정체되어 녹스는 삶은 죽은 삶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는 놓치고 사는 진짜 중요한 것들을 한 번 더 꼬집어 주는 문장들이었다.

 

넘침은 부족함보다 못하다고 한다. 알지만 우리는 욕심을 부려 계속 흘러넘치도록 소유하고 또 소유한다. 정작 몇일만 지나도 어디에 있는지, 무엇이 있는지도 알지 못하면서 말이다. 홀로 시간을 보내며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는 것,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하는 것, 침묵으로 꼭 필요한 말만 하는 것. 오늘부터 실천해 보고자 하는 실천 목록들이다. 230여 편의 문장들 중 특히 기억에 오래 간직하고 싶은 문장들과 실천으로 옮기면 좋을 문장들 몇 가지를 남겨보고자 한다.

 

 

<날마다 새롭게>

 

(...)
때로는 전화도 내려놓고, 신문도 보지 말고,
단 10분이든 30분이든 허리를 바짝 펴고
벽을 보고 앉아서
나는 누구인가 물어보라.

 

이렇게 스스로 묻는 물음 속에서
근원적인 삶의 뿌리 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문명의 잡다한 이기로부터 벗어나
하루 한순간만이라도
순수하게 홀로 있는 시간을 갖는다면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하늘 같은 사람>

 

(...)
행복은 절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
그러므로 따뜻한 마음이 고였을 때,
그리움이 가득 넘치려고 할 때,
영혼의 향기가 배어 있을 때 친구도 만나야 한다.
습관적으로 만나면 우정도 행복도 쌓이지 않는다.

 

 


<연잎의 지혜>

 

빗방울이 연잎에 고이면
연잎은 한동안 물방울의 유동으로 일렁이다가
어느 만큼 고이면
수정처럼 투명한 물을 미련 없이 쏟아 버린다

(...)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무게만을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비워 버리는구나' 하고
그 지혜에 감탄했었다.


그렇지 않고 욕심대로 받아들이면
마침내 잎이 찢기거나 줄기가 꺾이고 말 것이다.
세상 사는 이치도 이와 마찬가지다.

 

 


<스스로 행복한 사람>

 

(...)
우리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사실에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 영원한 존재는 그 누구에게도,
그 어디에도 없다.
모두가 한때 일뿐이다.
살아 있을 때
다른 존재들과 따뜻한 가슴을 나누어야 한다.


자기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마찬가지로 자기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그러므로 행복과 불행은 밖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만들고 찾는 것이다.
(...)

 

 


<사는 것의 어려움>

 

(...)
저마다 이 세상에 자기 짐을 지고 나온다.
그 짐마다 무게가 다르다.
누구든지 이 세상에 나온 사람은
남들이 넘겨볼 수 없는 짐을 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그 인생이다.

 

세상살이에 어려움이 있다고 달아나서는 안 된다.
그 어려움을 통해 그걸 딛고 일어서라는
새로운 창의력, 의지력을 키우라는
우주의 소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최초의 한 생각>

 

(...)
지식은 기억으로부터 온다.
그러나 지혜는 명상으로부터 온다.
지식은 밖에서 오지만
지혜는 안에서 움튼다.
안으로 마음의 흐름을 살피는 일.
이것을 일과 삼아 해야 한다.

 

(...)
명상은 본래의 자기로 돌아가는 훈련이다.



(...)
내 마음을 활짝 열기 위해
무심히 주시하는 일이다.

 

 


<생의 밀도>

 

(...)
홀로 있는 시간은
본래의 자기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이다.
벌거벗은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계기이다.

 

하루하루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비춰볼 수 있는 거울 앞이다.

 

그리고 내 영혼의 무게가
얼마쯤 나가는지 달아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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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은 이별에게 가혹하고
차재이 지음 / 부크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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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새벽' 시간만이 주는 여운이 있다. 그래서 '새벽'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장들은 어딘가 모르게 감성적이 되고, 여운이 길게 남곤 한다. 개인적으로 새벽 시간대를 좋아하는데 이때만큼 뭔가에 집중하고 빠져들 수 있는 시간대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캄캄한 밤 혼자 듣는 라디오는 아마도 더 귀를 쫑긋 세우게 하나보다.

 

새벽과 이별을 더한 것만큼 촉촉한 감성이 더 있을까? 이 책은 연인과 헤어진 이후 감정의 변화에 대해 기록하고 있는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솔직하게 표현되는 '내면의 변화'가 돋보인다. 그립고 보고 싶은 마음을 좋은 추억으로 기억하다가도 문득 울부짖기도 하고, 때론 절망에 빠지기도 했다가 어느새 떠오르는 슬픔 속에 방황하기도 한다. 한껏 피어오르는 원망을 쏟아내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실 자각 타임을 갖게 되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다시 용기를 내어 보기도 한다. 실연의 아픔이 서서히 가라앉을 때쯤 들려오는 헤어진 연인의 새로운 연애 소식이 들리면 질투심이 일어 상실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또 그렇게 극복해 나가며 하루를 살아가는 감정의 변화를 잘 그려내고 있다.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을 거야 하다가도 어느새 또 빠져들고 마는 사랑, 이성이 아닌 감성에 취약한 사랑은 그래서 새벽시간과 잘 어울리나 보다. 나만의 상상과 세계 속에 빠져 무한한 공상을 하기도 하지만, 실연이라는 아픔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깨달음도 있다.

 

이별 이후 일상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다양한 감정들을 저자의 스토리를 따라 함께 촉촉한 감성 속으로 빠져보자. 책을 집어드는 순간 독자는 새벽의 시간 속에서 머물게 될 것이다. 어떤 물건에서, 날씨에서, 단어에서, 음식에서, 해묵은 감정 속에서, 문득 떠오른 과거의 단편적인 기억 속에서 '그' 또는 '그녀'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여느 노래 가사가 내 이야기 같다고 말하는 누군가의 말처럼, 여느 독자는 이 책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받을지도 모르겠다. '있을 때 더 사랑할걸', '있을 때 더 잘해줄걸' 하는 뒤늦은 후회보다는 같이 있을 때 흠뻑 사랑하고, 마음껏 잘해주자. 그래야 미련도 후회도 없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남는 문장들을 몇 개 적어본다. 문득 감성이 메말랐다고 느낄 때, 이별에 아파 혼자 숨죽여 울 때 함께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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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삽니다
장양숙 지음 / 파지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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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꿈꾸는 순간부터"

 

표지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 있다. 파란 하늘, 떠다니는 하얀 구름, 햇살에 반짝이는 호수, 초록 산맥과 활짝 핀 꽃들, 그리고 그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한 여인. 전체적인 색감과 느낌에서 오는 평온함은 50대 후반, 자기 자신의 삶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저자의 현재를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끝없이 휘몰아치던 삶의 회오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녀가 예순을 앞두고 비로소 자신을 위한 삶의 첫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이 책은 어쩌면 그 시작점의 첫 결과물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했고, 했고, 했다'라는 말속에 좋아하는 모든 것을 과거에 그저 묻어두기만 했던 그녀는 글을 쓰면서 비로소 자신이 가고 싶은 삶의 방향을 찾았다고 말한다. 미처 무언가를 깨닫기도 전에 들이닥친 삶의 고난과 가난, 그럼에도 삶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한 집안의 가장으로, 사회적 리더로 성장한 그녀의 스토리를 만나보자.

 

오 남매 중 둘째 딸로 태어난 그녀는 여섯 살 때 외삼촌을 배웅하러 나갔다가 군용트럭에 치여 다리를 절단하는 사고를 겪게 된다. 어린 나이에 갑작스럽게 당한 사고는 이후 그녀와 가족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당시 너무 어렸던 저자는 이 상황에 대해서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몇 달의 병원생활 후 퇴원해서 집으로 온 저자는 오랜만에 찾아온 외삼촌은 만나는데, 외삼촌은 그녀에게 선물을 안기고 마지막 인사 후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후 부모님은 잦은 부부 싸움을 했으며, 그때마다 모든 책임을 아내와 외가 식구들 탓으로 돌렸던 아버지로 인해 어머니는 매번 죽겠다고 집을 뛰쳐나가는 일이 빈번했고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찾으러 다니는 일의 번복이었다. 

 

자다가도 불현듯 찾아오는 통증, 그 곁을 지키며 자신을 간호했던 어머니, 한순간 다리를 잃은 딸아이를 보는 아버지의 심정, 죄책감을 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외삼촌, 그리고 불편한 몸이었기에 늘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저자. 자신의 다리가 아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던 그녀는 그렇게 점차 그것의 의미를 알아가게 된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타인과 다른 모습에서 오는 위축감으로 꽤 오랫동안 홀로 지내면서 때로는 억울한 누명을 쓰기도 하고 놀림을 당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차별이나 편견 없이 대해주셨던 담임선생님, 집에 가는 길 덥석 내 손을 잡아주고 나를 나로서 대해줬던 친구들, 사춘기 시절 어두웠던 인상을 웃는 인상으로 바꿔준 친구의 한마디, 중학교 시절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줬던 동네 친구의 손길은 조금씩 그녀를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 주었다.

 

어느새 성인이 된 저자는 언젠가부터 엄마와 애증의 관계가 되는데 몸이 아픈 딸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된 안타까움과 불쌍함에 자신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지인을 통해 취직을 권하기도 하고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이나 나이가 아주 많은 남자, 혹은 아이가 있는 등 결혼 못 할 문제가 있는 남자들에게 억지로 떠밀어 선을 보게 한다. 계속되는 결혼 압박과 수치심,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결국 스스로를 내려놓게 되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과 결혼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게 다리가 불편한 1급 장애인인 현재의 남편이었다. 결혼 후 초반에는 나름의 미래를 그리며 단꿈을 꾸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시어머니의 질투가 시작되면서 간섭과 눈치를 보게 되었고 혹독한 시집살이가 시작되었다. 뒤이어 안정적이던 액세서리 사업을 접고 새롭게 시작한 사업이 망하면서 빚이 순식간에 불어났고, 나름 안정적이었던 가세는 급격히 기울게 된다. 

 

이때부터 그녀는 적극적으로 먹고사는 일에 참여하게 되는데 자신보다 더 몸이 불편했던 남편을 대신에 처음 시작하게 된 일은 보따리 장사였다. 전국의 시장을 떠돌며 사장님들께 고개를 숙여가며 물건을 팔아달라고 간청하는 일밖에 할 수 없었던 그녀. 1급 장애인 남편과 노쇠한 시어머니, 어린 딸을 위해서는 무조건 돈을 벌어서 가야만 했다. 그러나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행상으로 사는 삶은 은행 이자까지 갚아나가며 살아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던 중 생활 정보 신문에서 발견한 'H 교육 상담 교사 모집' 공고를 보게 되면서 본격적인 그녀의 직업에 있어 '영업'이 들어오게 된다.

 

그녀에게 있어 소중한 가족을 부양하고 먹고살기 위해서는 무조건 앞만 보고 나아가야만 했다. 그래서 무엇이든 배우고 열심히 해나갔다. 경력이 쌓여감에 따라 축적되는 노하우를 통해 진급도 하고 그를 통해 또 다른 직업으로의 이직도 이루어냈다. "학습지 영업-텔레마케팅-온라인 서비스 회사-전화영업-온라인 영업"으로 한발한발 나아가기 시작했다. 영업은 그녀에게 더 많은 급여와 더 좋은 조건의 기회를 가져다주었으며 현재의 직업은 다음 직업을 갖는데 좋은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때로는 사람을 다루는데 능숙하지 않아 어려움도 있었고, 오해와 난감함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가득 차 아플 틈도 없이 그저 전진해나갔다. 항상 일 잘하는 직원, 매출 상위자로 기록될 수 있었던 건 그런 그녀의 집념과 노력의 산물이었으며, 배움의 자세로 전진하는 것에 후퇴는 없었다. 그리고 위기조차도 기회로 삼아 도전했던 순간들은 그녀 자신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해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인간관계, 사회생활, 직업적 노하우는 그렇게 한발한발 배우고 익히면서 그녀를 성장시켜 주었다.

 

그 성장의 원동력 중 영업일을 하면서 배우게 된 노하우를 몇 가지 기록해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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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감정에 부딪히더라도 오래 갖고 가지 않는 습관을, 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익혔다. 어떤 일이든 자기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지 못하면 절대 성공할 수가 없다. 나는 내 일이 자랑스러웠다.

95페이지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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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은 때가 있고, 때를 기다려야 이루어지는 것인가 보다. 하지만 대부분은 차분히 기다리지 못하고 내 생각대로 고집을 부리다가 일을 그르치고 만다. 이제 기다림이라는 단어를, 긍정과 더불어 마음에 새기기로 했다.

11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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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판매할 제품이나 서비스의 세부 사항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영업하는 사람이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지 않으면 고객들은 물건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

1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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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영업하는 회사에 입사하면 항상 일을 잘하는 직원 옆에 앉게 해줄 것을 요청했다. 어디서든 일 잘하는 직원 옆에 앉으면 영업의 한 수를 배우게 된다. 그 직원과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하게는 흉내를 낼 수가 있다. 이 방법은 틀린 적이 거의 없다.

130~1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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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자신의 면면을 배우고 익히며, 받아들이면서 그것들은 일에서도 시너지를 내게 되었다. 나중에 영업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그녀는 어떤 것이든 제품의 성능을 보증할 수 있고, 거기에 고객의 니즈만 있으면 팔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일에 매달려 생계를 책임지면서 쌓았던 경력과 영업 업무에 대한 성장스토리 외에도 그녀의 내면을 다져주었던 '감사함'에 대한 몇 가지 일화도 담겨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

 

첫 번째는 도둑에 대한 일화를 통해 감사함을 배운 부분이다. 세 번의 도둑이 들면서 한 번은 딸아이의 무사함에 감사, 두 번째는 폐차 직전의 차를 경찰서 인근에 버려주어 비용을 아낄 수 있었음에 감사, 세 번째는 쌀을 도둑맞으면서는 우리보다 더 가난한 사람이 가져가서 잘 먹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저 감사하다 말하며 마음을 다독였다는 일화를 담은 내용이었다. 이 세 번의 도둑 일화를 통해 언제나 귀한 것들은 곁에 남아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두 번째는 막막함과 허망함에 한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던 때 어떻게든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시작한 감사노트 작성에 대한 일화다. 처음에는 "감사합니다"라고 소리 내어 읊조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다음은 매일 노트에 100번씩 '감사합니다'라고 쓰고, 이후엔 감사한 수많은 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오랫동안 감사노트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추후에 좋은 일이 있을 때나 힘들 일이 있을 때에도 같은 감정을 가지고 '감사합니다'라고 적게 되었다고 한다.


'비장애인'에서 갑작스럽게 당한 사고로 인해 한순간에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했던 저자. 불행의 시작은 어쩌면 6살의 그 사고에서 기인했던 것이었을까? 아마 책에 기록되지 않은 무수한 이야기가 그녀 안에 머물고 있을 것이다. 인지하지 못했던 어릴 적 갑작스러운 사고로부터 파생된 불씨는 가족에서부터 시작되어 결혼과 사회생활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저자는 거기에서 주저앉지 않고 장애와 타인의 시선을 수용하고 힘차게 나아간다. 그리고 끊임없이 에너지를 발산하며 마침내 성공을 이루어낸다. 쉽지 않았을 모진 풍파와 상처들을 감내하고 이제는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에서 제 3막을 시작하려 한다. 

 

주어진 환경과 삶 앞에서 용기 있게 나아가는 법,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승리를 쟁취하는 법, 그리고 자아실현을 위해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는 법을 담은 이 책을 통해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사회적 약자의 자리에 놓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는 스스로의 노력과 선택에 달려있다.

 

글을 쓰면서 살고 싶은 삶의 방향을 알게 되었다는 저자는 자아실현을 위해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대학원에 진학해 상담 심리학을 전공해 학위를 받았으며, 인성지도사,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강사, 요양보호사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책을 쓰겠다 마음먹은 결심도 이 책을 출간하면서 이루어냈다. 그리고 새롭게 꾸고 있는 꿈인 '장애인 직업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꿈 역시도 이룰 수 있기를 응원한다. 

 


=====
나는 해낼 것이다.

(...)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라고. 그리고 내 안에서 들리는 소리를 향해 방향 등을 켜보라고. 부디 당신이 좋아하는 일,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외치고 싶다.

17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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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빠의 퇴직을 괜찮은 척했다 - 퇴직은 처음이라 고민하는 가족들에게, 퇴직이 낯선 아들이 전하는 이야기
김도영 지음 / 바른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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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자리가 없어진 것은 순식간이었고, 새파랗게 젊은 세상 앞에 시커멓게 늙어만 가고 있었다."

 

누구나 한 번 이상 겪게 되는 퇴직.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어지면서 퇴직에 대한 개념이나 느낌이 많이 옅어졌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는 입사한 직장에서 10년, 20년 혹은 정년퇴임까지 가는 경우가 많아 퇴직의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막연하게만 인식하고 있는 퇴직을 우리 부모님이, 내가 가족구성원으로 겪게 되면 어떤 느낌일까? 방송에서, 주변에서 들어서 퇴직준비는 미리 하는 게 좋다는 것은 모두 다 알고 있지만 과연 얼마만큼 우리는 준비를 하고 있을까? 

 

소위 말해 베이비붐 세대라 말하는 부모님 세대의 퇴직은 이미 시작되었고, 그 세대의 자식들은 이제 막연하게 알고만 있던 퇴직을 몸소 현실에서 겪어나가야 한다. 먹고살기에 급급해 막상 자신의 노후준비에는 소홀했던 부모님, 그리고 각종 포기를(연애/결혼/출산/내집마련/인간관계 등등) 선언한 세대라 말하는 요즘 세대의 결혼과 독립이 늦어지는 만큼 책임져야 하는 상황, 여기에 부모님의 부모님까지 모셔야 하는 이중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게 어쩌면 퇴직을 앞둔 우리 부모님들의 현 모습이란 생각이 든다.

 

88올림픽 이후 급성장한 대한민국, 그리고 그 사이에서 세대별로 벌어진 격차. 세대 간 인식과 가치관의 차이는 어쩌면 어느 것보다 중요하고 풀기 어려운 문제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그 세대가 살아온 환경이며 몸소 익힌 경험이기에 이해시키거나 납득시키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구성원이 줄어든 만큼 한 가족 안에서 이루어지는 탄생과 죽음이라는 인생의 사이클 안에서 서로의 입장과 상황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더군다나 위와 같은 현시대의 부모님 세대에게 있어 '퇴직'은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이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던 가장의 변화이기에 가족 구성원에게도 여러 가지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이며, 그렇기에 함께 고민해 보고 미리 준비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중요 시점인 '퇴직'을 주제로 가족 구성원들의 서로 다른 입장과 생각들을 솔직하고 과감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퇴직을 앞둔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의 입장, 퇴직을 앞둔 당사자인 아버지의 입장, 옆에서 함께 한 어머니의 입장에서 각자 허심탄회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갑작스럽게 맞게 된 아버지의 '퇴직'을 통해 그들 각자가 느낀 감정과 입장은 어떠했는지, 이를 통해 무엇을 미리 준비하고 어떤 부분에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더불어 중간중간 아버지에 대해 서술한 인용 글들과 세대별 변화와 격차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하는데 아들의 입장에서 전하는 이야기들은 그런 맥락을 담고 있어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는 비슷한 견해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이제 이 책에서 전하는 '퇴직'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이 책의 서두는 베이비붐 세대와 각 세대를 아우르는 특징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 X세대, Y세대, Z세대라고 규정하고 뉴스나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 마케팅으로 자주 활용되는 이런 단어들이 내포하는 의미와 특징의 서술을 통해 각 세대별로 겪고 있는 어려움과 특성을 보다 면밀히 살펴본다. 이는 부모님 세대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그 시대를 살았던 배경과 환경을 살펴보는 작업인데, 이를 통해 공통적으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만의 공통점도 파악할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주산'의 마지막 세대이자 컴맹 제1세대, 부모님에게 무조건 순종했던 마지막 세대이자 아이들을 황제처럼 모시는 첫 세대,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해 처와 부모 사이에서 방황하는 세대, 가족을 위해 밤새워 일했건만 자식들로부터 함께 놀아주지 않는다고 따돌림당하는 비운의 세대, 20여 년 월급쟁이 생활 끝에 길바닥으로 내몰린 구조조정 세대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한때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해 엇나가던 시절도 있었고,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나이가 먹어가면서 비로소 아버지가 되는 일은 쉬워도, 아버지답게 되는 일은 어렵다는 말을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저자. '퇴직'을 앞둔 자식의 입장에서 솔직한 소감은 어땠는지 살펴보자.

 


<아들 입장에서 아버지 퇴직에 대한 소감>

 

갑작스러움도 있었지만, 아직 혼자서 사회에 남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아버지의 결정을 온전하게 응원해 주지 못한 것 같아 죄송스러웠다.

 

 

<아버지 퇴직 후 가장 아쉬웠던 점>

 

처음 아버지가 직장 퇴직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당황했다는 이유로 회피하려고 했던 나의 태도가 가장 아쉬웠다. (...) 괜히 말을 꺼내서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자식이 바라보는 퇴직준비에 대한 생각>

 

예고되거나 계획되지 않은, 즉 의도하지 않았던 급작스러운 사건이었다. 그만큼 충격이 컸고, 이후 부닥칠 새로운 삶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실제로 내가 퇴직한 것도 아님에도 아버지가 퇴직한 후의 삶에 적응하고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막연하게 인지하고 있었지만 막상 갑작스럽게 겪은 아버지의 '퇴직'은 이를 겪는 자식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고 대처하는 데 있어 미숙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깊은 대화가 오가지 않은 상황이기에 상대방의 입장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짐작만으로 배려하느라 오히려 때를 놓쳐 그 시기를 지나고 나서야 후회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그리고 아버지의 퇴직임에도 불구하고 자식으로서 받은 타격과 충격으로 스스로를 감내하고 적응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는 평소에 퇴직에 대해 가볍게 생각만 했을 뿐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미래를 계획해 보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도 전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겪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퇴직'을 통해 얻은 세 가지 깨달음을 전한다.

 

 


<퇴직 그 후, 지나고 나서야 깨달은 세 가지>

 

첫 번째. 가족들과 솔직하게 감정을 나누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소한 행복했던 일, 고충부터 결혼, 퇴직, 노후생활 등 민감한 부분까지 어떤 주제든지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이는 곧 건강한 가족관계라는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두 번째. 미리 퇴직준비에 대한 책을 선물하여 준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었던가. 100% 같은 상황은 없겠지만 비슷한 상황이라도 미리 알아서 나쁠 건 없다. 책을 계기로 퇴직에 관해 솔직하게 대화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세 번째.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 가족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퇴직은 경제적인 문제를 동반하고 노후생활은 경제적인 부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가족은 공동체이기에 서로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가족 간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소통인듯하다. 상호 간에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나누고 민감한 부분에 대해 입장을 솔직하게 전하는 만큼 진심이 전달되는 방법은 없다. 그리고 타인의 경험을 통해 미리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듯하다. 이를 통해 '퇴직'이라는 공통의 주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리고 성인이 된 아이들에게는 사전에 조금씩 가족의 경제 상황에 대해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는 이른 출가와 결혼으로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 적응하기 힘들겠지만, 시대가 변화하는 만큼 이에 발맞춰 자연스럽게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서 솔직하게 가족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추후 도움이 많이 될듯하다.

 

저자는 아버지의 퇴직을 계기로 자신의 삶 또한 다시 돌아보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자신의 삶에 영향을 준 아버지가 물려준 세 가지를 다음과 같이 꼽았다.

 

<아버지가 물려준 세 가지>

 

1.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
내 시간이 중요한 만큼 상대의 시간도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신뢰는 서로 간의 약속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믿고 있다. 또한 단순히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 나아가 스스로 한 약속에 대해서도 엄격해질 수 있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2. 뭐든지 배우려는 자세
아버지는 항상 문제가 생긴 원인을 파악하려고 했다. 이리저리 살펴보고 고민하였고 동일한 물건이 있다면 비교해가며 수리하려고 노력하였다. 이런 아버지의 생활태도를 통해 내게 알려주고자 한 것은 문제해결 능력이었고 나아가 어려움이 생겼을 때 쉽게 포기하지 않고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자세였음을 깨달았다.

 

3. 일을 시작했으면 결과물을 만들 때까지 노력하는 끈기
이는 직접적으로 알려준 적은 없지만 아버지를 지켜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물려받은 것 중 하나다. 36년간 한 직장 생활, 퇴근 후에도 책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무언가 적으면서 공부하는 모습 등을 보며 저자 역시도 정해진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는 습관을 기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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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언제나 당신의 등 뒤에서 불고, 당신의 얼굴에는 해가 비치기를, 이따금 당신의 길에 비가 내리더라도 곧 무지개가 뜨기를"

-켈트족 기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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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주로 자식 입장에서 바라본 아버지의 '퇴직'에 대한 소감을 담고 있지만, 중간중간 아버지 본인과 어머니가 느끼는 소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서술되어 있다. 이를 통해 각자의 입장과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데, 각자의 입장에서 전하는 견해의 차이나 가치로 두는 중점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안함으로 섣부르게 다가갈 수 없었던 아들, 퇴임식에 참석해 준 아들이 든든하고 고마웠던 어머니, 가족사진을 찍으며 가장으로서 열심히 살아온 것에 위로받는 느낌이었다는 아버지. 

 

끝으로, 아버지가 퇴직과 재취업을 준비하며 느낀 소감을 남긴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먼저 인생을 산 인생 선배로써, 직장 생활을 오랫동안 한 사회생활의 선배로써 참고하면 좋을 내용이었다.

 

수많은 나날들이 우리들의 앞에 펼쳐지겠지만 '퇴직'이 아주 먼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조금 낯설지만 익숙해져야 할 '퇴직'에 대해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 부모님의 일이 될 수도 있고, 나의 일이 될 수도 있으며,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직접 먼저 겪은 아버지의 솔직한 의견은 많은 도움이 된다. 

 

재취업을 준비하며 어려웠던 점, 퇴직 후 아쉬움이 남았던 점들, 퇴직을 앞둔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 부분에 서술된 내용들은 현실적인 충고와 깨달음을 준다. 최소 2년의 시간을 두고 퇴직을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과 회사를 위해 투자했던 자기개발이 사실 내 자산 가치를 위한 개발이 아니었다는 점. 회사로 나오고 나면 밖에서는 자기개발 투자를 인정받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는 점은 여러모로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사람마다 세대 따라 100% 동일하게 적용되진 않겠지만, 요즘은 취미가 잡(Job)이 되기도 하는 시대인 만큼 자기개발에 있어서 다양한 부분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다. 그리고 퇴직을 앞둔 사람들에게 작은 취미생활을 만들었으면 한다며 전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 오래전부터 거론되어온 부분이기도 하다. 정년이 되어 갑작스레 변화한 생활에 적응하는 데에는 취미만 한 것이 없다. 취미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살아가고 싶게 만드는 이유, 어쩌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자신의 삶은 매 순간이 새롭고 처음 사는 인생이다. 숫자로 표현되는 나이와 외모는 무르익어 가지만, 스스로 느끼는 삶은 매 순간이 낯설고 서툰 것들 투성이다. 그래서 먼저 삶을 산 사람들을 보고 우리는 깨달음을 얻고 미리 대비를 하기도 한다. 모든 것을 앞서 겪은 사람들과 동일시하여 똑같이 대입할 순 없지만, 적어도 삶의 패턴에 있어서는 누가 머라고 해도 비슷하게 흘러간다. 부모와 자식, 가족 간에 이루어지는 일련의 삶의 모습들이 그것인데 무엇이 되었든 나중에 후회하는 일은 최대한 만들지 말자. 중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지금 행하고, 이 순간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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