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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잠언집
법정(法頂) 지음, 류시화 엮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책을 뒤적이다 몇 년 전 읽고 보관 중이던 법정 스님의 잠언집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를 발견했다. 여기저기 박스마다 따로 들어있던 책들을 작년 겨울부터 대대적으로 정리하면서 책끼리 모아 정리해두었는데, 이번에 필요한 책이 있어 뒤적이다 다시 눈에 띄었다. 이 책은 누군가 읽어보라며 추천해 주어 읽게 된 책인데, 예전에 읽고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무소유와 간소함, 침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자연주의 사상가이며 실천가인 법정 스님은 '무소유'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중에 하나다.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산속 오두막에서 수행하며 지냈으며 가난과 간소함 속에서 본질을 발견하는 삶의 길을 역설해온 분으로 자신이 소유한 것의 소유가 되어 버리는 인간 삶의 허상으로부터 벗어나라고 이야기하신 분이다.
이 책에는 자연, 산, 무소유, 침묵, 자유, 단순과 간소, 홀로 있음, 존재의 성찰 등에 대한 지혜가 담긴 짧은 문장들이 담겨있다. 문장들 속에서 자주 언급되는 소재는 주로 산과 자연인데 아마 홀로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기에 더 자주 언급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하며 단순화 시키는 것에 대한 글과 침묵에 대한 글, 그리고 홀로있음에 대한 성찰이 특히 와닿았다. '진정한 자유란 정신적인 데 있으며 깨어 있는 영혼에는 세월이 스며들지 못한다는 말'도 인상적이었으며,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에 있음이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늙음이 아니라 녹스는 삶'이라고 이야기 한 부분도 기억에 남았다. 외적인 부분을 가꾸는데 정성을 들이기보다, 정신적인 부분의 깨어있음을 더 가꾸어야 한다는 것과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움직이며, 그래서 정체되어 녹스는 삶은 죽은 삶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는 놓치고 사는 진짜 중요한 것들을 한 번 더 꼬집어 주는 문장들이었다.
넘침은 부족함보다 못하다고 한다. 알지만 우리는 욕심을 부려 계속 흘러넘치도록 소유하고 또 소유한다. 정작 몇일만 지나도 어디에 있는지, 무엇이 있는지도 알지 못하면서 말이다. 홀로 시간을 보내며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는 것,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하는 것, 침묵으로 꼭 필요한 말만 하는 것. 오늘부터 실천해 보고자 하는 실천 목록들이다. 230여 편의 문장들 중 특히 기억에 오래 간직하고 싶은 문장들과 실천으로 옮기면 좋을 문장들 몇 가지를 남겨보고자 한다.
<날마다 새롭게>
(...)
때로는 전화도 내려놓고, 신문도 보지 말고,
단 10분이든 30분이든 허리를 바짝 펴고
벽을 보고 앉아서
나는 누구인가 물어보라.
이렇게 스스로 묻는 물음 속에서
근원적인 삶의 뿌리 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문명의 잡다한 이기로부터 벗어나
하루 한순간만이라도
순수하게 홀로 있는 시간을 갖는다면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하늘 같은 사람>
(...)
행복은 절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
그러므로 따뜻한 마음이 고였을 때,
그리움이 가득 넘치려고 할 때,
영혼의 향기가 배어 있을 때 친구도 만나야 한다.
습관적으로 만나면 우정도 행복도 쌓이지 않는다.
<연잎의 지혜>
빗방울이 연잎에 고이면
연잎은 한동안 물방울의 유동으로 일렁이다가
어느 만큼 고이면
수정처럼 투명한 물을 미련 없이 쏟아 버린다
(...)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무게만을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비워 버리는구나' 하고
그 지혜에 감탄했었다.
그렇지 않고 욕심대로 받아들이면
마침내 잎이 찢기거나 줄기가 꺾이고 말 것이다.
세상 사는 이치도 이와 마찬가지다.
<스스로 행복한 사람>
(...)
우리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사실에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 영원한 존재는 그 누구에게도,
그 어디에도 없다.
모두가 한때 일뿐이다.
살아 있을 때
다른 존재들과 따뜻한 가슴을 나누어야 한다.
자기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마찬가지로 자기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그러므로 행복과 불행은 밖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만들고 찾는 것이다.
(...)
<사는 것의 어려움>
(...)
저마다 이 세상에 자기 짐을 지고 나온다.
그 짐마다 무게가 다르다.
누구든지 이 세상에 나온 사람은
남들이 넘겨볼 수 없는 짐을 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그 인생이다.
세상살이에 어려움이 있다고 달아나서는 안 된다.
그 어려움을 통해 그걸 딛고 일어서라는
새로운 창의력, 의지력을 키우라는
우주의 소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최초의 한 생각>
(...)
지식은 기억으로부터 온다.
그러나 지혜는 명상으로부터 온다.
지식은 밖에서 오지만
지혜는 안에서 움튼다.
안으로 마음의 흐름을 살피는 일.
이것을 일과 삼아 해야 한다.
(...)
명상은 본래의 자기로 돌아가는 훈련이다.
(...)
내 마음을 활짝 열기 위해
무심히 주시하는 일이다.
<생의 밀도>
(...)
홀로 있는 시간은
본래의 자기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이다.
벌거벗은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계기이다.
하루하루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비춰볼 수 있는 거울 앞이다.
그리고 내 영혼의 무게가
얼마쯤 나가는지 달아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