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다시 읽는 이솝우화
강상구 지음 / 원앤원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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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보던 동화나 그림책, 우화들을 어른이 된 이후 다시 보게 되면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즐겁게 읽었던 어린 시절이 떠오름과 동시에 새삼 이야기가 다시 보이기 때문이다.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생각했던 동화가, 그림책이, 우화가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이야기는 아니었구나 알게 된다. 그 너머에 자리 잡고 있던 교훈과 메시지가 한눈에 확 들어온다.

최근에는 어른을 위한 동화, 동화의 원문, 동화의 재발견과 같은 다양한 주제로 동화를 재해석하는 책들도 많이 출간되고 있어 동화를 읽는 재미가 배가 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도 은근히 기대가 되었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주제에 따라 우화를 간단하게 소개한 후 우화에서 얻은 지혜와 깨달음을 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우화에 대한 해석의 방식이나 깨달음을 얻는 포인트는 사람마다 각기 다를 수 있는데, 이 점은 염두에 두고 또 하나의 의견을 듣는다는 생각으로 읽어보면 좋을듯하다.

왜냐하면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각 세대마다 경험한 바가 다르고 또 시대별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점, 그 외에도 언제든 다른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공감하는 부분 위주로 살펴보거나 혹은 완전히 내 생각과 다른 부분 위주로 살펴보면서 우화를 다양한 관점으로 살펴보면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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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이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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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6세기경에 활동한 고대 그리스의 작가다. 그는 노예 신분이었기에 인간으로서의 대우를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운 이야기를 지어내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웃음과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는 노예라는 신분으로 가장 낮은 곳에 있었기에, 땅과 하늘이 맞닿은 곳에서 일어나는 세상의 소리를 더 잘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세상은 마음 씀씀이만 바로 하면 살 만한 곳'이라는 것을 깨닫고 우화로 전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솝의 우화에는 신과 사람, 그리고 동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고유의 캐릭터가 있는데, 당대 인간들의 특성을 그 시대 사람들이 생각하는 동물에 대입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사는 세상처럼 묘사했다.

<이솝우화>를 보면 2,6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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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란 조급함이 가져다주는 결실이 아니다. 조급함의 유혹을 참고 견뎌낸 기다림의 결실이다. 당장 응답이 없다고 불평하는 것은 승리자의 자세가 아니다. 더욱이 과정을 포기하는 것은 성공의 길을 스스로 없애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솝우화: 조각상을 파는 상인 (1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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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을 당장 이루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한탕주의가 큰 리스크를 안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성공하고 싶다면, 성공의 정의부터 바로 세우자. 성공은 조급함에서 벗어나 유혹을 참고 견뎌내야만 이룰 수 있는 가치 있는 결실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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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자기 일이 무엇인지를 바라보라. 그리고 자기 일에 집중하라. 쓸데없는 일은 버리고 내가 맡은 일에 우선순위를 정하라. 그런 다음 한 가지 일이라도 제대로 하라. 그래야만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이솝우화: 사자와 토끼 (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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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려면 적어도 한 가지에 집중하며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저것 중구난방으로 손을 댔다가는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정했다면, 그 일에 최선을 다해보자. 그것에서부터 천천히 가지를 뻗쳐 나가듯 확장해야 승산이 있다. 기회는 그렇게 하나씩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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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처럼 세상을 평정하려면 먼저 자신부터 닦아야 한다. 제 몸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어떻게 가족을 거느리고 세상을 평정할 수 있단 말인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바란다면, 당신의 손안에 있는 것부터 소중히 하라. 그래야 또 다른 행운이 올 것이다.
이솝우화: 어부와 도미 (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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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안에 쥔 것은 나 몰라라 하고, 타인이 가지고 있는 것만 탐내다가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무엇을 이루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일단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조건부터 소중히 해보자.

그것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만의 무언가를 발전시켜 나가다 보면, 또 다른 행운은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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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세상 사는 사필귀정이다. 모든 일은 결국 바른 이치대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결국 올바른 일에 무릎을 꿇는다. 만일 지금 배은망덕한 행동을 해서라도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잠시 생각을 멈추자. 그리고 사필귀정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이솝우화: 암사슴과 포도밭 (1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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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르게 살다 보면 때때로 억울하다 느낄 때가 있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부정부패를 저지른 사람들이 더 잘 먹고사는 것을 볼 때 특히 그렇다.

하지만 세상 사는 사필귀정이다. 결국 이치대로 돌아오기 마련이므로 남들 따라 한다고, 억울하다고 올바르지 못한 길로 접어들었다가 큰코다치지 말고 원래 가던 길을 그대로 가자. 그것이 인생사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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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면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들을 외면하고 굳이 개구리와 생쥐처럼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결합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도 화합하기 힘든데, 잠시 서로 끌린다는 이유로 손발을 묶고 생활하는 게 얼마나 오래 가겠는가? 서로 맞지 않는 것을 맞추려고 시간을 허비하며 인생을 힘들게 보낼 필요는 없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지향하는 바가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현명하다.
이솝우화: 쥐와 개구리 (14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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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가 급격히 확장되는 때가 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정리되기 시작한다. 관계 맺음이라는 경험을 통해 내 삶에 해를 끼치는 사람인지,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 판단이 서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자기 파악이 되었다면 외부에 보이기 위해 굳이 맞지 않는 사람과 인연을 이어갈 필요는 없다. 유한한 삶 속에서 맞는 사람과 행복할 시간만 해도 부족하다.

억지스럽게 맞지 않는 블록을 맞추느라 고생하기 보다 힘들이지 않아도 잘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하며 지향하는 바를 나누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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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는 훈련이 필요하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눠주고 다른 사람의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배려는 자연스럽게 실현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이 받은 마음의 상처에는 즉각 반응한다. 그러나 남에게 상처를 줄 때는 그게 상처인 줄도 모른다.
이솝우화: 말과 당나귀 (17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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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거 아니야?' 싶은 것들을 의외로 당연하지 않게 만드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를테면 타인을 배려하는 것, 고맙다고 말하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사랑한다는 말 역시 연습하지 않으면 말로 내뱉지 못하는 것처럼, 이런 당연한 것들도 훈련이 필요하다. 말하지 않아도(혹은 행동하지 않아도) 알 거라는 혼자만의 착각으로 생략하기보다 이제는 훈련을 통해 고마울 때 고맙다, 배려가 필요할 때는 배려하는 행동을 통해 말과 행동으로 직접 보며 주며 느끼게 해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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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실패한 그 자리를 누군가가 채워주지 않는다. 실패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당신뿐이다. 당신만이 그 자리를 정리할 수 있고, 당신만이 마음을 평온한 자리에 가져다 놓을 수 있다. 그렇기에 실패했다고 절대 주저앉지 마라. 그리고 명심하라. 우리의 인생에 항상 성공만이 있는 것은 아님을···. 하는 일마다 성공한다면 누가 노력하겠는가? 그리고 당신에게 말하라. "이까짓 것 다시 하면 그만이지."
이솝우화: 돌멩이를 낚은 어부들 (2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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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성공으로 이끄는 것, 성공을 다시 또 성공으로 이끄는 것 모두 나로부터 비롯된다. 실패했다고 주저앉으면 그걸로 끝이다. 아무도 당신의 그 실패를 성공으로 바꿔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삶에 실패라는 시련을 맞닥뜨리게 되더라도 의연하게 넘겨보자. '그럴 수도 있지', '다시 해보자!'하는 마음으로 이겨내면 그 자리는 실패가 아닌 성공이 자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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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못한 일을 당했을 때 정신 놓고 당황하지 마라.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도 마라. 위급하다면 구조 요청을 하라. 대수롭지 않은 일에 쩔쩔매는 사람을 보고 비웃지 마라. 당신도 언제,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른다. 당신 앞에서 쩔쩔매고 있는 사람이 언젠가는 당신의 손을 잡아줄지 모르는 일 아닌가?
이솝우화: 당나귀와 개구리 (25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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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위급한 상황에서 다음 세 가지를 통해 위급 상황을 벗어나는 한편 행동도 조심하라 말한다. 첫째, 위기 상황에서는 정신 놓고 당황하지 말 것, 둘째, 위급하다면 구조요청을 할 것, 셋째, 대수롭지 않은 일에 쩔쩔매는 사람을 보고 비웃지 말 것!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누구나 당황하고 쩔쩔맬 수 있다. 그럴 때는 침착하게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하라 이르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그것이 당신이 아니라는 보장은 그 누구도 할 수 없기에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고 비웃는 행위는 삼가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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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부탁하고 그 부탁을 들어주며 살아간다. 당신은 만남을 두려워하고 부탁을 못하는 사람인가? 만나서 부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도 미리 겁먹고 안 될 것이라며 단념하지는 않는가?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는가? 혼자 끙끙대며 고민하지 말고 해결의 열쇠를 쥔 사람에게 부탁해 보라.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그들을 만나보라.
(...)
누가 당신의 길을 막고 있는가? 그건 바로 당신이다. 누가 당신의 길을 열어주는가? 바로 당신이다. 뒤로 도망치든 적극적으로 시도하든, 행동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다. 바로 당신이다.
이솝우화: 제비와 새들 (286~28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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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결정에 달려있다. 그렇기에 필요하다면 타인에게 부탁도 해보고 해법을 찾아나가야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나는 안돼', '계란으로 바위치기야', '어차피 안되는데 뭘 시도해?' 하는 생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한계를 뛰어넘는 것은 결국 내가 무언가를 시도하고, 도전하고, 방법을 찾아야 가능한 일이다. 지레짐작으로 못한다고 포기하면 당신은 그저 거기에 머무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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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한 마음 때문에 일을 망칠 상황인가? 그렇다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마음을 추슬러야 한다. 그리고 다음의 방법을 적용하라. 조급한 마음이 누그러질 것이다.

첫째, 생각의 게이지를 만들어라.
둘째, 가만히 숨을 죽이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라.
셋째, 문제를 느긋하게 다루어보라.

우화에서 갈까마귀가 묶인 줄을 풀고자 방법을 차분하게 생각했더라면, 부리로 줄을 쪼아서 풀고는 자유의 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해답을 찾기 위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몸부림쳤을 뿐이다. 당신도 갈까마귀처럼 '생각하지 않고, 현실을 벗어나려는 조급함에 무작정 몸부림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라.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해결 방안을 찾아보라.
이솝우화: 달아난 갈까마귀 (29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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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조급해지면 될 것도 되지 않는다. 여유가 사라지면 오히려 더 함정에 빠지게 된다. 만약 지금 어떤 문제에 봉착했다면 일단 멈추고 숨을 가다듬어 보자. 그다음에 꼬인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 나가보자.

잠시 산책을 하거나 다른 것에 생각을 돌려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차근차근 접근하다 보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짤막한 이솝우화 줄거리를 통해 삶의 지혜를 깨달을 수 있었다. 더불어 2,6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세상 사는 별반 다르지 않구나 느낀다. 동물에 비유되었을 뿐, 그들이 가진 성격이나 특성은 그대로 인간사에도 적용됨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반복되는 인간사의 모습이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까 내심 궁금해지기도 한다. 어쩌면 평생일지도 모르겠다.

보이는 모습은 이토록 달라졌는데, 왜 그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은 이토록 과거와 빼다 박았는지 모르겠다.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을 거울처럼 보고 있는 것 같아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생각하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인간이기에, 이 과오들을 청산하고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지금 나의 모습은 어떤지 살펴보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려는 노력을 이제부터라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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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키토브 (상)
안정호 지음 / 좋은땅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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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책 제목을 보면 어떤 주제나 내용을 담고 있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책 제목부터 미스터리하다. 내용상이나 저자의 소개글, 검색 등 어디에서도 이 책의 제목에 대해 설명하는 곳이 없어 일단 제목의 의미에 대해서는 미스터리 상태로 두고 책을 읽어본다.


책의 내용을 대략 살펴보면, 뚜렷한 특성을 가진 40대 중반이 된 세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소설로,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대화글 형태를 빌어 전달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읽다 보면 살짝 띄엄띄엄 읽게 되는 특성이 있다.


보통 '했습니다'의 형태라면, 이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했__다'로 읽게 되는 매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는 너무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화체의 디테일로 인해 벌어지는 현상인데, 그럼에도 초반 (상) 부분은 조금 주의 집중하여 읽기를 권하고 싶다.


(상)에서는 세 남자의 개성 넘치는 특성 및 배경, 직업, 환경, 관계 등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 있는데, 이게 (하) 부분의 결론에 다다라서는 극적인 반전을 야기하는 배경지식이 되기 때문이다.


초반에 세 남자에 대한 설명이 살짝 길어지는듯한 느낌이 들더라도 꾹 참고 두 눈 부릅뜨고 숙지한다면 분명 결론에 다다라서는 그만한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상, 하 2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40대 중반에 접어든 세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로, 우리 삶 속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겪는 큰 고비, 그리고 그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세 남자의 방식을 통해 우리네 모습을 떠올려 보게 한다. 더불어 스토리의 끝에서는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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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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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상

-일명 '투명 인간'으로 얼굴에도 큰 특징이 없는 작은 타원형이다.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주도하지 않고 들어주는 편으로, 들어주고 싶어서라기보다 할 말이 없어서다.

-내성적이고 자기표현을 잘 하지 않으며, 일반인의 눈으로 보았을 때 특징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주요 화자다.

-두 친구 사이에서 깍두기 같은 존재로 미움받지 않은 유일한 친구다.



■김승기

-사회에서 직장동료로 만난 15년 지기 친구로 나이는 효상보다 1살 많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비판적이다.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며, 하고 싶은 말은 꼭 하는 성격이기에 잔소리가 심하다.

-철학을 가르치는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성적이고 냉철하며 특정 상황을 직관적으로 예견하는 능력을 지녔다. 일명 촉이 좋다.

-미래의 결과는 오늘의 행동으로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는 전형적인 노머니족이다.



■정우현

-별명은 판다로 워낙 살집이 많아 얼굴에 각이 없이 포동포동하다.

-늘 긍정적이고 쾌활한 성격으로 매사에 여유가 넘치고 느긋해서 주변에 사람이 많다.

-효상과는 대학교 사진 동아리에서 알게 된 25년 지기 친구다.

-여자를 좋아함

-영업직에서 근무하고 있다.

-내일 일은 내일 고민하자는 생각으로, 오늘을 즐기려는 전형적인 욜로족으로, 외형적이며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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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기 vs 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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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상을 중간에 두고 승기와 우현은 완전히 반대되는 성향을 보이는데, 이성적이고 하고 싶은 말은 꼭 하는 승기와 느긋하고 여유가 넘치는 우현은 그래서 늘 부딪친다.


이 둘이 소주를 사랑하는 이유도 완전히 다른데, 승기는 물리적으로 취하려고 술을 사랑하며, 우현은 술자리의 분위기를 사랑해 소주를 좋아한다.


전형적인 노머니족인 승기와 전형적인 욜로족인 우현은 그래서 서로를 싫어한다. 유일무이한 효상이라는 존재 때문에 이 둘은 어쩔 수 없이 친구 사이를 이어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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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블루 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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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고스트는 20%의 엘리트 집단이 아닌 80%의 평범한 이를 위해 만들어진 유령회사다.


▶블루 고스트는 세계화 메커니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러'를 파악하며, 잠깐 열리는 '에러'의 공간에 침투해 수익을 창출하는 집단이다. '에러'는 후진국에서 중진국을 거쳐 선진국으로 이동하면서 일어나는 공통적인 현상을 말한다.


▶'에러'를 판단할 수 있는, 나라의 발전 단계를 예상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는 바로 쓰레기로, 쓰레기의 양과 종류로 각 나라의 발전 정도와 다음 단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이는 각 나라의 소비 수준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


▶국가의 탄생 이후 단 한번도 떨어지지 않고 우상향한 그래프는 토지, 즉 부동산으로 부동산은 이념과 체제를 뛰어넘는 무소불위의 힘으로 블루 고스트는 토지를 활용해 이익 창출하기도 한다.


▶블루 고스트에서 에러를 판단하는 기준은 첫째, 국가 경제의 레벨을 파악하는 것으로, 이것은 블루 고스트가 조절할 수 있는 요인은 아니다. 둘째, 각 레벨에서 발생하는 대중심리를 파악하는 것으로, 이것은 블루 고스트에서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다.


이처럼 부동산 버블을 만드는 시그널이 블루 고스트에서 말하는 '에러'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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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키토브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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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이 된 세 남자는 절친한 사이다. 그렇지만 성격이나 특성은 매우 다른데, 효상은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하며 조용하고 특징이 없는 것이 특징일 만큼 존재감이 없다.


반면 승기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비판적이라 친구들 사이에서도 늘 날선 말들을 서슴없이 내뱉고는 한다. 덕분에 주변에 사람이 없고 오로지 효상과 우현밖에 친구가 없다.


승기와는 극과 극인 우현은 긍정적이며 쾌활하고 느긋한 성격으로 때문에 주변에 사람이 많다. 승기와 우현은 이러한 성격 때문인지 둘은 서로를 진심으로 싫어하는데도 불구하고 효상 때문에 셋이 만나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거나 빠지는 일은 없다.


그렇게 인연을 이어온 게 승기는 직장동료로 15년, 우현은 대학 동아리 친구로 25년째다. 우현은 돈에 민감하고, 그래서 어디선가 들려오는 투자 소식에는 발 빠르게 움직인다. 하지만 이런 우현을 승기는 항상 못마땅하게 바라보며 핀잔하기 바쁘다.


그러던 어느 날 우현은 투자한 것이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크게 빚지는 일이 발생한다. 이에 승기는 이때다 싶게 위로는커녕 돌직구를 날리며 타박하기 바쁜데, 이때 좀처럼 목소리를 내지 않던 효상은 우현의 편을 들며 승기에게 한소리 하기에 이른다. 효상의 이런 모습에 당황한 승기는 사과를 하며 친구 사이는 일단락되었지만, 이 일로 우현은 죽을 결심까지 하기에 이른다.


한편 늘 이성적인 사고로 절대 빈틈을 보이지 않던 승기도 전세사기를 당하게 되면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의 꿈을 좇아 글을 쓴다고 2년째 들어앉은 효상은 백수 신세로 가족에게 짐이 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던 어느 날 세 남자에게 인생 2막을 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게 되면서 스토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죽을 결심으로 다리 위에 선 우현은 오랜만에 빚쟁이에 쫓겨 멀리 달아난 아버지의 전화를 받게 되는데, 그러면서 일명 '아빠빽'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되고 여기에 상황이 좋지 않은 두 친구를 끌어들이게 되면서 이들은 우현의 아버지가 아시아 헤드로 있는 '블루 고스트'의 한국지부 직원이 된다.


온통 비밀에 쌓인 블루 고스트는 처음부터 사기 냄새가 솔솔 풍겨왔는데, 이에 다시 한번 촉을 세운 승기와 어쩐지 머뭇거리는 효상에게 우현은 밀당을 시전하며 강한 태도를 선보이고, 이에 경제적으로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던 이 둘은 완전한 저자세로 우현을 도와 함께 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무엇을 하는지도 정확히 모른 채 두 친구는 우현과 그의 아버지 정호를 따라 없는 서민층을 돕는다는 명분하에 사람과 돈을 모으면서 점차 세력을 키워가기 시작한다.


이들의 움직임은 온라인에서 반짝, 그리고 대부분은 뒤에서 정체를 숨기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 후에 왜 이렇게 진행되어야만 했는지에 대해서는 후반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초반에는 들뜬 마음에 무조건 우현을 믿고 진행하던 이들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규모가 커질수록 효상은 점차 의심이 들기 시작하고, 이것이 점차 확신이 되어갈 무렵 증거를 찾던 효상은 우현에게 꼬리가 밟히게 되면서 마침내 블루 고스트의 실체에 대해 듣게 된다.


그리고 이내 모든 사업체를 급히 정리하고 세 친구의 거취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게 갈리기 시작하는데, 이때 역시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각기 다른 선택을 하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첫 번째 반전을 맞이하게 된다.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배신과 속고 속이는 일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다, 다시 한번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맞이하게 되는데, 앞서 겪은 이 모든 일들을 완전히 뒤흔드는 대반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잘 마무리가 되는 듯 하나 마지막에 이어지는 말에서는 소름이 돋았는데, 이 이야기의 결론과 소름이 돋은 이유에 대해서는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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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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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자 위에 놓인 스투키가 되고 싶다. 어떤 느낌인지 알겠는가? 사람의 행동을 방해하지 않는 동선에 놓여 짙은 초록색 빛깔을 내뿜는 스투키가 나는 좋다. 아무도 스투키가 그 자리에 있다고 문제 삼지 않는다. 그렇다고 스투키가 사라진다고 누가 걱정이나 할까? 존재하면 미약하게나마 미관을 살리고 사라져도 타인의 공간을 그대로 살리는 그런 물질이고 싶다.

12~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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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적으로나 존재감으로나 가장 흐릿하게 서술되는 효상은 실상 이 이야기의 핵심이자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두 친구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는 효상이 없었다면 애초에 두 친구는 이 이야기에 존재할 수 없다.


그런 효상은 늘상 자신은 스투키가 되고 싶다 말한다. 미약한 존재감으로 미관은 살리되 사라져도 상관없는 그런 물질이 되고 싶다 말한다.


이 말처럼 효상은 이 소설 속에서 존재감이 흐릿한 듯 보이지만, 결국에는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인물로써 서술된다.


이런 그의 특성은 한편으로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인물로써 가장 가까운 캐릭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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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상이는 소주 한 병은 거뜬하게 마실 수 있는 남자가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승기는 효상이가 술을 못한다고 생각한다는 거다.

(...)

효상이는 왜 술을 못 먹는 척할까? 그 이유를 아직도 모른다. 항상 셋이 만나니 물어보기도 모호하다. 그만큼 지금은 효상이와 단둘이 만날 일은 드물다.

19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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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기와 우현의 극과 극 캐릭터만큼이나 둘이 효상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다름을 알 수 있는데, 승기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효상의 모습과 우현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효상의 이미지는 완전히 다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술을 전혀 못한다고 생각하는 승기와 소주 한 병은 거뜬하게 마실 수 있다고 말하는 우현의 시선이 이를 대변한다.


같은 인물을 두고도 어떤 시선과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 이미지로 인식됨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우리 자신도 타인에게는 그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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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너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1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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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빽으로 블루 고스트 한국지사 대표를 맡게 된 우현은 효상을 향해 독백처럼 이 말을 간간이 내뱉는다. 추후에 알게 된 내용이지만 이 말은 후에 일을 암시하는 복선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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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안 해서 그렇지. 승기는 하관이 발달해서인지, 구강구조가 문제인지, 입을 열 때마다 소리가 난다.

(...)

그 소리가 듣기 싫어 죽겠다.

20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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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사람은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싫다고 하는데, 우현은 정말이지 승기를 너무 많이 싫어했던 것 같다. 효상을 향한 애정과 승기를 향한 치를 떠는 감정을 비교해 보면 얼마나 차이가 벌어지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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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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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친구를 통해 언급되는 이 말은 이들의 우정과는 상관없이, 절망 속에서 느끼는 불안과 외로움을 극적으로 표현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인생의 고난은 서서히 자신을 어둠 속으로 잠식시킨다. 이때 국가도 가족도 사회안전망 그 어느 것도 자신을 도와주는 이는 없다.


이제 남은 마지막 보루는 주변에 있어주던 친구들뿐이다. 그래서 이들은 아주 절박한 심정으로 외친다. 제발 외톨이로 혼자 두지 말아 달라고. 그 절박함은 이내 승기의 날카로움도 한순간에 바꿔버릴 만큼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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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상아,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나, 나를 깨워 줘.'

3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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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언급되는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난다'라는 말은 마치 무언가 목구멍에 턱 걸린 듯 자꾸만 불편함을 선사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 말은 결국 마지막을 장식하며 독자들에게 소름이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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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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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 초반부를 읽을 때는 아주 자세히 언급되는 인물 묘사에 조금 루즈함을 느꼈다. 그러다 (하)로 들어서면서 서서히 미스터리한 전개에 '이건 뭐지?'라는 호기심이 일었다. 여기에 더해 꺼림칙함과 사기성 짙은 느낌은 덤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촉으로 다가오는 구린 느낌, 그럼에도 등장인물들은 오히려 더 빠져드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을 보고 정말 절박했구나를 실감했다. 이렇게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온갖 사기에 당하는구나 싶었다.


또 한순간에 완전히 달라져버린 우현을 통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사람이 절박해지면, 이렇듯 친구를 팔아먹고 속일 수도 있구나 싶었다. 여기에 더해 원래의 특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또 한 명의 인물인 승기를 통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한편 희미한 존재감만 가지고 있던 효상은 한 번씩 튀는 행동 때문에 살짝 미심쩍은 느낌이 드는 인물이었다. 조용히 있다가 절체절명의 상황에 한마디를 함으로써 존재감을 드러내고, 또 가장 중요한 순간 의심을 통해 증거를 수집하는 적극성을 보이며 상황을 바로잡으려 하는 모습에서 보통 인물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두 친구 사이에서 유달리 깍두기 같은, 모두의 사랑을 받는 인물로서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이 계속해서 의문을 자아냈다.(정작 본인은 존재감 없는 스투키가 되고 싶다고 말했는데 말이다)


결론은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이었는데, 앞선 흐름들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뉘앙스까지 풍기며 끝까지 혼란스러움과 현실감각을 잊게 만들었던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에서 진짜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돈? 우정? 가족? 아니 어쩌면, 내가 나를 잃어버리는 것이야말로 삶 전체를 도둑맞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살면서 고통과 고난이 찾아오는 순간, 우리는 최선을 다해 그 순간을 이겨내려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도저히 혼자 견디기 어려울 때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때 그 순간만큼은 사회도, 국가도, 친구도, 그 어떤 것들도 내 편이 되어 주지 않는다.


그때 고통 속에 빠진 사람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그 고통 속에 잠식당해 죽거나 아니면 자신이 당한 방법과 비슷한 방법을 활용해 사람들을 밟고 자신이 살아남는 방법이다.


조금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이 이야기는 결국 이런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리고 있는 이야기다. 개인과 사회가 어떤 양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이로 인해 결국 이들이 바랄 수 있는 건 인생 한방뿐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노력해도 가난에서는 벗어날 수 없고, 사람들은 점점 무기력해진다. 꿈을 펼치기는커녕, 오히려 이런저런 사람들의 함정에 빠져 점점 더 상황은 안 좋아진다. 그래서 남들의 눈을 속이고, 법망을 피해 새로운 길을 개척함으로써 내가 살길을 찾는다.


분명 이들의 행동은 옳지 못하다. 그럼에도 이들만 두고 비난을 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많이 부족하고 형편없다. 때문에 사람들은 하다 하다 내 존재마저 내려놓는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고 현재의 모습이다.


저자는 어쩌면 <하키토브>를 통해 이런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아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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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암스테르담으로 출근합니다 - 네덜란드로 간 한국인 승무원, 살아 있는 더치 문화를 만나다!
신수정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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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더치 문화를 만나볼 시간!"


평소 다른 나라의 문화, 건축, 예술 등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경험하고는 하는데, 그래서인지 네덜란드에서 직업을 갖고 생활하며 느낀 문화의 특성을 자세하게 전해준 저자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특히 네덜란드는 다른 유럽 나라에 비해 자세히 알려진 문화나 정보들이 많이 없어 수박 겉핥기 식의 정보만 알고 있었는데, 덕분에 실질적인 더치들의 문화를 깊숙이 알 수 있었다.

그나마 개인적으로 즐겨보는 유튜브를 통해 네덜란드에서의 삶에 대해 간간이 살펴보고는 있었지만, 어쩐지 그것만으로는 더치인들의 진짜 문화나 삶을 아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껴지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통해 보다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총 4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갑자기 마흔 살을 앞두고 KLM 네덜란드 항공 승무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겪은 경험과 읽은 책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에 대해 담고 있는 책이다.

특히 주목해서 보면 좋을 내용은 저자가 네덜란드 항공사에서 근무하며 그들의 문화에 대해 깊이 관찰하고 주목하면서 알게 된 문화적 특징과 이를 통해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네덜란드만의 문화가 형성된 배경과 이들의 생활방식을 보다 면밀히 살펴볼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우리와는 많이 다른 문화적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더불어 어떤 문화든 장단점이 있으며,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보완해가는지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과 문화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도 깨달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네덜란드가 가진 문화나 특성이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졌는데, 그래서인지 꼭 한번 살아보고 싶은 나라 중 한곳이 되었다.

특히 군더더기 없는 표현과 허례허식이 없는 문화, 자신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것이 표준인 문화는 정말이지 '브라보'를 외치고 싶을 정도였다.

더불어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마저 존중해 주는 안락사와 모든 사랑을 지지해 주는 동성애, 나이가 많다고 우대받지 않는 문화를 통해 문화적 개념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내가 꿈꾸던 문화적 이상향과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어 읽는 내내 함박웃음이 지어졌던 네덜란드의 문화들을 지금부터 하나씩 소개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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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네덜란드 문화를 접하게 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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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한국 나이로 서른아홉, 곧 마흔을 앞둔 시기에 갑작스레 입사가 무산되었던 네덜란드 항공사에서 합격 연락을 받게 된다. 원하던 회사였기에 감사하고 기뻤지만, 새로운 경험을 한다고 생각하니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가지 못했던 길에 대한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암스테르담으로 가게 되었고, 그렇게 네덜란드 회사에서 처음 더치 사람들과 일하게 된다.

그리고 입사한 이후 서서히 문화적 차이를 느끼기 시작하게 되면서 네덜란드 회사에 입사한 이상 네덜란드 문화를 좀 더 깊게 관찰하고 알아보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네덜란드 문화를 깊이 관찰하고 알게 되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고, 어느새 저자에게 네덜란드는 특별한 나라가 되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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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 문화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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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관찰하며 발견한 네덜란드만의 '문화'였다.

우리나라와는 물리적으로도 거리가 멀지만, 문화적으로도 참 많이 다르구나 느꼈던 부분이었는데, 덕분에 꿈꾸던 문화를 실제로 누리며 살고 있는 나라도 있구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실수에 너그럽고, 소통을 통해 충분한 협의를 거치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다는 점에 있어서만큼은 정말이지 그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부러운 마음이 절로 드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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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서 사람들은 어떠한 삶도 완벽할 수 없다며 지금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라고 말한다. 그래서 네덜란드에서 자주 듣게 되는 말은...

"실수해도 괜찮아."

네덜란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부족한 나 자신을 너그럽게 대할 수 있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들과 일하면 삶에서 실수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괜찮으니까 '다시 한번 해보자!'라며 스스로를 다독일 줄 아는 용기도 갖게 되고,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툭툭 털고 일어나면 된다는 것을 배운다.
9~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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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적으로 말하는 사람들
더치 사람들의 직설적인 말과 태도는 물과 치열하게 싸워보면서 형성된 문화다. 손쓸 수 없는 자연재해 앞에 지위를 막론하고 다 같이 힘을 합해 흘러들어오는 물을 막으면서 체면 혹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신경 쓰느라 속으로 끙끙거릴 수 있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따라서 신분과 지위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말하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수평적인 문화가 형성되었고, 다른 유럽 국가와 구별되는 네덜란드만의 독특한 특징이 된다. 이로 인해 네덜란드에서는 갑질은 물론 겉치레나 지위를 거들먹거리면서 대접받으려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이들의 솔직함과 직설적인 면을 '개방성'이라고 부르는데,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개의치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면은 어떤 의견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있기에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이들은 개방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과감하게 받아들였고, 불리한 자연환경을 극복하였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문화
'그 정도면 충분해' 혹은 '괜찮아'라는 말은 그들에게는 어떤 결과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뜻이었다. 허례허식보다 실용적인 삶을 추구하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관점에서 '충분하다'라는 말은 적당하게 포기한다는 말이 아니었다.


■각자의 인생 기준이 '표준'
더치 사람들은 남의 기준이 아닌 자기 기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사람마다 서로 다른 기준이 있기에 남의 기준이 아니라 자기 기준을 가지고 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표준'에 관한 또 다른 비밀은 바로 각자의 인생에서 세운 다양한 기준들이 네덜란드에서는 전부 다 '평범한 기준'이라는 점이다.


■실수에는 너그럽고 유연하게
네덜란드 직장에서는 실수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려 한다. 인간은 매번 옳은 결정을 할 수 없기에 차라리 실수를 통해 배우는 편이 실용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수 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실수나 문제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어떻게 보완하고, 해결할지에 대해 집중한다. 새로운 관점을 통해 문제를 바라보고, 자신이 몰랐거나 틀렸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오히려 기뻐하기도 한다.


■어떤 피드백이든 OK
네덜란드에서는 어떤 피드백이든 쓸데없는 피드백은 없다.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피드백과 의견을 주고받게 되면 내가 몰랐던 사실을 배우거나 몰랐던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 그 어떤 피드백이든 담대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면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고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확실한 분업 개념
네덜란드에서는 분업의 개념이 확실해서 그 경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더치 동료들은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면 그때만 도움을 주는 편이고, 특별히 도움을 요청받지 않는 한 남의 일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었다.

이렇게 네덜란드의 독특한 환경에서 파생된 분업에 대한 개념을 알고 난 후 한국과 네덜란드는 협동에 관한 개념이 많은 부분에서 서로 다르다고 느끼게 되었다.


■공평한 조직문화
네덜란드에서는 직원의 업무가 과다하면 줄여주고 혹여나 일을 많이 해서 아프게 되면 기업주에게 책임을 묻는다. 좀처럼 남과 비교하지 않는 네덜란드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유일하게 남과 비교하는 경우는 회사에서 자신과 동료의 업무가 공평하게 분배되었는지 분명하게 따질 때일 것이다.


■네덜란드만의 특이한 합의 문화 '폴더 모델'
네덜란드 사람들은 각자 힘을 모아 어려움을 이겨내고 개개인의 합의를 거치는 의사결정 방식을 취득했는데, 이 특유의 합의 문화는 '폴더 모델'이라고 불리며 네덜란드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대화를 통한 합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더치 문화는 개개인의 생각과 결정을 존중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더치 사람들은 폴더 문화를 통해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자세, 책임감, 그리고 결속력을 키우며 성장했다. 이러한 네덜란드 폴더 모델은 시간은 많이 걸릴지라도 결국에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이루어 내는 과정임을 틀림없다.

※폴더
저지대를 매립 후 간척지를 만들었는데 네덜란드어로 이를 '폴더(Polder)'라고 말한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수많은 폴더를 만들어 영토를 늘려나가면서 네덜란드 사람들은 힘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나이에 따른 우대가 없는 나라
네덜란드에서는 나이가 많다고 해서 우대를 받거나 차별받는 경우가 없다. 한국에서는 노인 우대와 노인 공경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네덜란드에서는 나이에 따라 우대해야 한다거나 대우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이에 대해 민감한 한국과 달리 네덜란드에서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유연한 결혼문화와 다양한 가정의 형태
결혼에 대해서도 매우 유연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파트너와 20년에서 30년 넘게 함께 살고 있지만,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네덜란드에서는 '파트너 등록제'라는 제도가 있는데 동거인을 파트너라고 부르며 법적으로 부부 관계로 본다. 동거하는 남녀 사이에 태어난 아이도 결혼한 남녀의 자녀처럼 똑같은 법의 보호 아래 놓인다.

파트너 등록제와 결혼은 서로 헤어졌을 시 절차상 차이가 있다. 동거하다가 헤어지는 경우는 시청에 신고만 하면 되지만 결혼의 경우 법원의 판결이 있어야 이혼이 성립된다.

이렇게 더치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이유로 다양한 가정의 형태를 꾸려나간다. 남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그들의 태도는 이렇게 결혼관에서도 나타난다.


■행복과 돈에 대한 가치기준의 다름
네덜란드 사람들은 돈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돈을 좋아하는 건 맞지만, 삶의 목표가 돈이 아니다. 그리고 네덜란드 사람들은 상당히 가정적이다

그래서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보다는 가족이 우선이고 가족들과 어디로 휴가를 갈지, 또는 어떻게 휴가를 보낼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작은 것에 쉽게 만족하고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 느끼는 바가 많다. 간혹 이들에 비해 '혹시 내 행복의 기준이 너무 높지 않나?'라고 생각해 보게 된다. 네덜란드를 여행하면 '행복은 내가 노력해서 얻는 게 아니라 주변에 있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행복을 끌어당기는 단어 '허젤럭흐'
네덜란드 말로 '허젤럭흐'는 편안함, 따스함, 소속감, 사랑, 행복감, 안정감, 연대감 등등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어 영어로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고 한다.

언제 어떻게 사용하든 '허젤럭흐'는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최고의 찬사이며 칭찬이다.


■행복한 동물의 나라
네덜란드는 대표적인 동물 복지 선진국으로 동물 학대를 강력하게 처벌한다. 동물을 학대하면 벌금은 물론이고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네덜란드를 여행하며 만난 말이나 양 그리고 여러 동물을 떠올려 보면 네덜란드는 동물도 행복한 게 확실하다. 네덜란드 사람들의 동물을 향한 사랑과 애정은 동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연환경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네덜란드에서는 인간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동물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인간답게 죽을 권리
네덜란드는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허용한 나라이며 현재 안락사의 허용 범위를 1세에서 11세까지 확대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소아암과 같은 불치병을 앓는 아이들의 안락사도 가능해질 수 있다.

현재 네덜란드 내에서 안락사 처치를 받는 대부분의 사람은 말기 암 환자들이며, 약물을 투여하는 적극적인 안락사이다.


■동성애에 진보적인 나라
네덜란드는 동성 관계에 관해 매우 진보적인 나라 중 하나이다. 네덜란드는 동성 결혼 합법화 이전부터 '동반자 관계 등록제'라는 것을 이미 시행하고 있었는데 동반자 관계 등록제는 동성과 이성 모두 적용된다. 네덜란드에서는 동성 결혼의 경우, 이성 결혼과 똑같이 조세나 연금, 주택 제도 면에서 혼인 당사자에게 똑같이 혜택을 준다.


■'자유'를 남용하는 사람들
네덜란드에 사는 사람들은 자유와 자유의 남용, 그 둘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듯하다. 네덜란드가 인간의 자유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시행한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다양하고 판단하기 애매한 문제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의지와 선택에 맡기고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칼뱅주의에 바탕을 둔 네덜란드
근면과 절약을 강조하는 칼뱅주의에 바탕을 둔 네덜란드에서는 쓸데없는 것을 사거나 사치스럽게 소비하는 것을 피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서 가격을 따지고 물건을 잘 사지 않는 모습을 보고 구두쇠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보는 소비 습관이 나쁘게 보이지 않고 허튼 데 돈 쓰지 않아서 합리적인 것 같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캠핑을 좋아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캠핑 장비는 영구적으로 쓸 수 있어 경제적으로 쓸모가 많기 때문이다.

칼뱅주의에서는 검소와 절약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암스테르담 거리를 걸으면 항상 창문의 커튼은 열려 있고 집안이 밖에서 훨씬 보인다.

이렇게 커다란 창문에 커튼도 달지 않고 숨김없이 다 보여주는 이유도 청렴결백을 제일의 가치로 여기는 칼뱅주의의 영향이다. '나는 잘못한 일이 없으니 숨길 것도 없다'라는 투명하고 정직함을 강조하는 칼뱅주의는 네덜란드 집에도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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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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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예술에 대한 내용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데, 이 책에서는 유독 '문화'에 대한 내용들이 시선을 사로잡는 바람에 예술과 작가에 대한 내용은 서평에서 생략했다. 기회가 된다면 추후 네덜란드의 예술 분야를 일군 이들의 업적이나 작품들은 따로 만나봐도 좋을듯하다.

알고 싶었던 속 깊은 더치들의 문화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유교문화가 바탕이 된 우리나라와는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이들의 합리적인 문화는 어쩌면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로망이자 바램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더불어 전통적인 것들을 지켜나가는 것에 있어서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켜나가야 할 것과 변화해야 할 것들의 적절한 구분이 필요해 보인다.

합리적인 생활방식의 도입, 군더더기 없는 의사 표현, 돈이나 행복에 대한 가치 기준의 변화, 나이에 따른 우대가 사라지는 것과 같은 문화는 빠른 도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여기에는 개개인의 인식 변화는 물론 국가와 시스템의 큰 변화도 필요한데, 여러 가지 면에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실제로 노인문제에 있어서는 현재도 큰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좋은 것은 취하고 나쁜 것은 버릴 수 있는 이성적인 생각과 충분히 합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지금보다 조금 더 먼 미래에는 살고 싶은 나라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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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처음 식물공부 - 식물과 함께 행복해지는 맨처음 공부
안도현 지음, 정창윤 그림 / 다산어린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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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밥이고, 집이고, 놀이터이고, 숨기 좋은 곳이야."
15페이지 中


*****

어릴 때부터 자연이나 식물과 가까이 살아서 그런지, 식물은 나에게 있어 힐링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식물에 대한 책을 보자마자 시선이 확 꽂혔다.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지면 지루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저자가 외손녀 슬라와 또래 친구들에게 나무와 꽃 이름을 하나씩 알려 주고 싶어 집필한 책이라서인지 쉽고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표지도 매우 마음에 들었는데, 손에 착 감기는 부드러운 표지의 질감과 단단함 덕분에 책의 형태는 유지하되 다칠 염려가 없어 너무 좋았다. 간혹 책을 읽다 보면 모서리에 찍히거나 긁혀 다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부드럽고 폭신하면서 모서리 부분은 둥글게 처리되어 있어 자꾸만 손이 갔다.

이 책은 식물의 이름과 필요한 특징만 기록해 둠으로써 흥미 유발은 물론, 한눈에 식물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고, 그래서 더 식물에 다가가게 만든다. 덕분에 우리 동네에는 어떤 식물이 자라고 있는지, 산, 들, 강, 바다에는 어떤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지 살펴보고 찾아보게 된다. 또 집에서 함께하고 있는 반려 식물에 대해서도 더 애정을 갖게 된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식물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 누구나 쉽게 식물에 대해 배우고 싶고, 궁금해지게 만든다. 우리가 사는 가까이에 있는 식물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 외곽으로 나갔을 때 만나볼 수 있는 식물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지나치기 마련인 식물이 우리에게 왜 중요한지, 또 이것들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전달하며 식물과 함께 더불어 사는 방법에 대해 전하고 있어 교육적인 의미에서도 꽤 교훈을 주는 책이다.

본책에서는 식물의 이름과 특징을 알아가고, 부록에서는 식물과 노는 방법을 깨우쳐가며 식물 사랑을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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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대한 간략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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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4300여 종류의 식물이 살고 있다. 식물은 우리를 숨 쉬게 하고,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고, 우리가 사는 집의 기둥이 되고, 울타리가 돼 준다. 식물이 없는 땅,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땅에는 사람도 살 수 없다.



디테일을 잘 살린 식물 그림을 통해 식물의 질감이나 특징, 열매, 잎 등의 모습을 책 한 권을 쉽게 파악해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아이들이 어려워할 용어들은 별도로 설명을 더하고 있어 아이와 엄마가 함께 보며 식물 공부를 놀이처럼 할 수 있다.

1부에서는 광합성, 씨앗, 뿌리 등 식물에 대한 기본 지식을, 2~4부에서는 동네, 산과 들, 강과 바다로 나누어 우리 땅에서 만날 수 있는 서른여섯 가지 식물의 이름과 특징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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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대한 기초지식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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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은 식물의 코야.

사람이 코로 공기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식물은 잎으로 햇빛을 빨아들이지.

이걸 '광합성 작용'이라고 해.
식물이 햇빛을 받으면 잎은 초록색이 돼.
1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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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하는 식물 이야기는 재미와 흥미를 더해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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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식물의 얼굴이야.

예쁜 꽃 속에는 암술과 수술이 있어.
여러 개의 수술이 꽃가루를 만들지.
(...)
벌이나 나비가 날아와 꽃가루를 몸에 묻혀
다른 꽃 암술로 옮긴단다.
이걸 '꽃가루받이'라고 해.

꽃가루는 암술 아래쪽에 있는 씨방으로 가서
'밑씨'와 만나는데 이걸 '수정' 또는 '수분'이라고 해.
암술과 수술이 결혼하는 거지.
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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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인 언어와 눈에 쏙 들어오는 그림은 식물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어떻게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지, 그것이 어떤 작용으로 이뤄지는지를 보다 흥미롭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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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는 식물의 아기야.

식물도 씨방이라는 곳에서 씨앗을 품지.
씨방이 점점 커져서 열매가 되는 거야.
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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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는 식물의 아기라는 표현에서 아이들은 식물의 진화 과정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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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는 식물의 발이야.

식물의 발인 뿌리는 땅속에 있지.

거센 비와 바람이 몰아쳐도 쓰러지지 않도록
식물은 땅속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어.
땅 위에서는 뿌리가 잘 보이지 않지만
땅 밑에는 땅 위 나무만큼 큰 뿌리가 숨어 있지.

뿌리는 땅속에서 물과 양분을 끌어 올려서
식물의 가지 끝으로 보낸단다.
24~25페이지 中
-----

흙 속에 발을 담그고 있는 뿌리로 인해 거친 비바람 속에서도 굳건히 버텨낼 수 있음을, 덕분에 물과 양분을 끌어올려 살아갈 수 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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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는 식물의 몸통이야.

줄기는 뿌리에서 끌어 올린 물과 양분을
가지 끝으로 보내 줘.
줄기는 또 잎이 햇빛을 빨아들여 만든 양분을
식물 전체로 보내 주기도 해.

(...)
물이 다니는 길을 '물관부'라고 하고
양분이 다니는 길을 '체관부'라고 해.
27페이지 中
-----

식물의 형태를 사람의 몸에 비유해 줄기는 몸통이라 말하며, 이것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흥미롭게 전한다. 간단한 내용이지만, 덕분에 식물을 더 자세히 관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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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장소마다 다르게 만날 수 있는 식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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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만나는 식물들>

■느티나무

▷마을을 지켜 달라고 마을 입구에 심어 놓는 '정자나무' 중 가장 흔한 것이 느티나무임
▷느티나무는 가지를 넓게 펼쳐서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 줌
▷자라는 속도도 빠르고, 속이 단단하고, 나이테도 아름다워서 가구나 집을 만드는 데 많이 사용함


■메타세쿼이아

▷중국이 원산지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 가로수로 많이 심음
▷북한에서는 물가에서 잘 자란다고 '수삼 나무'라고 부름
▷다 자라면 키가 30미터에서 50미터나 되는, 위로 곧게 자라는 큰키나무
▷메타세쿼이아와 비슷하게 생긴 나무로는 전나무, 삼나무, 편백나무가 있음


■배롱나무(=백일홍)

▷뜨거운 여름에 짙은 분홍이나 하얀 꽃이 피는 나무
▷꽃이 백 일 동안 오래 핀다고 해서 '백일홍'이라고도 부름
▷나무줄기가 그 어떤 나무보다 매끄러움


■백목련

▷봄에 피는 꽃 중 제일 큼
▷자주색 꽃이 피는 목련도 있는데 '자목련'이라고 함
▷겨울이 되면 가지 끝에 겨울 눈이 달림
▷겨울눈에는 '꽃눈'과 '잎눈'이 있음

※겨울눈
봄에 싹을 틔우려고 꽃이나 잎을 차곡차곡 넣어 둔 주머니를 말함


■산수유

▷3월 아파트 정원에서 제일 먼저 노란 꽃을 피우는 나무
▷잎보다 꽃이 먼저 나오는 나무
▷나무줄기가 거친 편
▷꽃이 지면 파랗고 길쭉한 열매가 달림
▷이 열매는 가을이 되면 빨갛게 변하는데, 이 열매는 겨울새가 먹음
▷사람은 이 열매 속에 있는 씨앗을 한약재로 사용함


<산과 들에서 만나는 식물>

■고사리

▷산골짜기 습기가 많은 곳에 자람
▷종류가 많으며, 잎은 손바닥을 활짝 펼친 것처럼 생김
▷우리가 먹는 고사리나물은 4월에 딴 어린 고사리 순으로 삶아서 말린 것

※고사리를 삶아먹는 이유
생고사리에는 독성이 있어 먹으려면 충분히 삶아서 먹어야 함


■아까시나무(=아카시아)

▷5월에 향기가 아주 좋은 하얀 꽃이 피는 나무
▷꿀벌을 가장 잘 부르는 나무 중 하나
▷자라는 속도가 빨라서 우리 산을 푸르게 만들기 위해 북아메리카에서 들여와서 심기 시작함
▷뾰족한 가시를 조심해야 함
▷예전에는 '아카시아'라고 부름.


■참나무

▷진짜 나무라는 뜻
▷우리나라 숲에 가장 많이 자라는 나무
▷도토리 열매가 달리면 모두 참나무로, 다람쥐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임
▷도토리는 매끄러운 껍질로 싸여 있는데 그 안에 든 열매로 묵을 만들어 먹음
▷참나무는 단단하고 잘 썩지 않아 목재로 널리 쓰임
▷표고버섯을 키우는 나무로도 사용하며 벽난로의 땔감으로도 널리 쓰임
▷우리나라 숲에는 참나무 6종류가 있음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강과 바다에서 만나는 식물>

■갈대

▷강변이나 호숫가에 가면 자주 만날 수 있음
▷진흙 성분이 많은 습지에서 잘 자람
▷땅속 줄기를 옆으로 길게 뻗어 부지런히 자신의 영역을 넓힘
▷갈대와 억새를 구별법을 살펴보면, 갈대꽃은 갈색, 억새꽃은 흰색으로 구별할 수 있음


■순비기나무

▷바닷가 모래 위나 바위틈에 뿌리내리고 사는 나무
▷연한 보랏빛 꽃이 핌
▷동글동글한 씨앗에는 라벤더와 로즈마리를 섞은 것 같은 향이 남


■해국

▷따뜻한 바닷가 바위틈이나 모래 위에서 살고 있음
▷연한 보라색 꽃을 피움
▷부드러운 털로 덮인 도톰한 잎과 굵은 줄기로 바닷가 거친 바람을 견딤
▷잎사귀는 땅에 주저앉은 모양



[부록] 식물이랑 놀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


=====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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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만나볼 수 있는 식물부터 멀리 있는 식물까지 만나보며 식물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산에 오르거나 동네를 산책할 때면 가까이에 있는 식물을 더 열심히 관찰할 듯하다.

더불어 항상 헷갈렸던 갈대와 억새의 구별법을 알 수 있어 더욱 유익했다. 다음에 습지에 여행 갈 일이 있으면 그때는 갈대와 억새를 구별해 보며 배운 것을 써먹어보리라 다짐해 본다!

집에 있는 반려 식물들도 덩달아 더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꽃, 줄기, 잎모양, 뿌리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며 각각의 특징들을 눈에, 마음에 새기면서 더 사랑으로 보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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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춘당 사탕의 맛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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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명절을 맞아 시골에 방문할 때면, 집집마다 사람들이 모여 긴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고는 했는데, 이 책을 보여 문득 그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특히 이 책의 제목인 <옥춘당>은 제사상에 올라가 있는 탐스럽게 생긴 사탕을 뜻하는데, 요즘은 흔히 볼 수 없는 사탕이라 더 추억 속 물건이 아닐까 싶다.

<옥춘당>은 전쟁을 겪고 어려운 시절을 견뎌내며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에서부터 삼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이제는 옛이야기가 되어 버린 그때 그 시절의 따뜻하고 사랑 가득한 이야기를 통해 잠시 시간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한다.


총 3개의 이야기가 연결되는 형태로 구성된 이 책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함께 하던 그 시절 이야기,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이야기,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의 이야기를 통해 서서히 저물어 가는 우리 시대의 이야기에 대해 담고 있다.

어느새 하나 둘 사라지게 되면서 추억 속에만 존재하게 된 것들을 떠올려보며 당시 애정 하던 물건이나 추억, 놀이 등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겠다.

더불어 따뜻하고 애틋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을 통해 우리 시대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듯하다.

가진 것 없어도 서로 아껴주며 토닥이던 이들과는 다르게 그저 투닥이며 메마른 삶을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새삼 세대의 변화, 시대의 변화를 체감하게 된다.

현재는 존재하지만 이내 곧 사라질 것들, 사라진 이후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살펴보면서 이 모습이 곧 우리의 모습이 될 것임을 깨닫는다. 그렇기에 현재의 시간을 더 소중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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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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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고아였던 고자동씨와 김순임씨는 기차역이 있는 작은 도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두 사람은 삼 남매를 낳았고 훗날 그들의 장남 고상권씨는 나의 아버지가 된다.

할머니는 가난한 살림을 하며 잔소리를 하기 일쑤였는데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농담으로 넘어가며 알콩달콩한 면모를 보여주고는 했다.

나는 어렸을 적 할아버지 댁에서 종종 보내고는 했는데,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는 전혀 비슷하지 않은 만화영화 주제곡을 불러주며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고는 했다.

나는 집에서 아빠와 엄마가 싸우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고는 했는데, 그에 반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늘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언제나 신기했다.

낯을 많이 가리던 할머니에게 있어 정 많고 따뜻한 할아버지는 남편이자 유일한 친구였는데, 그래서인지 그들은 언제나 늘 함께 했다.

할아버지는 제삿날이면 할머니의 입에 사탕 하나를 넣어주고는 했는데, 그게 바로 옥춘당이다. 그 사탕은 제사상에서 가장 예뻤고, 김순임 씨는 그 사탕을 천천히 녹여먹었으며, 사탕을 입에 머금을 때면 입안 가득 향기가 퍼졌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갑작스레 폐암 말기 선고를 받게 되고, 6개월이 흐른 뒤  화창한 어느 초여름 날 할머니의 곁을 떠나게 된다.

이후 할머니는 말을 잃고 아무 때나 잠들게 되는데, 이에 대해 의사는 이런 할머니에 대해 조용한 치매 환자라고 했다.

할머니는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이곳의 시간에는 관심 없는 사람 같았다. 이런 모습에 가족들은 빠르게 지쳐갔고 할머니는 완전히 아이가 되었다.

더 이상 할머니를 감당할 수 없었던 가족들은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게 되었고, 이후 할머니는 보조 기구의 도움을 받아 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 폐렴으로 다시 일어서지 못하셨다.

할머니는 그렇게 10년간의 요양원 생활을 마치고 할아버지가 떠나신지 20년이 지난 해에 220mm 실내화를 남기고 떠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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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만나보는 옥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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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살림을 도맡아 하며 할머니는 늘 잔소리를 하고는 했는데, 특히 화장지를 아껴 쓰라는 말을 많이 하셨다.
할머니가 "오줌은 두 칸, 똥은 세 칸 몰라요?"라고 말할 때면 할아버지는 "그럼 닦을 때 뚫린다고"라며 언제나 농담으로 넘기곤 하셨다.


내가 할아버지 댁에서 보낼 때면 할아버지는 엉뚱 발랄한 모습으로 늘 나와 함께 재미있게 놀아주시곤 하셨다.


제삿날이면 할머니 입에 쏙 넣어주던 그 사탕, 할머니가 천천히 녹여먹던 그 사탕, 제사상에서 가장 예뻤던 그 사탕, 입안 가득 향기가 퍼지던 그 사탕, 옥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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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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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연필로 슥슥 그려진 만화는 당시의 모습들을 잘 대변해 준다. 거칠게 그려진 질감에서 어쩐지 정겨움이 느껴진다. 밤이면 창을 뚫고 번져 나오던 불빛이 얼마나 따뜻하고 다정했는지 떠올리게 해준다. 가난하고 부족한 게 많았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을 품어줄 것만 같았던 당시의 풍경이 눈앞에 절로 그려진다.

늘 휴지 한 칸조차 아끼며 살아야 했던 가난한 시절이지만, 그럼에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늘 다정한 모습으로 사셨다. 그런데 그때보다 훨씬 풍족해진 지금을 사는 부모님은 오히려 매일 싸우며 산다.

갑작스레 폐암 말기를 선고받은 할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와 6개월을 사시다 스스로 몸을 정갈히 하신 후 돌아가셨다. 이후 제일 좋은 친구이자 남편을 잃은 할머니는 말을 잃고 정신을 놓으셨다.

이런 할머니를 감당할 수 없었던 자식들은 할머니를 요양원에 보내게 되고, 바쁘다는 핑계로 발걸음이 뜸해진 틈을 타 이내 할머니는 요양원에서 홀로 쓸쓸히 지내다 돌아가신다.

이 만화책을 읽다 보면 세월의 흐름 속에서 다감했던 모습이 살풍경하게 변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당연하다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변화된 것임을 알게 된다.

하나씩 사라져 가는 것들을 보며, 우리의 미래 모습을 떠올려 보게 된다. 진짜 중요한 가치를 잊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살아가다 언젠가 내가 사라질 시점이 되었을 때 과연 우리 곁에는 무엇이 남아있게 될까?

환경이나 상황은 둘째치고, 사랑하는 이의 곁에서 서로를 위해주며 살았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삶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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