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해바라기
오윤희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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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한 가정의 균열이 만들어 낸 소년 범죄 이야기를 통해 법 너머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그리고 있는 소설!"



초반 부분을 읽을 때만 해도, 화자인 태연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이토록 몰입해서 읽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점점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그 너머의 또 다른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는 기대와 흥분감으로 빠져들어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이야기 속에는 대표적인 세 가정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태연의 가족, 수완의 가족, 해준의 가족이다. 그리고 이 가족 중 태연의 가족을 제외하면 모두 아들을 자녀 두었다.


저자는 남녀의 차이, 딸과 아들을 둔 부모의 차이,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경제적 차이 등 여러 가지 사회 이슈들을 이 소설에 모두 담아내며 픽션이지만 논픽션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미 겪고 있는 사회 문제들을 두루 녹여내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이런 사회 문제들을 심도 있게 고민해 보게 만든다.


대표적인 이슈들을 키워드로 정리해 보면, 소년범죄, 촉법소년, 가정의 분열, 편애, 성범죄, 맹목적 사랑, 사이코패스, 나르시시스트 등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여자 화장실에서 몰카를 촬영해 현행범으로 잡힌 수완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사회 이슈가 되는 문제들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특히 수완이 겪은 문제들을 살펴보면, 가정의 미세한 균열이 얼마나 끔찍하고 잔혹한 일을 만들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자녀들의 일로 완전히 갈라서게 된 태연의 오랜 친구, 서영의 일을 통해 다시 한번 잘못된 모정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닫게 만든다.


틈이 생긴 가정, 그리고 그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이런 이야기는 비단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일은 아니다. 이미 뉴스와 언론을 통해 우리가 수십 번 보아온 일들로, 타인의 일로 여길 때는 '어쩜 저럴 수 있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실제 자신이 가해자의 부모가 되었을 때는 수완의 엄마나 해준의 엄마와 같은 태도를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어떻게 보면 법망을 벗어난 지극히 사적이며 도덕적 이야기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법 바깥의 이야기들이 결국 사회와 가정을 파괴하는 요인들이 되기에 한 번쯤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특히 요즘 시대에는 내 가족, 내 새끼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맹목적이거나 이기적인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의 행동을 살펴보면 당연한 사과와 공감은 결여되어 있고, 그 자리에 이기심과 안하무인의 태도만 남은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돈으로 잘못을 무마하려는 태도, 우격다짐으로 자신이 피해자라며 우기는 가해자의 태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태연은 의뢰인인 수완의 일을 통해 자신의 삶을 깊이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된다. 자신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 부모님의 편애, 그리고 동생과의 관계, 여기에 더해 사춘기 딸과의 관계까지.


어쩌면 바쁘다는 핑계로, 내 가족이 소중하다는 이유로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며 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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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좋을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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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죄란?

말 그대로 미성년자가 저지르는 범죄를 뜻하며, 우리나라는 보통 만 19세 미만의 사람을 '소년'이라고 보는데, 이 소년들이 법을 어기거나 사회 질서에 반하는 행동을 할 때 '소년범죄'라고 부르게 된다.


■연령에 따른 구분

▷만 10세 미만 (범법 소년): 이 친구들은 법적으로 아무런 형사적, 보호적 처분도 받지 않는다. 아직 판단 능력이 미숙하다고 보기 때문.


▷만 10세 이상 ~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 이 연령대의 소년들은 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징역, 벌금 등)은 받지 않는다. 대신 소년법에 따른 보호 처분을 받게 된다. 예를 들면 소년원에 보내지거나, 보호 관찰을 받게 되는 식으로, 재범을 막고 교화하는 데 목적이 있음.


▷만 14세 이상 ~ 만 19세 미만 (범죄소년): 이 소년들은 형법에 따라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지만, 소년법의 적용을 받아 성인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거나, 마찬가지로 보호 처분을 받게 되는 경우도 많다. 교화의 여지가 아직 많다고 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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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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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연(47)

-검사 출신 변호사

-이혼 후 딸을 혼자 키우고 있음

-대표 변호사의 부탁으로 수완의 사건 변호를 맡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됨

-동시에 딸에게 큰 비밀이 있음을 알게 됨


■김재희(16)

-태연의 딸

-동갑내기 소꿉동무 해준과 사귀는 사이

-부모님의 이혼과 사춘기를 겪으면서 힘든 날을 보냄

-큰 비밀을 품고 있다가 엄마에게 들통이 남


■박수완(16)

-'엄친아'인 형으로 인해 항상 그림자로 살아옴

-부모의 사정에 더해 늘 형보다 열등하다는 이유로 애정 없이 길러짐

-타고난 체격과 운동실력으로 유도 선수를 꿈꾸기도 하지만, 꿈이 좌절되면서 일탈을 시작

-여자 공중 화장실에서 몰카를 촬영하다 현장 검거되면서 재판을 받을 위기에 놓임

-보이는 겉모습과 다르게 숨겨진 비밀이 많은 아이


■박지완(21)

-모든 것을 타고난 덕분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한몸에 받음

-뛰어난 두뇌와 매력적인 외모, 여기에 더해 부모의 사랑까지 독차지하며 살아옴

-여기에 더해 늘 그림자처럼 살아가는 동생까지 챙기는 배려심을 보임

-하지만 남들은 모르는 은밀한 비밀을 가지고 있는 인물


■한여정(47)

-집안 차이가 많이 나는 남편과 결혼하게 되면서 '의사 사모님'이라는 타이틀은 얻었지만, 한평생 시댁과의 갈등을 겪는 것은 물론 무시당하며 살고 있음

-그녀에게 유일한 성취이자 자랑은 첫째 아들 '지완'뿐

-자신의 편애로 둘째 아들 '수완'이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지만 무시

-그녀의 삐뚤어진 애정이 결국 괴물을 낳게 된다

-그녀에게 있어 두 아들은 탄생 시점부터 빛과 그림자로 나뉘었음


■전하연(46)

-태연의 연년생 동생

-미국으로 이민가 무명의 미술작가로 활동하다가 돌연 한국에 돌아오게 됨

-수완의 사건으로 태연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면서 하연과도 더 가까워짐


■장서영(47)

-태연의 친구이자 해준의 엄마

-잘나가던 광고 회사를 그만두고 양육에 올인

-아들을 위해 우정이나 도덕관념 등 모든 것을 포기하는 인물


■최해준(16)

-서영의 아들이자 재희의 남자친구

-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많아 미래에 AI 쪽으로 진로를 고려 중

-재희와의 사이에서 큰 실수를 저지르지만 엄마와는 달리 자신의 잘못을 책임지고 용서를 구할 줄 아는 용기를 가진 아이


■최석준

-수완이 다닌 유도 체육관 코치

-수완의 솔직한 모습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

-수완의 가족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음


■김종우(48)

-태연이 속한 로펌 대표이자 대학 한 학번 선배

-태연과는 20년간 인연을 이어 온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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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한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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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계속 화자를 바꿔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처음에는 변호사 태연, 두 번째는 수완의 엄마 여정, 세 번째는 수완의 형 지완, 그리고 에필로그 1에서는 수완, 에필로그 2에서는 태연의 딸 재희가 화자로 등장해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덕분에 독자는 숨겨진 이들의 가정사는 물론, 각 주인공들이 품고 있던 사정과 속마음까지 속속들이 알게 되는데, 이를 통해 주인공인 수완이 얼마나 큰 짐을 짊어지며 오해 속에 살았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작은 틈새가 만들어 둔 구멍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또 맹목적 모정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도 직접 목격하게 된다.


이야기는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몇 번의 비틀림과 오랜 시간 쌓아온 불안과 불신, 그리고 애정들이 뒤엉켜 결국에는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마저 놓치게 된다.


결론에 다다라서는, 결국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결말과 함께 끔찍한 사이코패스 같은 인물은 여전히 가면을 쓰고 현실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더불어 이것이 우리가 사는 현실과 많이 닮아 있어 더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누군가는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죽고, 또 누군가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반성은커녕 잘못인지조차 모르고 산다. 그리고 또 어떤 이는 자신의 이득과 실리를 위해 가면을 쓴 채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을 이용하고 속이며 살아간다.


태연은 한결같이 검사를 꿈꾸지만 결국 이혼과 자녀 양육 문제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결국 검사를 그만두고,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계속해서 과연 그 결정이 옳은 선택이었을까를 늘 고민하며 지내게 된다.


우리 삶도 이와 같은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계속해서 고민하고 되짚어 보는 태도, 잘못된 방향이나 태도라는 생각이 들면 즉각 해준과 같이 사과를 하며 바로잡을 기회를 잡는 것. 어쩌면 이런 작고 사소한 행동들이 우리를 올바른 삶으로 이끄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랬다면, 수완이 몰카 사건에 휘말리는 일도, 지완이 안하무인 사이코패스로 성장하는 일도 없지 않았을까?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큰일을 겪고도 태연의 신중한 태도 덕분에 재희가 시련을 잘 이겨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삐뚤어진 모정을 이겨내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잘못을 사과하는 해준의 태도에서 밝은 미래가 보인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악과 선이 뒤엉켜 무엇이라 딱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잘못을 바로 잡지 않았을 때 생기는 부작용만큼은 이 소설을 통해서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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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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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라면 얼마든지 낼게요!"

(...)

"사실 애들 아빠가 병원 원장이거든요. 돈이 쪼들리는 형편은 아니에요. 그러니 그저 아이 장래에 빨간 줄 그어지지만 않게, 일이 커져서 주변에 소문나지만 않게 해주세요."

(...)

돈만 있으면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하는 신경질적인 엄마와 아무런 죄의식도 없어 보이는 아들. 개인적으로 가장 혐오감을 느끼는 조합이다.

27~28페이지 中

-----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봤던 대사들이다. 사과보다 앞서 돈 이야기를 하는 혐오감이 드는 인간들의 전형적인 모습.


이 조합을 우리는 또 다른 가정의 또 다른 엄마에게서 보게 된다. 그런데 신기한 건 이 가정과는 달리 그쪽의 자녀는 다른 태도를 보여 다양한 인간 군상을 경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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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눈엔 아무런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 뜨고 있다기보다 벌어져 있는 것 같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우물을 닮은 아이의 눈에 담긴 건 그저 공허와 허무뿐이었다.

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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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하고, 방어적이고, 감정이나 죄의식이 결여된 것처럼 보이는 소년의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섣부르게 '사이코패스인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중후반부에 들어서게 되면 이것은 진짜 공허와 허무의 눈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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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한테 수완이는 실패작이었어요."

(...)

"그냥, 엄마는 동생이랑 절 대할 때 많이 달랐어요. 눈빛이나 말투 같은 게 전부 달랐어요. 제가 그랬다면 그냥 넘어갔을 사소한 실수도 동생이 당사자가 되면 짜증을 내거나 말투가 험악해지고."

6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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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처음 읽을 때만 해도 '정말 좋은 형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동생에 대해 '실패작'이라는 표현이 좀 거슬리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중에 제대로 된 진실을 알았을 때는 이 문장이 소름 돋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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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있고 나서 내가 계속 해준일 피했거든. 걔가 어쩐지 낯설게 느껴지고 곁에 오는 게 싫었어."

(...)

"처음엔 내가 왜 화가 났는지도 모르는 것 같더라. 그런데 내가 계속 피하니까 나중엔 '혹시 그것 때문에 그러는 거야?'라고 물어보더라고. 걘 자기가 뭔가를 잘못했다고는 아예 생각 못 하는 눈치였어."

10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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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여의 극명한 차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대사가 아닌가 싶다. 정작 피해를 입힌 가해자는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르는데, 피해자는 그로 인해 감정적, 정신적, 신체적 피해로 인해 괴로워하는 상황들을 잘 표현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실 속에도 이런 상황들이 왕왕 일어나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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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잘못했으면 사과해야 하잖아요."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니냐는 투로 해준이 대꾸했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놀란 건 오히려 내 쪽이었다. 해준의 말처럼 잘못하면 용서를 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살면서 그런 당연한 일을 목격한 기억이 오히려 드물었기 때문에.

1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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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준의 이 한마디는 앞선 내용과 달리 마음을 풀어지게 만들었다. 초반에 도망가는 실수를 저지르기는 했지만, 본인도 처음 당하는 일에 당황해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해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처럼 너무 당연한 일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그런 당연한 일을 목격한 기억이 오히려 드물 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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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애하는 사람을 미워할 순 없으니 대신 언니를 미워했어. 미안하지만, 언니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 매일 언니한테 화내고 아웅다웅하면서 나름대로 분노를 풀었던 것 같아. 그런데 만약 언니가 나한테 너무 잘해줬어 봐. 언니를 미워할 수도 없잖아. 그럼 난 어떻게 해? 마음에 앙금은 계속 쌓이는데 그걸 해소할 대상이 없잖아."

15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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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의 동생인 하연의 이 말속에 수완의 마음에 대한 힌트가 숨어 있다. 가족 중 누구에게도 마음을 붙일 수 없었던, 수완의 답답함과 힘듦을 태연은 동생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듣고 이해하게 된다.



-----

수완을 볼 때마다 이따금 내 인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

내 인생의 성적표에서 내세울 만한 건 자식밖에 없는 셈이었다. 그런데 자식 농사에서마저 실패했다는 건 내 삶 자체가 자체가 실패작이라는 말과 다를 바 없었다.


수완을 대하는 내 태도가 예전과 달라지기 시작한 건 그 사실을 막 깨달았을 무렵이었다.

19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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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은 시댁에서 반대하는 결혼을 한 이후 삶이 망가지기 시작한다. 때문에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둘째 아들인 수완이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칠 때마다 자신의 삶에 투영해 동일시하게 된다.


때문에 정서적으로 가학적 태도를 보인 것은 물론, 아이의 존재 자체를 '실패작'으로 보고 첫째 아들에게만 편파적 행동을 보이게 된다.


엄마, 부모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평생 해오며 살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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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완에 대한 죄책감은 이전보다 더 무겁게 내 마음을 내리눌렀다.

(...)

왜 이제껏 잠자코 있었냐고 물어보기도 어려웠다. 하고픈 질문은 너무나 많았지만, 만약 물어보기라도 한다면 내가 그 사실들을 모조리 알고 있다는 걸 들키고 말 것이다. 그러고 나서도 내가 진실을 바로잡기 위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완은 나를 원망할 게 뻔했다. 그러느니 지금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양 행동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았다. 설령 그게 부모로서의 도리는 아니라 하더라도.

26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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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진실을 다 알게 된 뒤에도 여정은 여전히 자신을 위해 계속 핑계를 쌓아간다. 불편한 마음을 평생 껴안고 살더라도, 자신의 첫째 아들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그런 첫째 아들에게 올인한 자기 자신을 위해 여정은 둘째 아들의 삶 자체를 방관하고 포기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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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경험으로 나는 인생에서 제일 귀한 깨달음을 얻게 됐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보다도 결국엔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28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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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진리이자 깨달음이지만, 이 깨달음을 얻은 대상자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면 소름이 돋을지도 모른다. 이 깨달음을 일찍이 깨달은 사람은 유치원을 다니던 지완으로, 그는 일찍이 영악하고 교묘한 구석이 있던 아이였다.


그 좋은 두뇌와 판단력으로 그는 온 가족을 휘어잡는 것도 모자라, 동생을 가스라이팅 했고,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제 편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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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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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슈들을 긴장감 있게 잘 풀어낸 이 소설을 살펴보다 보면, 사람들의 추악한 내면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다.


모정이라는 이름으로 휘두르는 치맛바람의 위험성, 나의 사회적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잘난 자식만 편애하는 부모들의 이기적 행태, 내 자식의 잘못보다 앞날을 걱정하며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태도, '나'와 '내 가족'을 우선하며 그 외에 것들은 다 포기하며 사는 사람들.


여기에 더해 내가 더 빛나야 한다는 생각에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악랄한 심성을 가진 나르시시스트이자 사이코패스의 이해 불가 태도, 잘못은 알지만 더 큰 이득을 위해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 등을 관찰하다 보면, 하나같이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만연함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내 뱃속으로 낳은 아이에게조차 작은 배려나 애정을 보이지 않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사회적으로 감정이 결여된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해 못 할 일들이 이런 이유로 계속 번져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만약 이런 것들을 우리가 계속 방치하고 외면한다면 분명 수완이가 겪은 일들, 수완이와 같은 아이가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다.


태연이 수완이의 일로 인생의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되도록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려 함), 우리 역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며, 반성과 변화의 태도를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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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암기 초등 영단어 400 - 음악과 퍼즐로 익히는 교육부 선정 빈도순 초등영어 단어 (자동암기 영상/음원 110개, 사진 400개 제공) 자동암기
Mike Hwang 지음 / 마이클리시(Miklish)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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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 방식이 달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책!"



여행이나 유학 등 여러 이유로 영어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답답함을 이해할 것이다. 나 역시 영어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는 1인으로서 그 느낌을 너무 잘 알고 있다.


특히 사회인이 된 후로는 학생 때처럼 공부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 틈틈이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공부해 보지만 성에 차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몇 가지 높게 쳐줄 수 있는 건, 계속해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과 또 기회가 닿을 때마다 그것들을 백분 활용해 보려고 시도한다는 점이다.


이 책은 그런 또 하나의 기회를 제공해 준 책 중 하나로, 영어에 재미를 붙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접근 방식이 여타 책들과 달라 신선하게 다가온 책이기도 하다.


총 50단원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음악과 반복 학습을 통해 자동 암기를 유도하는 초등 영단어 책으로, 과거 필기나 혹은 입으로 달달 외웠던 단어 암기 방식과는 다르게, 쉽고 재미있게 외울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책의 구성 방식이 놀이처럼 짜여 있어 듣고, 따라 하고, 쓰고, 인식한 후에는 퍼즐을 통해 확장 개념까지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매 10단원 끝에는 흥미로운 동화에 단어들을 섞어 반복 학습까지 할 수 있도록 짜여 있어,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재미있는 이야기도 즐기고, 앞 10단원에서 공부한 단어까지 학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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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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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UR 제본 방식으로 편하게 필기 가능!



책에 직접 단어를 따라 쓸 수 있도록 PUR 제본 방식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이 덕분에 넓고 편하게 펼쳐서 쓸 수 있다.



2. 학습 방법 가이드 참고!



저자는 이 책과 함께 제공하는 음원과 영상을 함께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아주 상세하게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혹여 QR코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자세하게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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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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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안내한 방식대로, 먼저 해당 단원의 QR코드를 통해 약 7분간 8개의 단어를 반복적으로 듣는다. 5번 반복되는데, 이때 (한글→영어) 혹은 (영어→한글) 선택에 따라 순서대로 음원이 흘러나온다.


그런데 단어만 반복적으로 흘러나오는 게 아니라 음악과 함께 단어가 반복된다. 한글과 영어를 발음하는 사이에는 약간의 여백이 존재하는데, 2~3번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여백 시간에 특정 단어를 먼저 입으로 따라 하게 된다.


그렇게 무심코 듣고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집중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특히 발음에 더 귀 기울이며 듣게 되었던 것 같다.


초등 영단어인 만큼 초반에는 아주 쉬운 단어들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어라?'하는 느낌이 드는 포인트가 한 번씩 툭툭 흘러나오는데, 한글 뜻풀이 방식이 기존과는 조금 달라 그렇게 느끼는 듯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표현 방식이 한국인들에게 조금 더 맞춰진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글을 영문으로 영작할 때 조금 더 도움이 되는 방식이지 않을까 한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음원을 통해 귀에 익혔다면, 다음은 음악 연상/세 번 쓰기 페이지를 통해 직접 단어를 써 보며 눈과 손으로 익히는 시간을 가지면 된다.



음원/단어/뜻/발음 기호/사진을 통해 이중, 삼중, 사중으로 단어를 익힐 수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모로 디테일에 신경 쓴 저자의 노력이 엿보인다.



다음으로 퍼즐 연상 페이지에서는 앞서 공부한 단어들을 선으로 그으며 영어 단어와 한글의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각 단어들에는 의미에 따른 다양한 반대말과 한글 문장 예시까지 함께 포함되어 있다. 덧붙여, 한글 뜻풀이에서도 해당 영어 단어가 지닌 다양한 의미를 함께 기재하여 폭넓은 이해를 돕는다.



매 10개 단원이 끝날 때마다 흥미로운 스토리를 만나볼 수 있는데, 우리가 어릴 때 읽었던 동화책 내용들을 활용하여 앞서 배운 영어 단어를 조합하여 재미있게 복습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한글과 영어 구분 없이 자연스럽게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스며들 듯이 영단어를 사용하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놀이와 학습, 한글과 영어의 결합에 자연스럽게 노출시키고 있어 딱히 '공부'의 느낌이 들지 않는 상태로 인식하게 한다.


이 책의 타깃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보다 쉽게 처음부터 영어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꽤 괜찮은 접근이라고 본다.


누가 뭐라고 해도 모국어가 아닌 말을 새롭게 익히는 것은 쉽지 않기에 보다 흥미롭고, 덜 힘든 방식으로 기초를 다질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


저자는 음원을 들을 때도 각 잡고 듣기보다, 이동 중이나 식사 중에 음악을 듣듯이 틀어놓으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일상 속에서 편안하게 활용하다 보면 어느새 반복되는 음악과 단어를 저절로 암기하게 될 거라고 말이다.


긴 시간 이 책을 들여다본 것은 아니지만, 며칠 음원을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몇 가지 사실은 나 역시 확인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틈틈이 음원과 이 책의 연상 방법들을 통해 탄탄히 단어들을 숙지해 나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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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은퇴공부 - 손쓸 새 없이 퇴직을 맞게 될 우리를 위한 현실적인 솔루션
단희쌤(이의상)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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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은퇴 이후의 삶을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가장 현실적이고 기본적인 방법을 모아둔 책!"



요즘 나는 중년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마침 이때 이 책을 만났다.


20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오던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처음 겪는 부분도 많기에 다소 막연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는데, 이 책이 그런 부분들을 조금씩 채워주었다.


처음에는 책 제목에 들어간 '은퇴 공부'라는 단어 때문에 특정 타깃을 대상으로 하는 책처럼 보였지만, 막상 읽어보니 중장년층은 물론, 노년, 그리고 청년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오히려 빨리 습득해 삶에 일찍 적용할 수 있다면, 훨씬 더 풍요롭고 여유 있는 은퇴 이후의 삶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 정도였다.


총 4개 파트 11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단순한 노후 지침서 이상의 실제 현실에서 바로 적용할 만한 보통의 사람들을 위한 실전 생존 가이드라고 말할 수 있다.


특정 자산가들이 누리거나 겪는 대단한 모험이나 성공 이야기가 아니라, 보통의 월급쟁이들이 언젠가의 은퇴 이후의 삶을 위해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방법들을 담고 있어 매우 유익하게 다가온다.


특히 많건 적건 내가 가진 자산을 바탕으로,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이라서 여러모로 쓸모 있는 실전 노하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는 읽으면서 이마를 탁 치게 만든, 동기부여가 되는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부터, 지금부터 하나씩 준비하면 좋을 알찬 내용들만 쏙쏙 골라 정리했다.


이것을 통해 통상의 편견이나 선입견을 버리고, 나만의 은퇴 후 행복한 삶을 구체적으로 꿈꿔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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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주한 냉혹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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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노후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

▷첫째, 우리는 너무 오래 산다.

▷둘째, 자녀는 더 이상 우리를 부양하지 않는다.

▷셋째, 국가는 우리를 끝까지 책임져주지 못한다.

▷넷째, 우리는 너무 빨리 직장에서 밀려난다.

▷다섯째, 우리는 너무 쉽게 생각한다.

▷여섯째, 은행에 쌓아둔 돈은 언제든 쉽게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 현상)


※인플레이션이란?

물건의 가격이 오르면서 내가 가진 돈의 가치가 계속해서 떨어지는 것을 의미



■50대에 반드시 겪게 될 5가지 쓰나미


▷첫째, 부모님의 마지막을 마주하게 된다(돌봄과 상속의 비극)

50대가 되면 부모님을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간병 퇴직'이 급증하며, 이는 곧바로 가정의 소득 절벽으로 이어진다.


부모님의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의 위로를 받으며 흘리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상속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싸움의 끝에 남는 것은 세상에 마지막 내 편이라고 믿었던 가족을 잃었다는 끔찍한 상실감뿐이다.


▷둘째, 몸과 마음이 나를 배신하다(갱년기와 질병의 공포)

50세 전후, 우리 몸은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여기에 고혈압, 당뇨, 암 등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각종 성인병은 막대한 의료비 부담과 함께 삶의 질을 송두리째 파괴한다.


▷셋째, 직장이 나를 내쫓는다(비자발적 퇴직의 충격)

채 50세가 되기 전에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것이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퇴직자의 41%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회사를 떠나는 '비자발적 퇴직'이라는 점이다.


▷넷째, 평생의 동반자가 등을 돌리다(황혼 이혼의 급증)

평생을 함께한 동반자가 가장 먼 남이 되어버리는 황혼 이혼은 경제적 타격은 물론, 깊은 고독과 외로움이라는 상처를 남긴다.


▷다섯째, 자녀가 나의 발목을 잡는다(자녀 리스크)

자녀의 결혼자금, 사업 자금을 위해 자신의 마지막 보루인 노후자금을 모두 내어주는 부모들. 이는 자녀의 성공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부모와 자식이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동반 추락'의 티켓을 끊는 것과 같다.


이 5가지 재앙은 거대한 쓰나미처럼 예고 없이 우리의 50대를 덮쳐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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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한 단단한 주춧돌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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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 노후자금에 선명한 가격표를 붙이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현실적 설계가 필수다. 그것을 위해 아래 방법을 활용해 보자!


▷1단계: 한 달에 얼마를 쓰고 싶은가?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은 은퇴 후 부부의 '월 희망 생활비'다. 허황된 꿈이 아닌, 지금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거나 조금 더 여유로운 수준을 상상하며 현실적으로 적는 것이 중요하다.


▷2단계: 은퇴 후 몇 년을 더 살게 될까?

은퇴 후 살아가야 할 기간을 계산해 보면, 평균적으로 85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2.5단계: 나의 든든한 아군, 확정 수입 확인하기

우리에게는 이미 준비된 든든한 아군이 있는데 바로 '국민연금'이다. 이 확정된 수입을 먼저 계산에서 빼주면, 우리가 실제로 만들어야 할 금액의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3단계: 그래서 '진짜로' 필요한 돈은 얼마일까?

필요자금에서 확정 수입을 뺀 '순수 필요자금'을 계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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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마르지 않는 시스템 설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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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거 혁명

다운사이징 3가지 공식을 적용하자: 평수, 지역, 소유라는 생각을 줄이기


다운사이징은 포기나 축소가 아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짐을 벗고 진짜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3가지 해방의 열쇠'이다.


▶공식1: 평수를 줄이기

가장 기본적이고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공식이다. 이것은 후퇴가 아니라, 우리 부부의 생활에 최적화된 '스마트한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이다.


-즉시 확보되는 현금

-고정 지출 감소

-시간과 에너지 확보


▶공식2: 지역을 바꿔라

'서울'이나 '대도시'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는 순간, 당신의 노후는 극적인 반전을 맞이하게 된다.


-거대한 현금 확보

-새로운 삶의 질

-현금 파이프라인 구축


지역을 바꾸는 것은 단순히 거주지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자산을 묶어두었던 '비싼 땅값'에서 벗어나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고도의 투자 전략이다.


▶공식3: 월세를 살아라


-10억 원의 투자금 확보

-월세 내고도 돈이 남는 기적

-세금과 유지비로부터의 해방


결론적으로 다운사이징은 단순히 자산을 현금화하는 재무 기술을 넘어서는, 인생의 관점을 바꾸는 철학이다. 이것은 집에 얽매여 있던 우리의 삶을 해방시키고, 돈과 시간, 그리고 에너지의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인생 구조조정'이다. 체면과 과거의 영광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비로소 경제적 자유와 마음의 평화라는 가벼운 날개를 달고 인생 2막을 훨훨 날아오를 수 있다.



2. 잠자는 돈을 깨우는 금융 솔루션


1)조기수령 vs 연기수령

국민연금은 원래 정해진 수급 개시 연령이 있지만, 최대 5년 먼저 받거나, 최대 5년 늦게 받을 수 있다.


▶조기 수령: '가늘고 길게' 받기

최대 5년(60개월)을 앞당기면, 원래 받을 금액의 30%가 깎인 70%만 평생 받게 된다.


▶연기 수령: '굵고 짧게'가 아닌 '굵고 길게' 받기

최대 5년을 늦추면, 원래 받을 금액보다 36%가 증액된 136%를 평생 받게 된다.



2)퇴직금 IRP


▶엔진 1: 세금을 아끼는 '절세'의 마법

-퇴직 소득세 30% 절감

퇴직금을 일반 계좌로 받으면 당장 6~15%에 달하는 퇴직 소득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퇴직금을 IRP 계좌로 받으면, 당장 세금을 내지 않고 연금으로 받을 때까지 미뤄준다. 그리고 나중에 연금으로 수령하면, 원래 내야 할 퇴직 소득세의 30%를 감면해 준다.


-연말정산 세액공제

IRP 계좌에 개인적으로 추가 납입을 하면, 연간 최대 900만 원까지 13.2%~16.5%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엔진 2: 수익을 불리는 '투자'의 기술

-세금 없이 재투자: 일반 계좌에서 투자를 하면 수익이 날 때마다 15.4%의 이자 소득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IRP 계좌 안에서 발생한 모든 운용 수익은 세금을 떼지 않고 그대로 재투자된다.



3)'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사람들에게 '최후의 보루'이자 '가장 현실적인 희망'인 주택연금


주택연금에 가입할 때 가장 현명한 전략은 '최후의 수단'이자 '최고의 무기'로 활용해야 한다. 여기에서 핵심은 '첫 번째 선택지'가 아닌, '마지막 카드'로 생각하는 것이다.



4)실패없는 노후를 위한 '4개의 통장' 시스템


▶1번 통장: 평생 월급 통장(고정 수입)

가장 핵심적인 통장이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고정 수입을 이곳에 모으는 것이다.


▶2번 통장: 비상금 통장(예비 자금)

병원비, 자녀의 급한 용무 등 이때를 대비한 '비상금' 통장이다.


▶3번 통장: 투자 통장(자산 증식)

이 통장은 우리의 노후 생활 수준을 한 단계 높여주고, 자산이 줄어들지 않도록 지켜주는 방패 역할을 한다.


▶4번 통장: 즐거움 통장(보상과 행복)

해외여행, 취미 활동, 손주들 용돈, 주변 사람들에게 베푸는 돈 등 오롯이 나의 행복과 보람을 위해 사용한다.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비타민'같은 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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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새로운 버전의 지출 계획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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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의 생활비는 과거의 기준이 아닌 '제로베이스'에서 완전히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사라지는 비용들: 당신이 잊고 있던 월급의 대가

-출퇴근 비용

-의류비/품위유지비

-경조사비/사회생활비

-스트레스 해소 비용


■새롭게 정의하는 '좋은 지출'

-과시를 위한 지출 → 건강을 위한 지출

-의무적인 관계를 위한 지출 → 소중한 관계를 위한 지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지출 → 성장을 위한 지출


■3대 고정지출 다이어트

-통신비 다이어트: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용기

-보험료 다이어트: '보험 리모델링'으로 잠자는 돈을 깨워라

-자동차 유지비 다이어트: '소유'가 아닌 '공유'로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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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일하며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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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유리해지는 유일한 일의 탄생: 1인 지식기업


당신의 지난 50년 인생, 그 경험과 지식, 성공과 실패의 노하우를 '상품'으로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파는 것. 이것이 바로 1인 지식기업의 전부다.


1인 지식기업은 거창한 기술이나 자격증이 없어도 괜찮다. 당신이 수십 년간 살아내며 몸으로 체득한 모든 것이, 누군가에게는 돈을 주고서라도 배우고 싶은 귀한 '지식'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나이 들수록 유리한' 일인 이유?>


▶'경험'이 곧 '자본'이기 때문

1인 지식기업은 퇴직금이 필요 없다. 당신의 머릿속에, 당신의 지난 세월 속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경험이 바로 사업 밑천이다. 20대 청년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당신만이 가진 독보적인 자본이다.


▶'신뢰'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

수십 년의 세월을 견뎌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신뢰'의 상징이다.


▶실패해도 잃을 것이 없다

필요한 것은 컴퓨터 한 대와 당신의 열정뿐이다. 설령 반응이 없더라도, 당신은 단돈 1원도 잃지 않는다. 그저 다른 주제로, 다른 방식으로 다시 도전하면 그만이다.


1인 지식기업은 내 방에서 편안하게 '인생 2막'이라는 새로운 게임에 접속하는 것과 같다.


1인 지식기업의 가장 위대한 자본은 '학력'이나 '경력'이 아니라, 당신이 온몸으로 살아낸 '인생' 그 자체라는 것이다.



■1인 지식기업 A to Z


▷1단계: 당신의 경험을 팔리는 '콘텐츠'로 바꾸는 3단계 공식


-첫째, 가장 필요로 하는 '한 사람'을 정하라(타깃 고객 설정)


-둘째, 그 사람의 '가장 큰 고통'에 집중하라(문제점 정의)

사람들은 '그저 좋은 게 좋은 뻔한 정보'에는 돈을 내지 않는다. 자신의 '아픈 문제'를 해결해 주는 정보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당신의 콘텐츠는 바로 그 '해결책'이 되어야 한다.


-셋째, '나만의 해결책'을 순서대로 제시하라(솔루션 구조화)


▷2단계: 세상에 나를 알리는 공짜 가게 여는 법(블로그 vs 유튜브)


-선택1: '글'이 편하다면, 블로그로 시작하라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며 깊이 있는 내용을 전달하기에 용이하다. 한번 써둔 글은 검색을 통해 꾸준히 새로운 독자를 불러 모으는 '24시간 영업사원'이 되어 준다.


-선택2: '말'이 편하다면, 유튜브에 도전하라

장점: 독자와 훨씬 더 빠르고 깊은 신뢰 관계(라포)를 형성할 수 있다. 잘 만들어진 영상 하나가 수만, 수십만 명에게 퍼져나가며 빠르게 당신의 '팬'을 만들어준다.


-공통: 가장 중요한 첫걸음: '퍼주어라, 더 많이 퍼주어라'

처음 3개월, 길게는 6개월 동안은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퍼준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한다.


당신이 가진 최고의 지식과 노하우를 무료로 제공하여, 사람들이 당신의 가게에 머물게 하고, 당신을 신뢰하게 만들어야 한다.


▷3단계: 당신의 지식에 가격표를 붙이는 5가지 수익모델


-수익모델 1: 광고 수익(보너스 용돈)

>>블로그: 구글 애드센스, 네이버 애드 포스트

>>유튜브: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


광고 수익은 우리의 주된 목표가 아니다. '보너스 용돈'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수익모델 2: 제휴 마케팅(내가 써보고 추천하는 것)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독자가 당신의 링크를 통해 구매했을 때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수익모델 3: 전자책 판매(나의 지식을 압축한 상품)

당신이 블로그나 유튜브에 흩어져 있던 콘텐츠를 하나의 주제로 엮고, 더 깊이 있는 정보와 노하우를 추가하여 PDF 형태의 '전자책'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약 1~2만 원에 판매하는 것이다.


-수익모델 4: 온라인 VOD 강의(프리미엄 지식 상품)

전자책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당신의 지식을 영상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한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판매하는 것이다.


-수익모델 5: 1대 1코팅 및 컨설팅(최고 가치의 상품)

당신의 도움이 절실한 단 한 사람을 위해 맞춤형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다.


위의 수익모델 중 당신의 성향과 콘텐츠에 가장 잘 맞는 1~2가지 모델(전자책, 강의, 코칭 중)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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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넘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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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블로그 개설하기'가 두렵다면, 지금 당장 네이버에 로그인해서 블로그 관리 페이지에 들어간 뒤, '내 블로그 소개'라는 칸에 딱 한 문장,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라고만 적어보자. 공개할 필요도 없다. 비공개로 저장해도 괜찮다.


2. '유튜브 영상 찍기'가 두렵다면, 지금 바로 스마트폰을 카메라에 켜고, 아무도 없는 방에서 허공을 향해 딱 10초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말하는 영상을 찍어보자. 그리고 바로 삭제해도 좋다.


이렇듯, 일단 시작해 보자. 당신의 그 작은 몸짓 하나가, 앞으로 남은 50년의 인생을 바꾸는 가장 위대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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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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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기 위한 소유'에서 '우리가 살기 위한 거주'로 바꾸는 순간, 남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우리의 인생 후반전은 놀랍도록 편안해집니다. 집은 더 이상 나를 과시하기 위한 갑옷이나, 평생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이 아닙니다. 그저 우리의 행복한 노후를 담아내는, 편안하고 실용적인 '그릇'이면 충분합니다.

7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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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접어들게 되면, 집에 대한 가치관과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사실 매 순간 삶의 과정 속에서 내 삶과 상황에 맞는 변화는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필요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적절한 변화를 준다면 분명 큰 만족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녀가 크면 그에 따라 부모 역시 정신적, 신체적, 경제적 독립과 같은 변화를 시도해야 하듯이 집 또한 우리의 편안함과 실용성을 위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노후에는 집을 과시나 짊어져야 할 짐의 대상으로 두지 말고, 나의 몸이 쉴 수 있는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변화를 꾀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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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과 식습관, 너무나 뻔하고 시시하게 들리시나요? 하지만 세상의 모든 진리는 이처럼 단순한 곳에 있습니다.

(...)

건강은 비용이 아니라, 최고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평생 투자'입니다.

1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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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조금 살아보니, 실상 정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뻔하고 단순한 것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잃어보면 안다. 세상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것은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건강은 건강할 때부터 지키자. 그래야 나중에 정말 중요한 자산을 잃지 않고 지켜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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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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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독성도 좋고, 문단을 깔끔하게 정리해 두어 힘들이지 않아도 쓱쓱 읽힌다. 덕분에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챙겨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분히 나의 은퇴 이후의 상황들을 고려하며 살펴볼 수 있다.


보통 노후 관련 재테크나 경제관념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을 살펴보면 어떤 특별한 '킥'이나 성공적 '부'를 이룬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포인트가 좀 다르다.


당연히 안정적이고 편안한 노후를 위해 경제관념을 빠트리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 보통의 사람들이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 읽으면서 '나도 한번 시작해 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이든 일단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점과 이어서 작은 실천들을 통해 큰 변화를 이끌도록 한다는 점이다.


또 은퇴 이후 무언가를 어렵게 배워서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보다는 이미 내 몸에 축적된 삶의 지혜와 가치들을 바탕으로 제2의 삶을 살도록 안내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저자가 제안한 여러 대안들 중 유용한 것들이 정말 많았는데, 특히 '이거 정말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것들을 몇 가지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현실을 제대로 직시할 수 있도록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를 초반에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현실을 모르고서는 미래도 없는데, 덕분에 특별한 동기를 갖게 만든다.


두 번째는 다운사이징을 통해 은퇴 이후의 삶에 맞춰서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을 꼽고 싶다. 은근히 집은 그대로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히려 이것을 깨야 제대로 된 노후 설계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꽤 쇼킹하게 다가왔다.


세 번째는 연금수령/퇴직금/주택연금 등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을 상세하게 알려준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틈새 포인트를 상황에 맞춰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쉽게 전달해 주어 꽤 유용했다.


마지막 네 번째는 기능이나 목적에 따라 통장을 분리해서 사용하라고 조언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시작하면 좋은데, 특히 소비와 지출 부분에 대해 보다 상세하게 분류하고 관리하면 추후 은퇴 후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진행해 보려고 욕심을 부리거나 무분별하게 시도하려고 하면 오히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기보다 나에게 맞는 1~2가지를 차근차근 시도해 보며, 나만의 은퇴 이후 삶을 설계해 보면 어떨까 한다.


그러다 보면 나에게 맞춰진 멋진 노년의 삶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니 부디 처음부터 포기하기보다는 일단 '시작'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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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당은 없다 - 기후와 인간이 지워낸 푸른 시간
송일만 지음 / 맑은샘(김양수) / 202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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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다 쓰고 업로드 한 글을 보고 작가가 댓글을 남겼습니다. 그 글을 읽고, 이 책에 들인 내 노력과 시간에 대해 많이 후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라면서 자신이 들인 시간과 노력은 대단하고, 남이 쓴 글에 대해서는 함부로 평하고 왜곡하는 시선에 참담한 마음이 드네요. 항상 솔직하고 책임감 있게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입장에서 그냥 넘어가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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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당의 추억을 담은 회상록이자, 인간의 이기심으로 점철된 생태 현실에 대한 고발서!"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그리고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가장 눈에 띄게 변화를 보이는 곳이 바로 '바다', 즉 해양이 아닐까 싶다.


기온의 상승으로 인해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은 높아지고, 빛을 반사하는 양이 줄어들다 보니 자꾸 열이 지구에 갇히는 최악의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평균 수온은 자꾸 오르고, 이에 따라 바다 어종은 이동을 하기도 하고, 그나마 아예 적응하지 못한 생물들은 죽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이미 몇몇 바다는 사해(죽음의 바다)가 된 곳도 있다고 한다.


인간들이 사용하고 버린 썩지 않는 쓰레기들은 이미 바다를 침범한지 오래라 바다 한가운데 쓰레기 산을 이룬 곳도 있다는 것을 어느 다큐멘터리를 통해 본 적도 있다.


실제로 이러한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특히 제주도가 세계 그 어느 곳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파괴되어 가고 있는 제주의 모습을 단계별로 담아내며, 서서히 지워져 가고 있는 바당(제주의 바다를 일컫는 방언)을 추억함과 동시에 고발하고 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기억하는 푸른 바당을 추억함과 동시에, 인간과 환경에 의해 죽어가고 있는 바당의 모습을 점진적으로 보여주며 현 사태를 만든 원인들에 대해 고발하는 형태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더불어 바당이 죽어가면서 함께 영향을 받고 있는 생태학적 관계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것이 인간과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섬세하게 담아냈다.


저자는 바다환경지킴이 활동을 통해 제주도 바다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 자신이 추억하고 있던 제주의 모습과 많이 달라진 것을 깨닫게 되면서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더해 인간의 이기심과 행정의 게으름, 그리고 자본의 욕심으로 현재도 진행 중이라며 분개하기도 한다.


뉴스나 언론을 통해 보던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이 만들어낸 민낯을 이 책은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데, 이것을 통해 국가가, 기업이, 사람들이 조금 더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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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기억하는 푸른 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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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 마을은 갯것이(바닷가),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 2리다.

집에서 직선으로 150여 미터, 밭 2개를 넘으면 갯것이다.

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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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흥리'라는 마을 이름이 붙여진 것은 1916년 이후다.

그전에는 뻘이 많은 동네라고 해서 폴개라고 불렸다.

폴개에는 겡이(게)들이 많이 산다.

폴은 뻘의 제주어이며 개는 바닷가를 뜻하는 갯것이의 준말이다.

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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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우리 마을 태흥리, 폴개가 전부였다.

그 폴개, 바당은 집 안에도, 마당에서도, 마을 어디에 있어도 늘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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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바당이 늘 좋았다.

그리고 우리 집은 바당을 근거로 삶을 이어간다.

바당이 우리의 삶이고 놀이다.

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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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수짜리와 고동여로 이어지는 애삐리바당은 그야말로 다양한 갈조류와 해산물의 보고다.

바당 생명의 다양성을 알리는 교과서이다.

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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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바당은 나에게 최고의 놀이터이자 학교이자 그리고 모든 것이 들어간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곳이다.

그것이 바당이다.

바당은 우리의 생활 그 자체다.

아버지는 배를 타고, 어머니는 물질하고, 형과 나는 축항에서 수영하고 관수짜리에서 고기를 낚고 쏘고, 그리고 고동여에서 오븐재기와 소라를 잡는다. 그 바당은 거대하고 넓어서 어떠한 것을 하여도 -수영하면서 실례를 한 적도 많지만- 바당은 그렇게 나를, 우리를, 우리 마을을 받아준다.

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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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당은 우리에게 공동생산으로 정을 이어가게 하고, 사람마다 생산의 크기를 그 사람의 노력에 따라 결정해 주는 공평함이 균등함을 제공하는 생활 교과서와 같은 곳이자 누구나 자연스럽게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가끔은 성이 나서 마을 사람들을 바당 깊은 곳으로 데려가기도 하지만 마을 사람들에게는 늘 관대한 자비로움을 베푸는 삶의 터전이다.


바당에는 모든 것이 풍부했고, 넘쳐났다.

(...)

자연, 바당과 생활이 조화로운 곳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빙하기 이후 적절한 온도에서 자연과 바당이 번성하면서 사람이 덤으로 있는 지구 홀로세의 한 표본이라 할 만큼 태흥 마을, 태흥 바당이 풍요롭고 평화롭게 쭉 이어져 온 것이다.

적어도 1980년대 중반까지는.

5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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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기억하고 있는 푸른 바당의 모습은 이처럼 모든 것이 풍부했고 넘쳐나는 곳이었다. 모든 것을 품어주는 넉넉하고 자비로운 삶의 터전이었으며, 생활 그 자체였다고 전한다.


그런 바당이 인간들에 의해 병들게 되면서 더 이상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겡이(게)들은 사라졌고, 바다는 점차 죽음의 바다로 변모해 가고 있다.


바다환경지킴이 활동을 통해 하루 종일 해양 쓰레기를 그러모아도, 매번 쓰레기는 줄지 않고 계속 나온다. 관광객이 늘어나는 만큼, 기후의 변화가 커진 만큼 어종은 줄어들었고, 바다를 가득 채웠던 많은 생물들은 계속 사라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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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당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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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욕심과 행정의 게으름으로,

강해져만 가는 햇빛으로 인하여

어느 순간부터 제주의 바당에

오랜 시간 이어져 왔던 자연, 생명이 사라지고 있다.

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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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당이 사라진 원인을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한 문장으로, 이 책 전반을 아우르는 문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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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당이 망가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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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양어장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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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어장은 마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오조리 양어장의 천연 흙과 돌 그리고 수문을 사용하는 친환경적인 구조와 다르게 시멘트로 인공수조를 만들고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시스템으로 마을이 아닌 자본의 이익을 위해 광어를 키우고 항생제와 질소 어분이 함유된, 그리고 화학세재(?) 물을 자연스럽게 아무런 여과 장치도 없이 바당으로 돌려보내는 그런 방식이다.

(...)

이러한 양어장은 지방 행정의 지원 아래 제주 도내의 자연과 환경에 득보다는 해를 주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자리 잡으며 자본의 욕심을 채우며 제주도 연안을 뒤덮어 간다.

(...)

양어장은 제주에서 자본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자연을, 바당을 건드리며 지금까지 여전히 어떠한 제재나 제한도 받지 않은 최초의 사례이다.

86~8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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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욕심을 위해 세워진 인공 양어장은 기존에 잘 운영되던 친환경적 양어장까지 망가뜨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 덕분에 '최초'로 시도된 이 양어장이 세워진 곳의 바다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빠르게 생물들이 사라져 갔다고 전한다.



2. 인간의 이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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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20년 앞을 내다보지도 못하고 자꾸 우를 범한다. 물론 나도 그중에 한 사람이다. 그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상관없이 그렇다. 그러면서 자연은, 바당은 사람들의 실수로 그리고 행정의 편리함, 소득 증대, 고용 창출의 변명으로 아프고 죽어간다. 우리는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 그것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다.

(...)

우리 모두는 바당을 방관적 입장에서 바라보고 자신들에게 편리하게 수용한다. 공공의 즐거움과 이익을 모두가 공정하게 취한다는 가치로 인해, 우리가 이 작은 갯벌을 메운다고 해서 바당에 그리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까?

그 누구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암묵적으로 공공의 가치가 자연, 환경의 가치보다 우선한다고, 그리고 우리 모두가 찬성하면 그럴 권리가 있다고 스스로 모두가 합리화한다. 그것이 국가 예산과 관련되어 있으면 더욱 그렇다.

(...)

개발과 발전의 가치가 우리가 추구하는 세상, 우리의 능력이 되는 세상에 모두들 서 있다.

92~9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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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이익이라는 명목 아래 우리가 취해온 잘못된 이기심이 결국 환경을, 바다를 망쳤다. 뒤늦게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야 우리는 암묵적으로 행한 공공의 가치가 사실은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깨닫는다.



3. 하수종말처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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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은 하수종말처리장과 양어장이 들어선 이후에 바당이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고 미역, 톳 등 해조류들이 제주도 내에서 제일 먼저, 급격하게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대동소이하게 말한다. 애삐리바당은 제주도 내 연안에서 가장 많이 아픈 바당, 죽어가는 바당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지금은 백화현상으로 풀이 없는 바당으로 하얗게 변해버렸다.

104~10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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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잘못 설계된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인해 바다는 1차로 몸살을 앓는다. 때문에 하수종말처리장이 설치된 곳의 바다는 일찍이 백화현상을 겪으며 해조류들이 사라졌다고 전한다.


여기에 더해 관광객이 급격히 늘기 시작하면서 하수종말처리장은 처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고, 이로 인해 정화 없이 그대로 바다로 흘러가는 폐수도 많다고 한다.


추가로 처리장을 짓는 데만도 1년이 넘는다고 하는데, 그동안 제주 바다는 얼마나 많은 폐수를 수용해야 하는 걸까?



4. 일상을 파괴하는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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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도로를 따라 렌터카들이 주차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마을 안쪽으로 막무가내 주차하는 바람에 주민들은 돌을 갖다가 자기 집 앞에 놓아둔다. 내 집 앞에 주차하지 말라고, 나의 삶, 생활 영역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해안 도로를 통하여 해녀들이 물질을 다니는 도로인데, 그 일상의 도로가 즐거움의 발걸음에 묻힌다. 해녀들은 바이크 속도를 줄이고, 걸음을 멈추고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자꾸 머뭇머뭇하면서 주위를 살핀다. 자신들의 삶이, 평범한 일상이 직진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즐거움을 위해 꼬불꼬불 휘어지면서 훼방 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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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관광이 우선이지 제주 삶이 우선은 아닌가 보다. 한국 사람들이 바라보는 제주는 관광지가 먼저다. 제주 문화와 정서가 관광지보다, 자신의 SNS에 올리는 장소보다 우선이 되지 않는다. 항상 제주 사람들의 삶은 차순위가 되어 버린다.

154~15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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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의 섬 제주'라는 타이틀이 익숙해지면서, 어느새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도 사라져 버렸다. 제주 삶보다 관광지가 우선이 된 것이다.


그러니 잠시 머물렀다 가는 제주 섬과 환경은 어땠을까?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되지 않았을까?



5. 유기자차 선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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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되는 다른 하나는 화학적으로 합성한 유기화합물을 사용해서 만든 유기자차 선크림인데, 이것에는 옥시벤존이나 옥티녹세이트 성분이 들어 있어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미세한 농도로도 환경오염을 일으켜 산호와 말미잘 등에 치명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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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에 따르면 옥시벤존에 노출된 산호가 바닷속에 투과되는 자외선의 영향을 받아 큰 피해를 받는다는 것이다. 백화현상이 일어난 산호는 옥시벤존에 더욱 취약해 일반 산호초보다 약 7일 빠르게 고사한다.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 성분은 생식 독성을 초래하는 내분비 교란 물질이어서 고래나 물개의 번식을 방해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

우선 자외선 차단제에 무기자차, 유기자차로 구분 표기만이라도 해서 사람들이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선크림은 대부분 외적 미용 효과가 좋은 유기자차 선크림일 것이다.

334~3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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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또 자주 사용하는 선크림에 대해 언급하며 그에 대한 심각한 문제점과 해결책까지 제시하고 있다.


법으로 정해진 것이 없어, 무기자차, 유기자차 표기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말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만약 이 글을 읽는 화장품 제조업체가 있다면 먼저 솔선수범해서 무기자차로 만든 좋은 선크림을 제조해 '무기자차'라는 표기를 해보면 어떨까?


환경을 생각하는 회사라는 타이틀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진짜 환경지킴이로서도 역할을 다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되지 않을까 한다.



6. 플라스틱 사용


7. 해양과 맞닿아 있는 곳에 설치한 시멘트 구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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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저자는 수없이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해양 가까이에 설치되는 시멘트 구조물에 대해 언급하며, 이것이 해양에 얼마나 해로운지도 함께 강조한다.


이렇게 꼼꼼히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니, 너무 많은 요인들이 바다를 아프게 했음을 알 수 있다. 편리성을 위해 무언가를 바꾸고 설치하는 것은 쉽지만, 되돌리기는 어려운데 원인이 너무 많아 실상 어디서부터 되돌려야 할지 막막한 느낌도 든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매우 자주 '자본의 욕심과 행정의 게으름'에 대해 언급하는데, 외국의 좋은 사례를 예로 들어 우리나라도 "좋은 자연 행정가"가 나타나 망가진 해양과 자연을 되살리는 데 앞장서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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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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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바당은 없다.

매기 독똑이다.


※'매기 독똑이다' 의미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2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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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주 바다를 나타내는 핵심적인 문장이자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표현이다. '더 이상 바당은 없다. 매기 독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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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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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로만 줄줄이 엮인 문장들로 이어져 있어, 읽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중간중간 변화해 가는 제주의 모습들을 사진으로 담았다면 시각적으로 더 확 와닿지는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평화롭고 풍요로웠던 푸른 바당을 담은 1장과는 달리, 푸르름이 사라진 바당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2장부터 4장까지를 살펴보면, 다소 격앙된 어조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아마도 앞마당을 바다로 두고 살았던 어릴 적 기억 때문에 더 현실감과 무게감이 느껴져서는 아닐까 한다.


매년 더워지고 있는 지구에 대한 이야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 자주 언급되며, 영화 속에서나 벌어질 법한 상황들이 현실에서 이루어질 거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남의 일로 치부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제주에 사는 사람들은 이미 그것을 몸으로 경험함으로써 현실적으로 실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의 변화는 비단 특정인들만 겪게 되는 재앙이 아니다. 우리 모두 앞으로 겪게 될 재앙과 불행이다.


이제라도, 저자가 이야기하는 일상 속 작은 실천들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며, 우리의 바다와 자연을 되살릴 수 있도록 노력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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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명문장 필사 100 - 생각을 깊게 삶을 단단하게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나만의 필사책
김지수 엮음 / 마음시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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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고전 줄거리와 명문장까지 만나볼 수 있는 필사책!"



이번에 만나본 책은 고전의 명문장뿐만 아니라, 간략한 줄거리까지 담겨 있는 필사 책으로, 고전을 좋아하거나 혹은 고전에 관심은 있는데 어려워서 차마 읽어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이 아닐까 한다.


보통의 필사 책을 살펴보면, 특정 문장이나 인용 부분만 담겨 있어 살짝 아쉬운 감이 있는데, 이 책은 후반부에 고전 작품 64편의 간략 줄거리를 함께 수록하고 있어 문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되었다.


더불어, 원문에 대한 호기심을 어느 정도 충족해 주는 것은 물론, 기대감을 증폭시켜 다음 독서 목록까지 추가해 주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세계 문학의 거장들이 남긴 삶에 대한 통찰과 감동을 담은 100개의 문장을 담은 필사 책으로, 명문장뿐 아니라 고전의 간략한 줄거리까지 만나볼 수 있다.


첫 장에서는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기쁨과 희망,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마음가짐에 관한 글을 만나볼 수 있다. 두 번째 장에서는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그 속에서 소중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으며, 세 번째 장에서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맺는 관계들에 대한 글을 만나볼 수 있다.


네 번째 장에서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고독을 통해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 필요함에 대해, 마지막 다섯 번째 장에서는 우리가 겪는 역경과 그 속에서 찾아낸 용기, 희망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다.


페이지 구성을 살펴보면, 왼쪽에는 고전 속 명문장을, 오른쪽에는 필사를 위한 여백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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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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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온 명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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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저는 모든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 상상력이라고 생각해요. 상상력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게 해주거든요. 사람을 친절하고, 동정심 많고, 이해심 깊게 만들어요. 아이들은 반드시 상상력을 길러야 해요."

5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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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상상력을 통해 꿈을 꾸고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남을 헤아리는 마음을 배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이들은 상상력을 많이 잃었다.


그렇게 일찍이 어른들의 말과 행동을 따라 하게 된 아이들은 애어른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이타심보다는 이기심을, 배려보다는 나만 아는 아이들이 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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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지식은 전달할 수 있지만 지혜는 전달할 수 없다. 지혜는 깨닫는 것이고, 체험하는 것이고, 실천하는 것이다. 지혜를 통해 놀라운 일을 할 수는 있지만, 말로 표현하거나 가르칠 수는 없다.

6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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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게 공감하는 문장 중 하나다. 지식은 얼마든지 전달하고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지혜는 스스로 깨닫거나 경험하지 않으면 결코 얻을 수 없다.


머리로 아는 지식만을 얻으려고 하기보다, 직접 체험을 통해 삶의 놀라운 변화를 가져올 지혜를 얻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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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비슷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각각 자기 방식대로 불행하다.

18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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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이유는 비슷하지만, 불행의 이유는 제각각이라는 말에서 어쩐지 행복을 얻는 방법은 단순하고, 불행을 느끼는 이유는 복잡한 것들의 조합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렇다면, 삶을 조금 단순하게 살면서, 불행을 조금씩 덜어내보면 어떨까? 나를 불행하게 하는 것들을 하나씩 제거하고,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다 보면 조금 더 행복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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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베개



산길을 오르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모든 것에 이성적으로 접근하면 가혹해진다. 감정에만 맡기면 물살에 휩쓸리고 만다. 고집을 부리면 갑갑해진다. 어찌 되었든 인간 세상은 살기 힘들다."

2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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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어쩌란 말이냐'라고 답할 뻔하다가, 마지막 문장을 읽고는 이내 수긍했다. 이러나저러나 인간 세상은 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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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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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동안 필사 책을 여럿 만나보며 '이건 좀 아쉽다'고 느꼈던 부분을 채워준 흥미로운 고전 필사 책이었다.


이것은 내가 블로그에 서평을 쓰는 맥락과도 연결되는데, 내 경험상 줄거리를 모르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만나는 어느 독자의 생각이나 느낌, 혹은 인용 부분은 다소 혼란을 야기할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더라도 간략하게나마 줄거리나 내용 소개를 하는 편인데, 이 필사 책에서 그런 항목들을 세세히 챙겨주어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덕분에 원문을 읽어보고 싶은 책도 발견했는데,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과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라는 책이다.


고전이 삶의 지혜와 통찰을 일깨워 주기는 하지만, 모든 책이 다 쉽게 받아들여지거나 이해되는 것은 아닌지라 '고전은 어렵다'는 편견이 실제로 존재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처음에는 인용 문장을 통해 쉽고 가볍게, 그리고 간략한 줄거리를 통해 흥미롭게 다가간다면 조금은 더 열린 마음으로 고전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필사 책의 목적에 맞게, 고전 명문장을 필사하며 삶의 통찰과 지혜를 마음에 새기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한 발짝 더 나아가 필사 루틴을 통해 고전에 흥미를 느끼고 더 깊게 다가간다면, 꿈꾸는 삶에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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